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42화 (342/491)

342화 – 무과금 맞지? (1)

환복을 마친 주인공은 방을 나왔다. 그와 같은 제복을 입은 생도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벌써 내일이 수료식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네.”

“그러니까. 입학통지서를 받은 게 마치 몇 초전 같아.”

“세상에… 내가 함선을 책임져야 한다고?”

“해적들이 내 이름만 들어도 도망칠 정도로 업적을 세워야지!”

사관생도들은 저마다 기대와 불안을 내비쳤다. 그 대화만으로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학교생활은 바로 스킵하나 보네 ㅋㅋㅋ

-킹직히 그거 넣으면 누가 함?

-ㄹㅇㅋㅋ 트수들은 학교 생활 별로 안 좋아함

-학교에 안 좋은 기억이? HOXY?

-5252, 소코마데다

-그 와중에 몇 초전 ㅇㅈㄹ ㅋㅋ

-팩트) 진짜 몇 초전이었다

-저거 NPC 아닌 거 아님?

-이거 보니까 훈련소 생각나는데 정상인가요?

-진짜 입대하면 훈련소가 가장 힘든 것처럼 느껴짐

-수료할 때가 가장 군인정신 최고자너 ㅋㅋㅋ

시청자들이 제각기 채팅을 쏟아내는 사이 주인공은 묵묵히 계단을 올랐다. 목소리가 멀어지며 점차 고요가 찾아왔다.

이내 그는 문 앞에 멈추었다.

[교장실]

문패를 확인한 주인공이 가볍게 노크를 했다.

“아, 왔나봅니다. 들어오세요.”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주인공이 문을 열었다. 안에는 한 노인과 중년 남성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오? 뭐지?

-저 할배는 교장 같은데 맞은편은 누구임?

-제복에 훈장 엄청 달려있네

-ㄹㅇㅋㅋ 무슨 훈장 나무인줄?

-엄청 높은 사람 삘인디

중년 남성은 주인공과 같이 하얀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가슴이 거의 훈장으로 덮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자, 그럼 저는 잠시 자리를 비켜드리겠습니다. 편하게 이야기 나누십시오.”

교장은 그리 말하며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단 둘만 남게 되자 어색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크흠, 일단 앉겠나?”

“예, 알겠습니다.”

중년인의 권유에 주인공은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이내 중년인은 그의 얼굴을 찬찬히 훑더니 미소를 지었다.

“몰라보게 컸는데도 얼굴을 보니 또 알아보겠어.”

“죄송하지만,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저를 아십니까?”

주인공은 정중하게 되물었다. 그에 중년은 아차 싶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실소를 흘렸다.

“아아, 미안하네. 평소에 다들 날 알아보다 보니 소개를 잊었군 그래.”

이내 그는 허리를 곧게 펴며 손을 내밀었다.

“현 해군 대장을 맡고 있는 알폰소라고 하네.”

그 한 마디에 컷신 속 주인공도 채팅창도 순간 얼어붙었다. 이경복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와, 저 진심 소름 돋았어요.”

-사관생도가 대장을 몰라봐?

-군생활 꼬이는 소리가 들린다 들려!

-아 ㅋㅋ 답은 전역이다!

-빠른 리 ㄱ?

-얼른 해적으로 갈아타자구웃!

-어서 돔황챠!

이경복의 말에 군필자 시청자들은 즉시 공감을 표했다. 그 사이 주인공은 판단을 마쳤는지 즉시 일어나 경례를 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이어지는 사과에 알폰소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도 없네. 자네 아버지, 호레이쇼도 사석에서는 편하게 대했으니 말이야.”

“하지만…”

“명령으로 해야 듣겠나?”

“명령이시라면…!”

“당연히 농담일세. 자자, 일단 다시 자리에 앉게.”

알폰소가 웃음을 흘리자 주인공도 결국 다시 자리에 앉았다.

-뭐야? 주인공 군수저야?

-대장급 인맥 ㅁㅊㄷㅁㅊㅇ

-이러면 제대로 라인 탄 거시고요?

-아 ㅋㅋ 해적 왜 함? 해군 대장 라인 타고 말지!

-알고 보니 개꿀루트였던 거냐고 ㅋㅋㅋㅋ

-여기 대장 하나임? 아니면 3대장임?

-???: 삼대장~ 삼대장장~

-들린다 들려!

시청자들은 이내 안도했다. 하지만 컷신 속 분위기는 그와 달리 침체됐다.

알폰소가 씁쓸하게 웃으며 주인공을 다시 훑어보았다.

“호레이쇼, 그 친구도 지금의 자네를 보면 무척 자랑스러워했을 거야.”

“…감사합니다.”

간단한 대사였지만 맥락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이거 아버지가 돌아가신 듯?

-딱 보니까 순직했네

-아, 그래서 대장이 직접 왔나보다…

-갓버지 ㅠㅠㅠㅠ

그러나 그런 침체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서서히 고조되는 배경음악과 함께 알폰소의 표정이 달라졌다.

“하지만 오늘 자네를 찾아온 건 슬픔을 곱씹기 위해서도, 호레이쇼와의 옛 추억을 꺼내기 위해서도 아니네.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이지.”

그는 탁자 위에 병 하나를 올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건 말려있는 편지였다.

“이건…?”

“직접 읽어보게나.”

주인공은 조심스럽게 편지를 펼쳤다.

[대장님, 아틀란티스는 실존합니다.]

급박한 상황에 쓴 것일까. 빠르게 휘갈겨 쓴 필체였다. 그리고 그 아래를 본 주인공이 눈을 부릅 떴다.

“아버지의 인장이…?!”

“맞아, 그건 호레이쇼의 인장이지.”

“이게 대체 무슨…! 아틀란티스가 뭡니까? 아버지께서는 임무 중 사망하신 걸로…”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네. 호레이쇼는 바다로 돌아갔다. 그렇게 생각했지.”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을 보며 알폰소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누군가의 악의적인 장난에 불과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네.”

“아버지가… 살아계시다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어. 호레이쇼에게 내렸던 아틀란티스를 찾는 임무…”

알폰소가 말을 잠시 멈추자 배경음악도 중단됐다. 소리의 공백은 모두의 집중을 유도했다.

“그 임무는 극비사항이었으니까.”

-?????

-뭐임? 대체 뭐임?

-오 ㅋㅋ 죽은 줄 알았단 아버지 찾는 스토리인거?

-극비특) 비밀아님

-1q2w3e4r!

-헉!

-군사기밀 유출 멈춰!

주인공 역시 시청자들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싶네. 그렇지만 바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지.”

알폰소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의 희망을 꺾고자 함은 아니야. 하지만 친우의 아들이 좌절하는 것도 원치 않네. 최악의 경우도 생각을 해두는 게 좋을 거야.”

“최악의 경우라니요?”

“…어쩌면 호레이쇼는 누군가에게 살해됐을지도 모른다는 걸세.”

이어지는 알폰소의 말에 주인공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누군가가 저희 아버지의 인장을…?”

“호레이쇼는 충직한 부하였어. 하지만 그런 그의 입까지 열게 만들었을 수도 있지. 그리고 이건 또 다른 희생양을 유인하려는 미끼일지도 모르고.”

알폰소는 앞으로 몸을 숙였다.

“호레이쇼는 훌륭한 해군이었어. 하지만 그 말은 그를 증오하는 해적들 또한 많다는 뜻이라네.”

마른 침이 넘어갔다.

이경복은 동기화를 통해 주인공이 느끼는 긴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네. 하지만 그럼에도 자네에게는 숨길 수가 없었어.”

알폰소는 얼마 남지 않은 차로 목을 축였다.

“미약한 희망이지만 호레이쇼와, 아버지와 다시 만날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자식에게 알리는 게 도리가 아니겠나. 하지만 호레이쇼는 공식적으로 사망했고 그가 맡았던 극비임무를 밝힐 수도 없는 상황이지.”

그는 찻잔을 내려놓고 다시 편지를 말아 병에 넣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병을 내밀며 말했다.

“선택은, 자네의 몫이야.”

그와 함께 화면이 서서히 암전됐다.

-오ㅋㅋ 스토리 뭐임?

-모바일 게임 스토리치고 딥한데?

-아니 ㅋㅋ 이거 원래 캡슐용 게임이었다구욧!

-ㄹㅇㅋㅋ 모바일 게임 스토리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크로스플랫폼 업데이트 전 스토리는 찐 캡슐용임

올라오는 채팅에 이경복도 공감을 표했다.

“엔딩 이후 애프터 스토리가 모바일 지원 이후죠? 그건 조금 더 가벼운 분위기라고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소속마다 스토리가 다른가요?”

그의 물음에 채팅에 답변이 우후죽순 솟아났다.

-해적이나 무역상이나 스토리 라인은 비슷함요!

-ㅇㅇ 아틀란티스 찾아서 사라진 부모 뒤를 쫓는 거임

-해적은 보물찾기고 무역상은 기회의 땅이라며 떠났음 ㅋㅋㅋ

-오 뭐야 ㅋㅋ 에붕이들 의외로 좀 있네

-짬짬이 하기에 나름 좋은 게임이다 이마리야

그 사이 컷신이 전환됐다. 이경복과 시청자들의 주의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돌아갔다.

“마지막까지 절도를 지키도록!”

“들어가서 정렬하십시오!”

모자를 깊이 눌러쓴 교관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렸다. 생도들은 차례대로 대강당에 들어서고 있었다.

이윽고 화면이 클로즈업 되면서 주인공의 위치로 향한다. 그가 강당 안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앳된 얼굴의 생도들이 다가왔다.

“선배님! 수료 축하드립니다!”

“저, 저기! 사인 한 번 부탁드려요!”

“저희는 선배님만 기다렸어요!”

아무래도 후배들인 모양이었다.

주인공은 그에 미소 지으며 펜을 잡았다.

[캐릭터 이름을 결정하세요.]

이어 문구가 나타나며 게임이 잠시 멈추었다.

-아 ㅋㅋ 이름 쓰는 거였네

-갓플이라 너무 자연스러웠고요?

-진짜 ㅋㅋㅋ 갓플이니까 후배들이 올만하지 했음

-이거 트수들이 해도 나오는 컷신 맞지? 그렇지?

-후배들도 선택할 자유가 있는 거 아니냐 ㅋㅋㅋㅋ

-???: NPC 인권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 야, 너는 쟤한테 사인 받아와. 어딜 훈남선배한테 팍씨!

-트수 싸인은 벌칙이냐곸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렸다.

“간단히 퍼플로 하겠습니다.”

가볍게 기입을 마치자 다시 컷신이 이어졌다.

“퍼플! 퍼플 생도!”

후배들이 물러나자 교관들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곧 수료식이 시작된다.”

“수석은 맨 앞에 서야 된다는 거 잊지는 않았겠지? 바로 이동하도록.”

그 말에 채팅창은 다시금 웃음이 넘쳤다.

-컷신이 너무 자연스러운데 정상인가요?

-ㄹㅇㅋㅋ 갓플이 수석이라고 하니까 위화감이 없네

-몰입감 유지 미쳤고?

-트수들한테는 해당사항 없습니다^^

-???: 내가 수석이라고? 뭔가 이상한데?

-구석으로 가라는 걸 수도?

-아니면 구속된 걸지도?

-왜 구속되는데 ㅅㅂ 도랐냐고 ㅋㅋㅋ

-트수여 대체 어떤 인생을 사는 겁니까…

교관들의 재촉에 주인공은 걸음을 서둘렀다. 이내 자리를 잡자 수료식이 시작됐다.

주인공이 대표로 단에 올랐다.

“전체 차렷!”

강당을 울리는 목소리에 생도들이 하나같이 자세를 바로 했다.

“정의에 대하여, 경례!”

이어지는 구령과 함께 절도 있는 경례가 이어졌다. 생도들만이 아니라 교장과 모든 교관들도 경례했다.

-오 ㅋㅋㅋ 뭐야 이거 ㅋㅋㅋ

-빼박 교장한테 할 줄 ㅋㅋㅋ

-생각해보니 교장한테 해서 뭐함 ㅋㅋ

-해군은 정의를 위한 조직이다 이마리야 ㅋㅋㅋ

-크으! 이게 참군인이지!

-해적이나 무역상은 이런 컷신 없겠네 ㅋㅋㅋ

-정보) 해적은 선상반란, 무역상은 상단독립 컷신이 있다

-오? 그쪽도 나름 괜찮을 듯?

-고마워요! 소금물웨건!

이경복도 채팅을 보며 간단히 멘트를 쳤다.

“그래도 소속마다 나름 연출이 있네요.”

이내 수료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가 싶은 순간이었다.

갑자기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며 시끄러운 종소리가 울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 거지?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강당이 소란스러워지는 사이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비상입니다! 시 서펀트, 시 서펀트가!”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목소리를 쥐어짜는 남자.

그가 전한 소식에 생도들의 표정이 공포로 물들었다.

“시, 시 서펀트라고!?”

“훈련? 훈련이겠지?”

그럴 리가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곧바로 무너졌다.

“전원 제 위치로!”

“이건 훈련이 아니다!”

“서둘러!”

교관들이 고함을 내지르자 생도들이 우왕좌왕했다. 그 가운데 주인공이 인파를 가르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뭐하는 거냐! 얼른 퍼플 생도를 따라가!”

그 외침과 함께 컷신이 전환됐다. 일련의 상황에 모두가 짐작했다.

“아, 이제 튜토리얼 하나 봅니다.”

스토리 컷신은 여기서 끝이리라.

* * *

조감도처럼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잔잔한 바다 아래에서 서서히 검은 그림자가 부상했다. 그것은 고속으로 항구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이윽고 파도가 요동치며 바다가 갈라지듯 그림자가 제 정체를 드러냈다.

창백한 푸른색의 비늘로 뒤덮인 거대한 바다뱀, 시 서펀트였다. 그 주변에서 항해를 하던 배들은 놈이 일으킨 파도에 뒤집혀 침몰했다.

-아니;; 이게 튜토리얼용이라고?

-초반부터 스케일 무엇?

-??? : 수과씀다

-??? : 킹밌었고요, 다음 게임 갈게요

-즉시포기냐고 ㅋㅋㅋㅋ

-야잌ㅋㅋ 이거 숙제라구웃!

시청자들은 시 서펀트의 모습에 헛웃음을 흘렸다. 그 사이 등장 컷신이 끝나며 이경복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아, 바로 조작 가능하네요.”

통제권 회복과 더불어 이경복은 주변을 살폈다.

“배를 타고 싸우는 건 아니네요?”

그가 있는 곳은 바다와는 가까웠지만 바다 위는 아니었다. 이경복은 신기로 수집된 정보를 통해 주변 지리를 파악, 위치를 가늠했다.

“보아하니 포탑 같습니다. 이걸로 맞추라는 것 같은데…”

항구 외벽에 지어진 포탑이었다. 이경복은 바로 대포로 다가갔다.

“함대가 출항하기 전까지 시간을 벌어라!”

“더 이상의 접근을 허용하지 마라!”

주변에서 교관들의 큰 소리로 명령을 전달하고 있었다. 이경복은 그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항구 방어전이라고 일종의 레이드 같은 컨텐츠도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게 튜토리얼로도 쓰이나 봅니다.”

-ㅇㅇ 맞음요

-일단 대포 사격부터 알려주는 거임

-고렙들은 직접 바다로 나가서 사냥하고 쪼렙은 대포로 도우는 거 ㅋㅋㅋ

-오? 레이드도 있음?

-옼ㅋㅋㅋ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네

-근데 이거 클리어 개빡셈 ㅋㅋㅋㅋ

-ㄹㅇㅋㅋ 과금러들 달라붙어도 힘듦

-그래서 튜토리얼로 활용한 듯?

몇몇 시청자들의 확인에 이경복은 대포 옆에 달린 핸들을 잡았다. 그러자 눈앞에 안내 메시지가 출력됐다.

[함포 사격 튜토리얼]

[핸들을 돌려 고도와 방향을 조정 후 레버를 당겨 사격을 개시합니다.]

[(직접 조종이 어려우시면 모바일 인터페이스로 전환해 터치 컨트롤을 이용해보세요!)]

안내문대로 터치 컨트롤을 의미하는 손가락 아이콘이 옆에 붙어있었다.

광고 방송이었으니 이경복은 인터페이스를 전환해보았다.

화면이 조감도로 바뀌며 미니어처 사이즈로 변한 시 서펀트와 항구의 모습이 드러났다.

[시 서펀트 (75%) - 10초]

시 서펀트의 머리 위에는 이름과 함께 명중 확률, 그리고 시간이 표기 됐다.

“오, 이렇게 바로 나오네요. 여기서 다시 터치하면 발사가 되겠네요. 뒤에 시간은 쿨타임 같습니다.”

시청자들은 그에 흡족해했다.

-피지컬 딸려도 플레이 쌉가능인거시고요?

-75%면 완전 혜자인데?

-ㄹㅇㅋㅋ 직접 쏘는 것보다 무적권 낫다

-응~ 어림없지 바로 !감나빗

-아 ㅋㅋ 99%도 방심할 수 없다 이마리야

긍정적인 반응에 이경복은 웃으며 다시 인터페이스를 전환했다.

“이 정도면 누구나 간단히 할 수 있겠네요. 그럼 저는 캡슐용 플레이 기반으로 해보겠습니다.”

모바일 인터페이스의 터치 컨트롤은 굳이 이경복이 보여줄 필요가 없었고, 그로서는 흥미가 동하는 방식도 아니었다.

이경복은 안내대로 핸들을 잡았다.

“아, 이쪽도 배려를 해주셨구나.”

마치 대포가 된 것처럼 시점이 달라졌다. 예상 포격 지점과 풍향 등 갖가지 정보들이 시야에 표기됐다.

[조준 보정 안내]

[에이지 오브 오션스는 함장님의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 보정 기능을 지원합니다.]

[(보다 몰입감 있는 경험을 원하시면 보정을 해제하셔도 좋습니다. 언제든지 다시 활성화 활 수 있습니다.)]

-WA! 채신기술!

-오 ㅋㅋ 캡슐 플레이도 가이드가 있네

-뉴비 배려 너무 좋은 거시고요?

-이건 모바일 유저랑 밸런스 맞춘 거일 듯?

-확률 믿고 빵빵 쏴대면 속도 차이가 있긴 할 듯 ㅋㅋㅋㅋ

이경복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와 함께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편의성 지원이 정말 좋네요. 이렇게 배려를 해주는데 한 번 플레이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요?”

멘트와는 반대로 화면 속 정보들이 사라지고 시 서펀트만이 남았다.

-자본주의 멘트 ON!

-하지만 멘트랑 행동이 정반대였고?

-아 ㅋㅋ 바로 꺼버리기

-???: 정말 좋은 기능이에요(안씀)

-갓플한테는 오히려 보정이 방해다 이마리야 ㅋㅋㅋ

그리 시청자들이 웃는 사이 쾅하는 굉음이 울렸다.

이경복이 발사한 건 아니었다. 포물선을 그리는 포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다. 다른 생도들의 포격이 분명했다.

-????

-명중률 무엇?

-생도쉑들 ㅋㅋㅋ 불안한 이유가 있었쥬?

-바로 !감나빗 나와버리고?

포탄은 애꿎은 바다 위로 떨어졌다. 그러나 교관들은 오히려 그에 칭찬을 표했다.

“잘했다! 견제만으로 충분해!”

“우리의 목표는 시간 벌기다! 무리하지 마라!”

“시 서펀트가 도망가게 만드는 게 최선이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레이드인데 도망치면 되나?

하지만 이내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오? 맞았다!

-왜 이렇게 멀쩡함?

-와씨 ㅋㅋㅋ 꿈쩍도 안 하네

-???: 오 ㅅㅂ 깜짝 놀랐다데슼ㅋㅋ

-???: 엌ㅋㅋㅋ 시서펀트노 비늘와 튼튼데스네 ㅋㅋㅋ

-그 드립이 왜 나와 ㅅㅂㅋㅋㅋ

-괜히 레이드용 몹이 아니었고?

몇몇 포탄이 적중했지만 시 서펀트는 멀쩡했다. 오히려 화가 났는지 긴 울음을 뱉었다.

“이거,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사이 조준을 마친 이경복이 한 마디 했다. 채팅창에는 다른 의미의 물음표가 번졌다.

-?????

-혀엉? 어딜 조준하는 거야?

-하늘 조준 무엇?

-뭐지? 뒷목잡는 걸 암시하는 거신가?

-또! 킹부러! 어렵게 맞출라고!

-이게 잡힌다고?

시 서펀트를 바라보던 화면이 올라가더니 이내 수평선도 보이지 않았다.

맑은 하늘과 구름을 향해 조준을 마친 이경복은 웃으며 말했다.

“한 번 보세요.”

언제나 그랬듯 설명은 필요 없었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레버를 당기자 굉음과 함께 포탄이 날아갔다.

하늘 위로 날아간 포탄은 커다란 포물선을 그렸다.

-어?

-오? 오오오오!?

-되나? 되나!?

카메라는 포탄을 쫓듯 이동했다. 하늘 위로 치솟았던 화면이 이내 급강하하면서 시 서펀트를 향했다.

놈은 주변에 떨어진 포탄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와중이었다. 도중 하늘에서 파공음이 들려오자 놈이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 파충류 특유의 샛노란 눈이 화면에 가득해졌다.

“맞았죠?”

이경복의 한마디와 더불어 비늘에 부딪치는 충격음 대신 질척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시 서펀트가 이전과는 다른 비명을 토하며 옆으로 고꾸라졌다.

-눈! 저 눈!

-여기서 눈을 맞춰버린다고?

-터치 안 쓰는 이유가 있었쥬?

-아 ㅋㅋ 터치로 쏘면 그냥 비늘 맞는다고 ㅋㅋㅋ

-아니;;; 이건 그냥 컨트롤 해도 못 한다구욧!

채팅창이 경악으로 가득했지만 이경복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흠, 레이드 몹이라 그런지 한 방으로는 못 잡나 봅니다. 그래도 약점을 노려서 그런가? 스턴 같은 상태이상은 걸린 것 같아요.”

화면 속 시 서펀트가 움찔움찔 몸을 떠는 게 보였다. 이경복이 다시 조준점을 고르는 와중이었다.

그사이 함대가 출항한 것일까. 쓰러진 시 서펀트 주변에 모여든 함선들이 집중 포격을 시작했다.

“더 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튜토리얼이기 때문인지 시 서펀트는 그대로 명을 달리했다.

[처치 완료!]

[함장님의 활약으로 항구는 무사합니다!]

이윽고 나타난 메시지에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원래 처치하는 게 맞나?

-교관들 말 들어보면 런각 잡는 거 아님?

-와 대박이다 진짜 ㅋㅋㅋ

-이거 원래 잡는 거 아닌데 ㅅㅂㅋㅋㅋ

-에붕이들 바로 등판ㅋㅋㅋㅋ

-진짜 잡는 거 아님?

-뭐야? 평소의 퍼플이잖아?

몇몇 플레이어들의 증언에 모두가 상황을 파악했다. 거기까지는 다들 받아들일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메시지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 서펀트의 비늘’을 획득했습니다!]

[방어전 성공 시 기여도에 따라 자원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항구 방어전은 주기적으로 열리니 잊지 말고 참여해 보상을 획득하세요!]

방어전 성공 보상까지 지급이 되자 채팅창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 뭐야? 튜토인데 성공 보상까지 줌?

-시스템 그대로 적용된 거?

-옼ㅋㅋㅋ 갓겜이엇넼ㅋㅋㅋ

-시작부터 레이드에 성공한 스머가 이따?!

일반 시청자들이야 그저 유쾌하게 웃었지만 게임을 접해본 시청자들은 달랐다.

-아니 ㅅㅂ 여기서 시서비늘을 먹는다고?

-방어전 최고보상을 시작부터 먹음? 이게 말이 됨?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와 ㅋㅋ 이거 다른 참가자들 다 NPC라 그런 거네

-미친 ㅋㅋㅋ 기여도 100%로 계산된 거 ㅋㅋㅋㅋ

-과금러들도 쉽게 못 먹는 걸 이렇게 ㅋㅋㅋㅋㅋㅋ

그에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얻은 보상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었다.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말했다.

“아? 이거 좋은 거구나. 무과금 플레이 할 만하네요.”

그 한마디에 채팅창이 격동했다.

-즉시 기만숨결 뭔데 ㅋㅋㅋㅋ

-이건 킹직히 노렸다? 그치?

-오늘 퍼기만 순도 미쳤다리ㅋㅋ

-아니;;; 이거 형만 할 수 있는 거잖슴!

-퍼이츠www 퍼손실 채워주면서 기만도 낭낭하게 서비스를 해버리는www

-아 ㅋㅋ 이제 보니 무과금 선언 한 이유 알겠네

이번 플레이로 시청자들은 다시금 생각을 고쳐야 했다.

-이게 바로 퍼펙트 무과금? 내가 하던 무과금은 대체?

-우리는 그냥 돈이 없는 겁니다만?

-실력으로 자원을 얻는다. 그게 퍼펙트 무과금이잖아?

-혀엉?! 나는 그냥 과금할게!

무과금이라고 다 같은 무과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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