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45화 (345/491)

345화 – 무과금 맞지? (4)

이경복은 해적 사냥을 결정했지만, 그대로 곧장 전투에 돌입하진 않았다. 무턱대고 싸워도 이길 자신이야 있긴 했지만.

‘그게 이 게임의 재미는 아닐 테니까.’

어디까지나 광고를 전제로 한 방송이었다. 게임의 재미를 알려주는 컨텐츠가 되어야 했다.

“상대는 3성 샤크테일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동급 대비 포문 개수는 많지 않은 편이지.”

잠시 배를 멈춘 사이 박주호가 해적선의 정보를 확인했다.

-3성 중에 대포가 적은 게 맞긴 한데;;

-그래도 님들 합친 것보다 많은뎁쇼?

-혀엉?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직접 보니까 좀 빡세긴 하네 ㅋㅋㅋㅋ

-갓플이 잘하긴 하는데 이건 또 해상전이라스

-ㅇㅇ 3성이면 둘이 선공해도 버팀

-성능차이 무시 못한다 이마리야

몇몇 시청자들은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이경복의 실력이야 누구나 알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해상전이었다.

개인의 피지컬보다는 범선의 성능이 더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성능 차이야 있죠. 그래도 아주 불리한 건 아닙니다.”

이경복은 그런 시청자들을 향해 미소를 보였다.

“기본적으로 저희가 선공이기도 하고, 2:1의 상황을 활용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

그가 자신 있게 나선 이유는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하나 더,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찾았고요.”

“뭐가 또 있다고?”

박주호는 물론 시청자들도 의아해했다. 채팅창에 가득해지는 물음표에 이경복이 작전에 대해 설명했다.

“그거라면… 나도 어렵지 않겠군. 터치 컨트롤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이게 된다고?

-아닠ㅋㅋ 대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하는 거임?

-확실히 이런 작전이면 승산이 높은 거시고요?

-블랙 해군 전술 수듄ㅋㅋㅋㅋ

그 설명을 들은 박주호와 시청자들 모두 걱정을 덜었다.

“좋아, 그럼 가보자고.”

이경복은 그에 밝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 * *

맑은 하늘 아래 펄럭이는 해골 깃발.

해적들은 한가로이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던져놓고 입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응?”

쐑하는 파공음에 고개를 든 해적들은 기겁하며 제각각 몸을 던졌다. 한 박자 늦게 쾅하는 굉음과 함께 포탄과 선체가 충돌했다.

“습격! 습격이다아아아!”

해적들은 놀랐지만 이내 기민하게 대응을 준비했다. 그들은 한껏 인상을 구기며 포탄이 날아온 방향을 확인했다.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주마!”

그곳에 있는 건 해적선과 비교되는 작은 범선, 1성 샤크테일이었다.

해적들은 즉시 대응 포격을 개시했다. 연달은 폭음과 함께 포화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미 범선의 주인, 박주호는 항로를 설정해 포격지를 벗어났다. 속도에 특화된 샤크테일이었기에 1성임에도 재빠른 회피가 가능했다.

“이제 와서 도망치겠다고?”

“하! 열린 포문은 대가 없이 닫을 수 없지!”

해적들은 곧바로 추격을 개시했다. 같은 샤크테일이라도 성능은 해적선이 우월했다.

그에 두 범선 간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포탄 값도 아깝다! 그대로 들이 받아버려라!”

“아이아이! 캡틴!”

해적선장이 카랑카랑한 웃음과 함께 명령을 내리자 해적들도 이죽이며 답했다.

선수에 달린 충각으로 박아버리면 꼼짝도 못할 터였다. 그대로 백병전으로 남은 잔당을 처치하면 승리는 확실했다.

모든 해적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갑자기 반대편에서 비명이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캐, 캡틴!”

다급한 쇳소리에 눈이 절로 돌아갔다. 해적들은 이내 보이는 광경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게 무슨?!”

“대체 어디서…!?”

조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바다에서 불쑥 범선 한 척이 튀어나왔다.

해적들로서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러나 유령선 같은 건 아니었다.

저 배는 바로 이경복이 타고 있는 터틀락이었다.

“쏴, 쏴라!”

해적선장은 당황했지만 바로 명령을 내렸다. 이유야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저 배를 좌초시키는 게 먼저였다.

이어지는 포화에 해적들이 안도하려는 순간이었다.

“이건 또 무슨!?”

급선회한 터틀락이 파도를 일으키며 화망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더욱 놀라운 건 그 상황에서 오히려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이었다.

“추, 충돌합니다!”

“우아아아아악!”

그리고 그 배는 곧장 해적선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대포의 재장전을 채 마치기도 전에 터틀락의 충각이 범선 옆에 박혔다.

우직하는 파열음과 함께 선체가 크게 출렁였다. 한 박자 늦게 반응한 해적들은 그대로 바다로 튕겨나갔다.

-해적쉑들 깜놀해버렸쥬?

-와씨 ㅋㅋ 이게 진짜 되넼ㅋㅋㅋ

-안전해역을 스텔스로 쓰는 건 진짜 씽크빅이었다ㅋㅋㅋㅋ

-이게 바로 퍼펙트 까꿍이다 이마리야

-미친ㅋㅋㅋ 까꿍 ㅇㅈㄹㅋㅋㅋ

이경복이 준비한 작전은 매복이었다. 박주호가 해적선을 도발해 ‘안전해역’의 경계까지 유인하고, 이경복이 기습을 감행해 해적선을 제압한다는 계획이었다.

안전해역 안에서는 플레이어가 NPC 해적들에게 인식이 안 된다는 시스템을 이용한 계략이었다.

-백병전 가즈아아아!

-성능차이 바로 사라져버리기 ㅋㅋㅋ

-자 이제 누가 해적이지?

-ㄹㅇㅋㅋ 누가 봐도 약탈하려는 건 갓플 쪽이잖슴ㅋㅋㅋ

-정보) 실제로 영국의 프랜시스 드레이크는 해군이면서 해적이었다

-퍼랜시스 드레이크 ㅎㄷㄷ

-영국 또 너야?

시청자들은 갈고리를 걸고 해적선에 오르는 선원들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이경복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캐, 캡틴! 놈들이 올라옵니다!”

“알면 밧줄을 끊어! 이 머저리들아!”

갑판 위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그러나 해적들은 명령을 수행할 수 없었다. 쐑하는 파공음과 함께 또 다시 포탄이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캡틴! 놈들이 다시 포격을 하고 있습니다!”

“반격합니까!?”

“끄아아악!”

“젠장! 총이다! 숙여!”

박주호의 적절한 견제에 해적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한 쪽에서는 포탄이, 다른 한 쪽에서는 선원들이 갈고리를 자르려는 해적들을 향해 견제 사격을 했다.

“빌어먹을…!”

해적선장은 그 상황에 이를 아득 물었다. 그러나 판단은 금방이었다.

“올라오는 놈들부터 처리해라! 저 해군 놈들도 같은 편을 쏘지는 않을 거다! 포격은 금방 멈출 것이다!”

그의 결정에 해적들은 대포를 놓고 무기를 꺼냈다. 이윽고 올라온 선원들과 갑판 위에서 백병전이 펼쳐졌다.

그 가운데 이경복은 단연코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다.

“배가 좋다고 해서 선원들도 좋은 건 아닌가 보네요.”

범선의 규모답게 갑판 위에 있는 해적들의 숫자도 많았다. 그러나 이경복에게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었다.

그는 해군에게 기본으로 주어지는 검, ‘커틀러스’로 가볍게 덤벼드는 해적들을 처치해나갔다.

-5252, 이번에는 해양유일검을 노리는 거냐구웃!

-아 ㅋㅋ 해적제일검 얼른 데려오라고

-매의눈 ㅇㄷ?

-범선 성능 믿다가 인간 성능한테 발려버리쥬?

-유일등급 해군 수듄ㅋㅋㅋ

-이게 진짜 순삭이지 ㅋㅋㅋ

-선장 잡고 스겜 ㄱㄱ

이경복이 그리 난전 속에서 가볍게 산책하듯 나아가는 와중이었다. 순간 느껴진 위협에 이경복이 몸을 돌렸다.

곧바로 단발의 총성이 울렸다.

해적선장이 이경복을 향해 피스톨을 발사한 것이었다. 총구 너머로 풀썩 쓰러지는 남자의 모습.

그러나 해적선장은 웃을 수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쓰러진 건 해적 중 하나였다.

-아씨 놀래라 ㅋㅋㅋㅋㅋ

-갓플의 로프액션은 세계제이이이일!

-해적선장쉑 ㅋㅋ 안일했쥬?

-ㅉㅉ 평소에 퍼튜브를 봤어야지

-지근거리에서 쏴도 피하는 게 갓플인데 저렇게 멀리섴ㅋㅋㅋ

그 뒤에서 이경복이 유유히 잡고 있던 갈고리 밧줄을 놓았다. 찰나의 순간 해적을 끌어당겨 방패로 삼은 것이었다.

“여기 총들은 장전이 꽤 걸리더라고요? 착한 해적분들은 확실하지 않으면 아껴두시기 바랍니다.”

이경복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에 채팅창에도 웃음이 번지는 사이 해적선장이 총을 버리고 달려들었다.

“음, 선장이라고 뭐 크게 다르지 않네요. 자세도 엉성하고. 성급이 높아지면 다르려나?”

“이놈! 닥쳐라!”

선장의 검격은 일반 해적보다 낫긴 했지만 좋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일반 플레이어들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으로 보이겠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다.

캉하는 쇳소리와 칼날이 닿은 순간 자석처럼 선장의 칼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에 선장의 눈이 커지기도 전에 이경복의 검이 먼저 움직였다.

“아, 맞다. 여러분, 에이지 오브 오션스는 15세 권장 게임입니다. 너무 잔인한 장면은 없으니까 안심하세요.”

정확히 목을 쳤지만 칼날은 박히지 않았다. 대신 해적선장은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하, 항복! 항복입니다!”

“살려주십쇼!”

그와 함께 연달아 쇳소리가 들려왔다. 선장의 사망과 함께 다른 해적들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한 것이었다.

[백병전 승리!]

이어 눈앞에도 메시지가 나타났다. 채팅창에 탄사가 가득해졌다.

-넘모 깔끔한 거시고요?

-와 ㅋㅋㅋ 이걸 진짜로 이기네

-아 ㅋㅋ 2+1은 3이라니깐?!

-게다가 함포전도 아니고 백병전으로 ㅋㅋㅋㅋ

-전리품 그냥 꿀꺽 아님?

-블랙기업답게 골수까지 빨아먹을 계획이었쥬?

-으음! 아주 쥬시해!

상대적으로 함선의 파손이 심한 함포전과 달리 백병전으로 승리를 얻어내면 보상을 더 많이 획득할 수 있었다.

이내 화면이 깜빡이더니 박주호가 갑판 위에 나타났다.

“수고했다.”

“이 정도야 뭘.”

이경복이 대수롭지 않게 답하자 박주호는 실소를 흘렸다. 이내 그가 손을 움직이자 전리품 창이 나타났다.

“오? 이 배도 우리 거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선체가 좀 망가진 거 빼고는 멀쩡하다. 화물도 전부 들어왔네.”

-무친ㅋㅋ 3성 샥테ㅋㅋㅋㅋㅋ

-와씨 ㅋㅋㅋ 3성 범선을 호로록해버리네 ㅋㅋㅋㅋ

-이게 바로 퍼펙트 무과금?

-아 ㅋㅋ 배를 왜 돈주고 만드냐고 ㅋㅋ

-ㄹㅇㅋㅋ 그냥 나가면 널린 게 배 아니냐?

-필요 없는 건 사지 않는다, 그게 상식이잖아?

전리품 목록에는 범선도 포함이었다. 하지만 하나 문제가 있었다.

“이거 수령이 안 되네. 선장이 꼭 필요한 모양이다.”

“그래? NPC한테는 못 맡기나?”

“범선 견인은 성급이 높아야만 된다네.”

범선은 3척인데 함대의 선장은 이경복과 박주호 뿐이었다. 물론 해결책은 어렵지 않았다.

-함대장인 갓플이 3성타고 매니저님이 2성 타면 될 듯?

-ㅇㅇ 원래 1성 샥테는 그냥 끌고 가면 될 듯

-버리면 안 됨! 무역항가서 팔면 됨!

채팅창을 보지 않았지만 박주호도 동일한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이경복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네가 3성 타라.”

“내가?”

그에 다들 어리둥절했지만 이경복에게도 이유가 있었다.

“터틀락이 더 전략적으로 쓰기 편한 것 같더라고. 속도야 뭐 컨트롤로 커버해도 되니까.”

-엌ㅋㅋ 맞넼ㅋㅋㅋㅋ

-제로백 범선이 꼭 샥테일 필요는 없거등요?

-해수면 드리프트 하려면 터틀락이 좋긴 하지 ㅋㅋㅋㅋ

-갓플의 2성은 2성이 아니다 이마리야

-매니저님은 터치 컨트롤로 하시니까 성능빨이 중요하긴 할 듯 ㅋㅋ

시청자들은 물론 박주호 역시 그 설명에 납득했다.

“알았다. 그럼 따로 화물 옮길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해적깃발이라고 또 있는데 이건 항구에서 포상금으로 바꿀 수 있다.”

“오, 기본 보상이라는 느낌이네.”

“그렇지. 그리고… 음?”

박주호는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러나 싶은데 이경복 앞에 창 하나가 떠올랐다.

[알]

[부화 – 06:00:00]

이름 그대로 동그란 알이었다.

이경복이 놀라 돌아보자 박주호가 말했다.

“음, 상세 설명을 보아하니 펫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 같다. 기다리면 부화하는 것 같은데, 운이 좋았네.”

-해적사냥 첫트에 바로 알이 나온다고?

-캬 ㅋㅋ 퍼펙트 럭키 보소

-ㄹㅇㅋㅋ 운지컬 미쳤고?

-혀엉!? 일단 부화 눌러!

-그거 랜덤으로 무료 펫만 나오긴 하는데 없는 것보다 낫긴 해

-백병전으로 처리한 게 신의 한수네 ㅋㅋㅋ

-진짜 ㅋㅋ 함포로 처리했으면 알 깨져서 안 나옴

시청자들도 그에 흡족해했다.

이경복은 알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득템할 것 같더라니, 이거 였나 보네.’

해적선에서 느껴진 기운의 출처는 이 알이 분명했다. 다만 시청자들이 잘못 아는 게 있었다.

‘알 생성만 무작위인 것 같은데?’

기존의 뽑기와 달리 알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일정했다. 아마 시청자들이 무작위라 느낀 건 모든 해적선에서 알이 나오는 건 아니기 때문이라.

알 자체는 무엇이 부화할지 결정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일단 부화시켜보죠.”

이경복은 가뿐하게 부화 버튼을 눌렀다. 그와 함께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머지는 정리 끝났다.”

“오케이, 그럼 알에서 뭐가 나올지는 나중에 알아보고 출발하겠습니다.”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치고 다시 항로를 설정했다.

* * *

무역항에 도착한 두 사람은 역할을 분담했다.

“그럼 전리품이랑 특산품 팔고 올게.”

“어, 조선소에서 보자.”

박주호는 무역소로 향했고 이경복은 조선소로 향했다. 새로 얻은 3성 범선을 수리할 필요가 있었다.

“어우, 수리비가 상당하네요?”

이경복의 눈이 크게 뜨였다.

겉으로 보기엔 큰 문제가 없었는데 꽤 비용이 크지 않나.

-이거 바가지 아님?

-5252, 블랙 해군을 상대로 눈탱이를 치려는 거냐구웃!

-일단 둘러보고 온다고 하는 게?

-무슨 용산이냐고 ㅋㅋㅋㅋ

-???: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 손님 맞을래요?

-용팔이에 이은 배팔이 ㅎㄷㄷ

시청자들이 장난스럽게 채팅을 쏟아냈다. 당연하게도 덤터기를 쓴 건 아니었다.

-아닠ㅋㅋ 3성이라서 비싼 거잖슴!

-좋은 차가 유지비 많이 드는 거랑 비슷한 거지 ㅋㅋㅋ

-내가 이래서 배를 안 산다니깐!

-아 ㅋㅋ 돈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라고

이유는 나포한 해적선의 등급 때문이었다. 이경복은 슬쩍 보유한 자금을 확인했다.

“일단 1성 범선은 팔게요.”

이경복은 원래 박주호가 타던 샤크테일을 판매했다. 그 사이 무역소에서 거래가 끝났는지 수익이 들어왔다.

“오? 생각보다 차익이 컸네요?”

보유 자금의 자릿수가 대번에 달라졌다. 그 상황에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닠ㅋㅋ 60%할인으로 산 건데 당연히 크짘ㅋㅋㅋ

-ㄹㅇㅋㅋ 오히려 정가보다 더 싸게 팔아도 이득임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던데 이 형은 발끝에서 사서 아무데나 팔아도 됨ㅋㅋㅋ

-여기서도 어깨 컷을?

-그 어깨냐고 ㅋㅋㅋㅋ

-이게 바로 퍼펙트 흥정? 내가 알던 흥정은 대체?

-아 ㅋㅋ 무역 개쉽네(아님)

풍족해진 자본에 다들 즐거워하는 와중이었다.

[해적단 ‘실버 크룩’의 토벌 포상을 받았습니다!]

[‘퍼플’ 함대의 명성이 상승합니다!]

새로운 알림 메시지에 모두의 주의가 돌아갔다.

“아, 이런 시스템이구나.”

박주호가 해적기도 같이 처리한 게 분명했다. 그 메시지로 이경복은 게임의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해적선 처치했다고 바로 명성이 오르는 게 아니라 전리품을 보고해야 되는 거네요.”

-아 그거네 ㅋㅋㅋ

-하긴 바다 위에서 누가 알아주냐고 ㅋㅋㅋ

-해적쉑 이름이 실버 크룩이었음?

-실딱이 수듄ㅋㅋㅋㅋ

-ㄹㅇㅋㅋ 그마 크룩 정도는 되어야 비비지

-해적에도 티어가 있는 거였고?

시청자들이 그리 농담을 던지는 사이 이경복은 수리를 마쳤다. 이윽고 조선소 주인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바다의 질서를 위해 힘쓴다고 소문이 났더군.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예?”

“해적 놈들도 귀가 있으니, 자네를 눈엣가시로 여길 테니까. 여유가 된다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범선을 개조해보는 건 어떤가?”

이내 그의 말처럼 새로운 항목, ‘개조’가 해금됐다. 이경복은 바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명성 오르면서 이용 기능이 더 해금됐네요. 음, 기본적으로 성능 강화인 것 같은데 이거도 꽤 비용이 들긴 하네요.”

-저 양반 걱정하는 척 하면서 세일즈를 해버리고?

-ㄹㅇㅋㅋ 걱정되면 공짜로 해주던가

-아 ㅋㅋ 개조해줄테니까 돈 달라고

-걱정(유료)

-블랙 조선소 ㅎㄷㄷ

-게임 이름이 에이지 오브 블랙 맞죠?

-알고 보니 암흑의 시대였쥬?

이경복과 시청자들이 같이 개조 항목들을 살피는 와중 박주호가 돌아왔다.

“나 왔다.”

“어, 왔냐. 지금 개조 열려서 보는 중인데 너도 좀 봐봐.”

박주호도 같이 항목을 살펴보았다. 그는 빠르게 눈을 굴리며 입을 열었다.

“보니까 그냥 전부 돈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필요한 재료를 사서 위탁하는 게 더 싸게 먹히긴 하네. 약간 번거롭긴 하겠지만… 응?”

“왜?”

박주호가 멈칫하자 이경복이 물었다. 그의 앞에는 범선 개조에 사용되는 재료 품목이 나열되어 있었다.

“너, 이거 어디서 났어?”

박주호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경복은 그가 뻗은 손 끝으로 눈을 돌렸다.

[시 서펀트의 비늘 (SSR)]

포격 튜토리얼 때 방어전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이었다. 방송을 못 보고 대기하던 박주호로서는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주호는 당황한 건 그 이유만이 아니었다.

‘무슨 버그라도? 아니면 설마 개발사에서 따로 넣어준 건가?’

박주호에게 이 아이템은 존재해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

무과금 플레이, 특혜 없는 플레이를 선언했는데 개발사가 별도로 특혜를 줬다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속이 타들어가는 그와 달리 이경복은 멀뚱히 그를 쳐다보며 답했다.

“그거 튜토 때 얻은 건데?”

“튜토라고…?”

박주호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설명이었다. 그가 어리둥절하는 모습에 상황을 아는 시청자들로서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매니져님 찐텐으로 혼란ㅋㅋㅋ

-아 맞네 ㅋㅋ 퍼니져님은 모르는구낰ㅋㅋㅋ

-퍼파고 오류! 퍼파고 오류!

-아 ㅋㅋ 데이터에 없다구욧!

-매니저님 킹간미 낭낭하게 넣어주시네 ㅋㅋㅋ

이어지는 이경복의 설명에 박주호도 상황을 이해했다.

“그걸 잡았… 음, 하긴 너라면 또 가능하겠군.”

“어차피 공짜로 얻은 건데 이거 써서 개조하고 가자. 바로 스토리 밀러 가면 되겠네.”

“마음대로. 보다시피 내구도가 대폭 증가하는 재료다. 보통 재료들은 무게가 많이 나가서 속도가 줄어드는 페널티가 있는데 그런 것도 없고.”

“오… SSR은 역시 다르네.”

이경복의 감탄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왔다.

-그냥 ‘오’로 끝날 거냐구웃!

-과금러들이 악착같이 얻으려는 재료인데 리액션 무엇?

-진짜 페널티 없다는 점이 개 좋은건 데 ㅅㅂ

-???: 튜토때 주는 거면 누구나 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거 아닌가?

-킹반인들은 퍼펙트 튜토리얼 못한다구욧!

-선박 장갑으로 개조 ㄱㄱ

-ㄹㅇㅋㅋ 일반 포격은 애들 장난 수준 됨ㅋㅋㅋㅋ

시청자들 대다수도 장갑 개조에 의견이 모였다. 하지만 이경복은 바로 결정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눈을 굴리다가 손을 움직였다.

“장갑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한데요. 사실 포격은 피하면 되는 거라.”

이어지는 그의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솟구쳤다. 박주호도 눈이 커졌지만 방해하지는 않았다.

“그것보다는 이번에 수리할 때 보니까 충각이 완전 파손됐더라고요? 이 비늘로 충각을 만들면 여러 번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충각은 배 앞쪽에 달린 공격용 장비였다. 충돌과 더불어 상대 선체에 피해를 입히고 일부 관통까지 해 상대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붙드는 역할이었다.

-이 좋은 시서비늘을 충각에 쓴다고?

-충각 업글은 백병전에 유리한 거신디요?

-아니;; 이건 보통 해적들이나 하는 건데

-샼테도 아니고 터틀락에 시서비늘충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그 결정에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이 형 진짜 블랙 해군 테크 타네 ㅋㅋㅋㅋ

-이거이거 백병전으로 호로록한 거 맛들렸네!

-킹부러! 전부 털어먹으려고!

-???: 히히히! 도망 못 가!

-해군이 해적을 약탈한다, 그게 상식이잖아?

-아직 퍼펙트 상식 탑재 안 한 한국인 없제?

-그 스트리머에 그 커스텀ㅋㅋㅋ

그들이 보고 싶은 건 정석적인 왕도, ‘로얄 로드’가 아니라 이경복만의 길.

바로 ‘퍼펙트 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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