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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50화 (350/491)

350화 – 그냥 돈 주고 살게요 (3)

백화점 내부.

밖에 걸린 휴무일 안내가 무색하게 그 안에는 많은 손님들이 있었다.

프라이빗 쇼핑 초청 기준은 최소 연 2천만 원 이상 소비하는 블랙 멤버십 고객이었다.

그리 기준을 제한했어도 방문한 사람들의 숫자가 상당했다.

“와…”

“누구야?”

“대박.”

매장을 둘러보던 손님들이 이내 탄사를 흘렸다. 그 시선의 끝에는 이경복과 양규리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저거 처음 보는 후드티인데? 어디 브랜드지?”

“아, 난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디자인 되게 예쁘다.”

“아니, 존잘이라 그런 거 아냐?”

양규리가 몰래 초청했기에 이경복은 VIP 행사가 있는 지도 몰랐다. 때문에 그는 편한 복장인 자신의 굿즈, 보라색 퍼펙트 후드티를 입고 왔었다.

그러나 그 단출한 복장에도 이경복의 외모는 가려지지 않았다.

“와? 에스코트 붙은 거야?”

“그럼 플래티넘 멤버십?”

“그게 얼마였지?”

“4천만 원은 써야 되는 걸로 아는데…”

VIP도 다 같은 VIP가 아니었다. 소비 금액에 따라 VIP내에서도 또 등급이 나누어졌다.

“배고프제? 일단 식사부터 하자.”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양규리의 말에 직원이 공손히 앞장섰다. 사람들은 그들이 다가오자 바로 눈을 돌렸지만 곁눈질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그들은 다시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기는 전용 엘리베이터 쪽 아냐?”

“프레스티지였어?”

“와… 진짜 VIP였네.”

“난 6천만 원은 영끌해도 못하겠다.”

이 또한 백화점의 마케팅이었다. 혜택에 차이를 두어 더 높은 VIP 등급을 선망하게 만들고 소비를 권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마케팅은.

“저 정도 VIP가 입는 후드티면 완전 명품이겠네.”

“어쩐지, 옷감부터 달라 보이더라.”

“퍼펙트 커먼 센스? 혹시 이게 브랜드인가?”

“명품관에서 본 적이 없는데…”

“해외직구로 구해야 되는 거 아닐까?”

뜻밖의 착각을 불러왔다.

* * *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경복은 의아해했다.

‘여긴 예약한 곳이 아닌데…?’

도착한 곳은 식당이 아니었다. 영어에는 약한 그였지만 ‘VIP LOUNGE’가 식당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반면 양규리는 자연스럽게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이경복도 일단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이모님, 식사는…”

“아, 여기로 서빙해줄끼다.”

“여기로요?”

“아까 지하에서 봤제? 프라이빗 쇼핑이라고 해도 손님들이 많다 아이가.”

양규리는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레스토랑 쪽도 손님이 많아서 번잡스럽다 안 카나. 그래서 여기로 준비해달라켔다.”

“라운지는 커피랑 디저트 먹는 곳 아니에요?”

“맞다. 그래서 부탁을 좀 했제. 아, 저기 오네.”

양규리의 말처럼 직원이 음심을 가져왔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선물은 이거 먹고 확인하러 가꾸마.”

“아, 네. 맛있게 드세요.”

이경복은 생소했지만 식사를 시작했다. 간단히 잡담을 나누며 식사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모님이 이렇게 쇼핑을 즐기시는 줄은 몰랐네요.”

“에헤이, 내는 여기 VIP가 아이다.”

“네?”

이경복은 어리둥절했다. VIP가 아닌데 어떻게 VIP 서비스를 받는단 말인가?

“VIP인 사람들이랑 좀 친분이 있어서 도움 받은 기다.”

“아, VIP가 되면 다른 사람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가 봐요?”

“아니, 규정에는 VIP 혜택은 양도가 불가능하다 카데? 그래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괜찮다.”

“아… 융통성이요.”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새삼 양규리의 인맥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녀는 이내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웃음을 흘렸다.

“글타고 내가 돈이 없는 건 아이니까 걱정은 말고.”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경복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매장으로 갈 거라 생각했지만.

“경복아, 그쪽 아이다.”

양규리는 웃으며 그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어 직원의 안내에 들어선 곳은 웬 방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대기하고 있던 코디네이터가 정중히 두 사람을 환대했다. 이경복은 마주 인사하고 이내 방안을 둘러보았다.

말끔한 정장부터 시계와 지갑 등 각종 명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모님, 여기는…?”

“아, 여기가 그 퍼서널 룸이라카는 곳이다.”

양규리는 이경복이 놀랐음에 흡족해하며 설명해주었다.

“매장에서는 옷 갈아입기도 힘들고 기다려야 된다 안카나. 그래서 따로 서비스 신청해뒀제.”

이내 그녀는 코디네이터를 보며 말했다.

“요 아가 입을 정장 하나 추천해주면 됩니다. 비즈니스 하는 아니까 좋은 걸로다가.”

“네, 알겠습니다.”

이경복은 그에 끼어들었다.

“아니, 저기. 이모님 이거 너무 비싸지 않나요?”

이경복은 두 사람이 말하는 와중 진열된 가격표를 봤다. 기본이 수백만이었고, 천만 단위까지 넘어가는 물건들도 있었다.

“선물치고는 너무 비싸요. 그리고 정장은 직장 다닐 때 쓰던 거 있어서 괜찮아요.”

그 말에 양규리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경복아, 그때 입은 거랑 지금 입는 거랑 같나?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좋은 정장 한 벌은 갖춰야제.”

“에이, 어차피 온라인 미팅이 대부분이라 괜찮아요.”

“글나? 요 사면 온라인에서는 못 씁니까?”

이경복의 대답에 양규리가 코디네이터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요즘에는 명품들도 아바타 코드를 함께 지급해드립니다.”

“봐라, 봐라. 쓸 수 있제? 하나 해 가라.”

양규리는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경복이 니가 그 자체로 명품이라는 거 내도 안다. 그른데 문제는, 그걸 모르는 인간들이 천지삐까리라는 기다. 껍데기만 보고 판단하는 천치들 안 만나봤니?”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 날개만 보곤 했다.

“내 한티 그러는 건 상관없다. 그런데 그런 바보천치들이 우리 경복이를 흉본다? 엄매야, 내 그라믄 나중에 신어머니 얼굴 어찌 보겠니?”

그녀는 이경복을 차분히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경복이 니 이제 회사원 아이다, 맞제? 직원 딸린 사장 아이가.”

“그건, 그렇죠.”

“그라믄 그에 걸맞게 입고 다녀야 된다카이. 니가 그 직원들 대표한다 안 카나.”

그 말에 이경복은 친구들과 직원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확실히 틀린 말씀은 아니시지.’

아무리 즐겁게 일한다지만 팀 퍼펙트가 무슨 학교 동아리도 아니지 않나. 그가 하는 일은 엄밀히 사업이었고, 그는 직원을 책임져야 할 사장이었다.

‘사치가 아니라 투자라는 말씀이시구나.’

비즈니스에서 복장은 ‘멋’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상대에게 자신이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를 설득하는 ‘수단’이다.

판단을 마친 이경복은 짧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미소와 함께 양규리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추천 부탁드릴게요.”

그의 말에 양규리도 코디네이터도 환한 웃음을 지었다.

* * *

이경복은 다양한 정장을 입어보았다. 코디네이터는 그 착장을 빠짐없이 머릿속에 담았다.

그 결과 그녀는 무척이나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졌다.

‘이거 어쩌지…?’

수많은 VIP를 상대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도통 해답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하나도 빠짐없이 잘 어울리시는 거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착장이 모두 매력 있었다. 때문에 선뜻 추천하기가 힘들었다.

‘여기서 더 권할 수는 없어.’

VIP 고객인 만큼 더더욱 무한정 착장을 권할 수는 없었다. 옷을 갈아입는 것도 일종의 노동이다.

‘아무거나가 제일 어렵다더니 이런 일도 다 있네.’

나쁜 의미의 ‘아무거나’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준비한 정장 중 무엇을 권해도 이경복에게 어울릴 터였다.

하지만 그 말은 코디네이터로서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단어이기도 했다.

“엄매야, 우리 경복이 어쩜 이리 다 잘 어울리나? 하이고, 내는 도저히 못 고르겠다.”

양규리도 같은 심정이었지만 그녀는 마음이 편했다. 코디네이터는 그 말에 미소를 장착했다.

“제가 매출 올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고객 분께서 정말 핏 자체가 너무 좋으세요.”

이제는 결론을 내려야 할 때였다. 코디네이터는 진심어린 칭찬으로 시작했다.

“보통 이런 기성복은 한 번 입어보시고 수선을 거치거든요? 그런데 이미 수선을 한 것처럼 고객님께 핏이 딱이에요.”

제품을 추천하는 것도 결국은 고객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설득의 근거는 사실 그 자체만한 게 없었다.

“달리 말씀드리면 고객님 체형이 마네킹 그 자체, 아니 그보다 더 비율이 좋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정말 어떤 정장이든 다 잘 어울리셔요.”

“그라믄 다 사면 되겠네.”

양규리가 그 말에 흐믓한 미소와 함께 말하자 이경복은 빠르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 너무 부담스러워요. 딱 한 벌만 맞추겠습니다.”

이경복의 말에 코디네이터의 눈이 빠르게 돌아갔다. 그간 봐왔던 착장 중 가장 ‘설득력’이 높은 정장을 찾아야 했다.

“음, 그러시면 고객님 나이 대를 생각해서 너무 클래식한 디자인은 제외하고. 한 벌만 사신다면 범용성이 좋은 라인이 좋을 거예요. 저는 여기 ‘에센셜’라인으로 추천 드리겠습니다. 가격도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실 거예요.”

그녀는 돈을 내는 사람은 양규리지만 결정은 이경복이 한다는 걸 직감했다.

코디네이터의 추천에 이경복은 새삼 가격표를 확인하고 눈이 크게 뜨였다.

“600만 원이 안 비싼 거예요?”

“어… 그건 재킷 가격이시고요. 한 벌로 맞추시면 1천만 원대인데 VIP 고객님들께는 10% 할인이라 900만 원이면 충분하실 거예요”

“천만 원도 안 된다꼬? 그라믄 시계라도 하나 더 하는 게 안 낫나?”

두 사람의 조심스러운 분위기와 달리 양규리는 옆에서 한 술 더 떴다.

“아뇨, 아뇨. 이걸로 하겠습니다. 더 이상은 진짜 부담스러워요. 이러시면 저 이모님 보기가 힘들어요.”

“그라믄 안 되제. 알았다, 알았어. 그걸로 하나 합시다.”

양규리가 웃으며 말하자 코디네이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그녀가 준비를 하려는데 이경복이 다가왔다.

“저, 하나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아, 네네. 말씀하세요.”

“그게…”

이경복이 작게 속삭이자 코디네이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해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그녀가 사라지자 양규리는 의아해했다.

“경복아, 뭐 더 필요한 거 있었나?”

“네, 그래서 부탁했어요.”

이경복은 미소와 함께 답했다. 이윽고 코디네이터가 새 정장 한 벌과 함께 돌아왔다.

그러나 그녀가 가져온 건 정장만이 아니었다.

“이모님은 어떤 게 좋으세요?”

코디네이터는 명품 핸드백들도 같이 가져왔다. 이경복은 그 옆에 서며 말했다.

“엄매야? 이게 뭔 소리고?”

양규리는 그 물음에 눈을 껌뻑였다.

“이번에는 제 차례잖아요.”

그녀의 표정에 이경복은 웃으며 설명했다.

“이모님이 해주고 싶은 게 있었던 것처럼 저도 해드리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이내 그 미소에 약간의 씁쓸함이 뒤섞였다.

“취직하고 첫 월급 받으면,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곤 한다더라고요.”

이경복은 친구들과 친구들 부모님께 선물을 드려 대리 만족을 했었다. 그러나 양규리에게는 한 적이 없었다. 아직은 거리감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경복아, 니…”

“물론 이모님께서 저희 부모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래도, 이모님이 제게는 부모님과 가장 가까운 분이시잖아요.”

호의에는 호의로.

이경복의 말에 양규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에 이경복이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보통 내복을 선물한다던데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요.”

이어지는 그 말에 양규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엄매야, 우리 경복이한테 서프라이즈 해줄라켔는데 역으로 당해버렸네.”

여전히 눈시울은 붉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 * *

그날 저녁, 방송시간.

이경복은 박주호와 함께 다시 게임에 접속했다.

“자, 어제 돌려뒀던 제조가 끝났네요!”

지난 방송 마지막 시작했던 제조가 이미 끝나 있었다. 밝은 빛과 함께 나온 아이템은 바로.

“망원경이로군. R등급이다.”

가시범위가 조금 더 늘어난다는 평이한 아이템이었다.

-6시간 따리라서 큰 기대는 안 해씀!

-그래도 망원경 있으면 좋긴 해

-ㄹㅇㅋㅋ 블랙해군 사냥감 탐색은 못 참지

시청자들도 그에 나쁘지 않다며 웃고는 다음을 기대했다.

-그거 말고 얼른 알 확인해줘잉!

-무슨 펫 나오려나 ㅋㅋㅋㅋ

-웬만하믄 다 커여운 것들이긴 한데 ㅋㅋㅋ

-여기서도 퍼펙트 럭키 해버리는 거냐구웃!

-그래도 무료 펫만 나와서 ㅋㅋ

그들이 기대하는 건 아이템 제조 보다 해적선에서 얻은 알 쪽이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다음으로 부화시켜뒀던 펫을 확인해볼게요!”

이경복은 웃으며 부화 창을 불러왔다. 이윽고 그가 부화 완료를 선택하자.

쩌적하는 소리와 함께 알 껍질이 깨지며 빛이 터져 나왔다.

-아닠ㅋㅋ 연출 뭔뎈ㅋㅋㅋ

-펫 나오는 데 왜케 화려하냐곸ㅋㅋㅋ

-막 박혁거세 나오는 거 아님?

-그분도 알에서 나오긴 했짘ㅋㅋ

-무친놈이신갘ㅋㅋㅋㅋㅋ

-신라 : 너 고소

이윽고 빛이 잦아들며 깨진 껍질 안에서 부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콕콕 부리로 쪼아 껍질을 부수며 나온 펫은 앵무새였다.

[사랑앵무 (R)]

수박씨 같은 눈에 푹신해 보이는 깃털. 이경복은 그 앙증맞은 자태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아, 이거 되게 귀엽네요.”

-옼ㅋㅋㅋ 잉꼬네

-앵무새 아님?

-잉꼬가 사랑앵무임ㅋㅋㅋㅋ

-아 ㅋㅋ 갈매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갈매기는 펫이 아니라 강도 아니냐 ㅋㅋ

-ㄹㅇㅋㅋ 과자 앞에서는 겁나 살벌하자넠ㅋㅋ

-색깔 랜덤인데 잘 뽑혔는데?

-진짜 ㅋㅋㅋ 파스텔톤 바이올렛 딱이네

시청자들 역시 그 모습에 흡족해했다. 이윽고 그 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펫의 이름을 정해주세요!]

이리저리 머리를 흔드는 앵무새 위에 이름을 기입하는 창이 떴다.

“아, 맞네. 펫이니까 이름을 정해줘야되네요. 뭐로 할까요?”

이경복의 물음에 채팅창이 빠르게 솟구쳤다.

-김춘삼!

-아닠ㅋ 왜 구수한뎈ㅋㅋㅋㅋㅋ

-박민우 해주세요! 제 이름임!

-자기PR 에반데;;

-지놈은 어떰?

-???: 갓플아, 형이야…

-이건 무적권 퍼무새 아니냐?

-ㄹㅇㅋㅋ 퍼무새로 가야지

-갓플은 펫도 퍼펙트하다, 그게 상식이잖아?

장난스러운 채팅 사이로 의견은 하나로 집중됐다. 이경복은 웃으며 가볍게 ‘퍼무새’를 기입했다.

[기본적으로 펫은 자유롭게 행동합니다.]

[이름을 부르면 주인에게 돌아옵니다.]

이어서 펼쳐지는 가이드에 이경복이 입을 열었다.

“퍼무새야?”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퍼무새가 홱 고개를 돌리더니 빠른 걸음으로 이경복의 팔을 타고 어깨에 올랐다.

이내 기분이 좋은지 머리를 이경복의 뺨에 비볐다.

-헐ㅋㅋㅋㅋㅋㅋ 댕커엽ㅋㅋㅋ

-갓플은 펫 부르는 것도 멋있네

-ㄹㅇㅋㅋ 목소리 빨 미침

-저렇게 애교 부리는데 어케 안 예뻐함?

-혀엉? 퍼청자들도 그렇게 불러줘잉!

-???: 킹치만 트수들은 퍼무새처럼 안 귀여운 걸!

-팩트 밴 좀

퍼무새와 이경복의 투샷만으로 시청자들은 행복해했다.

그런데 이내 분위기가 일변했다.

[‘사랑앵무’는 종종 주인의 말을 따라합니다.]

[펫의 ‘말버릇’을 설정해주세요.]

이어 눈앞에 나타난 창에 이경복은 장난스럽게 눈을 돌렸다.

“오, 이런 것도 있네요. 이거는 그냥 제가 정하겠습니다.”

보자마자 떠오른 게 있기 때문이었다.

-뭐예요! 우리 의견도 들어줘요!

-트수 패싱 ㅎㄷㄷ

-퍼무새면 ‘퍼펙트’ 붙여줘야 되는 거 아님?

-그러면 진짜 퍼무새인뎈ㅋㅋㅋ

제각각 아이디어를 내려던 시청자들은 이내 이경복의 결정을 보고 생각을 달리했다.

[이게 말이 됨?]

이경복이 기입한 말버릇이 매우 친숙했기 때문이었다.

결정을 누르자 퍼무새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게 말이 됨? 이게 말이 됨?”

퍼무새의 목소리에 이경복은 물론 박주호도 실소를 흘렸다.

-아닠ㅋㅋㅋ 이걸 이렇겤ㅋㅋㅋㅋ

-웃음벨 장착 뭔뎈ㅋㅋㅋㅋㅋ

-갓플 목소리 베이스로 변형한 건가 보넼ㅋㅋㅋ

-ㅁㅊ 변형한 목소리도 나보다 좋네 ㅋㅋㅋ

-큐튭각 바로 뽑아버리쥬?

-이거 완전 퍼청자 아니냐?

-알고 보니 퍼무새가 퍼청자 앵무새였고?

-엣큥! 세레브한 와따시 앵무새가 되어버린 걸까나?

-넌 나가라 좀

더 나오는 가이드 메시지는 없었다.

이경복은 이에 퍼무새의 머리를 가볍게 긁어주고는 손뼉을 쳤다.

“자, 좋습니다. 그럼 다시 게임 진행해볼게요!”

다시 바다로 나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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