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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52화 (352/491)

352화 - 로스트 테크놀로지 (2)

주인공의 눈이 이리저리 돌아갔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양새였다.

<나참, 요즘에는 귀머거리도 해군이 될 수 있나?>

그 사이 카밀라는 다시금 대답을 촉구했다. 이번에는 좋은 말만 나오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으면 바로 침몰시켜버리겠어. 마지막 기회다.>

주인공은 그 말에 장치 앞으로 다가갔다.

“소문대로 성격이 아주 급하시군, 카밀라.”

<오? 날 아나 보네?>

“나름 유명하지. 선상 반란이 성공하는 사례가 흔치 않으니까.”

-반란? 혁명을 말하는 것인가?

-??? : 기립하시오! 당신도!

-‘레드’ 바이퍼 ㅎㄷㄷ

-아아, 붉게 변해버린 거냐구웃!

-5252, 소비에트식 선장이었던 거냐구웃!

-정보) 플레이어가 선택하지 않은 소속에는 라이벌이 자리를 대신한다

-원래 카밀라가 아니라 해적 선택한 플레이어가 하는 이벤트인거ㅋㅋㅋ

-오? 그럼 무역상 라이벌도 있겠네?

그 사이 카밀라는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허, 이거 어쩌나? 난 해군 나으리들을 잘 모르는데. 나랑 만난 해군들은 전부 물을 먹고 있어서 그런지 말을 잘 못하더라고.>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는 날카로워졌다.

<그리 나를 잘 안다면, 내가 지금 아량을 베풀고 있다는 것도 알겠지? 그 장치만 넘기면 무사히 보내주마.>

그녀의 협박에도 주인공은 침착했다.

“우리를 어떻게 쫓은 거지?”

<그건 알아서 뭐하게? 어차피 그건 내 손에 들어올 건데.>

돌아온 질문에 카밀라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하지만 주인공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과연,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었다.”

<뭐라고?>

카밀라는 물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떠올랐다. 갑자기 정보라니 대체 무슨 말인가?

“우리 위치를 찾은 게 단순한 우연이라면 더 조급해했겠지. 게다가 조금 전 네 대답은 우리를 추적할 방법이 있다는 전제에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의 장치를 모르는데 당신은 우리의 장치를 알고 있다면…”

주인공은 자신 있는 어조로 답했다.

“그쪽이 가진 건 탐지 기능이 있는 장치겠지.”

<뭐,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정곡을 찔린 것인지 카밀라는 오히려 역정을 냈다.

<빌어먹을, 그 장치는 원래 내 거였어! 해군이라면서 남의 것을 훔쳐도 되는 거냐!?>

“이게 당신 거였다고?”

<그래! 크림슨 코스트에 먼저 부하들을 보내놨지! 허, 그런데 아주 처참하게도 박살이 내놨더라?>

“그 해적선이…?”

주인공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이경복과 시청자들도 그 대화에 작게 탄사를 흘렸다.

“아, 딥원한테 당한 해적들이…”

-걔네들이 카밀라 해적단이었던 거?

-탐지 장치로 위치 파악해서 미리 정찰 보내놨었나 봄

-해적기가 있었나?

-정박한 상태라 돛 접어둬서 못 봤음 ㅋㅋㅋ

-ㅇㅇ 게다가 컷신도 딥원한테만 집중되어 있었잖슴

-근데 카밀라는 갓플이 처리한 줄 오해하는 상황이네 ㅋㅋㅋㅋ

시청자들 예상처럼 카밀라는 언성을 높였다.

<당장 복수를 해도 시원찮을 판인데도 기회를 주는 거다! 그만 나불대고 얼른 장치를 넘겨! 더 시간을 끌면…>

“아니, 결정은 이미 끝났다.”

주인공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또렷한 목소리로 답했다.

“해군은 해적의 협박에 굴하지 않는다.”

<뭐…?>

“하물며 그 협박 조건이 목숨뿐이라면 더 논할 가치도 없지.”

-아 ㅋㅋ 요거이 군인정신이지

-으디 해적한테 해군이 굽히겠느냐 이마리야

-???: 그냥 해적들 잡아버리면 되는 거 아님?

-???: 그냥 해적이 아니라 해적단이잖슴!

-???: (갓플인데) 알빠임?

-바로 신빙성이 생겨버리고?

주인공의 대답에 시청자들이 만족했지만 카밀라는 그렇지 않았다.

<너, 이름이 뭐지?>

“퍼플이다.”

<그래, 퍼플 나으리. 나는 분명 기회를 줬어.>

카밀라는 그르렁거리듯 말하다가 노성을 토했다.

<그런데 네 선택으로! 너희 모두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거다! 단 한 사람도 다시는 흙을 밟아보지 못하게 될 것이야!>

-어우;;; 성량보소

-선상 반란을 음공으로 하셨나?

-야씨 ㅋㅋ 음공 EZR ㅋㅋㅋㅋ

-즉.시.딥.빡

-???: 게임은 이기려고 하는게 아닙니다! 상대를 빡치라고 하는 겁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주인공은 절로 미간을 찌푸렸다. 이내 그는 담담히 선장실을 나섰다.

“저, 정말 싸울 셈인가?”

“해적단을 상대로? 우리만으로?”

“선장님 때문이라니…? 대체 무슨 말이야?”

주인공과 달리 선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지만, 마지막 카밀라의 고함이 선장실 밖까지 들릴 정도로 컸기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은 어쩌나 싶었지만 주인공이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 들어라!”

선원들의 눈이 일제히 돌아왔다. 주인공은 가볍게 모자를 고쳐 쓰고 차분히 선원들에게 눈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카밀라의 말은 모두 허풍에 불과하다!”

“예?”

“허풍이라니…?”

몇몇 선원들이 수군거렸지만 주인공은 개의치 않았다.

“해적은 우리가 발견한 장치를 원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를 침몰시켜봐야 저들은 장치를 갖지 못한다!”

범선이 침몰하면 당연히 화물 역시 가라앉는다. 과격한 말과 달리 장치를 무사히 얻으려면 공격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모두 알다시피, 해군 본부까지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곧 해역을 정기 순찰하는 해군들이 도착할 것이다!”

거기에 지리적인 이점도 있었다.

순찰선이 도착하면 오히려 열세에 놓이는 건 해적들 쪽이 될 터였다.

“그러니 이 해전에서의 패배는 해적들의 승리가 아니다! 오직 제군들 스스로의 패배만이 있을 뿐이다!”

버티면 이길 수 있다.

상황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선원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그 사실에 안도했다.

-옼ㅋㅋㅋ 생존미션이었구연?

-우리 퍼플이는 다 생각이 있었구나?

-진짜 이 형은 목소리가 치트키네

-ㄹㅇㅋㅋ 듣기만 해도 신뢰 뿜뿜임

-게다가 이유도 다 맞말이잖슴!

선원들의 눈빛이 살아났다. 그에 주인공은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군들이여! 불과 무기를 들어라!”

“불과 무기를 들어라!”

갑판장이 바로 복창했다. 그 외침은 선상 위에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채팅창에도 ‘ㅂㄱ ㅁㄱㄹ ㄷㅇㄹ!’가 도배되면서 컷신이 끝났다.

[15:00:00]

이어 장면전환과 함께 시야에 타이머가 나타났다.

<승리조건은 버티는 게 맞는 모양이다.>

보이스 채널로 박주호의 말이 들려왔다. 전투 돌입과 함께 자신의 배로 돌아간 것이었다.

<그리고 타이머 시간이 해군 본부까지 가는 항해시간과 같아. 아마 해군 본부 쪽에 가까워져도 이기지 않나 싶다.>

“아? 그래?”

이어지는 그의 말에 시청자들도 동감을 표했다.

-퍼파고답게 바로 추가 답안 도출 해버리기 ㅋㅋㅋ

-맞네 ㅋㅋ 해군 본부 앞이면 어케 쫓아옴ㅋㅋㅋ

-ㅇㅇ 그거 승리조건 맞음요

-퍼니져님이 말해서 스포 필터 안 걸려버리네 ㅋㅋㅋ

-제로백 범선이면 바로 깨버릴듯ㅋㅋㅋㅋ

이경복의 항해 실력이라면 너무나 쉬운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경복은 바로 키를 잡지 않았다.

<왜 그래?>

박주호가 의아해하자 시청자들도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직감했다.

<…또 뭐 하려고?>

-퍼파고 오류 감지!

-아 ㅋㅋ 또 데이터에 없는 일 할라고!

-킹부러! 어렵게 또!

-혀엉? 설마 이것도?

이경복에게는 다른 계획이 있을지 모른다는 느낌.

“이거, 이겨도 되지 않나?”

아니나 다를까 이경복이 말을 꺼냈다. 미리 짐작한 만큼 박주호도 곧장 답했다.

<지금 해적선 숫자만 셋이다. 그중에 둘은 내 배랑 같은 3성 샤크테일이고, 카밀라가 탄 해적선은 4성 샤크티스야. 이거 샤크테일 보다 한 티어 높은 범선이다.>

2:3에 범선 등급도 차이가 났다.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열세가 확실한 상황이었다. 시청자들도 박주호의 설명에 동참했다.

-혀엉! 3성이랑 4성은 차이 많이 난다구웃!

-근데 갓플은 2성으로도 3성 잡았잖슴?

-그때는 선공에다가 2:1상황이자너!

-ㅇㅇ 지금은 안전해역 스텔스도 못 씀

-팩트) 이번 이벤트에서 카밀라 해적단은 플레이어 함대 수보다 많이 나오게 설정되어 있다

-광고주 : 애초에 도망치라고 만든 이벤트라구욧!

-아 ㅋㅋ 하라는 대로 하기 싫다고욬ㅋㅋㅋ

그러나 이경복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카밀라 함대가 거리를 좁혀오자 확신이 굳어졌다.

‘다른 방법이 없으면 이런 느낌은 없었을 거야.’

가장 커다란 범선, 카밀라의 배에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기운이 더 강렬해졌다.

‘아마 컷신에서 말한 탐지 장치겠지.’

이에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카밀라가 가진 탐지 장치, 여기서 챙겨두는 편이 좋지 않겠어요?”

-ㅔ?

-블랙 해군이 또?

-강탈하러 온 해적을 보고 다시 강탈을 할 생각을?

-역강탈 뭔데 ㅋㅋㅋㅋㅋㅋ

-???: 사고방식이 우리와는 다릅니다

-???: 오히려 탐지 장치가 제 발로 굴러 들어왔다니깐!?

시청자들은 놀라면서도 웃음을 터트렸다. 박주호도 이내 실소를 흘렸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는 건 방법이 있단 뜻이로군.>

“어, 자세히 설명할 시간은 없으니까 지시만 따라줘.”

<언제든지.>

박주호의 대답에 시청자들은 결국 우려를 털어냈다.

-입력 출력 확실한 퍼파고면 킹정이지 ㅋㅋㅋㅋ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니까 이건 된다!

-(게말콘)(게말콘)(게말콘)

-퍼무새가 내가 된다!

-아 ㅋㅋ 갓플이 한다고 해서 안 되는 게 있었냐구요

* * *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하자마자 이경복과 박주호는 양쪽으로 나누어졌다. 하지만 카밀라 해적단은 모두 이경복의 범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뭐야? 왜 갓플만 노림?

-범선 등급 낮아서 어그로 끌린 거?

-이거 함대장이 갓플이라 그런 거 ㅋㅋㅋ

-ㅇㅇ 함대장이 원래 스토리의 중심이라 카밀라는 갓플 배에 장치 있는 걸로 인식함

그 사이 이경복은 박주호에게 지시를 내렸다.

“넌 1인분만 하면 돼. 3성 하나만 끌고 가줘.”

<알았다. 동급이니 쉽게 지지는 않겠군.>

그의 지시에 박주호는 의문을 갖지 않았다. 박주호의 포격과 더불어 3성 해적 하나가 이탈했다.

2:1의 상황, 이번에는 이경복이 혼자였다.

-와씨 멀리 있을 때는 몰랐는데 4성은 완전 다르네

-ㄹㅇㅋㅋ 저렇게 배가 큰데 속도는 오질라게 빠르네

-이거 티어가 괜히 나누어진 게 아니라구욧!

-진짜 ㅋㅋ 성급 차이라기 보다는 티어 차이임

-이름 다른 이유가 있었고?

카밀라의 해적선은 확실하게 두드러졌다. 그나마 이경복의 컨트롤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붙잡혔을 터였다.

때문에 시청자들이 걱정스럽게 보는 건 다른 부분이었다.

-근데 탐지 장치 탈취 어케함?

-백병전으로 하면 되지 않나?

-백병전은 1:1이잖슴;;;

-ㅇㅇ 지금 백병전 걸면 다른 해적이 포격으로 견제함

-갓플이랑 매니저님도 그렇게 3성 잡았자너 ㅋㅋㅋㅋ

-이번에는 완전 반대상황이네;;

그 와중 거리가 점차 좁혀졌다. 이경복은 빠르게 키를 돌리며 말했다.

“제가 백병전을 하겠다고 한 적은 없는데요?”

그 한 마디에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번졌다. 화물을 무사히 탈취하려면 백병전으로 해야 하지 않나?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이경복은 채팅창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다시금 키를 돌렸다.

-급커브 무엇?!

-아니 ㅅㅂ 아예 U턴인데?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거시지?!

-바로 정면 승부냐구웃!

바람을 따르는 게 아니라 완전히 방향을 돌렸다. 때문에 이경복의 앞에는 추격해오던 해적선들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 두 해적선은 곧장 포문을 열었다.

“과속은 항상 조심해야 되거든요!”

이경복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짧게 드리프트를 치며 두 해적선 사이로 파고들었다.

이에 해적선들은 정확한 포격을 위해 선수를 돌리다가 서로의 사선에 걸쳤다. 이미 전진하던 속도가 있던 바, 급한 방향 전환은 어려웠다.

쾅하는 폭음과 함께 날아간 포탄들은 서로의 선체를 타격했다.

-엌ㅋㅋㅋ 팀킬ㅋㅋㅋㅋㅋㅋ

-???: 아니 왜 거기서 나와!

-카밀라 답답잼ㅋㅋㅋㅋㅋ

-드리프트로 빠져나가는 거 진짜 킹받넼ㅋㅋㅋㅋ

그러나 양쪽 모두 한 번의 포격만으로 침몰할 배가 아니었다. 선체 타격으로 속도가 줄긴 했지만 양쪽 배 모두 재차 이경복을 조준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일단 하나 먼저!”

비록 그 수는 적더라도 이경복의 범선에도 포문이 있었다.

쏘아진 포탄들이 3성 해적선에 적중하자 우지끈하는 파열음이 터지며 해적선이 휘청였다.

“컷하고 갈게요!”

이미 적중을 예상한 바, 그는 바로 키를 돌려 충각을 앞세웠다. 시청자들은 좋아하면서도 어리둥절했다. 아까는 백병전을 안 하겠다더니?

그리고 이내 시청자들은 이경복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왘ㅋㅋㅋㅋ 이게 반갈죽이 되네

-무친 ㅋㅋ 정확하게 부서진 곳에 박아버림ㅋㅋㅋㅋ

-아 ㅋㅋ 백병전하고 싶어도 배가 못 버티잖슴!

-해적 컷!(진짜 잘림)

그대로 돌진한 이경복의 범선은 해적선을 관통해버렸다. 연이은 포격에 취약해진 부분을 박살내며 이경복의 배가 허공으로 뛰었다.

두 동강 난 해적선은 그대로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제는 1:1이쥬?

-4성이고 뭐고 다 뒤져따ㅋㅋㅋ

-즉.시.강.탈!

-바로 백병전 각 나와버리고?

카밀라의 범선만이 남았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이경복이 백병전에 나설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빠르게 키를 돌리며 다시 포격을 가했다. 이에 시청자들이 의아해하자 그가 답했다.

“저쪽은 4성이라 해적들 숫자가 좀 많잖아요? 이길 수는 있긴 한데 선원들 피해가 꽤 클 겁니다.”

2성 범선과 4성 범선의 승선 인원수 격차는 상당했다. 그 정도 머릿수 차이야 이경복의 실력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모든 선원들을 지키면서 싸울 수는 없었다.

그는 바로 키를 돌리며 반대편 포문으로 시간차 포격을 가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일단 해치울려고요.”

이어 이경복은 다시 충각을 앞세웠다. 그 경로를 본 시청자들은 다시금 놀랐다.

-와앀ㅋㅋㅋ 아까 그 포격이 다 일점사였음?

-그 와중에 조준 컨트롤까지 하고 있었다고?

-2성으로 4성을 반갈죽한다고?!

-일단 가즈아아아아아앗!

연이은 포격에도 모두 노림수가 있었다. 마치 의사가 메스로 절개한 환부처럼 내부가 드러난 지점.

시 서펀트 비늘로 만들어진 충각은 그곳을 정확히 비집고 들어갔다.

“우와아아아아악!”

“배가, 배가 부러진다!”

해적들의 비명은 굉음에 곧 묻혀버렸다. 양옆으로 선체가 벌어지며 해적선의 돛대가 기울었다.

혼비백산한 해적들이 바다로 뛰어내리는 게 보였다.

“음, 확실히 배가 좀 더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이경복은 키를 놓고 카밀라의 해적선을 돌아봤다.

아무래도 카밀라의 해적선이 컸던 만큼 바로 침몰하지는 않았다. 이경복의 배가 조금 더 컸더라면 완벽히 반으로 갈라졌으리라. 그러나 배로서의 형태가 무너진 이상 침몰은 확실했다.

-이게 바로 퍼펙트 해상전? 내가 알던 해상전은 대체?

-ㄹㅇㅋㅋ 서로 빙글빙글 돌면서 각 맞춰서 화력 겨루는 거 ㅇㄷ?

-???: 이건 4성 샤크티스야 속도도 빠르고 포문도 많지

-???: 이건 갓플이야. 갓플은 배를 찢어

시청자들은 승전에 기뻐했다. 하지만 하나 간과하고 있던 게 떠올랐다.

-혀엉? 근데 이러면 탐지장치는 어떡하냐구웃!

-이거 맞아? 침몰시켜버리는 거 맞아?

-아니;; 탐지 장치 챙기신다면서욧!

배가 침몰해버리면 탐지 장치는 어떻게 얻는단 말인가?

그 의문에 이경복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여러분도 다 아시지 않나요?”

그가 과감히 카밀라의 배를 침몰시킨 이유.

그것은 바로 정상적인 게임이라면 항상 지켜지는 규칙.

“퀘스트 아이템은 소실되지 않는다는 거.”

스토리 전개에 필수인 아이템들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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