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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53화 (353/491)

353화 – 로스트 테크놀로지 (3)

2:1 상황에 범선 등급도 낮았지만 이경복은 완승을 거두었다.

카밀라의 범선은 양옆으로 벌어진 상태에서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화면이 암전되고 통제권이 사라졌다.

<뭐야? 벌써 끝낸 거냐? 난 아직인데?>

그 결과에 놀란 건 시청자들만이 아니었다. 박주호의 목소리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퍼니져님 킹리둥절ㅋㅋㅋㅋㅋ

-???: 이제 좀 싸우나 싶었는데?

-아 ㅋㅋ 갓플식 스겜 어케 따라잡냐고 ㅋㅋㅋ

-사실상 퍼파고는 그냥 하나 떼어놓는 미끼였던 걸로 ㅋㅋㅋㅋ

-직원을 미끼로 쓴다, 그게 블랙기업 사장의 상식이잖아?

올라오는 채팅에 이경복도 웃다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렇게 됐다. 자, 컷신에 집중해볼게요.”

이어 화면에 잡힌 건 주인공이 아니었다.

“치, 침몰한다!”

“아무거나 일단 잡아!”

혼비백산한 해적들의 고함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 가운데 붉은 머리의 여해적이 말 그대로 치를 떨고 있었다.

-헐? 이분이 카밀라임?

-나 해적 좋아했네?

-누님 포스 미쳤고?

-해적 스타트, 나쁘지 않을 지도?

-아닠ㅋㅋ 해적을 안 골라야 카누님이 나오는 거 아님?

-아 맞네 ㅋㅋㅋ 해적 스타트하는 흑우 없제?

-야앀ㅋㅋ 카누님이라 부르니까 커피같잖슴!

범선이 큰 만큼 침몰에도 시간이 걸렸다. 카밀라는 아득 이를 물었지만 이내 해적들에게 소리쳤다.

“배를 버린다! 모두 보트로 가!”

그녀는 그리 소리를 높이고는 선장실로 눈을 돌렸다. 흔들리는 눈동자에 측근들이 바로 그 심정을 읽어냈다.

“저희가 장치를 챙겨오겠습니다!”

“캡틴! 먼저 탈출하십시오!”

그들이 곧장 기울어진 갑판을 오르려 하자 카밀라가 버럭 소리를 높였다.

“멍청이들아! 죽고 싶냐!?”

“예!?”

“탐지장치를 실으면 그만큼 보트에 자리가 없어지잖아!”

“하, 하지만…!”

“닥치고 따라와!”

결정을 내린 카밀라는 측근들과 함께 보트로 달려갔다.

-오? 장치 안 챙김?

-의외로 의리파였구연?

-괜히 반란에 성공한 게 아니었네 ㅋㅋㅋ

-코이츠www 말은 거칠지만 부하를 아껴버리는www

그사이 다시 전환된 장면.

이번에는 주인공의 범선이었다.

“놈들이 도망친다!”

“전원 사격 준비!”

침몰하는 범선 주변에 보트가 내려오자 갑판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내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갑자기 해적들의 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게 아닌가.

“뭐, 뭐야 저거!?”

“어떻게 된 거지?!”

노질만으로 낼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선원들이 당황하는 사이 주인공이 빠르게 망원경을 들었다.

때마침 마지막으로 탈출하는 카밀라의 모습이 렌즈 안에 들어왔다.

“저건…?”

그녀는 푸른 수정, 아틀란티스 크리스탈과 작은 장치를 끼워 보트 뒤에 붙였다. 그러자 폭발하듯 보트가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닌가.

-뭐임? 모터보트임?

-크리스탈 쓰는 거 보니 저것도 아틀란티스 장치인 듯?

-추진 장치 같은 건가 봄ㅋㅋ

-옼ㅋㅋ 탐지장치만 있는 게 아니었고?

-해군 본부 앞까지 올 배짱이 있던 이유가 이거였넼ㅋㅋㅋ

도주할 수단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건 시청자들만이 아니었다.

“뭘 넋 놓고 있는 거냐! 얼른 더 속도를 높여!”

갑판장은 이내 선원들을 다그쳤다. 하지만 주인공은 망원경을 내려놓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추격은 하지 않는다!”

“예?”

갑판장은 물론 허둥지둥하던 선원들의 시선이 돌아왔다.

“카밀라 해적단의 규모는 이 정도가 아니다. 쫓아갔다가 오히려 우리가 역으로 당할 위험이 있다.”

주인공은 그에 이유를 설명했다.

“더욱이 저들은 기이한 장치를 이용하는 반면, 우리는 지친 상태에서 전투에 임하게 되겠지.”

무리해서 쫓을 이유가 없었다. 주인공은 시선을 돌려 카밀라의 범선에서 쏟아진, 바다 위에 표류하는 화물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수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니.”

그 가운데 다른 화물과 달리 이질적인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푸른빛을 내뿜는 걸 보아하니 카밀라가 놓고 간 탐지 장치가 분명했다.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다.”

-오 ㅋㅋ 갓플 말대로였쥬?

-퀘템은 사라지지 않는 게 국룰이지 ㅋㅋㅋ

-우효~! 싱싱한 탐지 장치 겟또DAZE~☆

-개발사가 이기는 상황도 고려를 해뒀네 ㅋㅋㅋ

화면이 암전되며 컷신이 끝나자 시청자들은 만족을 표했다. 이어 박주호가 전리품 정리를 마치자 이경복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좋습니다. 꽤 재미있는 전투였네요! 그럼 예정대로 해군 본부로 다시 가보겠습니다!”

이벤트 전투만으로는 그의 항해를 멈출 수 없었다.

* * *

목적지에 도착한 이경복은 항구 규모에 입을 벌렸다.

“와, 확실히 해군 본거지답네요.”

앞서 거쳐 왔던 곳과는 달리 건물은 물론 사람들의 숫자가 달랐다. 비단 NPC만이 아니라 플레이어들도 상당히 많았다.

-커신모드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네 ㅋㅋㅋㅋ

-ㄹㅇㅋㅋ 무슨 놀이공원인 줄 ㅋㅋㅋ

-근데 거의 다 외국인이네?

-아 ㅋㅋ 이형 해외채널에서 플레이하는 거였고?

플레이어 이름 옆에는 국기로 국가가 표시되어 있었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는 게임인 만큼 한국만이 아니라 여러 국가의 채널이 존재했다.

이경복은 한국 팬들과 접점을 줄이기 위해 해외 채널을 선택했었다.

“아, 제대로 봐주셨네요. 보다시피 세계 여러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이거든요. 직접 보셔서 아시겠지만 랙도 거의 없습니다! 글로벌 서비스라도 아주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거죠!”

채팅창 흐름에 이경복은 자연스럽게 광고멘트를 던졌다. 이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5252, 전부 설계였던 거냐구웃!

-ㄹㅇㅋㅋ 퍼청자들 피하는 것부터 다 노린 거였네!

-원활한 방송 진행이 숙제를 말하는 거였고?

-갓플이 월클이니까 세계가 즐기는 게임이긴 해

-맞말추 ㅋㅋㅋㅋ

사람 구경도 잠시.

“스토리 진행해야 되니까 이번에는 해군 본부에서 보자.”

“알았다. 끝내고 바로 가지.”

이경복과 박주호는 이전처럼 업무를 분담했다. 조선소로 향한 이경복은 잠시 기다렸다.

“오, 이번에도 많이 들어왔네요.”

이전의 경험을 토대로 무역 수익을 정산한 뒤에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해적단 ‘레드 바이퍼’의 토벌 포상을 받았습니다!]

[‘퍼플’ 함대의 명성이 상승합니다!]

이윽고 카밀라의 토벌 보상까지 받아내자 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옼ㅋㅋ 바로 3성 해금!

-토벌 보상 너무 짭짤한 거시고요?

-항구라 그런지 여윽시 소금기가 많다 이마리야

-그냥 소금도 아니고 깨소금인 듯 ㅋㅋㅋ

-즉.시.업.글

-혀엉! 신상으로 뽑는 거지?!

시청자들의 요청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유, 그럼요. 터틀락은 3성으로 올리고 충각은 그대로 갈아 끼우겠습니다.”

-SSR 충각은 평생 같이 가야지 ㅋㅋ

-총각은 안 됨? 제발!

-도랐냐고 ㅋㅋㅋㅋ

-2성으로 4성 잡았으니까 이제 5성도 잡을 수 있는 거 맏찌?

-2:1도 이겼으니까 이제 3:1도 가능한 거 아님?

-아 ㅋㅋ 갓플 버프 과금 언제 나오냐고요

-배틀패스 이런 거 말고 갓플 패스 내놓으라구욧! 돈 준다구욧!

그는 터틀락 구매에 이어 남은 자금으로 박주호의 범선을 개조했다.

“아까 하나도 못 잡아서 꿍해있을 수도 있으니까, 매니저 범선 스펙을 좀 더 올려줄게요.”

이경복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시청자들도 따라 웃음을 흘렸다.

-삐돌이 ON!

-아닠ㅋㅋ 진짜 이 형 찐친 나오니까 장난기 보소 ㅋㅋㅋ

-알고 보니 몰아가는 게 수준급이었고?

-찐친무브 무냐구웃!

-나중에 편집자님도 데려와줘잉!

-안 됨! 퍼튜브 바로 또 봐야됨!

-블랙 시청자 ㅎㄷㄷ

업그레이드를 마친 이경복은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이제 해군 본부로 가서 합류하면 될 터였다.

‘…응?’

그리 인파를 헤쳐 나가는 도중 이경복은 특이한 느낌에 눈을 돌렸다. 여러 NPC 중에서 유독 존재가 강하게 느껴지는 NPC가 있었다.

‘중요한 NPC인가?’

그 시선의 끝에는 중동계로 보이는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이리저리 사람들에 치여 위태롭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방향이 이경복의 진행과 맞닿아 있었다.

“앗…!”

위태롭게 휘청거리던 그녀는 결국 사람에 치여 걸음이 꼬였다. 그에 넘어지려는 순간, 지켜보던 이경복이 빠르게 그녀를 붙잡았다.

-????

-뭐야?

-사람임?

-ㄴㄴ 물리작용 되는 거 보면 NPC임!

인파에 짐작도 못 하고 있던 시청자들은 그의 행동에 바로 물음표를 띄웠다. 하지만 몇몇 채팅은 약간 달랐다.

-오? 넘어지기 전에 잡음?

-반응속도 미쳤고 ㅋㅋㅋㅋ

-이러면 또 ㅋㅋㅋㅋ

-스포 필터 조심해라 ㅋㅋㅋ

마치 뭔가를 안다는 뉘앙스였다. 그러나 소수였기에 금방 쏟아지는 채팅에 묻혀버렸다.

그 사이 이경복의 부축을 받은 NPC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감사를 표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크게 다칠 뻔했네요.”

그녀는 멋쩍게 웃다가 깜빡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실례했어요. 저는 세라자드라고 합니다. 무역을 하러 왔는데, 해군 본부는 처음이라 길을 헤매고 있었어요. 은인께서는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 물음에 이경복은 잠시 눈을 굴렸다. 말하는 투로 보아하니 조선소 주인이나 무역소 주인과 같은 NPC와는 결이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일반 NPC에게 이름이 붙을 리가 없었다.

“퍼플이라고 합니다.”

“퍼플 님이시군요. 도움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경복의 간단한 대답에 세라자드는 은은한 미소를 보이고는 다시 인파에 섞여들었다.

* * *

박주호는 먼저 본부 건물에 도착해 있었다. 이경복이 세라자드와의 만남을 설명하니 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정도면 주요 NPC겠네.”

“내 생각도 그래. 자, 그럼 스토리 더 진행해볼게요.”

두 사람은 바로 건물 쪽으로 다가갔다. 화면이 깜빡이더니 바로 컷신으로 전환됐다.

주인공은 문지기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니, 알폰소 대장님과 약속도 없이 만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용건이라도 밝혀주셔야 전달을 드리지 않겠습니까?”

“대장님께 직접 말씀드려야 하는 사안이라…”

양쪽 모두 답답한 표정이었다.

그 맥락만으로 모두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임무가 극비라서 얘기를 또 하기가 힘들긴 하겠네

-아 맞네 ㅅㅂ 아틀란티스 얘기를 할 수가 없으니까

-킹직히 문지기 입장도 이해가 가긴 함 ㅋㅋㅋㅋㅋ

-ㄹㅇㅋㅋ 웬만한 직급도 아니고 쌩뉴비인데

–이제 막 사관학교 수료했는데 대장 만나겠다고 하면 어케 믿음ㅋㅋ

-??? : 그걸 믿었음? 감봉킥!

시청자들은 양쪽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로서도 방법이 없습니다.”

“후우, 알겠습니다. 그럼 대장님께 제 이름을 전달…”

결국 주인공이 물러서려는 순간이었다. 누군가 불쑥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머, 퍼플 님? 죄송해요. 제가 늦었네요.”

들려온 목소리에 두 사람의 시선이 돌아갔다. 같이 돌아간 화면 속에는 세라자드가 서 있었다.

“아까 그 NPC네요?”

-아까 그 눈나?

-엌ㅋㅋㅋ 뭔가 있다 해따!

-킹직히 일반 NPC치고는 너무 디테일했음 ㅋㅋㅋ

-ㄹㅇㅋㅋ 스토리 캐릭터였고?

이경복과 시청자들이 그녀를 알아본 사이 세라자드는 주인공에게 가볍게 윙크를 했다.

“오늘 알폰소 대장님과 보급품 관련 논의로 하기로 약속된 세라자드입니다. 여기 퍼플 님께서는 제가 특별히 도움을 부탁드린 동행이시고요.”

“아, 세라자드 님! 확인했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문지기는 이내 옆으로 물러서며 주인공에게 사과했다. 이에 눈을 굴리던 주인공에게 세라자드가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들어가실까요?”

“…그러죠.”

잠시 고민하던 주인공은 이내 그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일련의 상황으로 이경복은 세라자드에게 느껴진 기운의 정체를 확신할 수 있었다.

“아까 만난 것도 이 이벤트를 위한 설계였나 보네요.”

-그거 맞음 ㅋㅋㅋ

-이제 스포 필터 아니지?!

-이거 다른 플레이어 눈에는 세라자드 안 보임 ㅋㅋㅋ

-갓플이 바로 잡는 거 보고 깜놀ㅋㅋㅋ

-ㄹㅇㅋㅋ 보통 넘어지고 나서 부축해주는데 넘어지기도 전에 잡음

-간혹 무시하는 에붕이도 있는데 그러면 걍 며칠 기다렸다가 만나는 컷신으로 바뀜

기다렸다는 듯 내막을 알고 있던 시청자들이 채팅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들로서도 놀란 점이 있었다.

-세라자드가 윙크까지 하는 건 엄청 오랜만에 보네 ㅋㅋ

-아? 원래 반응이 다른 거?

-원래 이거 미리 공략보고 온 사람들 아니면 못 보는 거임ㅋㅋㅋ

-이 형은 진짜 시야각이랑 반응속도 개쩔긴 해 ㅋㅋㅋ

-난 또 갓플이라고 시작부터 호감도 맥스 찍은 줄 ㅋㅋㅋ

-트수가 하면 윙크가 아니라 그냥 눈 질끈 아니냐?

-???: ㅅㅂ 도와줘야 되나?(어질어질)

-한 쪽이 아니라 양쪽 다 감아버린다니깐!

시청자들이 그리 농담을 쏟아냈지만 정작 컷신 속 주인공은 진지했다.

그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며 아무도 없는 걸 확인 후 그녀에게 물었다.

“왜 절 도와준 겁니까?”

“음, 친절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세라자드가 가볍게 대답했다. 그러나 주인공의 표정은 여전히 냉철했다.

“제가 베푼 친절에 비하면 과하군요.”

“그런가요?”

“대장님을 만나러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 중요한 자리에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초면인 사람을 대동한다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의 말에 세라자드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이내 그녀는 주인공을 빠르게 훑어보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몸놀림만이 아니라 머리회전도 빠르시네요. 퍼플 님 생각대로예요.”

“의외로 쉽게 인정을 하시는군요?”

“거짓말은 아니거든요. 도와주셨으면 하는 건 사실이에요.”

세라자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주인공을 돌아봤다.

“갑자기 본부에 불쑥 찾아와 대장을 찾는 젊은 해군이 있다면 가능성은 2가지예요.”

그녀는 손가락을 피며 생글생글 미소를 지었다.

“제정신이 아니거나, 혹은 진짜로 알폰소 대장님과 친분이 있거나.”

“…저는 후자였나 보군요.”

“네. 남을 돕는 미치광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도와줘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도움이 되리라는 확신이 없었을 텐데요.”

세라자드는 이에 어깨를 으쓱였다.

“설령 지금 도움이 안 되더라도 퍼플 님의 호의는 얻을 수 있잖아요? 투자해둬서 나쁠 게 없죠. 비용보다 이익이 크면 진행하는 게 무역상이니까요.”

“제가 그 의도를 좋게 보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요?”

“그렇다고 숨겼다면 저를 더 안 좋게 보셨을 거잖아요?”

당당하게 돌아온 말에 주인공은 헛웃음을 흘렸다. 세라자드는 이에 미소 지으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실리를 추구하는 건 무역상의 덕목이니 너무 나쁘게 보시지 않았으면 하네요. 그럼, 실례하도록 하죠.”

그녀는 이경복보다 앞서 몇 걸음 걷다가 돌아서며 말했다.

“아, 도와주신 건 정말 감사한 거였어요.”

이어 화면이 전환되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그녀의 정체를 유추해냈다.

“아무래도 카밀라처럼 라이벌 같죠?”

-무역상 강조하는 거 보면 답 나오지 ㅋㅋㅋ

-ㄹㅇㅋㅋ 시기도 카밀라 바로 다음이라 딱임

-성격 싹싹한 거 보소 ㅋㅋㅋㅋ

-세눈나 넘모 호감인 거시고요?

-이게 라이벌은 기본적으로 스케일이 좀 큰 상태에서 시작하네 ㅋㅋ

-진짜 ㅋㅋ 카누님은 해적단 꾸리고 있고 세눈나는 대장이랑 직접 거래까지 함

-하지만 갓플은 갓플이쥬?

-밸런스 바로 잡아버리기 ㅋㅋㅋ

이윽고 장소가 바뀌었다.

집무실로 보이는 곳에서 알폰소가 주인공을 맞이하며 씁쓸하게 웃음 짓고 있었다.

“시간을 많이 내지 못해 미안하구만.”

“아닙니다. 바쁘신데 불쑥 찾아와서 오히려 죄송스럽습니다.”

주인공의 깍듯한 대답에 알폰소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내 그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자네가 크림슨 코스트에서 무사히 귀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지만, 직접 만나자고 한 걸 보니 더 기대를 하게 되는군.”

“바쁘실 테니 간략히 보고 드리겠습니다.”

이내 화면이 두어 번 깜빡이자 알폰소의 표정이 바뀌었다. 주인공은 동굴에서 찾은 호레이쇼의 기록을 건넸다.

“그곳에서 찾은 아버지의 흔적들입니다.”

“맙소사, 그럼 호레이쇼는…! 자네 아버지는 살아있을 수도 있겠군!”

그리 기뻐하는 알폰소와 달리 주인공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게, 동굴 내부까지 샅샅이 살펴봤습니다만…”

이내 회상인 듯 회색빛 화면이 슬라이드 사진처럼 지나갔다.

“밖으로 나갈 길은 없었습니다. 바닷물이 고인 통로가 있긴 했지만 그게 외부로 이어질지는…”

주인공의 말에 알폰소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시청자들도 알폰소와 비슷한 소감을 표했다.

-Aㅏ…

-아니야! 갓버지는 살아있어! 살아있다고 말해!

-아 ㅋㅋ 부자상봉 더 극적으로 만들려는 장치네! 그치? 맞지?!

-뻔한 클리셰네 ㅋㅋㅋ 그러니까 제발 뻔하게 만들어!

이내 알폰소는 주인공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격려했다.

“희망을 가졌다면 끝까지 쥐고 있게나. 이 기록을 찾은 것만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던가.”

“…예, 말씀 감사합니다.”

주인공은 짧게 호흡을 고르고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동굴에서 찾은 장치는 아직 배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극비라고 말씀하신 만큼 운송이 필요하더라도 먼저 허락을 구해야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음, 아주 좋은 판단이었네.”

“그리고 오는 길에 레드 바이퍼, 카밀라 해적단과 조우를 했습니다만…”

이어지는 설명에 알폰소의 표정이 다시금 변했다.

“카밀라에게 아틀란티스 탐지 장치가?”

“예, 추격보다 장치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맙소사…!”

알폰소의 경악한 표정에 채팅창에 웃음이 번졌다.

-와 ㅋㅋ 이거 원래는 탐지장치가 있었습니다 정도로 끝나는 건데 ㅋㅋㅋ

-ㄹㅇㅋㅋ 카밀라 추적 퀘스트로 이어져야 되는 것인디요?

-갓플은 바로 숏컷 진입해버렸쥬?

-무친ㅋㅋㅋ 숏컷도 있었음?

-ㅇㅇ 보통 소속변경하는 고인물들이나 핵과금러들이 가는 루트임

-이게 어떻게 무과금 플레이?

-말이 안 되는 방송 : 뭐지? ㅅㅂ 버근가? / 말이 안 되는 ‘갓플’ 방송 : 게임 잘 만들었네 ㅎㅎ

-아 ㅋㅋ 퍼펙트 무과금은 된다니깐!

시청자들의 주의는 이어 들려온 알폰소의 웃음소리에 돌아갔다.

“정말, 정말 대단하네! 자네가 지금 어떤 일을 했는지 꿈에도 모를 것이야!”

“대장님…?”

주인공은 그에 흠칫했지만 알폰소는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는지 손까지 떨었다.

“그 탐지 장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나? 이제 아틀란티스 유적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일세!”

“유적…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퍼플, 자네라면 더 많은 걸 알 자격이 있어! 암, 그렇고말고!”

알폰소는 이내 누가 듣기라도 할 듯 목소리를 낮추었다.

“우리가 아틀란티스 문명을 찾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기술 때문일세. 자네도 봤으니 알 테지. 그 기술 수준은 원리조차 모를 정도로 초월적이라네.”

“예,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래, 우리에게는 그 기술이 필요하다네! 그 잃어버린 기술을 복원하지 못한다면…”

알폰소는 주인공의 어깨를 잡았다. 동기화된 이경복은 그의 손아귀 힘이 강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어 화면을 가득 채운 얼굴은 해군의 통솔자가 아니라.

“인류는, 멸종할 걸세…!”

두려움에 떠는 한 노인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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