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화 – 로스트 테크놀로지 (5)
이경복의 방송을 보는 건 비단 시청자들만이 아니었다.
퍼튜브 편집자, 최병훈은 힐끗 눈을 돌렸다.
‘현재 시청자 1.4만 명, 그리고 로그 게임즈 중계 채널에 약 6천 명 정도…’
그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이경복의 방송을 모니터링 중이었다.
<와, 어떻게 저걸 파악하시지?>
<그러니까요. 진짜 귀신같으시다니까.>
보이스 챗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니터링을 하는 사람은 그 혼자가 아니었다.
매드맨과 조대한도 함께 방송을 보고 있었다.
“여기서는 우리도 놀랐다는 식으로 자막에 물음표 넣어두면 되겠다.”
<‘뭐야 그게 무서워’ 밈도 넣으면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아, 대한 씨 그거 좋네요. 킵해둘게요.>
당연하게도 그냥 방송을 보는 건 아니었다. 보통 따로 편집할 영상이 남아 있다면 방송 후에 회의를 거치지만 지금은 여유가 있었다.
이럴 때는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며 편집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했다. 그래야만 작업 속도가 더 빨라지기 때문이었다.
‘뭐, 기본적으로는 경복이가 우리를 전적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지만.’
가장 작업을 빠르게 해주는 요인은 이경복의 신뢰였다. 편집팀, 그중에서도 팀장인 최병훈에게 전권을 위임했으니 영상 업로드에 검수과정이 생략된 덕분이었다.
<오? 매니저님 뭐야? 잘 싸우시네?>
<그러게요? 아니, 이거 운빨이 아닌데?>
이내 두 사람은 박주호의 선전에 놀라움을 표했다. 시청자들과 같은 모습에 최병훈은 헛웃음을 흘렸다.
“아, 얘가 서류업무만 줄창해서 모를 수도 있는데 몸도 꽤 잘 쓰거든.”
<그러니까. 나는 매니저님이 완전 모범생인 줄 알았는데?>
<아, 저도요. 침착한 거야 평소 성격이신데 운동신경이 좋으신데요?>
두 사람의 대답에 최병훈은 장난스럽게 혀를 찼다.
“에헤이, 그렇게 겉만 보고 사람 판단하면 안 되지. 얘 원래 중학생 때부터 경찰 공무원 준비했었다더라. 헬스는 물론이고 가산점 노리고 유도 단증도 따놨을걸?”
<아, 진짜요? 어쩐지 저번에 광고 촬영할 때 보니까 몸관리는 꾸준히 하신 것 같더라고요.>
<경찰 공무원을? 난 생각도 못 했네.>
“뭐, 그럴 수 있지. 원래 아버지 따라…”
최병훈은 무심코 말하다가 이내 입을 급히 다물었다. 그리고는 이내 헛기침을 하며 얼버무렸다.
“크흠,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본인한테 듣고. 아, 근데 이 전투씬은 약간 좀 까다롭네.”
그가 곧바로 화제를 전환하자 두 사람도 곧 집중했다.
<왜? 그림 되게 좋은데?>
<아, 사장님이 너무 빨리 처리해서요?>
“아니, 상황 자체는 좋은데 지금 무대가 너무 어둡잖아.”
최병훈도 곧바로 진지하게 편집자의 자세로 돌입했다.
“봐봐, 지금 주호가 크리스탈 들고 있어서 오히려 더 잘 보이잖아.”
<그건 그러네. 그럼… 명도를 최대로 높일까?>
“아냐, 그러면 더 힘들어져. 전체적으로 그림이 너무 화해지고 밸런스도 무너져서 안 돼.”
그는 빠르게 눈을 굴리더니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오케이, 지금 전투 자체는 짧게 끝나니까 이 씬은 임팩트만 가져가자.”
<임팩트만요?>
<어떻게?>
“오히려 어둡게 갈 거야. 경복이는 누끼 따서 윤곽선만 살짝 잡고, 시청자들 시선은 딥원 쪽으로 돌려.”
그에 두 사람이 헛숨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최병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럼 시청자들이 경복이는 어디갔나 하겠지? 그때 처음에 머스킷 격발 부분 있잖아. 이거 빛이 팍하고 터질 때 클로즈업에 슬로우 효과 잠깐 넣어서 카메라 턴! 그다음 바로 효과 풀고 이어서 검광 이펙트 추가해서 샥!”
<와… 지금 딱 그려졌다.>
“그렇지! 그리고 마지막에 딥원이 쓰러지잖아? 그때 명도 조절 원상태로 걷어내면서 경복이가 그림자에서 나오는 것처럼 연출하자.”
<아, 이거 좋네요. 진짜 임팩트만 딱!>
조대한은 진짜 만족스러운지 보이스 챗 너머로 박수 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햐, 이러니까 라이브로 봐도 퍼튜브로 다시 보는 맛이 생긴다니까요.>
익숙한 것도 새롭게.
그것이 편집팀의 역할이었다.
* * *
어느새 마지막, 5번째 방
이경복과 박주호는 전력으로 문을 향해 달려왔다. 그 뒤에는 홍수처럼 바닷물이 들이치고 있었다.
“야! 빨리!”
먼저 밖으로 뛰쳐나온 이경복이 손짓하며 소리를 높였다.
-되나? 이거 되나?
-퍼니져님 낙오각 떴냐?
-???: 나 너무 무서워! 이러다가 다 죽어! (진짜임)
-친구 버려? 찐친 버려?!
-안 되겠소! 버립시다!
시청자들도 마음을 졸이는 와중 박주호가 이를 아득 물고 몸을 날렸다.
이경복은 즉시 개폐 스위치를 눌렀다. 아슬아슬하게 박주호가 몸을 빠져나옴과 동시에 문이 닫혔다.
“흐아아…”
겨우 빠져나왔다.
박주호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힘겹게 숨을 뱉었다.
-WA! 성공!
-와씨 ㅋㅋㅋ 진짜 개쫄리넼ㅋㅋ
-수몰함정 개악랄하네 ㅋㅋㅋㅋ
-ㄹㅇㅋㅋ 갓플이 먼저 눈치 안챘음 절대 못 빠져나올 듯
-퍼파고 버리라고 한 흑우 없제?
-퍼니져님이 확인하고 바로 밴 때릴 듯ㅋㅋㅋㅋ
-매니저님!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알고보니 수몰된 건 트수들이었구연?
시청자들도 이내 안도했다.
반면 이경복은 만면에 미소를 띠며 박주호에게 말했다.
“야, 방마다 이벤트가 다르니까 재미있지 않냐? 여러분도 유적 탐사는 꼭 해보세요.”
그에 시청자들은 물론 박주호도 헛웃음을 흘렸다. 그는 몸을 추스르며 대답했다.
“그 아이템, 위험 감수할만했다고 말해줘라.”
“아, 맞네. 득템하려고 들어간 거였지.”
이경복이 깜빡했다는 듯 말하자 시청자들도 웃음을 흘렸다.
-아 ㅋㅋ 템보다 탈출이 더 재밌었다고 ㅋㅋㅋㅋ
-찐친이 옆에서 꽁무니 빼는 거 어케 참음?
-ㄹㅇㅋㅋ 그게 더 중요하다 이마리야
-퍼파고피셜 재미에 미친 사람 수듄ㅋㅋㅋㅋ
이내 이경복은 획득한 아이템 정보를 띄웠다.
“R등급 아틀란티스 물대포 설계도야.”
그 말에 박주호의 눈이 빠르게 돌아갔다.
“흠, 심해고래만큼의 위력까지는 아니지만 고수압 물줄기로 포탄을 막는 용도로군. 등급이 좀 낮은 게 아쉽네.”
선박을 개조해 일반 대포 대신 쓸 수 있는 방어용 부품이었다. 그렇게 좋은 수확 같지는 않았지만 시청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아틀란티스제 부품이 떴다고?
-캬 ㅋㅋ 역시 심층간 보람이 있는 거시구요?
-혀엉! 이거 진짜 완전 대박임!
-ㄹㅇㅋㅋ 아틀란티스제는 경매장에 매물 올라오면 과금러들이 싹 쓸어감
-이거 등급 자체는 낮은데 획득 루트도 한정되고 개수도 적어서 돈 있어도 못 구함
게임에 대해 아는 시청자들의 증언에 일반 시청자들도 덩달아 즐거워할 수 있었다.
-오 ㅋㅋ 레어라서 아쉬울 뻔했자너 ㅋㅋㅋ
-운지컬이 또 이렇게 무섭습니다!
-그럼 경매장 판매 ㄱㄱ?
-매니저님 쓰셔도 될 듯 ㅋㅋㅋ
-정작 갓플한테는 필요 없는 물건임 ㅋㅋㅋㅋㅋ
-???: 드리프트로 피하면 되는데 왜 물대포를?
-장비빨이 필요 없는 퍼펙트 무과금 수듄ㅋㅋㅋ
이경복은 쏟아지는 채팅에 웃으며 손뼉을 가볍게 쳤다.
“좋습니다. 이 설계도를 어떻게 할지는 나가서 생각해보도록 하고요. 이제 5번째 방까지 다 둘러봤거든요? 이제 스토리 진행만 남은 것 같습니다.”
주의를 돌린 그는 통로 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확인한, 통로 양쪽에 놓인 문과 달리 통로 높이만 한 문이 있었다.
“안에 들어가면 될 것 같네.”
“그렇지. 그럼 바로 이어서 가볼게요.”
-아니 ㅋㅋㅋ 퍼니져님 숨 좀 돌리자구욧!
-5252, 블랙기업에게 휴식따윈 사치입니다만?
-오히려 퍼파고가 먼저 가자고 함ㅋㅋㅋㅋ
-아아, 그게 바로 블랙직원이니까
두 사람이 문에 접근하자 예상대로 컷신으로 진입했다.
전환된 화면 속 주인공은 딥원을 베어내고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지친 듯 벽에 등을 기대며 비틀거렸다.
-갑자기 괴리감 무엇?
-갓플 방송에서는 일상입니다만?
-ㄹㅇㅋㅋ 갓플 플레이랑 컷신 플레이가 다른 게 정상이라구웃!
-이 겜은 시스템은 이어지는데 컷신은 안 이어지네 ㅋㅋㅋㅋ
-사실 그대로 이어지는 게 잘 만든거지 컷신 따로 준비한 게 못 만든 건 아님
시청자들이 그에 웃는 사이 주인공은 숨을 고르고 문 안으로 들어섰다.
육중한 문소리와 함께 열린 내부는 통로와 다르게 꽤 넓은 곳이었다.
“여기는…?”
주인공은 주변을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조용히 귀를 기울이던 그는 안전하다 판단했는지 크리스탈을 높이 들었다.
-오? 뭐야?
-여기가 끝이 아니네?
-계단 발견!
-아 근데 아래쪽은 완전 물에 잠겨버렸고?
푸른빛에 수면이 반짝거렸다. 그 아래에는 더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보였다.
“잠수해도 어렵겠군.”
그러나 그 깊이를 가늠할 수는 없었다. 주인공은 계단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뭔가 찾을 수 있는 건…”
그는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내 그의 눈이 커지더니 다급한 발걸음으로 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크리스탈을 끼울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오? 뭐임?
-아틀란티스 테크 ON!
-이거 지도인가?
-아, 근데 중간이 끊어져 있네
크리스탈에서 나온 푸른빛이 벽면을 따라 뻗어져 나갔다. 그러나 일부는 뭔가 문제가 있는 듯 중간이 끊어졌다.
주인공은 전체적인 그림을 보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이건, 분명…!”
이내 그는 다급히 품을 뒤져 호레이쇼의 기록을 하나 꺼냈다. 해도와는 일치하는 곳이 없었던 지도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여기다. 이 지도는 유적을 나타내는 거였어…!”
그는 호레이쇼의 기록과 푸른빛으로 이루어진 지도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러나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다른 이유로 놀랐다. 생소했어야 할 그 유적 지도가 이상하게 친숙했기 때문이었다.
“여러분, 이거 저만 노선도처럼 보이나요?”
-오 ㅋㅋㅋ 나도 보자마자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거능 빼박 노선도거등요?
-와… 이거 유적이 아틀란티스의 정거장 같은 건가보네
-해저 대중교통 같은 느낌적인 느낌
-지하철은 아니고 해저철도 같은 걸지도?
-이거는 그냥 개발사가 대놓고 알아달라는 거지 ㅋㅋㅋㅋ
묘하게도 주인공을 제외한 모두가 그 정체를 짐작해냈다. 개발사의 의도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 중앙이 아틀란티스일지도.”
주인공은 심각한 표정으로 노선도를 바라보았다. 그 중앙에는 다른 곳과 달리 유독 큰 기호가 그려져 있었다.
“이 지도를 따라가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려면 이 부분을 채워야 되는데…”
문제는 그 중간 연결지점을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쩌면 다른 제조 장치에서 빈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거야.”
-오 ㅋㅋ 그러네
-마침 탐지 장치도 손에 넣은 거시고요?
-상황이 딱딱 맞아 떨어져 버리기 ㅋㅋㅋㅋ
-스토리가 술술 풀려가고 있다 이마리야
-혹시 갓버지도 해저 대중교통 발견해서 살아있을 수도?
-제발 그랬으며뉴ㅠㅠㅠ
시청자들이 그에 안심하는 사이였다. 이경복은 다른 곳에 집중해야 했다.
‘그냥 넘어가는 컷신은 아니네.’
아래쪽에서 위협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다수였다.
‘딥원은 아니고, 새로운 적인가.’
그 정도로 보아 딥원과는 달랐다. 이윽고 컷신 속 상황도 달라졌다.
-?
-뭐임?
-물이 차오르는데?
-헐? 여기도 수몰 함정이?
물에 잠긴 계단 쪽에서 서서히 물이 차오르는 게 보였다. 이윽고 화면은 마치 누군가 주인공을 훔쳐보는 듯한 시점으로 전환됐다.
그에 시청자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주인공도 곧 변화를 인지했다.
“물?”
찰박거리는 물소리에 그가 무심코 뒤로 물러난 순간이었다. 쏵하는 소리와 함께 거센 물줄기가 그가 있던 곳에 부딪쳤다.
“뭣…!”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었다. 그대로 벽이 파손되며 파편이 튀어오르고 노선도가 사라졌다.
주인공은 신속히 무기를 꺼내며 몸을 피했다. 그 사이 촤악하는 물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돌아갔다.
“씨 위치…!?”
바다의 마녀, ‘씨 위치’.
물속에서 나타난 건 문어와 오징어 같은 두족류 머리의 괴인들이었다. 놀랍게도 놈들은 촉수로 크리스탈이 박힌 총기를 들고 있었다.
“마법을 부린다더니 이제야 알겠군.”
주인공은 그제야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내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와 함께 컷신이 끝났다.
-산낙지맨들 무엇?
-어이 김씨! 얼른 초장 가져와!
-5252, 물총 놀이라도 할 셈이냐구웃!
-아니 저정도면 공업용이잖슴ㅋㅋㅋㅋ
-뭐예요? 우리도 그 총 줘요!
씨 위치들은 이경복과 박주호가 숨어있는 엄폐물에 고압수를 발사했다. 마치 레이저처럼 엄폐물이 깎이며 파편을 흩뿌렸다.
두 사람은 즉시 대응사격을 하며 상황을 분석했다.
“물이 계속 차고 있다. 아무래도 시간제한이 있는 것 같은데.”
“어, 단순히 시간 쫓기는 게 아니라 페널티가 붙는 거네.”
-페널티?
-아 맞네 ㅅㅂ 총기가 젖어버리면 못 쓰잖슴!
-이거 나중에 가면 움직이기도 버거워지겠는데?
-???: 머뭇거릴 틈이 없다!(진짜)
-그 와중에 우리 형 원샷 원킬 ㅋㅋㅋㅋ
이경복이 정확한 조준으로 씨 위치의 숫자를 줄였지만 문제는 장전 시간이었다.
“으음, 한 번 장전하는데 10초 정도 걸리네.”
“기본 장비라서 그런 것 같다. 시간이 빠듯한데, 역시 장비를 갖추고 왔어야 했나…”
박주호의 말에 시청자들도 공감했다.
-역시 최고난이도다운 모습이구연?
-다른 난이도 했으면 뭐 달라짐?
-ㅇㅇ 나는 이지로 갔는데 그냥 딥원 나왔었음
-아 하드모드라 씨위치가 나온 거?
-난 겜하는데도 몰랐네 ㅋㅋㅋㅋ
-아니 ㅋㅋ 애초에 스토리 밀면서 최고 난이도로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구욬ㅋㅋㅋ
-시스템 유지 뭐냐곸ㅋㅋㅋㅋ
-근데 진짜 어캄? 쟤들은 무한 장전이잖슴?
-기본 장비로 클리어 가능?
시청자들이 우려하는 사이 이경복이 박주호에게 말했다.
“이거 총만 쓰면 시간 못 맞추겠다. 근접전으로 가야겠어.”
“저걸 상대로 근접전을?”
“야야, 괜찮아. 너 방탄갑이라 안 죽어.”
장전시간을 포함한 처리 속도를 고려한 판단이었다. 검으로 찔러 죽이는 편이 더 확실했다.
-???: 괜찮아, 안죽어
-남자 유언 1순위 바로 나오는 거보소 ㅋㅋㅋ
-???: 어휴 ㅂㅅ들 나와봐
-???: 설마 죽겠냐 ㅋㅋ
-???: 그럼 죽지 뭐
-근데 갓플은 진짜 안 죽을듯ㅋㅋㅋ
박주호의 눈이 빠르게 흔들렸다. 이내 그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 되물었다.
“근데 너는? 아무리 너라도 물이 더 차면 힘들 것 같은데?”
어느새 물은 무릎 아래까지 차올랐다. 그냥 나아가는 것도 꽤 힘이 들 상황이 아닌가.
“설마…”
이내 그는 뭔가 떠오른 듯 눈을 크게 떴다.
“진짜로 프렌드 쉴드를?”
이경복은 그에 실소를 흘리더니 곧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생각을 안 한 건 아닌데, 너 들고 방향 바꾸는 게 더 힘들어서 비효율적이야.”
-퍼니져님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냐고 ㅋㅋㅋ
-의외의 포인트에서 터지네 ㅅㅂㅋㅋㅋㅋ
-역시 퍼피셜 삐돌이 답쥬?
-헉!
-???: 방탄갑 줄 때부터 촉이 왔다니깐!
-근데 다른 방법 있나?
-쉴드가 아니라 걍 미끼로 쓰려는 건?
-엌ㅋㅋㅋ 킹능성 있구연?
시청자들이 웃음과 더불어 박주호의 용도(?)를 추측하는 와중 이경복이 재촉했다.
“설명할 시간 없어. 1인분만 해라. 신호주면 나간다.”
“알았다.”
“…지금!”
그의 신호에 맞추어 두 사람은 동시에 양쪽으로 뛰쳐나갔다. 이에 씨 위치의 조준이 양옆으로 갈렸다.
-??????
-헐?
-무친ㅋㅋㅋㅋ
-이 형은 진짴ㅋㅋㅋ
빗발치는 씨 위치의 사격 속에서 시청자들은 이경복의 대처법을 보고 감탄을 터트렸다.
아니, 처음부터 이경복밖에 볼 수 없었다. 그에게서 빛이 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씨 위치의 사격도 대부분 그에게 집중되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이경복을 해할 수는 없었다.
-와 ㅋㅋㅋ 저걸 방패로 쓰네
-아니;;; 저걸로 어케 막음?
-(게말콘)(게말콘)(게말콘)
-반응속도랑 정확도 뭔데에에에!
-그 와중에 물 튀면서 반짝이는 거 존멋ㅋㅋ
-화려한 조명이 나를 싹 감싸버리고?
-근데 크리스탈 안 깨짐?
이경복은 손에 든 크리스탈로 정확히 물줄기를 막아냈다. 사방으로 분산하는 물방울들과 크리스탈의 푸른빛이 어우러졌다.
이경복은 그대로 도약해 씨 위치 하나를 커틀러스로 찔렀다.
“다들 잊으신 건 아니죠?”
그는 여유롭게 재차 쏘아지는 고압수를 막아내며 웃음지었다.
“퀘템은 소실되지 않는다는 거.”
그가 들고 있는 크리스탈은 스토리 진행을 위해 필수였다. 때문에 크리스탈은 깨지지 않는다.
아니, 깨질 수가 없다.
“방탄갑이 없으면 이걸 쓰시면 됩니다.”
달리 말하면.
-절.대.방.어.해
-혀엉? 그걸 맞출 수 있는지가 먼저 아니야?
-아닠ㅋㅋ 누가 저걸 방템으로 쓸 생각을 하냐곸ㅋㅋㅋ
-알고 보니 개발사가 무과금러한테 방템을 준 거였쥬?
-아틀란티스의 기술력은 대체?
크리스탈의 방어력은 무한이라는 뜻이었다.
-퍼펙트 무과금만 쓸 수 있습니다만?
-혀엉? 착용조건이 퍼지컬이면 넘 빡센 거 아니야?
-야씨 ㅋㅋㅋ 이건 아틀란티스 기술이 뛰어난 게 아니라 갓플 기술이 좋은 거잖슴!
물론 어디까지나 쓸 수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