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화 – 로스트 테크놀로지 (6)
별빛이 흐른다.
이경복의 활약을 본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표현이었다.
허벅지까지 차오른 물은 그가 움직일 때마다 기뻐하듯 튀어 올랐다. 알알이 흩어진 물방울들은 그의 손에 쥐어진 크리스탈 빛을 반사하며 밤하늘의 별처럼 빛났다.
-이 형은 뭘 해도 그림이 나오네 ㅋㅋㅋㅋㅋ
-고압수 갈라지면서 빛 받는 것도 미쳤음
-속보) 미국 근대미술관, 긴급공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대신 퍼플의 방송 캡쳐 전시하기로.’
-이걸 왜 전시해 ㅅㅂㅋㅋㅋ
-2보) 고흐, 충격에 울음 터트려 ‘고흐흑 고흐흑’
-2보 ㅁㅊ 이거는 진짜 광기네 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의 활약에 마음 편히 채팅을 쳤다. 하지만 아무리 그라고 해도 모든 씨 위치를 처리할 수는 없었다.
-???
-혀엉! 뒤! 뒤!
-뒤에 하나!
-통수조심!
이경복의 뒤를 노리며 씨 위치 하나가 조준을 마쳤다. 막 하나를 처리한 터라 미처 대응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여유로웠다.
‘너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나?’
지금 싸우는 건 그만이 아니었다. 이경복은 돌아보지 않고도 씨 위치 뒤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통해 결말을 예측했다.
“겨우 1인분은 했군.”
-퍼니져 어시 좋았고?
-아 맞다ㅋ 매니저님도 있었지
-5252, 믿고 있었다구웃!(사실 까먹음)
-어두워서 잘 안보였음 ㅎㅎ ㅋㅋ ㅈㅅ;
수면 위로 넘어지는 씨 위치 뒤로 박주호가 말했다.
“내가 하나 처리하는 동안 이렇게나 많이…”
그는 이경복 주위에 둥둥 떠다니는 시체들을 훑어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확실히 화면 너머로 보는 거랑 직접 보는 건 다르긴 하네.”
이경복이 그에 실소를 흘렸다. 박주호가 처리한 놈이 마지막이었는지 바로 화면이 전환됐다. 컷신 시작에 모두가 주의를 돌렸다.
“후우, 후우…”
주인공은 숨을 고르며 눈을 돌렸다. 들어왔던 통로 쪽도 물에 잠겨 있는 상황이었다.
이윽고 촤악하는 물소리와 함께 씨 위치들이 더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이대로는 기지 전체가 위험해지겠어…!”
주인공은 이를 악다물었다. 그는 이내 쏟아지는 고압수를 피해 잠수하듯 몸을 낮추었다.
빗발치는 고압수를 피해 문에 도착한 그는 다급히 개폐 스위치를 눌렀다.
“어서!”
그러나 이미 차오른 물 때문인지 문이 닫히는 속도는 무척이나 더뎠다. 닫히는 문 사이로 씨 위치들이 추격해오는 모습이 보였다.
무척이나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갓플이 한 거 보고 바로 이어서보니까 긴장이 안되네 ㅋㅋㅋㅋ
-아 ㅋㅋ 올 테면 와보라고요
-오히려 좁은 곳에서 싸우니까 더 쉽쥬?
-문 안 닫혀도 되는 거 아님?(진짜 모름)
시청자들은 무척이나 느긋했다.
그래도 다행히(?) 간발의 차를 두고 문은 굳건히 닫혔다. 주인공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승강기로 돌아섰다.
“조금… 쉬어야겠어.”
그는 크리스탈로 승강기를 작동시키고는 이내 탈진하듯 쓰러졌다.
이경복도 그 모습에 장난스럽게 멘트를 던졌다.
“아, 이거는 제가 봐도 좀 엄살이 심하지 않나 싶네요. 그렇게 힘든 싸움은 아니었는데.”
-할 말은 한다! 퍼카콜라!
-숙제방송에서 이 정도의 디스를?
-진짜로 거뜬했는데 어떻게 하쉴?
-아 ㅋㅋ 퍼펙트 컷신 따로 만들어달라구요 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웃는 사이 화면이 전환됐다. 두어 번 길게 깜빡이는가 싶더니 누워있던 주인공의 모습이 보였다.
“으음, 여기는…?”
깨어난 주인공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더니 몸을 일으켰다. 이내 문이 열리며 들어오던 의무병이 그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퍼, 퍼플 님! 깨어나셨습니까!?”
“아…”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바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의무병은 부리나케 사라졌다.
“그래도 무사히 빠져나온 건가.”
주인공이 중얼거리는 사이 문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전초기지 지휘관이 들어오나 싶었는데.
“퍼플! 무사한가!?”
눈앞에 나타난 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
-대장님?
-무친 ㅋㅋ 군수저 클라슼ㅋㅋㅋ
-이게 다 갓버지 덕분이다 이마리야
알폰소의 등장에 놀란 건 시청자만이 아니었다. 주인공 역시 급히 일어나 경례 자세를 취하려 했다.
“아니, 지금 날 환자에게 경례나 받는 사람으로 만들 셈인가?”
“아, 아닙니다.”
“농담일세. 그래도 반응을 보니 괜찮은 모양이로군. 정말 다행이야…”
알폰소는 미소를 보이다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식겁했어. 호레이쇼에 이어 자네까지 잃게 되는 줄만 알았으니까.”
“바쁘신 와중에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아닐세. 그리고 자네 상태만 보자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기도 하고.”
알폰소는 침상 옆에 있던 의자에 앉으며 손짓했다. 주인공도 그에 마주 자리를 잡았다.
“미싱 링크가 침수됐다는 보고를 들었네. 그래서 직접 상황을 확인하고자 온 거야.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시기가…”
알폰소는 잠시 말을 멈추고 주인공의 표정을 살폈다.
“공교롭게도 자네가 유적에 진입하고 난 후라더군. 발견 당시 자네 상태도 그렇고… 이에 대해 해줄 말이 있는가?”
“그것이…”
주인공은 이에 입을 열었다. 화면이 깜빡이더니 알폰소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호레이쇼가 남긴 기록에 있던 지도가?”
“예, 유적에서 발견한 지도와 일치했습니다.”
“게다가 그 지도가 아틀란티스로 향하는 지도일지도 모른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저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가동시킨 그 장치가 유적의 수문을 연 것 같습니다.”
알폰소는 심각한 표정으로 제 수염을 매만졌다. 빠르게 움직이는 그 두 눈동자는 많은 생각이 교차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내 그는 숨을 훅 뱉고는 주인공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했네. 너무 마음 쓰지는 말게나.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침수는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는 뜻이겠지.”
“…감사합니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구먼. 그 아틀란티스 지도가 사라졌다니…”
알폰소의 말에 시청자들도 동감했다.
-스토리 장소는 완전히 침수돼서 다시 못 가는 거?
-해군에게 킹시보기가 있었더라면…!
-ㄹㅇㅋㅋ 다시보기 있었으면 바로 확인 가능한데
-트라이 킹시보기 없어지면 트수들도 곤란하다 이마리야
주인공은 잠시 눈을 굴리더니 곧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지도,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해서 눈여겨보았습니다.”
그는 허언이 아니라는 듯 바로 일어나 펜과 종이를 찾았다. 이어 그의 손이 주저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걸 보자마자 기억했다고?
-사관학교 수석 수듄 ㅋㅋㅋㅋ
-5252, 갓플의 형상기억능력이 전이된 거냐구웃!
-엌ㅋㅋ 생각해보니 이 형도 기억하고 있겠네 ㅋㅋㅋ
올라오는 채팅에 이경복은 굳이 답하지 않았다. 이내 주인공이 지도를 보이자 알폰소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정말 놀랍군!”
“비어있는 부분은 다른 제조 장치를 찾으면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 안 좋은 소식만 기대했는데 이거 정말 뜻밖일세!”
그는 이내 주인공을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다면 바로 그 탐색장치를 가동할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저도 빨리 확인하고 싶습니다.”
“음, 그럼 자네 배로 가보세.”
그 말과 함께 장소가 뒤바뀌었다. 두 사람은 주인공의 선장실에 도착해 있었다.
“이 장치로구먼. 여기, 크리스탈을 끼워보게나.”
알폰소가 크리스탈을 건네자 주인공이 바로 탐색 장치에 끼웠다. 장치 겉면을 따라 빛이 차오르더니 곧 끝으로 투사되었다.
“오, 스캔 같은 건가 봅니다.”
이경복이 감상을 표했다.
탐색 장치에서 투사된 빛은 제조 장치를 훑더니 곧 응축되었다. 이어 빛이 허공에 터지더니 홀로그램처럼 지도를 투사했다.
“이게 아틀란티스의 기술…!”
“이것은…!?”
주인공은 그 기술 수준에 놀랐지만 알폰소가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지도에 표기된 지점을 가리키며 주인공을 돌아봤다.
“이곳은, 이곳은 세라자드 상회인데?”
“세라자드? 그 무역상 말씀이십니까?”
세라자드라는 이름에 주인공은 물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떴다.
-세눈나가 여기서?
-옼ㅋㅋㅋ 세눈나도 제조장치 갖고 있었던 거?
-본부에서 괜히 나온 게 아니었고?
알폰소는 이내 주변을 살피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라자드는 무역상 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다네. 그런 그녀가 어떻게 본부와 거래를 하게 됐겠는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주인공이 그에 되묻다가 이내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아틀란티스에 대해 아는 게 있군요?”
“자네가 헛똑똑이가 아니라서 다행이군. 그 생각대로야. 세라자드는 자신에게 아틀란티스에 대한 정보가 적힌 고대문헌이 있다고 주장했네.”
“고대문헌이요?”
“그래, 그 문헌을 거래 조건으로 내세웠지. 일단 아틀란티스에 대해 알고 있으니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지.”
알폰소는 그리 말하며 기억을 더듬듯 눈을 굴렸다.
“하지만 아직 확신할 수가 없었어. 아틀란티스는 전설로나마 민간에 전승되기도 하곤 했으니 말이야. 그래서 그 문헌의 사본을 제공해주면 거래를 하기로 했다네.”
“그런데 이제 보니 문헌만이 아니라 제조 장치까지 소유하고 있다는 거로군요.”
“그렇겠지. 그러니 세라자드의 말이 거짓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겠군.”
알폰소는 고개를 주억거리다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주인공을 돌아봤다.
“퍼플, 이제 막 깨어난 자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일을 맡아주었으면 하네.”
“세라자드와의 거래 말씀이십니까?”
“자네가 그녀와 안면이 있는 것으로 아네. 상회를 방문해 그 문헌을 가지고 돌아와 주지 않겠는가? 지금까지의 활약을 보면 자네만 한 적임자가 없어.”
그 말에 주인공은 자세를 바로 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장님의 신뢰에 반드시 응하겠습니다.”
그의 경례와 함께 화면이 암전됐다.
“다음 목적지는 세라자드 상회 같군.”
“그러게. 슬슬 라이벌들이랑 얽히네.”
컷신이 끝나자 박주호와 이경복도 선장실로 돌아왔다.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시청자들의 주의를 돌렸다.
“이제 슬슬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거 같네요. 그럼 바로 이어서 출발해보겠습니다!”
* * *
두 사람은 바로 세라자드 상회로 향하지 않았다. 유적과 가까운 보급항에 정박한 두 사람은 항구 지도를 펼쳤다.
“아, 경매장 여기 있네.”
바로 유적 탐사로 얻은 아이템을 처분하기 위해서였다. 이경복과 박주호는 5개의 방을 돌며 크리스탈과 돈, 희귀재료 그리고.
“이게 말이 됨?”
퍼무새의 코스츔 아이템을 얻었다. 이경복의 어깨 위에 앉은 퍼무새는 그와 같이 백색의 해군 제복을 입고 있었다.
-바로 따라가려고 붙는 거 보소 ㅋㅋㅋ
-제복 커플룩 넘모 커여운 거시고요?
-퍼무새 카와이!
-안 그래도 커여운데 더 커여워짐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퍼무새를 보며 흐뭇해했다. 이경복도 마찬가지였지만 퍼무새와 노는 건 항해 중일 때 해도 충분했다.
‘경매장 소개도 해야 하니.’
유적에서 얻은 아틀란티스 물대포 설계도의 처분이 보급항을 찾은 주 이유였다. 시세를 알아야 팔지 자기가 쓸지 결정하지 않겠나.
그는 검지로 퍼무새의 머리를 매만져주며 말했다.
“나중에 불러줄 테니까 배로 돌아가 있어.”
퍼무새는 알아들었다는 듯 몸을 흔들더니 범선 쪽으로 날아올랐다.
“자, 경매장에 가서 설계도 시세 한 번 확인해볼게요. 꽤 비싸다고 몇몇 분들이 말씀을 주셨는데 얼마나 할지 기대가 되네요!”
두 사람은 바로 경매장에 도착해 메뉴를 살폈다.
-메뉴가 딱 경매장의 정석이네 ㅋㅋㅋ
-다 아는 인터페이스구먼
-카테고리랑 등급이랑 검색이면 충분하다구웃!
-즉.시.검.색
이경복은 인벤토리에서 설계도를 꺼내 메뉴에 올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검색 결과가 하나도 없었다.
“어? 뭐 실수했나?”
뭘 잘못했나 싶었지만 박주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실수는 아니야. 지금 매물이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
그는 직접 검색어를 넣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교차 검증까지 했으니 상황은 확실했다.
-오 ㅋㅋ 찐 희귀템이넼ㅋㅋ
-매물이 하나도 없을 정도면 뭨ㅋㅋㅋ
-이러면 부르는 게 값인 거 아님?
-ㄹㅇㅋㅋ 백지수표 아니냐구욬ㅋㅋㅋ
-절.대.부.자.해
-아니 ㅋㅋㅋ 근데 대충 얼만지는 알아야 팔지 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자기 일처럼 즐거워했다. 그러나 시세를 가늠할 다른 매물이 전혀 없으니 상황이 너무 막막하지 않나.
“다행히 지난 낙찰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오? 그러네? 크으, 여러분 보셨습니까? 이미 다 준비가 되어 있어요!”
박주호가 최근 낙찰 목록을 펼치자 이경복이 가볍게 멘트를 던졌다.
시청자들은 그에 웃다가 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씨 ㅋㅋ 뒤에 0이 몇 개 붙은 겈ㅋㅋㅋㅋ
-이정도면 퍼펙트 흥정으로 얻은 수익보다 나은데?
-아 ㅋㅋ 무역 왜함? 대박 한번 터트리고 말지!
-갓플은 둘 다 할 수 있는데요?
-아무고토 못하는 건 가만히 있는 에붕이였구연?
최근 낙찰가가 예상을 뛰어넘는 고가였다. 그에 시청자들이 웃는 와중 한 채팅이 이경복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ㅅㅂ 이거 현으로 20만원은 받을 수 있음 ㅋㅋㅋㅋㅋ
수많은 채팅이었지만 이경복은 볼 수 있었다.
‘현 거래는 좀…’
암암리에 이루어진다고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아이템의 현금 거래는 용인되지 않는다.
순간 어떻게 할까 고민했지만 다행히도 NEVER의 채팅 검수는 그리 허술하지 않았다.
-<관리자가 삭제한 메시지입니다 (밴 99년)>
시청자들은 한 박자 늦게 그 처리 결과에 관심을 보였다.
-?
-뭔지 모르지만 키보드에서 손 떼!
-ㄴㄴ 쌀먹 검거된 거 ㅋㅋㅋ
-아닠ㅋㅋㅋ 숙제방송에서 쌀먹언급 뭔뎈ㅋㅋㅋ
-능지이슈 ㅋㅋㅋㅋ
-99년 밴 ㅋㅋㅋㅋ 인생 전체 손햌ㅋㅋㅋㅋ
-응~ 너는 이제 갓플 방송 라이브로 못 봐!
-선 넘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ㅋㅋㅋ
이경복은 가볍게 헛기침으로 주의를 돌렸다. 굳이 그 화제에 집중하게 놔둘 필요가 없었다.
“크흠, 이거 막상 가격 보니까 고민이 되긴 하네요. 이렇게 비싸게 주고 사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그는 박주호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거 우리가 써서 제작법 배우고 물대포 만들어서 파는 게 더 이득 아냐?”
“흠, 그런 방법도 있긴 하겠네. 잠깐 계산 좀.”
박주호는 바로 계산기를 불러와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퍼파고 ON!
-바로 데이터 연산 들어가쥬?
-아니 ㅋㅋ 퍼니져님도 뉴비 아님? 어케 계산을 함?
-5252, 퍼펙트 매니저를 얕보지 말라구웃!
-퍼니져님도 눈 돌아가는 게 예사롭지 않은데?
-HOXY 입사조건이 퍼펙트 아이인가요?
-근데 생각해보면 편집자님도 편집안이 지리긴 하던데?
-어? 찐짠가?
그 사이 이경복이 오디오를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는 와중이었다.
“음, 손익분기점 넘기려면 한 500개는 팔아야겠는데?”
“어… 뭐라고?”
돌아온 대답에 이경복은 눈을 껌뻑였다. 계산 시간이 너무 빠르지 않나?
“각 잡고 500개 팔 거 아니면 접는 게 낫다는 거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
“단순한 계산이지. 비용 대비 이윤과 최근 낙찰가를 비교하면 되는 건데.”
박주호는 그리 말하며 손을 움직였다. 그는 경매장 메뉴를 여러 개 띄우더니 입을 열었다.
“제작은 공짜가 아니다. 이쪽은 제작에 필요한 재료고, 여기는 완성품인 물대포의 현재 가격이다. 재료를 직접 수급하는 건 시간을 갈아야 하는 일이니 제외했지.”
“아, 맞아. 직접 구해서 만들려면 오래 걸리지.”
“그마저도 아틀란티스 장비 재료는 매물이 적어서 시간이 아주 안 드는 것도 아니다.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솔직히 추천하고 싶지 않다.”
술술 나오는 설명에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탄사를 흘렸다.
-뭐예요!? 왜 진짜 분석했어요!?
-퍼파고 수준 무엇?
-퍼니져님 찐 능력자셨네 ㅎㄷㄷ
-왘ㅋㅋㅋ 이정도는 되어야 갓플 매니저 하는구나 ㅋㅋㅋㅋ
-퍼펙트 스마트 미쳤쥬?
이경복은 친구 칭찬에 흐뭇하면서도 이내 의문을 떠올렸다.
“아니, 잠깐. 그렇게 비효율적인데 이걸 왜 사는 거야? 그것도 그렇게 비싼 돈 주고?”
“그 사람들은 무역상 플레이어들이다. 우리랑 조건이 달라.”
“조건?”
“무역상은 경매장 수수료가 낮거든. 100개 정도만 팔아도 손익분기점을 넘길 거다.”
“아, 수수료가 있구나.”
이경복은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손뼉을 쳤다.
“자, 설명 같이 들으셨죠? 보다시피 경매장은 무역상의 전쟁터입니다. 이거는 뭐 피지컬로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네요. 그러니까 저는 파는 걸로 하겠습니다!”
-현명춬ㅋㅋㅋㅋ
-숫자싸움은 퍼파고나 하는 거라구웃!
-갓플은… 숫자에 약하다… 메모…
-퍼니져님 데려오길 잘했네 ㅋㅋㅋㅋ
-ㄹㅇㅋㅋ 퍼파고 없었으면 창조손해각이었쥬?
-혀엉!? 그럼 얼마에 올릴 거야!?
이경복은 올라오는 채팅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경매장 카테고리 보면서 든 생각이 있거든요?”
이번에는 그가 손을 움직였다. 여러 아이템 카테고리 중 범선에 손가락이 닿았다.
이어 나온 매물 목록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어? 뭐임? 3성 이하만 나오는 거 아님?
-그냥 주르륵 다 나오네?
-헉!
-방송사고각?
-방송사고는 뭔ㅋㅋㅋㅋ
-정렬 시스템 문제 있는 거 아님?
이경복은 손을 내저었다.
당연하게도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아, 역시 예상대로네요. 경매장은 플레이어간 거래라서 명성 제한이 없을 것 같더라니까요.”
조선소에서 범선을 구입할 때는 명성에 제한이 있다. 그러나 경매장은 다르다.
이경복은 필터 기준을 ‘5성 범선’으로 설정하며 웃었다.
“라이벌 만나러 가는데 좀 좋은 걸 타고 가야 하지 않겠어요?”
그는 웃으며 범선 2개를 택했다. 샤크테일의 상위 티어인 샤크티스와 터틀락의 상위 티어인 터틀쉘이었다.
“신상 뽑을 가격에 맞춰보겠습니다.”
그의 선언에 채팅창은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바로 5성 갈아타기 무엇?
-2일차 플레이에 5성 범선 2개를 타는 스머가 이따!?
-게다가 무과금ㅋㅋㅋㅋㅋㅋㅋ
-퍼무새 나와주세요!
-(게말콘)(게말콘)(게말콘)
-과금러들 현타 오는 소리가 들린다 들려!
-아 ㅋㅋ 꼬우면 2일차에 유적 최고난이도로 돌고 운지컬도 갖추시라고요 ㅋㅋㅋ
시청자들은 이경복과 과금러들의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과금러들은 돈을 써서 실력이 상승할 환경을 갖추지만.
-과금러는 강해지려고 과금을 하지만 갓플은 그 반대쥬?
-ㄹㅇㅋㅋ 돈 써서 실력 키우는 거는 킹반인들이나 하는 거거등요?
-아 ㅋㅋ 이미 실력이 쩔어서 오히려 돈이 들어온다고!
이미 실력이 뛰어난 이경복은 그 환경이 뒤따라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