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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57화 (357/491)

357화 – 로스트 테크놀로지 (7)

경매장에서 자금을 마련한 이경복은 곧바로 5성 범선을 구입했다.

“오, 여기는 생각보다 분위기가 괜찮네요.”

목적지인 세라자드 상회에 도착한 이경복은 항구 마을을 둘러보며 간단히 소감을 표했다.

“해군 본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꽤 잘 산다는 느낌이 드는군.”

뒤따라 부두에 내린 박주호도 한 마디를 덧붙였다. 마을 규모는 작았지만 해군 본부 보다 도로나 건물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건물에 거의 다 세라자드 상회 깃발이 꽂혀있네?

-세눈나가 완전히 장악해버린 거시고요?

-역시 돈인가? 돈이 최고인 거신가!?

-아니 ㅋㅋ 돈도 돈인데 이건 운영을 잘하는 거임

-ㄹㅇㅋㅋ 에붕이들한테 돈 주면 다 말아먹을 듯

시청자들도 동감하는 와중 두 사람은 걸음을 옮겼다.

“일단 상회 본부로… 아? 바로 컷신이 나오네요.”

부두를 나서자마자 화면이 전환됐다. 주인공 역시 상회 본부로 방향을 잡았다.

“뭐지?”

가는 도중 웅성거리는 소음에 주인공의 눈이 돌아갔다. 그 끝에는 여러 사람들이 뭉쳐있었다.

“세라자드 님, 이거 한 번 드셔보셔요!”

“세라자드 님! 저번에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상회에서 재고를 처리해주신 덕분에 한 숨 돌렸습니다.”

그 중심에는 세라자드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사람들의 인사와 감사에 화답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아, 이제 곧 양모를 들여오려고 하는데 일정 괜찮으시죠?”

단순히 답변에 그치지 않고 그녀는 다음 계획까지 간단히 의견을 나누었다.

이윽고 그녀와 주인공의 시선이 마주쳤다. 세라자드의 눈동자가 순간 커졌지만 이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5252, 보자마자 웃음이 나와버리는 거냐구웃!

-갓플이라 넘모 자연스러운 컷신인 거시고요?

-나도 여자들이 보면 웃던데?

-???: 되게 웃기게 생겼네

-혹시 이목구비를 방목하시는 편인가요?

-스플뎀 멈춰!

-심한 말 그마내!

그녀는 주인공에게 다가와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설마 해군 본부에서 퍼플 님을 보내실 줄이야.”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일로 당신을 보게 될 줄은 몰랐으니.”

주인공의 대답에 세라자드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그나저나 주민들이 당신을 꽤 따르는군요.”

“예,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저를 믿고 의지해주시고 계시죠.”

그녀는 이내 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서 하시죠. 공공연히 떠들 사안은 아니니까요.”

“그게 좋겠습니다.”

이내 화면이 전환되며 응접실이 나타났다. 세라자드는 주인공 앞에 찻잔을 내려두었다.

그녀는 부드럽게 차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

“퍼플 님께서 책임자로 오셨다는 건, 아틀란티스에 대해 알고 계시다는 뜻이시겠죠.”

쪼로록 떨어지던 찻물이 멈추었다. 주인공은 마지막 방울에 물결치는 찻잔을 보며 잠시 고민했다.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 없어요. 퍼플 님과 더 신뢰를 쌓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신뢰?”

“솔직하게 서로 터놓는 쪽이 편하지 않겠어요?”

그녀의 물음에 주인공은 슬며시 찻잔을 옆으로 치웠다.

“어떻게 제가 알고 있으리라 확신한 겁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명령만 수행하러 왔을 수도 있을 텐데.”

“제가 조금 부주의한 것처럼 보였나 보네요. 그냥 찔러본 건 당연히 아니에요.”

세라자드는 이어 차를 한 모금 머금고는 미소를 지었다.

“호기심이라는 건 생각보다 강력하죠. 사람은 금지된 걸 더 원하곤 해요. 알폰소 대장 님께서도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죠.”

“명령에 불복종할 수도 있다는 겁니까?”

“모든 해군이 퍼플 님처럼 충직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게다가 아무리 친분이 있다고 해도 퍼플 님은 아직 젊으시잖아요?”

“임무 수행에는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동감이에요. 저도 상회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퍼플 님은 이런 중요한 임무를 맡기에는 경력이 부족할 텐데 제 앞에 계시잖아요. 경력과 친분보다 중요한 조건, 그게 아틀란티스와의 연관성이라 추론한 거죠.”

그녀가 눈웃음을 지으며 여유를 보였다.

-세눈나 말 조리있게 잘 하네 ㅋㅋㅋ

-여윽시 무역상 라이벌이다 이마리야

-중간에 은근히 갓플 칭찬하는 거 보소 ㅋㅋㅋㅋ

-ㄹㅇㅋㅋ 공감대도 형성하면서 슬슬 끌어당기는 거

-역시 장사도 머리가 좋아야 되는 거임 ㅋㅋㅋ

시청자들은 그녀의 추론에 납득했다. 주인공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습니다. 서론은 접고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약속한 사본을 먼저 보여주십시오.”

“빠른 일처리라, 저로서도 환영할 결정이네요.”

그녀는 그리 말하며 주인공 앞에 얇은 서적 하나를 건넸다. 이에 그가 바로 서적을 펼치자 화면이 몇 차례 깜빡였다.

주인공은 진지한 얼굴로 눈을 움직이다가 고개를 들었다.

“…이 기록이 정말 사실입니까?”

“저는 그렇게 믿어요.”

세라자드는 담담히 대답했다.

“물론 저도 놀라지 않은 건 아니에요. 저희 가문이 부흥했던 이유가 그런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요.”

“당신네 가문의 선조가 아틀란티스와 거래를 하고 있었다니…”

주인공의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왔다. 이경복 역시 시청자들처럼 놀라움을 표했다.

“와, 아틀란티스랑 완전히 단절된 게 아니었나 보네요?”

세라자드 상회가 부를 축적한 방법은 단순한 교역이 아니었다.

-세라자드 상회가 예전부터 해저랑 지상이랑 중간다리였던 거?

-옼ㅋㅋㅋ 이건 생각지도 못했네

-WA! 바다 보따리!

-아닠ㅋㅋ 그렇게 말하니까 너무 없어 보이잖슴

-근데 아틀란티스 물건 떼다 팔았으면 보따리상이라도 킹정이지 ㅋㅋㅋ

주인공은 그에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밀무역을 통해 자본을 마련했다는 거로군요.”

“부정하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조께서 벌인 일이에요. 선조께서는 그와 관련된 정보를 가족에게도 알려주지 않으셨으니까요.”

“…비밀 유지를 위해서?”

“아마도요. 가주로서 권력을 잡고 싶었던 거겠죠. 선조께서는 무역상으로서의 능력은 그리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었으니까요. 만약 제가 아틀란티스 물건을 얻을 경로가 있었다면 더 큰 이윤을 남길 자신이 있어요.”

그녀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내저었다.

“문제는 선조께서 어느 날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다른 가족들은 선조께서 해적이나 바다 괴물에게 변을 당했겠거니 했었죠. 나중에 발견된 이 기록도 선뜻 믿기는 어려웠을 테고.”

“하지만 이 고대 문헌이 같이 나왔다…”

주인공은 그리 말하며 서적에 끼워진 종이 한 장을 따로 빼냈다.

“네. 망상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 상세하죠.”

주인공의 시선이 종이쪽으로 돌아갔다. 알 수 없는 언어가 가득했지만 함께 그려진 그림은 매우 직관적이었다.

마치 패션 컨셉 디자인처럼 부위별로 나누어져 있는 그림이었다.그리고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다시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거?”

-유리헬멧 뭐임? 우주복인가?

-아닠ㅋㅋ 우주복이 아니라 잠수복이잖슴!

-산소통이랑 튜브에 헬멧 ㅋㅋㅋ

-오! 선조가 아틀란티스 갈 때 입었던 거?

-요거는 빼박이쥬?

그 그림은 친숙한 잠수복의 디자인이었다. 바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들과 달리 주인공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록이 있다고 하더라도 믿기지가 않는군요. 물속에서 숨을 쉴 수가 있다니…”

“저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이 기록이 사실이라면, 선조께서는 돌아가신 게 아니라 아틀란티스로 간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내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이 문헌을 참고해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성공하지 못했다…”

“네, 아무래도 우리의 기술로는 흉내도 못 낸다는 거겠죠.”

그녀의 대답에 주인공은 문헌을 훑다가 이내 고개를 들었다.

“솔직하게 터놓는 게 서로의 신뢰를 위해서도 좋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네?”

“흉내를 못 낸 게 아니라, 재료가 부족했던 건 아닙니까?”

그 물음에 세라자드의 동공이 떨렸다.

“아틀란티스 제조 장치,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무슨…”

“이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제조 장치에 쓸 수 있는 레시피로 보이는군요.”

문헌에 표기된 언어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숫자는 읽을 수 있었다. 그 옆에는 재료로 보이는 기호들이 표기되어 있었다.

“그걸 어떻게…”

그 말에 세라자드도 뭔가 깨달았다는 듯 입을 벌렸다.

“과연, 해군 쪽에서도 제조 장치를 갖고 있던 거로군요. 설마하니 그런 장치가 더 있을 줄이야…”

그녀는 실소를 흘리며 남은 찻잔을 한 번에 비웠다.

“인정하시는 겁니까?”

“네. 하, 이번 거래는 오히려 손해를 봤네요. 이렇게 되면 레시피를 그냥 넘겨준 셈이니.”

“해군 쪽에서 재료를 수급하면 세라자드 상회에서 제작을 전담해서 거래를 하려던 거겠죠. 시도는 좋았습니다.”

“…아쉽지만 해군 본부와의 거래는 여기서 만족해야겠네요.”

세라자드는 자리를 정리하려 했다. 그러나 아직 주인공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거래를 하나 더 하시죠.”

“…거래라니요?”

“당신의 제조 장치를 쓰게 해주면 재료를 수급할 곳을 찾아주겠습니다. 그러면 세라자드 상회와 해군 본부 모두 잠수복을 만들 수 있겠죠.”

그 말에 시청자들은 주인공의 의도를 눈치챘다.

-아 ㅋㅋ 세눈나 장치로 유적을 더 찾을 수 있으니까

-아틀란티스 유적 하나 더 찾으면 재료 수급 쌉가능이고?

-잠수복 있으면 침수된 곳도 탐사 가능해질 듯?

-지도 빈 부분도 채우고 재료도 얻고 잠수복도 만들고 개꿀이구연?

그러나 세라자드는 선뜻 응하지 않았다.

“글쎄요, 저로서는 타산이 맞지 않는데요.”

“잠수복의 추가 생산을 맡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겁니까?”

“재료 수급이 해군 쪽에 달려있다면 휘둘리는 건 결국 저희 상회 아닌가요?”

주인공은 그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선뜻 재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약속할 수도 없었다.

“애매하게 시작하느니 안 하니만 못하죠. 그 대신 다른 일을 도와주시면 좋겠어요.”

“다른 일?”

“네.”

세라자드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와 함께 화면이 암전되며 장소가 변경됐다.

다시 부둣가로 돌아온 주인공. 그런데 달라진 건 장소만이 아니었다.

-오잉? 뭐임? 제복 어디 감?

-갑자기 무역상 룩 무엇?

-근데 의외로 또 잘 어울리는 게 함정ㅋㅋ

-갓플이 입으니까 완전 힙하네 ㅋㅋ

-진짜 ㅋㅋㅋ 터번 왜 어울림?

-이게 꾸안꾸인가 그거냐?

주인공의 의복은 무역상 차림이었고, 범선에도 해군기 대신 세라자드 상회 깃발을 달았다.

“단순한 보급품 전달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묻지 않는 게 조건이었잖아요? 그리고 도착하시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실 거예요.”

주인공의 물음에 세라자드는 간단히 답했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바다 쪽으로 눈을 돌리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 보다 잊지 마세요. 퍼플 님이 향하는 곳은 날씨가 변덕스럽고 급류가 몰아쳐 위험한 곳이에요. 항해 실력을 믿고 맡기는 거니까 조심해주세요.”

“저를 걱정하는 건지, 보급품을 걱정하는 건지 알 수가 없군요.”

“당연히 둘 다죠.”

그녀의 쾌활한 대답과 함께 컷신이 끝났다. 이경복과 박주호는 다시 범선에 올라온 자신들을 발견했다.

“아, 이렇게 새로운 의뢰를 받았네요.”

“목적지는 외딴 섬지대로군.”

박주호는 옆에서 해도를 열고 경로를 설정했다.

“날씨를 언급한 걸 보니 자연재해 이벤트가 일어날 것 같다.”

“자연재해?”

이경복이 되묻자 채팅방에서 답이 쏟아져 나왔다.

-배 타는데 날씨 무시 못 하지ㅋㅋㅋ

-혀엉? 형이 너무 빨리 항해를 해서 못 본 거야!

-진짜 ㅋㅋ 모바일로 장거리 항해하면 무조건 한 번은 걸림

-킹직히 캡슐보다 모바일로 하면 재해 더 자주 일어나는 듯

-태풍 같은 자연재해도 있고 전염병이나 물자 떨어져서 선원들이 무역품 훔쳐 먹는 것도 있음 ㅋㅋ

-아 ㅋㅋ 그 짤 생각나네

-엌ㅋㅋ 에붕이랑 선원 단 둘 남았는데 선원이 도둑 들었다고 보고한 거?

-??? : 선장님, 화물이 사라졌습니다! (자백)

쏟아지는 경험담에 이경복은 손뼉을 쳐서 주의를 돌렸다.

“아, 좋습니다. 아마도 스토리 상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 같네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바로 알아보러 가보죠!”

* * *

목적지는 대륙과 동떨어진 섬 지대였지만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캬 ㅋㅋ 역시 5성이 좋긴 좋네

-돈값 제대로 해버리쥬?

-근데 이건 갓플 컨트롤 빨도 개쩌는 거잖슴!

-ㄹㅇㅋㅋ 이 형은 이렇게 큰 배도 드리프트를 하네

-카누님이 쓰던 모터 보트 급임ㅋㅋㅋ

-사실 아틀란티스 기술 보다는 갓플의 기술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

-퍼펙트 테크놀러지 수듄ㅋㅋㅋ

-아닠ㅋㅋ 그 기술은 테크가 아니라 스킬이잖슴ㅋㅋㅋ

뛰어난 범선 성능에 이경복의 기술이 가미되니 항해 속도는 최고속을 유지했다.

이경복은 채팅을 보며 웃음 짓다가 이내 눈을 돌렸다.

‘오… 이건 또 색다르네.’

감지되는 위협 수준은 앞으로 나아갈수록 강해졌다. 등골을 관통하는 섬뜩함에 소름이 돋아났다.

이윽고 그 원인이 시야에 잡혔다.

“이건… 예상보다 심각한데.”

박주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수평선 위로 토네이도가 휘몰아치는 게 보였다.

-아니;; 이건 좀 쎈데?

-무친 ㅋㅋㅋ 토네이도가 몇 개야 ㅅㅂ

-요거는 걍 입구컷인디요?

-이게 보통임?

-ㄴㄴ 보통 토네이도는 하나나 두 개 정도임

-아 스토리라서 빡시게 넣은 건가?

시청자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여러 토네이도가 간격을 두고 휘몰아치며 재해구역을 형성하고 있었다.

박주호는 이내 이경복을 돌아보며 말했다.

“정석적으로는 멀리 우회해서 돌아가거나 정박해서 토네이도가 잦아들거나 영역 자체가 이동하길 기다리면 된다.”

“기다리는 것보다는 우회하는 게 좋겠네.”

이경복은 그에 흔쾌히 대답했다. 시청자들도 바로 그 결정에 납득했다.

-토네이도야 재미없다 가라

-아 ㅋㅋ 토네이도쉑 봐줘따!

-우리 형 컨트롤이면 우회해도 금방이지 ㅋㅋㅋ

-ㄹㅇㅋㅋ 제로백 범선 어케 멈추쉴?

-???

-방향이 좀 이상한데?

-형? 슬슬 돌아가야지?

하지만 이내 범선이 재해구역 쪽으로 가까워지자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번졌다.

이경복은 그에 답했다.

“토네이도를 우회하면 더 빨리 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저 옆을 지나가겠다고?

-아니;; 그것도 우회가 맞긴 한데!

-또! 킹부러! 어렵게 갈라고!

-퍼니져님! 좀 말려봐욧!

-퍼파고 뭐하냐구! 얼른 분석하라구웃!

시청자들이 생각한 우회와 이경복의 우회는 결이 달랐다. 이에 그들은 박주호가 이경복을 말릴 거라 예상했다.

“확실히 그것도 한 방법이지.”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건 동의였다. 채팅방이 물음표로 물드는 사이 그가 설명했다.

“같은 방향 말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 토네이도 사이를 노리면 될 것 같다. 5성 범선 무게면 충분히 버티겠지.”

-퍼파고님 마저…!?

-아닠ㅋㅋ 말리라니까 뭘 분석해주고 있냐구욧ㅋㅋㅋㅋ

-???: 여러분의 관심사와 흥미를 빅데이터로 분석하여 가장 꿀잼인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블랙기업 직원들은 퍼펙트 상식을 장착한다, 그게 상식이잖아?

-역시나 찐친인 이유가 있었쥬?

-아아, 그게 바로 퍼펙트 프렌드니까 (끄덕)

태연한 그의 설명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시청자들 역시.

-사실 나도 갓플은 할 수 있을 것 같긴 함 ㅎㅎ

-킹직히 갓플이 토네이도 보고 뚫고 가는 거 기대했으면 개추 ㅋㅋㅋ

-ㅇㄷㄴㅂㅌ!

-알고 보니 재해는 이미 채팅창에 먼저 일어나 버렸고?

-이게 그 인식재해인가 그거죠?

-???: 이런, 이런 현실이 있단 말인가!

-???: 이런 짓을 하고 있으면 모두 퍼펙트해져버린다…!

-그스그시는 못 참지 ㅋㅋㅋ

위기감보다는 재미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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