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화 – 로스트 테크놀로지 (8)
일본, 로그게임즈의 중계 채널.
그곳에는 약 7천여 명의 시청자들이 이경복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하아? 5성 범선을 2일차에 구입한다고? 어이어이, 진짜냐고…!
-아니아니, 이거 속도 너무 빠르잖아! 이런 건 뉴비가 아니라고www
-역시 퍼플 씨라고 해야 할까요. AO에서도 또 한 번 상식을 깨부셨달까www
-에또, 트위티로만 봐서 몰랐습니다만. 이 사람이야 말로 트렌드에 오를만한 스트리머다! 라는 느낌이네요.
시청자들은 비단 이경복의 팬들만이 아니라 에이지 오브 오션스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그들은 다른 게임에서 간접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플레이를 보고 그 명성을 실감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한 박자 늦게 번역된 자막을 보고 시청자들은 다시 또 실감할 수 있었다.
-에? 에에?! 에에에엣?!
-토네이도를 뚫고 가겠다고!? 어이어이, 농담이 아니라고!
-아니, 이거는 너무 상식을 벗어나서 뿜었다www
-아아, 이런 게 퍼펙트 상식이라는 거로구만www 확실히 알아버렸다www
-진심 무리무리, 절대로 무리! 자연은 이길 수 없다니깐!
토네이도가 휘몰아치는 재해구역을 통과하겠다는 결정.
게임을 해왔던 플레이어들도 기존 팬들도 모두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로그 게임즈, 이거 괜찮은 겁니까? 광고주로서 말려야 하는 거 아냐?www
-장난이 아니야! 이거는 불가능이라고! 아무리 5성이라도 개조도 안 한 거잖아? 박살 직전까지 가버린다고!
-에또, 선원들 피해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만. 이거 표류 확정이 아닌지? (웃음)
-바보같은! 보면 알 수 있잖아! 퍼플 씨는 지금 공익광고를 하는 거라고!
-아, 그런가. 이런 위험한 일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는 거였나. 이해 해버렸다www
특히나 플레이어들은 이경복의 결정이 왜 무모한지 잘 알고 있었다.
-헤에,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거지?
-그렇다면 퍼플 씨 해내버릴지도?
-아아, 카니우마콘을 쓸 상황이라는 이야기네.
-다들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만www 퍼플 씨라면 이거 절대로 성공 플래그라고?
그러나 그 설명은 오히려 기존 팬들의 기대감을 고취시켰다.
그리 채팅창이 번잡해지는 사이 이경복의 범선이 재해 구역으로 진입했다.
-저질렀다! 저질러버렸다!
-싫어! 5성 범선의 수리비 버틸수 없어어어어엇!
-퍼플 씨www 성공하든 실패하든 재미는 확실한www
방송을 보는 모두가 긴장한 상황.
그리고 이내 펼쳐지는 광경에 모두가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우왓!? 진짜냐? 이렇게도 되는 거냐!?
-로그게임즈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랄까, 이거는 아무도 못 한다고www
-과연! 이것이 바로 퍼펙트 캡틴인가!
* * *
재해구역에 접근하자 걱정하는 건 시청자들만이 아니었다.
“이게 말이 됨? 이게 말이 됨?”
유유자적하게 배 근처를 날고 있던 퍼무새는 부르지도 않았는데 이경복의 어깨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경고하듯 이경복에게 울음을 뱉었다.
-퍼무새 황당잼ㅋㅋㅋㅋㅋ
-???: 미치셨습니까 주인?
-???: 쭈인! 당장 배 돌렷!
-아닠ㅋㅋ 이미 직접 말하고 있잖슴ㅋㅋㅋ
-쇼츠각 바로 나와버렸쥬?
-말버릇 설정은 신의 한수다 진짜 ㅋㅋㅋㅋ
그 애절한 울음에도 불구하고 이경복은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우리 퍼무새가 많이 겁 먹었나보네요. 하지만 제 펫이 된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죠!”
-블랙기업 사장 본성 바로 나오고?
-퍼무새도 직원이었던 거였곸ㅋㅋㅋ
-주인 잘못 만나서 개고생ㅋㅋㅋ
-퍼무새니까 새고생입니다만?
-New 고생이 맞긴 해 ㅋㅋㅋ
-창조 고생 무냐구웃!
대신 그는 퍼무새를 안심시키려는 듯 머리를 매만져주고 제 품속에 넣었다.
머리만 나온 퍼무새는 바들바들 떨면서도 이경복과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다시 퍼무새를 귀여워하는 사이 박주호가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갑판 선원들 전부 내려 보냈다.”
“오, 땡큐땡큐.”
갑판에 선원들이 남아 있으면 토네이도에 휩쓸릴 수 있었다.
“괜찮은 거 맞나? 이러면 노질 속도는 빨라져도 회전이 더 어려워질 텐데.”
박주호가 의아해하며 다시 확인했다. 선원 재배치로 범선의 속도는 빨라지겠지만 그만큼 방향회전이 어려워질 터였다.
아무리 방향 회전에 강점을 가진 터틀쉘이라고 해도 토네이도의 강풍에 대응하려면 선원 피해를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이경복은 그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짓했다.
“괜찮아. 안전벨트나 해라.”
“안전벨트라니?”
박주호는 물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번졌다. 자동차도 아니고 범선에 무슨 안전벨트가 있겠나.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이걸로 몸 고정시켜두라고.”
그가 꺼낸 건 백병전에 쓰이는 갈고리 밧줄이었다. 이경복은 밧줄로 키에 제 손 하나를 묶어 고정시키고 나머지는 허리를 감아 붙였다.
“아니, 잠깐. 그렇게 묶어두면 만약에라도 실패했을 때 그대로 수장되는데?”
“실패 안 할 거니까 상관없어.”
이경복은 담담히 대답하고는 장난기어린 웃음과 함께 말을 이었다.
“아, 생각해보니까 너까지 갑판에 있을 이유는 없네. 무서우면 선장실에 들어가 있어도 되고.”
-엌ㅋㅋㅋㅋㅋㅋㅋㅋ
-???: 님 쫄?
-바로 나오는 찐친행동ㅋㅋㅋ
-퍼파고! 지금 외통수에 걸렸어요!
-야씨 ㅋㅋㅋ 이거는 못 참지 ㅋㅋ
채팅창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박주호는 그에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그런 유치한 도발이 통할 거라 생각지 마라.”
그리고는 이내 밧줄을 꺼내 가까운 기둥에 매기 시작했다.
“방금은 너 걱정해서 한 말이었고 난 이미 구경하기 좋은 위치도 다 봐뒀다.”
단단히 몸을 고정시킨 그의 모습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웃음을 흘렸다.
-유치한 도발(통함)
-아 여기서 들어가면 하남자 된다고 ㅋㅋㅋㅋ
-선쫄필승은 국룰이지 ㅋㅋㅋ
-킹부러! 어떻게든! 친구도 고생시키려고!
-이 형 아주 장난꾸러기였네!
그리 웃는 것도 잠시였다.
이내 범선이 재해구역에 돌입하자 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 토네이도 근처도 안 갔는데 벌써 파도가 장난이 아니네요.”
강한 바람에 격랑이 몰아쳤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돛이 펄럭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메웠다.
“지금 보이시죠? 키가 조금 전이랑 다르게 뻑뻑해졌습니다. 환경변화에 따라 디테일 구현도 잘했네요.”
-이 와중에 숙제 하는 거 뭔뎈ㅋㅋㅋ
-혀엉?! 지금은 숙제멘트 할 때가 아니라구웃!
-큰 거 온다! 큰 거 온다! 큰 거 온다!
-가즈아아아아아!
파도 소리와 펄럭거리는 소리는 이내 지워졌다. 휘몰아치는 돌풍이 시야의 절반을 메울 때 즈음이 되니 공기가 터지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 격렬한 바람에 돛이 찢어질 듯 펄럭거렸다.
“역시 5성 값하네요! 이제부터는 집중 좀 할게요!”
그 상황에서 이경복은 웃었다.
손에 잡은 키 너머로 느껴지는 자연의 힘,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신기로 전해지는 강렬한 위협이 그의 뇌리를 자극했다.
‘역시 자연재해는 다르네.’
웬만한 보스 몬스터를 앞에 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런 토네이도가 하나가 아니라 구역에 여럿 배치되어 있었다.
‘그래도 길은 있어!’
확산된 신기가 정보를 전달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불규칙해 보이는 너울과 바람의 흐름이 눈앞에 그려졌다.
이내 군더더기 정보를 덜어내고 바람과 바람이 겹치는 곳과 파도가 서로 부딪쳐 평탄한 바닷길이 머릿속에 입력됐다.
“갑니다아아아!”
이경복은 쾌활하게 웃으며 키를 돌렸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돛이 터지듯 펼쳐졌다. 그와 더불어 급가속한 범선은 이경복이 노린 길로 진입했다.
바람의 힘과 치솟는 파도를 오르막으로 삼아 범선이 활강했다.
-나, 난다요!?
-5성에는 비행 기능도 있음?
-ㅅㅂ 이걸 진짜 통과해버리네ㅋㅋㅋㅋ
-옆에! 옆에 또 토네이도 온다!
파도와 충돌한 범선은 크게 흔들렸지만 이경복은 키를 놓지 않았다.
“이야! 이거 웬만한 롤러코스터 보다 재미있네요! 안 그러냐?!”
도리어 그는 웃으며 멘트까지 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마지막 말은 박주호에게 던진 물음이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 바람 소리 때문에 안 들리나 보네요?”
돌아보니 박주호가 무어라 입을 어물거렸다. 하지만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무어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에 이경복은 바로 옆이지만 보이스 채널을 열었다.
‘응?’
보이스 채널은 시스템을 통한 것이기에 주변 소음과 관계없이 명확히 전달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박주호는 뭔가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옼ㅋㅋ 퍼니져님 여유 보소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건데?
-멜로디가 뭔가 익숙한것인디요?
-어? 이거 스위티즈 노래인 듯?
-타이틀 곡은 아닌데?
-혹시 bittersweet?
이어지는 채팅에 이경복은 순간 갈등했다.
‘이 자식, 긴장했네.’
스위티즈의 노래는 박주호의 멘탈 관리법 중 하나였다. 말과는 달리 아찔한 순간에 긴장한 게 분명했다.
태풍 소리에 묻힐 줄 알고 흥얼거리는 것이라.
‘뭐, 굳이 숨기려는 건 아니니까 상관없겠지.’
직접 부르는 것도 아니고 광고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터였다. 그리고 이제 와서 보이스 채널을 닫는 게 더 이상해보이지 않겠나.
박주호 본인도 팬이라는 걸 굳이 안 밝혔을 뿐 숨기는 것도 아니었다.
“아, 벌써 끝이 보이네요! 좀 더 넓었으면 좋을 텐데!”
토네이도 너머로 재해구역 밖, 잔잔한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이경복은 능숙하게 키를 돌리며 토네이도 사이를 주파했다.
-드리프트 하고 바로 부스터? 이거 완전?
-타게임 언급 ㄴㄴ 해
-5252, 그 게임의 스피드전이냐구웃!
-카트레읍읍!
-아니 ㅋㅋㅋ 왜 레이싱 겜 분위기가 나냐곸ㅋㅋㅋ
-여러 장르를 즐길 수 있다? 갓겜확정이쥬?
이경복의 말에 시청자들도 다시 주의를 돌렸다. 몇 차례 활공과 돌파를 거치자 얼마 안 가 재해구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자, 이렇게 빠져나왔습니다! 재해구역 체험도 재미있네요.”
이경복은 웃으며 묶인 밧줄을 풀었다.
-혀엉? 체험이 이런 체험을 말한 건 아닌 거 같아!
-직접 경험해본다, 그게 퍼펙트 체험이잖아?
-아닠ㅋㅋ 맞말이긴 한데욬ㅋㅋ
-로그게임즈 : 이게 맞나?
-근데 이거 진짜 시간 대비 이동거리가 개 쩌는데?
-갓플식 퍼펙트 숏컷입니다만?
시청자들이 감탄을 표하는 사이였다.
“이게 말이 됨…?”
“어우, 뭔가 게임인데도 멀미가 나는 것 같아.”
퍼무새와 박주호가 기진맥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이경복은 멋쩍은 듯 헛기침 하며 손을 내저었다.
“크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이건 게임이니까 가능한 일이거든요? 현실에서 따라 하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누갘ㅋㅋ 이걸 따라하냐곸ㅋㅋ
-현실은 뭔ㅋㅋㅋ 게임에서도 따라할 생각이 안 드는데 ㅋㅋㅋ
-뱁새 선장들 보고 있나?
-따라 하다가는 침몰해버린다구웃!
-착한 에붕이들은 그냥 돌아가세요^^
* * *
작은 섬들이 모여 있는 군도 지역.
이경복이 재해구역을 가로지른 덕분에 목적지까지 도착은 금방이었다.
“저기에 보급품을 전달하면 되는 것 같네요.”
“그렇게 보이네.”
섬마다 곳곳에 작은 건물들이 세워진 게 보였다. 그중에서도 그나마 큰 섬을 항로가 가리키고 있었다.
“아, 컷신으로 들어가네요.”
그에 접근하니 화면이 전환됐다.
주인공이 범선을 정박시키자 마을 주민들이 나와 환영했다.
“오오! 세라자드 상회 여러분들! 어서 오십시오!”
“예, 안녕하십니까.”
주민 대표로 보이는 건장한 남성이 손을 맞잡고 감격을 표했다.
“매번 감사드립니다. 세라자드 상회에게는 항상 신세를 지게 됩니다. 베풀어주신 은혜가 아니었다면 여기서도 살지 못했을 겁니다.”
시청자들은 의아해했다.
-어? 이거 팔러 온 게 아닌 거?
-말하는 거 보면 그냥 공짜로 주는 거인 듯?
-상회에서 돈을 안 받는다고?
-근데 확실히 뭘 살 입장은 아닌 듯 ㅋㅋㅋㅋ
-ㄹㅇㅋㅋ 뭐 돈 나올 곳도 없는 섬 같은데
-세눈나가 봉사활동할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디?
주인공 역시 비슷한 의문을 품었는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은혜요? 그러고 보니 뭘 받아오라는 말은 없긴 했는데… 아무 대가 없이 물건을 받는 겁니까?”
주인공으로서는 당연히 물건 값을 받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네? 혹시… 이제는 값을 치러야 하는 겁니까? 아니, 물론 그간 베푼 은혜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만…”
이에 주민대표도 불안해했다. 양 쪽 모두 어떻게 된 건지 눈을 굴리는 와중이었다.
“서, 선장님! 해적! 해적선이 이쪽으로 옵니다!”
한 선원이 주인공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 모두가 시선을 돌렸다.
정말로 해적선 하나가 마을 쪽으로 다가오고 있지 않나.
“이런! 전원 전투를…”
“아이고,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주인공이 즉각 대응명령을 내리려는데 주민 대표가 다급히 손을 흔들었다.
-??????
-뭐임? 대체 뭐임?
-다른 주민들 다 웃고 있는데?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시청자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와중 주민 대표가 말했다.
“못 보던 분이신가 했더니 상회에 들어오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나 보군요. 저 배는 저희 겁니다.”
“…뭐라고요?”
그 대답에 주인공의 눈이 커졌다. 이경복과 시청자들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와, 그럼 여기는 해적 마을이라는 거네요?”
-세눈나가 해적들한테 유료도네를?
-ㄴㅇㄱ 상상도 못했던 후원!
-해적이랑 결탁했다고?
-아닠ㅋㅋ 이건 진짜 예상도 못했는뎈ㅋㅋㅋ
이윽고 화면은 선원들이 내려둔 보급품 상자 쪽으로 향했다. 주민들이 연 상자 속에는 식량과 같은 기본 물자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포탄과 무기가 들어있는 상자도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순간 화면이 회색빛으로 변하며 멈추었다. 이경복은 빠르게 첨언했다.
“아, 이건 저 아니에요. 주인공 생각이 나레이션으로 나오는 거네요.”
현 상황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을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이라.
“세라자드가 해적을 지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걸 왜 내게 보여주는 거지? 날 공범으로 만들 셈인가?”
-오? 그건가? 그런 건가?
-신뢰를 쌓자더니 이런 식으로?
-와 ㅋㅋ 쥔공 해적 돕게 만들고 이걸 약점으로?
-세눈나 알고보니 무서운 사람이었네!
-역시 라이벌이라 이건가 ㅎㄷㄷ
시청자들은 그에 즉각 반응했지만 이경복의 생각은 달랐다.
‘뭔가 이상한데? 이 해적들은 악역들도 아니고…’
마을 주민, 이 자리에 있는 해적들에게는 악역 특유의 불쾌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애당초 이경복도 그들이 해적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이유였다.
“혹시 그거 아닐까요?”
이에 떠오른 해석은 한 가지였다.
“알폰소 대장이 말했잖아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적이 된 사람들이 있다고.”
-오?
-아 맞네 ㅋㅋ 대륙에서 안 받아줘서 해적된 사람들
-세눈나가 그래서 도와주는 건가?
-그러면 또 얘기가 달라지는 거시고요?
이윽고 화면은 다시 색을 찾았다. 주인공의 독백이 끝났다는 의미였다.
“크, 큰일이야!”
가까워진 해적선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원 아이드 잭이 우리 애들을 잡아갔어!”
“뭐라고!?”
여유로웠던 주민들의 얼굴이 일변했다. 순식간에 퍼져나간 웅성거림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아, 맞네요. 해적들이라고 다 같은 편은 아니죠.”
-그치 ㅋㅋ 킹직히 해적들끼리 더 견제할 듯
-ㄹㅇㅋㅋ 어차피 털어먹는 건데 해적이라고 안 털어먹을 건 뭐임
-고것은 갓피스에도 나온 사실이구연?
-갓피스가 왜 사실인데 ㅋㅋㅋ
-???: 현실을 살아 제발
-오 ㅋㅋ 형 말대로 이 사람들은 착한 쪽일 듯
예상치 못한 해적들의 대립.
-딱 보니까 원 아이드 잭이라는 놈이 참교육 당할 놈이네 ㅋㅋㅋ
-신상 5성 범선 쬐끔만 맛 보아라!
-엌ㅋㅋ 해적쉑 킹리둥절각ㅋ
-???: 이 시점에 5성이 나올 리가 없는데?
-블랙 해군은 된다니깐!
그리고 해적 역시 상대해야 할 이경복의 수준을 예상치 못했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