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60화 (360/491)

360화 – 로스트 테크놀로지 (10)

한국 NEVER 사옥.

박주호의 방송 참여로 채팅창 관리는 에이지 오브 오션스 서비스 담당 팀에게 맡겨졌다.

그러나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비단 채팅창 관리 직원만이 아니었다.

“와, 퍼플 님이 대단하시긴 하시네.”

“그러니까요. 백병전에서 이런 플레이를 보여주실 줄은 몰랐어요.”

“인질 전원 구출은 모바일 유저들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었나?”

비록 한국 본사에서 맡긴 광고는 아니지만 서비스 팀도 연관이 깊었다. 이에 혹시 모를 문제나 이슈 발생에 대해 대처하기 위해 팀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 여기서 안 돌아가신다고?”

“이제 협동 전용 컨텐츠 아니에요?”

“아니, 해적섬 습격을 둘이서만? 이게 가능한가?”

이내 그들은 이경복의 결정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조건만 보면 되긴 하죠. 함대만 꾸리면 되니까요.”

“근데 이거 권장 인원이 5인이잖아요?”

“3성 범선으로 5인 함대인데, 5성 범선 2인이랑 비교하면 비슷하려나? 이게 좀 애매하네…”

단 둘이서 해적 본거지, 해적섬을 습격한다는 말에 직원들은 빠르게 눈을 굴렸다.

“보통은 상회로 돌아가서 같이 함대를 꾸리실 텐데…”

“와, 이걸 그냥 스킵 해버리시네.”

“근데 아무리 5성이라고 해도 둘이서는 좀 힘들지 않을까요? 일반 해상전도 아니고 요새 공략인데.”

그들은 잠시 입을 다물고 서로 눈치를 살폈다. 과연 이건 문제가 될 이슈일까? 자신들이 나서서 대처해야 할 사안인가? 한다면 방법은 있을까?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교차했지만 그 시간은 짧았다.

“괜찮지 않을까…?”

“아,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퍼플 님이시니까요.”

비록 게임 개발사는 아니더라도 게임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경복이 그간 이루어낸 업적과 명성을 알기에 우려보다는 기대가 더 앞섰다.

그럼에도 그들은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역시…”

“음, 시간이겠지.”

“방송이 좀 루즈해지지 않을까 모르겠네요.”

개발진에서 권장 인원을 결정해둔 건 비단 성공 여부 때문만은 아니었다. 성공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지루해서야 좋은 컨텐츠라 할 수 없지 않나.

단 둘이서 도전한다면 아무래도 평균적인 공략 시간보다 더 길게 끌어갈 수밖에 없을 터였다.

특히나 광고 방송이니 게임의 지루한 일면이 나오는 건 곤란했다.

“지금은 퍼플 님을 믿을 수밖에 없겠죠.”

“그렇죠.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고.”

“혹시 또 모르죠.”

그럼에도 기대가 사라지지 않는 건.

“퍼플 님만의 공략법이 나올지도?”

그 플레이어가 이경복이기 때문이었다.

* * *

이경복은 해적선들을 추격한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 생각보다 본거지가 번듯하네요?”

수평선 위에 솟아오른 바위섬, 그 해변가에 석조 요새를 중심으로 해적 마을이 세워져 있었다.

-오? 요새만 보면 튜토 때 본 사관학교 급은 되는 듯?

-5252, 해적들 주제에 너무 잘 사는 거 아니냐구웃!

-그만큼 많이 털어먹었다는 뜻이쥬?

-세력 확장한다더니 역시 체급이 좀 되네 ㅋㅋㅋㅋ

-이거 퍼니져님이랑 정리 가능?

-약간 시간 좀 걸릴 삘 ㅋㅋ

“이게 말이 됨?”

시청자들도 그와 비슷한 감상을 표하는 사이 퍼무새가 어깨 위에서 고개를 기울였다.

그에 다들 웃는 사이 범선이 섬과 가까워지자 컷신이 시작됐다.

“저곳이 원 아이드 잭의 본거지?”

“생각보다 큰데, 괜찮은 건가?”

“이거 해적들 숫자가 한둘이 아니겠는데…”

갑판 위 선원들도 본거지 규모에 당황했는지 웅성거렸다. 갑판장이 얼굴을 찌푸렸지만 이전과 달리 윽박지르지 않았다.

대신 그는 힐끗 주인공을 돌아보았다. 갑판장 역시 불안한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제군들! 걱정할 필요 없다!”

이내 주인공이 목소리를 높이자 모두의 시선이 돌아왔다. 그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고개를 당당히 들었다.

“해적의 숫자가 많다 하더라도 우리 역시 혼자가 아니다! 같이 질서를 잡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오지 않았는가!”

그와 함께 화면이 줌아웃 되며 함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닠ㅋㅋ 함대가 맞긴 한뎈ㅋㅋ

-이거 원래는 더 많아야 될 것 같은데 ㅋㅋㅋㅋ

-단 둘이잖슴!

본래는 더 많은 수의 범선을 화면에 담기 위함인지 멀리서 잡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경복과 박주호, 단둘뿐이었기에 휑한 부분이 많았다.

“바다의 정의와 질서를 위해! 제군들 스스로의 명예를 위해! 그리고 동료들의 믿음을 위해!”

그러나 그 상황이 개의치 않은 듯 주인공은 대번에 검을 뽑아 높이 들며 소리를 높였다.

“불과 무기를 들어라!”

그의 선창에 선원들 모두 따라 복창하며 무기를 높이 들었다. 그와 함께 화면이 암전되자 채팅창에는 웃음이 흘렀다.

-ㅂㄱ ㅁㄱㄹ ㄷㅇㄹ!

-요게 원래는 5명이어야 하는 것인디요 ㅋㅋㅋㅋ

-아? 원래 둘이서 하는 게 아님?

-상회로 돌아갔으면 세라자드랑 함대 꾸려서 인원 맞춰옴 ㅋㅋ

-하지만 갓플과 퍼파고쥬? 둘 만 있어도 충분하쥬?

-ㄹㅇㅋㅋ 넘모 든든하자너

-블랙함대는 숫자로 판단하면 안된다 이마리야

이내 화면이 돌아오며 이경복의 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협동 컨텐츠 – 해적섬 습격]

컨텐츠에 대해 알려주는 가이드였다. 시야 가득히 스크린 샷으로 표기된 예시와 메시지에 이경복은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매니저!”

-즉시 퍼파고 소환ㅋㅋㅋ

-아 ㅋㅋ 요약봇이 있는데 긴 글 왜 읽냐고 ㅋ

-블랙기업특) 사장은 보고서 안 읽음

-???: 그래서 요점이 뭔데?

-퍼니져님은 대체 어떤 싸움을 해왔던 겁니까앗!

시청자들이 그에 웃는 사이 박주호의 목소리가 보이스 채널로 전달됐다.

<해적선 처치하고 요새 함락하면 끝이다. 너라면 주의사항은 볼 것도 없지.>

“아니, 야. 그래도 시청자분들에게 소개는 드려야지.”

너무나 간결한 요약에 이경복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다시 요청했다.

-?

-혀엉? 우리도 이미 다 파악했다구웃!

-여기서 우리를 핑계로?

-블랙기업특) 돈 되면 주주도 이용해먹음

-아 ㅋㅋ 광고주님이 보고 계신다구욧!

-어허 다 알면서! 숙제 원투데이해!?

-ㄹㅇㅋㅋ 이거 퍼튜브에도 올라가야 된다고 ㅋㅋㅋ

-주주님들 눈치 챙겨^^

시청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아가는 사이 박주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레이드로 비유하자면 해적선은 잡몹이고 요새가 보스인 셈이다. 튜토리얼 때 했던 항구 방어전 기억하지?>

“아, 물론이지.”

<이번에는 우리가 방어가 아닌 공격자, 시 서펀트의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시 말하면 해적들도 요새 포탑으로 방어를 하지.>

“크흠, 그렇지. 이해가 쉽네. 처음부터 이렇게 하지 그랬어. 포맷되기 싫으면 알아서 잘 해야지?”

이경복은 짐짓 지어낸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박주호는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예, 시정하겠슴다. 사장님.>

“뭔가 불만 있는 거 같은데?”

<흠흠, 아님다. 일이나 하시죠.>

두 사람의 짧은 콩트(?)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포맷 ㅅㅂ ㅋㅋㅋ

-진짜 AI 취급이냐구웃!

-사장한테 일하라고 재촉하는 AI 비서가 이따!?

-블랙 AI 비서 ㅎㄷㄷ

-퍼파고답게 분석 끝나고 바로 적응해버리쥬?

-아 ㅋㅋ 이게 자율인공지능이지

-그 와중에 퍼니져님도 웃참하는 게 느껴짐ㅋㅋㅋㅋ

-이게 그 대유쾌마운틴 맞죠?

-ㅔ

이경복은 채팅을 보고 짧게 손뼉을 쳤다.

“자, 저희 퍼파고가 분석한 거 잘 들으셨죠? 그럼 바로 공략 들어 가보겠습니다.”

그의 정리에 박주호도 바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상대 해적선은 다섯, 모두 3성급이다.>

“3성이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겠네.”

<너라면 금방 처리하겠지. 문제는 포탑인데 포격을 피하면서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아무리 우리가 5성이라도 약간 시간이 걸리지 싶은데.>

“뭐, 그거야…”

친구의 걱정에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해보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지.”

* * *

박주호의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

-햐 ㅋㅋ 넘모 깔끔한 거시고요?

-아니 ㅋㅋ 범선으로 근접포격은 뭔데 ㅋㅋㅋ

-해적선 벌집 에디션 ㅋㅋㅋ

-진짜 갓플 컨트롤은 예술이라 이마리야

-사실 포격당하기 전에 약올라서 죽지 않았을까?

-ㄹㅇㅋㅋ 열뻗쳐서 바다에 뛰어들 듯

해적선들이 모두 침몰하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물론 박주호도 새삼 실소를 흘렸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1인 컨텐츠가 아닌가 싶은데.>

“에이, 너도 하나 처리했잖아.”

이경복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웃으며 답변했다. 박주호가 하나를 처리하는 동안 이경복은 나머지를 모두 해치워버렸다.

“네 몫도 좀 남겨줄까 했는데 킬각이 보여서 어쩔 수가 없었다.”

<나야 네가 다 처리해주면 편하고 좋지.>

“햐, 여러분 들으셨죠? 저희 매니저가 이렇게 꾀를 부립니다.”

이경복의 너스레에 채팅창이 ‘ㅋㅋㅋ’로 도배됐다.

-사장이 일을 도맡는다. 그게 블랙기업의 상식이잖아?

-블랙 사장이라는 게 사실 일이 많아서 그런 거였고?

-갑자기 퍼니져님 월급루팡행ㅋㅋㅋㅋ

-루팡이라뇨? 퍼파고의 ‘효율 추구’입니다만?

-???: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갓플이 전담하는 게 최고 효율이라는 결과를 산출했습니다.

-퍼파고 성능 ㅁㅊㄷㅁㅊㅇ!

이내 두 사람 모두 요새 앞쪽으로 항로를 잡았다.

<저기 부두 앞을 선회하면서 번갈아 포격을 하면 안정적일 것 같다.>

“음, 히트 앤 런으로 로테이션을 돌면서 공략한다라…”

해적선도 처리하고 요새만 남은 상황이었다. 요새가 움직이는 것도 아닌 만큼 포탑의 사정거리만 벗어나면 위험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성능이 좋은 5성 범선이니만큼 포격에 당하기 전에 벗어날 수 있을 터였다.

-오 ㅋㅋㅋ 바로 정석공략 찾아버리기

-원래 3성이면 컨트롤 좀 집중해야 되는데 5성이면 괜춘ㅋㅋ

-잠깐 쉬는 시간인 거시고요?

-캬 ㅋㅋ 역시 명품 방송답게 인터미션이 있네

-인터미션 ㅇㅈㄹ ㅋㅋㅋㅋㅋ

-템포 화장실, 지금이니!?

시청자들도 박주호의 의견에 동의했다. 반복해서 포격하는 동안은 별 일이 없을 테니 느슨해지는 분위기였다.

“그거 말고 내가 작업을 좀 해둘게.”

그러나 이경복의 생각은 달랐다.

<작업이라니?>

“빠른 방법이 있는데 돌아갈 필요는 없잖아?”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번지는 사이 이경복은 키를 돌렸다. 요새에 가까워지자 포탑이 일제히 그를 조준했다.

‘조준 자체는 단순하네.’

이경복은 즉시 키를 놓고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활성화, 항로를 설정한 뒤 대포를 직접 잡았다.

물 흐르는 듯한 일련의 동작에 시청자들은 다시금 집중했다.

-뭐지? 무엇을 하려는 것이지!?

-여기서 조준 포격을?

-아니;; 어차피 벽 때리는 건데 뭣하러?

-무친 ㅋㅋ 정박상태도 아닌데 조준을!?

-와 ㅋㅋ 저렇게 흔들리는데 ㅁㅊㅋㅋㅋ

자동항해라고 해도 그 흔들림이 일정한 건 아니었다. 요동치는 선체에 이경복의 조준도 위아래로 빠르게 흔들렸다.

물론 이경복에게 이 정도는 문제라고 할 것도 없었다.

“일단 하나.”

쾅하는 굉음과 함께 포탄이 쏘아졌다. 허공을 가르며 나아간 포탄은 그대로 포탑에 박혔다.

그 지점은 정확히 포탑의 대포가 위치한 부분이었다.

-와앀ㅋㅋㅋ 대포를 치워버리겠다?

-ㅁㅊ 이런 방법이 있었넼ㅋㅋㅋ

-맞네 ㅅㅂ 대포 치우면 로테이션 돌 것도 없이 말뚝 딜하면 되잖슴 ㅋㅋㅋㅋ

-핀포인트 포격 찢었다 ㅋㅋㅋㅋ

포탄에 해적의 대포가 망가졌다. 그리고 이경복이 포탄을 발사할 때마다 망가진 대포의 숫자는 늘어났고, 해적들의 반격 역시 점차 잦아들더니.

“더 없죠?”

이내 마지막 포탑마저 무력화 되자 고요가 찾아왔다. 이경복은 망원경을 꺼내 요새 쪽을 훑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허, 너랑 합방하시는 분들 심정이 이해가 되네.>

박주호는 실소를 흘리며 감상을 표했다. 이에 채팅창에도 공감이 쏟아졌다.

-퍼파고가 이제 합방인들 빅데이터까지 섭렵을!?

-근데 이건 보는 트수들도 알 수 있는 거 아니냐 ㅋㅋㅋㅋ

-개 잘해서 편함 + 못 따라해서 허탈함

-제로백 버스를 타는 자, 그 승차감을 견뎌라!

-현타가 아니라 퍼타가 온다 이마리야

-퍼플 타임 뭔뎈ㅋㅋㅋㅋ

-공략시간 압축을 뜻하는 겁니다만?

-이제 진짜 쉬는 거지? 화장실 갔다 옴!

포탑도 무력화 했으니 선회도 필요 없었다. 이대로 벽이 무너질 때까지 두드리면 끝이리라.

보다 공략시간이 줄어들었지만 그 양상은 역시나 단조로울 터였다. 시청자들의 집중이 재차 느슨해지려는 순간이었다.

“하나 더 해보고 싶은 게 있거든요?”

이경복은 한마디와 함께 재차 포격을 감행했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포탄이 쏘아졌다.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쏟아졌다. 고정된 벽만 쏘면 되는데 뭐 하러 조준이 필요하단 말인가?

이내 포탄이 떨어지자 그 물음표는 더욱 증폭했다.

-????

-여기서 !감나빗이 나온다고?

-5252, 다 끝났다고 너무 대충 쏘는 거 아니냐구웃!

-그냥 터치로 발사하면 되는 거 아님?

-ㄹㅇㅋㅋ 말뚝딕이라 명중률 백퍼 뜰 텐데 ㅋㅋㅋ

-ㄴㄴ 갓플이 빗맞출 리가 없음

-뭔가 이씀! 아무튼 뭔가 이씀!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포탄은 요새 벽이 아니라 그 앞에 애꿎은 건물들을 박살냈다. 시청자들은 모두 어리둥절했지만 이경복은 개의치 않았다.

“자, 여긴 아니었고요.”

그는 작게 중얼거리며 다른 곳을 조준했다. 연이은 포격에 다른 건물들도 박살이 났다.

<뭔지 모르겠지만 필요할 때 얘기해라.>

박주호는 그 의도를 묻지 않았다. 이경복이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 됐다. 이제 준비해.”

<준비?>

“어.”

이경복은 단답과 함께 다시 포탄을 발사했다. 그 궤적은 이미 무너진 건물 쪽이었다.

시청자들 모두 뭔가 싶은 와중 포탄은 이미 떨어진 포탄 위로 추락했다.

그리고.

-ㅁㅎ우ㅏㅣ너!?

-아씨 깜짝이야!

-뭐임? 대체 뭐임?

-아앀ㅋㅋ 육성으로 소리 지름

-갑자기 왜 터짐?!

귓가를 메우는 폭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대폭발에 튕겨나간 포탄들이 벽을 휩쓸었다.

시청자들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박주호는 곧 상황을 파악했다.

<화약인가? 화약고를 노린 거야?>

“오, 역시 우리 퍼파고. 분석력이 아주 탁월하네.”

이경복의 긍정에 시청자들도 깨달았다.

-무친ㅋㅋㅋㅋ 저기 화약창고임?

-설마 미리 쏴둔 포탄이랑 지금 쏜 거랑 맞춰서 불씨를 만든 거?

-그게 된다고?

-(게말콘)(게말콘)(게말콘)

-뭐야 ㅅㅂ? 나 화장실 갔다옴!

-이래서 갓플 방송 볼 때는 방광컨을 잘 해야 된다니깐!

-ㄹㅇㅋㅋ 레전드 갑툭튀가 패시브임

-어차피 지릴 거 보고 지리라 이마리야

-아직도 성인기저귀를 안 찼다고?

-야앀ㅋㅋㅋ 이거 숙제방송이야!

이경복은 솟구치는 채팅창을 보며 간단히 설명했다.

“대포는 화약이 있어야 발사되잖아요? 본거지니까 화약을 보관하는 곳이 있지 않을까 했죠. 그래서 의심 가는 건물들을 부숴봤습니다.”

실제로는 신기로 이미 위치를 파악했지만 시청자들에게도 ‘탐색’ 과정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발견한 다음은 간단하죠. 포탄끼리 부딪쳐서 불씨를 붙여주면 끝이거든요.”

포탄 자체는 폭발탄이 아니라 거대한 쇠공과 같았다. 그는 원 거리에서 불씨를 일으킬 방법으로 두 포탄의 마찰을 이용했다.

그의 자신 있는 설명에 시청자들은 경탄을 터트렸다.

-와 ㅋㅋ 어쩐지 갓플이 웬일로 망원경 쓰나 했다

-ㄹㅇㅋㅋ 원래는 쏘고 확인도 안 하잖슴

-???: 백퍼 명중인데 확인을 왜 함?

-아아, 그것이 바로 퍼자감이니까 (끄덕)

-요새벽쉑 완전 너덜너덜해버렸쥬?

-공략시간 압축 미쳤다리ㅋㅋㅋ

-이정도면 진짜 1인 공략 아니냐고 ㅋㅋㅋ

-???: 퍼파고는 거들 뿐

-아 ㅋㅋ 분석만 잘 하면 된다고

이경복은 웃으며 박주호에게 말했다.

“자, 마무리 하자.”

<너랑 합방할 때는 분석 보다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더 중요하겠어.>

박주호의 감상에 시청자들은 적극 공감을 표했다.

-진짜 ㅋㅋ 상상도 못한 방법이 자꾸 나와!

-AI 별거 아니쥬? 해결책 상상은 못하쥬?

-아 ㅋㅋ 빅데이터 쌓아두면 뭐하냐고

-분석도 상상력도 없는 트수는 뭘 하면 되는 거죠?

-드립에만 집중해라 트수!

이미 폭발로 반파된 벽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그 결과에 시청자들은 만족을 표했다.

그 만족을 불러오는 요인 중 하나.

-여윽시 갓플이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이마리야

-ㄹㅇㅋㅋ 이게 진짜 스겜이지 ㅋㅋㅋ

-협동 컨텐츠가 이렇게 짧았나?

-이 형이 또 퍼펙트 숏컷을?!

-역시나 비공식 스피드런 세계 1위 답쥬?

-아 ㅋㅋ 빨리 쳐내야된다고

-갓플이 한국 대표인 이유 바로 나와버리고?

한국인에게 ‘빨리빨리’는 중대 사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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