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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63화 (363/491)

363화 - 엔화 결제 됩니다 (2)

이른 아침, 샵팬덤 사옥.

MD팀 팀장은 출근 시간보다 일찍 사옥에 도착했다. 단순히 그가 부지런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이고,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어젯밤 샵팬덤은 일본 서비스를 공지했다. 문제 최소화를 위해 늦은 밤에 공지를 했지만, 혹여 모를 사태를 대비해 개발팀 직원들이 당직을 섰다.

MD팀 팀장은 그들에게 이 격려의 한 마디를 하기 위해 조금 더 일찍 나왔다.

“아닙니다. 뭐, 별일 없었으니까요.”

“아유, 그러면 더 고생하신 거죠. 그만큼 완벽히 준비를 해주신 거니까요.”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피곤한 사람을 더 붙들고 늘어지는 건 실례였다. 이야기를 마무리한 팀장은 곧바로 상황을 확인했다.

이내 속속들이 도착한 직원들도 빠르게 자료를 정리했다.

“오케이. 대표님께 보고 드릴 테니까, 다들 커피 한 잔씩 하고 오세요. 나는 투샷으로, 알죠?”

“넵! 알겠습니다!”

팀장은 웃으며 직원들을 내려보내고 대표실로 들어섰다.

“아, 오셨네요. 직접 찾아가려는 거 참느라 혼났습니다.”

대표는 가벼운 농담으로 그를 반겼다. 그러나 그 기대 어린 눈빛은 숨길 수 없었다.

팀장은 바로 홀로그램 그래프를 띄우며 보고했다.

“일본 회원 유치는 보시다시피 매우 성공적입니다. 공지 후 반나절도 안 됐는데 벌써 10만을 돌파했습니다.”

“역시! 이 정도면 수요량은 충분하겠네요! 확실히 아이돌이 다르긴 다르네요.”

대표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팀장 역시 마주 웃음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 스위티즈 만으로 일본 쪽 수익분기점은 가뿐하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간 샵팬덤이 해외 배송을 지원하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까지 입점한 인플루언서 중 해외 진출의 리스크를 넘어설 만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하아, 이제야 좀 안심이 되네요. 이게 이성적으로는 당연히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확실히 저로서도 큰 도전이었나봅니다.”

“물론입니다. 저도 어제 잠을 통 못 잘 정도였거든요.”

“그래도 역시 장 대표님이시네요. 장 대표님이 연결해준 일본 쪽 네트워크가 확실히 효과를 봤어요. 팀장님도 고생하셨습니다.”

대표는 흡족해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가도 좋다는 신호였지만 팀장은 잠시 눈을 굴렸다.

왜 그러나 싶었는데 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하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네?”

대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문제가 있었다면 조금 전처럼 웃으며 얘기를 할 수 있었겠나. 그렇다고 좋은 일이라 하기에는 그의 표정이 묘했다.

이내 팀장이 새로운 그래프를 띄웠다.

“퍼플 님 굿즈 주문량이 다시 폭증했습니다.”

“…퍼플 님이요?”

대표의 눈이 그래프와 팀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약간 미간을 찡그렸다.

“아니, 지금 국내 주문량도 밀려있지 않나요? 공장 풀가동해도 소화하기까지 한참일 텐데?”

“예, 맞습니다. 그래서 안내 페이지에도 배송까지 최소 1달 이상 소요된다고 공지를 해두었는데… 그래도 주문이 쌓이고 있습니다.”

“설마 일본어로는 공지가 안 된 건 아니겠죠?”

대표는 그리 되물으며 직접 확인하겠다는 듯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하지만 경고문은 일본어로 언어를 변경해도 버젓이 남아 있었다. 그것도 크고 붉은 글씨로 최상단에 박혀있어 못 볼 수가 없었다.

“아니, 이게 대체…”

“그래서 최근 퍼플 님 활동을 간단히 살펴봤는데요.”

팀장의 이어지는 설명에 대표의 눈이 점점 커졌다.

“일본 광고를? 게다가 이모티콘까지요?”

“예, 일본 트위티 트렌드에서도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퍼플 님 인지도가 상승하는 중에 저희가 문을 연 거죠.”

이경복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샵팬덤은 입장이 약간 달랐다.

“그… 아무래도 일본 쪽 주문은 우선순위를 미뤄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팀장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조심스레 말했다.

“안 그래도 지금 생산 라인이 대부분 퍼플 님께 집중된 상황입니다. 여기서 일본 주문량까지 감당하려면 한 달이 아니라 두세 달로 공지를 하거나 다른 인플루언서 분들 굿즈 생산이 지연되는 건 불가피해 보입니다.”

어느 쪽이든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표도 그에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매만졌다.

“이것 참… 메탈펀치 대회가 끝나면 주문량이 좀 줄어들 거라 생각했는데, 확실히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네요.”

살 사람은 다 샀다고 생각했는데 바다 건너에서 새로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대표는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봅시다.”

“예?”

“솔직히 말해 일본 진출이라고 해도 아쉬운 면이 있었습니다. 스위티즈가 교두보가 되어줬다고는 했지만 실상 그쪽 인지도가 저희보다 더 높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샵팬덤측에서는 스위티즈를 앞세워 일본에 발을 디뎠다. 달리 말하면 그 스위티즈에 가려져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나 샵팬덤은 비단 연예인 굿즈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그보다 더 많은 인플루언서가 있다.

“2차 퍼펙트 굿즈 기획, 진행해봅시다.”

“그 말씀은…?”

“이번 기회에 퍼플 님과 함께 일본에 저희 이름을 알려보죠.”

이경복은 그 사실을 알리기에 최적의 인플루언서였다.

“상황 설명 드리고 최대한 미팅 빨리 잡아주세요. 언제든 시간은 맞춰드리겠다고.”

* * *

이른 오후, 팀 퍼펙트는 정기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회의실 내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

“리뉴얼 이모티콘이 괜찮아서 다행이네요.”

“그러니까요. 국내외 할 거 없이 다 반기던데요?”

조대한과 매드맨의 말에 최병훈이 입꼬리를 올렸다.

“크으, 멤버십 가입자 탄력 받는 거 봐라. 역시 주기적으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니까?”

“신상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이모티콘 작가님도 꽤 보람을 느끼신 모양이다.”

박주호가 그 말을 받으며 손을 움직였다.

“어? 뭐야 이거?”

“작가님이 간밤에 메일로 보내신 콘티다. 이모티콘 세트,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의견이 듣고 싶으시다네.”

모두의 앞에 떠오른 건 홀로그램 이미지였다. 간단한 스케치였지만 그걸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이거 언제 그리셨대?”

“이모티콘 리뉴얼로 바쁘신 거 아니셨어요?”

이모티콘 리뉴얼 작업 도중에 새로운 컨셉의 이모티콘을 구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주호 예상한 반응인지 즉시 답을 꺼냈다.

“구상이랑 스케치 자체는 제안 들어오실 때부터 하셨다더군요. 게다가 저번 회의 때 대한 씨가 말해준 블랙기업 테마 덕분에 고민이 줄었다고 합니다.”

“아, 그래서 양복을 입고 있구나.”

이경복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스케치로 표현된 캐릭터는 회사원을 표현한 듯 정장차림이었다. 이내 모두의 시선은 옆에 있는 컨셉 설명 쪽으로 옮겨졌다.

“원래는 ‘블랙기업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바꾸셨네요.”

“음, 나중까지 생각하신 거네. 퍼펙트 상식 밈으로 또 쓸 수 있는데 중복되면 좀 그러니까.”

“그래서 상식 대신 ‘사칙’이라는 키워드로 잡으셨고요.”

최종적으로 새 이모티콘은 ‘블랙기업의 사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 그럼 블랙사칙콘인가?”

“게말콘이랑 다르게 단독은 아니고 2개를 붙여서 쓰는 거다.”

박주호는 그리 말하며 캐릭터 스케치 다음, 이모티콘 예시 이미지를 띄웠다.

이내 그 목록을 본 팀원들이 실소를 흘렸다.

“아, 이게 혹시 나야?”

명패가 놓인 책상에 앉은 캐릭터, 그리고 그 주변에는 수많은 일감이 쌓여있다.

[사장이 일이 제일 많아야 한다.]

그리고 말풍선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사칙콘을 붙이는 거네.”

그 옆에는 검지를 하나 올린 캐릭터와 텍스트가 붙어 있었다.

[그게 사칙이잖아?]

이내 다른 예시를 훑어본 팀원들이 웃음을 흘렸다.

“아, 이거도 웃기네요. ‘출근과 동시에 퇴근을 생각한다. 그게 사칙이잖아?’ 이건 직장인이면 다 공감하죠.”

“아니, 나는 그것보다 사칙콘에 사칙연산 기호 넣은 게 킹받네.”

최병훈이 웃으며 사칙콘을 가리켰다. 캐릭터 주변에 몽실몽실 ‘+-×÷’ 기호가 떠돌고 있었다.

“이런 말장난을 좋아하시는 거겠지.”

“원래 게말콘 만드신 분이니까요.”

다들 웃는 와중 매드맨이 슬쩍 눈치를 살폈다.

“저기, 근데… 이런 코드는 일본 팬분들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한국어 발음을 기반으로 구상한 만큼 일본인들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건 자명했다.

이경복은 그에 잠시 고민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좋은 포인트인데 저는 이건 작가님 판단이 옳다고 봐요.”

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돌렸다.

“이번 블랙사칙콘은 단순히 로그라인 판매용으로만 쓸 건 아니잖아요? 게말콘도 처음부터 그런 의도로 만든 것도 아니고요. 메인은 역시 방송으로 잡고 가는 게 좋겠죠.”

“아,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이모티콘은 일반 이모티콘이랑 좀 성질이 다르기도 하잖아요?”

조대한이 그에 동의하며 말을 받았다.

“보통 상품은 고객의 이해에 맞추는 게 맞지만, 굿즈는 좀 다르거든요. 이미 관련된 밈을 이해한다는 전제로 파는 상품이기도 하고, 알수록 더 가치가 높아지는 게 특성이니까요.”

“아, 하긴… 그건 그러네요. 제가 괜히 걱정했나 봐요.”

“에이, 괜한 걱정은 무슨. 이렇게 짚어주고 넘어가는 게 낫지.”

최병훈의 말에 다들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쳐 주의를 환기시켰다.

“좋습니다. 이모티콘 컨셉은 그대로 진행할게요. 주호는 이거 콘티 전부 나오면 정리해서 NEVER에 보내주고.”

“알았다. 작가님께 전달하지.”

“자, 그럼 회의는 여기까지 할게요.”

회의 종료 선언에 다들 자리를 정리했다. 그러나 아직 할 일은 남아 있었다.

“병훈아, 여기 마무리 좀 부탁할게.”

“어, 잘 갔다 와라.”

“파이팅입니다!”

최병훈과 매드맨을 뒤로 하고 남은 세 사람이 빠르게 회의실을 나섰다.

“일본 진출이라니 예상 밖이네.”

“그러니까. 이렇게 빨리 2차 굿즈를 준비할 줄은 몰랐는데.”

이경복은 미소와 함께 차에 오르며 뒷좌석을 돌아봤다.

“대한 씨, 일본 자문 잘 부탁할게요.”

이전 굿즈 기획과 달리 이번에는 조대한을 대동하는 이유였다.

“넵! 맡겨만 주세요!”

그의 의욕은 두 사람의 기대를 연료삼아 타오르기 시작했다.

* * *

사옥에 도착하자 미팅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세 사람을 맞이한 건 대표와 MD팀 팀장이었다.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극진한 인사와 더불어 두 사람은 말문을 열었다.

“메일로도 설명을 드렸지만, 지금 일본 내 인기가 엄청나십니다.”

“역시 월드 클래스라는 말이 아깝지 않으시다니까요. 저희도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두 사람의 감탄 어린 칭찬에 이경복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샵팬덤 일본 진출도 순항중이라고 들었어요. 설마하니 스위티즈가 입점을 하게 될 줄이야.”

“뭐, 그래도 그럴 만하긴 했습니다. 이전 굿즈 판매처는 문제가 좀 많았거든요. 오배송 사고도 종종 있었고, 가격 대비 퀄리티도 아쉬운 게 많았습니다. 공식보다 팬메이드 굿즈가 더 나았으니 말 다했죠. 아, 물론 샵팬덤이라면 다르리라 믿습니다.”

갑자기 쏟아진 말에 모두가 눈을 돌렸다. 그 시선을 받은 남자, 박주호는 이내 헛기침을 하며 멋쩍어했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 흥분해서…”

“이 친구가 또 스위티즈 팬이라서요.”

이경복의 설명에 그제야 이해한다는 듯 대표와 팀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유, 물론입니다! 그러면 진짜 속상하죠.”

“팬이시라니 스위티즈 굿즈는 따로 저희가 좀 챙겨두겠습니다.”

이어지는 말에 박주호가 바로 손을 내저었다.

“아니, 괜찮습니다. 정당하게 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 브릭스죠.”

“과연, 찐팬이시네요.”

“크흠, 저 때문에 얘기가 좀 지연됐네요. 미팅 시작하시죠.”

박주호는 약간 민망한 듯했지만 문제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미팅에 앞서 분위기가 부드러워지지 않았나.

“본론에 앞서 다시 확인하겠습니다만, NEVER 재팬과의 계약에서 굿즈 관련 사항은 없으신 거죠?”

“아, 물론입니다. 이모티콘만 계약을 했으니 중복계약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경복의 대답에 두 사람은 안도하며 미소 지었다.

“좋습니다. 메일로 전달 드렸지만 간단히 설명 드리면 퍼플 님과 함께 일본 시장을 개척해보려 합니다.”

“다른 인플루언서라면 몰라도 퍼플 님이시라면 수요층이 확실하시니까요. 실제로 이미 일본 팬분들의 구매량이 상당합니다.”

그리 설명을 이어나가려던 중 박주호가 손을 들어 주의를 끌었다.

“아, 저희 쪽도 앞서 확인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네, 말씀하시죠.”

“외환으로 들어오는 매출의 경우 정산은 원화로만 가능합니까? 아니면 지금 같은 경우 엔화로도 정산을 받을 수 있습니까?”

그 물음에 대표와 팀장 모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다행히 그 질문의 의도를 깨닫는 건 금방이었다.

“아, 그러네요. 저희 쪽보다 퍼플 님 쪽에서 환율을 더 우대받을 수도 있겠네요.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외환은 원화와 달리 환율의 영향을 받았다. 금액이 적다면 크게 신경 쓸 문제가 아니지만 그 액수가 커지면 애꿎은 손실이 될 수 있었다.

대표는 바로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진출에만 급급해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사과만으로 끝낼 수는 없었다. 대표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원화와 외환 정산은 입점해주신 인플루언서 분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겠습니다.”

비단 이경복만이 아니라 다른 인플루언서들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나마 다행히 시스템을 구축할 시간이 있었다.

“아, 그렇다면 문제없겠네요.”

“예, 이것 참… 면목이 없네요. 저희가 미리 준비해 안내를 드려야 할 사안인데 오히려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더 신경 써 주시리라 믿겠습니다.”

이경복의 너스레에 대표는 거듭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 물론이죠! 이번 일본 진출은 전적으로 퍼플 님께 포커스를 맞출 겁니다.”

“그런데 지금 퍼펙트 굿즈에 대한 수요가 포화 상태입니다. 이 상태로는 진출이 원활하기는 힘든 상황이에요.”

팀장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이에 다들 의아해했다. 긍정적인 희망을 보여줘도 모자를 판에 힘들다니?

“물론 그 해결책도 준비를 해뒀습니다. 전에 한 번 말씀 드렸는데 기억이 나실까 모르겠네요. 저희 쪽에서도 자체적으로 제공 품목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알려드렸었습니다.”

“아, 네네. 게말콘 피규어 가격 결정할 때 말씀을 주셨었죠.”

“네네, 맞습니다. 피규어 관련해서도 여러모로 발품을 팔았었죠. 그리고 일본 진출 또한 하루아침에 결정된 게 아닙니다.”

대표는 자신 있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저희는 국내생산이 아니라 일본 업체와 직계약을 준비 중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굿즈 업계는 일본이 상당히 발달해있습니다. 피규어 같은 경우에도 퀄리티와 대량생산 모두 노릴 수 있을 겁니다. 일본 쪽 수요는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역수입을 하려 합니다.”

팀장이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경복은 그에 조대한에게 눈을 돌렸다.

자신의 차례라는 걸 깨달은 그는 빠르게 눈을 굴렸다.

“확실히 옳은 말씀이긴 합니다. 시장이 큰 만큼 관련 행사도 잦고 종사자들도 많죠. 기술은 물론이고 종류도 더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경복은 그에 잠시 고민하다가 사진을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혹시 이 정도도 가능하겠습니까?”

그 사진은 바로 팬, ‘퍼그말리온’이 만들어주었던 바이오 크라이시스 피규어였다. 이에 대표와 팀장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건… 엄청난 퀄리티로군요.”

“오히려 좋네요. 이런 구체적인 예시가 있으면 더 견적을 내기가 쉽거든요.”

놀라움으로 가득했던 눈은 이내 사업자의 것으로 변했다.

“사실 저희는 리뉴얼 된 게말콘으로 피규어를 만들까 했는데 이러면 선택지가 늘어나게 되겠네요.”

“음, 프리미엄 굿즈 라인으로 새로 잡아도 되겠는데요? 보급형 모델과 프리미엄까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표는 그리 말하다가 이내 빠르게 머리를 내저었다.

“아니, 실언이었습니다. 가능할 것 같다는 게 아닙니다.”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을 고쳤다.

“가능하게 만들겠습니다! 그게 제가 할 일이니까요.”

운에 맡기는 건 사업가가 아니라 도박꾼일 뿐이다.

이경복은 그가 훌륭한 사업가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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