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65화 (365/491)

365화 - 세컨드 미싱링크 (1)

늦은 저녁, 에이지 오브 오션스 3일차 방송이 시작됐다.

“트하! 오늘도 반갑습니다!”

이경복의 밝은 인사에 기다리던 시청자들이 격하게 환영했다.

-왔다 내 보약!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보약이쥬?

-아 ㅋㅋ 절대 못 끊는다니깐!

-숙제를 1.5만 명이 기다리는 클라스 ㅋㅋㅋ

채팅이 쏟아짐과 동시에 후원도 같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후원 내용이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효과금러’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혀엉! 울 아부지가 주는 거야! 먹방 영상 잘 보셨대! 덕분에 낚시 편하게 하신대!]

[‘아빠대신전합니다’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자식 놈이랑 얘깃거리 생겨서 좋네요. 좋은 방송 고맙습니다^^]

[‘원양어선탔다’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용돈 받는 대신 부모님 낚시 따라가는 에붕이면 개추 ㅋㅋㅋ]

이어지는 후원 메시지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효과금은 또 뭔데 ㅋㅋㅋㅋㅋ

-낚시 아재들의 후원 아웃소싱 ㅋㅋㅋ

-아 ㅋㅋ 용돈 주시면 따라가야지

-ㅁㅊ 이거 아버지랑 낚시가면 위험한데

-엥? 같이 가면 사이 안좋아짐?

-남자들끼리 낚시를 하면 ‘보이스피싱’이니까^^

-너 아재들렸어?

-퍼하하하하하

이경복도 그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시청자들과는 약간 의미가 다른 미소였다.

‘…부럽네.’

자식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고맙다는 부모님이나, 툴툴대면서도 부모님을 따라가는 시청자들이나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는 이제 경험하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 후원 감사드립니다. 정말 기쁜 소식이네요!”

그러나 그 심정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괜히 방송 분위기를 침체시킬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 흔치 않거든요? 부모님께 한 번 권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대신 그는 가볍게 주의를 돌렸다.

-여기서 숙제각을 본다고?

-즉.시.숙.제

-이러니까 다 퍼플 코인 타려는 거 아니겠냐구웃!

-퍼파고가 아니라 갓플도 우등생이었다 이마리야

그렇게 후원에 감사를 마칠 즈음이었다.

[‘이거하나만!’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혀엉! 지금 아니면 못 물어봐서 그런데 해외배송 시작해서 굿즈 배송 더 늦어지는 건 아니지?!]

새로 들어온 후원에 시청자들은 물음표를 쳤다.

-아 샵팬덤 일본 배송 된다던데 그거?

-배송은 샵팬덤 담당 아님?

-ㄹㅇㅋㅋ 이건 샵팬덤에 문의를 해야지 ㅋㅋㅋㅋ

-어차피 한 달 기다려야 된다구웃!

-헛되이 날아간 만원ㅋㅋㅋㅋ

-아무튼 후원했죠?

시청자들이 장난스럽게 후원자를 놀리자 이경복이 손을 내저었다.

“아, 이거는 나중에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얘기 나온 김에 간단히 하고 넘어갈게요.”

그의 말에 다른 의미의 물음표가 채팅창을 물들였다.

“안 그래도 어제 샵팬덤이랑 미팅을 좀 했거든요. 일단 배송 얘기부터 드리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아직 확정은 아닌데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아요.”

2차 굿즈의 경우는 아직 런칭 계획이 명확하지 않으니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더욱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5252, 퍼펙트 소식이 또 있는 거냐구웃!

-HOXY 게말콘 피규어 한정구매 풀림?

-아니면 리뉴얼버전 발매?!

-옼ㅋㅋ 그러면 지금 파는 거 ㄹㅇ 한정판되는 건데

채팅창에 여러 추측이 난무하자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확정되면 공지드릴 테니 기대해주시고요. 이제 게임 하러 가보죠! 더 늦으면 퍼파고가… 아시죠?”

-엌ㅋㅋ RGRG

-퍼파고 배드섹터 생기기 전에 얼른 가자구웃!

-ㄹㅇㅋㅋ 더 늦으면 삐돌웨어 걸림

-뭔ㅋㅋㅋ 바이러스냐곸ㅋㅋ

-???: 너 채금

-퍼파고님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읍니다 ^^7

시청자들이 잔망스레 채팅을 치는 사이 화면이 전환됐다. 항구에 도착한 이경복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왜 이렇게 돈이 많아졌지?”

어제 접속을 끝냈을 때와는 판이하게 자금상황이 달라졌다.

-헉!

-누가 소매넣기 한 거임?

-아니 ㅋㅋ 여기 소매넣기가 어딨어

-설마 돈 복사 버그?

당연히 이유가 없지는 않았다.

<왔냐.>

“어어, 야. 혹시 너도 돈 갑자기 늘어났어?”

<돈? 아, 기다리는 동안 무역품을 처리해뒀다.>

박주호가 먼저 접속해 일처리를 끝내둔 것이었다.

-버그가 아니라 퍼파고였쥬?

-역시 효율의 퍼파고 ㅎㄷㄷ

-이 바보! 일만 아는 바보!

-블랙기업 직원행동ㅋㅋㅋㅋㅋ

-???: 머뭇거릴 틈이 없다! (진짜안쉼)

“자, 좋습니다. 우리 퍼파고 덕분에 시간을 또 아꼈네요.”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이윽고 박주호가 바로 부두에 도착했다.

“어제는 2번째 유적 지도를 찾았었죠? 잠수복 제작 떡밥도 있었는데 일단 보고를 위해 해군 본부로 돌아가겠습니다!”

이경복의 간단한 정리와 함께 두 사람은 배에 올랐다.

* * *

해군 본부에 도착한 후 건물로 다가가니 바로 컷신이 이어졌다.

주인공이 다가가자 문지기가 그를 보고 넙죽 고개를 숙였다.

“아, 퍼플 님! 어서 오십시오! 일전에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니, 괜찮습니다. 본분을 다하신 거니까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대장님께서 직접 명령하셨으니 언제든 편하게 방문해주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처음 방문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대접이었다. 시청자들은 그에 흡족해했다.

-아 ㅋㅋ 이래야 군수저지

-이집 문지기 군생활 잘 하네 ㅋㅋㅋ

-대장이 직접 명령 내릴 때 오만생각 다 들었을 듯 ㅋㅋㅋㅋ

-정신 바로 차려버리기 ㅋㅋㅋ

주인공이 들어서자 이내 장소가 방으로 바뀌었다. 이미 보고를 마친 것인지 알폰소의 표정이 심각했다.

“설마하니 아틀란티스의 실존 증거가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이야…”

그는 침통한 목소리로 주인공을 돌아보았다.

“미리 이걸 알았더라면 호레이쇼를, 자네 아버지를 보내지 않았을 텐데…”

-Aㅏ

-헐 맞네;;;

-갓버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아틀란티스 증거 찾으려고 보냈었지

그 대사만으로 상황을 깨달은 시청자들이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그리 생각지 않았다.

“아닙니다. 아버지의 임무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편지를 남기신 덕에 제조 장치를 찾았으니까요.”

“그거야, 그렇다만…”

“제조 장치를 확보해두지 않았다면 카밀라 해적단이 절 노리지도 않았을 테고, 탐지 장치도 얻지 못했을 겁니다. 이번 거래 역시 상회에 주도권이 넘어갔을 테고요.”

그가 조목조목 이유를 설명하자 알폰소의 표정도 달라졌다.

“미안하네, 자네 말이 모두 옳아. 내가 실언을 했구먼.”

그는 주인공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어깨를 토닥였다.

“역시 피는 속일 수 없는 것 같네. 호레이쇼 본인이 말하는 줄 알았어. 그 친구도 항상 내게 직언을 해주었지.”

“…과찬이십니다.”

“호레이쇼를 위해서라도 아틀란티스를 찾아야겠지. 어서 지도를 확인해 보세나.”

두 사람은 바로 2번째 유적지도와 노선도, 그리고 해도를 펼쳤다.

해군이 확보한 유적, 미싱링크를 중심으로 2번째 유적 위치를 가늠해본 결과.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알폰소는 눈을 부릅뜨며 경악했다.

“대장님?”

주인공은 물론 시청자들도 그 반응에 물음표를 그렸다. 알폰소는 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을 굴렸다.

이내 그는 결심한 듯 깊이 한숨을 내쉬며 주인공을 돌아봤다.

“미안하네. 자네의 고생이 무색하게도… 2번째 유적 탐사는 불가능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여기에 뭔가 있는 겁니까?”

주인공은 다시 지도를 바라보았다. 위치로 가늠되는 곳은 초승달처럼 휘어진 열도 지역이었다.

돌아온 질문에 알폰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금부터 자네가 듣는 건 해군 중에서도 수뇌부만 아는 사실일세.”

“예?”

알폰소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자네도 여기까지 관여한 이상 들을 자격이 있다는 게 내 판단이야. 해적 연합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그야 물론입니다. 해적 연합은 해군의 주적이 아닙니까?”

주인공이 그리 말하다가 이내 눈을 크게 떴다.

“잠깐, 설마…”

“그 설마일세. 이곳은 해적연합의 본거지, ‘그랜드 본스’라고 하는 곳이야.”

“대체 무슨…? 본부에서 놈들의 본거지를 알고 있었다는 겁니까? 그렇다면 마땅히 토벌을 해야지요!”

주인공이 황당해하는 것처럼 채팅창도 들썩였다.

-뭐임? 해군이 해적들 봐주고 있던 거임?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쥔공이 생각했던 해군과 넘모 달랐던 거시고요?

-군대는 원래 그렇지 않음?

-ㄹㅇㅋㅋ 군필자는 다 알지

-헉!

-어허! 과몰입 멈춰!

알폰소는 그에 씁쓸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사관학교를 갓 수료한 자네가 실망하는 게 당연하지. 해적은 용서할 수 없는 악이고, 해적연합은 그 중심이니까. 허나 이 역시 생존의 문제일세.”

“설마 그 해적 연합도 어쩔 수 없이 해적이 된 사람들이라는 말씀은 아니라 믿겠습니다.”

“당연히 아닐세. 해적 연합의 악명은 잘 알지 않나. 이건 힘의 균형 때문이야.”

알폰소는 훅하고 숨을 내뱉고는 해도를 짚었다.

“해적연합을 토벌하려면 할 수 있지. 하지만 전쟁이 벌어지면 결과는 공멸뿐이야.”

“공멸이요? 저희도 패배한다는 겁니까?”

“그렇지. 연합을 토벌하는 데 얼마나 많은 해군들이 바다로 돌아갈지 상상이 가는가?”

“그건…”

주인공은 입을 다물었다. 대규모 해전이 벌어지면 사상자가 발생하는 건 피할 수 없을 터였다.

“문제는 해적 연합이라고 모든 해적이 속한 건 아니라는 점이야. 우리 해군의 위세가 약해지면 다른 해적들이 어떻게 나오겠는가?”

“…그 빈 바다를 차지하겠군요.”

“그렇다네. 아이러니하겠지만 지금 해적 연합은 비소속 해적들을 억누르는 억제제 역할을 하고 있어.”

그 설명에 이경복과 시청자들도 상황을 파악했다.

“아, 이게 상호확증파괴라는 거죠?”

-ㅇㅇ 제대로 붙으면 둘다 망하고 다른 해적들이 어부지리인 듯

-하긴 전쟁 시작하면 둘 중 하나는 끝을 봐야 돼서 ㅋㅋㅋ

-연합쪽도 밀리면 어차피 끝날 거 아니까 죽자살자 싸울덧

-프리랜서 해적들도 이때다 싶어 붙을지도?

-해적 프리랜서는 뭔데 ㅅㅂ ㅋㅋㅋ

그 사이 알폰소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다행이라면 연합이라 해도 해적들은 결속력이 약하다네. 원체 악명 높은 놈들이 제 잇속을 챙기려고 뭉친 거니까. 그러니 현 상황에서는 균형을 유지하는 게 최선일세.”

“…유적 하나 때문에 그 균형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차라리 침수된 미싱링크의 물을 퍼내는 게 더 안전할 게야.”

주인공은 그에 눈을 굴리다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오래 걸릴 겁니다. 물이 계속 들이차면 의미가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하나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 있습니다.”

알폰소는 물론 시청자들도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여기서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인가?

그에 주인공이 답을 꺼냈다.

“해적연합 본거지에 무사히 들어가려면 해적이 되는 수밖에 없죠.”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그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아, 무역상으로 변장한 것처럼 해적으로 위장하려는 거네요.”

-옼ㅋㅋ 하긴 토벌이 아니니까

-유적 탐사해서 재료만 호로록하고 오려는 듯?

-ㄹㅇㅋㅋ 잠수복만 만들면 침수된 곳도 다시 탐사할 수 있자너

-해적이 내가 된다!

-언더커버 해군 ㅎㄷㄷ

* * *

어둑한 지하 감옥.

횃불을 든 주인공을 선두로 알폰소가 그 뒤를 따랐다.

“으… 으으….”

“퉷, 망할 해군 놈들.”

“바다괴물의 뱃속에나 처박혀라.”

피폐한 몰골의 해적들이 두 사람에게 욕과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나 주인공은 대꾸하지 않았다.

무시로 일관하며 안으로 들어서니 이전과 다르게 조금 더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으리? 나으리! 저,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제발 꺼내주십쇼!”

쇠창살을 붙들며 목숨을 구걸하는 목소리. 주인공이 이내 그 앞에 서자 밝은 횃불에 얼굴을 찡그린 해적의 얼굴이 드러났다.

“이번 한 번만 용서… 허, 허억!”

반대로 해적 역시 주인공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놈은 그를 보더니 기겁하며 창살에서 물러났다.

-앜ㅋㅋㅋ 맞넼ㅋㅋㅋ 얘 생포했엇짘ㅋㅋ

-살려두는 이유가 있었구연?

-다 쓸모가 있었다 이마리야

-안대 없어서 못 알아 볼 뻔 ㅋㅋㅋ

창살 너머 파들파들 떠는 해적은 바로 주인공이 붙잡았던 ‘원 아이드 잭’이었다.

그 별명과 다르게 멀쩡한 두 눈이 주인공을 위아래로 훑었다.

“이제 처, 처형되는 겁니까…?”

“기회를 주겠다.”

주인공의 말에 잭의 표정이 달라졌다.

“네놈은 해적 연합 소속인가?”

“해적 연합이요?”

잭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주인공의 눈치를 슬쩍 살피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 아이고! 아닙니다! 절대로 아니죠! 어떻게 그런 악랄한 놈들과 저를 동급으로 놓으십니까? 저는 놈들에 비하면 아주 천사가 따로 없습니다요!”

“그런가? 그럼 쓸모가 없군.”

주인공은 바로 몸을 돌렸다. 알폰소는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내 그 뒤를 따르려는 순간이었다.

“나, 나으리! 나으리! 잠시만요! 연합에 들어,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준비?”

주인공은 우뚝 걸음을 멈추고 다시 눈을 돌렸다. 잭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이 연합 놈들이 아무나 받아주지는 않거든요! 아마 아실 겁니다! 악명도 자자해야 하고, 해적단 규모도 좀 갖춰줘야 됩니다요!”

“과연 일종의 조건이 있다는 거로군. 그래서 다른 해적들을 납치한 거였고?”

-오? 그 주민들 데려가려던 이유가 이거였네 ㅋㅋㅋ

-해적인데 심사 보는 거 뭐냐고 ㅋㅋㅋ

-아 ㅋㅋ 조폭도 아무나 못한다고요

시청자들도 그 대화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주인공이 흥미를 보이자 잭은 다시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표정은 냉담했다.

“그런데 결국 연합에는 가입 못했다는 말 아닌가? 여전히 쓸모가 없군.”

“아니, 나으리! 잠시! 잠시만요! 이제 곧이었습니다요! 조금만 더 있었으면…!”

주인공은 더 듣지 않았다. 알폰소는 그 뒤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뒤따랐다.

“역시 불가능한 일이야. 이미 연합에 가입한 해적으로 위장하는 것보다 조건에 맞는 해적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일일 테니.”

“아뇨, 다른 해적을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저놈으로 위장하면 충분합니다.”

주인공의 자신 있는 대답에 다시금 채팅창에 물음표가 차올랐다. 알폰소 역시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방금 직접 듣지 않았나? 설마 위장이 아니라 진짜 해적질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그럴리가요.”

주인공은 밝은 출구로 향하는 계단에 발을 올리며 대답했다.

“악명도 살 수 있습니다.”

그 한 마디와 함께 화면이 전환됐다. 어느새 해적선장의 모습이 된 주인공과 그의 범선에는 해적기가 올라와 있었다.

-원 아이드 퍼플 ㅎㄷㄷ

-아니 ㅅㅂ 근데 왜 잘 어울림?

-아 ㅋㅋ 해적룩은 이미 어깨랑 할 때부터 입증됐자너 ㅋㅋㅋ

-저 깃발도 그대로 쓰네ㅋㅋㅋㅋ

-코이츠www 블랙해군에서 진짜 해적이 되어버린www

-이렇게 된 이상 해적왕으로 간다!

-???: 갓플은 해적왕이 될 사나이다아아아!

-이제 해적되면 막 약탈도 하고 다른 해적들 뚜까패고… 어?

-엌ㅋㅋ 평소의 블랙해군입니다만?

-알고보니 룩만 달라지는 것이였구연?

-근데 이걸로 연합 드갈 수 있나?

-진짜 어떻게 하려는 거냐고 ㅋㅋㅋ

채팅창이 감탄과 드립, 그리고 의아함으로 번잡해졌다. 다행히 의문의 답은 금방 나왔다.

“매번 볼 때마다 상상도 못할 일을 해내시네요.”

친숙한 목소리였다.

돌아간 시선 너머에는 세라자드가 있었다. 그에 시청자들이 놀라는 와중 주인공이 옅은 미소로 답했다.

“세라자드 상회의 협조에 다시 감사드리겠습니다.”

“감사라뇨. 공짜도 아니고 거래를 한 건데요. 덕분에 입이 늘어났으니 더 많이 벌어야 돼서 말이죠.”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마주 웃었다.

“오? 그 주민들 결국 받아들였나 봅니다.”

-탈위선행동 ㅋㅋㅋㅋ

-5252, 믿고 있었다구웃!

-진짜 선행으로 만들어버리기!

-아 ㅋㅋ 끝까지 책임지면 선행이지

그 사이 주인공은 실소를 흘렸다.

“그래도 큰 도움이 됐다는 건 달라지지 않습니다. 비록 거짓이라 해도 해적에게 습격당했다는 소문은 상회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손실이 있겠죠. 하지만 그만큼의 이득을 챙겼으니 결정한 거예요.”

악명은 살 수 있다.

주인공은 세라자드에게 거짓 소문을 퍼트려 원 아이드 잭 해적단의 악명을 높이기를 요청했었다.

“선조의 실종지점을 찾겠다고 했던가요?”

“네. 항해일지로 추적을 해보려고요. 만약 선조께서 아틀란티스로 향했다면 마지막에 들렀던 항구를 중점으로 주변에서 뭐라도 나올 테니까요.”

“해군의 호위를 요청한 게 그때문이었군요.”

세라자드는 그 대가로 자금은 물론 해군을 징발했다.

-아 그러네? 세눈나 선조를 추적하면 단서가 나올 수도?

-이 눈나도 똑똑쓰 ㅋㅋㅋㅋ

-상회 주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니깐!

-이래야 라이벌답지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감탄하는 사이 주인공이 배에 오르며 말했다.

“슬슬 가봐야겠군요. 행운을 빌겠습니다.”

“행운은 저 보다는 당신에게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남 걱정 보다 본인에게 신경 쓰세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와 함께 컷신이 끝나며 갑판으로 돌아왔다.

“아, 이렇게 다음 행선지가 결정되네요.”

“음, 해적이 될 줄은 예상 못했는데.”

“이게 말이 됨?”

스토리 때문인지 박주호와 퍼무새도 기존의 제복 차림에서 해적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아 이러면 퍼파고가 투아이드 번스 포지션임?

-아 ㅋㅋ 오른팔이니까 그렇겠네 ㅋㅋㅋ

-퍼무새 안대 넘모 커여운 거시고요?

-그 와중에 안 가려진 눈으로 갓플 보려고 자리 옮기는 거 무엇ㅋㅋㅋㅋ

-1계정 1퍼무새 보급이 시급합니다

이경복은 채팅에 웃으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자, 좋습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죠? 해적연합의 본거지로 바로 출발해보겠습니다!”

그의 기대어린 멘트와 더불어 박주호가 경로를 설정했다. 범선이 나아가자 채팅창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해적 소굴로 들어가는 건 맞지만.

-아닠ㅋㅋ 형은 물린 게 아니라 물러가는 거 아님?

-킹부러! 물리지도 않았으면서!

-이게 그 인적 재해 맞죠?

-해적들한테는 자연재해급임ㅋㅋㅋ

-해적들 입장에서는 넘모 당황스러운 거시고요?

-호환마마보다 두렵다는 퍼환마마 ㅎㄷㄷ

-아 ㅋㅋ 정신 차려보시라고요

위험한 건 해적들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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