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화 - 세컨드 미싱링크 (2)
해적연합의 본거지, 그랜드 본스.
“오,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장관이네요.”
이경복은 그 목적지에 도착하기에 앞서 펼쳐진 광경에 감탄을 표했다.
초승달처럼 늘어진 섬 앞에 그보다 길게 정박한 해적선들이 보였다. 수평선 가득한 해적선들은 서로 다른 해적단인지 깃발의 문양이 제각각이었다.
-규모가 좀 크긴 하네 ㅎㄷㄷ
-해군본부가 못 건드릴 정도니까 뭨ㅋㅋㅋ
-전면전하면 진짜 피해가 막심할 듯
-무친ㅋㅋㅋ 저 사이로 들어가야 되는 거?
시청자들의 감상도 그와 비슷했다. 조금 더 나아가니 컷신이 시작됐다.
“이게 해적 연합…!”
“저, 정말 괜찮은 건가?”
“만약 들키기라도 하면…”
“야,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해적으로 분장한 선원들은 불안함을 숨길 수 없었다. 진짜 해적이라도 긴장될 텐데 해군이었으니 오죽하겠나.
평소라면 윽박지르며 기강을 잡을 갑판장도 이번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주인공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선장님, 정말로 저희만 가도 괜찮겠습니까?”
다른 이들과 달리 주인공은 태연했다. 그는 담담히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했다.
“지금은 해적의 규칙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 그랜드 본스에는 해적선장의 배만 들어올 수 있다고 하니.”
-오 ㅋㅋ 그러네 ㅋㅋ 부하들 데리고 오면 쌈 날수도 있으니까.
-아 그래서 저렇게 배들이 바깥에서 대기하는 거?
-서로 선장 인질로 잡는 거네 ㅋㅋㅋ
-이것이 해적의 규칙?
-처신 잘하라고 ㅋㅋㅋ(진짜임)
시청자들이 그 내막을 유추해낸 사이 주인공은 마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 배를 돌리는 게 오히려 수상해 보이겠지. 어쩌면 먹잇감이 될 수도 있을 테고.”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로군요.”
갑판장은 진저리를 쳤다.
주인공은 실소를 흘리며 선원들을 훑었다.
“선원들에게 전하게. 항구로 들어서면 배에서 내리지 말고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라고.”
“바로 말입니까?”
“어설프게 해적인 척 연기하는 것보다는 그게 낫겠지. 우리는 신입이니 경계하는 모습이 더 자연스럽기도 하고.”
“옛! 즉시 전파하겠습니다!”
갑판장이 그에 반색하자 시청자들이 웃음 지었다.
-오 ㅋㅋ 확실히 다른 해적들이랑 안 부딪치는 게 낫지
-이거 무적권 바로 떠날 일 생긴다는 거 아님?
-ㄹㅇㅋㅋ 플래그 세워버리기
-킹직히 평화적으로 해결될 리가 없자너 ㅋㅋㅋ
이윽고 장면이 전환되며 범선이 부두에 정박했다. 주인공과 박주호의 캐릭터가 같이 배에서 내렸다.
그에 기다렸다는 듯 험악한 얼굴의 해적들이 건들거리며 다가왔다.
“처음 보는 얼굴들인데.”
이내 그들은 주인공의 얼굴과 범선의 해적깃발을 번갈아 보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원 아이드 잭, 맞나?”
주인공은 그 시선을 직시하며 조소를 흘렸다.
“그쪽은 눈이 두 개인데 그걸 일일이 물어봐야 알 수 있나?”
사뭇 달라진 태도에 채팅창이 들썩였다.
-옼ㅋㅋㅋ 해적행동ㅋㅋㅋㅋ
-바로 기싸움 들어가는 거시고요?
-아 ㅋㅋ 시작부터 꿀리면 되겠냐고 ㅋㅋ
-까칠한 갓플의 목소리? 요거 매력있거등요?
-갓플 흑화 ON!
-블랙퍼플 조코조코!
이런 일이 익숙한지 해적들은 오히려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이내 제 허리춤에 달린 칼 손잡이를 매만지며 턱을 치켜세웠다.
“이거 기합이 아주 잔뜩 들었는데?”
“그런데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해적질 하는 놈 치고 얼굴이 너무 곱상하지 않아?”
그와 함께 화면이 빠르게 교차했다. 해적들의 표정과 굳은 주인공의 얼굴, 그리고 그걸 범선에서 불안하게 바라보는 선원들의 모습까지.
이어 스산한 배경음까지 흘러나오자 시청자들도 덩달아 긴장했다.
-뭐임? 걸린 거임?!
-ㅁㅊ 초장부터 바로 걸린다고?
-이게 다 갓플 피부 탓이다!
-ㄹㅇㅋㅋ 트수였으면 경력직이라고 넘어갔을 듯
-???: 트수는 (얼굴이) 해적왕이 될 사나이다아아아
-심한 말 그마내!
-이왕 이렇게 된 거 ‘퍼플’ 해버리는 수밖에!
-에이지 오브 오션스를 플레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무쌍 오브 오션스가 시작됩니다.
-바다무쌍? 꿀잼일지도?
그 사이 음악이 뚝 끊기며 해적들이 낄낄거렸다.
“역시 듣던 대로 애꾸눈이라는 것 외에는 별 특징이 없구만.”
“그럼 이쪽은 번스인가?”
“그쪽보다 여기 투 아이드라는 별명이 오히려 더 유명하다고. 대체 그런 별명을 어떻게 지었는지 머릿속이 궁금하다고 말이야.”
그리 말하면서 해적들이 길을 열었다. 시청자들은 그제야 안도하며 웃었다.
“아, 이래서 잭이랑 번스 캐릭터디자인을 평범하게 잡았던 거네요.”
이경복도 이 상황에 멘트를 간단히 던졌다.
-ㄹㅇㅋㅋ 알고 보니 설계였던 거 ㅋㅋㅋ
-나는 또 아트팀이 게으름 피운줄 알았자너ㅋㅋㅋ
-WA! 역시 로그 게임즈야!
-우리 개발사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에이지 오브 오션스 아십니까? 그거 아주 갓겜입니다!
-트수들 주주행동 뭔데 ㅋㅋㅋㅋ
-학생 눈치챙겨^^
시청자들이 호응하는 와중 주인공이 그들을 지나쳤다. 그때 뒤에서 다시 해적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사는 별관에서 진행된다.”
“별관?”
“그래, 어디 한 번 제대로 증명해보라고.”
해적들이 가리키는 방향에 놓인 건물이 화면에 잡히며 컷신이 끝났다.
“아, 좋습니다. 진짜 해적소굴로 들어왔네요.”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건가?”
이경복과 박주호는 그에 잠시 주변 시설을 둘러봤지만.
“어이, 연합원이 아니라면 들어올 수 없어.”
“규칙을 모르는 걸 보니 신입이군?”
“…가라.”
연합원이 아니라면 이용을 못 한다며 문전박대를 당했다.
“아무래도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그러게. 일단은 가입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별관으로 가볼게요.”
두 사람은 걸음을 돌려 별관으로 향했다.
* * *
별관에 들어서니 곧바로 컷신이 진행됐다. 주인공이 들어서니 해적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몰렸다.
“너는… 원 아이드 잭이로군.”
“여기서 심사를 본다고 들었는데.”
“아, 제대로 찾아왔어.”
해적들은 입 꼬리를 올리더니 이내 순식간에 달려들어 주인공을 제압했다.
“무슨…!?”
“거기서 멈추는 게 좋을 거야.”
박주호의 캐릭터가 즉각 대응하려 했지만 그 역시 겨누어진 총구에 굳어버렸다.
-???????
-갑자기 뭔데에에에에!
-ㅁㅊ 역시 들켰던 거?
-함정카드 발동!
-킹직히 갓플이었으면 바로 역제압했음!
갑자기 변한 상황에 채팅창이 물음표로 범벅이 됐다. 하지만 이어지는 해적들의 행동에 또 다른 물음표가 떠올랐다.
-아니 ㅋㅋㅋ 이건 또 뭔뎈ㅋㅋ
-인간과녁 무엇?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이것이 해적식 환영법?
-혼란하다 혼란해!
해적들은 주인공을 결박하더니 그 등에 과녁 팻말을 끼워 넣었다.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은데 해적들이 킥킥거리며 말했다.
”해적연합의 일원이 되려면 악명과 규모는 기본 조건일 뿐이지. 진짜 심사는 지금부터다.“
“잭, 네가 데려온 이 친구가 지금부터 널 쏠 거다.”
그들은 굳어 있는 박주호의 캐릭터에게 총을 쥐여 주었다.
“물론 선택은 자유야. 총을 쏠 수도 있고 안 쏠 수도 있지.”
“어쩌면 여기서 잭을 처치하고 네가 새로운 두목이 될 수도 있어. 우리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관여하지 않을 거고.”
그 설명에 박주호 캐릭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게 심사라고?”
“아,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잭이 죽어도 우리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만약 너도 연합에 들어오고 싶다면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야.”
해적들은 태연하게 웃으며 잭을 돌아봤다.
“해적연합은 자기 해적단도 장악하지 못한 머저리는 받아주지 않아. 배신을 하는 건 괜찮지만, 배신당하는 놈과 동급이 될 수는 없잖아?”
“뭐, 배신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잭이 죽는다? 그건 그것대로 자격미달이지. 능력 없는 부하들을 데리고 다녔다는 이야기잖아?”
“자자, 이야기는 그만하고 얼른 결정이나 해. 할 거야 말 거야?”
해적의 재촉과 더불어 시간이 정지했다. 그리고 눈앞에 선택지가 나타났다.
[1. 꽤 재미있는 방식이군. 다음에는 내가 묶는 쪽이 되면 좋겠는데?]
[2. 내가 너무 연합을 얕본 것 같군. 번스, 나중에 다시 오자고.]
이에 모두가 상황을 파악했다.
“아, 제가 아니라 퍼파고가 시험을 치는 거네요? 이런 방식은 또 새롭네요.”
-진짜 ㅋㅋㅋ 완전 색다르넼ㅋㅋ
-그럼 이것도 함대로 진행해야 되는 거?
-친없찐 혐오를 멈춰주세요ㅠㅠ
-ㄴㄴ 솔플러는 NPC 항해사가 퍼파고 포지션 됨
-정보) NPC 능력치랑 장비로 성공확률이 나온다
-5252, 로그게임즈 믿고 있었다구웃!
몇몇 시청자의 제보에 이경복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이것도 터치로 되겠네. 야, 확률 나왔어?”
“음, 안 그래도 확인해봤는데…”
박주호는 이내 잠시 뜸을 들이고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모바일 인터페이스로는 성공확률이 20%다.”
“20%?”
“음, 아무래도 내 총기가 기본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 설마 내 장비가 스토리 진행에 영향이 있을 줄은 몰랐다.”
확률이 공개되자 채팅창에 의견이 분분해졌다.
-20%? 완전 혜자 아님?
-ㄹㅇㅋㅋ 이건 무적권 질러야지
-아닠ㅋㅋㅋ 가챠기준으로 생각하지 말라구욬ㅋㅋㅋ
-아 ㅋㅋ 20%면 운지컬로 쌉가능인거신디요
-킹치만 갓플이 아니라 퍼파고가 쏘는 거잖슴!
-퍼파고면 데이터상 80%에 당첨되는 거 아님? ㅋㅋㅋㅋㅋ
-퍼니져님 운동 신경 좋던데 그냥 쏘는게?
-ㄹㅇㅋㅋ 차라리 걍 쏘자
-이거 확률이 애매해서 더 결정이 빡세네 ㅋㅋㅋ
이경복이 총을 쥐고 있다면 모를까 박주호의 실력에 성공 유무가 달린 덕분이었다.
‘이걸 어쩐다…’
박주호 역시 고민에 빠졌다. 확률에 거는 거나 직접 쏘는 거나 자신이 없었다.
‘다행히 실패해도 내 실수니까 낫긴 한데…’
다시 도전하는 건 이경복의 방송에서 어울리지 않았다. 그에 심적 부담이 가중되려는 찰나였다.
“야, 네가 직접 쏴라.”
이경복의 목소리가 모두의 주의를 끌었다. 이윽고 선택지가 사라지며 통제권이 돌아왔다.
이경복이 1번을 택한 것이다.
“대충 여기 과녁만 노리고 쏘면 되는 건데 뭐.”
그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고민이 무색하게 너무나 간단한 대답에 채팅창에 웃음이 차올랐다.
-혀엉? 전부 형처럼 잘 쏘는 건 아니라구웃!
-???: 그냥 쏘면 되는데 왜 그러지?
-하여간 천재들이란!
-킹반인에게는 부담이라는 게 있어요 ㅠㅠ
-게다가 이거 자동화기도 아니잖슴!
그리 말하는 시청자들과 다르게 박주호는 바로 총을 들었다.
“퍼플이 하라면 하라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 말과 함께 조준을 시작하자 채팅이 빠르게 솟구쳤다.
-바로 AI행동 들어가는 거 무엇?
-아 ㅋㅋ 퍼파고라서 입력하면 출력해야 된다고욬ㅋㅋㅋ
-사실 이참에 한 번 쏘려는 거 아님?
-합법적으로 블랙 사장을 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 아이고 손이 미끄러졌네~ 한 번의 실수가! 있었소!
-5252, 삐돌웨어에 감염된 거였냐구웃!
-좀 더 위 노려야 되는 거 아님!?
-제발 금수훈지 좀!
긴장한 시청자와 박주호와 달리 이경복은 자신 있는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박주호가 방아쇠를 당겼다.
지연시간 동안 미세하게 흔들리는 총구와 함께 탄환이 쏘아졌다.
그리고 그 결과.
-맞았네? 맞았어?
-불스아이!
-무친ㅋㅋㅋ 이게 정중앙에 맞넼ㅋㅋㅋㅋ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아니 이게 된다고?
탄환은 과녁의 정중앙을 정확히 관통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놀란 건 박주호의 사격솜씨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 퍼파고가 어디로 쏠지 보고 움직인 거?
-과녁을 조준하는 게 아니라 조준을 과녁한다, 그게 상식이잖아?
-뭔 미친 소리얔ㅋㅋㅋㅋ
-퍼펙트 상식이 또?
-이게 바로 퍼펙트 과녁? 내가 알던 과녁은 대체?
-그 와중에 정중앙 맞춘 건 어떻게 한 건데에에에!
사격전과 후의 과녁의 위치가 달랐다. 이경복이 박주호의 조준을 보고 직접 움직여 과녁을 사선에 맞춘 것이었다.
“이건 진짜… 말이 안 나오네.”
한시름 놓은 박주호의 말과 함께 컷신이 전환됐다.
“이거 아주 제대로 쐈는데!”
“투 아이드 번스라더니 눈을 제대로 쓰는군!”
“이 정도로 정확한 사격솜씨는 정말 오랜만인데? 이런 친구를 부하로 부리다니 정말 엄청나군!”
해적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터트렸다. 이내 그들은 빠르게 주인공의 결박을 풀어주었다.
“어허, 너무 정색하지 말라고. 이게 다 규칙인데 어쩌겠어?”
“원 아이드 잭과 투 아이드 번스! 이제 어떤 놈들도 너희들을 우습게 보지 못할걸?”
“정식으로 연합원이 된 걸 축하하네!”
주인공은 묵묵히 해적들을 둘러보았다.
-해적쉑들 태세전환보소 ㅋㅋ
-???: 죽일까? 안 돼, 참아라 내 안의 블랙해군
-진짜 임무 아니었으면 바로 순삭했을 건데 ㅋㅋㅋㅋ
-바다에서 만나기만 해봐라 ㅋㅋ 바로 해군행동 간다!
시청자들이 그에 으름장을 놓는 와중이었다. 주인공은 벼락처럼 총을 빼들고 방아쇠를 당겼다.
갑자기 터진 총성에 해적들이 일시에 굳었다.
“내가 연합원이 된 걸 다행으로 알아라.”
주인공은 경직된 해적의 머리 뒤, 심사용으로 준비된 과녁 중 하나를 바라보며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한 박자 늦게 다리가 풀렸는지 해적이 풀썩 주저앉았다. 당황한 다른 해적들의 눈이 그 뒤를 좇았다.
-옼ㅋㅋ 이거지!
-아 ㅋㅋ 여기 심사중이니까 총 쏴도 뭐라 안 하겠네
-해적들 사이에서 얕보이면 안 된다 이마리야
-이번 한 번만 봐드리는 겁니다?
그리 떠나는 두 사람에게 해적이 어물어물거리다가 말했다.
“보, 본관에서 연합회의가 진행 중이니까 가, 가보라고!”
“회의가 끝나기 전까지는 아무데 도 못 가!”
주인공은 힐끗 그들을 돌아봤다. 그리고 그들이 가리킨 방향을 확인하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 * *
재판장과 같은 넓은 공간.
그 안에 수많은 해적 선장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신입인가? 맨 뒤에 앉아라.”
주인공은 묵묵히 빈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이러면 오히려 좋쥬?
-ㄹㅇㅋㅋ 주목 안 받고 자연스럽게 섞이자너 ㅋㅋㅋ
-무슨 해적들이 회의까지 하는 거?
-조직범죄는 원래 계획범죄인 거임!
주인공은 주변을 훑었다. 수군대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어차피 발언권도 없는데 회의에는 왜 오라는 거야?”
“어허, 조용히 해! 바솔로뮤 귀에 들어가면 끝이야.”
“소문이 너무 과장된 것 같은데?”
“지금은 정상인 거지. 하지만 바솔로뮤한테 찍히면 끝이야. 괜히 ‘킬 마크’가 별명이 아니라고.”
“쯧, 오늘은 조용히 있다가 가야겠군.”
다른 신입 연합원들의 대화가 명확히 잡혔다. 이내 주인공의 시선이 중앙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거구의 사내가 단 위에 서 있었다.
-연합장 같은 포지션인가?
-킬 마크 별명 무엇 ㅋㅋㅋㅋ
-바솔로뮤는 갓피스에도 나오지 않음?
-정보) 바솔로뮤는 실존했던 대해적의 이름이다
-ㅇㅇ 그래서 해적 나오는 작품에 자주 등장함
-고마워요! 해적웨건!
이내 바솔로뮤와 주인공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러나 별 신경 쓰지 않는 듯 바솔로뮤는 그대로 다른 해적들을 훑었다.
“조용! 이제 마지막 안건이다!”
그의 우렁찬 목소리에 장내가 일시에 조용해졌다. 바솔로뮤는 만족스러운 듯 금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지금까지는 지루한 이야기였지만, 이번에는 꽤 재미있는 일이 준비되어 있지.”
그 말에 작은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바솔로뮤는 언제 웃었냐는 듯 정색하며 손가락을 들었다.
“지금 이 자리에 우리 연합의 뒤통수를 치려는 배신자가 있다.”
그 한 마디에 해적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배신자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자리에 있다고?!”
그들은 서로를 의심스럽게 쳐다보며 경계했다. 다행히 그런 행동 덕분에 주인공의 경계하는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ㅁㅊ 이번에는 진짜 들킨 거?
-아니 ㅋㅋㅋ 심사도 통과했는데 들켰겠냐고 ㅋㅋㅋ
-아 ㅋㅋ 장난 그만하라고
-안되겠소! 쏩시다!
-뭘 쏴 ㅅㅂㅋㅋㅋ
바솔로뮤는 그런 해적들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웃음소리에 해적들의 눈이 다시 돌아갔다.
“다들 놀란 게 아주 가관이군!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이 바솔로뮤가 이미 그 배신자를 붙잡아 뒀으니까.”
이어 바솔로뮤가 손짓하자 해적들 사이에서 불쑥 누군가 일어섰다. 건장한 해적들 사이에 두건으로 얼굴이 가려진 누군가가 묶여 있었다.
그들은 바로 붙잡은 배신자를 중앙으로 끌고 내려왔다. 바솔로뮤는 코웃음을 치며 두건을 벗겼다.
“아니…!”
“이 무슨!”
드러난 배신자의 얼굴에 해적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들썩였다.
-??????
-카누님이 여기서 왜 나와?
-아 ㅋㅋ 이러니까 라이벌이었던 거였고?
-어쩐지 ㅋㅋㅋ 해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더라니!
-카통수 ㅎㄷㄷ
배신자의 정체는 바로 라이벌 해적 캐릭터, 레드 바이퍼 카밀라였다.
웅성거리는 해적들의 모습에 바솔로뮤는 코웃음을 쳤다.
“다들 믿기지 않는 모양이군. 이게 바로 배신의 증거다!”
그가 뭔가를 높이 들었다. 이내 클로즈업 된 화면에 잡힌 건 카밀라의 추진 장치였다.
“전설로만 전해지던 아틀란티스의 증거지! 카밀라는 연합 몰래 그 보물을 독차지 해왔던 거다!”
-오? 저거 갓플한테 지고 ㅌㅌ할 때 썼던 거 아님?
-도망치다가 바솔로뮤한테 걸린 거네 ㅋㅋㅋㅋ
-그때는 보트밖에 없어서 저항 못한 듯?
시청자들은 대략적인 상황을 유추해냈다. 그 사이 바솔로뮤는 카밀라에게 물린 재갈을 풀어주며 말했다.
“카밀라, 지금이라도 이 보물들을 어디서 구했는지 밝힌다면 우리 연합은 너를 용서할 거다. 이 장치만 있으면 해군들에게 도망 다닐 이유가 없거든. 다들 동의 하나?!”
“배신자가 아니라면 밝혀라!”
“아틀란티스의 보물이 있다면 육지 탈환도 꿈이 아니지!”
“우리의 땅을 되찾자!”
바솔로뮤의 말에 해적들이 목청을 높였다. 그 반응이 즐거운지 바솔로뮤는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손을 들어 흥분한 해적들을 진정시켰다.
“카밀라?”
이어지는 그 물음에 카밀라가 미소를 지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엿이나 먹어.”
바솔로뮤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
-엌ㅋㅋㅋㅋ 법규선언ㅋㅋㅋ
-해적의 입에서 나온 법규, 아주 귀한 거신디요?
-???: 이거나 드셔!
-카법귴ㅋㅋㅋㅋㅋㅋㅋ
-서로 엿을 권하는 해적사회 정말 아름답네요^^
시청자들이 그에 웃음이 터진 사이 카밀라가 조소를 흘렸다.
“아틀란티스는 너희 같은 돼지들이 넘볼 게 아니거든.”
“아니지, 카밀라. 그건 정답이 아니야.”
바솔로뮤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 입 꼬리에는 경련이 일어났다.
“한 번 언제까지 입을 다물 수 있는지 보자고.”
그의 턱짓에 양옆에 서있던 해적들이 그녀의 입에 다시 재갈을 물렸다. 이윽고 재차 두건이 씌워지며 카밀라가 끌려나갔다.
“아틀란티스에 대해 더 알게 되면 이야기를 해주겠다! 오늘은 이것으로 해산!”
그의 말과 함께 해적들이 웅성거리며 일어났다. 그 가운데 주인공은 묵묵히 앉아 카밀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멈춘 화면과 함께 그의 나레이션이 들려왔다.
“카밀라가 가진 아틀란티스 장치는 하나가 아니었다.”
카밀라와의 첫 만남 장면들이 삽화처럼 끼어들었다.
“카밀라의 탐지 장치는 탐지 대상을 먼저 인식해야 했었지.”
이어지는 장면은 주인공이 확보한 탐지 장치를 활성화 시킨 것이었다.
“세라자드가 제조장치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에 정신이 팔렸어. 이걸 먼저 눈치챘어야 하는데.”
탐지 장치가 제조 장치를 스캔한 후 떠오른 지도. 카밀라 역시 같은 방식으로 주인공을 쫓아왔을 터였다.
달리 말하면.
“카밀라도 제조 장치를 가지고 있었던 거야.”
-오? 그러네?
-아 ㅋㅋ 이거 라이벌들한테 다 제조장치가 있는 거였네
-지도 빈 공간도 3개 아니었음?
-옼ㅋㅋㅋㅋ 바로 단서 이어져버리기 ㅋㅋㅋㅋ
시청자들도 그에 상황을 간파했다. 3번째 제조 장치, 즉 3번째 유적을 찾아낼 단서가 그녀에게 있었다.
“세라자드는 제조 장치를 선조에게 물려받았지. 카밀라도 그럴까?”
-같은 설정 넣지는 않았을 듯?
-아 ㅋㅋ 캐릭터 겹치면 안 된다고
-쥔공처럼 갓버지 찾다가 그런 것도 아닐 테고
-오, 그럼 HOXY?
던져진 물음에 답하듯 시청자들의 채팅이 올라왔다.
“아니, 그것보다는 더 높은 가능성이 있다.”
이어 주인공도 해답을 찾아냈다.
애당초 그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이던가.
“카밀라는 2번째 유적의 위치를 알고 있다. 거기서 제조 장치를 찾은 거야.”
유적을 찾아 잠수복의 재료를 얻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되면…”
그리고 지금 또 하나의 목적이 추가됐다.
“일단 카밀라를 구해야겠군.”
-아 ㅋㅋ 이렇게 엮이는 거넼ㅋ
-카누님이 해답이었구연?
-해적연합이랑 갈린 거 보면 또 속사정이 있을 지도?
-근데 이거 구할 수 있나?
-사방이 적인데 거기서 구출 작전을?
-아 ㅋㅋ 갓플이면 아무튼 구한다고
-폭풍을 부르는 구출 대작전!
-퍼펙트 구출 가즈아!
시청자들은 그 목적이 달성되리라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