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67화 (367/491)

367화 - 세컨드 미싱링크 (3)

해적연합 회의가 끝나니 캐릭터 통제권이 돌아왔다. 본관을 나온 이경복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 그럼 카밀라를 구출해야 하는데 먼저 어디 있는 지부터 찾아봐야겠네요.”

카밀라를 구출해야 2번째 유적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전에 잠깐 상점부터 가자.”

“상점에? 왜?”

“장비를 좀 사두는 게 좋겠어.”

“아, 그 심사 때문에?”

이경복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었지만 박주호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다행히 네 덕분에 넘어갔지만 비슷한 경우가 또 있을지 모른다. 이제 연합원이 됐으니 시설 이용도 가능할 테고.”

장비에 소홀했다가 자칫 방송 진행에 영향이 생길 수도 있지 않았나.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이 녀석 성격이면 신경 쓰이겠네.’

그냥 넘어가도 무방하겠지만 그는 친구도 이 방송을 즐기기를 바랐다.

“그래, 뭐 돈도 많은데. 쇼핑 좀 하고 가보죠!”

그 결정에 시청자들은 흡족해했다.

-갓플이 장비를 산다? 이 장면은 아주 귀하네요…

-퍼파고 덕분에 평범한 진행을 보게 되어버리고?

-이 형 방송에서는 이런게 오히려 더 신기하다 이마리야ㅋㅋㅋ

-아니 ㅋㅋㅋ 원래 이렇게 차근차근 스펙업하는 게 정상 아니냐곸ㅋㅋㅋ

-다들 퍼펙트 상식이 아니라 일반 상식으로 교체하라구웃!

이경복의 방송에서 보기 드문(?) 진행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바로 상점에 들러 장비를 훑었다.

“상점에서는 SR이 최고네?”

“SSR은 제조랑 루팅으로만 획득 가능하니까.”

“오… 역시 방탄갑이 좋은 거였구나.”

두 사람은 장비를 SR 등급으로 맞췄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이미 벌어둔 자금이 넉넉해 무리가 없었다.

-퍼펙트 플렉스 해버렸쥬?

-이렇게 보니까 방탄갑이 비싸긴 하네 ㅋㅋㅋ

-ㄹㅇㅋㅋ 지금 쓴 돈보다 방탄갑 하나가 더 비쌈

-쓰알이 괜히 쓰알이겠냐구웃!

-그런데 정작 갓플이 호로록해서 방탄갑이 기능을 못하자너ㅋㅋㅋ

이경복이 채팅을 살피며 멘트를 쳤다.

“아, 여러분도 느끼시죠? 이 게임이 그렇게 장비 빨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아니, 그건 절대 아니지.”

박주호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장비 빨을 실감 못 하는 건 너니까 그런 거고 나 같은 일반인, 특히나 모바일 유저 분들은 확률이 체감되니까 바로 느끼실 거다.”

-캬! 이거짘ㅋㅋㅋㅋ

-드디어 킹반인의 대표가 나오셨다!

-퍼청자의 대변자 퍼니져님!

-찐친식 돌직구 날려버리기ㅋㅋ

-여윽시 퍼파고답쥬? 바로 팩트 때리쥬?

시청자들의 호응에 이경복은 웃음으로 넘겼다. 이내 쇼핑을 마친 두 사람은 다음 장소를 결정했다.

“자, 그럼 카밀라에 대해 조사를 해봐야 하는데요. 일단 무작정 돌아봐야 하나?”

“그보다는 선술집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선술집?”

“거기가 원래 정보를 얻는 곳이니까. 그리고 NPC 항해사도 고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

박주호의 말에 이경복은 눈을 껌뻑였다. 지금까지 이용하지 않은 시설이 아닌가.

-아 ㅋㅋ 맞네 이 형 선술집 한 번도 안 갔네

-솔플이었으면 바로 갔을 텐데 ㅋㅋㅋ

-넘모 유능한 퍼파고가 있어서 안 갔다 이마리야

-원래 무역으로 대박치려면 거기서 시세 정보나 동향 파악해야 됨ㅋㅋㅋㅋ

-킹치만… 갓플은 60% 상시 할인인 걸?!

-아무데나 떼다 팔아도 개이득인데 선술집을 왜 가겠냐고 ㅋㅋㅋ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해하는 이경복을 보며 웃었다.

“아, 그런 곳이 있었네요. 지금이라도 가보죠!”

두 사람은 바로 선술집으로 향했다.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해적들 사이를 지나 둘은 바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오, 그러네. 메뉴가 있구나.”

[선술집]

[1. 항해사 고용]

[2. 소문 확인]

[3. 탐문]

앉자마자 눈앞에 시스템 메뉴가 나타났다.

-이 메뉴를 3일차에 보네 ㅋㅋㅋ

-3번은 뭐임?

-스토리 전용 메뉴인 듯?

-즉.시.선.택

-33333333

이경복이 3번을 누르자 바로 컷신이 진행됐다.

선술집 주인은 주인공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물었다.

“주문은?”

“럼주로.”

“그러지. 응? 이런, 통이 비었구먼.”

주인은 얼굴을 찡그리더니 이내 뒤편으로 사라졌다. 주인공은 그 사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부하 놈들은 절대로 믿으면 안 된다니까.”

“허? 믿기나 했고?”

“아니, 정말이라니까. 이번에 붙잡힌 카밀라만 봐도 알잖아?”

여러 소음 도중 카밀라에 관한 이야기가 크게 들려왔다.

“바솔로뮤가 카밀라를 발견했을 때 얘기를 들었는데, 카밀라는 부하들 구하겠답시고 혼자 미끼가 됐었다네?”

“흠, 카밀라가 부하들을 많이 아끼긴 했지.”

“그래, 그런데 그렇게 아껴주면 뭐하냐고. 그놈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도망쳤다는데.”

“원래 위기가 닥치면 본성이 드러나는 법이지.”

카밀라가 붙잡힐 당시의 이야기였다.

-헐? 카누님 배신당한 거?

-그거 보다는 그냥 부하들일 말 잘들은 거 아님?

-카누님 부하 애껴욧!

-탐지장치 포기하고 부하들 구한 거 보면 이미 답 나오지 ㅋㅋㅋ

주인공은 물론 시청자들의 주의는 이내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어느새 돌아온 선술집 주인이 럼주를 주인공 앞에 내밀었다.

“카밀라 얘기가 꽤 많군.”

“아아, 그거야 당연하지.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런가?”

“아니, 같은 연합원이 아니라도 그렇지. 동업자들만 털어먹더니 배신의 싹수가 보였었어.”

“동업자들만…?”

주인공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내 그는 표정을 관리했다.

“그럼 배신자는 어떻게 되지?”

그 물음에 선술집 주인은 주인공을 훑어보더니 실소를 흘렸다.

“어쩐지 못 보던 얼굴인가 싶더라니 신입이었구만? 연합이라고 다를 거 하나 없어. 배신자는 즉결 처형이지.”

그는 엄지로 제 목을 긋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상황이 다르지. 카밀라가 그 전설의 아틀란티스를 알고 있다니 쉽게 죽일 수는 없잖나?”

“정보를 알아낼 때까지는 살려둔다?”

“그렇겠지. 하지만 바솔로뮤가 가만히 기다리겠어?”

“…고문을 할 수도 있겠군.”

주인공은 그리 말하며 잔을 비우고 다시 앞으로 내밀었다. 선술집 주인은 너털웃음을 흘리며 빈 잔을 채웠다.

“뭐, 보통은 그렇겠지만 카밀라는 좀 달라. 성격이 장난이 아니잖아? 연합원들 앞에서 바솔로뮤에게 엿을 먹였다면서?”

“확실히 그랬지.”

“그래, 고문한다고 쉽게 입을 열지는 않을 거야. 그러다가 또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아틀란티스는 어떡하겠어?”

선술집 주인은 이내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고문보다는 아마 바솔로뮤는 처형대에 그녀를 매달아뒀을걸?”

“처형대?”

“저기 섬 안쪽에 산 보이지? 그 중턱에 무저갱이 있거든. 규칙을 어긴 놈이나 카밀라 같은 배신자는 처형해서 거기에 시체를 버리지.”

주인공도 그를 따라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선술집 주인이 말을 이었다.

“바솔로뮤도 그게 편할 거야. 괜히 힘 들이면서 고문할 필요도 없잖아? 처형대에 며칠 놔두면 공포와 굶주림에 결국 입을 열게 되겠지.”

“그거 확실히 편하겠군.”

주인공은 건조한 목소리로 답하며 마저 럼주를 비웠다.

* * *

장면이 뒤바뀌며 별빛 가득한 밤하늘이 비춰졌다.

“아, 밤이 되길 기다렸다가 구출하러 가나 보네요.”

이경복의 예상대로 이어 산을 오르는 주인공과 박주호의 캐릭터 모습이 보였다.

-ㅁㅊ 저게 무저갱임?

-겁나 큰 싱크홀 같네 ㅋㅋㅋㅋ

-저기 위에 올라가면 개다리 춤 24시간 쌉가능 ㅋㅋㅋㅋ

-아 ㅋㅋ 나는 판자에 붙은 나무늘보 될듯ㅋㅋㅋ

-개무섭네 진짜 ㅎㄷㄷ

이윽고 처형대인 무저갱이 보였다. 칠흑 같은 내부에 오히려 깊이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그 가장자리에 나무판자가 위태롭게 안쪽으로 뻗어져 있었고, 그 판자 위에 세워진 기둥에 카밀라가 무저갱 방향을 바라보는 쪽으로 묶여 있었다.

-저거 구할 수 있는 거 맞음?

-무게를 버틸 수 있나?

-부러지면 그냥 끝인 거신디요 ㅎㄷㄷ

-일단 저기 올라가는 것부터 문제 아니냐고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아찔해했지만 주인공은 대담하게 걸음을 옮겼다.

“주변을 경계해주게.”

그는 박주호의 캐릭터에게 말하고는 판자위에 발을 올렸다. 삐걱거리는 소음에 카밀라가 움찔했다.

“누구냐? 바솔로뮤냐? 아니, 네놈은 직접 오를 용기도 없을 텐데?”

“바솔로뮤는 아니다.”

그녀의 물음에 주인공은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디며 대답했다. 그러나 그 대답은 오히려 카밀라를 놀라게 했다.

“이 목소리는… 그 해군 나으리 아닌가?!”

“내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나?”

주인공이 의외라는 듯 되묻자 카밀라가 헛웃음을 흘렸다.

“당연히 기억하지! 내가 이런 꼴이 된 게 애초에 누구 때문이라 생각하는 거냐? 잘 나신 나으리께서 내 배를 산산조각 내주신 덕분인데?”

-난 또 갓플 목소리가 좋아서 기억하는 줄 ㅋㅋㅋㅋ

-고것도 맞짘ㅋㅋㅋㅋㅋ

-어느 쪽이든 잊을 수가 없다구웃!

-사실 카누님 입장에서는 바로 쌍욕 박아도 ㅇㅈ아님?

-ㄹㅇㅋㅋ 밑천 다 털렸자너

-아아, 그게 바로 블랙해군이니까 (끄덕)

시청자들도 그에 웃음을 흘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군.”

“그게 내 장점이지. 허, 근데 나으리께서 여긴 무슨 일이신가? 해군은 집어치우고 해적이 되기로 하셨나?”

“나도 의외라고 생각하네. 해적을 구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으니까.”

“…지금 날 구하겠다고?”

끼이익하며 판자가 휘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그녀에게 접근하면서 무게가 쏠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짧게 호흡을 가다듬고 멈추어 섰다.

“협조를 한다면 풀어주겠다.”

“협조라니?”

“아틀란티스 유적, 위치를 알고 있지 않나.”

“아하.”

카밀라는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하기야 나으리도 제조 장치를 갖고 있었지. 해군 쪽에서도 아틀란티스 실존을 알았으니, 늦든 빠르든 날 찾아왔겠군.”

“내가 도와줄 수 있다.”

“해군 나으리를 믿으라? 흠, 뭐 평범한 나으리는 아니시지. 그거 하나 알자고 해적 연합에 들어오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으니까.”

“카밀라, 시간이 많지 않다.”

주인공은 시선을 내렸다. 판자가 팽팽하게 휘어져 있었다. 물러날지 더 나아갈지 결정해야 할 때였다.

“…그래, 바솔로뮤 같은 놈보다는 나으리가 낫겠네. 부하 놈들도 빨리 탈출 시켜야 하니까.”

“부하들?”

“내가 입을 계속 다물고 있으면 바솔로뮤는 내 부하들을 인질로 잡을 거야. 그게 더 효과적이라는 걸 알 테니까.”

그녀의 말에 시청자들도 내막을 이해했다.

-오? 그래서 미끼가 된 거시였고요?

-이 바보! 부하만 생각하는 바보!

-크으 ㅋㅋ 이게 진짜 캡틴이지

-알았으니까 일단 빨리 저기서 좀 나와!

-보는 내가 다 무섭넼ㅋㅋㅋㅋ

주인공은 천천히 커틀러스를 빼들었다.

“좋아. 해군의 명예를 걸고 약속은 지키겠다. 먼저 위치부터 말해라.”

주인공의 요청에 카밀라는 웃음을 흘렸다.

“직접 보고 있으면서 뭘 묻고 있어?”

“보고 있다니?”

주인공은 물론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경복이 이내 그 말뜻을 눈치챘다.

“아, 이거 이 아래에 유적이 있나보네요?”

그와 더불어 주인공도 설마 하는 표정으로 답했다.

“유적이 저 아래에?”

“물론 안전한 입구는 따로 있지. 하지만 그건 내가 무사히 탈출하게 되면 알려주마.”

“…보험이라는 건가?”

“내게는 해군의 명예보다 그게 더 믿음직스럽거든.”

주인공은 훅하고 숨을 내뱉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이제 밧줄을 풀 테니 침착해라.”

“걱정하지 말라고. 여기서 죽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그녀의 대답과 함께 그가 재차 한 걸음을 내딛으며 커틀러스를 휘둘렀다.

판자가 더욱 앞으로 휘며 밧줄이 끊어졌다. 그와 함께 판자에 균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으아 못보겠다!

-빨리! 빨리!

-떨어진다고!

-점프! 점프뛰어!

우지직하며 판자가 찢어지는 소리에 시청자들이 기겁했다. 주인공은 빠르게 카밀라의 팔을 붙잡고 뒤로 잡아당겼다.

이윽고 그녀의 착지와 더불어 판자가 끊어지는 순간, 주인공의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으아 앙대!

-아 ㅋㅋ 안 떨어진다고!

-데드 씬 없지? 그치?!

-퍼파고 왜케 느리냐구웃!

슬로우 모션이 진행되며 놀란 얼굴의 박주호 캐릭터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하지만 제 시간에 맞출 거리가 아니었다.

그에 모두가 집중한 가운데 카밀라가 이를 악다물고 주인공의 팔을 재차 잡아당겼다.

추락하려던 주인공의 몸이 가까스로 땅 위로 올라왔다.

“아씨, 팔 아파.”

카밀라는 툴툴대며 제 팔을 흔들었다. 주인공도 호흡을 고르며 일어섰다.

“이번에도 의외로군.”

“빚지고 사는 성격은 아니라서.”

그녀의 단답에 주인공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 ㅋㅋㅋ 이런 클리셰 안 통한다고(잘 통함)

-ㄹㅇㅋㅋ 긴장 전혀 안됐음(아님)

-오히려 갓플이 했으면 안심했다

-진짜 ㅋㅋ 컷신이 더 긴장됨

시청자들은 그에 안도했다. 하지만 이경복의 감상은 약간 달랐다.

‘여기서 끝이 아닌가 보네.’

속속들이 감지되는 위협들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숫자도 상당했다.

이윽고 그 예상대로.

“허어, 이건 또 뭐야?”

걸걸한 목소리와 함께 해적들이 나타났다. 그 중심에는 바솔로뮤가 미간을 찡그리며 서 있었다.

-?????

-여기서 갑자기?

-아니 ㅋㅋㅋ 이건 억까잖슴!

-부하들을 이렇게 많이 끌고 온다고?

시청자들이 어떻게 된 건가 싶은데 바솔로뮤가 주인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다른 배신자가 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건 완전히 모르는 놈인데?”

“캡틴, 새로 들어온 원 아이드 잭입니다.”

“원 아이드 잭? 처음 들어보는데?”

그 대사로 시청자들은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카누님을 또 미끼로 쓴 거?

-카밀라피싱 ㅎㄷㄷ

-아니 ㅋㅋ 그 피싱이 아니잖슴!

-아닠ㅋ 해적단 통째로 데려 왔나

-이정도면 잭은 오히려 못 들어온 게 다행 아니냐?

-본인이 왔으면 이미 심사 때 걸러졌을 듯 ㅋㅋㅋ

바솔로뮤는 이내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자세한 얘기는 직접 듣도록 하지. 전부 붙잡아라.”

“이거 꽤나 곤란하게 됐는데…”

카밀라가 얼굴을 찡그리며 양 주먹을 올렸다. 그런 그녀 앞을 주인공이 가로막았다.

“시간을 벌 테니 빠져나가라.”

“뭐라고? 나를 믿는 건가?”

주인공은 커틀러스를 뽑아들며 대답했다.

“죽게 놔둘 수 없을 뿐이다. 더욱이 무기도 없는데 자리를 지켜봐야 짐 덩어리에 불과하고.”

“허, 맞는 말이긴 한데 표현이 좀 그렇다?”

“표현을 가릴 사이는 아니지 않나? 위치는 탐지 장치로 추적해서 찾을 테니 빠져나가는 데 집중해.”

“나으리답게 옳은 말만 하시는구만. 그럼 고맙게 도망쳐드리지.”

카밀라는 그리 대답하고는 곧장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쪽으로 간다! 붙잡아!”

포위해오던 해적들이 곧장 그녀를 덮치려 했지만 주인공과 박주호 캐릭터가 바로 그들을 저격했다.

“이런 빌어먹을! 생각이 바뀌었다! 카밀라만 남기고 이놈들은 전부 죽여버려!”

바솔로뮤의 노성과 함께 컷신이 끝났다.

-머릿수만 믿고 나대는 거 딱 3류 악당인 거시고요?

-응~ 안 죽어~ SR장비 다 맞추고 왔어^^

-ㄹㅇㅋㅋ 이건 퍼파고도 활약할 듯

-아 ㅋㅋ 무쌍 가즈아!

시청자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투의 양상은 그들의 예상과 달랐다. 전투 개시와 더불어 터진 총성 때문이었다.

-?

-뭐임?

-갑자기 왜 또 화면 바뀜?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설마 크래쉬?

-아니;;; 그럼 회의 때부터 다시 시작?

문제는 그 와 더불어 화면이 검게 변했다는 사실이었다.

다들 어리둥절한 가운데 다행히 화면이 다시 밝아졌다. 그에 이경복이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 크래쉬는 아니고 클리어 같습니다. 바솔로뮤부터 컷하려고 쏜 건데 승리조건이었나 봐요.”

-엌ㅋㅋㅋ 바로 쏴버린거?

-아니;;; 그 인파를 뚫고 노렸다고?

-갓플이면 또 가능한 거시고요?

-이 형한테 헤드샷은 국룰이자너 ㅋㅋㅋㅋ

-우두머리 노리는 거 보면 헤드샷이 맏따

-퍼펙트 숏컷이 또?

그 설명대로였다.

이어지는 컷신에서 바솔로뮤가 어깨를 움켜쥐며 쓰러졌다.

“끄아아악…!”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화면이 줌아웃됐다. 이어 보이는 풍경에 시청자들은 재차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ㅋㅋㅋㅋ 다른 놈들은 왜쓰러져 있는뎈ㅋㅋㅋ

-퍼펙트 컷신 좀 준비하라고욬ㅋㅋㅋㅋ

-ㄴㄴ 이거 전혀 문제 없음

-뭔솔?

-갓피스 모름? 딱 보니까 패왕색 패기 쓴 거네 ㅋㅋㅋ

-여윽시 어깨 다음 패왕답고?

-그 패왕이었냐고 ㅋㅋㅋㅋㅋ

정작 손도 대지 않은 부하들 다수가 쓰러져 있었다. 주인공과 박주호 캐릭터가 재차 장전을 하는 사이 바솔로뮤가 다른 부하들의 부축을 받았다.

“캐, 캡틴! 괜찮으십니까!?”

“일단 항구로! 항구로 돌아간다!”

그들은 견제 사격을 하면서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주인공은 숨을 고르다가 이내 바솔로뮤가 쓰러졌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이건…”

쓰러질 때 떨어진 것일까.

바솔로뮤가 회의 때 배신의 증거라며 보여주었던 추진 장치가 보였다.

“육로를 통해서는 바솔로뮤 보다 먼저 항구로 돌아가는 건 무리다. 해안가로 가서 보트를 찾아야겠어. 이걸 이용해 놈들보다 먼저 배로 돌아간다.”

“예, 알겠습니다.”

그가 추진 장치를 챙기며 컷신이 끝났다.

-오 ㅋㅋㅋ 이렇게 탈출각이 서는 거시고요?

-스겜 조아따 ㅋㅋㅋㅋ

-즉.시.탈.출

-바로 배 떠날 준비하라고 했을 때부터 떡밥이었고?

“카밀라가 도망친 방향으로 가면 되겠네.”

시청자들과 박주호는 그에 탈출을 예상했다. 그런데 이경복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추진 장치를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왜 그러나 싶은데 박주호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너 뭐 또 다른 거 하려고 그러는 거지?”

“크으, 역시 퍼파고.”

이경복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반면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

-혀엉? 여기서 뭘 어쩌려고!?

-대체 또 뭘 하려는 거냐구웃!

-아니 ㅋㅋㅋ 뭘 할수 있는 게 있음?

-나는 생각을 포기하겠다 갓플!

-???: 이거 광고 효과 있는 거 맞죠?

-광고주 오열ㅋㅋㅋㅋㅋㅋ

이경복은 솟구치는 물음표에 환하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

“유적가는 게 목적이잖아요? 바로 가도 될 것 같은데.”

박주호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그 손가락 끝에는 까마득한 무저갱이 자리하고 있었다.

-ㅔ?

-아니;;; 저길 어떻게 내려감?

-뭐지? 이 게임은 낙뎀이 없나?

-없겠냐고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스카이 다이빙 겜이었음?

-혹시 저 아래 물이 있다거나?

-신뢰의 도약이냐곸ㅋㅋㅋㅋ

설명을 했다고 해서 이해가 되는 건 아니었다. 도리어 더 채팅창이 혼란스러워지는 사이 박주호가 입을 열었다.

“추진 장치, 그걸로 감속을 하려는 거로군.”

“오! 바로 알아차리네?”

“내려간다고 가정하고 방법을 ‘상상’해본 거다.”

박주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단어에 강세를 주었다. 그러나 이경복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 보셨죠?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여기 퍼파고처럼 마음을 여세요!”

-아닠ㅋㅋ 그건 형이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거잖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게 상식이잖아?

-퍼펙트 상식 탑재! 너무 어렵드아앗!

-애초에 스펙트럼부터 다르다 이마리야 ㅋㅋㅋㅋ

-얼른 퍼무새 불러왓!

-???: 쭈인! 쭈인은 새가 아니야!

-퍼무새가 봤으면 진짜 얼탱이 없긴 할듯ㅋㅋㅋㅋ

-근데 추진장치 하나잖슴? 퍼파고는 어뜩함?

시청자들의 격한 반응 속 의문이 떠올랐다. 장치는 하나인데 사람은 둘이지 않나.

의외로 그 해답 역시 박주호가 미리 알아차렸다.

“안전벨트. 맞지?”

“음, 퍼파고 성능 확실하구만.”

갈고리 밧줄을 휘감아 단단히 매듭지은 그는 남은 줄을 이경복에게 내밀었다.

이경복은 웃으며 자신의 허리에도 매듭을 지어 박주호와 연결했다.

-안전벨트 ㅅㅂㅋㅋㅋㅋㅋ

-???: 안전벨트는 생명줄입니다(진짜임)

-광고가 사실 공익광고였던 거였고?

-아닠ㅋㅋㅋ 퍼파고 님 달고 공중에서 속도 조절까지 한다고?

-(게말콘)(게말콘)(게말콘)(게말콘)

-킹부러! 또전드 찍을라고!

-이게 바로 블랙기업의 근무? 내가 알던 블랙기업은 대체?

-이거 위험수당 나오지? 그치?

-블랙기업특) 포괄임금제로 퉁침

시청자들도 더 이상 만류하지 않았다.

“자, 그럼 출발해보겠습니다!”

이경복이 힘차게 외치며 도움닫기를 했다. 박주호는 굳은 표정으로 그 뒤를 따라 내달렸다.

“사랑은 달콤 씁쓸한 bittersweet…”

그는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바닥을 박찼다. 어차피 뛰지 않아도 줄에 끌려 갈 상황이니 어쩔 수 없었다.

시청자들은 그에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에는 주변 소음도 없어 잘 들린 덕이었다.

-퍼파고님 또 노래 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ㅋ 개웃기네진짴ㅋㅋㅋ

-ㅁㅊ 이거 되면 찐으로 큐튭각 나온다 ㅋㅋㅋ

-ㄹㅇㅋㅋ 백퍼 편집자님이 퍼펙트 숏컷 모음으로 나옴

-성공하면 빠름! 아무튼 빠름!

-이걸 어케 하냐곸ㅋㅋㅋㅋ

언제나 느끼지만 이경복이 개척한 숏컷은 빨랐다.

갈 수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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