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69화 (369/491)

369화 - 세컨드 미싱링크 (5)

이경복과 박주호는 하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찾았다. 그 앞에 서니 짧은 컷신이 시작됐다.

“나가는 길은 무너졌으니 재료 자체를 옮기기는 힘들 거다.”

“그러면 어떻게…?”

“그보다는 완성품을 가져가는 게 더 낫겠지. 잠수복이 있으면 본부 쪽에서 확보한 미싱링크의 탐사를 재개할 수 있을 테니.”

주인공의 말에 박주호 캐릭터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수중 통로로 나가는 건 맞나 보네 ㅋㅋㅋ

-완성품이 부피가 더 적긴 할 듯 ㅋㅋㅋ

-만들어서 입고만 나가도 2개는 확보 하자너 ㅋㅋㅋㅋ

시청자들도 그에 동의하는 사이 주인공은 제조 장치를 조작했다.

“아마 재료만 투입하면 제조가 시작될 거야.”

“이렇게 해두면 시간을 아낄 수 있겠군요.”

“적진 한복판이니까. 움직이자고.”

주인공의 말과 함께 두 사람은 계단에 발을 옮겼다. 이어 자연스럽게 통제권이 돌아왔다.

“아래쪽은 뭔가 더 상태가 안 좋네요.”

“더 어둡기도 하고.”

위에서는 벽면을 따라 은은히 푸른빛이 어둠을 밝혔지만 이곳은 달랐다. 광량이 적어 가시범위도 좁았고, 멀리 있는 물체도 희미하게나마 윤곽이 보일 뿐이었다.

-자연적으로 무너진 게 아닌가?

-괴물들이 침입했었다거나?

-바다랑 연결되어있으면 킹능성 있지 ㅋㅋㅋ

-오 ㅋㅋ 아래에서부터 무너져서 승강기가 박살난 듯?

무너진 잔해를 보며 시청자들이 여러 의견을 표했다. 그렇게 얼마간 나아가기를 잠시.

‘뭔가 있다.’

이경복은 어둠 속에서 위협을 감지해냈다. 그 정도로 보아 지금까지 만난 괴물과는 다른 종이었다.

“역시나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적이라고?”

박주호의 물음과 더불어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들로서는 적의 존재를 알 단서가 없었다.

“안 들려? 뭔가 차칵차칵하고 칼날 같은 게 부딪치는 소리인데. 저기 앞쪽에서.”

“…전혀 안 들리지만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이야기를 나누며 몇 걸음 더 나아가니 아니나 다를까 컷신으로 돌입했다. 통로가 좀 넓어지는 가 싶더니 예의 광장 같은 곳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그에 들어서기 전 수신호와 함께 멈추었다.

“왜 그러십… 저건!?”

“크랩클로다.”

그 말과 함께 카메라가 돌아갔다. 단단한 껍질과 집게발을 가진 붉은 게와 인간이 뒤섞인 혼종이었다.

-어우 더듬이 눈 보소;;

-햄버거 잘 파시게 생겼네 ㅋㅋ

-꽃게사장님 실사판 ㅎㄷㄷ

-아닠ㅋㅋ 그럼 씨 위치는 오징징이였던 거? ㅋㅋㅋ

-알고 보니 아틀란티스가 비키니시티였었고?

-이제 수세미밥만 나옴 될듯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다른 캐릭터를 떠올리는 사이 크랩클로가 이리저리 눈을 돌렸다.

놈은 어기적어기적 걷다가 눈앞에 있는 잔해에 부딪쳤다.

“시력이 좋지 않다더니 진짜였군…”

그러나 그 충돌로 벽에 박힌 크리스탈 하나가 빠져 떨어지자 놈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조금 전과 같은 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집게발이 날아들었다. 그것은 정확히 떨어지던 크리스탈을 잡아챘다.

키기긱거리며 날카로운 집게와 크리스탈의 마찰음이 울렸다. 이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놈은 크리스탈을 던졌다.

“선장님, 어떻게 할까요? 처리합니까?”

“…아니, 저 껍질은 뚫기 힘들다. 총으로도 여러 번 쏴야 뚫릴 정도로 단단하다고 들었지. 게다가 총성과 불빛에 다른 놈들이 몰려올지도 모르고.”

주인공은 심각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크리스탈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빛에만 노출되지 않으면 될 것 같아. 주의하면서 지나가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시청자들은 그 대화로 개발사가 어떤 플레이를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요거는 잠입해서 들어가라는 거쥬?

-보통 잠입 파트는 적한테 발각범위가 있는데 이건 반대네 ㅋㅋ

-ㄹㅇㅋㅋ 플레이어가 조절할 수 이씀

-잠입 전문 겜도 아닌데 어렵게 만들면 욕먹자너 ㅋㅋㅋ

-잠입향 첨가 정도인 듯ㅋㅋㅋ

크리스탈의 빛을 조절해 지나가면 무방했다. 하지만 이경복은 그 채팅에 의문을 표했다.

“그냥 잡고 가는 게 낫지 않나요?”

“…이렇게 또 컷신 대사가 무색해지는군.”

박주호가 뒤에서 고개를 흔들자 시청자들이 웃음을 흘렸다.

-퍼파고도 절레절레 ㅋㅋㅋㅋㅋ

-???: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울음)

-훈수가 아니라 개발자 오열이냐곸ㅋㅋㅋ

-보트를 타자!(안탐), 조용히 지나가자!(안감)

-???: 하라는 대로 하기 시러!

-갓플은 그래도 되니깤ㅋㅋㅋ

이경복은 그 반응에 빠르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 이번에는 진짜 간단한 공략이에요. 진짜 이거는 다 할 수 있습니다. 야, 너도 보면 할 수 있을 정도야.”

“내가?”

그의 호언장담에 채팅창 분위기가 일변했다. 대체 어떤 방법이기에 저렇게 자신하는 걸까.

이경복은 자신 있게 미소 지으며 크리스탈을 들어보였다.

“자, 어제 방송 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퀘스트 아이템은 안 깨진다는 거 아시죠?”

-아 ㅋㅋ 이 형 또 이러네!

-혀엉! 크리스탈로 막는 건 킹반인들은 못 한다구웃!

-???: 날 속였어!

-시작부터 구라핑 뭔뎈ㅋㅋㅋ

-퍼플: 터벅터벅 (이제 숨길 생각도 없음)

곧장 장난스럽게 터진 반발에 이경복은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 막는 거 아니고요. 이거를, 아니다. 그냥 시범으로 보여드릴게요.”

그는 바로 크랩클로에게 접근했다. 뭘 하려나 다들 집중한 가운데 이경복은 크리스탈을 던졌다.

“이렇게 유인하시고.”

빛에 노출된 크랩클로가 크리스탈을 쫓아 몸을 돌린 순간이었다.

이경복은 검을 뽑아 과감히 놈의 등을 타고 올라 더듬이 같은 눈을 향해 휘둘렀다.

단단한 껍질과 다르게 눈은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조심…!”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눈이 잘렸다고 크랩클로가 죽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고통에 격분한 크랩클로가 집게발을 이리저리 휘두르기 시작했다. 박주호가 놀라 경고하려 했지만 이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자, 여러분 게 드셔보신 분들 아시죠? 껍질이라고 다 단단한 게 아니거든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이경복은 여유롭게 멘트를 치며 거리를 벌렸다.

박주호는 그 말뜻을 알아차렸다.

“배를 노리라는 건가?”

“바로 그거지.”

간단히 말했지만 박주호와 시청자들은 동의할 수 없었다.

배를 노리려면 난동을 부리는 크랩클로 앞까지 파고들어야 하지 않나.

“겁먹지 말고 침착하게 들어가면 됩니다. 집게발이 커서 예상보다 시간이 있거든요?”

이경복은 바로 시연에 나섰다.

공기를 가르는 집게발의 틈으로 비집고 들어간 그는 자신이 말한 대로 놈의 복부를 갈랐다.

“보셨죠? 그냥 쓰러집니다. 걱정할 거 없어요.”

15세 이용가 게임답게 잔인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약점을 찔린 크랩클로는 사망 모션과 함께 뒤로 쓰러졌다.

-이게 안 어려운 거?

-갓플한테 이 크랩은 안 어렵긴해 ㅋㅋㅋ

-이것도 그 게냐고 ㅋㅋㅋ

-아닠ㅋㅋㅋ 갓플이 보여준 것중에 쉽긴 한뎈ㅋㅋㅋ

-킹반인이 이걸 할 수 있다고?

-갓플 눈에는 많이 봐준 거 아니냐 ㅋㅋㅋㅋ

-일반인의 기준 너무 엄격하다아앗!

시청자들은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이경복은 크리스탈을 회수해 박주호에게 내밀었다.

“자, 이제 퍼파고가 시범을 보일 겁니다.”

“으음…”

“진짜 할 수 있다니까? 아까 보여준 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끝이야.”

“확실히 침착하게만 하면 될 것 같기도.”

박주호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크리스탈을 받았다. 이내 그는 다음 목표를 찾았다.

“유인 후 눈 자르고 복부가르기. 쓰리 스텝이군.”

박주호는 공략법을 돌이켜보고는 숨을 골랐다. 급할 건 없었다.

그는 차분하게 이경복보다는 느리지만 착실히 스텝을 밟아갔다.

“후우…”

공기를 찢는 집게발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복부를 찌른 후에야 숨을 박주호는 편히 쉴 수 있었다.

“되긴 되네.”

“거봐, 된다고 했지? 다들 보셨죠?”

이경복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묻자 시청자들도 웃음을 흘렸다.

-아니 ㅋㅋㅋ 되긴 했는데!

-갓플이 개쩔어서 그렇지 퍼파고도 피지컬이 좋잖슴!

-킹반인은 못 할 것 같은데 ㅋㅋ

-사실 트수들이 일반인 기준에 못미치는 거 아님?

-헉!

-팩트는 밴인 거신디요

-퍼파고도 킹반인 아님! 아무튼 아님!

-트하다 추수야…

-근데 이것도 갓플이 많이 봐준 거임 ㅋㅋㅋ

-ㄹㅇㅋㅋ 킹직히 갓플은 유인 할 필요도 없이 바로 복부 꽂을 듯

-원 스텝이면 끝이다 이마리야ㅋㅋ

이경복은 그 채팅에 웃으며 손뼉을 쳤다.

“한 번에 처리하는 것도 한 번 해볼게요. 하지만 지금은 퍼파고도 같이 게임을 하는 중이잖아요? 저 혼자 다 처리하긴 그렇고 퍼파고랑 같이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진행해보겠습니다.”

“음, 익숙해지면 좀 더 빨라지겠지.”

시청자들도 그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잡을 수 있으면 잡고 가는 게 맞지 ㅋㅋㅋ

-괜히 남겨두면 꼭 통수를 맞는다니깐!

-싹쓸어다쓰!

굳이 위험을 남겨둘 이유가 없었다.

* * *

이경복과 박주호는 탐사를 이어나가며 상황을 파악했다.

“지도로 봤을 때는 꽤 복잡해 보여서 시간이 좀 걸릴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요.”

“아무래도 스토리가 진행되는 장소라서 그렇겠지. 일직선 진행이 집중하기 좋을 테니까.”

컷신 속 안내도에서는 경로가 여럿이었지만 실상 내려오니 대부분의 통로가 무너져 있었다.

덕분에 두 사람은 헤매지 않을 수 있었다.

“아, 또 광장 같은 곳이 나왔네요.”

“크랩클로는 없는 것 같다.”

새로이 도착한 넓은 공간에 두 사람은 주변을 훑었다.

“어? 여긴 통로가 좀 뚫려 있는데?”

“뭔가 찾아야 하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원형 구조에 연결된 통로 내부는 입구에서 봤던 것과 같이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건 가구가 아니었다.

“이건 뭐지?”

“뭘 보관했던 건가?”

방 안에는 깨진 원통들이 놓여 있었다. 거주공간은 아닌 듯 원통 외에 다른 건 없었다.

-식물 같은 거 키우는 곳 아님?

-오 ㅋㅋ 킹능성 있네

-근데 재배실이라 보기엔 흙이 없잖슴?

-게다가 원통 개수가 꽤 되는 것인디요

-여긴 전체가 다 이런 통만 있는 듯?

다른 통로를 둘러봐도 다른 점은 없었다. 이에 이경복과 박주호가 닫힌 계단문으로 향하자 컷신이 시작됐다.

“지도에 나온 재료 창고는 이 아래다. 주의를 늦추지 마라.”

“알겠습니다.”

주인공이 문을 열기 위해 크리스탈을 끼웠다. 그런데 문이 아니라 웬 홀로그램 영상이 투사되는 게 아닌가.

“뭐…”

주인공은 그에 눈을 크게 떴다가 시선을 돌렸다. 반대편에 다른 홈이 있는 게 화면에 잡혔다.

아무래도 다른 걸 작동시킨 모양이었다.

“선장님, 사람입니다!”

“아틀란티스 인인가?”

이내 재생된 영상 속에 사람들이 보였다. 주인공은 물론 시청자들도 그에 집중했다.

-아틀란티스 패션 무엇?

-쫄쫄이 뭔데에에에!

-저거 잠수복 아님?

-오 ㅋㅋ 헬멧이랑 산소통만 떼어낸 듯

-근데 왜 저렇게 많이 몰려있지?

-축제라도 하나?

-왜 오디오는 안 나오냐구웃!

아쉽게도 영상에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을 알 수 없는 건 아니었다.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군.”

광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다들 성난 표정이었다. 몇몇 이들은 팻말을 들고 있었다.

-위로 가는 화살표? 뭐지?

-땅도 그려져 있는데?

-지상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건가?

-오 ㅋㅋㅋ 내보내달라고 시위하는 거네

거기 적힌 글자는 알 수 없지만 기호로 뜻을 유추할 수 있었다. 주인공 역시 시청자들과 같이 상황을 추론했다.

“위로 올라가려고 해도 못 올라가는 모양인데…”

그러나 이내 상황이 달라졌다. 시위대 주변에 헬멧을 쓴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손에는 아틀란티스제 총기가 쥐어져 있었다.

“이건, 씨 위치가 쓰는 무기랑 비슷하군.”

그중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무어라 말했다. 손짓으로 보아 돌아가라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팻말을 흔들며 격한 움직임을 보였다.

“뭣…”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였다. 책임자가 손을 움직이자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헐? 사살한 거?

-피는 안 나는데?

-살상용이 아니라 제압용 탄 아님?

-바로 쓰러지는 거 보니 마취총 같은 거일 듯?

책임자는 고개를 내젓고는 다시 손짓했다. 이에 그들은 기절한 시위대를 옮기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영상이 끝났다.

“…기술이 뛰어나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군.”

주인공은 그에 씁쓸한 목소리로 고개를 내저었다.

“서두르지.”

이내 그는 다른 쪽 홈에 크리스탈을 끼웠다.

닫혀 있던 계단이 열리며 한층 더 어두운 공간이 드러났다.

* * *

그 아래에도 크랩클로들이 있었다. 이경복과 박주호는 무난히 놈들을 처치해나갔다.

-이제는 그냥 쓱쓱 썰리네ㅋㅋㅋ

-갓플이야 그러려니 하는데 퍼파고님 왜 잘함?

-입력하면 잊지 않는다, 그게 퍼파고잖아?

-아 ㅋㅋ 데이터 분석 다 해버렸다고 ㅋㅋㅋ

-퍼파고식 딥러닝 ㅁㅊㄷㅁㅊㅇ

박주호의 빠른 숙련에 시청자들이 흡족해하자 이경복도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다 처리했네.’

더 이상 감지되는 위협은 없었다. 그는 마음 편히 목적지로 향했다.

“도착했네요.”

창고 문을 크리스탈로 열자 컷신이 이어졌다. 주인공과 박주호 캐릭터가 서로 눈빛을 나누더니 빠르게 쌓인 상자들을 뒤졌다.

“이거다.”

개중 주인공이 레시피에 적힌 재료 기호와 동일한 기호가 그려진 상자를 찾았다.

“들고 따라오게.”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각각 상자를 들었다.

“뭔지 몰라도 약간 무겁네요. 확실히 재료만 챙겨서 나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경복은 동기화로 느껴지는 무게감을 시청자들에게 설명했다. 그 사이 주인공은 방문을 열고 천장과 연결된 관으로 들어섰다.

“재료 투입구야. 여기에 넣으면 될 것 같군. 다른 재료를 더 가져오게.”

“예, 알겠습니다.”

그가 나가자 주인공은 재료 투입을 마치고 주변을 훑었다. 그제야 방의 상황이 화면에 잡혔다.

“여긴 또 뭘 하는 곳이지?”

그는 일부는 떨어졌지만 벽면에 붙어있는 유리들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 아래에는 알 수 없는 금속 장치들이 있었다.

주인공은 그 정체를 몰랐지만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알 수 있었다.

“구도를 보니 일종의 관리실이 아닌가 싶네요.”

-ㄹㅇㅋㅋ 딱 보면 CCTV 화면이잖슴!

-요것도 노선도처럼 다 알게끔 해둔 거 같은데 ㅋㅋㅋ

-아까 영상에 나온 그 헬멧맨들이 일하는 곳일 듯?

-그 명령하던 사람이 관리책임자였나보다

그사이 다른 상자를 들고 박주호 캐릭터가 도착했다. 그가 다시 재료를 투입하려다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선장님,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음?”

주인공이 돌아보니 재료 투입구 옆에 붉은 글씨들이 나타났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돌렸다.

“뭘 더 해야 하는 건가? 작동시켜야 할 게 있는 걸지도…”

주인공은 금속 장치를 훑었다. 크리스탈을 넣을 수 있는 홈이 여럿 있었다.

“고민할 시간도 많지 않아.”

잠시 고민하던 그는 이내 크리스탈을 끼웠다. 장치를 가동시키자 벽면에 붙은 유리에서 빛이 나왔다.

“…이게 무슨?”

그에 놀란 건 주인공만이 아니었다.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여럿 올라왔다.

-뭐임? 왜 괴물이 있음!?

-원통이 뭔가 했더니 ㅎㄷㄷ

-아틀란티스인들이 괴물을 만든 거?

-재배실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괴물재배였고?

-아니면 바다괴물들 잡아다 연구한 걸지도?

내려오면서 발견했던 깨진 원통들이 멀쩡할 당시의 기록이었다. 그 안에는 딥원과 씨위치, 그리고 지금 돌아다니는 크랩클로 등 갖가지 괴물이 들어있었다.

“아틀란티스인들은 대체…”

주인공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이내 크리스탈을 빼서 다른 곳에 끼웠다.

이윽고 키이이잉하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선장님?”

“카밀라가 말했던 소리인가?”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에 주인공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바로 크리스탈을 빼려고 했지만 한 박자 늦게 유리에 노이즈가 끼더니 화면이 바뀌었다.

-오? 뭐야? 실시간인가?

-침수층 보여주는 듯?

-어우 밑은 완전히 물에 잠겨버렸네

-이정도면 바다랑 아예 연결된 것 같은디

-잠수복 입고 더 들어가려나?

물에 잠긴 화면에 시청자들이 상황을 유추하는 와중이었다.

어둑한 물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맙소사…”

“괴물들이? 갑자기 왜…!?”

통로를 따라 헤엄쳐 오는 건 딥원과 씨 위치 같은 괴물들이었다.

급변한 상황에 주인공의 눈이 흔들렸다. 이내 그 눈동자는 크리스탈 쪽으로 향했다.

“소리? 이 소리가 놈들을 부르는 건가?”

“서, 선장님! 재료 투입 끝났습니다!”

돌아보니 붉은 글씨는 사라졌고 상자가 관을 따라 올라가는 게 보였다.

주인공은 더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듯 즉시 움직였다.

“신속히 탈출한다. 잠수복만 챙겨서 떠나자.”

“옛!”

기다렸다는 듯 돌아온 대답과 함께 컷신이 끝났다.

[10:00:00]

이어 나타난 제한시간과 함께 급박하게 상황이 끝났지만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10분 돌파 무엇?

-아 ㅋㅋㅋ 이거 원래 돌아갈 때도 크랩클로 피해서 가야 되는 거였네

-킹치만 이미 다 처리해버렸쥬?

-엌ㅋㅋ 프리패스다 이마리야

-개발자 또 오열할 듯 ㅋㅋㅋ

-???: 이러면 더 플레이어들이 박진감을 느끼겠지?

-응~ 아니야~ 그냥 올라가면 끝이야~

원래대로라면 괴물들이 몰려오기 전에 크랩클로를 피해서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남은 크랩클로는 하나도 없지 않나.

-아 ㅋㅋ 스포구간 참느라 혼났네

-여기도 진짜 과금유도 구간인데 ㅋㅋㅋ

-과금러들은 답답하다고 걍 방템에 올인해서 탈출함ㅋㅋㅋ

-킹직히 안 잡았어도 퍼파고 방탄갑이랑 갓플 피지컬있어서 탈출하긴 했을덧 ㅋㅋㅋ

이어지는 유경험자들의 말에 이경복은 장난스럽게 아쉬움을 표했다.

“아, 그러시면 안 되죠. 개발자 분들도 다 의도를 해주신 건데요.”

“네가 할 말인가 싶은데…”

박주호가 헛웃음을 흘리자 시청자들이 바로 호응했다.

-혀엉? 양심은 어디에 둔 거야?!

-이미 들어올 때부터 다른 루트로 와놓곸ㅋㅋㅋㅋ

-플랜트위키/갓플/논란/개발자패싱

-개발자 패싱은 또 뭔데 ㅋㅋㅋ

-게임 장르 바꾸기 권위자가 이런 말을?

“에이, 저야 시청자 분들께 무과금 공략법을 알려주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었던 거죠.”

이경복은 쏟아지는 채팅에 오히려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내 줄어드는 시간을 보며 손짓했다.

“긴장 넘치는 탈출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기겠습니다. 금방 나가겠네요.”

채팅창은 그에 웃음이 넘쳤다.

-마법의 주문 ‘킹러분의 갓으로’ㅋㅋㅋㅋ

-조리 예랑 실제랑 다른 거 모르냐고 ㅋㅋㅋ

-이렇게 또 퍼펙트 숏컷이 나와버리고?

개발사가 정해놓은 숏컷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이경복은 가는 길이 곧 숏컷이었다.

-숏컷은 개발자가 만드는 게 아니라 갓플이 만든다, 그게 상식이잖아?

-이 형은 그냥 숏컷제조기임ㅋㅋ

-그냥 해도 빠르자넠ㅋㅋㅋㅋ

-ㄹㅇㅋㅋ 숏컷이 아닌데도 숏컷으로 만들어버림ㅋㅋㅋ

원래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만들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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