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70화 (370/491)

370화 - 세컨드 미싱링크 (6)

이경복과 박주호는 길을 거슬러 돌아갔다. 원래는 크랩클로가 있어야 할 길이었지만 통로는 한산했다.

-아이고 제한시간이 줄어드네 ㅋㅋ

-???: 여기서 긴장하셔야 됩니다

-???: 머뭇거릴 틈이 없다!(많음)

-아 ㅋㅋ 지금 급박하다니깐!

-몹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타이머는 착실히 줄고 있었지만 시청자들은 오히려 웃음을 터트렸다.

두 사람 모두 산책이라도 나온 듯 여유롭게 걸음을 옮겼다.

“그냥 올라오니까 금방이네요.”

어느덧 제조장치가 있는 층까지 돌아왔다. 이경복이 다가가니 바로 컷신으로 넘어갔다.

“서둘러!”

이경복과 달리 주인공은 매우 급박한 표정으로 뛰어왔다. 시청자들이 그에 다시 웃음을 터트리는 사이 주인공은 제조 장치를 확인했다.

“다행히 완성됐어. 자네도 이걸 입게.”

“지, 지금 말입니까?”

“지금이 아니면 시간이 없어!”

박주호 캐릭터가 머뭇거리자 주인공이 다그쳤다. 그에 화면이 깜빡이며 두 사람의 복장이 달라졌다.

-성질부리는 갓플의 목소리, 아주 희귀한 거시고요?

-이건 찐 블랙해군 아니냐곸ㅋㅋ

-잠수복 몸선 ㅁㅊㄷㅁㅊㅇ

-이 형은 쫄쫄이 패션도 살려버리네 ㅅㅂ ㅋㅋㅋㅋ

-아니 ㅅㅂ 나도 헬창인데 왜 저런 몸이 안 나옴?

-크기만 키우지 말고 데피를 조져야지 ㅋㅋㅋ

시청자들은 여유롭게 새로운 모습에 감탄을 토했지만 정작 컷신 속 상황은 다급했다.

“서, 선장님?”

계단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가.”

“예?”

“뛰라고!”

주인공은 남은 잠수복을 건네며 소리를 높였다. 그들이 달리기 시작하자 계단 쪽에서 홍수가 넘치듯 괴물들이 쏟아졌다.

-분명 시간은 넉넉했던 거신디요?

-아니 ㅋㅋㅋ 이렇게 빨리 올 정도면 바다괴물이 아니라 육지괴물이잖슴!

-아 ㅋㅋ 아무튼 옷 갈아 입느라 오래 걸렸다구웃!

-설마 여기서 걸리진 않겠지?

-여기서 걸리면 진짜 억까지 ㅋㅋㅋ

두 사람은 이내 막다른 길에 도착했다. 주인공은 잠시 고민하더니 추진 장치를 옆으로 건넸다.

“서, 선장님?!”

“수영은 내가 더 잘하니까 빨리 출발하게.”

“그, 알겠습니다!”

박주호 캐릭터가 물로 뛰어들자 그는 호흡을 고르며 헬멧을 썼다.

“제대로 작동해야 할 텐데…”

-아 맞다 여기 거리가 꽤 되지?

-수중호흡 안 되면 끝인 거신디요 ㅎㄷㄷ

-그런데 걍 부하한테 추진장치를 넘겨준 거?

-캬 ㅋㅋ 이게 선장이지

-설마 안 되겠냐구웃!

고민할 틈은 없었다. 통로 저편에서 괴물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주인공은 헬멧이 철컥 소리가 나자마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정말 되는군…!”

다행히 호흡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는 빠르게 헤엄쳐 통로로 나아갔다.

“이런! 여기까지…!”

바다괴물인 만큼 놈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는 괴물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다행히 시청자들은 곧 안도할 수 있었다.

-아 ㅋㅋ 깜빡이를 키고 들어왔어야지 ㅋㅋ

-서로 머리 들이밀다가 끼어버렸쥬?

-병목현상 바로 생겨버리고 ㅋㅋ

-이래서 교통정리가 중요하다 이마리야

-통로를 좁게 해둔 이유가 이거였네 ㅋㅋㅋㅋ

한 번에 들이닥친 괴물들이 모두 통과하기에는 통로가 좁았다. 괴물들이 서로 버둥거리는 사이 주인공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선장님!”

“출발 준비는?”

“바로 갈 수 있습니다!”

수중통로를 빠져나온 두 사람은 바로 보트에 올랐다. 주인공은 보트에 놔두었던 신호탄을 바다를 향해 쏘아 올렸다.

그와 함께 화면이 전환되며 범선에 오르는 두 사람이 보였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안심은 나중으로 미뤄두지. 서둘러 빠져나가야 하네.”

갑판장의 말에 주인공이 바로 지시를 내렸다. 시청자들은 이제 끝이라며 안도했지만 이경복의 생각은 달랐다.

‘꽤 수가 많은데.’

새로이 느껴지는 위협과 동시에 카메라가 돌아갔다.

“해적, 해적선! 아니, 해적단입니다!”

이어지는 비명 같은 경고와 함께 수평선에 불이 번지기 시작했다. 여러 해적선들에 횃불이 올라간 것이었다.

“바솔로뮤…!”

해골에 조준점 문양이 새겨진 깃발, 킬 마크 해적단을 중심으로 다른 해적들도 함께 등장했다.

이내 화면은 해적기함으로 바뀌며 바솔로뮤의 모습을 비추었다.

-분명 머리를 맞았는데 어깨에 붕대가?

-???: 괜찮아! 튕겨냈다!

-안 죽었음! 아무튼 안 죽었음!

-이걸 살려주네 ㅋㅋㅋ

-아 ㅋㅋ 스토리에 써야 된다고욬ㅋㅋㅋ

바솔로뮤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눈을 희번덕거렸다.

“치료하느라 놓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어슬렁거리고 있을 줄이야.”

놈은 부하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킬 마크의 이름을 걸고 절대로 살려두지 않겠다! 네놈들도 저놈들이 죽기 전까지 육지를 밟을 생각하지 마라!”

“아이아이! 캡틴!”

“총 공격이다! 횃불을 높이 들어라!”

부하들의 대답과 더불어 줌아웃 되면서 해적단의 전진을 한 화면에 잡았다. 족히 두 자릿수를 넘은 해적선들이 주인공의 배를 쫓기 시작했다.

-바솔로뮤 배는 왜 저렇게 큼?

-갓플 배보다 더 큰데?

-최소 7성은 될 덧 ㅎㄷㄷ

-갓플이랑 퍼파고 둘이 쟤들 전부 상대해야 되는 거?

-바솔로뮤만 처리하면 도망치는 거 아님?

웃고 있던 시청자들도 그에 걱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아직 컷신이 끝난 건 아니었다.

“이, 이렇게 많은 해적들이 있을 줄이야?!”

“어서 도망치지 않으면…!”

선원들이 불안해하자 주인공이 목소리를 높였다.

“걱정하지 마라! 본부에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우리를 보냈겠는가!”

그에 선원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시청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이려는 찰나 화면이 회색빛으로 바뀌었다.

“오? 알폰소랑 뭔가 준비해둔 게 있나 보네요.”

잠입하기 전, 알폰소와 나누었던 대화의 연장인 모양이었다.

“퍼플, 자네에게 오롯이 이 위험을 감당하게 놔둘 수 없네.”

알폰소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호레이쇼와 같은 경우를 또 겪을 수는 없네. 하물며 그 아들에게는 더욱…!”

“대장님, 걱정은 감사합니다.”

그에 주인공은 담담히 대답했다.

“하지만 이건 제가 해군으로서 해야 할 일입니다. 아버지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피할 일이 아닙니다.”

“퍼플, 그러나 이건 너무…”

“정 그러시다면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주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안전이라니?”

“다른 해군을 파견해주십시오.”

“해군을? 전면전은 불가하네…!”

알폰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해적연합과 전면전은 피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전면전이 아닙니다. 저희가 무사히 퇴각할 수 있도록 병력을 파견해달라는 뜻이었습니다. 일종의 안전해역을 확보해두는 거죠.”

“안전해역이라…?”

“예. 순찰명목으로 그랜드 본스 외곽에 배치를 해주십시오.”

“과연, 전면전은 연합 쪽에서도 꺼릴 테니. 대규모 군단이라면 결사항전하겠지만 순찰대 정도라면 해적들도 고민하겠구먼.”

“예, 결속력도 약하니 굳이 해군과 문제를 만들려는 놈들은 적을 겁니다.”

“알겠네. 퇴각할 때는 이쪽 방향으로 오게나. 정예들을 배치해두지.”

“감사합니다.”

회상씬이 끝나자 시청자들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우리 수석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어쩐지 ㅋㅋ 탈출 플랜 얘기는 없다 했다

-해군 순찰대 보면 해적들 서로 눈치볼 듯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되면 탈출미션인 거시고요?

-ㄹㅇㅋㅋ 싸우는 게 아니네

그 사이 주인공이 목소리를 높였다.

“본부는 제군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전원 즉시 퇴각한다!”

“뭘 꾸물거리고 있어! 모두 노를 저어라!”

갑판장의 고함과 함께 선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컷신이 끝났다.

이윽고 수평선 위로 푸른 경계선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저기까지 가면 끝인 듯?

-킹치만 갓플은 또 해치워버리겠지?

-ㄹㅇㅋㅋ 오히려 좋다고 쓸어버림

-아 ㅋㅋ 숫자는 문제가 안된다고

-바솔로뮤 2번 죽다!

-사실 킬마크는 본인한테 찍혀 있었던 거였고?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경복이 순순히 탈출하지 않으리라 짐작했다. 그의 지난 행적을 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었다.

이에 이경복 역시 전투를 해볼까 했지만.

“흠, 이번에는 아예 전투가 불가능한 모양인데요?”

포격을 하려고 해도 갑판에는 남은 선원이 없었다. 갑판에는 키를 잡고 있는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청자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와중 박주호의 목소리가 전달됐다.

<모바일 쪽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시스템적으로 도주만 가능하게 해둔 모양인데.>

“아? 모바일도?”

<아예 포격 명령이 선택이 안 된다.>

“그러면 뭔가 이유가 있겠네. 자, 그럼 여기서는 퇴각하도록 할게요!”

이경복은 대답과 함께 키를 돌렸다. 해적선들은 놓치지 않겠다는 포격을 가했지만.

“도망치라고 일부러 저렇게 대충 쏘는 거죠?”

이경복은 그를 농락하듯 한끝 차이로 포탄을 피하는 묘기를 선보였다.

퇴각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범선 구조상 공격자는 포격을 가하려면 측면으로 돌아야 하는 반면 이경복은 그대로 직선으로 나아가면 되니 속도부터 차이가 났다.

그나마 바솔로뮤가 탄 해적기함이 성능이 좋은 듯 거리를 유지한 채 추적과 포격을 병행했다.

‘이건 또 뭐지?’

그렇게 술래잡기가 이어지는 와중 이경복은 고개를 돌렸다. 해적들과는 다른 새로운 위협이 감지됐다.

그 방향은 아래쪽이었다.

-뭐임?!

-엌ㅋㅋㅋ 교통사곸ㅋㅋㅋㅋ

-심해고래가 여기서?

-5252, 추격자가 더 붙어버리는 거냐구웃!

딥원의 이동수단인 심해고래가 솟구쳐 오르더니 해적선과 충돌했다.

그 장면에 이경복은 개발자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 왜 공격을 못 하나 했더니 이런 기믹이었네요. 심해고래로 추격을 떨치라는 뜻 같습니다.”

-여윽시 낚시겜 답게 어부지리를 좋아해버리고?

-아닠ㅋㅋ 낚시가 메인 컨텐츠였냐곸ㅋㅋㅋ

-???: 대충 알아들었지?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ㄴㄴ 킹직히 이건 개발자들이 해적들이랑 딥원을 사정 봐준 거임ㅋㅋ

-ㄹㅇㅋㅋ 갓플이 공격할 수 있었으면 둘 다 죽었음

-오히려 살려주는 거였냐곸ㅋㅋㅋㅋ

그 설명에 시청자들도 웃으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 * *

탈출영역까지 가는 동안 이경복은 물론 박주호의 범선도 전혀 피해를 받지 않았다.

-이걸 노데미지로 통과해버리네 ㅋㅋㅋㅋ

-아 ㅋㅋ 이정도로는 티끌도 못 건드린다고 ㅋㅋㅋ

-그 와중에 퍼파고는 따라가기로 편안해버리고?

-사장이 일을 제일 많이 하는 블랙기업 ㅎㄷㄷ

-이게 퍼펙트 효율이라니깐?!

이경복 특유의 뛰어난 컨트롤로 포격은 물론 심해고래의 난입을 피해냈고, 박주호는 그 뒤를 따라가도록 설정만 해둔 덕이었다.

이윽고 푸른 선을 넘어가니 바로 컷신이 이어졌다.

<퍼플, 퍼플 함장! 들리는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주인공이 고개를 돌렸다. 이내 그가 선장실로 들어서자 탐지장치에서 알폰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ㅋㅋㅋ 제조장치 두고 왔던거네

-하긴 잘못하면 해적들한테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

-이걸 교신장치로 써버린 거시고요?

-수석답게 스마트했다 이마리야

-대장이 직접 걱정해주는 군수저 클라스 ㅋㅋㅋㅋ

따로 설명이 없어도 상황을 유추하기에는 충분했다.

<제발 살아있으면 대답하게!>

“여기는 퍼플, 승조원 전원 무사합니다.”

주인공의 차분한 대답에 너머에서 안도의 한숨이 들려왔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무사하니 정말 다행이구먼! 이제 걱정하지 말게나!>

알폰소의 호언장담과 더불어 카메라가 돌아갔다. 수평선 너머에서 불이 피어올랐다.

순찰대 규모였기에 그 숫자는 5척에 불과했지만 함선의 크기가 남달랐다.

-무친ㅋㅋ 이건 채소 8성 이상이다

-ㄹㅇㅋㅋ 바솔로뮤 배보다 더 큼

-소수정예 무엇?

-아니;;; 누가 이런 배로 순찰을 해욧!

-대장선으로 순찰대를 구성한 해군이 이따!?

-아 ㅋㅋ 아무튼 순찰하니까 순찰대라니깐!

이윽고 화면은 추격해오던 해적들 쪽으로 돌아갔다. 예상치 못한 해군의 등장에 해적들의 표정이 사뭇 달라졌다.

“뭐, 뭐야? 여기에 순찰대가!?”

“젠장, 하필이면…!”

“이거 계속 쫓아야 되는 거야?”

깃발이 다른, 바솔로뮤 해적단 소속이 아닌 범선들이 서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며 속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버러지 같은! 고작 저 정도 숫자에 겁을 먹는다고!? 그러고도 너희들이 해적이냐!?”

이내 화면은 분노하는 바솔로뮤를 비추었다. 놈은 한껏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악을 질렀다.

“겁쟁이들 도움 따위 필요 없다! 전원 전투 준비!”

킬 마크 해적단이 대열에서 더욱 앞서나왔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기대를 내비쳤다.

-이러면 붙어볼 만 하거등요?

-10대 7인데? 그중 둘이 갓플이랑 퍼파고다?

-이거는 이미 이긴 거지 ㅋㅋㅋ

-역킬각 바로 나와버리고?

-바이츠www 남 킬각은 보면서 자기 킬각은 못 보는www

-바이츠는 또 뭔뎈ㅋㅋㅋㅋ

양쪽의 해전이 시작되리라.

다들 그리 기대했지만 이경복의 판단은 달랐다.

‘큰 거 오네.’

온몸이 저릿저릿할 정도의 위협이 아래에서부터 느껴졌다. 이윽고 해수면 위로 심해고래들이 나타났다.

-오? 이번에는 3파전인가?

-바다삼국지 ㅋㅋㅋㅋ

-해양삼분지계냐구웃!

-3분 찌개는 안 됨? 맛있는데 제발!

-???: 1:1:1 투혼 초보만

-민속놀이는 왜 나오는데 ㅋㅋㅋ

해적과 해군, 그리고 괴물의 삼각구도. 그러나 이경복이 느낀 위협은 심해고래의 것이 아니었다.

-?

-헐?

-무친;;; 스케일 보소

-알고 보니 이번에도 싸우는 게 아니었고?

심해고래의 긴 울음과 함께 수면 위로 거대한 촉수가 솟구쳤다. 그 크기는 무려 심해고래를 휘감아 잡을 정도였다.

“저, 저건?!”

“맙소사!”

“크, 크라켄이다!”

해적들은 물론 해군들도 그에 경악했다. 대장인 알폰소 역시 그중 하나였다.

<크라켄? 대괴수가 어찌!?>

“대장님! 퇴각하십시오!”

주인공 역시 놀랐지만 냉정을 되찾고 소리를 높였다. 그 사이 촉수의 숫자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해적선들이 하나둘씩 붙잡히기 시작했다.

“도, 도망쳐라! 배를 버려라!”

“으아아아아아악!”

바솔로뮤는 물론 다른 해적들은 언제 격분했냐는 듯 겁에 질렸다. 하지만 바다 위에서 도망칠 곳은 없었다.

촉수에 휘감긴 범선들은 그대로 바닷속으로 끌려갔다. 그나마 외곽 쪽에 있던 해군들은 도망칠 수 있었다.

“이게, 대괴수 크라켄…”

<허어, 이걸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주인공과 알폰소는 물론 시청자들도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아찔함을 숨기지 못했다.

-와씨;;; 해적단 하나가 순삭이네

-그냥 살아있는 자연재해 수준이네 ㅎㄷㄷ

-이러니까 심해공포증이 생기지 ㅋㅋㅋㅋ

-비장의 초장만 있었다면!

-먹을 생각 뿐이냐곸ㅋㅋㅋ

-네가 크라켄 잘하는 집을 안 가봐서 그래

-그런 집이 어딨어 ㅅㅂㅋㅋㅋㅋ

물론 그 와중에도 드립 욕심은 건재했다.

* * *

장소를 바꿔 주인공은 해군 함선에 올랐다. 알폰소가 직접 그를 맞이했다.

“무사히 얼굴을 볼 수 있어 다행이네. 들어가서 얘기하세나.”

“알겠습니다.”

그는 경례하는 주인공을 이끌고 선장실로 들어섰다. 그제야 안심이 되는 듯 알폰소는 짧게 숨을 뱉었다.

“신께서도 정의를 원하신 모양일세. 설마하니 크라켄이 나타날 줄이야.”

“…어쩌면 신의 뜻이 아니라 다른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알폰소가 놀라 되묻자 화면이 깜빡였다. 주인공이 상황 보고를 할 때 나오는 효과였다.

“유적 장치를 가동시키니 괴물들이 몰려왔다?”

“예. 그렇습니다. 어쩌면 크라켄도 그 소리에 이끌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확보한 잠수복을 올려두며 말을 맺었다.

-오? 짜잘이들 말고 거물도 불러버린 거?

-옼ㅋㅋㅋ 킹능성있구연?

-크라켄 소환 장치가 있다 이말인가?

-킹직히 우연이면 좀 그렇긴 해 ㅋㅋㅋㅋ

시청자들도 그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알폰소는 심각한 표정으로 제 수염을 매만졌다.

“자네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 그렇다면 아틀란티스 인들은 괴물들에 대해 연구하거나 직접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겠구먼. 그들의 기술 수준은 정말 끝을 알 수 없군…”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흠… 아틀란티스의 입장에서 해저생활을 하면 가장 큰 골칫거리가 그 괴물들이 아니겠나? 처치하는 게 아니라 조종 혹은 조련하려는 방법을 연구한 걸 수도 있겠지.”

알폰소는 그리 말하고는 이내 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더 신경 쓰이는 건 아틀란티스인들의 분열일세. 육지로 올라오려던 게 분명한가?”

“소리가 나오거나 문자를 해독할 수는 없었지만 정황은 그렇게 보였습니다.”

“그건… 어쩌면 일종의 향수병일지도 모르겠군.”

“아틀란티스인들이 육지를 그리워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선원들도 종종 그러지 않나. 배 위에서도 그런데 하물며 해저에서는 오죽하겠는가?”

주인공은 그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눈을 굴렸다.

“대장님 말씀대로라면, 세라자드 상회의 선조와 계약한 것도 그런 아틀란티스 인들일 가능성이 높겠군요.”

“세라자드? 아, 선조가 아틀란티스와 밀거래를 했었다고 했지.”

“예. 육지로 올라오고 싶어도 못 올라온다면 육지의 물건이라도 원하지 않았겠습니까.”

주인공의 추론에 알폰소는 물론 시청자들도 수긍했다.

-오 ㅋㅋ 맞네 이게 이렇게 연결이 되네

-글면 아틀란티스인들은 원래 육지에서 살았던 거?

-고런 듯? 일단 같은 사람처럼 보이긴 했으니까

-외계인설 바로 나가리쥬?

-그럼 기술 수준 차이는 왜 이렇게 심한 거지?

여전히 의문은 남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알폰소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틀란티스의 기술만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구먼.”

“예, 기술이 전부가 아니라 느꼈습니다.”

“허나 그건 그들의 일일세. 우리로서는 상황이 나쁘지 않아. 공교롭지만 크라켄의 등장으로 해적 연합이 붕괴되지 않았나.”

“그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동의했지만 알폰소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마냥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이네.”

“예?”

“우리 쪽 피해 없이 해적들의 구심점이 사라졌지만, 이제 군소 연합이 생겨나겠지 않겠나.”

“그게 왜… 아, 본거지 파악이 어렵게 됐군요. 분산됐으니 감시하는 데도 병력이 더 필요해질 테니.”

“척하면 척 알아듣는군. 자네와 얘기하면 그래서 편하다네.”

하나뿐이던 해적연합이 무너지면서 찢어졌다. 세력은 약화됐지만 해군본부로서는 새로이 정보를 수집할 처지가 되었다.

“본부로 돌아가면 조직 체계를 개편해야겠네.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아무래도 소규모 군단을 여럿 운영하는 쪽이 좋겠지.”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후우, 여전히 일은 줄어들지 않는구먼. 아무튼 고생했네. 일단은 본부로 복귀하세나.”

알폰소는 웃으며 주인공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와 함께 컷신이 끝나고 이경복과 박주호는 범선으로 돌아왔다.

[‘군단’ 메뉴가 개방되었습니다!]

곧바로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모두가 상황을 파악했다.

“아, 이렇게 군단이 해금되는 거였네요. 이게 다른 게임의 길드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매번 느끼지만 스토리에 여러 기능을 녹여내려는 노력이 느껴지네요.”

-해적은 연합, 해군은 군단, 무역상은 세라자드처럼 상회인가?

-오 ㅋㅋㅋ 이런 스토리면 해적 연합이랑 해군 군단이 많은 게 설명이 되네 ㅋㅋㅋ

-???: 이런 걸 알아달라 이마리야!

-개발자 뿌듯 잼 ㅋㅋㅋ

-근데 사실 서순이 바뀌긴 했지

-ㄹㅇㅋㅋ 스토리는 이미 완성됐는데 크로스지원 하면서 추가한 거잖슴!

-하지만 잘했죠?

군단 시스템은 강제하는 게 아니라 간단히 소개만으로 끝났다. 이경복의 관심은 이내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WORLD BOSS]

[크라켄 – 100%]

별도 메시지는 없지만 스토리와 함께 해금된 또 하나의 컨텐츠, ‘월드 보스’였다.

“어쩐지 너무 세다 했습니다. 한 번 가이드를 볼까요?”

이경복은 말과 달리 박주호를 돌아봤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박주호는 묵묵히 가이드를 읽고 요약해주었다.

“월드 보스라는 이름답게 공공의 적이다. 소속 구분 없이 모든 플레이어가 참전해서 처치해야 할 적이지.”

“오? 그럼 해적 플레이어랑 같이 싸울 수도 있겠네?”

“그렇지. 나머지는 레이드 컨텐츠와 비슷해. 기여도 순으로 좋은 보상을 얻게 되는 거다. 다만, 규모가 크다 보니 개인이 아니라 함대 단위로도 참가가 가능하지.”

“아, 맞네. 혼자서 줄 수 있는 피해량은 한계가 있으니까.”

“함대로 기여도를 합산해서 전리품을 배분하는 게 더 좋은 보상을 얻을 확률이 높다.”

두 사람의 대화에 시청자들도 반응했다.

-이거는 킹직히 갓플이라도 혼자는 못 할 듯 ㅋㅋㅋ

-시 서펀트 정도면 혼자 잡는데 크라켄은 쵸큼;;;

-아닠ㅋㅋㅋ 시 서펀트도 솔플로 하는 게 이상한 거라구웃!

-퍼청자들 눈높이 높아진 거 보소 ㅋㅋㅋ

-아 ㅋㅋ 퍼펙트 스탠다드 모르냐구욧!

이경복은 채팅 반응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이건 저 혼자 못하죠.”

“간단히 모바일로 참여해서 기여도만 찍어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낫다.”

박주호의 말에 이경복은 눈을 굴리다가 미소를 지었다.

“아, 그래도 이것도 컨텐츠인데 체험은 해봐야지?”

“우리 둘이서 싸우자고?”

박주호는 물론 시청자들도 어리둥절해한다. 아무리 뛰어난 두 사람이라도 해봐야 얼마나 하겠나.

-혀엉! 이번에는 퍼파고 말 들엇!

-킹직히 둘이서는 시간낭비임 ㅋㅋㅋㅋ

-마저 스토리 진행하러 가자구웃!

-흥! 아니면 크라켄 잡는 시간 만큼 방송 더 연장하든가!

-아 ㅋㅋ 아무튼 방송 더 해달라고 ㅋㅋㅋ

돌아온 채팅에 이경복은 짐짓 서운하다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아, 이런 반응은 좀 섭섭한데요? 게임이라는 게 원래 혼자 할 때도 있고 같이 할 때도 있는 건데.”

그의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박주호는 잠시 고민하다 눈을 크게 떴다.

“너, 설마 시청자분들 부르려고?”

“바로 그거지! 이건 같이 하는 컨텐츠잖아?”

이경복의 말에 채팅창 분위기가 일변했다.

-여기서 시참을?

-이럴 줄 알고! 내가 미리 모바일로 설치를 해뒀지!

-아 ㅋㅋ 숙제 방송하는데 게임설치 안 한 퍼청자 없제?

-방장! 빨리 채널 공개햇!

-즉.시.접.속

-혀엉 잠만! 나 캡슐로 접속할 거임!

-킹직히 캡슐로 하는 사람 배려해서 시간 줘야됨 ㅋㅋㅋㅋ

순식간에 늘어난 채팅에 이경복은 양손을 들었다.

“자,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아무나 제 함대에 초청하진 않을 거예요.”

그 말에 시청자들의 주의가 쏠렸다.

“제가 무슨 방송을 한다고 했죠?”

채팅창이 물음표와 여러 답변으로 뒤덮였다. 이경복은 더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다.

“바로 무과금입니다! 이 방송은 무과금 방송이거든요? 찾아와주시는 시청자 분들 중에 무과금인 분들만 함대에 초청드릴게요! 아, 과금하셨어도 무과금 세팅으로 오시면 괜찮습니다.”

시청자들은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무과금 세팅ㅋㅋㅋㅋㅋㅋ

-그럼 범선 하나 새로 사서 가면 끼어주는 거지?!

-과금러들 깜놀 ㅋㅋㅋㅋㅋ

-과금했는데 무과금이라는 게 이거냐?

-ㅔ

이경복은 가볍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자, 좋습니다! 이제 채널 공개할게요! 무과금도 모이면 이 정도로 강하다는 걸 보여줍시다!”

채팅창은 그에 들썩였다.

-아 ㅋㅋ 당장 간다!

-크라켄쉑 호롱구이 될 준비해라 ㅋㅋㅋ

-주주총회는 못 참지!

-[SYSTEM] 갓플 함장께서 ‘퍼스터 콜’을 시전했습니다!

-퍼스터 콜 ㅅㅂㅋㅋㅋㅋㅋㅋ

-가즈아아아아아!

이경복의 호출에 응하지 않을 시청자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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