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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71화 (371/491)

371화 - 세컨드 미싱링크 (7)

이경복은 원활한 방송 진행을 위해 사람이 적은 채널에서 플레이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가 선택한 곳은 바로 ‘유럽’ 채널이었고 그중에서도 소위 ‘변방’이라 불릴 정도로 사람이 없는 채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이 없는 채널도 나름의 용도가 있었다. 바로 특정 길드들이 거점으로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해당 채널에 거점을 두고 있는 길드, 해적연합 ‘길티플레져’도 그중 하나였다.

“월드 보스가 출현했다니?”

연합장은 난데없는 크라켄의 등장에 어리둥절했다.

<진짜네? 어떻게 된 거지?>

<지금 등장 주간이 아닌데?>

[공지 확인했는데 변경 내역 없습니다]

보이스채널은 물론 연합 채팅창에도 속속 연합원들의 반응이 돌아왔다.

본래 월드 보스는 출현하는 주간이 정해져 있었다. 공략이 어려운 만큼 보상이 좋았으니 자주 출몰하면 게임 내 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개발사는 월드 보스의 등장 주기를 유동적으로 조절해왔다.

<그럼 스토리겠네.>

<여기서 월드 보스 스토리 파트를 진행했다고?>

[완전 뉴비가 아닐까요?]

이에 연합원들은 남은 가능성을 떠올렸다. 스토리 전개와 더불어 등장하는 월드 보스였다.

“누군지 몰라도 그 친구는 운이 없군.”

연합장은 옅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스토리로 등장한다고 해도 게임 내 재화 상황에 따라 출현 여부가 갈렸다.

<공략을 아예 안 봤나 보네.>

<봤으면 더 사람 많은 채널에서 진행했겠지.>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나 보네요. 귀엽네.]

연합원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런 변방 채널보다 인기 채널에서 월드 보스를 출현시켜야 공략이 빨라진다. 그만큼 최초 발견자인 플레이어도 보상을 빨리 받을 수 있을 터였다.

“우리야 잘 된 일이지. 물론 그 뉴비에게도 행운일 테고.”

<오? 소집명령입니까?>

<이제 점심시간이니까. 모바일로 접속할 시간은 있겠지.>

[자동사냥 걸어두면 저녁 즈음에는 보상 받겠는데요?]

한국은 현재 밤 시간대였다.

반면 유럽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점심시간대였다. 다른 게임이라면 몰라도 모바일 접속이 가능했으니 연합원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다.

연합장은 가뿐하게 소집 알림을 보냈다. 알림을 본 연합원들이 곧 접속하리라 의심치 않았지만.

[거기 무슨 일 있어요?]

[뭐지? 서버 터진 겁니까?]

[어… 지금 접속이 불가능한데요?]

연합 채팅창에는 알림을 받은 사람들의 의문만이 가득해졌다. 이미 접속해있던 연합원들 역시 물음표를 띄웠다.

“뭐야? 접속 불가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인터넷 문제인가?>

[아니에요! 지금 채널이 포화상태에요! 확인해보세요!]

연합장은 바로 채널목록을 열었다. 이윽고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조금 전까지도 별문제가 없었거늘, 눈 깜짝할 새 진짜로 채널이 포화 상태가 되었다.

더욱이 다른 채널은 전부 멀쩡한데 유독 이 채널만 포화라는 것도 이상했다.

“이게 뭔… 아무튼 지금 접속한 사람들만이라도 크라켄 쪽으로 와봐!”

[알겠습니다!]

<이미 가고 있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연합장은 일단 접속한 사람들만이라도 불러 모았다. 그 역시 바로 항로를 설정했다.

뭔지 몰라도 비범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틀림없었다.

* * *

이경복과 박주호는 절로 입이 벌어졌다. 채널 공개와 더불어 그 앞에 모인 참가자들의 숫자 때문이었다.

-퍼스터 콜 성능 찢었다 ㅋㅋㅋ

-인산인해가 아니라 선산선해네

-5252, 바다가 안 보인다구웃!

-대기열 8번에서 컷 당함 ㅠ

-ㅁㅊ 유럽채널에 대기열 생기는 건 또 처음보네

-진짜 ㅋㅋ 아무리 변방채널이라도 그렇지 바로 포화가 되냨ㅋㅋ

-광고주님 뭐하냐구웃! 얼른 채널 더 확장하라구웃!

바다 위에 범선들이 가득했다. 웬만한 항구에도 이렇게 많은 배들이 모이지는 않을 터였다.

“이게 말이 됨?”

퍼무새가 마치 그 끝을 보고 싶다는 듯 이경복의 모자 위에 올라 발을 들었다.

그 모습에 채팅창은 물론 범선 위에도 채팅들이 쏟아졌다.

[퍼무새 커엽ㅋㅋㅋ]

[혀엉! 나 퍼무새 한 번만 만져보게 해줘잉!]

[갓플 함대 들어가면 퍼무새 볼 수 있는 거지?]

[접속했는데 오히려 방송으로 봐야 되네 ㅋㅋㅋ]

[이 형은 뭐 열렸다 하면 오픈런이옄ㅋㅋㅋㅋㅋ]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퍼무새를 쓰다듬어주고는 가볍게 손뼉을 쳤다.

“아, 이렇게 많이 찾아와주실 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열띤 성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킹직히 채널 하나 채울 정도면 숙제 뽕 뽑았다 그쟈?

-광고주: 방긋^^

-유럽채널이라 다른 국가보다 수용인원 적긴 할 텐데 그래도 대단하긴 함 ㅋㅋㅋ

-다른 국가 채널 갔어도 포화 상태 될듯ㅋㅋㅋㅋ

-고것도 맞짘ㅋㅋㅋ

시청자와 이경복 모두 웃고 있었지만 그 와중 한 사람은 미소를 짓지 못했다.

“어떻게 하지? 이분들 모두 함대에 초대할 수는 없다. 최대 인원은 20명까지야.”

“아, 그러네. 얼추 봐도 세 자리는 넘겠는데?”

파티 기능을 하는 함대의 총원은 20명이 한계였다. 하지만 눈앞에 모인 참가자의 숫자는 20을 월등히 넘어섰다.

[헐? 참가 못하는 거?]

[선착순으로 잘림?]

[순서를 어떻게 아냐고 ㅋㅋㅋ]

[난 직관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이구연?]

[크라켄 공략은 됐고 퍼무새 순회 공연이나 합시다!]

[그게 목적이냐곸ㅋㅋㅋ]

참가자들이 말풍선을 쏟아냈다. 그 덕분에 시야의 절반이 가려질 정도였다.

‘기껏 와주셨는데 그냥 가긴 좀 그렇지.’

비록 가볍게 말하고는 있었지만 참가자들의 불안함이 느껴졌다. 이경복은 그에 해결책을 고심했다.

‘임시로 군단을 만들면…?’

함대가 아니라 군단으로 공략을 시도하면 같은 소속이 될 테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경복은 직감적으로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찝찝한 느낌에 그는 이유를 유추해보았다.

‘문제가 없지는 않아. 내가 이 게임을 주 컨텐츠로 할 것도 아니니까. 내 이름으로 군단을 만들었다가 내가 없는 사이에 가입한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또 영향이 있을 테고.’

이경복은 이에 다른 방안을 고심했다. 생각을 정리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 주목해주세요! 다들 듣고 계시죠?”

-퍼집중 ON!

-캡슐 접속한 사람들은 못 보지 않음?

-인게임 채팅 보고 알잘딱깔센 하겠지 ㅋㅋㅋ

-ㄴㄴ 보이스채널 열어두면 들림

-채팅치는 건 퍼청자들이 자기 목소리 부끄러워서 그런 듯 ㅋㅋ

-그것도 그렇고 방송에 방해될 수도 있으니까 듣기만 하는 게 맞제

이경복의 말에 모두의 집중이 돌아왔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찾아와주신 분들 모두 공략에 참여할 겁니다. 다만 시스템 한계로 제 함대에 초청할 분들은 따로 선발을 할 거예요. 하지만 함대에 소속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같이 공략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당연하게도 그에 반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이경복의 방송에 애정이 있어서 온 만큼 진행에 방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교통 정리부터 할게요! 원활한 공략을 위해 협조 부탁드립니다! 지금 상태로는 이동이 불편하니 물리적용 옵션부터 꺼주세요.”

-오? 배에도 옵션이 있음?

-모바일로 항로 설정하면 겹치게 되니까 바꿀 수 있음

-아 그렇겠네 ㅋㅋㅋ

-유령선 모드 ON!

-퍼청자들 말 잘듣는 거 보소 ㅋㅋ

참가자들은 바로 지시를 수행했다. 이경복은 이어 그들은 두 부류로 나누었다.

“모바일 접속자는 본인 기준 왼쪽! 캡슐 접속자는 본인 기준 오른쪽으로 이동해주세요!”

“음, 좋은 선택이다. 컨트롤이 다르니까 따로 함대를 꾸리는 게 좋지.”

박주호가 그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필요하면 자신의 구상안을 조언하려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다음은 범선 종류별로 두 줄씩! 등급이 높은 순으로 섭니다! 퍼파고는 모바일 쪽 봐주고.”

“알았다.”

-퍼파고님 꿀빠는가 싶었는데 일 시켜버리기 ㅋㅋㅋ

-사장만 일하면 되겠냐고 ㅋㅋㅋ

-데이터 분류는 또 퍼파고가 잘하는 거구연?

-오 ㅋㅋㅋ 정리되기 시작하니까 또 느낌이 다르네 ㅋㅋ

약간의 혼선이 있긴 했지만 정렬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경복은 빠르게 눈을 굴리더니 이내 손을 뻗었다.

“자, 제가 먼저 말씀 드렸죠? 무과금 세팅이 조건입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런 거 안 됩니다! 지금 안 바꾸시면 개별 공략하시겠다는 걸로 알고 뺄 거에요!”

이어지는 상황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엌ㅋㅋ 범선 크기 줄어드는 거 보소 ㅋㅋㅋ

-4성인데 개조로 장갑 붙인 거였네 ㅋㅋㅋㅋ

-제 발 저려 버리기 ㅋㅋㅋ

-아닠ㅋㅋㅋ 보통 공격대 모집할 때는 기준 칼 같이 자르긴 하는뎈ㅋㅋㅋㅋ

-공대 모집에서 기준 이하만 받는 공대장이 이따!?

-기준을 초과하면 잘린다, 그게 퍼펙트 스탠다드잖아?

마지막으로 정리를 마치자 참가자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렬되었다.

“이건… 꽤 장관이네.”

“그러게. 우리 시청자들 멋있다야.”

바다 위에 종류와 크기순으로 수백 척의 범선이 가지런히 도열해 있었다.

박주호가 짧게 탄사를 터트리자 이경복이 웃음을 흘렸다.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관이 혹시 국방부 장관인가요?

-야잌ㅋ 그 장관이냐고 ㅋㅋㅋ

-여윽시 군대는 각이 생명이라니깐!?

-우리 시청자 중 하나가 되고 싶은 1인 ㅠㅠ

-유럽인들 왜 안 나감? 응? 왜 안 나가냐고!

-지금 유럽 점심시간 아님? 일 안 해?

-아 ㅋㅋ 유러피안 백수 무시하냐곸ㅋㅋㅋ

이경복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손뼉을 쳤다.

“아, 너무 좋습니다! 협조 감사드리고, 이제 마지막 단계! 함대를 결성하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말풍선이 우후죽순 솟구쳤다.

[함대원 하고 싶은 사람? 나요!]

[내가, 내가 (물)개가 될게! 헝헝!]

[제가 함대원이 되면 퍼무새 대신 울겠습니다! 이게 말이 됨? 이게 말이 됨?]

[트수! 와쿠와쿠!]

[저는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아니 뭔 시참 때마다 미친사람들이 나왘ㅋㅋㅋ]

참가자들이 저마다 자기 어필을 했지만 이경복은 이미 기준을 정해두었다.

“이번에는 아쉽지만 모바일 유저분들은 따로 편성을 하겠습니다.”

그 한 마디에 모바일 참가들 말풍선은 ‘ㅠㅠ’로 가득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에 맡은 역할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모바일 유저분들은 포격 전문 함대로 기여를 부탁드릴게요. 그 총 책임자는 여기, 퍼파고가 할 겁니다!”

“내가?”

박주호는 눈이 크게 뜨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쪽도 통솔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긴 하겠군.”

[퍼파고님이랑 같이 간다고?]

[아쉽지만 이건 또 나쁘지 않구요?]

[빅데이터가 내가 된다!]

[퍼파고랑 같이 순위권 등반 가즈아!]

모바일 참가자들은 그 결정에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이경복은 웃으며 캡슐 참가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 제 함대에 들어오실 분들은 선발해볼게요!”

선택의 순간이 오자 오히려 말풍선이 사라졌다. 시청자들은 그에 웃음을 터트렸다.

-찐 긴장잼ㅋㅋㅋ

-아 ㅋㅋ 괜히 나대다가 오히려 눈밖에 난다고

-ㄹㅇㅋㅋ 이상한 사람으로 찍히면 함대원으로 안 뽑지 ㅋㅋㅋ

-이러면 성능 순으로 가려나?

-기여도 올리기에는 그게 젤 무난하지 ㅋㅋㅋ

-퍼파고 나가서 19명 뽑을 수 이씀!

-누가되든 개 부럽ㅠㅠㅠㅠㅠ

이경복은 채팅 반응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성능 순으로 초청 드릴 거예요.”

이윽고 빠르게 채워지는 함대원 목록에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다.

-????

-3성만 뽑는 거 무엇?

-아닠ㅋㅋ 이것도 성능 순인뎈ㅋㅋㅋ

-왜 역순으로 뽑는 건데에에에!

-킹부러! 또 어렵게 할라고!

-???: 아아, 그 녀석은 최약체였지(진짜임)

이경복이 선발한 참가자들은 가장 뒷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갑판으로 소환된 19명의 참가자들은 다들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엄청 좋긴 한데…”

“이거 괜찮은 건가요…?”

“저희 초보라고 배려해주신 거 아니에요?”

“이러다가 발목 잡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기여도 순위는 신경 안 쓰시는 걸지도?”

선발됐다는 사실에 기쁘면서도 혹여나 이경복에게 폐가 되지는 않을까.

복잡한 감정에 서로 속삭이는 함대원들에게 이경복이 자신 있게 말했다.

“자, 너무 걱정들 마세요. 그리고 기여도 순위도 당연히 노려볼 겁니다.”

그에 모두가 눈을 돌렸다. 이경복은 밝게 웃으며 말을 맺었다.

“제 지시만 잘 따라주시면 됩니다.”

* * *

한편, 로그게임즈 중계채널.

-에에? 진짜냐? 벌써 포화라니?

-어이어이, 농담이지? 이렇게 빠른 접속, 절대 무리라고!

-에또, 일본에서 만든 게임인데 일본인들은 하지 못하다니. 이거야말로 넌센스로군요(웃음)

크라켄 공략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은 한국 시청자들만이 아니었다. 접속에 실패한 일본 시청자들이 채팅을 쏟아냈다.

-아니아니, 퍼플 씨의 말을 자막으로 번역해야 되니까 처음부터 무리였다고?

-하아, 일본의 인터넷도 역시 문제랄까. 로딩시간부터 이미 패배라고 이거www

-훗, 이 싸움은 미리 한국어를 공부한 나님의 승리다.

-헤에? 한국어를 아는 사람들은 접속했던 건가! 대단하잖아 그거!

극히 일부지만 접속에 성공한 사람들도 있긴 했다. 이미 이경복의 팬을 자처하며 한국어를 공부한 사람들은 공략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뭐어, 어차피 한국어 모른다면 아웃이라고?

-퍼플 씨와 함께할 기회를 가지려면 한국어 공부는 필수인 걸까나.

-아아, 이렇게 된 이상 해주지. 한국어 공부 해주겠어! 절대로 마스터 해주겠다고!

-이자식www 불타지만 분명 다음으로 미루는www

정작 접속해도 한국어를 모른다면 어울릴 수 없을 터였다. 시청자들은 그리 아쉬움을 달래며 방송에 다시 집중했다.

-헤에-! 퍼스터 콜 효과 엄청나잖아!

-우앗www 너무 많이 모여서 뿜었다wwww

-하아? 진짜로 뉴비들만 모아온 거냐? 어이, 장난이 아니라고 이거! 숫자로만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이거이거, 숫자로 승부할 셈일까요? 에이지 오브 오션스도 꽤나 얕보이고 있었군요(웃음)

모인 참가자들의 숫자에 놀라긴 했지만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시청자는 적었다.

-누군가 퍼플 씨에게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러다가는 방송, 끝나지 않는다고!

-확실히 크라켄에게는 포격 내성이 있었죠. 숫자만으로는 클리어는 어렵달까.

-아아, 시 서펀트 같은 괴수는 그 자체로 방어력이 높지만 말이지. 크라켄에게는 별도의 특성이 있다고?

-어이어이, 이건 게이머의 상식이잖아. 크라켄은 연체동물이라고? 물렁물렁한 슬라임 같은 놈이라니깐?

연체동물이 모티브인 만큼 크라켄의 촉수에는 뼈가 없었다. 그만큼 충격을 흡수할 수 있기에 일반 포탄으로 줄 수 있는 피해는 미미했다.

-과금한 저로서는 퍼플 씨의 미스라고 보이는군요. 장비를 갖춘 플레이어를 소집했다면 더 쉬워졌을 텐데요.

-그래! 그래! 일반 대포로는 절대 무리라고 이거! 저번에 확보했던 아틀란티스제 물대포 팔지 말았어야 했다고!

-고압수라면 지속피해로 좀 더 빠른 클리어 가능하다고? 어째서 포기해버린 거야?

-이 숫자라면 3시간 정도 걸리지 않을까나? 뭔가 얏타맨의 방송을 보는 느낌이 되어버렸다www

게임에 과금한 시청자들은 상당한 시간의 소요를 예측했다. 그리 채팅창에 공략 시간을 점치는 사람들이 가득해진 와중이었다.

이어지는 이경복의 말이 번역되자 분위기가 일변했다.

-아니아니, 농담이지? 여기서 최약체로만 함대를 구성한다고?

-에또, 시청자들을 위해 희생하는 느낌? 퍼플 씨 자상하니까 말이지www

-에-? 에에-!? 순위권 노린다? 어이어이, 퍼플 씨 안 된다고! 그 이상은 그만두라고!

-아아, 또 상식을 버릴 타이밍인가? 무조건 성공 플래그잖아 이거www

-퍼플 씨 팬이라면 이미 결과 보인다고wwww

시청자들의 우려와 기대 속에 함대 편성이 끝나고 공략이 시작됐다.

수백의 범선들이 해역 곳곳에 흩어진 크라켄의 촉수를 상대하기 위해 움직였다.

<캡슐 참가자 분들은 제 공략법 보고 한 번 따라해 보셔도 좋을 겁니다!>

이경복의 목소리와 함께 한 박자 늦게 자막이 아래 번역됐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지기를 잠깐, 이어지는 이경복의 공략에 시청자들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에? 진짜? 돌진!?

-충각으로 승부? 아니아니, 충격은 안 통한다니깐!

-으아, 이거 절대로 모르는 거잖아! 퍼플 씨 실수했다고!

이경복은 함대원들과 함께 촉수로 접근했다. 그에 우려 섞인 채팅이 튀어나왔지만 이경복의 공략은 그들의 예상과 달랐다.

촉수는 곧바로 가까운 범선을 휘감으려 했지만 포탄에 맞고 튕겨나갔다.

<겁먹지 마세요! 견제는 제가 합니다! 걸리기만 하면 됩니다!>

이경복의 견제 포격이었다. 그 사이 함대원들이 촉수 바로 옆까지 접근했다.

이어 그들이 던진 건 바로.

-갈고리? 갈고리를 던진다?!

-에또, 크라켄의 촉수와 백병전? 랄까, 될 리가 없잖아 이거!

-상상도 못했다www 퍼펙트 공략 시작이라고www

백병전을 위해 고정시키는 갈고리 밧줄이었다. 19척의 범선이 촉수를 포위함과 동시에 갈고리를 걸었다.

<좋습니다! 아주 잘하고 있어요! 그대로 출발하면 됩니다!>

이경복의 격려와 함께 범선이 나선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팽팽하게 늘어난 밧줄이 촉수의 기둥부분을 휘감았고 갈고리 끝은 그 살을 찢기 시작했다.

생살이 찢어지는 격통에 촉수가 난동을 부리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걱정 말고 계속 돌아요! 제가 마크합니다!>

재차 이어지는 포격에 촉수는 재차 튕겨나갔다.

[WORLD BOSS]

[크라켄 – 93.1%]

[1. 퍼플 함대 (4.2%)]

[2. 퍼파고의 논리회로 함대 (0.9%)]

[3. 퍼파고의 알고리즘 함대 (0.7%)]

촉수가 찢어지면서 기여도 퍼센티지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순위권에 등극했다.

이경복이 증명을 끝내자 다른 함대들도 그를 따라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경복처럼 정확한 견제가 불가능했는지 견제 담당과 갈고리 담당을 나누어 접근했다.

그 변화에 채팅창은 격동했다.

-어이어이, 조금 전까지 안 된다고 했던 사람들 다 어디 갔냐고www

-갈고리 공략 상상도 못했다! 아니, 이건 창의력의 영역이잖아? 절대로 반칙이라고!

-게임을 잘해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전의 나, 확실히 반성하라고!

-에또, 이 공략법이 대단한 건 피지컬만이 아니랄까. 퍼플 씨에 대한 믿음이 더 대단하달까. 보통은 촉수에 접근하라는 명령, 듣지 않는다구요?

-아아, 신뢰의 문제였다는 건가? 퍼플 씨와 시청자의 유대 엄청나잖아…!

감탄을 표하는 채팅들이 뒤덮었지만 여전히 상황은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일본 시청자들은 대부분 게임 유경험자들로 이루어졌기에.

-퍼플 씨의 방송! 역시 눈을 뗄 수 없는!

-그런데 이 공략 다음에도 쓸 수 있을지?

-아아, 이 공략은 촉수에는 유효하긴 합니다만 아직 본론은 나오지도 않았으니…

그들은 그 다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어? 2페이즈라도 퍼플 씨 해내버리지 않을까?

현재 공략대가 상대하고 있는 건 촉수뿐. 아직 크라켄의 본체가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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