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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73화 (373/491)

373화 - 세컨드 미싱링크 (9)

드넓은 바다 위 수백의 범선 위로 말풍선이 넘쳐났다.

[우효~ 크리스탈 겟또DAZE-☆]

[아 그냥 돈 주머니 나옴 ㅠ]

[크라켄 고기 이거 뭐임?]

[아닠ㅋ 크라켄 진짜 먹을 수 있는 거였음?]

크라켄의 시체가 사라지면서 보상이 정산된 덕분이었다. 공격대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감상을 표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모두의 시선은 기여도 1위인 이경복에게로 쏠렸다.

“자, 그럼 한 번 열어볼까요?”

공략 보상은 바로 드러나지 않았다. 참가자의 인벤토리에 보상이 상자 형태로 지급되었다.

그리고 1위 보상 상자가 바로 그 앞에 있었다.

“뭐가 나올지 기대가 되는군.”

이경복의 말에 다시 합류한 박주호와 퍼무새가 관심을 표했다.

“이게 말이 됨? 이게 말이 됨?”

퍼무새는 가볍게 상자를 부리로 쪼아보고는 쪼르르 이경복의 어깨로 돌아왔다.

-아 ㅋㅋㅋ 위험한지 확인하는 거냐고 ㅋㅋㅋ

-???: 쭈인! 내가 먼저 열어본다!

-그냥 1위 상자라서 놀란 거 아님?ㅋㅋㅋ

-말하는 거 보면 이쪽이 맞짘ㅋ

-어느 쪽이든 커엽다니깐!

이경복은 웃으며 상자를 열어젖혔다. 그 안에 든 물건은 보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크라켄 먹물 주머니? 이게 뭐죠?”

놀라움보다는 의문 때문이었다. 상자 안에는 이름 그대로 시커먼 덩어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크라켄 먹물이면 그 끈적한 거 아님?

-적들 이동불가 상태로 만든다거나?

-오? 그럼 전투용 소모품인가?

-아니;;; 1위치고는 너무 짜친 거신디요

-으윽? 겨우 이게 1위 보상?

-갓플이면 더 필요 없는 거잖슴ㅋㅋㅋㅋ

아이템 이름이 노출되자 채팅창이 빠르게 솟구쳤다. 대부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지만 일부는 달랐다.

-???

-먹물 주머니? 이게 1트에 나와?

-와앀ㅋㅋㅋ 이 형은 진짴ㅋㅋㅋ

-하긴 기여도 40%이상 이면 먹을만하닼ㅋㅋㅋ

-게다가 갓플은 단독 20% 넘었으니까 ㅋㅋㅋ

-킹직히 그 정도 기여도는 세계최초일 듯 ㅋㅋㅋ

그들은 게임을 아는 시청자들이었고, 아이템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아, 이거 좋은 거예요?”

이경복이 그 반응에 되묻자 채팅만이 아니라 말풍선도 솟구쳤다.

[헐? 크먹주가 떴다고?]

[형! 그거 진짜 개쩌는거에요!]

[찐 하이엔드임!]

[아닠ㅋㅋ 겜생역전감인데 그냥 나와버리넼ㅋㅋㅋ]

[개조할 때 쓰는 겁니다!]

-그거 효과가 영구 성능 상승임

-원래 개조해서 강화해도 내구도 닳으면 재료 다시 수급해야 되는데 크먹주 재료로 쓰면 필요 없음 ㅋㅋ

-템 설명창 읽어보라구욧!

-핵과금러들 눈 돌아가는 게 보인다 보여!

이경복이 그에 아이템 설명을 확인했다. 박주호도 옆에서 같이 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영구적으로 성능을 올려주면 확실히 부르는 게 값이겠는데.”

“오… 이거 최대한 높은 성급의 범선에 사용해야 이득이겠네.”

내용은 시청자들의 제보와 표현만 다를 뿐 같았다.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아, 공략한 보람이 있네요. 이걸 사용할지 아니면 판매할 지는 나중에 결정해야겠습니다.”

-???

-형! 이거 하이엔드 템이라니깐!?

-???: 아, 좋은 거네 하하하

-이게 바로 퍼펙트 리액션?

-이미 영구적으로 퍼지컬이 좋아서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ㅋㅋㅋ

-나였으면 바로 익룡 빙의 쌉가능인데 ㅋㅋㅋㅋ

-이게 바로 가진자의 여유다 이마리야

평소와 같은 그의 반응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굳이 꾸며낼 이유는 없지.’

이경복은 더 격하게 반응해야 하나 싶지만 그냥 웃어 넘겼다.

“자자, 템 정리 끝나셨으면 다시 모여주시겠어요?”

참가자들은 그 말에 빠르게 도열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그들은 등급 순으로 가지런하게 정렬을 마쳤다.

“먼저 깊은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즉흥적으로 요청을 드렸는데 이렇게 빨리, 그리고 많이 와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아 ㅋㅋㅋ 이건 당연히 와야지]

[퍼스터 콜은 언제나 환영이야!]

[더! 더 불러줘!]

[흑흑, 재밌었다 오늘 시참은…]

[역시 직관이 다르긴 해 ㅋㅋㅋ]

수평선 위로 말풍선이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이에 더욱 짙은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여러분도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만큼 게임 퀄리티가 좋다는 증거죠? 지금 방송으로만 보신 분들도 한번 꼭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여기서 숙제각을?

-자본주의 천재 ㅎㄷㄷ

-아 ㅋㅋ 이러니까 숙제가 계속 들어오는 거 아니냐고

-광고주: 방긋방긋^^

-이래도 안 해? 이래도?

-블랙주주들 눈치챙기라구웃!

이경복은 밝게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 너머에는 멀뚱히 구경하고 있던 현지 유저들의 범선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 ‘길티플레져’라고 읽는 거 맞죠? 통역병 님 계시죠?”

[여기 있습니다!]

“네! 유럽 플레이어분들에게도 전달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친절하게도 저희 공략을 도와주셨잖아요!”

그 말과 동시에 ‘Thank you’ 말풍선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예상외의 감사에 그들은 빠르게 답변을 전했다.

[아닙니다. 저희가 감사를 받을 이유가 없어요.]

[사실 저희 조언은 별 의미가 없지 않았나…]

[오히려 저희쪽이 더 엄청난 경험을 했습니다.]

[한국인들의 게임 실력은 역시나 듣던 대로라고 느꼈어요!]

그 답변에 이경복은 물론 채팅창도 웃음이 흘렀다.

“네, 이렇게 월드 보스 공략은 마무리를 하고요. 저희는 다시 스토리 진행을 이어가보겠습니다. 이번에도 채널을 변경하는 점은 양해 부탁드릴게요!”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두 사람의 인사와 더불어 범선이 사라졌다. 이윽고 그 뒤를 따르듯 참가자들도 채널에서 빠져나갔다.

수백에 달하던 범선이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지자 결국 남은 건 현지 유저들뿐이었다.

“무슨… 꿈이라도 꾼 것 같네.”

망망대해를 보며 연합장이 얼떨떨한 목소리로 말하자 웃음소리가 돌아왔다.

<진짜 현실감이 없는 일이었어.>

<게임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야.>

<만약 꿈이라도 엄청 기분 좋은 꿈이네요.>

몽환적인 기분에 취해있던 그들은 이내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뭐야? 크라켄은?>

<아, 이럴 줄 알았어! 역시 장난이었잖아!>

[뭐야? 지금 가는 중인데?]

[거짓말이었어? 나 지금 몰래 접속한 거라고…!]

[연합장님, 이렇게 장난식으로 운영하시면 다른 곳 갈 수밖에 없어요.]

한국인들이 채널을 떠나며 포화상태가 풀리자 다른 연합원들이 접속한 것이었다.

의심 가득한 말과 채팅에 그들은 억울해하려다가 이내 다시 웃었다.

“그래, 나라도 안 믿었을 거야. 하지만 증거가 있다고.”

채팅창에 물음표가 뜨자 그는 간단히 타이핑을 마쳤다.

“아마 접속 못 한 걸 후회하게 될걸?”

그가 채팅창에 쓴 건 바로 퍼튜브의 주소였다.

* * *

이경복과 박주호는 새로운 변방채널을 찾아 접속했다. 두 사람은 스토리 진행을 위해 해군본부로 복귀했다.

건물로 들어서자 컷신이 이어졌다.

“흐음, 이게 아틀란티스인의 잠수복이로군.”

주인공이 유적에서 확보한 잠수복 여벌을 알폰소에게 전달했다. 알폰소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잠수복을 매만졌다.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 수중호흡이 가능했습니다.”

“다행이네, 정말 다행이야. 자네가 위험을 감수한 보람이 있었어!”

“아닙니다. 더 많이 챙기지 못해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어허, 너무 욕심 부리지 말게나. 그 급박한 와중에도 임무를 완수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걸세.”

알폰소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주인공을 치하했다.

“그리고 이 정도 숫자면 미싱링크 탐사도 재개할 수 있지 않겠나. 정말 수고했네.”

“대장님, 주제넘은 말일지도 모르지만…”

“음?”

“탐사재개는 좀 더 유예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주인공의 물음에 알폰소는 물론 시청자들도 의아해했다.

-????

-잠수복 탐사하려고 가져온 거 아님?

-뭐지? 실착해보니까 문제가 있었나?

-수석이니까 뭔가 이유가 있음! 아무튼 있음!

주인공은 잠시 뜸을 들이고는 설명했다.

“괴물들에게 쫓기며 느낀 게 있습니다. 바로 수중 전투는 저희에게 너무 불리하다는 사실입니다.”

“수중전투, 그렇군…”

알폰소의 표정이 이내 굳어졌다. 주인공이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중에서는 화기를 쓸 수 없으니 냉병기로 괴물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더욱이 물의 저항 때문에 제 실력을 내기도 힘들어 도주를 감행했습니다.”

“음, 현명한 선택이었네.”

“그나마 딥원이라면 어떻게든 상대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씨 위치와 같이 원거리 무기를 쓰거나 크랩클로처럼 단단한 놈은 상대할 방도가 없습니다.”

시청자들은 그 설명에 납득할 수 있었다.

-아 맞네 물속에서 싸우는 거 개빡셀 듯

-수중 붕쯔붕쯔잼 ㅋㅋㅋ

-트수들은 지상에서도 붕쯔붕쯔라구웃!

-근데 왠지 이 형은 어떻게든 다 발라버릴 것 같은데

-ㄹㅇㅋㅋ 갓플이면 해버린다고

‘되지 않나?’

이경복은 가능하다고 답하려다가 관두었다. 괜히 컷신의 몰입을 깰 필요는 없었다.

“과연… 자네는 씨 위치에게 쫓겼다고 했지. 대책 없이 탐사를 재개했다가 애먼 장병들이 희생당할 수도 있겠어. 애써 구한 잠수복도 잃게 될 테고.”

알폰소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주인공의 발언은 포기를 뜻하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 저희도 수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합니다.”

“수중용 무기라니?”

“씨 위치가 사용한 무기에는 크리스탈이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분명 아틀란티스제 장비일 겁니다. 그 레시피만 알 수 있다면 해군도 그 무기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레시피를 찾는다? 하나는 침수 되고 하나는 크라켄이 도사리고 있으니… 3번째 미싱링크에서 찾자는 말이로군!”

“예, 그렇습니다.”

알폰소의 눈이 생기를 되찾았다. 그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바로 지도를 펼쳤다.

“이 위치는 분명…”

“아…”

이내 지도를 대조해보던 두 사람은 짧게 탄식했다. 시청자들은 그 반응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채팅을 쏟아냈다.

-역시 또 문제가 생겨버리고?

-그냥 풀리면 게임이 아니지 ㅋㅋㅋ

-이번에는 뭐가 문제냐구웃!

-또 대괴수 나와버리나?

알폰소는 차분히 숨을 내쉬었다. 이전과는 달리 격정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구먼. 적어도 해적이나 괴물들의 위협은 없을 테니…”

이어지는 그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부상했다. 괴물도 해적도 아니라면 뭐가 문제가 된단 말인가?

“괴물이나 해적이라면 싸우기라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자연은 그럴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하필이면 ‘얼어붙은 바다’에 숨겨져 있을 줄이야? 이곳에는 눈과 빙하뿐이라 생각했거늘…”

3번째 유적의 위치는 지도의 북단이었다.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그에 상황을 파악했다.

“아, 다음 목적지는 북극해 같은 곳인가봅니다.”

-말하는 거 보면 더 심한 듯ㅋㅋ

-ㄹㅇㅋㅋ 아예 아무것도 못 사는 거 같은데

-북극에는 북극곰이라도 살지

-진짜 ㅋㅋ 거기서는 콜라도 마시는데

-북극곰: 아 제로콜라 달라고!

-콜잘알추ㅋㅋㅋㅋ

채팅창의 가벼운 분위기와 달리 알폰소와 주인공은 심각했다.

“왜 하필 얼어붙은 바다에 유적을 세운 건지 모르겠군.”

“어쩌면 해저는 상황이 다를 지도 모릅니다. 직접 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이번에도 자네가 가겠다고?”

“물론입니다. 오히려 저는 얼어붙은 바다라 다행이라 생각도 듭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생물이 살기에는 가혹한 곳인 만큼 유적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지 않겠습니까.”

알폰소는 작게 탄사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네 말이 옳구먼. 허나 이번에는 그냥 보낼 수 없네. 얼어붙은 바다를 나아가려면 특수한 범선이 필요하네.”

“예, 사관학교에서 배웠습니다. 쇄빙선으로 개조가 필요하다고.”

“그렇다네. 개조 준비는 세라자드 상회를 통하면 되겠군.”

주인공은 그에 눈을 굴렸다.

“분명 선조의 항해일지를 추적하러 간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아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걸세. 돌아오는 대로 요청하도록 하겠네. 그동안은 다음 임무를 위해서라도 좀 휴식을 취하게나.”

“예, 알겠습니다.”

이내 화면이 암전되자 시청자들은 흡족함을 표했다.

-대장님이 직접 쉬라고 할 정도ㅋㅋㅋ

-넘모 워커홀릭이다 이마리야

-세눈나 얼른 돌아와!

-그냥 다른 상회에 구하는 건 안되나?

-세눈나랑 보급 계약 맺었잖슴!

-ㄹㅇㅋㅋ 관계 파탄 낼 거 아니면 계약은 지켜야지

다들 컷신이 끝나는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했는지 주인공과 알폰소의 표정이 달라졌다.

“오늘도 소식이 없습니까?”

“흠… 이거 이상하구먼. 아무리 늦어져도 이렇게 늦지는 않을 텐데.”

“제가 직접 찾아가보겠습니다.”

“그건…”

알폰소가 무어라 말하려는 찰나였다. 노크 소리와 함께 공관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님, 세라자드 상회에서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아, 드디어! 다행이구먼.”

알폰소는 안도의 미소와 함께 손님을 들여보냈다. 하지만 들어온 손님, 세라자드 상회 소속 무역상은 웃지 못했다.

“대장님! 세라자드 님을 구해주십쇼!”

그는 간절한 표정으로 넙죽 엎드렸다. 이에 주인공과 알폰소는 물론 지켜보는 이경복과 시청자들도 놀랐다.

“구해달라니?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게요?”

“해적, 해적들이 그분을 납치했습니다!”

“납치? 해군 호위정까지 당했다는 말씀이십니까?”

-대장님이 세눈나한테 허접들은 안 붙여줬을 것 같은데?

-혹시 군소연합이 덮친 거 아님?

-ㅁㅊ 바솔로뮤 컷한 지 얼마나 됐다고 ㅋㅋㅋ

-새로운 빌런 등장인 거시고요?

무역상은 그에 무어라 어물쩍 거리다가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이걸, 이걸 보시는 게 더 빠를 것 같습니다.”

“이건…”

알폰소가 곧바로 봉투를 열었다. 주인공 역시 그 옆에 서서 내용을 확인했다.

서신에는 해군에게는 알리지 말고 물자를 전달하라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상회주님의 친필이 확실합니다요.”

무역상은 두 사람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보고 서신의 진위를 의심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그 생각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두 사람이 놀란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대장님, 이 문양은!?”

“레드 바이퍼, 카밀라…!”

세라자드가 전달하라는 대상, 그 해적기의 문양이 익히 아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

-여기서 카누님이 나온다고?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진짜 카통수였던 거?

-이런, 이런 현실이 있단 말이냐!

해골에서 나온 뱀의 문양은 분명 카밀라의 것이었다. 시청자들도 이에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주제도 모르는 해적이…!”

알폰소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서신이 와락 구겨졌다.

“해적과 협상 따위는 할 수 없네! 우리 장병을 바다로 돌려보낸 악한과는 더더욱! 당장 정예부대를 보내서 이것들은 단죄해주겠어!”

격분한 알폰소와 달리 주인공의 표정은 싸늘해졌다.

“뭔가 이상하다.”

그와 동시에 화면이 잿빛으로 변하며 나레이션이 들려왔다.

“카밀라는 당분간 몸을 숨기겠다고 했지. 바솔로뮤가 크라켄에게 당한 뒤에 활동을 재개한 건가?”

유적에 들어가기 전 카밀라와의 대화가 화면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해적들만을 습격 대상으로 삼았다고 했어. 이제 와서 그 방침을 바꾼 것일까? 아니면 거짓말을 한 건가?”

이어 갱신된 화면은 선술집에서 그녀의 정보를 들었던 때였다.

“하지만 그래서는 앞뒤가 맞지 않아. 카밀라의 말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선술집 주인이 그녀를 위해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지.”

일련의 추론에 채팅창 분위기도 달라졌다.

-오? 듣고보니 그런 거신디요?

-맞네 그 주인양반은 구라칠 이유가 없지 ㅋㅋㅋ

-카밀라를 믿는 게 아니라 논리 점검으로 뙇!

-여윽시 수석이다 이마리야 ㅋㅋ

-뭔가 다른 내막이 있을덧?

정리가 끝났는지 화면에 다시 색채가 돌아왔다. 주인공은 차분한 표정으로 알폰소에게 말했다.

“대장님, 토벌대를 보내는 건 위험합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우리 해군이 또 당한다는 말인가!?”

“당연히도 그런 뜻이 아닙니다. 위험한 건 인질 쪽입니다.”

그의 말에 무역상과 알폰소의 눈이 크게 뜨였다.

“상회 쪽에서 저흴 찾아온 이유를 생각해주십시오. 해적과의 약속을 믿느니 저희를 찾아오는 게 더 안전하리라 생각하신 게 아닙니까?”

“그, 그렇습니다!”

“대장님, 장병들의 복수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시민들의 안전입니다.”

알폰소는 그에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하지만 여전히 눈빛에는 노기가 서려 있었다.

“자네 말이 옳아. 하지만 해군이 해적에게 굽히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일세.”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대로 놔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먼저 인질을 구출한 뒤에 처벌하는 게 옳은 순서라 생각합니다.”

“구출을…?”

알폰소와 무역상 모두 주인공에게 눈을 돌렸다.

“예, 제가 직접 그녀를 구해오겠습니다.”

“자네가? 하지만…”

“대장님, 저는 그랜드 본스에서도 무사히 빠져나왔습니다. 카밀라 해적단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건 그보다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캬 ㅋㅋㅋ 이미 쇼앤프루브했다곸ㅋㅋㅋ

-맞말이라 반박불가다 이말이야

-쥔공한테도 퍼자감이?

-거기에 갓플 목소리 버프도 낭낭해버리고?

-이거는 거절 못 하지 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예상대로였다.

주저하던 알폰소도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미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지 않았던가.

“후우, 알겠네. 부디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지.”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인공의 절도 있는 경례와 함께 컷신이 끝났다. 이내 장소는 부두로 바뀌었다.

“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라이벌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네요.”

“주인공 나레이션으로 봐서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긴 하네.”

“이게 말이 됨?”

이경복은 간단히 소감을 표했고, 박주호도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그 옆에 퍼무새가 다시 붙어 고개를 기울였다.

-퍼파고 분석추 ㅋㅋㅋㅋ

-퍼무새도 인정 못하는 통수 ㅋㅋㅋㅋ

-ㄹㅇㅋㅋ 뭔가 카누님이 원래 악역이었다! 이러기에는 반전이랄 것도 없음

-아 해적단에서 내부분열이 있을지도?

-HOXY 반란세력 생긴 거?

-아니면 다른 해적들이 사칭한 걸 수도?

-아 ㅋㅋ 아무튼 카통수는 안된다구웃!

채팅창에는 여러 추측이 올라왔다. 시청자들 대부분이 카밀라가 악역이 아니기를 바랐다.

이경복은 그에 가볍게 손뼉을 치며 주의를 돌렸다.

“저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애써 구했는데 악역이면 김빠지잖아요? 그럼 확인하러 가보죠!”

시청자들은 배에 오르는 이경복을 보며 걱정을 떨쳐냈다.

-즉.시.확.인

-카통수가 아닌 게 본인한테도 좋음 ㅋㅋㅋㅋ

-ㄹㅇㅋㅋ 블랙해군이 가만 안 놔두지

-어느쪽이든 우리 형이 잘 해줄 거임!

-알폰소는 쥔공 믿고 우리는 갓플을 믿는다 이마리야 ㅋㅋ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도 이경복은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준다.

그것이 시청자들이 가진 믿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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