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화 – 해외 출장 계획 (1)
늦은 밤의 커뮤니티, AO메타.
이경복의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회포를 풀 듯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중에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는 역시나 월드보스 크라켄 공략이었다.
[갓플식 공략과 기존 공략법의 딜 차이.Jpg]
[갈고리선은 몇 척이 적당함?]
[이거 범선 성능 따라 딜차이 나는 듯?]
[대포견제는 5척, 나머지는 전부 갈고리가 맞네 ㅋㅋㅋ]
[이거 최소 5성 함대 기준으로 짜야 되는 거 아님?]
새로운 공략법이 나왔지만 사람들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빨리빨리’의 민족답게 큰 틀 안에서도 최적의 효율 조합을 찾기 위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하지만 정작 그 근거가 되는 사례에서 이경복은 완전히 빠져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니 ㅋㅋ 최적 조합 짜봐도 갓플 하나만 못하네]
[퍼펙트 효율을 어떻게 따라하냐고 ㅋㅋㅋㅋ]
[사실상 갓플은 AI급이지 ㅋㅋㅋ]
[ㄴㄴ AI는 그런 클리어 방식을 상상도 못해서 안 됨 ㅋㅋㅋ]
[퍼파고가 못하는 거 보면 답 나온 거 아님? ㅋㅋㅋㅋ]
이경복이 방송에서 선보인 플레이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최적화된 AI도 따라하지 못할 거라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가 제시한 새로운 1페이즈 공략법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했다.
[와씨 ㅋㅋ 이거만 해도 웬만한 과금러들 딜량 대체 가능한데?]
[킹직히 과금러들 장비빨 세우는 것보다 갈고리 쓰는 게 1페이즈는 더 빠름]
[이게 바로 갓플식 무과금? 내가 알던 무과금 ㅇㄷ?]
[알고 보니 무(無)과금이 아니라 무(武)과금이었고?]
[무력으로 과금 대체 해버리깈ㅋㅋㅋㅋ]
돈을 투자해 올린 성능보다 효율도 좋은데 심지어 공짜가 아닌가?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이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캡슐 플레이어들은 더 기뻐했다.
[나는 이게 캡슐에서만 된다는 게 더 좋음 ㅋㅋㅋ]
[ㄹㅇㅋㅋ 킹직히 모바일 에붕이들은 터치만 해도 기여도 낭낭했자너]
[크라켄 공략은 진짜 과금싸움이었는 데 이제 완전히 달라질 듯 ㅋㅋ]
[직접 플레이하는 캡슐 에붕이들이 더 혜택 보는 게 맞제ㅋㅋㅋ]
모바일 인터페이스에서는 오로지 포격 기능만 지원했다. 때문에 갈고리밧줄 공략은 캡슐로 접속한 사람들만 가능했다.
이전에는 직접 항해를 하는 사람들과 간단히 터치만으로 끝내는 사람들 간의 보상이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캡슐 플레이어들은 비로소 자신들의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한정 이벤트 떴냐!?]
도중 한 게시글이 빠른 추천과 함께 베스트에 올랐다.
갑자기 이벤트라니?
사람들은 클릭을 참을 수 없었다.
[-뭐임?]
[-크라켄 눈동자네 ㅅㅂ ㅋㅋ]
[-와씨 ㅋㅋㅋ 이걸 먹었네]
[-흔한 비틱글이었고요?]
[-이거 어케 먹음?]
[-그러게? 크라켄 등장 주간 아닌데?]
상단에 박힌 스크린샷에 사람들은 바로 댓글을 달았다. 이내 그들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스크린샷 아래 상황 설명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일단 선인증 박고 시작함 ㅋㅋ
지금 국내 공지 안 떴는데 크라켄 등장 주간 확장 중이더라고?
일단 해외 채널에 먼저 적용됨 ㅋㅋ 북미 채널에서 놀다가 알게 된 거 ㅋㅋㅋ
아마 시차 때문인 듯?]
원래는 크라켄의 등장 주간이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크라켄 등장 주간이 앞당겨졌고 기간마저 늘어났다.
그에 사람들이 떠올린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HOXY 갓플 때문?]
[-엌ㅋㅋ 이거 뉴비 유입 땡기려는 거네]
[-ㄹㅇㅋㅋ 크라켄 잡으러 들어오라는 거자너 ㅋㅋㅋ]
[-아마 우리나라도 오전되면 공지 올라오겠네]
그러나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본론은 바로 그 다음이었다.
[놀던 채널에서 크라켄 떠서 바로 갔는데 여기 애들 다 대포만 쏴대고 있는 거 ㅋㅋㅋㅋㅋ
무친 ㅋㅋ 딱 보자마자 머리가 번쩍이더라
ㅅㅂ 이거 완전 기회다!
그래서 같이 있던 애들이랑 바로 촉수에 붙어다가 냅다 갓플류 공략 시전해버렸지 ㅋㅋㅋ
근데 북미 에붕이들 겁나 쪼개더라?
막 크레이지 코리안 ㅇㅈㄹ하는데 일단 무시하고 갈고리 ㅈㄴ 돌림 ㅋㅋㅋ
그러니까 바로 기여도 싹빠라다스 해버렸자너 ㅋㅋㅋㅋ
북미 에붕이들 말풍선으로 갈고리 띄우는데 우리 함대 다 개 쪼갬 ㅋㅋㅋ
영어로 뭐라 계속 물어보는데 낭낭하게 보상 챙기고 즉시 런 ㅋㅋㅋㅋ
난 이제 자려고 나왔는데 지금 접속하려는 에붕이들은 유럽이나 북미 채널 가봐라 ㅋㅋㅋㅋ
이거 진짜 갓플 방송 본 사람들 한정 이벤트임 ㅋㅋㅋㅋ]
[-헐? 그러네? 갓플 방송 못 본애들은 이거 모르지?]
[-야씨 ㅋㅋ 이거는 찐 꿀팁이네]
[-이거 진짜 빨리 해야 되는 건데?]
[-ㅇㅇ 조금 있으면 북미랑 유럽에도 다 퍼질 듯]
정보격차.
사람들은 그 글에서 바로 기회를 포착했다. 지금 한국인들끼리 서로 비교하며 효율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유럽 원정 갈 에붕이 모엿!]
[새벽반 모집! 너만 오면 고!]
[풀타임 접속할 에붕이만 와라 ㅋㅋ]
[한무 갈고리팟 돕니다! 초대 ㄱㄱ]
커뮤니티에는 함대원 모집 글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시기가 늦어질수록 채널 현지 플레이어들도 이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걸 깨닫게 될 터였다.
[일본 에붕이들도 움직인 듯 ㅋㅋㅋ]
[트위티 실트 올랐네 ㅋㅋㅋㅋ]
그 와중 제보가 올라왔다.
갈고리밧줄 공략법을 아는 건 한국 플레이어들만이 아니었다. 중계 채널을 통해 시청한 일본 플레이어들도 상황을 파악한 게 분명했다.
[현지인들 킹리둥절행ㅋㅋㅋㅋ]
[???: 내가 아시아 채널로 들어왔나?]
[???: 이제 이 채널은 저희 껍니다. 저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역시 블랙해군을 보고 배운 에붕이들 답다 이마리야]
그렇게 아시아인들의 대대적인 유럽과 북미 원정(?)이 시작됐다.
* * *
한편 비슷한 시각, 일본 트위티.
이번 방송에서 먼저 관심을 받게 된 건 묘하게도 이경복이 아니었다.
[저기저기, 이 사람 퍼플 씨의 매니저지? 매니저라는 게 이런 일도 하는 거였던가?]
[역시 블랙기업이잖아 이거www 매니저 씨 근무환경 가혹하구만www]
[공중콘서트www 너무 절박해서 뿜었다! 한국인 시청자들 너무하잖아, 이거! 거기서 형광봉 흔들지 말라고!]
가장 먼저 관심을 받게 된 클립영상은 박주호가 스카이다이빙 자세로 노래를 하는 영상이었다.
박주호는 이전 토네이도 영역 돌파할 때도 노래를 했었지만 그때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 중계채널의 통역 문제로 이경복의 말만 자막으로 번역된 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그 유머러스한 장면으로 해당 영상은 트위트를 통해 공유됐다. 그리고 이 일은 예상외의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헤에-? 공중에서 우타이테 해버린 거야? 매니저 씨! 이거 대단하잖아!]
[에? 잠깐, 이거 퍼니저 씨가 아닌데? 목소리도 전혀 다르잖아 이거!]
[아니아니, 진짜 우타이테잖아? 이 장면 따라하는 거냐고www]
일본에는 ‘우타이테’라는 방송인들이 있었다. ‘불러보았다’는 뜻대로 주로 커버곡이나 자작곡을 노래해 올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우타이테는 단순히 노래실력만으로 관심을 받을 수 없었다. 그쪽 시장 역시 레드오션이었다.
이에 몇몇 방송인들이 트렌드에 오른 박주호의 영상을 보고 노래는 물론 그 내용까지도 전부 커버해서 올린 것이었다.
[우앗! 거너그라운드 우타이테 나와버렸다! 이봐, 노래만 부르고 탈락하지 말라고wwww]
[저기, 스쿼드 우타이테는 참아달라고? 너무 잘 불러서 듣다가 같이 늦어버렸다www]
[저기저기, 이 사람누구? 스카이 다이빙 자세로 노래하는 거 너무 웃겨! 히메노 진짜 웃어버렸잖아www]
그들은 거너 그라운드나 스튜디오 자체 설정으로 떨어지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찍어 올렸다.
더욱이 박주호가 일본에서 인기 있는 스위티즈의 노래를 불렀기에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호오, 이거는 우타이테 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할까요. 하늘에서의 우타이테, 스카이 우타이테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만?]
[‘스카이 우타이테’보다 ‘스게 우타이테’가 더 어울리지 않아? 발음도 비슷하고 말이지www]
[여러 영상을 봤지만 역시 오리지널이 최고랄까요. 매니저 씨의 절박함을 넘을 수 없는www]
[퍼플 씨는 매니저 씨도 밈을 만들 줄 아는 거야? 대단하잖아 이거!]
영상의 양산과 더불어 원조인 이경복과 박주호의 영상이 더 부각을 받았다. 그렇다고 해당 영상만 트렌드에 오른 건 아니었다.
[범선 서핑, 역시나 무리였습니다. 괜히 바닷물만 먹어버린www 너무 짜잖아! 염도 낮추라고!]
[퍼플 씨는 말이지. 분명 악마의 열매를 먹은 거야. 서핑서핑 열매랄까? 그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된다고 이거!]
[슌코는 서핑을 잘 모르겠지만 멋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퍼플 씨의 서핑은 초-멋진 거잖아? 퍼플 씨는 초-멋지니까! 언젠가 나도 태워주지 않을까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이경복의 크라켄 공략이 화제였다. 그들은 이경복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만화 같은 일을 현실에서 해버린다. 랄까, 그게 퍼플 씨 방송의 매력이잖아? 보고 있으면 판타지가 현실이 되는 기분이라고(웃음)]
[아아, 한국인들 엄청나게 부럽구만! 판타지 제대로 즐기고 있잖아? 일본인들은 같이 참여할 기회조차 없다고!]
[뭐어, 그보다는 일단 소통의 문제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애당초 방송도 통역을 기다려야 하지 않습니까. 한국어 공부 하고 있지만 꽤나 어렵다고요?]
그 감탄과 부러움의 끝에는 언제나 아쉬움이 남았다. 일본 팬들은 한국 팬들보다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들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는 말자고요? 그래도 다른 나라보다 일본이라서 더 좋은 점이 있잖아요. 굿즈 해외배송도 일본이 처음이니까 말이죠.]
[에또, 그것도 1달은 넘게 기다려야 하지만 말이죠. 기다리는 동안 새 굿즈 나오지 않을까요? 주문한 굿즈 받기 전에 또 주문해야 될지도?]
[으아, 해외배송은 처음이라 긴장된다고! 오는 중에 파손하면 나 울어 버릴지도?! 퍼플 씨, 일본에서 굿즈 만들어주지 않을까나…]
[오오, 그거다! 확실히 굿즈 문화는 일본이 발달했으니까 말이지. 퍼펙트 굿즈를 거절한 회사도 없지 않을까나?]
일본 팬들은 그 아쉬움을 기약 없는 희망으로 달랠 수밖에 없었다.
* * *
다음날 이른 오전, 샵팬덤 사옥.
대표는 조용히 어제를 되짚어보았다.
2차 굿즈 기획 회의가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경복 쪽에서 연락이 왔었다.
‘공장 답사라…’
퍼그말리온이라 했던가.
프리미엄 피규어를 만든 원형사의 요청이라고 들었다. 보통은 에둘러 거절했겠지만.
‘확실히 그 퀄리티로 대량생산이 될지는 나도 궁금하긴 해.’
이경복이 예시로 보여준 피규어의 퀄리티가 심상치 않았다.
그 정도로 실력 있는 원형사라면 공장 시설을 확인하고 싶을 법했다.
‘일단 문의는 해두었는데…’
이에 대표는 직접 업체 쪽에 연락을 했다. 그가 직접 나섬으로써 이 사안이 중요하고 빠른 답변을 원한다는 걸 알릴 수 있을 터였다.
‘반응이 영 미적지근하단 말이지.’
돌아온 답변은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의례적인 답변이었지만 대표는 긍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였다.
‘시간대도 시간대고 바로 결정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긴 하니까.’
연락을 저녁 즈음에 넣었으니 그 정도 반응은 당연했다. 퇴근 시간대에 일이 들어오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아마 오늘 내로 답이 올 테니 그때 상황을 봐서 더 푸쉬를 해봐야겠지.’
대표가 그리 생각을 정리하는 와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 들어오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인사를 건넨 사람은 MD팀 팀장이었다. 대표는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장 답사 건에 대해서 답변이 왔습니다.”
“아니, 벌써요?”
평소와 같은 정기 보고라 생각했던 대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내 크게 뜨인 눈동자가 팀장의 표정을 살폈다.
“분위기가 좀 괜찮습니까?”
“아무래도 이번 문의가 긍정적으로 비춰진 건 아닌 모양입니다.”
“아, 역시…”
대표는 짧게 혀를 차며 코끝을 찡그렸다.
“프라이드를 건드린 거라 생각한 걸까요?”
“예, 메일을 보니 그런 불쾌함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업계 내에서는 인정받는 곳이니까요.”
의사라는 게 꼭 뜻대로 전달되지는 않았다. 샵팬덤에서 문의한 공장 답사가 상대 입장에서는 자사에 대한 불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대표는 제 턱을 매만지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것 참, 오해를 푸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네요. 그래도 다행히 그 정도는 예상범주였습니다.”
낙관보다는 비관적인 예상을 하는 쪽이 리스크 대응에 좋았다. 대표는 사업가로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닙니다. 이건 아무래도 나머지는 대표님이 직접 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팀장은 그 대답에 놀랐다가 웃으며 메일을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대표는 뭔가 싶었지만 이내 메일 내용을 보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앞 내용은 팀장의 보고 대로였지만 그 뒤가 아직 남아 있었다.
[본래는 답사 요청을 거절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귀사의 공장 답사 요청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구를 대신하여 요청을 주신 건지 듣자마자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다른 분도 아니고 답사를 하는 분들이 그 ‘퍼펙트플레이’에 소속된 분들이라는 말에 정말 놀랐습니다.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많은 팬들이 그를 사랑하시니까요.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분이 답사를 오겠다는 건 자사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팬들을 위한 마음이라 판단했습니다.
언제든 일정을 조율해 알려주신다면 그에 맞추어 답사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답사를 오는 사람들이 이경복이라는 걸 알게 된 업체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표는 그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야, 역시나 퍼플 님이네요. 하기야 사업 좀 한다 하면 이런 기회를 놓칠 수가 없죠.”
같은 사업가로서 대표는 업체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었다.
“퍼플 님의 일본 인지도라면 업체 쪽에서도 홍보 효과가 확실한 거라 판단한 겁니다. 이건 만약 한 번 거절당하면 제가 어필하려던 부분이었는데 말이죠.”
메일에 적힌 미사여구는 겉치레에 불과하다. 업체 쪽에서도 이득이 있으니 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외 다른 업체의 답변도 비슷합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그 정도 안목은 있어야 저희도 협력을 하지 않겠습니까.”
안도한 대표는 그에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짙은 미소와 함께 눈을 빛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선택권은 우리에게 돌아왔네요.”
“선택권이요?”
“네. 답사 순서를 우리 쪽에서 정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획기적인 차이가 없는 이상 뒤로 밀릴수록 평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답사를 하면서 쌓이는 피로도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대표가 바라는 업체 쪽으로 결정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었다. 더 비용이 적은 업체를 앞 순서에 배치해 이윤을 극대화할 수도 있을 터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퍼플 님 쪽이죠.”
그러나 대표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고작 그 정도의 메리트에 이경복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답사 일정 최대한 편한 쪽으로 동선 짜주세요. 보고 선택하실 수 있게 옵션은 서너 개 정도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뒤로 일정은 조율하는 걸로.”
“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팀장의 대답에 대표는 흡족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튼 이걸로 확정됐네요. 한 시름 놓았습니다.”
팀 퍼펙트의 일본행이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