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화 – 빙산의 일각 (1)
에이지 오브 오션스 4일 차.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모두 기다리는 시간이 다가왔다.
“트하! 퍼펙트한 저녁입니다!”
이경복의 밝은 인사에 채팅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퍼하!
-혀엉! 오늘은 방송 길게 해줄 거지!?
-ㄹㅇㅋㅋ 어제는 킹직히 평소보다 일찍 끝냈자너
-(엄근진) 퍼손실 손해배상 청구합니다! 땅땅!
-꿀잼적 손해배상 도입해라! 도입해라!
이전 방송은 3번째 유적 탐사를 앞두고 일찍 끝냈던 바, 시청자들은 장난스럽게 보상을 요구했다.
“원래 시간 보다는 내용물이 중요하잖아요? 오늘 한 번 보고 좀 더 해야겠다 싶으면 하는 걸로 할게요.”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대답하고 바로 화제를 바꾸었다.
“그 대신이라고는 뭐하지만 어제 게임하기 전에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알려드렸잖아요? 오늘 이거 조금 더 얘기를 드릴게요.”
-아 ㅋㅋ 굿 뉴스는 못참지 ㅋㅋ
-5252, 굿이 아니라 퍼펙트 뉴스를 가져오라구웃!
-얼른 숨기지 말고 다 말해!
-2차 굿즈 나오는 거 맞지?! 그치?!
-킹직히 샵팬덤이랑 얘기하는 거면 굿즈 밖에는 없자너 ㅋㅋㅋ
-아아, 예측해버렸달까?
시청자들은 바로 그가 주도하는 흐름에 몸을 맡겼다.
“아, 역시 눈치가 다들 빠르십니다. 조금 뻔하긴 했죠? 하지만 지금 말씀 드릴 건 전혀 뻔한 게 아니거든요.”
이경복이 웃으며 잠시 뜸을 들이자 채팅창을 물음표가 잠식했다.
“자, 이번에 나올 2차 굿즈에 누가 참여를 했느냐? 꾸준히 제 방송 보신 분들은 다 아실 금손! 바로 퍼그말리온 님과 오늘 계약을 했습니다!”
-퍼그말리온?
-헐? 설마 그 바크 피규어 만든 분
-와씨 ㅋㅋㅋ 그거 완전 미쳤는데
-그 퀄로 피규어가 나온다고?!
-(게말콘)(게말콘)(게말콘)(게말콘)
-뭐예요!? 그냥 좋은 뉴스가 아니잖아요!
이경복의 발표에 채팅창이 들떴다. 그는 흡족해하며 가볍게 박수를 쳤다.
“네, 퍼그말리온을 저희 전속 원형사로 영입을 했고요. 이에 따라 2차 굿즈 중에는 프리미엄 피규어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예 전속계약을 했다고?
-이렇게 또 블랙기업의 희생자가 ㄷㄷㄷ
-하지만 주주들은 너무 좋고?
-킹직히 그 퀄리티면 몇십만 원이 아깝지 않지 ㅋㅋㅋㅋ
-아 ㅋㅋ 지갑쉑 뒤져따
-아니 ㅋㅋ 지갑이 죽으면 님도 끝이라구욬ㅋㅋ!
-죽는 건 다음 달 카드 값을 내는 미래의 나입니다만?
-게임은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털려버리기 ㅋㅋㅋㅋ
채팅창은 프리미엄 피규어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지만 그 와중에도 걱정하는 이들이 있었다.
-아니;;; 그 퀄리티로 찍어낼 수 있나?
-이건 배송 기본 3개월은 밀릴 듯 ㅋㅋㅋㅋ
-경쟁률 개 빡세겠다ㅋㅋㅋㅋ
-그래서 안 사쉴?
-안 사겠냐고 ㅋㅋㅋ
치열한 경쟁과 더불어 배송 지연까지 직감하는 이들이었다. 이경복은 그에 잠시 고민했지만.
‘일본 공장 계약은 나중에 확정되면 얘기하는 게 낫겠지.’
답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특히나 할 필요가 없었다. 혹시라도 공단에 찾아오는 팬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
‘나중에 샵팬덤이랑 같이 발표하는 게 베스트야.’
업체 계약 확정과 더불어 샵팬덤과 판매 일정까지 조율한 뒤 한 번에 발표하는 게 좋을 터였다. 이번에 선물 받은 퍼펙트 야미 피규어도 그때 공개하면 홍보 효과도 있지 않겠나.
“어렵게 모신 분이니 만큼 생산과 배송 모두 차질 없이 준비할 겁니다. 그러니 많은 성원과 기대 부탁드릴게요.”
-여기서 기대컨을?
-늦게 출시하면 지갑 얇은 트수들은 오히려 좋자너 ㅋㅋㅋ
-ㄹㅇㅋㅋ 프리미엄 피규어 전용 적금 바로 만들어버리기!
-이참에 배달음식 끊기 챌린지 ㄱㄱ
-퍼이츠www 시청자 습관을 개선해버리는www
시청자들의 화답에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쳐서 주의를 돌렸다.
“네, 좋습니다. 좋은 소식 있으면 또 전달해드릴게요. 이제 그럼 게임을 하러 가보죠!”
* * *
박주호와 합류한 이경복은 곧바로 목적지로 향했다.
“이야, 확실히 공기부터 다르네요.”
싸늘한 공기가 피부를 찔렀다. 감탄하는 그의 입에서는 허연 입김이 나왔다.
“말 그대로였네.”
박주호가 그 옆에서 동조했다.
얼어붙은 바다, 그 이름 그대로의 풍경이 펼쳐졌다.
수면 위에는 두꺼운 빙판이 둥둥 떠다니며 유빙 지대를 형성했고, 멀리 바위처럼 솟아오른 빙하도 눈에 보였다.
-ㅁㅊ 보기만 해도 눈이 시렵네
-킹치만 트수들은 이불 속이쥬?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하다니깐!
-아닠ㅋㅋ 님들은 좀 나가라고욬ㅋㅋㅋ
-5분만 더는 국룰입니다만?
-와씨 ㅋㅋ 눈보라까지 치기 시작하네
-이렇게 추우면 겜이 되나?
범선이 본격적으로 유빙 지대로 진입했다. 쇄빙선으로 개조를 끝마친 터라 빙판은 요란한 소음과 함께 부서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굵직한 눈이 쏟아지며 바람도 매서워지기 시작했다.
“아, 다행히 추위는 이제 안 느껴집니다. 지금은 약간 시원한 정도? 추위 맛만 살짝 보여준 거네요.”
“음, 시원하다기 보다는 서늘함이랑 오싹함 사이 정도로 설명하면 될 것 같다.”
“그래? 그 보다는 뭐냐, 냉동고 처음 열면 아시는 그 느낌 있죠? 그게 지속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추위를 우려하는 시청자들에게 두 사람이 설명했다. 아무리 몰입감을 최고로 설정한다고 해도 게임 속에서 불쾌한 경험을 느끼게 하지는 않았다.
-아 ㅋㅋ 그 정도면 오히려 좋지
-생활밀착 설명 뭔데 ㅋㅋㅋ
-여윽시 퍼교수님이시다 이마리야
-가끔 새벽에 가족 몰래 아이스크림 꺼내 먹을 때 그 너낌인가 ㅋㅋ
-HOXY 엑셀시오르 금색?
-엌ㅋ 그건 무적권 금색이 먼저지
시청자들이 그에 안심했지만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건 플레이어인 두 사람 뿐이었다.
“이, 이게 말이 됨?”
세찬 눈보라를 뚫고 퍼무새가 황급히 이경복의 품에 파고들었다. 파르르 떨던 퍼무새는 이내 추위가 좀 가시는지 약간 풀어진 표정으로 얼굴을 묻었다.
“이게 말이 됨…”
-퍼무새 커엽ㅋㅋㅋㅋㅋ
-갓플 체온에 말이 되어버렸고?
-이거 NPC들은 완전 혹한기 훈련이네 ㅋㅋㅋㅋ
-블랙기업특) 임원진만 에어콘이랑 난방 펑펑 씀
-알고 보니 블랙 해군이라서 그런 거였냐고 ㅋㅋㅋㅋ
-근데 그건 공무원들도 마찬가지 아님?
-헉
-어허 그마내!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이 그 모습을 귀여워하는 사이 컷신이 시작됐다.
주인공은 심각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홰, 횃불이 또 꺼졌습니다!”
“그럼 얼른 다시 불을 붙여!”
맹렬한 눈보라에 시야가 제한된 상황이었고 거센 바람에 횃불도 훅훅 꺼졌다.
갑판장의 고함에 선원들이 재차 불을 피워보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그에 선원들의 신경이 쏠린 와중 갑자기 주인공이 타륜을 옆으로 돌렸다.
“우아악!”
“흐어억!”
배가 기울면서 선원들이 휘청거렸다. 겨우 몸을 추스른 갑판장이 황당한 표정으로 주인공을 돌아보려는 순간이었다.
“비, 빙하다…!”
“맙소사, 이렇게 가까이?!”
문자 그대로 지척이었다.
범선의 옆으로 거대한 빙하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충돌했을 터였다.
“신중하게 전진해야한다! 아무리 쇄빙선이라 하더라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모두 내 지시에 따라 횃불을 켜라! 쓸데없이 기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주인공이 그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내 그는 탐지장치를 옆에 두고 작동시켰다. 레이더처럼 튀어 나온 홀로그램에 배의 위치와 목적지의 방향이 나타났다.
갑판장이 그에 선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눈과 귀를 열어라!”
“알겠습니다!”
선원들의 우렁찬 대답과 함께 컷신이 끝났다.
“아무래도 빙하를 피해서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 모양이다. 횃불은 사용횟수가 제한되어 있고.”
“횃불로 시야를 밝히라는 거네.”
박주호가 바로 목표를 분석했다. 이경복도 그에 동조했다. 눈앞에 횃불 아이콘 10개가 보였다.
“모바일 인터페이스도 상황이 유사하군. 시야 범위도 좁고 그 밖은 아예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퍼파고 바로 상황 분석 끝내버리기 ㅋㅋㅋ
-탐지 장치로 방향 잡아가면서 나아가는 거네
-횃불도 아끼면서 써야 할 듯?
-이거 마음만 안 급하면 무적권 성공임 ㅋㅋㅋ
시청자들도 그에 공략 방식을 이해했다.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속도를 높였다.
“아니, 잠깐 좀 빠른데?”
유빙이 파쇄되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박주호가 황당해하자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그냥 가던 대로 가도 되겠는데? 횃불 켤 필요도 없겠는데 뭘.”
“그냥 간다고? 아니, 네가 아무리 장애물 피하는 걸 잘하긴 하지만 이건 배를 조종하는 거잖아?”
-퍼파고가 우리 마음 너무 잘 알구연?
-ㄹㅇㅋㅋ 직접 피하는 거랑 배를 조종하는 거랑 같냐구욧!
-선수에서 보는 것도 아니고 키 앞이면 더 안 보이지 않나?
-이 형이 장애물 피하기는 근본이긴 해 ㅋㅋㅋ
박주호와 시청자들은 의아해했지만 이경복은 대답 대신 가뿐하게 키를 돌렸다.
시청자들이 놀랄 틈도 없이 빙하가 옆을 스쳐 지나갔다.
“봤지? 보고 피하면 되잖아.”
능숙한 커브와 함께 항속이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그에 놀랐지만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퍼파고님 바로 안전벨트 매는 거 뭔데 ㅋㅋㅋㅋㅋ
-아 ㅋㅋ 방금 거 보고 결론 나왔다고
-말도 안 하고 밧줄 매는 거 개 웃기네 ㅋㅋㅋㅋㅋ
-갑판장 : 뭐예요? 우리도 안전벨트 해줘요!
박주호가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갈고리 밧줄을 꺼내 제 몸을 기둥에 매어두었기 때문이었다.
이경복도 그에 미소 짓고는 곡예 주행을 이어나갔다. 마치 없다가 갑자기 생성하듯 빙하가 튀어 나왔지만 범선의 속도는 전혀 줄지 않았다.
-여기서도 드리프트가 나오네 ㅋㅋㅋ
-유빙 갈리는 속도 보소 ㅋㅋㅋ
-갈갈갈갈!
-이거 보니까 갑자기 빙수마렵네 ㅋㅋ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 쾌속 주행에 호쾌해했지만 몇몇 이들은 달랐다.
-이거 이렇게 빨리 가도 되나?
-혀엉! 슬슬 속도 줄여!
-뭐 있음?
-스포 ㄴㄴ
-금수훈지 하라고요 ㅋㅋㅋ
-시원한데 왜 그럼?
다른 시청자들이 왜 그러나 싶었지만 이내 이유가 드러났다.
휘몰아치던 눈보라가 순각 잦아들며 시야가 넓어졌다. 그 너머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섬이 보였다.
하지만 그 문제는 그 앞이었다.
“빙벽이라고?”
박주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를 높였다. 섬으로 향하는 방면에 커다란 빙하들이 불규칙적으로 세워져 벽처럼 길을 막고 있었다.
물론 완전히 막힌 건 아니었다. 겨우 배 하나가 지나갈 정도로 좁은 틈이 있었다.
-혀엉! 브레이크!
-차도 아닌데 뭔 브레이크옄ㅋ
-원래는 서행하면서 넘어가는 구간인 거신디요?
-ㅁㅊ 이거 부딪치겠는데!?
평범한 플레이였다면 천천히 구간을 끝내고 안도할 때였다. 그리고 유유히 벽을 넘어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전속력으로 빠져나온 이경복에게는 상황이 달랐다.
-이거도 드리프트로 되나? 안 될 것 같은데?
-설마 여기서 리트각이라고?
-너무 잘해서 실패한 스트리머가 이따?!
-아니 ㅅㅂ 이건 억까지!
관성 때문에 당장 속도를 늦춰도 충돌을 피하기 어려웠다. 격정 어린 채팅창과 달리 이경복은 평온했다.
“리트를 왜 해요?”
태연한 대답과 함께 그는 키를 돌렸다. 하지만 시청자 예상대로 출구에 들어갈 각이 나오지는 않았다.
“길이 좁으면 넓혀야지.”
이경복의 의도는 시청자들의 예상과 달랐다. 이어지는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솟구쳤다.
그와 더불어 우레 같은 폭음이 터졌다. 빙하를 향한 일점 포격이었다.
빙하가 무너지며 물보라가 치솟았다. 덕분에 물길은 2배로 넓어졌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이 없으면 만드는 스머 수듄ㅋㅋㅋㅋ
-그르네? 왜 피하기만 한다고 생각했지?
-앞에서 계속 피하기만 해서 고정관념이 생겨버렸고?
-아 ㅋㅋ 퍼펙트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어야지!
-퍼정관념은 또 뭔데 ㅋㅋㅋㅋ
천재는 주어진 환경에 자신을 맞추지 않는다. 시청자들도 그제야 안도했다.
유유히 범선이 빙벽을 통과하자 컷신이 시작됐다.
“여기에 3번째 미싱링크가…”
주인공이 그리 섬을 바라보던 와중 선원 하나가 높이 소리쳤다.
“서, 선장님! 배가 보입니다!”
그에 캐릭터들은 물론 모두가 놀랐다. 이내 화면에 잡힌 건 섬 앞에 정박해 있는 범선이었다.
-??????
-뭐임? 저 배 누구 거임?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우리가 후발주자라 이말인가?
주인공 역시 시청자들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이 또 있나보군.”
누군가 먼저 이곳에 도착했다.
* * *
범선에 갈고리 밧줄이 걸렸다.
주인공과 선원들이 정박된 범선에 발을 내디뎠다.
“으음, 꽤 오랫동안 버려진 것 같습니다.”
“쌓인 눈을 보니 그런 것 같군. 그래도 긴장은 늦추지 말게나.”
갑판장의 말에 주인공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무릎 아래까지 눈에 잠길 정도였다.
갑판장과 선원들이 선내를 수색하는 사이 주인공은 박주호 캐릭터와 함께 선장실로 향했다.
“부수고 들어가야겠는데.”
문이 얼어붙었는지 열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나누고는 동시에 문을 어깨로 밀쳤다.
우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옆으로 밀려났다.
“역시나 아무도 없군요.”
“일단 뭐라도 찾아보자고.”
주인공은 그리 말하며 램프를 돌려봤지만 이내 혀를 찼다. 기름이 조금 남아있긴 했지만 그마저도 얼어붙은 탓이었다.
결국 그는 크리스탈을 꺼내 조명으로 삼았다. 그렇게 잠시 안쪽을 살피던 그는 눈을 크게 떴다.
“항해일지인가?”
주인공은 바로 일지를 펼쳤다.
[아틀란티스의 전승과 전설을 쫓았지만 모두 실패였다. 결국 이대로 포기해야만 하는 것일까.]
[아직 남은 가능성은 있다.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는 뜻이 아니겠나.]
[얼어붙은 바다에 도착했다. 선원들은 두려워했지만 모두 그 필요성을 알고 있다. 이번에는 부디 그 희망을 발견하기를.]
페이지를 넘기던 주인공이 이내 멈칫했다. 그리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침음을 흘렸다.
[상륙을 앞두고 선원들과 함께 만찬을 열었다. 그리 풍족하지는 않지만 다들 만족해주었다. 모두 이번 항해를 끝내고 육지로 돌아갈 기대에 부풀어 있다.]
[다들 원래의 생활을 그리며 웃었다. 나와 내 아들놈도 해적이 아니라 떳떳한 탐험가로 다시 바다에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아들놈은 손녀를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겠다 말했다.]
[가주는 남아야 한다 말했건만 참으로 고집불통인 놈이다. 누굴 닮았는지 모르겠다. 카밀라는 제 아비를 닮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에 적힌 이름에 모두가 탄식했다.
“아, 이게… 카밀라 선대의 배였네요.”
-이쪽은 갓버지에 갓아버지네
-결국 못 돌아왔잖슴 ㅠㅠㅠ
-근데 여기 유적 있는 건 맞지 않나?
-추위 때문에 동사한 거?
그 사이 주인공은 씁쓸한 표정으로 일지를 덮었다.
“…이건 나중에 카밀라에게 전해줘야겠군.”
그가 일지를 거꾸로 잡자 그 안에서 종이 하나가 흘러 떨어졌다. 뭔가 싶어 들어본 주인공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아틀란티스 문자를 해독한 건가?”
종이에는 알 수 없는 문자와 대칭되는 알파벳 표가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모든 문자를 해독한 건 아닌지 빈 칸도 많았다.
“오? 이러면 어느 정도 문자는 알아 볼 수 있겠네요?”
-전승이랑 전설 조사하면서 만들었는 갑네
-이것이 탐험 명가의 위엄?
-백퍼 해독이 아니라 아쉽기는 한데 ㅋㅋ
-그래도 있는 게 어디냐구웃!
이경복과 시청자들이 그에 기대를 표하는 사이 장면이 전환됐다. 다시 범선으로 돌아온 주인공에게 갑판장이 고개를 내저었다.
“역시나 생존자는 없었습니다.”
“그렇겠지.”
“저, 그리고…”
갑판장은 그리 말하며 슬쩍 목소리를 낮추었다.
“선원들이 혹시라도 같은 처지가 될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음.”
주인공이 그에 슬쩍 눈을 돌렸다. 추위에 얼굴이 벌게진 선원들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알겠네. 모두를 모아주게.”
“옛!”
-사기진작용 연설인가? -갓플 목소리면 든든한 거시고요?
-이거 듣고 어케 안 따라감?
-ㄹㅇㅋㅋ 지휘최적화 보이스 수듄ㅋㅋㅋ
선원들이 정렬하자 주인공은 타륜 앞에 서서 모두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주인공의 말은 시청자들의 예상과 달랐다.
“제군들, 모두 수고했네. 이후에는 갑판장 명령에 따라 이곳을 벗어나도록.”
그 말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선원들이 웅성거리기 전 주인공은 바로 말을 이었다.
“보다시피 저 섬에는 항구가 없어. 섬에 상륙하는 인원은 나와 내 부관으로 충분하지.”
그는 박주호 캐릭터를 가리키고는 버려진 범선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 자리에 정박하는 건 누가 봐도 바보 같은 일이야. 오히려 혹한에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지. 그러니 제군들은 3일 후에 우리를 다시 데리러 돌아와 주게나.”
“하, 하지만 선장님? 만약 못 돌아오신다면…”
“그때는 본부에 돌아가 상황을 보고하게나. 그 이후는 대장님께서 판단하실 테니.”
갑판장과 선원들은 그에 서로 눈빛을 나누었다. 하지만 이내 갑판장이 차렷 자세를 취하자 모두가 그를 따라 했다.
“3일 후,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갑판장은 그리 말하고는 경례 자세를 취했다. 선원들이 뒤따라 일제히 경례했다.
주인공이 그 경례를 받으며 화면이 암전됐다.
-이거 컷신이 너무 플래그인거 신디요?
-ㄹㅇㅋㅋ 그냥 캡슐용 게임이면 희생엔딩각 날카로운데 ㅋㅋㅋㅋ
-오히려 크로스 플랫폼이라 안심이 되어버리고?
-아 ㅋㅋ 살아있어야 계속 플레이 한다고 ㅋㅋㅋ
-그래도 일단 배 타고 돌아가지는 않을 듯 ㅋㅋㅋㅋㅋ
이윽고 컷신이 끝나며 장소가 바뀌었다. 보트가 놓인 섬 해안가에 이경복과 박주호가 서 있었다.
“유적을 직접 찾아야 되는 것 같다.”
“그러게. 자, 그럼 3번째 미싱링크로 바로 출발해보겠습니다!”
3번째 유적 탐사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