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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81화 (381/491)

381화 – 빙산의 일각 (3)

승강기가 멈추었다.

육중한 문이 열리며 발전소의 입구가 보였다.

“흠, 생각보다 썰렁하네요. 뭔가 더 큰 기계들이 지키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위에서 이미 확인을 끝내서 그런 거겠지.”

이경복과 박주호는 짧게 첫인상을 밝히고 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오? 여기 투어 같은 것도 했나보다. 안내 템플릿 같은 게 있네요.”

“전부 해독하기는 어렵겠군. 그래도 홀로그램 지도가 나오니 챙겨두는 게 좋겠다.”

입구 옆에 비치된 태블릿 형태의 안내도였다. 문자는 알아보지 못해도 지도는 직관적이었다.

-미니맵은 챙겨가야지 ㅋㅋㅋ

-아틀란티스 하이 테크 자랑 무엇?

-안내템플릿특) 자기 자랑 밖에 없음

-아니 ㅋㅋ 그래야 보러 오짘ㅋ

-진짜 지상이랑 기술 수준차가 넘사벽이네 ㅋㅋㅋ

-해저 발전소 지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구연?

두 사람은 바로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이내 박주호는 침음을 흘렸다.

“흠, 여기도 접근 금지구역이군. 열린 곳이 하나도 없어.”

“일직선 진행 구간인 모양인데?”

지도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길이 제한되어 있었다. 그에 시청자들도 헛웃음을 흘렸다.

-뭐예요? 이럴 거면 지도는 왜 준 거예요!?

-원래 투어가 일직선이긴 하지 ㅋㅋㅋ

-직원 통로는 따로 있을 수도?

-그냥 자랑용이라니깐!

틈틈이 열리지 않는 통로를 확인하며 나아가기를 잠깐.

두 사람은 통로의 끝에 도착했다.

“지도로 보면 여기가 건물 중앙이네요.”

“생김새로만 보면 일종의 통제나 관리실로 보인다.”

“들어가 보면 알겠지.”

이경복은 크리스탈을 끼워 문을 열었다. 이어 발을 들이자마자 컷신이 시작됐다.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안으로 들어오며 주변을 살폈다.

“이곳은…”

널찍한 공간 안에 복잡한 기계들과 버튼들이 가득했다. 꽤 여러 사람이 사용하던 곳인 듯 의자 숫자도 상당했다.

그리고 벽면에는 2번째 미싱링크에서 본 것보다 더 많은 유리판들이 부착되어 있었다.

-퍼파고 분석 적중해버리고?

-그림만 보면 좀 애매했는데 이걸 맞춰버리네 ㅋㅋㅋ

-아무도 없나?

-자동으로 운영되는 중인덧?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물론 이경복도 이곳이 비어있음을 직감했다.

그러나 주인공과 박주호 캐릭터는 여전히 긴장한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고압수 소총을 겨누며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선장님...!”

“진정하게.”

어느 정도 안으로 들어오니 푸른빛이 두 사람을 감쌌다. 스캔 장치가 입구 위에 붙어 있었다.

<%#@[email protected]!>

이윽고 스캔이 끝나자 기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그에 놀라 바로 등을 맞대고 사방을 경계했다.

“서, 선장님! 누가 있는 걸까요?”

“어쩌면 아틀란티스 인일지도 모르네. 그들에게는 통신 장치가 있으니까.”

원격으로 목소리를 전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판단. 그러나 이경복과 시청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 목소리는 아닌 것 같죠?”

-요즘 TTS도 이것보다는 자연스러움ㅋㅋㅋ

-이거는 대놓고 기계잖어ㅋㅋㅋ

-관리 시스템이나 AI일 듯?

-그래도 뜻은 좀 알려줘야 되는 거 아니냐구웃!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기계적으로 합성된 목소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 대치하기를 잠깐, 유리에 빛이 들어오며 문자가 나타났다.

[CA? YO? R?A??]

상황과 문맥상 그 내용을 유추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이거 읽을 줄 아냐는 거인 듯?

-오 ㅋㅋ ‘can you read?’ 였고?

-쥔공이 답 못하니까 소리를 못 듣는다고 생각한 거네 ㅋㅋㅋ

한편 주인공은 박주호 캐릭터에게 낮게 속삭였다.

“일단 경계를 늦추지 말게나.”

“옛!”

그는 바로 해독표를 꺼내 문자를 대조해보려 했다. 그런데 재차 스캔 장치가 푸른 빛을 비추었다.

이번에는 사람이 아니라 그 해독표가 대상이었다.

“이건…?”

이윽고 놀랍게도 알파벳은 다시 한글로 치환이 되었다. 심지어 ‘?’로 표기된 미 해독 기호까지 알아서 채워졌다.

<임시 언어, 변환 완료.>

이윽고 기계음 역시 한국어로 들려왔다. 그에 주인공과 박주호 캐릭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문객. 이해 가능?>

이어지는 물음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흘렸다.

-아닠ㅋㅋ반말 뭔데 ㅋㅋㅋㅋ

-번역이 완벽하지 않아서 그런 듯 ㅋㅋㅋ

-빈 부분 알아서 추론해서 채웠는데 이 정도면 감지덕지지 ㅋㅋㅋ

-아틀란티스의 기술은 세계제이이이일!

한편 주인공은 여전히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총구를 거두었다.

“일단 대화가 되는 것 같으니 총은 치우게.”

“예? 그건… 알겠습니다.”

“우리는 싸울 의사가 없습니다. 당신은 누굽니까?”

주인공의 물음에 팟하며 벽면 전체에 빛이 들어왔다. 하나의 거대한 스크린처럼 유리 속에는 커다란 크리스탈 두 개가 눈처럼 빛을 내고 있었다.

<모두 도와준다. 통합 관리 시스템, 넵튠.>

“관리 시스템? 넵튠은… 이름 같군.”

“관리라고 하니, 아틀란티스의 권력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넵튠, 이곳은 뭘 하는 곳입니까?”

<안내 참조.>

짧은 답과 함께 화면에는 안내 템플릿이 나타났다.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그 내용 역시 한글로 번역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크리스탈. 고효율 에너지원.>

예상대로 크리스탈을 원료로 하는 발전소였다. 하지만 모두를 놀라게 한 건 그 다음이었다.

<실험 성공. 사용자 이주 결정.>

“이건 별? 별하늘을 항해하는 배라고?”

화면은 별빛 가득한 우주였고 행성을 향해 날아오는 우주선들을 보여주었다.

“아니, 이건 생각지도 못한 설정이네요.”

-???????

-아틀란티스 외계인 설이 진짜였고?

-ㅁㅊ 지구에서 여기로 이주해온 거였네

-그럼 외계인이냐 지구인이냐?

-헐? 쥔공은 여기 토착민인 거?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그 내막을 바로 이해했지만 주인공은 아니었다.

“선장님, 이게 대체…?”

“나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군. 넵튠, 다른 아틀란티스 인들은 어디 있습니까?”

질문이 바뀌자 화면도 바뀌었다.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그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연구소에서 발견한 영상들이네요.”

상층에서 먼저 발견했지만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영상들이었다. 하지만 이 영상들 역시 통역이 됐다.

<연구소장입니다.>

영상 속 인물의 목소리와 함께 화면이 다가왔다. 갑자기 뭔가 싶은 와중 이경복은 통제권을 되찾았다.

“아, 이거… 제가 다른 사람이 됐네요.”

다만 그가 움직이는 건 주인공이 아니라 영상 속 남자였다. 이어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장소가 연구소로 바뀌어 있었다. 박주호는 보이지 않았지만 대신 다른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과거를 체험하는 방식 같습니다.”

마치 흑백 영화에 들어온 것처럼 세상이 무채색이었다.

* * *

이경복은 간단히 주변을 살펴보고는 결론을 내렸다.

“흠, 아쉽게도 상호작용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긴 한데 배경으로 쓰이는 느낌이네요.”

무채색의 캐릭터들을 만지거나 말을 걸어 보았지만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은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아 ㅋㅋ 연출은 좋았는데 아깝소잉

-할말은 해버리는 퍼카콜라 ㅎㄷㄷ

-아쉬운 거지 문제는 아니니까 뭐 ㅋㅋㅋ

-보면 또 절묘하게 사람들이 길막중임 ㅋㅋ

-여기도 일방향 진행인 거시고요?

시청자들의 공감을 보며 이경복은 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크리스탈은 모든 연료를 대체할 정도로 획기적인 원료였다.>

연구소장의 목소리가 나레이션처럼 깔렸다. 이경복이 얼마간 더 걷자 가운을 입은 연구원이 다가와 말했다.

“소장님, 이번에도 실패입니다…”

<하지만 하나 문제가 있었다.>

“저희 기술로는 그 정도를 조절할 수 없습니다.”

<절제가 불가능했다. 발전량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되면 수온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 행성도 지구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지 모른다.>

그 나레이션에 다들 상황을 짐작했다.

-ㅁㅊ 해수면 상승이 아틀란티스 발전 때문인 거?

-보니까 지구는 이미 망한 듯?

-그래서 외계 행성으로 이주한 거였고?

-근데 여기도 바로 망할각 ㅋㅋ

-인간… 인간 네버 체인지…

이경복이 조금 더 걸어가니 어둑한 공간이 나타났다. 마치 필름의 끝처럼 그 너머에 또 다른 무채색 공간이 있었다.

“여긴 넵튠이 있던 관리실이네요.”

연구원들이 웅성거리며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누군가 화면에 나타나 무어라 설명하자 웅성거림은 더욱 커졌다.

<의회에서 결정을 내렸다. 크리스탈 발전을 포기한다고 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또 다른 골디락스 행성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화면 속 인물이 손짓하자 중앙에 홀로그램 투사도가 나타났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것은 거대한 도시의 형태였다.

<지상은 언젠가 물에 잠긴다. 의회는 차라리 처음부터 해저에 정착하는 편이 옳다고 설명했다.>

-아 어차피 못 막는다?

-하긴 지상에 인프라 마련했다가 물에 잠겨버리면 끝이니까

-그래서 아틀란티스를 지은 거였고?

-야씨 ㅋㅋ 그냥 지들 생각만 한 거잖슴 ㅋㅋㅋ

-살려면 선택권이 없던 거 아님?

-아니 ㅋㅋㅋ 지상생물들 다 엿먹인 거자너

-종 보존하려고 데려갔겠지 ㅋㅋ

시청자들은 그 결정에 상반된 의견을 내비쳤다. 그것은 게임 속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임시거주지에서 또 시위가 일어났다네.”

“몰래 지상으로 빠져나간 탈주자들도 있다던데.”

“지상에 자신들이 버티고 있으면 멈출 거라는 거지.”

연구원들의 속삭임과 함께 나레이션이 이어서 들려왔다.

<의회의 결정에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니었다. 시위가 끝이 없고 우리는 분열됐다. 의회는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어 한 것 같다. 결국 경비대와 충돌이 일어났다.>

그 말에 이경복과 시청자들 모두 하나의 영상을 떠올렸다.

“아, 그 피켓 들고 시위하던 사람들 나온 거 있었죠? 잠수복 구하러 갔을 때.”

-ㅇㅇ 그 영상이 이거 인듯?

-사람들 총으로 기절시켜버린거?

-올라가겠다는 시위가 아니라 위에 사람이 있다는 뜻이었네

-이게 무슨 독재 시대냐구웃!

2번째 유적에서 발견한 영상이었다. 알폰소와 주인공은 그것을 향수병이라 생각했지만 내막이 달랐다.

그 사이 다시 관리실 화면이 바뀌었다. 우주선이 해체되는 장면이 송출되고 있었다.

<의회는 특단을 내렸다. 우주선을 재료로 삼아 아틀란티스 건축을 앞당기고, 시위를 하던 반대파들을 모두 냉동수면시켰다.>

시청자들이 그 내용에 놀랄 새도 또 다른 내용이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아틀란티스 이주가 끝나면 모든 시민들이 100년 주기로 돌아가며 냉동수면을 하게 된다.>

-????

-반대파만 숙청한 게 아니라?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시청자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화면에는 복잡한 도식이 나타났다.

<의회는 지상에서 지원 없이 살아남기는 어려울 거라 판단했다. 결국 그들은 아틀란티스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가동하는 발전소의 개수를 최소화하고자 냉동수면으로 활동인원을 줄이려는 계획이다.>

그제야 모두가 상황을 이해했다.

“아, 완전히 사람들을 버린 게 아닌 거네요.”

-의회가 겁나 강수를 두긴 했네

-진짜 ㅋㅋ 우주선 해체해서 빼박으로 만들어버림 ㅋㅋㅋ

-아니;;; 로테이션 안 지키면 끝이잖슴!

-그래서 반대파 먼저 넣어버렸고?

-오히려 의원들 냉동됐을 때 탈주비율 개 높아질듯ㅋㅋㅋㅋ

-근데 높으신 분들은 자기 불리한 거 안 함

-헉

-뭔 헉이야 ㅋㅋ 억까하지마라

-ㄹㅇㅋㅋ 그건 만국공통이거등요?

관리실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인지 더 나레이션이 나오지 않았다.

이경복은 연구원들 사이를 지나쳐 반대편 문을 열었다. 어둠을 지나 도착한 곳은 웬 플랫폼이었다.

“아, 이거 제가 본 해저열차네요.”

짐을 꾸린 연구원들이 많았다. 그들은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지상은 사라질 것이다. 육지가 바닷물에 잠기게 되면 모두 아틀란티스로 돌아올 것이다.>

이경복은 이내 통제권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연구소장은 제 짐을 들고는 줄을 섰다.

<육지가 사라지고 모든 인간이 해저로 돌아오는 그 때.>

이어 그가 서서히 고개를 들자 플랫폼 위에 부착된 유리 디스플레이에 문구가 떠올랐다.

[Age of Oceans]

연구소장은 이어 열차에 오르며 마지막 나레이션을 말했다.

<바다의 시대가 시작된다.>

그와 함께 화면이 암전됐다.

과거 체험의 끝이었다.

* * *

화면은 이내 주인공이 있는 현재로 돌아왔다.

“냉동수면? 얼어서 잠을 잔다고? 그것도 100년이나?”

“선장님,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거짓말이 분명해요!”

“…넵튠, 그렇다면 사람들이 지금 아틀란티스에 잠들어 있다는 겁니까?”

두 사람이 혼란스러워하자 넵튠은 그에 답했다.

<해당 영상. 10 수면 사이클 이전 기록. 1000년 전 촬영.>

그러나 그 답은 오히려 더 큰 충격을 가져왔다.

-ㅔ?????

-ㅁㅊ 이미 천년이 지났다고?

-와 그럼 이거 토착민이 아니라 탈주자들이 쥔공 조상인 듯?

-맞네 ㅋㅋ 못 버틸 줄 알았는데 개같이 버텼고?

-오 ㅋㅋ 아틀란티스 전설이 남은 게 이거 때문이었네

-ㄹㅇㅋㅋ 자기 자식들한테 얘기해줘도 안 믿을 듯

-??? : 아니, 해저에 개쩌는 도시가 있다니깐?

-??? : 또 이러시네, 밥이나 드세요

채팅창의 가벼운 분위기와 달리 주인공은 심각했다.

“…좋습니다. 넵튠, 당신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라고 해보죠. 그렇다면 지금 해수면이 상승하는 건 그 ‘발전’이라는 것 때문이라는 말 아닙니까?”

<긍정.>

“그럼, 그걸 멈춰줄 수 있습니까?”

주인공으로서는 그런 옛날이야기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에게는 지금 사람들을 위협하는 요인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불가. 넵튠, 사용자 생존 최우선.>

“어떻게든 안 된다는 겁니까?”

<방문객, 우선순위 변경 권한 없음.>

넵튠의 거절에 주인공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선장님…?”

“우린 이걸 강제로라도 멈추어야 하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두 사람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들은 눈빛을 나누고는 바로 고압수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캬 ㅋㅋ 공업용 답게 성능 확실하고?

-지들만 살겠다는데 킹쩔 수 없쥬?

-킹직히 천년 꿀 빨았음 된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

-핫하! 기술은 잘 써주마!

벽면에 유리와 기계 장치들이 박살나기 시작했다. 깨진 화면 속 크리스탈이 일렁이며 넵튠이 말했다.

<적대 행위 중지 권고.>

푸른 크리스탈이 붉게 점멸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멈추지 않았다.

<보안 시스템 가동. 보안 시스템 가동.>

유리파편이 박살남과 동시에 화면이 외부로 뒤바뀌었다. 크리스탈을 채취하던 거미 기계들이 일제히 몸을 돌려 발전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무친 ㅋㅋㅋ 개떼처럼 밀려드네

-설마 이걸 다 상대하라는 거?

-아니;; 많아도 너무 많잖아욧!

-그래도 갓플은 통로에서 뻐팅기면 킹능성 있을지도?

-무슨 입구막기도 아니고 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놀라는 와중 화면은 다시 내부로 돌아왔다. 그 사이 주인공은 승강기로 돌아왔지만.

“이런! 고장이라도 난 건가?”

하지만 승강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돌아갈 길이 막혀버렸다.

“서, 선장님…!”

설상가상으로 거미 기계들의 발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헐?

-그럼 어케 돌아감?

-5252, 설마 배드엔딩 루트였던 거냐구웃!

-아니 ㅋㅋ 선택지가 없는데 뭔 루트여

-여기서 다 뚜까패는 거 아님?

-고것은 갓플만 할 수 있는 거잖슴!

시청자들도 그에 우려를 표하는 사이 이경복은 신기를 통해 느껴지는 위협의 숫자를 가늠했다.

‘컷신 만큼은 아니더라도 많긴 많네.’

환풍구는 물론 거미 기계들이 다니는 전용 통로에 적의가 가득했다.

“마지막 영상, 거기 나온 탈것에 추진장치가 있었어.”

주인공이 굳은 표정으로 눈을 굴리다가 안내도를 펼쳤다.

“우리는 아틀란티스로 간다.”

그 말과 함께 컷신이 끝났다.

하지만 당장 스토리에 대한 소감을 말할 틈은 없었다.

“이런, 통로 문도 닫히고 있다.”

붉은 비상등이 번쩍이는 통로 중간 중간에 서서히 닫히는 문들이 보였다.

“완전히 격리되기 전에 열차를 타고 빠져나가는 거네요.”

목표는 명확했다.

태연하게 웃는 이경복을 보며 시청자와 박주호는 조급함을 내비쳤다.

“어디서 거미기계가 나올지 몰라. 일단 빨리 출발하자.”

-와씨 ㅋㅋ 캠핑하면서 싸울 수도 없게 만들었네

-얼른 움직이면서 생각하자구웃!

-퍼파고 말 얼른 들엇!

-???: 머뭇거릴 틈이 없다!

-거미쉑들 다 잡아도 어차피 해저열차 타야 됨 ㅋㅋ

이경복은 그에 수긍하며 박주호에게 지도를 건넸다.

“역할 분담하자. 내가 요격할 테니까 길잡이 좀 해줘.”

“음, 확실히 그게 낫겠다. 각자잘 하는 데 집중하는 게 효율이 좋을 테니.”

박주호는 잠깐 고민했지만 바로 지도를 살피며 앞장섰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장난스럽게 몰아갔다.

-퍼파고 네비게이션 ON!

-???: 100미터 앞 우회전입니다

-아 ㅋㅋ 이 형 해적연합 테스트 때 쌓아뒀네

-ㄹㅇㅋㅋ 퍼파고 사격 실력 못 믿쥬?

-근접전은 좀 치는데 사격은 영 아니다 이마리야

-퍼파고가 좋아하는 효율로 설득해버리기 ㅋㅋㅋ

이경복은 그에 웃어넘기며 박주호를 향해 총구를 겨누며 방아쇠를 당겼다.

순식간에 쏘아진 고압수가 그의 머리 위, 천장을 열고 튀어나온 거미 기계를 관통했다.

박주호가 한 박자 늦게 떨어진 거미 기계를 보고 흠칫하자 이경복이 말했다.

“야, 그냥 앞만 보고 달려.”

“그러지.”

두 사람은 바로 통로를 내달렸다.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흡족했다.

-퍼자감 ㅁㅊㄷㅁㅊㅇ

-엌ㅋㅋ 으디 퍼파고가 겁을 먹냐 이마리야

-한 마디로 바로 설명 끝내버리고?

-갓플이 뒤를 봐준다? 넘모 든든한 거시고요?

-길잡이 퍼파고와 사수 갓플 조합? 이건 끝났지 ㅋㅋㅋ

-ㄹㅇㅋㅋ 여기서 또 최단기록 나온닼ㅋㅋ

성공적인 분업의 기본은 전문 분야 특화인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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