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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82화 (382/491)

382화 – 빙산의 일각 (4)

이경복과 박주호는 통로를 내달렸다. 두 사람은 각기 거미 기계 요격과 길잡이의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하나 공통점이 있었다.

“오른쪽!”

“일일이 말할 필요 없다니까?”

두 사람 모두 정작 앞을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경복은 뒤에서 쫓아오는 거미 기계를 단발로 처리하고 있었고, 박주호는 지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최적 경로를 확인했다.

-아 ㅋㅋ 네비게이션 음성 안내는 기본 옵션이라구욧

-아니;;; 갓플은 뒤 보면서 달리는데 왜케 빠름

-상체랑 하체가 각각 컨트롤 된다 이마리야 ㅋㅋㅋ

-이게 그 상하이 트위스트인가 그거냐?

-위랑 아래가 따로 노니까 맞긴 한데 ㅋㅋㅋㅋㅋ

-진짜 빠르네 ㅋㅋㅋ

발전소 내부는 갈림길이 많았지만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목적지인 열차 플랫폼까지의 거리는 급속도로 줄고 있었다.

“장전은 필요 없나?”

박주호는 눈을 돌리며 물었다. 통로 중간중간에 튀어나온 배관이 있었는데, 물방울이 뚝뚝 흘러 내렸다.

고압수 소총의 탄환은 물이었기에 개발자가 보급할 지점을 만들어 둔 것이었다.

“아직 널널해.”

이경복은 벽에서 튀어나온 거미를 가볍게 저격하고는 답했다. 짧은 물줄기가 몸체를 관통하자 기계는 힘없이 떨어졌다.

-진짜 이 형은 컨트롤이 대박이라니깐!

-???: 물 보충 왜함? (진짜모름)

-쓸데 없는 낭비를 줄인다, 그게 퍼펙트잖아?

-물 부족 국가 최적화 사수 ㅎㄷㄷ

-아니 ㅋㅋ 물 부족 국가 그거 구라잖슴ㅋㅋ

-뭔솔? 물 부족이 얼마나 센데

-그 부족이냐고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웃는 사이 박주호도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좀 더 빨리 달린다?”

“오? 더 빨리?”

“남은 길은 다 외웠거든.”

자기 말을 입증하겠다는 듯 박주호는 지도를 치웠다. 그리고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그걸 다 외웠다고?

-이게 퍼파고지 ㅋㅋㅋ

-와 나도 같이 보면서 우좌좌직우좌직까진 외웠는데 그 이상은 ㄴㄴ임

-뭔 소리야 ㅅㅂㅋㅋㅋㅋㅋ

-무슨 커맨드 입력이냐고 ㅋㅋ

그리 진행이 더욱 빨라진 와중이었다. 박주호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

“이런, 문이 닫히는데!?”

갈림길 중 한 통로의 문이 절반 넘게 닫혔다. 선두에 있는 자신이야 통과하겠지만 뒤따라오는 이경복은 어려워보였다.

“대신 왼쪽으로 간다!”

하지만 이미 머릿속에 지도를 기억해둔 바, 박주호는 차분히 차선책을 택하려 했다.

하지만 이경복의 생각은 달랐다.

“야, 그냥 그대로 가!”

“아니, 그러면… 알았다!”

박주호는 순간 갈등했지만 이경복의 말을 따랐다.

-혀엉?????

-퍼파고 먼저 보내고 따로 가려는 거?

-어차피 빨리 왔는데 그냥 가지 왜?

-요거는 킹쩔수 없는 것인디요?

-문에 끼이면 죽는 거 아님?

시청자들은 의아했다.

이경복도 빨리 달리긴 했지만 도저히 통과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무리하게 돌파하려다가 문에 끼이면 실패할 수도 있었다.

“이거…! 안 멈추는데…!”

먼저 통과한 박주호가 닫히는 문을 붙잡아보았다. 하지만 그 노력에도 문은 착실히 틈을 좁혀갔다.

그 사이 이경복이 문을 향해 옆으로 몸을 던졌다. 반듯하게 세운 몸은 아슬아슬하게 그 틈을 통과하는가 싶었지만 거리가 문제였다.

그에 다들 아차싶은 순간.

“세이프!”

이경복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방아쇠를 깊이 당겼다. 이어 고압수가 소총에서 뿜어져 나오며 추진력을 더했다.

미끄러지듯 바닥을 구른 이경복은 가볍게 몸을 굴려 자세를 회복했다.

“…너도 참, 진짜 재밌게 산다.”

이어 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박주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재미에 미친 자 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좋다고 세이프 ㅋㅋㅋㅋㅋㅋ

-꼭 네비게이션 말 안듣고 자기 맘대로 가는 사람 있다니깐!

-???: 이 길이 더 빨라! (진짜임)

-아아, 그게 바로 퍼펙트 숏컷이니까(끄덕)

-이게 그 물 흐르는 듯한 진행 맞죠?

-물이 너무 세차게 흘러버리고?

그 반응에 시청자들 역시 즐거워했다.

* * *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통로 끝, 과거 회상에서 보았던 열차 플랫폼이 보였다.

“아, 바로 컷신이 있네요.”

발을 들이자 컷신으로 진입했다. 이경복과 박주호는 여유롭게 도착했지만 컷신 속 주인공은 숨을 몰아쉬었다.

“겨우 빠져나왔군.”

“후아, 정말 다행입니다.”

주인공은 호흡을 고르며 통로 쪽을 돌아봤다. 굳건한 철문이 이미 통로를 막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움직여야 하네. 그 기계들이 또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예,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곧바로 해저 열차에 올랐다.

“여기에도 무기가 있군.”

“안에서 쏠 수 있도록 만들었네요.”

객차 중간에 고압수 포탑처럼 부착되어 있었다. 그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앞으로 향했다.

“맨 앞에 조작하는 장치가 있겠지.”

“조심하십시오.”

열차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다. 객차 2개를 넘으니 선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냥 속도만 조종하는 건가 보네

-레일이 깔려 있으니까 그런 듯?

-얼른 탈출하자구웃!

-아틀란티스 딱 대!

의외로 조종 장치는 복잡하지 않았다. 앞과 뒤로 움직일 수 있는 레버 하나와 크리스탈을 끼울 수 있는 홈이 있을 뿐이었다.

“준비됐나?”

“…예.”

비장한 표정으로 주인공이 크리스탈을 끼웠다. 그와 함께 열차에 빛이 차오르며 추진 장치가 가동됐다.

“선장님…!”

그와 함께 주변이 밝아지고 외부 상황을 보여주는 듯 레버 옆 유리판에 후면상황이 보였다.

-ㅅㅂ 왜케 많음?

-무친 외벽에 다 달라 붙어서 오는 거?

-어우;;; 기계인데도 개 징그럽네

-포탑 있는 이유가 있었네 ㅋㅋㅋ

-???: 전속 전진이다!

-뭐하냐구! 언능 출발하라구웃!

발전소 외벽에 수많은 거미 기계들이 붙어 열차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주인공이 급히 레버를 밀자 세찬 물거품과 함께 열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할 뻔했어.”

몇몇 거미 기계들이 철로를 따라 쫓아왔지만 속도가 너무 차이가 났다. 멀어지는 발전소를 뒤로하며 열차가 빠르게 나아갔다.

-오 그냥 넘아가네?

-여기서 걸리면 완전 억까지 ㅋㅋㅋ

-킹직히 탈출할 줄 다 알고 있었쥬?

-아 ㅋㅋ 이런 연출 질린다 질려(손가락을 하나씩 펴며)

-긴장해서 주먹이 안 펴지냐고 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에 안도했지만 이경복은 느낌이 달랐다.

열차 외부는 완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열차에서 발하는 빛으로 생긴 시야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만약 철로가 없었다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가늠할 수 없었으리라.

‘개발진이 쉽게 보내줄 마음이 없나 보네.’

그 어둠 너머에서 강렬한 위협이 느껴졌다. 꽤 거리가 있음에도 이 정도라면 만만치 않은 놈이 분명했다.

이경복이 신기로 전해지는 정보를 통해 그 형태를 가늠해보려는 사이였다.

“잠깐, 이 소리는…!?”

갑자기 기이한 소리가 울렸다. 주인공은 물론 시청자들도 그 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

-이거 괴물 부르는 소리 아님?

-뭐임? 갑자기 왜 이럼?

-ㅁㅊ 열차에서 나는데?

-아니 ㅅㅂ 열차에 왜 괴물 끌어들이는 게 있어욧!

-무슨 미끼용 열차인 거?

주인공이 놀라 눈을 돌리자 박주호 캐릭터가 억울하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저, 저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비켜보게.”

주인공은 그를 밀어내며 벽에 붙어 있는 유리판을 바라보았다.

[*놀라지 마세요!]

[운행 도중 거대 해양생물이 빛에 이끌려 올 수 있습니다. 지금 들으시는 소리는 해당 생물들이 기피하는 음파이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그 설명에 주인공은 물론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오히려 반대였네요?”

-괴물을 부르는 게 아니라 쫓아내는 거?

-아니;; 근데 이거 안 통했잖슴!

-ㅇㅇ 크라켄도 쫓아오고 온갖 놈들 다 그냥 왔음

-HOXY 천 년 전에만 통했던 거 아님?

-무친 ㅋㅋ 괴물들도 적응했는가봄

-오히려 킹받게 해서 정확히 오게 만드는 거일 수도 ㅋㅋㅋ

-근데 그럼 지금 거대 해양 생물이 오고 있다는 거 아님?

시청자의 예상대로였다. 이경복은 이 강렬한 위협의 정체를 곧 파악할 수 있었다.

“서, 서서서, 선장님?!”

“맙소사.”

심해의 어둠이 일렁거렸다. 그것은 빠르게 다가오며 점차 명확히 형체를 갖추었고, 이에 열차가 내뿜는 빛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기다란 거체와 그 위에 돋아난 비늘, 파충류 특유의 세로로 된 동공이 적록색으로 빛을 발했다.

그 크기에 걸맞게 앞으로 뻗어진 양손은 열차를 한 손에 잡을 정도였고, 큼직한 아가리는 손상 없이 열차를 삼킬 정도였다.

주인공은 그 대괴수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레비아탄…!”

“저, 저게 심해 수룡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주인공은 답하지 않았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레버를 최대한, 더 이상 밀리지 않을 정도로 눌렀다.

콰아아아하는 소음이 안으로 전해질 정도로 추진장치가 속력을 높였다. 그러나 레비아탄과의 거리는 전혀 멀어지지 않았다.

“…이곳을 맡아주게.”

“선장님!?”

주인공은 굳은 표정으로 객차로 향하며 컷신이 끝났다.

-아니 설마 그 포탑이 레비아탄이랑 싸우라고 만들어 둔 거?

-대괴수면 크라켄이랑 동급 아님?

-완전 에반데 ㅋㅋ

-킹직히 이건 깨라고 만든 거 아니다

-고압수고 뭐고 이건 진짜 물 총이자너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박주호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여기 디스플레이에 아틀란티스까지 거리가 표시된다. 중간에 해저터널이 있다는데 너도 보이나?>

“아, 내 쪽에서 보이지는 않는데.”

<그럼 내가 전달해주는 역할인 것 같다. 아마도 해저터널에 들어가면 더 쫓아오지 못하는 거겠지.>

“하긴 크라켄 잡는 것도 시청자 분들이 그렇게 많이 필요했는데 어떻게 혼자 잡냐.”

이경복은 그리 답하며 포탑을 잡았다. 시야가 바뀌며 1인칭 시점으로 바뀌었다.

처음 사관학교에서 진행했던 포탑 튜토리얼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시청자들은 그 상황에 묘한 감정을 느꼈다.

-맞말인데 왜 어색하지?

-ㄹㅇㅋㅋ 이 형은 또 공략할 수 있다고 할 줄

-반전이 없다는 게 반전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 ㅋㅋㅋㅋ

-시스템이 막아두는 건 못 한다고 ㅋㅋㅋ

-갓플 조준 실력이면 견제는 프리패스지 ㅋㅋ

-이게 오히려 더 신선해버리고?

보기 드물게 평범(?)한 이경복의 반응 때문이었다. 이경복은 그 채팅에 웃으며 물대포를 쏘았다.

열차를 움켜쥐려던 레비아탄의 앞발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이어 이경복이 눈을 노려보았지만 레비아탄은 가볍게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흠, 역시 안 되네요.”

-그래도 급이 다른데 시 서펀트 잡는 방식으로 잡히면 되겠냐고 ㅋㅋ

-반응 보니 그냥 따끔한 수준인 듯 ㅋㅋㅋ

-이쪽은 스치기만 해도 치명타인데 ㅅㅂ

-이거 개발진이 퍼파고 쉬라고 만든 구간이네 ㅋㅋㅋ

시청자들은 이내 긴장을 풀었다. 하지만 이경복은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거 좀 특수한 경우라 따라하시기 어렵긴 한데.”

잠시 고민하던 이경복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공략도 되겠는데요?”

<뭐라고?>

-????

-ㅔ?

-안 된다며! 안 된다며!

-이 형 또 뭘 하려고 ㅋㅋㅋㅋㅋ

-1인 공략? 대괴수 솔플이 된다고?

대괴수 레비아탄 1인 공략.

그 말에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 * *

비슷한 시각, 로그게임즈 중계채널.

-에? 에에? 이거 혹시 통역 오류?

-아니아니, 진짜라고. 퍼플 씨, 1인 공략 선언해버렸다www

-에또, 레비아탄 공략된 적 있었습니까? 저의 기억으로 찾는 건 무리입니다만…

-어이어이, 좀 봐달라고www 퍼플 씨, 레비아탄은 공략 대상 자체가 아니야www

-어이, 한국어 아는 사람! 퍼플 씨한테 얼른 공략법 알려주라고!

-정석 공략법 뭐였더라?

-하아? 그것도 모르는 거냐? 기피음파에 맞춰서 요격하는 거라고!

일본 시청자들 역시 이경복의 말을 믿지 못했다. 애당초 레비아탄은 월드 보스로 등장하지 않는 스토리 전용 보스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채팅창의 분위기는 밝았다.

-저기, 그런데 퍼플 씨가 한 말이라면 뭔가 이유 있지 않을까요? 카니우마콘 필요하지 않을까나www

-그게 오히려 문제라고! 퍼플 씨, 지금까지 거짓말하지 않았으니까! 아니아니, 물론 그 방법 모두 거짓말 같긴 했지만 말이지!

-아아, 이거 플래그라니깐! 퍼펙트 플래그는 언제나 성공이었다고!

-퍼플 씨 본인도 따라하기 어려운 방법이라 공언할 정도면, 이거 꽤 놀라운 방법이 아닐지?(웃음)

이경복이 된다고 해서 안 된 일이 없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우려보다는 호기심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대응에 분위기가 일변했다.

-어이어이, 퍼플 씨 정석 공략법 알고 있잖아 이거!

-에또, 뭔가 특별한 방법일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이거 좀 아쉽달까…

-뭐어, 정석이 역시 좋긴 하죠. 랄까, 정석도 엄청 퍼펙트하잖아 이거!?

-최고속에서 저런 안정적인 조준이라니! 역시 퍼플 씨는 퍼플 씨랄까요?

-헤에, 이대로라면 마지막만 조심하면 되겠는데? 뭐어 퍼플 씨라면 문제 없겠지만www

-아아, 양손 휘두르기랑 물어뜯기. 그거 동시에 나오면 은근 까다롭단 말이지, 마지막에만 패턴 바꾸는 거 개발자의 악의가 느껴진다고 www

특별할 건 없지만 훌륭한 정석 대응이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표했지만 불만족스러워하지도 않았다.

<좋습니다. 파악 끝났어요.>

이내 이경복이 자신 있게 말하자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파악이라니? 레비아탄의 공격 패턴 파악을 말하는 걸까? 하지만 이미 처음부터 전부 다 막아내지 않았나.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따라하시기 어려운 방법이에요. 그리고 아마도 알려줘도 따라할 분은 많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이경복은 웃으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래도 전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해볼게요.>

그리고 그가 꺼낸 아이템을 본 시청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엣?

-뭐야? 이거 무슨 의미?

-잠깐 잠깐! 퍼플 씨, 그 가치 알고 있는 거야!?

-뭔지 몰라도 저질러버렸다www 퍼플 씨 또 저질러 버렸어www

-아아, 이거 정말 퍼플 씨다운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요www 웃음이 멈추지 않는www

그것은 바로 영구 성능 향상 아이템, ‘크라켄 먹물 주머니’였다.

* * *

이경복이 꺼낸 아이템에 시청자들은 당황했다.

-??????????

-멈춰! 당장 멈춰어어어어엇!

-혀엉? 그거 얼마 짜리인지 알고 있는 거야!?

-아닠ㅋㅋㅋㅋㅋ 미쳤냐고 진짴ㅋㅋㅋ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ㅠㅠ

-아니;; 이걸 왜 써!?

-아 ㅋㅋ 난 모르겠고 이미 꿀잼임ㅋㅋㅋㅋ

경악과 웃음이 뒤섞인 와중 박주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저터널까지 얼마 안 남았다! 이 속도면 약 1분 정도!>

“오케이.”

이경복은 가볍게 답하며 먹물 주머니를 포탑에 투입했다.

“물대포니까 액체를 탄환으로 쓰잖아요? 이 먹물도 될 것 같더라고요.”

검은 먹물이 포신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경복은 그에 밝게 웃었다.

“아, 역시! 에이지 오브 오션스가 이런 디테일이 또 있습니다, 여러분.”

-아닠ㅋㅋㅋ 지금 숙제멘트 할 때냐고

-저거 다시 회수 못함?

-ㅇㅇ 크먹주가 이렇게 증발해버리넼ㅋㅋㅋㅋㅋㅋ

-마치 백지수표를 태우는 걸 보는 것 같다…

-진짜 광기 ㅎㄷㄷ

-???: 돈은 상관없어. 중요한 건 메시지지

시청자들이 허탈해하자 이경복은 레비아탄을 조준하며 말했다.

“에이, 어차피 범선 스펙 올리는 건 큰 의미가 없거든요? 솔직히 이쪽이 더 재미있지 않아요?”

그 말에 채팅창은 ‘ㄹㅇㅋㅋ’와 ‘ㅇㅈ’으로 가득해졌다. 이경복이 그에 입꼬리를 올렸다.

<슬슬 해저터널 보인다!>

“자,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박주호의 보고에도 이경복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그에 안달이 났다.

-대체 뭘 하려고 그러는 거냐구웃!

-생각해보니 크라켄 먹물로 뭘 어케 함?

-접착성이 강하긴 한데

-어디다 붙이는 건가?

-혀엉! 빨리 알려줘잉!

그 재촉에도 이경복이 묵묵부답인 사이였다. 레비아탄이 양손과 입을 벌리며 열차로 달려들었다.

마지막에 바뀐 패턴에 시청자들은 놀랐지만.

“오, 이러면 더 쉬운데.”

이경복은 오히려 반색하며 포탑의 방아쇠를 당겼다. 검은 먹물이 레이저처럼 쏘아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방향은 오직 머리쪽이었다. 이렇게 되면 휘두르는 양손에 당하지 않나?

-뭐야?

-쟤 왜 저럼?

-먹물에 독뎀이라도 있던 거?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레비아탄이 갑자가 이리저리 몸을 비틀더니 고통에 겨워하는 게 아닌가.

시청자들이 어리둥절한 와중 박주호의 탄사가 보이스 채널로 들려왔다.

<이런 미친…! 너 지금 레비아탄 아가미를 노린 거야?>

“오, 역시 게임 속에서 직접 보는 쪽이 더 잘 보이나 보네.”

이경복은 가벼운 웃음과 함께 손뼉을 쳤다.

“퍼파고가 역시 관찰력이 좋네요. 아무리 대괴수니 해도 생물이니까 호흡을 해야 되지 않겠어요?”

그의 인정과 함께 채팅창이 빠르게 솟구쳤다.

-아가미? 아가미요?

-레비아탄한테 아가미가 있음?

-누가 레비아탄 아가미를 신경쓰냐구욧!

-???: 히히, 그게 나지롱

-와씨 ㅋㅋㅋ 그래서 먹물 주머니롴ㅋㅋㅋㅋ

-지금 숨구멍을 막아버린거?

-퍼파고피셜 미친ㅋㅋㅋㅋ

-뭐예요? 왜 진짜 미쳤어요!?

격렬한 채팅창 반응에 이경복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제가 누구나 따라 하긴 어려운 방법이라고 말씀드린 거예요. 크라켄 먹물이 없으면 할 수가 없거든요.”

그 사이 몸부림치던 레비아탄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열차는 해저터널에 진입했다.

-무친 진짜 죽었어?

-이거 그럼 최초 공략 아님?

-아닠ㅋㅋ공략하라고 만든 게 아니라구요 ㅋㅋㅋㅋ

-광고주 : 퍼플 님? 퍼플 님? 퍼플 님?

-(게말콘)(게말콘)(게말콘)(게말콘)

-물에서 익사하는 수룡이 이따!?

-익사는 물속에서 일어난다, 그게 상식이잖아? -아닠ㅋㅋ 맞는 말인뎈ㅋㅋㅋ ㅅㅂㅋㅋㅋ

-무과금 방송답게 득템한 것도 막 써버리기 ㅋㅋㅋㅋ

-진정한 무과금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템을 없애는 것이다!

이경복은 채팅을 확인하며 선두로 돌아왔다. 박주호가 헛웃음을 흘리며 그를 맞이했다.

“안 아깝냐?”

“재밌으면 됐지.”

이경복의 즉답에 박주호는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윽고 주변이 밝아졌다.

열차가 터널을 지나 밖으로 나온 것이다.

“오, 저기가 바로?”

“아틀란티스겠지.”

철로 너머 거대한 해저 도시의 모습이 보였다.

전설의 도시, 아틀란티스가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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