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7화 - 노스탤지어 (4)
로그게임즈 본사.
개발팀 직원들은 모니터링을 위해 준비된 커다란 스크린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이거 진짜 시원하네요!”
“아니아니, 퍼플 씨는 정말 매 구간마다 저희를 놀라게 한다니까요?”
이경복의 호쾌한 포탑 활용에 그들은 모두 감탄을 터트렸다. 그 플레이 자체도 시원시원했지만 그들이 즐거운 이유는 또 있었다.
“에또, 포탑 활용은 전혀 의도된 상황은 아닙니다만. 이거 시청자분들이 저희 노력을 알아주시겠죠?”
“뭐어, 모를 수가 없지 않습니까?”
“저희가 이렇게 디테일을 신경 쓴다는 걸 알릴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포탑의 디자인과 설계가 겉보기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이경복이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주지 않나.
개발팀으로서는 자신들의 노력이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팀장님! 확인 끝났습니다!”
그 사이 막내 직원이 돌아왔다. 그는 밝은 분위기에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보고를 이어갔다.
“레비아탄 관련 사항 모두 점검했습니다.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아아, 그거 다행이네요.”
“헤에, 이제는 그럼 마음 편히 보기만 해도 되겠네요.”
“그렇죠. 이후에는 그대로 엔딩까지만 보면 되니까요.”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개발팀은 그에 안도하며 더욱 마음 편히 방송을 즐길 준비를 했다. 그런데 또 한 명의 방문객이 나타났다.
“잠깐, 잠깐 주목해주십시오!”
그는 바로 마케팅 팀장이었다. 그의 등장에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디렉터 님 통화입니다. 지금 연결하겠습니다.”
게임 총괄을 맡은 디렉터의 연락이었다. 그는 부리나케 손을 움직여 회의실과 통화를 링크시켰다.
<아아, 늦은 밤에 다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에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디렉터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지금 레비아탄이 공략됐는데 왜 아무런 보상이 없습니까?>
그의 물음에 개발팀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팀장이 이에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 레비아탄은 처음부터 공략 불가라 생각해서 준비된 보상안이 따로 없습니다.”
<하아…>
그에 곧바로 한숨이 돌아왔다. 마케팅 팀장이 바로 그에게 눈치를 주며 낮게 속삭였다.
“아니아니, 지금 디렉터 님이 정말 그 이유가 궁금하신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에?”
개발팀장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디렉터가 말을 이었다.
<아니, 됐습니다. 개발팀은 개발에만 신경 썼으니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아무리 공략 불가로 예상했어도 공략이 된 상황 아닙니까? 그러면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는 짧게 혀를 차고는 예시를 들어주었다.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로스트 아르카나라는 게임의 디렉터가 그때 한 말이 있어요. 저도 디렉터 자리에 있는 만큼 관심 있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아아, 저도 알고 있습니다. 공략 불가 레이드가 버그로 클리어 된 사건 말씀이시죠?”
마케팅 팀장이 빠르게 맞장구를 쳤다. 디렉터는 그에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렇죠. 마케팅 팀장님은 알고 계시네요. 그때 디렉터가 한 말이 꽤 유명합니다. ‘버그가 발생하자마자 떠오른 건 보상이었다.’, ‘플레이어가 노력한 끝에 아무런 보상이 없는 건 게임이 줄 수 있는 최악의 경험’이라고 말이죠.>
“아…! 그, 보상안을 준비하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리 말하니 개발팀 모두도 상황을 인지했다.
<예, 하지만 지금은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당시 로스트 아르카나야 다행히 보상이 연결되어 있지만, 우리는 어떻습니까?>
“그것이… 지금 레비아탄 관련 아이템을 당장 만들기가…”
개발 팀장은 전전긍긍한 표정으로 팀원들을 돌아봤다. 그들 역시 난처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 그래도 기획은 되어 있습니다. 월드 보스 업데이트 예정이니까요!”
“에또, 다만 그 기획대로 바로 개발을 진행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만…”
돌아온 대답에 마케팅 팀장이 아찔한 표정으로 머리를 짚었다.
“에?! 가장 빨리 줄 수 있는 건 없습니까? 퍼플 씨 광고는 오늘로 끝이라고요!”
가장 중요한 시간이 부족했다. 계약대로라면 엔딩을 보는 시점에서 광고 계약은 끝이었다.
“보상을 마련했을 시점에는 이미 퍼플 씨는 다른 컨텐츠를 진행하고 있을 겁니다! 물론 늦게라도 주는 게 좋기야 하겠지만, 별로 좋은 그림은 아닙니다.”
그에 개발팀원들 모두 죽상이 되었다. 조금 전까지 서로 웃고 있던 게 거짓말 같았다.
이에 짧은 정적이 이어졌다.
<후우, 제가 어느 정도 생각을 해둬서 다행이군요.>
침묵을 깬 건 디렉터였다.
그는 괜히 그 자리에 올라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뭔가 방법이…?”
<다들 뭔가 착각하고 계신 게 있습니다. 지금 보상의 중점은 레비아탄이 아니라 바로 퍼플 씨와 그 시청자들입니다. 그들이 만족할 만한 걸 생각해야 합니다.>
이에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이어지는 디렉터의 설명에 모두 활기를 되찾았다.
“과연…!”
“그 방안이라면 바로 준비가 가능합니다!”
“아니아니, 이건 저도 받고 싶어지는 보상인데요!?”
“즉시 작업하겠습니다!”
분위기가 달라지자 디렉터도 웃음을 흘렸다.
<좋습니다. 늦은 시간이지만 오늘이 마지막인 만큼 분발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내 통화가 종료되고 팀원들이 바로 움직였다. 남은 두 팀장은 안도하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거이거, 확실히 퍼플 씨는 다른 인플루언서랑 다르긴 하네요.”
“정말입니다. 광고를 맡긴 건 우리 쪽인데, 정작 일감은 우리가 더 많아지네요.”
일이 늘었지만 두 사람은 기분이 오히려 좋았다. 보통 광고에서 일이 늘어난다는 건 사고를 뜻하지만.
“광고라기보다는 뭐랄까, 저희가 오히려 컨설팅을 받은 느낌입니다.”
“아아, 저도 그렇습니다. 덕분에 저희도 개선되고 있으니까요.”
이번 방송에서 파생된 모든 작업은 게임의 발전으로 이어진 덕이었다.
* * *
이경복은 엔딩 컷신에 집중했다.
해군 본부의 조감도로 펼쳐졌다. 건물 앞에 수많은 군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뭔가 싶었는데 카메라가 떨어지며 대장, 알폰소를 비추었다. 엄숙한 표정으로 그가 깊이 숨을 내쉬었다.
이어 카메라가 서서히 물러나며 그의 뒤를 보여주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니, 국화랑 관이 있네요?”
알폰소의 뒤편에 놓인 관 주변에 국화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위에 적힌 이름은 주인공의 것이었다.
-?????
-아니! 왜 멀쩡한 사람을 죽여욧!
-이거 갑판장이 보고한 거네 ㅋㅋㅋㅋ
-3일 뒤에 돌아오라고 했는데 본인은 정작 아틀란티스로 가버렸고?
-지금 전부 다 쥔공이 죽은 줄 알고 영결식 하는 듯 ㅋㅋㅋ
-그 와중에 퍼파고는 왜 안 껴주는데 ㅋㅋㅋ
-AI는 죽지 않습니다만?
-스토리는 함장 중심이라구웃!
그 사이 화면이 돌아갔다. 눈시울이 붉어진 갑판장과 주인공의 선원들, 그리고 연신 눈물을 닦아 내는 세라자드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 또 한 명의 훌륭한 군인이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알폰소가 침통한 목소리로 운을 띄웠다. 그에 뒤편에서 흐느낌이 커졌다.
알폰소는 움찔했지만 깊이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그는 그간 정의를 위해, 인류를 수호하기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도열한 병사들이 일제히 절도 있게 소총을 들었다. 그들은 하늘을 겨눈 채 대기했다.
알폰소의 턱이 미세하게 떨렸다. 주인공의 사망을 선고해야 하지만 쉽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의 올곧은 마음과 희생을, 우리는 잊지…”
마음을 다잡고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였다. 도열한 장병들 사이로 걸어오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잡혔다.
-캬 ㅋㅋㅋㅋ 이거짘ㅋㅋㅋ
-벌써부터 찢었다 ㅋㅋㅋㅋㅋ
-갓플 두둥 등장
-???: 죽었는데요? 안죽었습니다
-영웅의 귀환은 언제나 옳다.
시청자들은 이미 그 정체를 짐작했다. 이윽고 알폰소가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퍼, 퍼플!”
그 표정은 이내 환희와 기쁨으로 바뀌었다. 그 감정을 온전히 실린 부름에 슬퍼하던 모두와 도열한 장병들의 눈이 일제히 돌아갔다.
“세상에…!?”
“선장님!?”
주인공은 담담히 그 사이를 걸었다. 그리고 알폰소를 향해 자세를 바로잡고 경례를 취했다.
“퍼플,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알폰소는 물론 갑판장과 선원들, 그리고 세라자드까지. 그 한마디와 함께 모두가 그를 향해 달려왔다.
-쥔공 호들갑 안 떨고 경례만 딱! 존멋ㅋㅋㅋㅋ
-거기에 퍼펙트 보이스까지? 이건 끝났지 ㅋㅋㅋㅋ
-이건 찐 소름 돋았닼ㅋㅋㅋ
-이 겜은 요 씬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 충분한덧ㅋㅋㅋㅋ
-엌ㅋㅋㅋ 대장님 체면이고 뭐곸ㅋㅋㅋ
-손주 같은 부하가 생환했는데 어케 참냐곸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흡족해하는 와중 알폰소가 떨리는 손으로 주인공을 더듬었다.
“진짜, 진짜 자네로구먼! 내 노망이 든 줄 알았네!”
“정정하시니 그런 말씀 마십시오.”
“대체,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눈은 물론 코까지 빨개진 세라자드가 물었다. 주인공이 이에 옅은 미소를 짓자 화면이 전환 됐다.
“크림슨 코스트네요? 어떻게 왔는지 알려주나 봅니다.”
아틀란티스 탈출 이후의 상황으로 보였다. 주인공은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숙연한 얼굴로 서 있었다.
거센 불길 속 사람의 형체가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Aㅏ…
-갓버지 화장한 듯 ㅠㅠㅠ
-남겨 두고 갈 수는 없으니까 이게 맞지
-아까 영결식이랑 너무 대비 된다
-일부러 그렇게 배치한 듯?
시청자들이 상황을 파악하는 와중 박주호 캐릭터가 돌아왔다.
“선장님! 배가 오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주인공이 돌아섰다. 시청자들은 해군 순찰선이라 짐작했지만 시야에 잡힌 범선은 해군의 것이 아니었다.
-오? 연기 보고 온 듯?
-여기서 해적선이?
-엌ㅋㅋㅋㅋ 저 뱀ㅋㅋㅋ
-카누님! 카누님! 카누님!
-아 ㅋㅋ 그치! 엔딩에 라이벌들 다 얼굴 비춰줘야지!
해골을 얽어맨 뱀의 문양, 레드바이퍼 해적단이었다. 이윽고 화면이 깜빡이며 보트를 타고 카밀라가 상륙했다.
“허이구, 나으리 꼴이 말이 아니네?”
“확실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지.”
주인공은 힘없는 미소로 답했다. 이에 카밀라는 흠칫했지만 곧 눈을 찌푸렸다.
“뭔가 일이 좀 있었나 보네? 어떻게 된 거야? 나으리를 이렇게 만들 해적은 흔치 않을 텐데?”
본인은 담담하게 말하려 했지만 걱정하는 티가 묻어나왔다. 시청자들이 그에 웃는 사이 주인공이 고개를 내저었다.
“말하자면 길지.”
“뭐어, 그런 것 같네. 그렇다면 가면서 얘기하자고. 이걸로 빚은 갚을 테니까.”
“빚?”
주인공이 의아해하자 카밀라는 괜히 코를 매만지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뭐… 약속을 지켰으니까.”
“아, 그 이야기인가. 당연한 일이지.”
“크흠, 이쪽은 당연하지 않다고. 혹시나 해서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해뒀는데 헛고생을 한 셈이니까.”
카밀라가 괜히 툴툴거리자 시청자들이 더욱 웃음 지었다.
-카누님 의외로 커엽다니깐!
-그래도 나는 세눈나가 더 조아!
-님이 좋아하면 뭐 어쩔 건데욬ㅋㅋ
-헉
-네가 죽였어…
주인공도 미소 짓다가 이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하나 부탁해도 되겠나?”
“부탁? 나으리가?”
“귀찮겠지만 깨끗한 함 하나만 다시 갖다주게.”
주인공은 그리 말하며 타오르는 불길을 돌아보았다.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야 하니까.”
“아버지? 무슨 소리야?”
“…대가라고 하긴 뭐하지만 줄 게 있어.”
주인공은 이내 뭔가를 카밀라에게 서적 하나를 건넸다. 그녀는 의아해하다가 그 내용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선대의 항해일지…! 이게 왜 나으리한테!?”
-아! 얼어붙은 바다에서 발견한 그거!
-이건 돌려줘야지
-아… 카누님도 선대 돌아가신 거알겠네
-카누니뮤ㅠㅠㅠ
-근데 나였으면 슬프긴 해도 진짜 고마울 듯
시청자들은 바로 서적의 정체를 떠올렸다.
“말하지 않았나.”
이윽고 주인공은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긴 이야기라고.”
이어 화면이 전환되며 카밀라의 선장실로 장소가 바뀌었다. 주인공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해적들이 깃발을 바꾸어 달고 있었다.
“거의 도착한 모양이군.”
주인공의 말에 카밀라는 답하지 않았다. 돌아보니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우리 가문이 그토록 찾아다녔던 아틀란티스가 괴물의 요람이었다니…”
-아 설명해줫나 보네
-와씨 카누님 현타 씨게 올 듯
-이건 진짜 심정 복잡하겠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을 수도?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주인공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유감이로군.”
“아니, 괜찮아.”
카밀라는 탁자에 항해일지를 올려놓고는 팔짱을 꼈다.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지.”
“다행이라니?”
“선대는 그 진실을 모르잖아. 적어도 그분들에게는 아틀란티스가 전설대로 남았으니까. 진실을 알았다면 더 불행했을지도 모르지.”
주인공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선장실 문으로 향했다.
“잠시 바람을 좀 쐬어야겠네.”
“아, 그러시든지.”
문을 열며 그는 슬쩍 카밀라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항해일지를 껴안았다. 그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이어 그가 문을 닫자 낮은 울음이 새어나왔다.
-다른 의미의 센 척이었네
-쥔공 배려 조아따
-크… 라이벌들도 다 인간미 있네
-진짜 세눈나도 완전 계산적인 줄 알았는데 해적들 거두고 애들 수학도 알려주고
-이게 어떻게 모바일 겜 스토리?
-아니ㅋㅋ 크로스 플랫폼이라니깐!
시청자들이 감상을 표하는 사이 장소가 바뀌었다. 건물 앞이 아니라 해군 본부 대장실이었다.
“…운 좋게도 탐험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알폰소를 바라보며 말을 맺었다.
“탐험가라? 아무튼 천운이로고!”
안도하던 알폰소는 이내 씁쓸해한다.
“헌데 희망이라 생각했던 아틀란티스 기술이 모든 일의 원흉일 줄이야…”
“예, 그 기술을 활용하는 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음, 그래도 다행히 자네 덕분에 모두 해결되었구만. 정말 큰일을 해주었네!”
알폰소는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너털웃음을 흘렸다.
-ㄹㅇㅋㅋ 해수면 상승 정지시켜버렸쥬?
-이정도 업적이면 차기 대장도 가능한 거 아님?
-군수저 답게 후계자 테크 가야지 ㅋㅋㅋ
-해군대장 갓플? 넘모 어울리는 거시고요?
시청자들 역시 흡족해했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음? 그게 무슨 소린가?”
알폰소의 얼굴은 물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떴다. 아틀란티스도 붕괴했고 넵튠도 완전히 정지하지 않았나?
그와 함께 짧은 장면이 스쳐 지나가며 나레이션이 들려왔다.
<그때까지 가동하는 발전소의 개수를 최소화하고자 냉동수면으로 활동인원을 줄이려는 계획이다.>
발전소에서 찾았던 연구소장의 기록 중 일부였다.
“…어쩌면 아틀란티스 발전소는 하나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 무슨 말인가!?”
경악한 알폰소와 달리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깨달았다.
“아, 발전소가 아직 더 남았으니까 완전히 해결 된 건 아니네요.”
-ㅔ?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와씨 ㅋㅋㅋ 다시 들으니까 맞네 ㅋㅋㅋ
-엌ㅋㅋ ‘최소화’라고 했지 ‘하나’라고는 안 했네
-미리 떡밥 심어뒀었고?
하지만 알폰소는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아틀란티스를 추적하는 데 사용한 지도를 펼치며 말했다.
“유적에서 발견한 지도에 아틀란티스는 하나뿐이지 않나?”
“예, 그렇습니다.”
주인공은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지도로 향했다.
“적어도 우리가 아는 곳에는 아틀란티스가 하나뿐이겠지요.”
그리고 그 지도의 끝을 짚었다. 그 손가락이 지도의 경계를 넘었다.
“하지만 대장님, 저희도 모든 바다를 가본 게 아닙니다.”
“자네 지금…?”
“이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신대륙이 있을 수도, 그리고 또 다른 미싱링크가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내 돌아섰다.
“대장님, 저희는 준비를 갖추고 미지의 바다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가 의지를 내비치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와 함께 둔중한 효과음과 함께 화면이 어두워지고 스탭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여기까지가 엔딩이네요.”
-마지막 대사가 딱 그거네 ㅋㅋ
-ㅂㄱ ㅁㄱㄹ ㄷㅇㄹ!
-갓버지의 가르침 ㅠㅠㅠ
-우리들의 모험은 이제 시작이야 엔딩 ㅋㅋㅋㅋ
-아 다음에 신대륙 열리나보다
-라이브 업데이트니까 이게 맞긴 해 ㅋㅋㅋㅋ
크로스 플랫폼 게임다운 엔딩이었다.
* * *
스탭롤이 끝나자 이경복과 박주호는 다시 항구로 돌아왔다.
“스탭롤이 안 길어서 다행이군.”
“빨리 감기가 있어서 좋네.”
-아 ㅋㅋ 빨리 또 게임하시라구요
-스킵 안 한 것만 해도 예의 차린 거임 ㅋㅋㅋ
-개념 스탭롤 조아따 ㅋㅋㅋㅋ
-스킵이랑 빨리감기도 없는 스탭롤 보면 개빡침 ㅋㅋㅋ
-진짜 ㅋㅋㅋ 강종마려움ㅋㅋㅋ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쳐서 주의를 끌었다.
“자,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광고라서 드리는 말이 아니라는 건 방송 보신 분들이 다 아실 거예요.”
그가 소감을 평하자 시청자들의 주의가 바로 돌아왔다.
“크로스 플랫폼 게임은 처음이었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모바일로도 할 수 있다기에 큰 기대는 안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즐길 거리도 많고 스토리도 깊이가 있었어요.”
-이건 진짜 킹정해야지 ㅋㅋㅋㅋ
-나도 첨에는 걍 해적이랑 해군이랑 패싸움 하는 겜인줄ㅋㅋㅋ
-생각 외로 디테일도 좋아서 놀랐음
-스토리는 진짜 생각도 못함ㅋㅋㅋㅋㅋ
그의 호평에 시청자들도 나름의 감상을 밝혔다.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제가 쉬운 게임은 그렇게 재미를 못 느끼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약간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오? 네가?”
박주호가 추임새를 넣자 이경복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에이지 오브 오션스는 게임플레이도 좋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낚시나 수영 등 해양 레저용으로도 추천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엌ㅋㅋ 이형 또 낚시 얘기하는 거 보소
-근데 방어 먹방은 진짜 개쩔긴 했어 ㅋㅋㅋ
-아 ㅋㅋ 사람 개많은 해수욕장 왜감? 속편하게 에이지 오브 오션스 하고 말지
-혀엉? 이렇게 하는 거 맞지!?
시청자들이 맞장구를 치자 이경복은 웃으며 마지막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뭐냐? 이 모든 컨텐츠를 무과금으로도 즐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채팅창의 반응은 이전과 달랐다.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
-혀엉? 방송에서 보여준 건 형만 할 수 있어!
-무과금은커녕 핵과금러도 못 따라함ㅋㅋㅋㅋ
-아 ㅋㅋ 퍼지컬이랑 퍼파고 같은 친구를 주던가
-친구가 없는 건 님이…
-나쁜말 그마내!
장난스럽게 부정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이경복이 헛웃음을 흘리려는 찰나였다.
“이게 말이 됨!?”
범선 쪽에서 퍼무새가 날아왔다. 주인공이 그에 손뼉을 치며 웃었다.
“아, 퍼무새가 자기도 잊지 말라고 온 거 같네요! 펫도 아주 귀여운 게임이라는 거 잊지 말아주시고요!”
-타이밍 무엇?
-씬스틸러 퍼무새 ㅋㅋㅋㅋㅋㅋ
-퍼무새도 부정하는 퍼펙트 무과금ㅋㅋㅋㅋ
-아닠ㅋ 근데 진짜 저 대사 치트키아니냐고 ㅋㅋㅋ
-퍼무새 ㄱㅇㅇ
-1인 1퍼무새 도입이 시급하다구욧!
시청자들이 그에 웃는 사이 이경복은 힐끗 시간을 확인했다.
‘애매하게 시간이 또 남았네.’
마지막 미싱링크부터 엔딩까지 공략이 빠르게 진행됐다. 이에 평소보다 시간이 더 많이 남았다.
‘어제도 조금 일찍 끝냈었는데.’
방송을 끝내려면 끝낼 수도 있었지만 어제도 방송을 조금 일찍 끝냈던 터였다.
시청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이경복이 고민하는 와중이었다.
[‘ログゲームズ’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개발사 로그게임즈입니다! 퍼플 님의 훌륭한 플레이에 감사드립니다! 특별 보상을 준비했으니 홈페이지를 확인해주세요!]
갑자기 들어온 후원에 모두가 놀랐다.
-헐? 찐임?
-저 일본어 로그게임즈라고 읽는 게 맞긴 한데 ㅋㅋㅋ
-아닠ㅋㅋ 백만 박으면서 사칭하겠냐고 ㅋㅋㅋㅋ
-특별 보상?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홈페이지라고?
시청자들은 물론 이경복도 의아해했다. 바로 박주호를 돌아봤지만 그 역시 모르는 일이라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아, 광고주님! 후원 감사합니다. 특별 보상이라니 이건 정말 깜짝 선물이네요.”
“혹시 몰라 말씀드리지만 이건 정말 저희도 몰랐던 겁니다.”
계정의 진위여부는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게임 중에 후원이 들어왔다는 건 최병훈이 이미 확인을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이어 이경복은 바로 게임을 종료하고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뭐얔ㅋㅋㅋ
-무친ㅋㅋ 진짜 대박이다
-지금부터 로그게임즈는 명작개발사다!
-아 제발 스포하지마라 진짜
-이거 스포하면 NEVER에서 법적 조치 취해야 됨!
-팍씨! 법무팀 맛 좀 볼래?!
그 사이 채팅창은 한 박자 앞서 환희에 찼다. 이경복이 게임을 종료하는 사이 몇몇 시청자들이 홈페이지를 확인한 덕분이었다.
“오, 반응이 심상치 않네요?”
이경복은 바로 홈페이지를 열었다. 페이지 로딩이 평소보다 시간이 걸렸다.
-아오 답답햌ㅋㅋㅋㅋㅋ
-트래픽 쏠린 거 무엇?
-트수들 다 나와!
-착한 퍼청자들은 방송으로 같이 확인하라구웃!
-다행히 서버 터질 정도는 아닌 덧 ㅋㅋㅋ
갑자기 몰린 접속량 때문이 분명했다. 이윽고 페이지 로딩이 끝나자 팝업창이 튀어나왔다.
[PERFECT PLAY!]
[레비아탄 최초 공략 기념!]
[(이게 말이 됨?)]
양쪽 눈 위에 ‘X’가 붙은 레비아탄의 이미지와 함께 말풍선 아래 퍼무새가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보상안이 드러났다.
[지금 접속하시면 사랑앵무(보라) 증정!]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보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아, 퍼무새를 주네요?”
-아닠ㅋㅋㅋㅋ 팝업창 개웃기넼ㅋㅋㅋ
-엌ㅋㅋㅋ 1인 1퍼무새를 해줘버리네 ㅋㅋㅋ
-WA! 나도 이제 퍼무새 주인!
-???: 하… 이게 말이 됨?
-바로 의미가 달라져 버리고?
-퍼무새 트수들 붕쯔붕쯔에 현타와버리기 ㅋㅋㅋㅋ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그에 기뻐했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건 아니었다.
-아니 이건 좀;;
-레비아탄 공략 불가 아님?
-공략 불가 대괴수 잡았는데 보상이 ㅅㅂ ㅋㅋㅋㅋ
-킹직히 퍼무새 무료펫 아님?
-ㄹㅇㅋㅋ 줄 거면 좀 유료펫을 뿌리던가
이경복이 이루어낸 업적에 비하면 보상이 부족하지 않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 의견은 바로 반박됐다.
-ㄴㄴ 이거 개쩔음ㅋㅋㅋ
-혀엉! 팝업 눌러줘잉!
-상세 내용 확인 필수!
-트수들 다 나와아아아아아!
이경복이 이에 팝업창을 누르자 화면이 새로 고침 됐다.
“어? 설치 파일이네요?”
새로 열린 페이지에는 첨부된 파일이 있었다. 이내 아래 내용을 읽어본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감탄을 터트렸다.
“와! 이거 설치하면 퍼무새가 스튜디오에도 오는 거예요?”
-헐? 소스를 아예 무료 배포한다고?
-무친ㅋㅋㅋㅋ 겜에서만 주는 게 아니랔ㅋㅋㅋㅋ
-와 ㅋㅋ 이건 진짜 큰 결심했네
-이건 개발사 자산이나 다름없는 건데 ㅋㅋㅋㅋㅋ
-로그게임즈 아십니까? 완전 갓개발사입니다!
게임 내에서 증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퍼무새 소스 파일을 각 캡슐에 직접 설치할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 굳이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퍼무새를 가상현실 스튜디오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뭐예요? 왜 진짜 1인 1퍼무새에요!?
-(게말콘)(게말콘)(게말콘)
다들 아까워했던 아이템 사용.
그러나 재미를 우선한 이경복의 판단.
-퍼펙트 스노우볼 ㅎㄷㄷ
-맞네 ㅋㅋㅋ 갓플이 거기서 레비아탄 잡아서 ㅋㅋㅋㅋ
-야씨 ㅋㅋㅋ 이러면 크먹주 써도 남는 장사짘ㅋㅋㅋㅋ
-덕분에 내 스튜디오 스펙이 올라버리고?
-갓플이 우리에게 퍼무새를 하사 하셨다!
그것이 1인 1퍼무새 보급을 실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