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화 - 노스탤지어 (5)
퍼무새를 스튜디오에 입주시킬 수 있다. 그 사실에 모두가 들떴다.
“와, 이거 진짜 뜻밖의 선물이네요! 한 번 바로 해볼게요!”
이경복도 즐거워하며 소스 파일을 받았다.
-퍼무새는 못 참지!
-즉.시.입.양
-진짜로 스튜디오에 퍼무새 오는 거?
-이제 앞으로 방송에서 퍼무새를 볼 수 이따!?
-킹직히 광고 끝나면 못 볼 줄 ㅋㅋㅋㅋ
시청자들의 기대 속에 설치가 끝났다. 이경복은 그에 스튜디오 조작 패널을 불러왔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다들 왜 그러나 싶은데.
“크흠. 그, 제가 스튜디오 설정은 퍼파고랑 편집자한테 맡겨서요.”
이경복은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닠ㅋㅋㅋ 갑자기 훅 들어오넼ㅋㅋㅋ
-여기서 뉴비 티를?
-스튜디오 설정도 모르는 서터리머가 이따?!
-이 형 스튜디오가 좀 기본값이긴 해 ㅋㅋㅋㅋㅋ
-여기서 쇼츠 각을 보네 ㅋㅋㅋ
그사이 설정이 저절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 퍼파고가 왔나 보네요.”
먼저 로그아웃을 한 박주호가 원격으로 조정을 한 것이었다.
-아닠ㅋㅋ 진짜 AI같넼ㅋㅋㅋㅋ
-퍼펙트 해킹이다!
-진짜로 퀵핵 써버리기 ㅋㅋㅋ
-오? 나온다!
-뭐임? 로그인 창이 뜨네?
소스파일 설치가 끝나자 에이지 오브 오션스 로그인 창이 나타났다.
“유저분들을 위한 혜택이라서 로그인이 필요한 모양이네요.”
자동 로그인 설정을 해두었기에 로그인 창은 금방 사라졌다. 이윽고 게임 속 모습 그대로 퍼무새가 날아왔다.
“이게 말이 됨?”
퍼무새는 곧바로 이경복의 어깨 자리를 잡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슬금슬금 옆으로 움직이며 이경복의 볼에 머리를 부볐다.
-와 진짜 되네 ㅋㅋㅋㅋ
-퍼무새 커엽ㅋㅋㅋㅋ
-환경이 달라져서 낯설은 듯 ㅋㅋㅋ
-???: 쭈인! 여기는 어디냐!
-불안해서 붙어 있는 거 보소 ㅋㅋㅋ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어주었다. 다행히 기분이 좋아졌는지 퍼무새는 몸을 흔들거렸다.
“아, 역시 다시 봐도 귀엽네요.”
-아빠 미소 무엇?
-나도! 나도 할 거야!
-ㄹㅇㅋㅋ 바로 설치해야지
-혀엉! 나도 머리 긁어줘!
-무친ㅋㅋㅋ 퍼무새 쪽이었냐고
이경복과 퍼무새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흐뭇해했다. 이내 그는 스튜디오를 쭉 훑고는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여러분도 보시다시피 제 스튜디오는 사실 기본 상태나 다름이 없거든요? 그나마 배경에 있는 채널 로고나 가구들도 다 퍼파고랑 편집자가 설정해준 겁니다.”
이경복은 스튜디오 꾸미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방송의 주요 컨텐츠가 게임이었던 만큼 스튜디오는 비중이 적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좀 달라져야 되지 않나 싶네요. 퍼무새가 지낼 새장이나 장난감 같은 것도 알아봐야겠습니다. 전에 얼핏 들었던 것 같은데 에셋스토어? 거기서 찾으면 되죠?”
-ㅇㅇ 거기서 찾음 됨
-무료도 꽤 좋은 거 많음 ㅋㅋ
-퍼무새 찐으로 아끼는 게 느껴지는 거시고요?
-아 ㅋㅋ 나도 찾아봐야겠다
덩달아 신나하는 시청자들의 모습에 이경복은 짙은 미소를 보였다.
“아, 좋습니다. 제가 또 이런 안목은 없어서요. 혹시 괜찮은 거 있으시면 제 팬페이지나 퍼지데이 팬카페에 공유해주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갓플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이따?
-엌ㅋㅋㅋ 에셋스토어 다 뒤졌다!
-진짜 뒤지는 거였고?
-5252, 퍼지데이 팬카페가 아니라 퍼무새 팬카페가 되어버린다구웃!
-퍼청자한테 외주 맡겨버리기 ㅋㅋㅋ
-블랙기업식 외주 ㅎㄷㄷ
시청자들이 슬슬 놀리려 하자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에이, 외주라뇨. 좋은 건 같이 누리자는 거죠. 아무튼 이렇게 좋은 선물도 받았는데 그냥 돌아갈 수 없죠. 제가 알기로 로그게임즈에서 업데이트 로드맵을 발표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참에 한 번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이경복은 홈페이지 공지사항으로 이동했다. 로드맵 확인 전 그는 깜빡했다는 듯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광고는 아닙니다. 광고는 엔딩까지였고, 이건 진짜 제가 궁금해서 보는 거예요.”
-숙제가 아니라고?
-어 ㅋㅋㅋ 그러네 광고 표시 사라졌음
-WA! 추가시간!
-무슨 노래방이냐고욬ㅋㅋㅋㅋ
-애프터 서비스 ㅁㅊㄷㅁㅊㅇ
-이러니까 다 퍼플 코인만 찾게 되잖슴!
-광고계의 퍼플칩은 진리다 이마리야
이경복은 정리된 내용을 곧장 살폈다. 그는 진심 어린 감탄과 함께 내용을 입에 담았다.
“오, 뭔가 많습니다. 일단 가장 빨리 업데이트 되는 건 신대륙이네요. 엔딩에서 주인공이 말한 거죠?”
첫 번째는 플레이 영역의 확장이었다. 게임 속 주인공이 말한 대로, 기존 해도를 넘어 새로운 바다와 대륙으로 갈 수 있게 될 예정이었다.
“거기서 새로운 종족을 발견하게 되나 봅니다. ‘나가’라고 하는데 기존에 바다괴물들과 달리 지성이 있는 종족이네요.”
이내 이경복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어? 뭐야? 이거 플레이어블 종족이네요?”
-플레이어블? 그럼 선택할 수 있는 거?
-옼ㅋㅋㅋ 이제 인간만 하는 게 아니네
-신종족 업데이트특) 그 종족 밖에 안 보임
-ㄹㅇㅋㅋ 다 나가지 ㅋㅋ
-트수들은 집에서 나가는 게 먼저 아님?
-헉
단순히 NPC가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종족이었다. 그에 이경복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이거 이러면 해저에서도 뭔가 할 수 있겠네요. 아, 밑에 있구나. 나가는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고 빠른 헤엄과 해양 생물과 교류가 가능하다네요.”
그는 진심 어린 감탄과 함께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거는 진짜 좋은 업데이트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게임할 때 해상 컨텐츠는 엄청 만족스러웠거든요? 그런데 보셨겠지만 해저는 완전 어둡고 위험한 곳으로만 나온 게 아쉬웠거든요.”
게임에서 보여준 해저는 대부분 ‘심해’였다. 또한 스토리 상 아틀란티스와 연관된 곳이 대부분이었으니 부정적인 묘사가 많았다.
“해양생태계 구현을 잘 해뒀는데 좀 더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개발진 여러분들이 다 계획이 있으셨네요.”
-ㄹㅇㅋㅋ 실제로는 스쿠버 다이빙이나 물고기들 구경하는 거 잼남
-스토리 딥한 거 보여줬으니까 이제 밝은 거 보여주는 거 맞지?
-킹직히 캐주얼 유저 잡으려면 이렇게 가야 됨ㅋㅋㅋ
-혀엉? 이거 숙제 아닌 거 맞아? 멘트 준비한 거 아니야?
-뒷광고 급 소감 ㅋㅋㅋㅋ
-아 ㅋㅋ 뒷광고가 아니라 퍼무새 협찬이라고 ㅋㅋ
-퍼무새는 킹정이지 ㅋㅋㅋ
이경복은 이내 공지 최하단에 도달했다.
“이거 사전예약도 있네요? 이거는 뭐 안 할 이유가 없죠?”
게임 출시는 물론 대대적인 업데이트가 진행될 경우 신청자에게 알림과 더불어 보상을 지급하는 시스템. 모바일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는 친숙한 종류였다.
로그인을 해두었기에 간단히 클릭만으로 사전 예약이 끝났다.
-오? 그러네?
-아 ㅋㅋ 당장 간다!
-킹직히 사전예약은 일단 하는 게 이득임 ㅋㅋㅋ
-안 하면 오히려 손해지 ㅋㅋㅋ
-광고주 진짜 오늘 날이네 ㅋㅋ
-의도치 않은 사전예약 홍보까지 해버림 ㅋㅋㅋ
-퍼무새가 그 정도 가치는 하자너 ㅋㅋㅋ
시청자들 역시 곧바로 그 뒤를 따랐다. 이경복은 이에 웃으며 퍼무새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자, 좋습니다. 향후 업데이트 방향까지 전부 살펴봤네요. 그럼 오늘은 방송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방송을 끝내기 적절한 시점이었다. 시청자들은 그에 아쉬움을 표했지만 그 정도가 덜했다.
-또 다시 돌아온 방종각…!
-엔딩까지 달렸으니까 뭐 ㅋㅋㅋ
-혀엉! 오늘도 재밌었어!
-킹부러! 퍼무새랑 놀려고!
-근데 나도 놀 거임 ㅎㅎ
-퍼무새랑 친해져야지!
-???: 이게 쭈인? 이게 말이 됨?!
-퍼무새 업계포상 ㅁㅊㄷㅁㅊㅇ
-아닠ㅋㅋ미친 건 님이잖슴ㅋㅋ
그들 모두 자신의 퍼무새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저는 다음 방송에서 뵙겠습니다! 트바!”
“이게 말이 됨?”
이경복과 퍼무새는 밝은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인사했다.
* * *
방송이 끝난 후.
퍼무새에 대해 알게 된 건 시청자들만이 아니었다.
“퍼플 경께서 퍼무새를 들이셨다?”
이클립스는 시청자들의 제보에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라이브 방송은 못 보지만 꾸준히 방송을 봐왔던 바, 그 역시 퍼무새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서두르시오! 이클 경!
-지금 퍼무새를 입양하고자 전국에서 사람들이 밀려들고 있소이다!
-어깨 공께 잠시 양해를 구하심이?
그는 대회 이후에도 메탈 펀치를 즐기고 있었다. 다른 게임을 하기 전에 오메가까지는 승급하겠다고 마음먹은 덕이었다.
하지만 번번이 오메가 수문장인 어깨를 만나 실패하고 말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으음, 재승부는 잠깐 미뤄두어야겠구려. 어깨 공께 서한을 작성해야겠소.”
캐릭터 선택 창을 앞두고 이클립스는 채팅을 쳤다. 이에 어깨의 답변이 돌아왔다.
[>오늘은 벌써 끝내신다고요?]
[>혹시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무슨 일 생기셨습니까?]
[>도와드릴 수 있으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어깨는 아쉬움과 걱정을 표했다. 이클립스처럼 패배해도 꺾이지 않고 재도전하는 상대가 흔치 않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가 어떻게 사정을 전달해야 하는 와중이었다.
[>아, 퍼무새? 저희 쪽에서 퍼무새 얘기가 나오네요?]
[>퍼무새 지금 배포중이라는데 혹시 이거 때문이신가요?]
[>그럼 이참에 잠깐 쉬시죠^^]
어깨의 답변이 바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어깨 역시 시청자들의 제보를 받은 모양이었다.
이전 대회로 트라이 시청자만이 아니라 세렝게티 시청자들도 이경복에게 관심을 가진 덕분이었다.
-어깨 공께서는 역시 연륜이 드러나시는 구려
-즐거운 기분을 표현하는 저 ‘^^’가 확실한 증거요!
-이미 퍼무새에 관한 소식이 어느 곳이든 파다하오!
-이클 경! 시간이 생겼으니 서두릅시다!
이미 여러 커뮤니티에도 배포 소식이 전달됐다. 이클립스는 그에 기억을 되짚었다.
“역시 퍼플 경께서는 사람을 줄 세우는 데 일가견이 있으시오. 이번에는 좀 서두르겠소이다.”
대기열이라면 이제 사양하고 싶었다.
한편 그와 연이 있는 또 한 사람, 데시벨의 방송에서도 관련 소식이 전달됐다.
“헐? 퍼무새요!? 진짜?”
그녀는 놀람과 동시에 몸을 던져 바닥을 굴렀다. 그 사이로 형형색색의 탄환들이 지나갔다.
-아닠ㅋㅋㅋㅋ 놀라면서 피하는 건 뭔데
-여윽시 반사신경 ㅁㅊㄷㅁㅊㅇ
-사격만 좀 더 잘하믄 쉽게 깰텐데
-일단 회피 능력만 인증하면 특집 기사에 맞지 않나?
전문 리겜러에서 종합 게임 스트리머 전향을 발표한 뒤, 그녀는 예상 밖의 제안을 받았다.
바로 게임웹진, 메타게이머와 협업해 특집 기사 ‘그게 보여요?’를 준비해보자는 것이었다.
신혜림 기자의 주도로 진행된 이 특집은 리듬 게임과 격투 게임, 그리고 슈팅 게임에 필요한 능력을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으아! 죽었네… 불렛 타워 진짜 어렵네요.”
리듬 게임은 물론 메탈 펀치에서도 활약한 그녀는 슈팅 게임, 혹은 탄막 게임으로 유명한 ‘Exit The Bulletower’를 플레이하고 있었다.
-?
-데눈나가 이걸 못 피한다고?
-이거 킹부러 죽은 거네ㅋㅋㅋㅋ
-아 ㅋㅋㅋ 퍼무새 받을라고 그런 거잖슴!
-퍼무새는 못 참지 ㅋㅋㅋㅋㅋ
눈치 빠른 시청자들의 말에 데시벨은 배시시 웃었다.
“아, 좀 티났죠? 아니, 그래도 퍼무새 통해서 저희 사부님 기운 받으면 이거 클리어 될 것 같아요!”
그녀는 자신의 방송에서 이경복을 ‘사부’라고 불렀다. 비단 격투 게임 실력만이 아니라 방송적으로 가르침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이내 데시벨은 바로 게임을 종료하고 에이지 오브 오션스 페이지로 접속했다.
“와… 이거 너무 버벅인다.”
홈페이지 로딩이 매우 느렸다. 사람들이 몰려든 탓이 분명했다.
다행히 시청자들에게 해결책이 있었다.
“오? 이 링크 뭐예요? 바로 다운로드 되는 거? 고마워요! 역시 시벨롬들 밖에 없다!”
파일 다운로드 링크를 바로 채팅창으로 전달한 것이다. 그녀가 기뻐하자 채팅창이 들썩였다.
-속지 마! 해킹이야!
-랜섬웨어 드렸습니다^^
-아닠ㅋㅋㅋㅋ 주소 보면 찐이자넠ㅋㅋㅋ
-데눈나 이거 진짜 바이러스인줄 안다고 ㅋㅋㅋㅋ
-시벨아… 제발 의심 좀 해라…
그녀는 이에 당황한 듯 눈을 굴렸다.
“어? 어어? 이거 받으면 안 되는 거야? 아, 제발 놀리지 말고 쫌! 다운 속도는 또 왜 이러는데에에!”
이전이라면 시청자 눈치를 살폈겠지만 그녀는 이제 편하게 감정을 드러낼 수 있었다.
-아 ㅋㅋ 또 당해버렸쥬?
-시벨아 또 속냐!
-와씨 ㅋㅋ 속도 진짜 극혐이네
-사람 얼마나 몰린 거야 이거 ㅋㅋㅋㅋㅋ
-갓플 방송 라이브로 보고 바로 받은 사람들이 승리자임 ㅋㅋㅋ
-나는 받았지롱 에붸붸붸붸
그녀의 반응에 시청자들은 더욱 즐거워했다.
그리고 또 한 명.
“아니, 퍼무새 아직 못 받은 한국인이 있다고?”
“이게 말이 됨?”
지놈은 데시벨과 달리 시청자들을 놀리는 쪽이었다.
“퍼무새 공짜로 줬는데 왜 못 받음? 진짜 모름.”
그는 여유롭게 퍼무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입꼬리를 올렸다.
-아옼ㅋㅋㅋ 딱밤마렵네 진짴ㅋㅋㅋㅋ
-진짜 모름 ㅇㅈㄹ ㅋㅋㅋㅋㅋ
-이상하게 퍼무새가 같은 말 하는데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네 ㅋㅋ
-추놈이 퍼무새를 오염시켰다!
-퍼무새가 아니라 추무새가 되어버린 거시고요?
-그스그시에 이은 그스그무샠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장난스럽게 분개하자 지놈이 웃음을 터트렸다.
“얘들아, 내가 또 너네 놀리려고 그렇게 부지런떨었겠어? 아, 물론 그것도 맞긴 한데.”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보상 안내 페이지가 화면에 나타났다.
“지놈 하면 또 뭐냐? 해부학 아니냐? 내가 홈페이지 마비될 줄 알고 미리 스샷을 다 따놨다 이말이야.”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해부학과 이 스크린샷이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너희들 이거 안내사항 보지도 않았지? 이게 또 살펴보면 보통이 아니야. 꽤 혁신적인 마케팅 법이라고 봐야지.”
-아니 ㅋㅋ 다운 누르기 바쁜데 안내사항을 왜 봄 ㅋㅋㅋ
-이게 마케팅이라고?
-커뮤 퍼진 거 보면 꽤 효과 좋긴 해 ㅋㅋ
-퍼무새 받으려고 신규계정 겁나 늘긴 했을 듯 ㅋㅋㅋ
-근데 혁신까지 붙일 정도임?
시청자들의 대답에 지놈은 손을 움직여 안내사항을 확대했다.
“자, 하나씩 짚어 보자. 일단 기본적으로 게임 소스를 보상으로 주는 경우가 내가 알기로는 없거든? 왜냐? 그 소스파일도 게임사 자산이거든. 그런데도 로그게임즈가 배포를 했다? 계산기 다 두드린 거거든.”
그는 이내 스크린 샷 하나를 더 띄웠다. 퍼무새를 불러올 때 나타났던 로그인 창이었다.
“자, 봐봐. 퍼무새를 스튜디오로 부르려면 일단 게임에 로그인 해야 되지? 이게 플레이어 확인 용도도 있지만 다른 의미가 있거든. 그게 뭐냐? 바로 서버 접속이에요.”
지놈은 이어 퍼무새를 조심스럽게 손에 올리고 카메라를 당겼다.
“진짜 까놓고 말해서 너희들 중에 퍼무새만 받고 게임에는 관심 없는 사람들도 많지?”
-메인 게임으로 하기는 쵸큼;;
-킹직히 스토리만 밀고 다음 업뎃까지는 방치할 듯 ㅋㅋㅋ
-???: 아니라곤 할 수 없지
-낚시용으로 가끔 켤 듯?
-원래 퍼무새가 메인 아님?
시청자들의 동조에 지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자, 여기서 개발사가 노린 포인트가 나와. 서버 접속이 필요하다는 뜻이 뭐냐? 바로 여기 퍼무새랑 인게임 퍼무새가 동기화가 필요하다는 뜻이거든!”
“이게 말이 됨?”
퍼무새는 이리저리 고개를 기울였다. 지놈은 내려둔 퍼무새에게 작은 흰색 제복을 내밀었다.
“자, 봐라. 이게 에셋스토어에서 찾은 앵무새용 코스츔이거든? 그것도 호환성 제일 좋은 유료 에셋이야. 그런데 이게 퍼무새랑은 호환이 안 돼요.”
그 말에 시청자들도 의미를 깨달았다.
-퍼무새 상태를 바꾸려면 인게임에서 해야 된다는 거?
-아 맞네 ㅋㅋㅋ 코스츔도 있었지 ㅋㅋㅋ
-해적 퍼무새 개커여웠는데 ㅋㅋ
-아… 어쩐지 내 퍼무새는 목소리가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내 목소리였던 거네
지놈이 올라오는 채팅에 손뼉을 쳤다.
“그렇지! 퍼플 목소리도 자산이니까 당연히 마음대로 못 쓰는 거고. 아무튼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 순정 상태로 놔두면 상관없는데 퍼무새를 꾸며주고 싶은 사람은 게임에 접속을 할 수밖에 없거든.”
그는 이내 다시 손가락을 튕겨 그래프 차트를 불러왔다.
“자, 우리가 보통 망겜과 흥겜을 구별하는 기준이 뭐냐? 바로 동접자 수거든! 그만큼 유저 수 유치하는 게 게임사들의 지상 과제에요. 로그게임즈는 퍼무새를 주는 대신 이걸 얻은 거야.”
-와씨ㅋㅋㅋㅋ 그러네ㅋㅋㅋ
-게다가 크로스 플랫폼이라 모바일 접속하면 부담도 없네
-게임은 안 해도 출첵하면서 제조는 돌릴 듯?
-아 ㅋㅋ 퍼무새 코스츔은 못 참지 ㅋㅋㅋ
-듣고 보니 진짜 윈윈이네?
-추놈이 해부를 잘하긴 해 ㅋㅋㅋㅋ
-트최입 클라스 어디 안 가네 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인정에 지놈은 과장스럽게 턱을 치켜 올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진정 어린 감탄을 뱉었다.
“이거는 진짜 지금까지 없었던 마케팅 방식이야. 이거 분명 다른 게임사도 곧 벤치마킹할 거거든? 이거 나중에 볼 관계자분들을 위해 꿀팁 하나 방출해준다.”
지놈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이거 따라하시면 안 됩니다. 뱁새 되는 거? 트수들만 그러는 거 아니에요.”
-광역도발 무엇?
-아닠ㅋㅋ어그로 미쳤네 ㅋㅋㅋㅋㅋ
-혀엉? 이거 괜찮은 거 맞아?
-뭐지? 이제 숙제를 하기 싫다는 거신가?
시청자 반응에 지놈은 과장스럽게 목소리를 높였다.
“어허! 누가 숙제를 안 해!? 그게 아니라 이게 진짜 특수한 경우, 퍼플과 함께한 ‘퍼무새’라서 가능한 마케팅이라 그런 거지. 뭣도 모르고 따라하면 욕만 먹는다니까?”
-꾸짖을 갈!
-밥그릇 건드니까 바로 화내는 거 보소 ㅋㅋㅋ
-근데 맞말이긴 해 ㅋㅋㅋㅋ
-퍼무새 아니고 걍 앵무새였으면 안 받지 ㅋㅋㅋㅋ
-갓플 없이 퍼플 코인을 타겠다? 이거 괘씸하거등요?
-뭐예요? 왜 진짜 꿀팁이에요!?
-당신 누구야! 우리 추놈 어디 갔어!?
시청자들이 그 뜻을 이해하고 동조했다. 이에 지놈은 웃으며 띄워둔 창들을 모두 치웠다.
“아, 그리고 약간 다르지만 퍼무새는 진짜 한국인이라 누릴 수 있는 특전이 있거든?”
-?
-뭔솔?
-이거 한국만 배포였음?
-ㄴㄴ 난 일본 홈페이지에서 받음
-아 맞네 ㅅㅂ 일본에서 받았음 더 빨랐을 텐데
시청자들은 의문을 표했다. 외국인이라고 퍼무새를 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아, 자식들. 내가 말하는 거 다 어디로 들었냐? 퍼무새는 인게임 설정을 따라간다니까? 이거 언어 설정이 한국어가 아니면 퍼무새 말버릇이 초기화돼요!”
지놈이 장난스레 답답하다는 듯 말하자 시청자들도 이해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닠ㅋ 그러면 의미가 없잖슴ㅋㅋㅋ
-진짜로 한국인이어야 퍼무새랑 놀 수 있는 거였고?
-한국인 제조기가 또?
-퍼한민국인이라 다행이다 이마리야
한국어를 알아야 온전히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 * *
일본 트위티.
[일본의 트렌드]
[#パムセ(6,971 트윗)]
[#Perfect_Parrot(6,278 트윗)]
[#이게_말이_됨?(3,841 트윗)]
[#イケ_マリ_デム?(3,117 트윗)]
실시간 트렌드에 퍼무새 키워드가 빠르게 올라왔다.
일본 시청자들 역시 퍼무새를 받고 자신의 퍼무새를 인증하기 시작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어이어이, 말버릇이 사라졌잖아 이거! 내가 바란 퍼무새는 이렇지 않아!]
[에또, 퍼무새에게 말버릇 가르쳐주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아니아니, 붙여넣기 정도는 해달라고 이거wwww]
[도배 채팅 방지를 위해 AO에서는 붙여넣기가 불가합니다. 비슷하게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일본어는 받침이라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아버렸다(웃음)]
[에-? 에에에에엣!? ‘イケ_マリ_デム?’ 트렌드 뭔가 했는데 카니우마콘이었다? 이게 마리 데무.
절대로 안 비슷하잖아 이거www]
새로 퍼무새의 말버릇을 설정해야 했지만 일본어로는 원래의 발음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웃는 이들이 있었다.
[하아? 바보냐 너희들? 퍼플 씨를 알게 된 이후에도 한국어 공부를 안 했다고? 나님은 이미 한글을 마스터 해버렸다고!]
[뭐어, 한글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운 건 역시 ‘한국어’겠죠. 랄까, 퍼무새 말버릇 설정 정도는 한글만 아는 걸로도 충분합니다만?]
[헤에-! 슌코도 퍼무새 데려와버렸다! 저기저기, 내 팔로워들도 말이지. 한국어, 배워두는 게 좋다고? 퍼플 씨를 좋아하면 결국 배우게 되니까 말이지!]
차근차근 한국어를 익혔던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말버릇 설정을 끝낸 덕이었다.
그렇게 트위티가 한국어 흉내 내기(?)로 뜨거워졌지만 결국 대안은 많지 않았다.
[한국어 배워야겠지만 말이지. 혹시라도 퍼플 씨가 일본어 배울 가능성은 없을까나?]
[아아, 퍼플 씨 외국어 약하다고 방송에서 밝혔으니까 말이죠. 가능성 높다고는 할 수 없지 않나요?]
[오오! 보통 외국인이 일본어를 배우는 계기는 아니메 말이지! 누군가 퍼플 씨에게 명작 아니메를 보여 달라고!]
[어이어이, 그만둬! 퍼플 씨를 오타쿠로 만들 셈이냐! 퍼플 씨라면 퍼펙트 오타쿠가 되어버릴 거라고!]
반대로 이경복이 일본어를 배울 가능성은 없을까. 그 가능성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자자, 논점은 좀 빗나갔지만 말이죠. 기본적으로 퍼플 씨가 일본어를 배울 필요성을 느껴야 된다는 점은 틀리지 않다구요?]
[그게 말이죠. 큐튜브 멤버십 영상 보면 일본어 더빙 유창하거든요? 퍼플 씨 곁에 일본어 능통한 사람 분명 있습니다.]
[일본을 좋아한다라. 퍼플 씨, 관광 같은 거 오면 되지 않을까나? 꽤 가까워서 오기 좋잖아?]
[에-?! 무리무리! 관광 와버리면 퍼플 씨 방송 멈춰버려! 그건 또 하나의 슬픔인!]
[한국에서는 ‘퍼손실’이라고 하는 현상입니다만. 만약에라도 와준다면 역시 방송을 쉴 때입니다. 랄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희망일 뿐이고www]
이경복의 일본 방문.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이경복은 물론 팀 퍼펙트 전원이 일본행의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건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