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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91화 (391/491)

391화 – 비즈니스 트립 (3)

오락실 앞에 선 일행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와, 건물 하나가 다 오락실이네요.”

“일본 사람들은 아직 오락실을 많이 다니나? 이게 유지가 되는 게 신기하네.”

“들어가 보면 알겠지.”

놀란 팀원들에게 이경복이 웃으며 말했다. 1층으로 들어서니 수많은 뽑기 기계들이 그들을 반겼다.

“아, 1층은 인형 뽑기네요.”

“인형도 있고 피규어도 뽑네.”

“굿즈도 뽑는 방식인가? 저 베게는 미끼상품인 것 같군.”

“일본에서는 이걸 크레인 게임이라고 부르더라고요.”

팀원들이 두리번거리며 기계 안에 든 상품을 구경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인형이 경품이었지만 이곳에는 피규어나 담요, 베개 같은 굿즈도 있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이경복의 눈에 띄는 경품 하나가 있었다.

“어? 이거 엘든 소울에서 본 것 같은데.”

“깃발 같은 건가?”

“아니, 깃발이라고 하기에는 좀 작은데.”

“그 뭐라고 하지? 기사들 팔에 붙어있던 건데. 기사단 증표라고 해야 되나?”

“아, 기사단 휘장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세 친구가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 조대한이 와서 답을 얘기해주었다.

이경복이 그에 반색했다.

“오, 그럼 이거 이클 님 선물로 드리면 되겠다.”

“맞네. 엄청 좋아하실 듯?”

최병훈은 좋은 기회라 생각했는지 바로 카메라를 들어 구도를 살폈다.

그 사이 뒤에 있던 매드맨과 퍼그말리온이 다가왔다.

“이걸 뽑으시려고요? 크레인 들어갈 틈이 너무 좁지 않아요?”

“게다가 한국이랑 달리 일본 크레인 고리는 3개가 아니라 2개뿐이던데…”

뽑기가 쉬워보이지는 않았다. 다른 이들도 그에 동의했지만 이경복은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잡히기만 하면 되죠.”

요금을 투입하고 그는 바로 크레인을 조작했다. 방향을 조절하는 스틱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잠깐. 확인 안 해?”

“너무 빠르신데?”

“어, 옆에서 좀 봐드릴까요?”

보통 이럴 때는 크레인 각도를 살피기 위해 기게 옆으로 돌아서 확인하지 않나.

그러나 이경복은 단번에 위치 조정을 끝냈다.

“여기서도 잘 보이는데요?”

그가 왜 돌아가야 하는지 오히려 의아해하는 와중 크레인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집중됐다.

“어, 어어…! 닿는다!”

다른 상자에 닿기만 해도 크레인이 옆으로 틀어질 터였다.

“아니, 안 닿았습니다.”

“햐, 저기 사이로 쏙 들어가네.”

다행히 크레인은 정확히 맞춘 것처럼 틈 사이로 들어갔다. 크레인 고리가 휘장이 든 상자를 잡았다.

하지만 잡는다고 끝이 아니었다. 무게중심이 맞지 않으면 크레인이 올라가는 도중 경품이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와, 딱 맞춰서 들어갔네요?”

“정확히 중앙으로… 진짜 대단하시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크레인은 정확히 경품 출구에 상자를 떨어뜨렸다.

이경복은 가뿐히 휘장 상자를 꺼내 최병훈이 든 카메라 앞에서 흔들어보였다.

“자, 보셨죠?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이클립스 님이 기뻐하시면 좋겠네요.”

그 자신 있는 멘트에 다들 헛웃음을 흘렸다. 이내 일행은 2층으로 향했다.

“어우, 뭐야? 여긴 사람 엄청 많네.”

“2층은 전부 AR 게임들이네요.”

“오! 맨션 오브 더 데드!”

“하여튼 총 쏘는 거만 보면. 야, 저기 타임 크라임 시리즈도 있다.”

2층은 증강현실 게임, 그 중에도 사격 게임이 대다수였다. 이미 플레이 중인 사람들은 모델건을 들고 목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1층에도 몇몇 사람이 있었지만 여기는 놀이공원처럼 줄을 서 있기까지 했다.

“일단 사람이 많으니까 내려올 때 다시 보기로 하고, 3층으로 가보죠.”

이경복의 말에 팀원들은 그대로 3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채 다 오르기도 전에 모두 그 층의 장르를 짐작했다.

“3층은 리듬 게임인가 보네.”

“그러게요. 볼륨 진짜 장난 아니다.”

그들의 예상대로 3층은 AR 리듬게임 기기들을 모아놓은 곳이었다. 가만히 서서 노트를 맞추는 정적인 게임도 있었지만 실제로 춤을 추듯 스텝을 밟는 게임들도 있었다.

나름 리듬 게임의 본고장 답게 3층에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아무래도 AR게임은 직접 움직이는 거라 땀이 좀 날 것 같습니다. 체험은 생략할게요.”

이경복은 슬쩍 둘러보고는 팀원들에게 말했다.

“기차를 3시간 타야 하니 땀 흘리면 좀 찝찝할 거다.”

“4층으로 가보죠!”

다들 동의하며 4층까지 올라섰다. 이경복은 눈에 보이는 풍경에 탄사를 흘렸다.

“아, 이게 제가 기억하던 오락실입니다.”

4층은 레트로 게임 존, AR이 아니라 고전 아케이드 게임 기계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이경복은 액션캠을 들고 이리저리 기계들을 돌아보며 멘트를 쳤다.

“생각보다 기계들 상태가 굉장히 좋네요. 와, 삼국지 이거 진짜 오랜만에 본다.”

“오, 보존상태가 좋긴 좋네! 10가이 이거 진짜 꿀잼인데.”

“던전 앤 티라노도 있군.”

“아, 저 이거 알아요. 스노우 시스터즈!”

다른 팀원들도 각자 자신이 아는 게임들을 발견하고 기뻐했다.

“그래도 역시 고전게임들이라 그런지 4층은 좀 한산하네요.”

아래 AR게임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상당했다. 그나마 사람들이 몰려 있는 구역이 있긴 했다.

“오! 메탈펀치네요! 리얼 메탈펀치 말고 오락실 버전입니다.”

바로 격투 게임을 모아놓은 구역이었다. 최병훈이 그에 구도를 잡기 위해서인지 먼저 앞으로 달려갔다.

“야, 여기 박물관도 있는데?”

“박물관?”

이내 최병훈의 말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락실에 무슨 박물관이 있단 말인가?

[Metal Punch Museum]

그런데 안쪽에 진짜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메탈펀치 관련 굿즈와 컨셉 아트, 그리고 예전 오락실 대회 시절의 역대 수상자 명단이 있었다.

“이야, 여기서 어깨 님을 또 뵙네요!”

이경복은 웃으며 액션캠을 들었다. 대회 수상자 명단에 ‘Shoulder’와 태극 마크가 버젓이 박혀 있었다.

“와… 캡슐 나오기 전까지 6년을 내리 우승하셨네.”

“이제는 오락실 대회가 열리지 않으니까 불변의 기록이 되겠군.”

“그러니까. 역시 레전드는 다릅니다.”

두 친구의 대화를 카메라에 담던 최병훈이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야, 너도 온 김에 기록 하나 세우고 가라.”

“나?”

“시청자분들도 네가 조이스틱으로도 잘할지 궁금해할걸?”

그 물음에 다른 세 사람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건 확실히 궁금하긴 해요.”

“과연 새로운 패왕은 오프라인에서도 패왕일까? 이런 느낌이죠.”

“분명 잘하실 것 같은데 직접 보는 건 또 다른 거라.”

이경복이 그에 웃으며 가볍게 손을 풀었다.

“그럼 한 번 타임 어택으로 해보죠.”

그는 액션캠을 옆에 두고 빈 기계 앞에 앉았다. 여러 캐릭터 중 ‘강너울’을 선택한 그는 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아, 감이 돌아오네요.”

그는 가볍게 웃으며 조이스틱을 움직였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동작이었지만 화면 속 강너울의 콤보는 끊임이 없었다.

NPC를 상대로 당연하다는 듯 단 한 번의 타격도 허락하지 않고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마치 같은 장면을 다시 재생하듯.

그는 연속으로 퍼펙트 승리를 거두기 시작했다.

“헤에? 사츠에에 추우카나”

“코노 히토 스고이잔!”

“에? 난다? 코노 히토 다레? 시떼루까?”

“이야이야, 젠젠 와카라나이 히토다.”

“에또, 코노 지츠료쿠나라 쇼루다아 노 젠세에키오 미루요.”

이에 몇몇 구경하던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이경복은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기운으로 대강 의도를 알아차렸다.

‘보기에 썩 나쁘지 않은 모양이네.’

정작 이경복은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조대한이 이에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했다.

“그, 저분들이 사장님 욕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엄청 칭찬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 대체 누구냐?’, ‘어깨 님 전성기 시절 같다’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이경복이 오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아니, 그 때문이 아니고. 약간 답답한 게 있어서요.”

“답답하다니? 뭐가?”

이경복이 그에 고개를 돌렸다. 미리 커맨드를 선입력한 덕분에 그는 게임 화면조차 보지 않아도 좋았다.

“캡슐 속이랑 다르게 내 마음대로 못 움직이니까. 그때처럼 재미있지는 않네. 확실히 추억보정이 좀 있는 것 같긴 해.”

그에 다들 놀란 와중 게임기계에서는 다시 퍼펙트가 울려 퍼졌다.

“에에? 마지카요!?”

“노오 힛토 쿠리아?!”

“아리에나이…!”

최종 보스인 카츠마저 퍼펙트로 클리어를 끝냈다. 그것도 단 한 번의 타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Clear Time Ranking]

[1st / 00:03:24 / ___]

[2nd / 00:06:12 / TRP]

[3rd / 00:06:47 / AAA]

이윽고 랭킹에 이름을 기입하는 화면이 나왔다. 이경복은 거의 기존 1등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으로 클리어에 성공하며 1등을 차지했다.

“와, 시간차이 대박!”

“역시 사장님이십니다!”

“게임 하나에 3분 컷이라니… 너는 오락실이 가성비가 안 맞겠다.”

그에 다들 감탄하는 사이 이경복이 액션캠을 잡았다.

“아, 이것도 추억 돋네. 모르시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 예전에는 오락실 랭킹에 3글자만 입력할 수 있었어요.”

이내 그는 이름에 ‘PP’까지 쓰고나서 눈을 굴렸다.

“기록이 영어로 로그지? 그게 L로 시작하는 거였나?”

“어, 맞아.”

“오케이.”

이내 그는 마지막 글자로 ‘L’을 입력해 완성시켰다.

“퍼플로그, 이렇게 쓰도록 할게요.”

‘Perfect Play Log’의 준말, 랭킹 1위의 이름은 그렇게 ‘PPL’이 되었다.

“자, 재밌었고요. 다른 게임도 더 둘러보겠습니다.”

그와 팀원들이 자리를 떠나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재빠르게 기계 화면을 찍고 트위티에 올렸다.

[어이어이, 누군가 이 이름 알고 있는 사람 없어?!]

[아케이드 격겜러에 엄청난 사람이 나타났다고!]

[뭔가 촬영 중인 느낌? ‘PPL’이라는 닉네임 쓰는 큐튜버나 스트리머 알고 있다면 멘션 부탁해!]

아케이드 격겜러 중에 ‘PPL’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기 위해서였다.

*       *       *

이경복은 그 후로 몇 가지 게임을 더 즐겼다. 레트로 게임만 즐기기는 아까워 3층에서도 정적인 리듬 게임 중 하나인 ‘빅 드럼 마스터’를 플레이했다.

“이야, 생각보다 팔 운동이 되네요.”

그는 양손에 든 북채를 가볍게 돌려 수납함에 꽂았다. 이내 나온 결과창에는 당연하다는 듯 모든 콤보가 퍼펙트로 기록되었다.

그 근처에 구경하던 리겜러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경복은 그 기록에도 ‘PPL’이라는 이름을 남기고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자, 일본의 오락실을 한 번 체험을 해봤습니다. 보셨듯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구비되어 있고, 레트로 존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시면 한 번 들러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그는 간단히 마무리 멘트를 치고 액션캠을 잡았다.

“슬슬 점심때네요. 저희는 밥 먹으러 이동해보겠습니다.”

“아, 깔끔하네. 이렇게 편집점 잡아주면 나도 좋지.”

그에 최병훈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다음 식당은 찾아뒀습니다!”

조대한이 밝은 목소리로 앞장섰다. 일행이 건물에서 나오자 그가 입을 열었다.

“아마 고급요리는 내일 먹게 될 예정으로 알고 있거든요? 샵팬덤에서 내일 식대를 부담하기로 했으니까요.”

“그럴 겁니다. 답사 일정은 샵팬덤 쪽에서 마련해 준 걸 선택했으니까요.”

“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은 대중적인 메뉴로 선정했습니다.”

일행이 도착한 곳은 오코노미야끼와 라멘을 파는 식당이었다. 그들은 들어가려던 중 가게 앞에 세워둔 칠판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이게 왜 여기에?”

“이야, 이모티콘 효과가 확실하네.”

분필로 직접 그린 그림이었다. 그런데 그 그림이 모두에게 친숙한 것이었다.

바로 음식을 보고 놀라는 게말콘 캐릭터의 모습이었다.

다들 그에 신기해하며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조대한이 주문을 마치고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밖에 그려진 그림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에 직원이 밝게 웃으며 화답했다.

“아, 그건 제가 그린 거예요! 귀엽지 않나요!? 카니우마콘이라고,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요!”

“아, 그렇군요.”

“네네! 혹시 관심 있으시면 지금 무료 배포 중이거든요. 게임 하나만 접속하시면 쓰실 수 있어요.”

“하하, 설명 감사드립니다.”

조대한이 웃으며 직원을 돌려보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전해주었다. 그에 다들 미소를 흘렸다.

“한국에서 코코아 프렌즈 캐릭터 쓰는 것처럼 쓴 모양이네.”

“아, 그렇죠. 가끔 보이죠.”

“진짜 신기하네요.”

이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모두가 기분 좋게 식사를 즐겼다.

“대한 씨, 다음에는 어디로 가나요?”

어느 정도 식사가 마무리 될 무렵 박주호가 물었다. 이에 조대한이 바로 눈을 굴렸다.

“도톤보리는 대강 다 훑어봤고요. 대표적인 관광지로 스카이 빌딩에 가서 도시 전경을 보셔도 되고, 전철 타고 조금만 더 가면 오사카 성이 있거든요. 아니면 조금 일찍 넘어가서 돗토리 사구에서 일몰을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미리 준비해둔 덕분에 선택지가 술술 나왔다. 이경복이 그에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간단히 투표로 결정해보죠.”

손을 들어 가고 싶은 곳에 투표하기로 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전원이 돗토리현으로 넘어가는 데 동의했다.

“오! 만장일치!”

“사실 도시 전경이라고 해도 한국이랑 비슷하니까요.”

“성이나 건축물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이왕 왔는데 좀 이국적인 풍경을 보는 게 낫지.”

“다들 생각이 비슷하네요.”

이경복이 흡족해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식사 끝내고 여유롭게 넘어가는 걸로 하죠.”

*       *       *

늦은 오후, 돗토리현으로 가는 기차 안.

이경복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안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들 피곤하시긴 했나 보네.”

“아침 일찍부터 나왔으니까.”

깨어있는 건 세 친구들뿐이었다. 나머지 세 사람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잠들어 있었다.

“야, 넌 여기까지 와서 작업이냐?”

반면 최병훈은 노트북으로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박주호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다가 또 탈 난다. 쉴 때는 쉬어야지.”

“야야, 괜찮아. 그리고 이건 어려운 것도 아니야. 중간에 까먹을까 봐 자막으로 아이디어만 메모해두는 거라 금방 해.”

촬영 중 떠오른 구상안을 해당하는 컷에 저장하는 중이었다. 이경복이 그에 헛웃음을 흘리다가 물었다.

“그래서 좀 어때? 잘 나올 것 같아?”

“뭐? 이번 영상?”

“아니, 나는 되게 즐겁긴 한데 이걸 시청자분들이 보고 재미있을까 싶어서.”

이경복이 멋쩍은 표정으로 말하자 최병훈은 실소를 흘렸다.

“야, 걱정하지 마라. 오히려 그게 더 좋아.”

“이게 좋다고?”

“당연하지. 시청자들이 원하는 게 바로 그거, 네가 즐기는 거거든.”

다른 두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최병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

“한번 생각해봐라. 시청자분들이 일본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이 영상을 보겠냐?”

“그건… 아니겠지.”

“그렇다고 재미만 추구할 거였으면 처음부터 이렇게 기획 안 했어. 웹 예능처럼 일본에 와서 수행할 미션 같은 걸 생각해왔겠지.”

그 말에 두 사람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기야 여행 전문 큐튜버도 많고, 먹방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도 많지.”

“그래, 인마. 게임이야 네가 최고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더 낫다고 볼 수가 없어요.”

최병훈은 그리 말하며 노트북을 돌려 화면을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선물에 기뻐하는 팀원들과 역으로 선물을 받아 기뻐하는 이경복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번 브이로그에서 보여줘야 할 건 바로 이런 거, 방송 밖에서의 네 모습이지.”

“오프라인의 내 모습?”

“그래. 엄밀히 말하면 일본이나 굿즈샵, 오락실 이런 거는 전부 배경에 불과해. 시청자들은 네가 어떤 사람이고,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고. 그게 인간 이경복의 모습이니까.”

방송에 노출 되는 건 스트리머이자 게이머인 이경복의 모습이 대다수였다. 가끔씩 비하인드 영상이 올라오긴 했지만, 그마저도 ‘업무’의 연장이었다.

이번 일본 여행 역시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지만 적어도 오늘은 달랐다.

팀원들과 함께 어울리는 건 일이 아니었다.

“원래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지는 게 사람 본능 아니냐.”

“음, 팬으로서 적극 동의한다.”

박주호의 동조에 최병훈은 웃음을 흘리고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영상이 재미있을지는 네가 고민할 게 아니라 편집이랑 자막으로 살려야 될 내 몫이고, 너는 그냥 그저 그대로의 모습만 보여주면 충분해.”

“음… 하긴 생각해보니 그러네.”

이경복은 그에 수긍하면서 다시 잠든 팀원들을 돌아봤다.

“일본에 와서 좋은 게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랑 일본에 와서 즐거운 거지.”

만약 혼자 왔다면 이렇게 즐거울 리가 없었다.

“이번 기회에 조금 더 친해지면 좋겠네.”

그에 두 친구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는지 궁금해 하기도 하더라.”

“뭐, 저녁에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하면 되겠지.”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

서로에 대해 알게 될 기회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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