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95화 (395/491)

395화 - 새 피규어는 어디서? (1)

이른 아침.

이경복은 눈을 뜨자마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다들 피곤했나 보네.’

평소 루틴대로 일어난 그와 달리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잠에 취해 있었다.

그는 조용히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스트레칭 몸을 풀었다.

‘먼저 씻는 게 좋겠지.’

다른 사람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샤워도구를 챙긴 그는 노천탕으로 들어섰다.

서늘한 공기가 피부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조용히 유카타를 벗고 따뜻한 노천에 몸을 담갔다.

“햐.”

절로 나오는 탄사와 함께 그는 하늘을 올려 보았다. 거짓말처럼 푸른 하늘이 눈에 담겼다.

‘다들 즐거워한 것 같아 다행이다.’

이경복은 어제를 되새겨보았다.

처음으로 하는 워크샵, 그것도 새로운 팀원인 퍼그말리온까지 끼지 않았나.

‘혹시라도 즐기지 못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아무리 이경복이라도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걱정이 무색하게 매 순간이 즐거웠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미소와 함께 머릿속에 다른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클립스 님이나 지놈 형이랑 같이 와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친구들과 팀원 외에도 그가 믿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퍼지데이 크루와 함께하는 여행은 색다른 매력이 있지 않겠나.

‘퍼지데이 브이로그도 시청자 분들이 엄청 좋아하실 것 같기도 하고.’

이번 브이로그에는 팀원들의 음성도 담기긴 했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일반인이었다.

스트리머로만 구성된 브이로그는 텐션이 또 남다르지 않겠나.

‘나중에라도 일정 맞춰서 가면 좋겠다.’

이경복은 이번 여행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즐거운 경험은 본래 여러 번 해보고 싶고,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법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경복은 천천히 얼굴까지 물 아래로 미끄러지듯 담갔다. 물속에서 바라본 하늘은 또 남달랐다.

‘내가 얼굴을 공개하면 라이브 방송도 할 수 있겠지.’

브이로그도 좋지만 역시나 최고는 시청자들과의 실시간 소통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들까지 함께 즐거운 경험을 공유한다.

그것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경복은 몸을 일으켜 젖은 머릿결을 쓸어 넘겼다. 온천에서 나온 그는 샤워를 하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이클립스 님은 왜 그렇게 노출을 꺼리시는 걸까.’

하관까지 노출한 자신과 달리 이클립스는 그 어떤 부분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저 곤란해 하는 수준이 아니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나처럼 사정이 있으시겠지.’

이경복에게도 과거가 있듯 그 역시 나름의 과거가 있을 터였다. 이내 그는 샤워를 마무리하며 생각을 떨쳐냈다.

“…너도 진짜 대단하다.”

방으로 다시 돌아오니 박주호가 일어나 있었다. 그는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하며 이경복을 올려봤다.

“어떻게 숙취 하나 없냐.”

“그거 몇 잔 먹었다고 숙취야.”

“하여간 아주 간도 퍼펙트하네.”

이경복이 그에 웃는 사이 부스스해진 얼굴로 조대한이 일어났다.

“어, 안녕히 주무셨슴까.”

“아, 좀 시끄러웠나요?”

“아뇨아뇨. 아닙니다. 일어나야죠. 흐으으…!”

조대한은 눈을 비비며 힘껏 기지개를 켰다. 반면 옆에 있던 최병훈은 꿈틀거리다가 이불을 끌어올렸다.

“야야, 일어난 거 다 안다.”

“…5분만.”

박주호가 그에 혀를 차고는 일어섰다.

“씻고 밥 먹으려면 지금 일어나야 돼.”

“그럼 1분…”

“일어, 나라고.”

그가 발로 이불을 꾹꾹 누르자 최병훈이 찡그린 얼굴을 내놓았다.

“아, 일어났다니까… 내가 아침에 원래 생각이 많아요. 눈 감고 그냥 명상 좀 하자.”

“헛소리하는 거 보니 잠 다 깼네. 그냥 일어나 자식아.”

두 친구가 실랑이를 벌이자 이경복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 이런 걸 브이로그에 담아야 되는데 아쉽네.”

브이로그라고 해서 모든 걸 기록할 수는 없는 법이였다.

*       *       *

“오, 여기 조식도 되게 깔끔하네.”

“그러니까. 두 그릇 먹으려다가 겨우 참았네.”

“…안 먹고 그냥 잔다던 놈이 할 말이냐.”

팀원들은 조식까지 먹고 준비를 마쳤다. 이경복은 양규리가 선물해준 양복을 갖춰 입었다.

다른 이들은 양복까지는 아니지만 모두 단정한 차림이었다.

“와, 진짜 미쳤다…”

퍼그말리온은 이경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끔한 양복의 핏은 이경복의 몸에 완벽하게 알맞았다.

거기에 비즈니스 미팅인 만큼 가볍게 넘긴 머리와 그녀가 선택한 선글라스까지 더해지지 않았나.

‘퍼펙트 비즈니스 맨!’

이 모습 또한 그녀의 뇌리에 강하게 박제됐다. 이 모습 그대로 피규어로 조형을 마치고 싶었다.

‘이게 벌써 몇 번째야?’

샌드보더, 유카타 차림, 학생, 그리고 비즈니스 맨까지. 이번 여행에서 떠오른 영감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녀가 머릿속으로 이 모습에 어울리는 배경과 소품들을 고르는 사이였다.

료칸 앞으로 고급스러운 리무진 밴이 멈추었다.

“아, 다들 먼저 나와 계셨네요! 어제 푹 주무셨나 모르겠습니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내린 사람은 바로 샵팬덤의 대표였다. 그가 밝은 표정으로 건넨 손에 이경복이 악수를 받았다.

“네, 어제 하루 무척이나 즐거웠거든요.”

이경복은 슬쩍 뒤를 돌아보며 조대한을 바라보았다.

“저희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제대로 가이드를 해준 덕분이죠.”

“아, 역시! 훌륭한 인재들만 모아두셨군요.”

조대한은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을 수 없었다. 그 사이 이경복이 간단히 첨언했다.

“네, 도톤보리도 구경하고 덴덴타운도 가봤습니다.”

“아! 덴덴타운! 거기까지 들리시다니 역시 치밀하시네요. 굿즈 시장을 또 직접 체험해보는 건 느낌이 다르거든요.”

대표가 그에 놀라다가 이내 바로 차로 안내했다.

“혹시 불편하신 점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어우, 불편하기에는 내부가 엄청 넓은데요?”

“혹시 몰라 넉넉하게 10인승 밴을 렌트했습니다.”

모드 탑승을 완료하자 차량이 부드럽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경복이 이내 깜빡했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아, 대표님.”

“예, 무슨 일이신가요?”

“다름이 아니라 사전에 설명 드린 것처럼 브이로그를 촬영 중이거든요. 혹시라도 아니다 싶으면 바로 이야기해주세요.”

“아유, 아닙니다. 오히려 저로서는 감사한 일이죠.”

그에 대표는 개의치 않아 했다.

“직접 굿즈를 홍보해주시는 건데 거절할 이유가 있나요. 저는 얼굴까지 다 나와도 상관없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양쪽 모두 웃다가 대표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리고 저도 일정 간단히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변동사항이 있는 건 아니죠?”

“그럼요. 전에 전달 드린 일정표대로 점심 식사 전에 2개 업체, 식사 후에 2개 업체를 답사할 예정입니다.”

어제는 여유롭게 여행했지만 오늘은 오롯이 비즈니스 일정뿐이었다.

“그리고 저희가 저녁까지 대접해드리고 공항으로 픽업, 귀국하시는 일정이십니다. 혹시 일본에 더 머무르실 생각은…?”

“그건 아닙니다. 돌아가서 방송해야죠.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정도는 당연하죠. 아, 그런데 매니저님이 들고 계신 건…?”

대표는 그에 웃다가 이내 박주호가 챙겨온 종이 백을 보며 물었다.

“아, 한국 전통주를 좀 사왔습니다. 업체에 전달 드릴 약소한 선물이죠.”

“아니, 선물을요?”

대표는 그에 미소 지으며 흡족해하다가 아차 하는 얼굴로 이마를 짚었다.

“아이고, 이런 디테일은 제가 또 챙겼어야 하는 건데 놓쳤네요. 혹시 괜찮으시면 선물비용은 저희 쪽에서 처리를 하는 게…”

“배려는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이경복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래서야 선물의 의미가 없기도 하고 대표님은 저희랑은 또 입장이 약간 다르시니까요.”

“입장이요?”

“예. 저희, 팀 퍼펙트는 어디까지나 클라이언트지만 샵팬덤과 피규어 업체 쪽은 대등한 협력관계잖아요?”

그 말에 대표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이경복은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니었기에 바로 말을 이었다.

“클라이언트 의사를 전달하는 건 샵팬덤에게는 당연한 일입니다. 업무에 충실하신 건데 협력 업체에 감사를 전하는 건 좀 이상한 일이죠.”

“그건… 확실히 맞는 말씀이십니다. 게다가 4개 업체 중에 아직 어느 곳과 계약할지 결정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죠. 나중에 계약이 확정되면 그때 감사의 의미라기보다는 격려 차원에서 성의를 표하는 걸로 충분하실 것 같습니다.”

이경복의 대답에 대표는 속으로 탄사를 흘렸다.

‘새삼 느끼지만 퍼플 님은 안목이 넓단 말이지.’

자신은 이경복과의 관계를 신경 써서 한 말이었다. 그러나 이경복은 그보다 넓게 보고 비즈니스 관계에 집중했다.

이번 공장 답사는 샵팬덤이 업체에 부탁한 게 아니라 팀 퍼펙트의 요청이라는 걸 선물을 전달함으로써 명확히 구분하려는 것이다.

그로써 어디까지나 샵팬덤과 피규어 업체는 대등한 협력 관계라는 걸 다시 주지시킬 수 있었다.

‘진짜 이 사람은 다르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물론 사업 파트너로서도 역시나 손색이 없었다.

*       *       *

차량은 이내 첫 방문지에 가까워졌다. 대표는 그에 간단히 브리핑을 했다.

“첫 번째는 ‘해피페이스’의 공장입니다. 피규어 브랜드인 ‘해피로이드’가 더 유명한 곳이죠.”

“아, 간단히 찾아봤었습니다. 저희 게말콘 피규어처럼 SD 사이즈더라고요.”

“네네, 맞습니다. 그런데 표현력이 부족하지 않아서 일본 내에서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IP와 콜라보를 했죠. 덕분에 해피로이드 시리즈 개수도 많고 국내 인지도도 높은 기업입니다.”

그 사이 차량이 천천히 멈추어 섰다. 팀원들이 내리니 작업복을 입고 있는 중년의 남성과 양복을 갖춰 입은 청년이 그들을 환대해주었다.

조대한이 바로 그들의 소개를 통역해주었다.

“아, 본사직원 분과 공장장님이 직접! 환대 감사드립니다. 이건 약소하지만 선물입니다.”

이경복은 준비해둔 선물을 건넸다. 그러자 공장장이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이것 참, 시간이 괜찮으시면 같이 잔을 나누면 좋을 텐데 아쉽습니다. 일정이 바쁘신 걸 알고 있으니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조대한의 실시간 통역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내 공장장은 정중하게 가까운 공장으로 들어섰다. 내부 규모를 확인한 팀원들은 하나 같이 입을 벌렸다.

“와… 엄청 크네요?”

“게다가 완전 깔끔하네? 무슨 반도체 공장인 줄.”

“이야… 확실히 유명할 만하네요.”

이경복과 박주호는 그들보다 더 규모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게말콘 피규어 제작 차 국내 업체를 방문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진짜 다르긴 하네.”

“확실히 시장 차이가 느껴지는군.”

그 반응이 만족스러웠는지 공장장은 만면에 미소를 띠며 설명을 이어갔다.

“피규어 제작 공정 자체는 아마 다른 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저희 직원들의 숙련도와 속도를 유념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그는 자신 있게 말하고는 첫 번째 단계인 ‘모델링’을 소개했다.

“가장 먼저 만들 피규어의 견본,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보통은 프로그램으로 하지만 때로 원형사들이 직접 완성품을 만들 때도 있습니다.”

“퍼그말리온 님이 필요한 이유네요.”

이경복의 말에 퍼그말리온은 쑥쓰러운 듯 고개만 주억거렸다.

“다음은 ‘프린팅’입니다. 견본 모델을 파츠 별로 구분되어 프린터로 생산하죠. 당연하겠지만 디테일이 복잡할수록 필요한 파츠의 개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전부 기계가 하는 단계라 크게 신경 쓸 건 없겠네요.”

수많은 3D프린터가 라인별로 파츠를 찍어내고 있었다. 공장장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하며 다음 공정으로 넘어갔다.

“3번째는 ‘후가공’입니다. 프린팅을 끝낸 파츠를 다듬는 과정이죠. 간단한 건 기계가 자동으로 끝내고, 복잡한 파츠는 직원들이 직접 수작업을 거칩니다.”

팀원들은 일하는 직원들을 보며 감탄했다.

“이야… 직원 분들이 엄청 많네.”

“라인별로 전문화가 되어 있는 거네요.”

“심지어 기계보다 빨리 끝내는 분도 있군.”

조대한의 통역에 공장장은 웃음을 흘리며 손을 내저었다.

“물론 이 직원들도 훌륭하지만 보다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한 건 다음입니다. 바로 ‘도색’이죠.”

다음 공정 역시 기계와 사람의 라인이 구별되어 있었다. 그들은 갖가지 염료로 피규어 파츠에 색을 입히고 있었다.

“확실히 색감을 표현하는 건 어려운 일이긴 해요. 잘못 덧칠하면 느낌이 완전 달라지거든요.”

퍼그말리온의 말에 다들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윽고 마지막 공정은 완성된 파츠를 하나의 피규어로 만드는 단계, ‘조립’이었다.

“마지막은 대부분 기계로도 충분합니다. 물론 출하에 앞서 직원들이 육안으로 마감을 확인해서 불량률을 최소화 하고 있습니다.”

“이야… 확실히 대량생산에 최적화 되어 있긴 하네.”

“이 정도 속도면 수량 부족은 걱정할 필요가 없긴 하겠네요.”

팀원들이 그에 소감을 표했다. 이경복도 비슷한 심정이었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전문가 의견이죠. 퍼그말리온 님?”

돌아온 물음에 팀원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됐다. 평소라면 부담스러워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굴리다가 공장장에게 물었다.

“프리미엄 피규어 생산 방식도 이와 동일한가요? 아마 예시를 사진으로 전달해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조대한이 바로 통역하자 공장장이 눈을 빛냈다.

“아! 그 피규어를 만드신 원형사십니까? 그 사진이라면 봤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원형사들도 모두 말이죠! 비록 사진만으로 본 것이지만 정말 놀라운 작품이었습니다!”

그의 극찬에 다들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가장 놀라운 건 조립식 피규어가 아니라는 점이었죠. 먼저 틀을 만들고 밖에서 안으로 조각하는 방식으로 보였는데, 제 생각이 맞나요?”

“네, 맞아요.”

그녀의 대답에 공장장은 탄사를 흘렸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놀랍군요. 웬만한 장인들, 그것도 실력에 자신이 없다면 그렇게 한 번에 완성시키지 못했을 겁니다.”

그 평가가 통역되자 팀원들 모두 한 박자 늦게 감탄을 터트렸다.

“이야, 엄청난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예요?”

“캬! 퍼그말리온 님이 알고 보니 더 대단한 분이셨네!”

“야, 본토에서 인정받을 정도면 뭐 말 다했지. 너, 이거 제대로 담아라.”

매드맨이 최병훈을 툭툭 치며 말하는 동안 공장장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앞서 질문에 답을 드리자면, 당신의 방식대로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원형사가 드물뿐더러 대량생산에는 맞지 않는 방식이니까요.”

그 대답에 웃음이 뚝 끊겼다. 다행히 퍼그말리온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신 원안이 될 모델을 전달해주시면 저희 쪽에서 파츠 별로 구분할 겁니다. 물론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상호 논의를 통해 파츠의 개수를 확정 후, 생산을 시작할 방침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경복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 퍼플 님.”

“네?”

“제안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혹시 실례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먼저 확인을 받고 싶어서…”

그녀가 말끝을 흐리며 눈치를 살폈다. 이경복은 이에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 걱정 마시고 편하게 말씀하세요.”

“저기, 그러면… 혹시 시제품 한 번 생산을 해볼 수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시제품이면 여기서 바로 모델링을 하시려고요?”

이경복이 놀라자 그녀가 빠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아뇨. 그건 너무 실례죠! 복잡한 건 아니고, 이 업체가 새로운 모델을 어느 정도로 구현하는지 보고 싶어서요. 지금 본 건 이미 자기들이 만드는 걸 보여주는 거니까…”

이내 그녀는 가져온 가방 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녀가 꺼낸 물건은 이경복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이거… 퍼무새 피규어잖아요?”

그녀가 팀원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만든 미니 피규어였다.

이경복은 그녀의 제안을 바로 신기를 가늠해 보고는 미소 지었다.

“좋은 생각 같습니다.”

이경복이 방송에서 그러했듯.

보여주는 것만큼 확실한 증명은 없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