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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97화 (397/491)

397화 - 새 피규어는 어디서? (3)

팀 퍼펙트 일동은 샵팬덤 대표가 예약해둔 식당에 도착했다. 커다란 대게가 간판에 떡하니 자리잡고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입구 옆에 붙은 작은 인증패였다.

“여기 위슐랭 1스타예요?”

“아니, 위슐랭은 생각도 못 했는데.”

“설마 또 이런 호사를 누릴 줄이야…”

팀원들이 그에 놀라자 대표는 만족스러운지 너털웃음을 흘렸다.

“아이고, 이 정도로 놀라시면 안 됩니다. 돗토리현이 소도시라서 여기가 최선이었던 거지, 저녁에 예약해둔 곳이 진짜입니다.”

“여기보다 좋다고요?”

“어우, 이거 너무 무리하시는 건 아니신가 모르겠네.”

“에이, 그렇게 생각하면 섭섭합니다? 저희 회사가 이 정도로 휘청거리지는 않거든요.”

대표의 너스레에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대형 룸에 자리를 잡자 준비된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맛보시라고 세트로 주문했습니다. 한번 드셔보시고 더 드시고 싶은 게 있으면 뒤쪽에 태블릿이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 뒤쪽에 메뉴가 나열된 태블릿이 준비되어 있었다. 대표는 즐거운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고 누가 주문했는지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부담 없이 주문하시면 됩니다.”

“어?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는데요?”

“뭔 얘기가 달라진다는 거냐…”

“으휴, 편집자 아니랄까 봐 드립 욕심은.”

그에 다들 웃는 와중 이경복은 액션캠을 잡았다. 막 멘트를 치려던 그는 아차 싶은 표정으로 대표를 돌아봤다.

“아, 여기서 브이로그 찍어도 될까요? 혹시 식사에 불편하시면 자리를 좀 바꿔서 조용히 진행하겠습니다.”

“아유, 아닙니다. 전혀 불편하지 않죠. 오히려 브이로그 촬영이 더 도움이 됩니다.”

대표는 그에 바로 손을 내저었다.

“저희가 어떻게 인플루언서를 대접해드리는지 알릴 기회가 아닙니까. 특히나 퍼튜브는 일본 시청자분들도 많으시니 홍보에 도움이 될 거고요.”

“그럼, 양해 감사드립니다.”

그리 대화를 마무리하는 와중 최병훈이 손을 들어 주의를 끌었다.

“자! 딱 한 번! 한 번만 인서트 찍고 갈게요!”

그는 카메라를 들고 신속히 테이블을 돌며 요리를 화면에 담았다.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십쇼!”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됐다.

이경복은 액션캠으로 요리를 찍으며 멘트를 남겼다.

“와… 여러분 보이시죠? 이거 수율이 엄청난데요?”

“이야, 이거 국물 미쳤습니다.”

“게는 또 내장이 진짜거든요. 이렇게 밥을 살짝 비벼서…”

먹기 좋게 삶아 나온 게 다리는 물론이고 대게가 통째로 들어간 전골과 내장을 따로 끓여 나온 요리도 있었다.

그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대표는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슬쩍 손을 들었다.

[돗토리현 특산품에 마쓰바 대게라고 숫게가 유명합니다. 간단히 설명해주면 좋으실 것 같아요.]

이경복이 뭔가 싶어 보니 그가 홀로그램 텍스트를 써서 보여주었다.

“아, 이게 마쓰바 대게라는 품종인가 봅니다. 새로운 걸 배웠네요.”

그리 떠들썩하게 식사가 이어졌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울 즈음이었다.

“퍼그말리온 님, 혹시 이거…”

최병훈이 새 접시에 게살을 모으더니 낮게 속삭였다. 이에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접시를 받았다.

그에 옆에 있던 박주호가 눈을 찌푸렸다.

“뭐야, 또 이상한 거 부탁한 건 아니지?”

“아니, 또라니?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리 두 친구가 틱틱대는 사이 그녀가 다시 접시를 되돌려주었다.

이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이거 뭐예요?”

“아, 지금 게살로 말을 만드신 거?”

“크으! 역시 퍼그말리온 님! 이게 리얼 게말콘이지!”

“영상각 뽑으려고 그런 거였나…”

게살을 뭉쳐서 작은 말 모양으로 만든 것이었다. 최병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옆에 밥을 얹고 게장을 살짝 부어 덮밥처럼 연출했다.

“붐! 게말콘 덮밥 완성!”

“…네가 뭘 했다고.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뇨아뇨, 저도 재밌었어요.”

다들 떠들썩한 와중 조대한은 슬쩍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는 이미 식사를 끝냈다. 체구가 작은 만큼 식사량이 적기도 했지만.

‘통역하려면 과식은 금물이지.’

중요한 순간에 화장실을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자제심을 발휘하며 슬쩍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사장님 이야기는 다행히 없어.’

그가 확인하는 건 일본 트위티였다. 이경복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만전을 기했지만 혹시 모를 일이라 틈틈이 트위티 트렌드를 확인 중이었다.

만약 누군가 이경복을 알아봤다면 대번에 트렌드에 오를 게 분명했다.

‘…응?’

이내 그는 눈을 크게 떴다.

트위티에 이경복에 관한 이야기가 올라왔다.

하지만 그 정체가 들킨 건 아니었다.

[일본의 트렌드]

[#疑問のゲーマー_PPL (1,012 트윗)]

[#ARCADE_NO.1_PPL (971 트윗)]

[#WHO_IS_PPL? (641트윗)

아케이드 게이머들 사이에서 그에 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       *       *

덴덴타운에 갑자기 나타나 온갖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사라진 게이머 PPL.

아케이드 게이머들은 그 등장에 놀라며 관련된 목격담이 쌓이고 있었다.

[내가 봤어! 분명 카메라맨이 있었다니까? 방송인이 틀림없다고!]

[에또, 저는 3층에서 그를 봤습니다만. 분명 마이크로 보이는 걸 차고 있었습니다. 랄까, 이야기 하면서 올 퍼펙트라니 믿기지 않아www]

[아아, 그때 놀라서 트라이 전부 뒤져봤다니까? ‘Arcade’ 카테고리는 물론이고 ‘Travel&Outdoors’에도 PPL 씨 보이지 않아! 대체 누구냐고 이거!?]

[라이브가 아니라 녹화 방송이었다? TV 프로그램일까나? 아니아니, 방송사 촬영치고는 사람 너무 적잖아! 어디 블랙기업인 거냐고www]

[PPL 씨, 선글라스 썼지만 절대로 미남이었어! 그런 아우라 아케이드 게이머 계에는 없다고? 아니, 그보다 미남들은 아케이드 오지 말라고!]

그에 관한 직접적인 목격담이 대다수였지만 그 주변 인물에 대한 목격담도 적지 않았다.

[저기저기, PPL 주변에 외국인 하나 있었지? 뭔가 키가 약간  작아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PPL 씨,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일본어 잘하는 서양인과 함께 움직였단 말이지? 조합 너무 특이하잖아 이거!]

[헤에-? 혹시 PPL 씨 외국인? 하지만 통역으로 왜 일본인이 아니라 서양인? 생각할수록 미궁에 빠져버린www]

무엇보다 기억에 남은 건 유창한 일본어를 사용하는 백인, 조대한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다른 팀원들에 대한 목격담이 있었다.

[PPL 씨, 뭔가 미인들과 이야기하고 있었지. 역시 연예계 쪽 사람들이었던 걸지도 모르겠네. 프로그램의 진행자 아닐까나.]

[아! 그러고 보니 그 미인 옆에도 뭐랄까, 인텔리계 남자 있었습니다. 혹시 PD 씨였던 걸까!? 아케이드와 어울리지 않아서 뭔가 이질감 느껴버렸다www]

[헤에-! 카메라맨 씨! 뭔가 곰 같은 인상이었어! 크레인 게임에서 뽑고 싶은 기분이랄까? 미후유는 그런 곰 같은 남자, 좋아한단 말이지!]

수많은 목격담이 있었지만 정확히 정체를 아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도리어 온갖 억측과 관심을 받고자 하는 이들이 꾸며낸 이야기를 쏟아내니 진실은 더욱 멀어졌다.

이에 아케이드 게이머들은 다른 주제로 돌아왔다.

[그보다 말이지. PPL 씨의 기록 이거 클리어 가능한 거냐고…]

[에-? 무리! 무리무리! 절대로 무리다! PPL 씨의 기록, 아케이드 게이머의 영원한 도전이 되어버렸다고www]

[아니아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절대로 오류라고 생각한다니까? 직접 안 봤다면 이거 분명 PPL 씨가 아니라 PPL 바이러스였다고!]

[이거이거, 당분간은 덴덴타운에 원정대가 끊이질 알겠는데? PPL 씨가 성지를 만들어버렸다고www]

바로 그가 갱신해버린 1위 기록이 그 주제였다. 그리고 이로 인해 1위였던 이들은 필연적으로 2위에 떨어졌다.

[@Metalpuch_Triple]

[에? 에엣-!? 내 혼신의 기록이 밀려났다? 정말이냐? 어깨 씨가 아케이드에서 물러나고 겨우 세운 기록이라고 이거! PPL 씨 너무하잖아www]

그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 중에는 유명인도 있었다.

[이런이런, 3분 클리어라니. 이렇게 되면 평생 2인자가 될 수밖에 없잖아. 도전의욕 꺾여버렸다고www]

이전까지 메탈펀치 아케이드 1위였던 기록 ‘TRP’의 주인, 바로 메탈펀치 일본 챔피언인 트리플이었다.

*       *       *

“여기는 업계 2인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시작된 오후 일정. 대표는 3번째 업체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름은 ‘고쿠키야’, 한자로는 극희당(極喜堂)이라고 쓰죠.”

이에 다들 의아해했다. 1위도 아니고 업계 2위를 왜 소개해준단 말인가.

그 의문을 미리 예상한 듯 대표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물론 이곳을 답사 리스트에 넣은 이유가 있습니다. 어느 하나에 특화되지 않았다는 게 꼭 단점은 아니거든요.”

“음, 확실히 저희 쪽에서 간단히 살펴봤습니다만 나쁜 평은 없었습니다.”

박주호의 말에 대표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바로 그겁니다. 일반 피규어나 액션 피규어, 그리고 프라모델 쪽에서도 고쿠키야는 1인자라 할 수 없죠. 하지만 그 모든 카테고리의 제품을 준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뭔가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느낌이네요.”

“아, 그 표현이 아주 적절합니다. 역시 퍼플 님이시네요!”

이경복의 말에 웃은 그는 검지를 올렸다.

“그런데 고쿠키야의 장점은 또 하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카테고리를 다루다 보니 판매 품목이 상당하거든요. 그래서 고쿠키야는 다른 업체와 다르게 직영점을 운영 중입니다.”

“직영점이요? 굿즈샵을?”

“아, 맞습니다.”

조대한이 조심스럽게 맞장구를 쳤다.

“덴덴타운에서 보셨듯이 굿즈샵은 일종의 편집샵처럼 운영되거든요. 여러 업체에서 만든 굿즈를 한데 모아 파는 거죠. 그런데 고쿠키야는 자기가 만든 굿즈를 모아서 직영점에서 독점 판매를 합니다.”

“그렇죠. 직접 또 보고 오셔서 제가 또 설명 드리기가 편하네요. 아무튼 직영점이라 고객 응대가 매끄럽고, 고객분들도 여러 굿즈샵을 전전하면서 발품 팔 필요가 없죠.”

박주호가 그에 눈을 굴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정리하자면 굿즈 자체 특화보다는 운영과 편의성이 뛰어난 업체라는 말씀이시군요.”

“피규어 퀄리티만 어느 정도 보장되면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좋겠네요.”

퍼그말리온의 말에 이경복이 미소지었다.

“직접 확인해보면 알게 되겠네요.”

어느덧 차량이 멈추어 섰다.

고쿠키야 역시 공장장이 직접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각자 소개와 선물을 전달한 후 이경복은 다른 곳과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아, 여기도 직영점이 있네요?”

공장 입구 쪽에 작게나마 고쿠키야의 굿즈샵이 마련되어 있었다. 공장장은 이에 그들은 안으로 안내하며 설명했다.

“아아, 그렇습니다. 몇몇 고객 분들께서는 직접 공장까지 와서 굿즈를 찾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아무래도 직접 수령하시는 쪽이 파손 우려가 적으니까요.”

“그거 완전 산지 직송 상품 같은 느낌이네.”

최병훈의 말에 다들 웃음을 흘리는 사이 공장장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아, 괜찮으시다면 전통주에 대한 답례로 원하는 굿즈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아유, 그럴 것까지는… 음?”

이경복은 그에 겸허히 거절하려다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시된 굿즈 중 그의 관심을 끄는 게 하나 있었다.

“아, 그건 저희 돗토리현 특산품인 대게를 캐릭터화한 오리지널 상품입니다. 뭐어, 그렇게 인기가 많지는 않습니다만.”

“그럼 혹시 이거 하나 받아도 될까요?”

“이거를요? 아니아니, 다른 굿즈도 괜찮습니다만…”

공장장은 물론 다른 팀원들도 의아해했다. 구태여 인기도 없는 피규어를 왜 원한단 말인가.

이경복은 액션캠으로 대게 피규어를 찍으며 설명했다.

“이클 님 선물은 샀는데 지놈 형 거는 아직이잖아. 이거 지놈 형 선물로 딱인 것 같아서. 형 시청자 팬네임이 ‘게놈’이니까 잘 활용할 것 같은데?”

“아하, 이 캐릭터를 게놈으로?”

“저희 시청자들 중에도 중복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음, 지놈 님 입담이면 충분히 가능하지.”

그렇게 이경복은 지놈의 선물을 확보하고 답사를 시작했다.

“확실히 무난하다는 느낌이 강하네요.”

“표준 공정에 최적화된 것 같다.”

“결과물도 별로 모자라지는 않아 보이네.”

달리 특별한 공정은 없었다. 그보다는 여러 카테고리의 안정적인 생산에 치중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 다들 평하는 와중 공장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괜찮으시다면 저희도 퍼무새 피규어 시제품을 만들어 봐도 되겠습니까?”

그 물음에 다들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퍼무새 피규어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공장장은 그에 멋쩍은 미소와 함께 설명했다.

“다른 업체랑 그렇게 담쌓고 지내는 게 아니라서 말이죠. 이미 여러 공단에 퍼무새 피규어에 대해 소문이 파다합니다.”

점심을 먹고 오는 사이 공단에 퍼무새 이야기가 퍼진 모양이었다.

“모쪼록 저희에게도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공장장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다. 이에 이경복은 대표와 시선을 교환했다.

“확실히 퍼무새가 먹히나 보네요.”

“크으,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낮게 속삭이며 웃는 두 사람.

이전까지는 제작을 요청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오히려 업체 쪽에서 부탁하는 상황으로 역전되지 않았나.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오호… 꽤 잘 뽑혔는데?”

“3번째 보는 건데도 다른 거랑 차이점을 잘 모르겠네.”

“그러니까요. 이게 구별이 되시나…?”

팀원들은 이리저리 고개를 기울였지만 퍼그말리온은 묵묵히 고개만 끄덕일 따름이었다.

이경복은 그에 실소를 흘리고는 다시 차량에 탑승했다.

“자, 그럼 다시 출발해보죠. 이제 마지막이네요.”

어느덧 비즈니스 일정의 종착지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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