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00화 (400/491)

400화 - 브이로그 코멘터리 (1)

늦은 저녁, 오사카 공항.

이경복과 일행은 차량에서 내려 기지개를 켰다.

“으아… 진짜 돌아가야 되는 구나.”

“공항에 오니까 실감이 나네요.”

“벌써 워크샵이 끝나다니…”

그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각자 짐을 챙겼다. 샵팬덤 대표는 남은 짐이 없는 걸 확인하고 이경복에게 말했다.

“오늘 하루 고생하셨습니다.”

“아유, 아닙니다. 대표님이 더 고생하셨죠.”

“저야 일이 잘 풀려서 힘들지도 않습니다.”

대표는 이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팝업스토어 건은 최대한 빨리 정리해서 전달 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말로 설명 드리는 것보다 준비과정이 복잡해서…”

“아, 네네. 너무 갑자기 문의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거 너무 일감을 몰아드린 게 아닌가 싶네요.”

이경복이 멋쩍어하자 그가 웃음을 흘리며 손을 내저었다.

“아이고, 죄송하시다니요! 저는 오히려 너무 기쁩니다. 일이 바쁘다는 게 잘 된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해주시다니 다행입니다.”

“아무렴요. 도리어 저는 퍼플 님께서 더 원하시는 게 있어서 안심했습니다.”

그 말에 이경복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대표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현재에 안주하시지 않고 계속 발전하시려는 거 아니십니까. 사업 파트너로서 기쁘지 않을 수가 없죠.”

“전부 대표님께서 도와주시니까 가능한 일이죠.”

“하아, 이거 또 훅 들어오시네요. 정말 사람 홀리게 하시는 뭔가가 있으시다니까요.”

대표는 그에 웃으며 이경복과 악수를 나누었다.

“쉬셔야 하는데 제가 배웅한답시고 너무 시간을 뺏은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대표는 배웅을 마치고 다시 차에 올랐다. 그는 계약을 마무리 짓기 위해 돗토리 현에 돌아갈 터였다.

‘그냥 거기 남으셔도 되는데.’

저녁 대접과 배웅을 위해서만 3시간 걸리는 기차를 왕복해서 타는 게 아닌가.

이경복은 그에 감사를 느꼈다.

“시간이 약간 남았으니 비즈니스 라운지로 가시죠.”

“아, 맞다. 돌아가는 것도 비즈니스지?”

“정말 마지막까지 호강이네요.”

비행기 시간까지 여유롭게 도착한 덕에 쉴 시간이 있었다. 이경복과 일행은 라운지에서 휴식을 취했다.

“다들 쉬시고, 혹시 면세점 가실 분들은 다녀오세요.”

아니, 적어도 이경복은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야, 그것보다 팝업스토어 얘기는 뭐야?”

“아, 그거 저도 궁금했어요!”

“저희 팝업스토어도 하는 거예요?”

친구들을 비롯해 팀원들 모두 팝업스토어에 관심을 표했다. 그 열의 가득한 눈빛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음, 그럼 막간을 이용해 회의를 미리 하죠. 대신 내일 정기회의는 없는 걸로.”

“오, 그거 좋네.”

“어중간하게 띄엄띄엄 쉬는 것보다 몰아서 쉬는 게 좋긴 하죠!”

“음, 효율적인 결정이다.”

그렇게 라운지에서 임시 팀 퍼펙트 회의가 열렸다. 당연하게도 안건은 이경복이 꺼낸 팝업스토어였다.

그가 식사 자리에서 대표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달하자 박주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요약하자면 필요한 건 장소와 인력이라는 거로군. 판매할 굿즈는 일본에서 수입해올 테니까.”

“맞네. 오프라인 판매는 직원이 또 필요하니까.”

“그건 샵팬덤 쪽에서 맡아줄 수 있으니까 괜찮은 거고요.”

“아, 그럼 역시 장소가 제일 중요하네요.”

“아무래도 비용 중에 대부분 지분 차지하는 게 장소일 겁니다.”

다른 팀원들도 그에 동조했다.

팝업스토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장소였다.

“그리고 제가 그냥 장소 대관만 하고 싶은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경복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그는 자신이 바라는 팝업스토어에 대해 설명했다.

“제가 굿즈샵을 둘러보면서 느낀 게, 뭔가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물건은 물론이고 그 공간 자체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찼다는 느낌이더라고요.”

단순히 굿즈만 판매할 거라면 온라인 판매로도 충분했다. 이경복이 바라는 건 팬들의 새로운 경험이었다.

퍼그말리온이 그에 눈을 빛냈다.

“그렇다면 인테리어도 좀 손을 댈 필요가 있어요. 퍼플 님 대표 컬러가 또 보라색이잖아요? 전부 뜯어고치는 건 무리지만 소품 같은 배치해줘서 느낌을 살리면 좋을 것 같아요.”

“오, 그거 좋네요. 사장님이 공간이나 세계를 언급하셨으니까  퍼플 스페이스? 퍼펙트 유니버스? 이런 네이밍은 어떨까요?”

“아, 대한 씨 아이디어 좋다. 이건 메모해놔야지.”

팀원들은 활기차게 이야기를 쏟아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으음, 아무래도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으니 논의에 한계가 있네요.”

“그래도 아이디어는 꽤 건졌으니까.”

“다른 사례를 좀 참고해보면 좋겠는데…”

이경복은 그에 잠시 고민하다가 톡을 열었다.

“지놈 형한테 한 번 물어봐야겠다.”

“지금?”

“아니, 약속 잡으려고. 어차피 선물도 줘야 되니까.”

그 말에 다들 고개를 주억거렸다. 방송 경력이 오래 된 지놈이라면 아는 게 있을 터였다.

“너무 급하게 생각할 건 없다. 일단은 판매할 굿즈가 있어야 하니까.”

“그렇지. 업체 계약부터 마무리하고 프리미엄 피규어 생산부터 한 뒤에 진행해도 될 거야.”

박주호의 말에 이경복이 수긍했다.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긴 하지. 그럼 다른 안건으로 넘어가자. 내일 방송 컨텐츠 뭐 생각해둘 거 있냐?”

최병훈이 그에 화두를 바꾸었다. 시선이 모이자 그가 말을 덧붙였다.

“아니, 다음에 할 게임이 뭐냐에 따라 또 편집 순서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

“순서라니?”

“내가 틈틈이 체크는 해뒀지만 그래도 이게 영상이 2일치 분량 아니냐. 게다가 카메라도 3개고하니까 양이 좀 많긴 하거든.”

이번 브이로그 촬영 분량은 기존 방송보다 월등히 많았다. 아무리 최병훈이라고 해도 그걸 하루 만에 처리할 수는 없었다.

“다음에 할 게임에 따라서 편집 순서를 좀 미뤄둘 필요도 있어.”

“돌아가서 바로 작업하긴 할 건데 한 번에 끝낼 수는 없긴 해요.”

“저도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매드맨과 조대한도 그에 동조했다. 이경복은 그에 눈을 껌뻑였다.

“아니, 돌아가서 안 쉬고 바로 작업한다고요?”

그 반응에 그들은 웃음을 흘렸다.

“아니, 인마. 솔직히 쉬었으면 여기서 더 편하게 쉬었지.”

“진짜요. 이런 호사를 누렸는데 어떻게 더 쉬어요?”

“솔직히 저는 빨리 브이로그 공개해서 반응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좀 더 쉬게 해주려고 회의를 하는 마당인데 정작 본인들이 쉴 생각이 없었다.

이경복은 헛웃음을 흘리다가 이내 눈을 굴렸다.

“그럼 이런 건 어떨까요?”

“응?”

“제가 브이로그 찍는다고 해서 몇 개 찾아봤는데 ‘같이 보기’라는 컨텐츠를 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다음 방송에서 이걸 해보면 어떨까요?”

그에 다들 눈이 크게 뜨였다.

“같이 영상 보면서 코멘트하는 걸 말하는 건가?”

“오… 그거 괜찮은데요?”

“아, 이건 시청자분들이 진짜 좋아하겠네요!”

“저, 근데… 그러면 브이로그 영상 조회수가 좀 떨어지지 않을까요?”

퍼그말리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에 대답한 건 이경복이 아니었다.

“아니, 괜찮습니다.”

최병훈이 눈을 빛내며 웃었다.

“이게 또 다 방법이 있거든요?”

*       *       *

다음날, 이른 점심.

고급스러운 호텔 식당에 별실을 잡은 이경복은 손님을 맞이했다.

“오, 같이 왔네?”

“아, 요 앞에서 만났지.”

“하하,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지놈과 이클립스가 만면에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넸다. 모처럼의 퍼지데이 크루 모임이었다.

“그러게. 진짜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야야, 직접 얼굴 본 건 좀 됐지.”

“일단 주문부터 해둘까요?”

자리를 잡은 세 사람은 식사를 주문하고 근황을 나누었다.

“요즘엔 다들 뭐해?”

“아, 저는 진짜 최근에 퍼플 님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이클립스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자 이경복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제가 오메가 승급하려고 요즘 어깨 님한테 계속 도전 중이거든요. 근데 이게 정말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잘하시더라고요.”

“어우, 그분이 괜히 패왕이 아니라니까.”

지놈이 사정을 아는지 그 옆에서 웃음을 흘렸다. 이클립스는 절로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웬만하면 포기 안 하는데 오메가 승급은 진짜 힘들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을 대체 어떻게 이기셨나 싶어요.”

“에이, 솔직히 얘 아니면 이길 사람 없어. 포기해도 시청자들이 다 이해할걸?”

두 사람의 말에 이경복은 웃으며 질문의 대상을 바꾸었다.

“형은 요즘 뭐하는데?”

“나? 나야 뭐 평소대로 입 털고 있지.”

지놈은 장난스럽게 손으로 부리 모양을 만들고는 웃음을 흘렸다.

“최근에는 1부는 아예 소통방송으로 잡았어. 약간 보이는 라디오 느낌?”

“오? 그래?”

“내가 얼공을 하니까 얘깃거리가 좀 많아졌거든. 시청자들도 그걸 좋아하고. 아, 그리고 1부에서는 네 얘기도 안 빠져요.”

“내 얘기를?”

“너 방송 끝나고 유입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아, 그리고 너 덕분에 퍼무새 영입해서 방송 텐션 유지도 되게 좋더라.”

지놈이 너털웃음을 흘리자 이클립스도 그에 동감했다.

“아, 저도 퍼무새 분양 받았습니다. 귀엽기도 한데 방송적으로도 좋더라고요.”

“그치? 약간 텐션 떨어진다 싶어도 얘가 훅 들어오면 또 분위기가 살거든. 가끔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으면 쇼츠각도 나오고.”

퍼무새 이야기에 이경복은 즐거웠다. 자신이 좋아하는 두 사람에게 도움이 됐다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는 너는 이제 뭐하냐? 광고도 끝났잖아.”

“새로운 게임 뭐 생각해두신 게 있나요?”

“아니, 근데 얘 어제 팝업스토어 물어본 거 보니까 뭔가 좋은 일 있어. 맞지?”

지놈이 장난스럽게 눈을 게슴츠레 뜨며 물었다. 이경복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준비해온 선물을 꺼냈다.

“어? 뭐야 이거?”

“이게 뭡니까?”

“열어 보면 알지.”

두 사람이 어리둥절해하며 상자를 열었다. 이내 그 내용물을 확인한 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 이거 기사단 휘장 아닙니까?”

“게? 게 피규어?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둘은 이내 서로의 선물을 확인하고는 더 의문이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그에 웃다가 설명해주었다.

“아니, 내가 일본에 갔다 왔거든.”

선물의 의미까지 설명해주니 두 사람의 얼굴에는 감격이 떠올랐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이거 한국에서는 파는 곳이 없었는데.”

“야씨, 너 천재냐? 이걸로 시청자들 또 놀려줘야겠네.”

“좋아해주니 다행이네. 그래도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외국가니까 한식이 땡기더라고. 그래서 약속 장소도 여기로 잡은 거야.”

두 사람의 반응에 이경복은 즐거워하며 일본에 간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두 사람의 표정은 이내 경탄으로 바뀌었다.

“햐… 진짜 대박이다. 2차 굿즈출시에 일본 진출까지?”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이경복은 절로 미소가 나왔다.

‘진짜 좋은 사람들이라니까.’

친한 사이라도 남이 잘되면 시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만약 두 사람이 그런 부류였다면 이경복은 바로 알 수 있었을 터였다.

그러나 신기로 전해지는 두 사람의 기운은 더욱 따스하게만 느껴졌다.

“이거 또 이러니까 감회가 새롭네.”

“감회요?”

“아니, 진짜 대단하잖아. 불과 석 달 전까지 얘가 방송 뉴비였다는 걸 누가 믿겠냐고. 그런데 이제는 자기 직원들도 데리고 해외 워크샵이랑 출장까지 갈 정도로 성장했잖아. 완전 난 놈이라니까.”

지놈은 연신 감탄을 터트렸다.

방송 초기부터 이경복을 알았으니 그의 성장이 절절히 느껴진 덕이었다.

이클립스도 그에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물었다.

“그럼 팝업스토어는 하기로 결정된 겁니까?”

“하고는 싶은데 아직 모르는 게 많아서. 선물도 주고 이야기도 들어볼 겸 오늘 자리 마련한 거지.”

그 대답에 지놈의 눈이 바로 돌아갔다.

“팝업스토어는 나도 해본 적은 없는데 또 들은 얘기가 많지.”

“그래?”

“근데 이게 좋은 얘기라고는 할 수가 없어요. 보통 팝업스토어는 적자를 각오해야 되거든.”

언제 그랬냐는 듯 지놈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경복과 이클립스도 덩달아 진지한 얼굴로 귀를 기울였다.

“이게 생각보다 비용이 나갈 곳이 많아. 그런데 그 비용이 굿즈 판매 수익으로는 감당이 안 된데요.”

“아니, 그럼 왜…”

“그런데 팝업스토어를 왜 하느냐? 이게 수익적인 측면에 메리트를 노리는 게 아니거든. 팝업스토어는 홍보가 더 중요해.”

“홍보 효과가 좋다?”

“그렇지! 일단 이게 업계에서는 이슈가 되거든. 어떤 스트리머가 팝업스토어를 열었더라. 이러면 팬들이 또 찾아와서 인증샷도 남겨주고 후기도 올라오고 커뮤니티에 쫙 퍼져요. 바이럴 효과가 있는 거지.”

지놈은 그리 설명하다가 검지를 올렸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게 뭐냐? 바로 일반인들 대상으로도 홍보 효과가 있다는 거야.”

“일반인들이 말입니까?”

“그렇지. 일단 팝업스토어 열리면 팬들이 몰리잖아? 그러면 그걸 모르는 사람들도 호기심을 갖게 되는 거야. ‘아니, 저게 뭔데 사람이 많아?’ 그러면 또 사람들이 찾아봐준다고.”

“비용 감수하더라도 홍보 효과가 좋으면 진행한다는 거네. 그래서 장소가 더 중요하고…”

이경복이 그에 수긍하자 지놈이 실소를 흘렸다.

“그렇지. 근데 너는 좀 경우가 다르지.”

“다르다니?”

“야, 너는 이미 경험을 해보고도 모르냐? 이번에 굿즈 팔리는 거 보면 딱 예상이 되잖아. 네가 팝업스토어 열면 무조건 완판이야!”

“아, 그건 확실하죠.”

이크립스가 바로 동감했다. 그에 지놈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너는 적어도 적자는 안 날 거야. 이왕 할 거면 장소를 좀 크게 잡아봐.”

“크게?”

“원래 보통 개인 카페 같은 데를 빌려서 꾸미거든? 아마 샵팬덤 쪽에서 기획을 해줄 텐데 규모 큰 곳으로 마음을 열어둬.”

“솔직히 퍼플 님 정도면 지방에서도 팬들이 올라올 겁니다.”

“에이, 지방이 다 뭐야? 미리 공지만 해두면 일본 팬 중에서도 올 사람이 있을걸?”

두 사람의 말에 이경복은 손을 내저었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지.”

“너, 진짜 두고 봐라. 나중에 이 형님 말씀이 다 옳았구나 한다니까?”

“근데 진심으로 뭘 하더라도 잘 되실 겁니다.”

세 사람은 그에 웃음을 터트렸다. 때마침 들어온 식사에 이경복은 화두를 바꾸었다.

“아, 그런데 이번에 브이로그 처음 찍어봤거든? 의외로 이게 재밌더라고.”

“원래 놀러가는 게 재밌지.”

“어. 그래서 나중에 우리 셋이 같이 시간 맞춰서 여행가는 거 찍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경복의 말에 다른 두 사람이 시선을 교환했다.

“이야, 이거 우리 생각을 또 해줬단 말이야? 진짜 넌 된 놈이다.”

“저는 두 분이 괜찮다면 환영입니다.”

“당연히 나도 괜찮지! 이거 진지하게 기획해 봐?”

“안 믿으실 수도 있는데 저 영어는 좀 합니다. 제가 어릴 때 해외에서 생활을 했거든요.”

“오, 진짜? 이러면 선택폭이 확 넓어지는데?”

두 사람이 말을 쏟아내자 이경복은 환하게 웃었다. 그리 즐겁게 이야기하는 도중 동시에 각자의 휴대폰에 진동이 왔다.

“오, 퍼튜브에 브이로그 올라왔네.”

“엄청 빨리 올라오네요?”

퍼튜브 영상 업로드 알림이었다.

“다들 쉬라고 해도 말을 안 들어서.”

이경복은 이에 어깨를 으쓱였다.

*       *       *

저녁, 방송시간.

이경복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트하! 오랜만입니다!”

“이게 말이 됨!?”

평소의 인사와 더불어 퍼무새가 그에게 날아들었다.

-퍼하!

-퍼손실 책임져! 정기 휴방이지만 아무튼 책임져!

-퍼무새가 바로 우리 마음 대변해버리기 ㅋㅋㅋㅋ

-ㄹㅇㅋㅋ 휴방이 말이 되냐고

-혀엉? 일본 갔다 왔더라?!

-절.대.해.명.해

-아 ㅋㅋ 여행썰 빨리 내놓으라고!

시청자들의 채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퍼튜브에 브이로그 영상이 업로드 됐기에 다들 이경복의 일본 방문 소식을 알고 있었다.

“아, 그거 그냥 놀러간 거 아닙니다. 저희 직원들이랑 워크샵 다녀온 거거든요.”

이경복은 퍼무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멘트를 쳤다.

-거짓말! 블랙기업 워크샵이 이럴 리 없어!

-워크샵은 즐겁다, 그게 상식이잖아?

-첫 워크샵 해외로 가는 클라스 ㅋㅋㅋㅋ

-그게 바로 월클입니다만?

-아 ㅋㅋ 미편집본은 언제 올라오냐구욧!

-혀엉? 풀영상 채널에 왜 풀버전이 없어? 날 속인 거야?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절.대.공.개.해

밀려오는 채팅에 이경복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브이로그를 처음 찍어보는데 나름 괜찮았나 보네요. 그런데 저도 아직 영상을 못 봤거든요?”

그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본인이 찍은 영상을 왜 못 봤단 말인가.

“왜냐하면 오늘 여러분들이랑 같이 보려고 했거든요.”

-ㅔ?

-엌ㅋㅋㅋ 같이 보기 하는 거였냐구웃!

-아니! 이러면 안 보고 왔지!

-월급루팡들 오열 ㅋㅋㅋ

-일하느라 바빴던 내가 승리자였던 거시고요?

-일하면 지는 게 아니었어?

-???: 이런, 이런 현실이 있단 말이냐!

-그래도 형이랑 같이 보면 2번 봐도 꿀잼이지 ㅋㅋㅋㅋ

-고건 맞지 ㅋㅋㅋ

이미 영상을 본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여전히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최병훈이 낸 아이디어가 있었다.

“보고 오셨어도 괜찮습니다. 같이 볼 영상은 퍼튜브에 올라온 편집본이 아니니까요.”

이경복의 한 마디에 채팅창 분위기가 달라졌다. 물음표가 올라오기 전 이경복이 마저 설명을 끝냈다.

“같이 보실 영상은 코멘터리 용으로 준비했는데요. 편집본에 넣기 애매했던 분량도 포함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더 많은 영상을 보여 주겠다 이말인가?

-WA! 확장판 최초공개!

-거기에 갓플이 직접 코멘트까지 해준다?

-브이로그에도 감독판이 있다, 그게 상식이잖아?

-무친ㅋㅋㅋㅋ 천재냐곸ㅋㅋㅋㅋ

-???: 퍼튜브 편집자를 아냐구요? 내가 아는 편집자 중에 최고였어요.

-브이로그 2배 이벤트 뭔데에에에에!

언제 그랬냐는 듯 채팅창은 환호로 가득해졌다.

“이게 말이 됨?!”

무수한 문자의 이동에 놀란 퍼무새의 목소리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렸다. 한껏 올라온 텐션에 그 역시 기분 좋게 손뼉을 쳤다.

“좋습니다. 그럼 함께 감상해보죠!”

그렇게 퍼펙트 브이로그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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