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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01화 (401/491)

401화 - 브이로그 코멘터리 (2)

이경복은 스튜디오에 앉아 커다란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그는 제 머리를 부비는 퍼무새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어주며 영상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아, 나오네요.”

이내 스크린이 밝아지며 바닥에 놓인 빈 캐리어를 보여주었다.

<트하, 퍼플입니다.>

출국 전날 밤, 짐을 싸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그의 인사에 시청자들이 들떴다.

-뭐야 ㅋㅋ 짐 싸는 것도 찍었음?

-WA! 퍼펙트 홈비디오!

-캬 ㅋㅋㅋ 시작부터 미공개영상

-이래야 확장판 답지 ㅋㅋㅋ

-퍼튜브 올라온 건 바로 공항부터 시작이던데 ㅋㅋㅋ

“아, 이것도 안 올라왔었구나. 이거 편집자가 찍어달라고 해서 찍은 거예요.”

영상 속 이경복은 바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저는 이번이 처음 가보는 해외여행입니다. 그래서 약간 보기 어색하실 수 있는데, 이해해주세요.>

-네? 처음이라고요?

-아닠ㅋㅋㅋ 퍼튜브에 올라온 건 완전 자연스럽던데

-어떡계 그게 처음 여행하는 사람의 브이로그?

-5252, 또 퍼펙트 상식이 적용되어버린 거냐구웃!

시청자들이 놀라자 이경복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진짜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더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아니, 근데 얘는 왜 속옷에 모자이크를 해놨어.”

그는 멘트를 치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옷가지를 싸는 도중인데 최병훈이 속옷에 모자이크 효과를 넣지 않았나.

-아닠ㅋㅋㅋ 이러니까 더 이상해보이잖앜ㅋㅋㅋㅋ

-지금 뭐 하냐구! 얼른 19금 걸라구웃!

-그런 방송 맞습니다^^

-무친ㅋㅋㅋ뭐가 맞아 ㅋㅋㅋㅋ

-이건 백퍼 노렸네 ㅋㅋㅋㅋㅋ

-ㄹㅇㅋㅋ 심지어 티셔츠에 가려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ㅋㅋㅋ

시청자들이 웃는 와중 카메라에 새로운 물건이 잡혔다.

<제가 진짜 처음이라서 검색도 해보고 그랬어요. 이거 꼭 챙기라는 글이 많아서 하나 넣겠습니다.>

“아, 이거 외국 음식이 입에 안 맞을 수도 있으니까 필수라고 그러더라고요.”

캐리어에 들어간 건 컵라면과 볶음고추장 튜브였다.

-엌ㅋㅋㅋㅋ 이건 무적권이짘ㅋ

-볶음고추장은 킹정이짘ㅋㅋㅋㅋ

-팩트) 실제로 가서 안 먹는 경우가 많다

-ㄹㅇㅋㅋ 외국 음식 개잘먹음

-그래도 컵라면은 밤에 먹지 않음?

-그건 그냥 님이 됒…

-헉!

-그냥 식성이 월클인 걸로 하자구욧!

“아, 근데 진짜 이건 그대로 갖고 돌아왔어요. 거기서 너무 잘먹어가지고.”

시청자들의 공감에 이경복도 웃음을 흘렸다. 이윽고 화면이 전환되며 다른 팀원들의 픽업 장면이 나왔다.

-??????

-갑자기 분위기 시사고발 프로그램

-ㄹㅇㅋㅋ 모자이크 완전 많넼ㅋㅋㅋㅋㅋ

-갓플 정도면 이 정도는 하긴 해야지

-ㄹㅇㅋㅋ 주차장만 보고 또 추적하는 놈들 나온다니깐!

이경복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최병훈은 그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뭐야? 마이크도 있어? 너무 본격적인데?>

“아니, 이걸 또 이렇게 편집했네.”

“이게 말이 됨?!”

-퍼집자님 센스 무엇?

-얼굴에 게말콘 박는 거 뭔뎈ㅋㅋㅋㅋ

-여기에 목소리까지 변조했으면 빼박 고발 프로그램인뎈ㅋㅋㅋ

-진짜 블랙기업 취재 영상될 뻔ㅋㅋㅋㅋ

최병훈은 사이사이 이경복의 얼굴이 나올 때는 철저하게 게말콘으로 덮어 얼굴을 가려주었다.

이내 영상 속에서 이어지는 최병훈의 설명에 시청자들이 놀랐다.

“이건 진짜 칭찬할 만한 게, 편집자가 준비를 제대로 해줬거든요. 덕분에 제 목소리도 선명하게 잘 담겼고요.”

-카메라를 3대나 썼다고?

-와씨 ㅋㅋㅋ 어쩐지 퍼튜브 영상은 구도가 다양하더라

-퍼집자님 완전 작심하고 갔네

-퍼펙트 보이스는 무적권 담아야지 ㅋㅋㅋ

-아아, 그게 바로 퍼펙트 브이로그니까(끄덕)

-바보! 구독자만 생각하는 바보!

최병훈에 대한 칭찬이 가득해지는 와중 화면이 전환됐다. 모든 팀원들이 합류한 이후였다.

“아, 이거 인천공항 가는 길입니다. 저희 팀원들 프라이버시도 있어서 전방만 찍었어요.”

영상은 도로만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시청자들은 지루해하지 않았다.

<야야, 이제 다른 노래 좀 듣자.>

<그럼 이번 싱글 앨범으로?>

<아니, 스위티즈 말고 다른 거 틀어 달라고…!>

“아, 여행에 또 음악이 빠질 수가 없더라고요. 가면서 저희 팀원들끼리 음악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경복의 설명에 채팅창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이거 누가 봐도 퍼파고쥬?

-아닠ㅋㅋㅋ 얼마나 팬인 거냐곸ㅋㅋㅋ

-근데 음악은 왜 안 나옴?

-음원 다 나오면 퍼튜브에 못 올리잖슴!

-퍼집자님이 음악은 죽이고 목소리만 살린 듯?

-폰음악 뭐냐곸ㅋㅋㅋㅋ

이경복의 목소리만 살렸기 때문인지 다른 팀원들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하지만 그 역시 최병훈에게 대처방안이 있었다.

[(로봇)듣고 싶은 걸 말해줘야 바꾸지]

[(지구본)저 그럼 BTX 노래 틀어도 되나요? 아니면 뮤지션들이 한국관광공사랑 콜라보한 곡들도 있는데 이게 의외로 좋거든요.]

[(권총)저는 상관없어요!]

[(금손)아, 저도요!]

[(카메라)아무튼 다른 거!]

[(로봇) 대한 씨, 카오디오에 링크하시면 됩니다.]

각 팀원의 특색에 맞추어 아이콘으로 화자를 표시해 자막을 단 것이었다.

-퍼파곸ㅋㅋㅋㅋ 공식 로봇 뭔뎈ㅋㅋㅋㅋ

-번역자님이라 지구본인 거? ㅋㅋㅋㅋ

-매드맨 정체성 확실한 거 보소 ㅋㅋㅋㅋㅋ

-퍼그말리온 님 금손 인증은 킹정해야지 ㅋㅋㅋㅋ

-퍼집자의 카메라 부심 무엇?

이경복은 그에 간단히 멘트를 더했다.

“대한 씨가 소개해준 노래가 정말 좋았습니다. 한국관광공사라서 무슨 아리랑 같은 게 나올 줄 알았는데 꽤 트렌디하더라고요. 보시면 화면이 약간 흔들리죠?”

-아 차가 흔들린 게 아니야?

-박자 타고 있는 거였냐곸ㅋㅋㅋ

-엌ㅋㅋㅋㅋ 이 형 흥부자였넼ㅋ

-커엽행동 뭐냐고 ㅋㅋㅋㅋ

-퍼무새 따라하는 거 뭐얔ㅋㅋㅋ

이경복은 그에 마치 재현하듯 가볍게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자 퍼무새도 따라 머리를 흔들었다.

[(지구본) 편집팀장님은 뭐 추천하시고 싶은 거 없으세요?]

[(카메라) 아니, 나는 원래 음악 잘 안 들어]

[(금손) 어? 정말요? 노동요 같은 거 안들으세요?]

[(카메라) 편집할 때 사운드도 신경 써야 돼서 음악을 아예 안 듣거든요.]

[(권총) 얘가 유독 예민한 거예요.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그 사이 팀원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때는 저랑 퍼파고 외에는 퍼그말리온 님이랑 전부 초면이었거든요. 그래서 약간 서로 데면데면한 느낌이 있습니다.”

이에 이경복이 오해가 없도록 멘트를 덧붙였다. 시청자들이 이해하는 와중 조대한이 불쑥 물었다.

[(지구본) 사장님은 좋아하시는 음악 장르 없으세요?]

<아, 저요?>

그 물음에 채팅창도 활발하게 올라왔다.

-대한 씨 나이스!

-갓플의 음악 취향 전격 공개!

-이 형 데눈나랑 합방할 때 보면 빡센 음악도 잘 듣던데 ㅋㅋㅋ

-ㄹㅇㅋㅋ 힙합이나 헤비메탈에도 잘 놀았음

-갓플은 뭔가 활발한 느낌이긴 해

이경복은 그저 웃으며 영상을 바라보았다. 이미 저 때 답변을 했던 터였다.

<저는 딱히 가려듣지는 않아요. 보통 운동할 때 음악을 듣는데 그냥 차트 순위대로 틀어둡니다.>

[(카메라) 아니, 근데 너 발라드나 클래식 같은 건 안 듣잖아]

[(지구본) 아, 맞네요. 운동할 때 듣기에는 너무 정적일 테니까.]

[(로봇) 스위티즈 노래 중에 템포 빠른 거 추천해줄까?]

<아니, 운동할 때는 가사 모르는 노래가 더 집중하기 좋더라고. 저는 그래서 외국 곡들을 주로 틀어놔요.>

영상 속 이어지는 대화에 시청자들은 웃음지었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담겨있지만 시청자들은 그에 더 만족스러웠다.

-운동용 노래는 빡세게 들어야지 ㅋㅋㅋ

-괜히 헬스장에서 빠른 음악 나오는 게 아니다 이마리야

-그 와중에 퍼파고 침투력 뭐냐고 ㅋㅋㅋㅋㅋ

-메모… 우리 형은 외국 노래를 자주 듣는다…

-이 형은 외국어를 몰라서 오히려 좋아버리고?

-갓플의 새로운 정보를 획득했다!

그 안에 담긴 이경복의 새로운 일면이 그들에게는 특별한 덕이었다.

*       *       *

인천공항.

<서프라이즈! 성공!>

비즈니스 티켓을 받은 팀원들의 놀란 표정과 함께 이경복이 천진난만하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거 다른 사람들 리액션이 너무 좋음ㅋㅋㅋㅋㅋ

-이게 어떻게 블랙기업? 내가 알던 블랙기업은 대체?

-블랙기업이라며! 블랙기업이라며! 블랙기업이라며!

-???: 날 속였어!

-갓플이랑 같이 일하는 것도 부러운데 퍼펙트 복지까지!?

-나도! 나도 갓플이랑 일할래!

채팅창은 즐거움과 부러움으로 뒤섞였다. 이경복이 그에 웃는 와중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장님이 선글라스를 많이 쓰시잖아요? 저희가 좋은 거 하나 해드리면 어떨까요?>

화면이 전환되더니 퍼그말리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이걸 또 따로 촬영을 해뒀네.”

서프라이즈에 대한 보답으로 역 서프라이즈를 준비하는 팀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오? 또 미공개 장면 나와버리기!

-확장판 완전 혜자자너 ㅋㅋㅋ

-즉.시.복.수

-아니 ㅋㅋㅋ 복수가 왜 나왘ㅋㅋㅋㅋ

-아 ㅋㅋ 나만 당할 수 없다고 ㅋㅋㅋ

최병훈을 비롯해 4명의 팀원이 빠르게 면세점으로 뛰었다. 그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에서 다급함이 전해져왔다.

<흐억, 흐어억… 먼저! 먼저 가요!>

<아니, 너 체력이 왜 그따구야!?>

[(금손) 일단 먼저 가서 보고 있을 게요!]

[(지구본) 이쪽입니다!]

팀원들의 대화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분위기 타임어택ㅋㅋㅋ

-선물을 타임어택으로 사는 팀원들이 있다!?

-셀프 미션 뭐냐곸ㅋㅋㅋㅋㅋ

-회사 자체가 방송 천재냐구웃!

-퍼집자 님 숨 넘어간다구욧!

-퍼파고가 빠진 게 신의 한수넼ㅋㅋㅋㅋㅋ

“아, 진짜 편집자 얘는 운동 좀 시켜야겠습니다.”

면세점에 도착한 팀원들은 빠르게 선글라스를 훑었다. 그러나 브랜드도 많고 종류도 다양했기에 그들은 우왕좌왕했다.

<사장님은 지올이 좀 낫지 않을까요?>

<다 명품이니까 어울리는 게 더 중요하지.>

<퍼그말리온 님 안목을 믿는 수밖에 없겠어요!>

<자, 잘 찾아볼게요!>

제각기 선글라스를 훑는 사이 화면이 흔들렸다.

<대한 씨, 카메라 잡아요. 나는 시간을 좀 더 벌어 볼게.>

최병훈은 이내 바로 통화를 걸었다. 그 모습에 이경복이 헛웃음을 흘렸다.

“아, 갑자기 전화를 왜 했나 했더니 이거 때문이구나. 자세한 건 같이 들어보죠.”

다른 팀원들에게 상황 전달을 위해서인지 그는 스피커폰 상태로 바꾸었다. 최병훈은 이경복이 통화를 받자 태연한 척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 다 샀냐?>

<어어. 지금 포장 중인데? 왜?>

그의 대답에 다른 팀원들의 머리 위에 말 그대로 느낌표가 떠올랐다.

-!

-효과 뭔뎈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 쫄리기 시작하쥬?

-???: 머뭇거릴 틈이 없다!

-아닠ㅋㅋㅋ 왜 직원들이 예능찍냐곸ㅋㅋㅋ

최병훈은 재빠르게 기지를 발휘했다.

<아니아니, 그래도 첫 워크샵인데 양주하나 까야 되지 않겠나 싶어서.>

<양주?>

<그래, 인마! 그, 가장 비싼 걸로다가! 좋은 거 먹여야지!>

<나 술은 잘 모르는데… 일단 직원 분한테 물어볼게.>

<야야, 잠깐!>

이대로라면 진짜로 양주를 살 판이었다. 최병훈은 재차 머리를 굴렸다.

<도수 너무 높은 걸로 말고!>

<응?>

<아니, 괜히 또 훅 가면 서로 곤란하잖아. 도수 말고 향, 맛이 좋은 걸로 좀 골라봐.>

<가격은 좀 나가고 도수는 약한데 향이 좋은 걸로?>

<그렇지! 아, 근데 또 남으면 처리 곤란하니까 양 적당한 걸로!>

<6명이서 적당하게 먹을 양?>

“아니, 진짜 이때는 얘가 왜 이러나 싶었다니까요.”

이경복이 웃으며 멘트를 던졌다. 시청자들이 그에 채팅을 치기도 전에 상황이 달라졌다.

<야, 그럴 거면 네가 와.>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에서 듣고 있던 박주호가 대신 전화를 받은 것이다.

<뭐 이렇게 까다롭게 요구하는 게 많아?>

-퍼파고 포스 ㅎㄷㄷ

-???: 돌았습니까 휴먼?

-근데 퍼집자님이 얄밉게 하긴 했음 ㅋㅋㅋㅋ

-진짜 조건을 막 갖다 붙이자넠ㅋㅋ

다행히 그 사이 퍼그말리온이 선글라스 선택을 마쳤다. 최병훈은 일단 먼저 자신의 카드를 건네고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어, 야 잠깐. 아, 그래요? 야야, 됐다 됐어. 지금 물어보니까 다들 양주는 잘 못한다네.>

<…뭐?>

<안사도 됨! 끊는다!>

<야, 너 진짜 뒤…>

뚝하고 통화가 끊겼다.

이경복은 낮게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 이거 통화 끊어지고 나서 진짜 퍼파고가 말 그대로 주먹을 떨었어요. 막 이렇게.”

이경복이 주먹을 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퍼파고 빡치다!

-찐친 무브 바로 나와버리고?

-퍼피셜 삐돌이 답쥬?

-???: 빅데이터를 통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해결책(물리)

-아닠ㅋㅋㅋ 퍼튜브에는 훈훈한 장면만 나왔자넠ㅋㅋㅋㅋ

이내 라운지로 돌아온 팀원들은 숨을 고르며 서로의 행색을 살폈다.

<모른 척, 다 모른 척하세요.>

<네, 네!>

<아씨, 땀나네.>

<야, 차라리 넌 숨을 참는 게 낫겠다.>

급하게 돌아온 기색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이경복이 돌아왔을 즈음에는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할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그에 즐겁게 웃었다.

-갓플이나 팀원들이나 다 커엽ㅋㅋㅋ

-ㄹㅇㅋㅋ 모르쇠 하는 거 보소

-둘 다 서프라이즈 준비하겠다고 그냥 ㅋㅋㅋㅋ

-일본은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재밌네 ㅋㅋㅋㅋㅋ

다 아는 입장에서 보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       *       *

오사카 공항.

<서프라이즈요? 제 거예요? 아니, 와… 안 그러셔도 되는데.>

바쁘게 준비한 선글라스 선물이 공개되자 영상 속 이경복은 진심으로 감격했다.

“아, 이건 진짜 생각도 못 했어요. 정말 너무 고마웠습니다.”

스튜디오에 있는 그 역시 새삼 그 감정을 되새겼다. 그 모습을 시청자들 역시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타임어택 노력한 보람이 있고요?

-퍼파고의 분노를 감당할 가치가 있었다 이마리야

-그 와중에 보여주려고 선글라스 부분만 공개한 거 킹받넼ㅋㅋㅋㅋ

-퍼파고가 옳았다!

<아니, 전철표가 왜 이렇게 비싸?>

이윽고 일본 교통비에 놀라는 장면에 이경복은 멘트를 덧붙였다.

“아니, 저 이거 진짜 놀랐습니다. 일본 교통비는 정말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이게 말이 됨?”

-ㄹㅇㅋㅋ 처음 가면 무적권 놀람

-지하철 타는 게 거의 택시 값인데 일본 택시는 또 열차 값임 ㅋㅋㅋㅋ

-혀엉! 여행기간 길면 정기권을 사야 돼!

-갓플은 짧게 가서 정기권 사긴 좀 뭐했을 듯 ㅋㅋㅋ

-퍼무새도 놀라버린 가격 ㅋㅋㅋㅋㅋㅋ

그대로 화면은 도톤보리로 전환됐다. 그와 함께 옆에 자료화면이 추가됐다.

“아, 이게 그거구나. 도톤보리가 ‘범과 같이’라는 게임 배경이라면서요?”

게임 속 도톤보리와 실제 도톤보리의 거리를 비교하는 화면이었다. 이경복은 이내 감탄을 표했다.

“아니, 근데 진짜 구현을 잘했네. 보시면 아시겠지만 도톤보리 특징 중 하나가 이 크고 튀어나온 간판인데 완전 똑같네요. 와, 이 정도면 게임만 해도 여행 온 느낌 나겠다.”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이미 가본듯한 그 느낌 ㅋㅋㅋㅋ

-???: 다 아는 거리로구만

-혀엉! 저 도톤보리에서는 눈만 마주쳐도 싸움 나!

-ㄹㅇㅋㅋ 심하면 10미터 단위로 계속 전투 발생함

-현실 도톤보리에서도 싸우는 거냐구웃!

시청자들의 반응에 이경복은 바로 손을 내저었다.

“아뇨아뇨, 그런 일은 전혀 없습니다. 밤에는 잘 모르겠는데 낮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아, 그리고 이 타코야끼! 이거 진짜 맛있습니다.”

타코야끼 시식 장면이 나오자 시청자들도 주의를 돌렸다.

-와 ㅋㅋ 가쓰오부시 사르르 접히는 거 보소

-형이 인서트 잡은 거?

-아니 ㅋㅋ 이게 어떻게 브이로그 처음이냐곸ㅋㅋㅋㅋㅋ

-???: 배가… 고파졌다!

-먹방 ㅁㅊㄷㅁㅊㅇ

-이 형은 진짜 먹는 거 하나 일가견 있다니깐!

이경복의 먹방에 시청자들은 다들 군침을 흘렸다. 순식간에 한 그릇을 해치우고 나니 장면이 바뀌었다.

“아, 도톤보리는 솔직히 한국 번화가랑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덴덴타운이라는 곳인데, 굿즈로 또 유명한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갓플이 덴덴타운을?!

-WA! 덴덴타운 아시는구나!

-5252, 덕질 스팟에 가버린 거냐구웃!

-코이츠www 오타쿠의 길을 걷게되는www

-숨덕들 튀어나오는 거 뭔뎈ㅋㅋ

-핫하! 인싸들은 썩 물러가라!

-여기 그런 방 맞습니다^^

장난스러운 시청자들 반응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렸다.

“여기서 저희 팀원들이 뭘 좋아하는지 직접 볼 수 있었죠. 근데 아쉽게도 저는 아는 게 없어서 구경만 했습니다.”

팀원들과 함께한 굿즈샵 방문 장면들이 짧게 지나갔다. 최병훈은 시청자들이 관심 있는 건 이경복이라는 걸 잊지 않고 있었다.

이윽고 화면에 아케이드 오락실이 잡혔다.

“근데 여기 또 오락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가봤습니다.”

-요건 퍼튜브에서 본 거네 ㅋㅋ

-아케이드는 일본이 원조긴 해 ㅋㅋㅋ

-진짜 게임 많던데 ㅋㅋㅋ

-우리나라는 거의 아케이드가 사장됐으니까 뭐 ㅋㅋㅋ

-혀엉! 이왕 간 거 구경만 하지 말고 하고 오지 그랬어!

시청자들 채팅에 이경복은 의아해했다.

“아, 퍼튜브에는 제가 플레이 한 게 안 나왔어요?”

돌아온 물음에 채팅창은 물음표로 뒤덮였다. 이경복은 대강 상황을 눈치챘다.

“아, 같이 보려고 편집자가 빼 뒀나보네요. 저 가서 게임도 했고 기록도 세워뒀습니다.”

-????

-ㅔ?

-엌ㅋㅋㅋㅋ 역시 뭔가 이상하다했닼ㅋㅋㅋ

-갓플이 게임을 안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등요?

-확장판 독점 공개였냐구웃!

-어쩐지 퍼튜브에는 너무 짧게 지나간다 했다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미공개 장면에 기뻐했지만 몇몇 시청자들의 반응은 약간 남달랐다.

-퍼플 씨가 일본 아케이드 센터에 갔었다고요?

-기록? 설마?

-에, 진짜? 진짜로?

-혹시 PPL이…?

PPL을 언급한 채팅에 이경복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PPL을 아시네요? 그거 제 기록 맞아요. 퍼펙트플레이 로그라는 뜻으로 적은 겁니다. 아니, 근데 미공개였는데 어떻게 아셨지?”

그의 답변에 그들은 경악했다.

-와, 대박!

-저 일본 살아서 알아요!

-일본인이에요! 한국어 공부했어요!

-PPL 지금 아케이드 게이머 사이에서 정말 유명해요!

-이제야 그 말도 안 되는 기록이 이해가 되네!

그들은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과 한국어를 공부한 일본 시청자들이었다.

안 그래도 PPL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은 와중이었다.

-지금 아케이드 게이머 사이에서 거기가 성지가 됐어요!

-퍼플 씨가 PPL의 주인공이었다니?

-이러면 진짜 성지잖아!?

-신이 강림했으니까 성지 맞지ㅋㅋㅋ

그 정체가 지금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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