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02화 (402/491)

402화 - 브이로그 코멘터리 (3)

덴덴타운 아케이드 센터.

규모가 큰 곳인 만큼 늘 많은 손님이 방문하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경우가 달랐다.

“이야, 레트로 게임 존이 이렇게 붐비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테마별로 구분한 4개의 층 가운데 레트로 게임을 모아둔 4층은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담당 직원이 놀랄 만큼 오늘은 사람이 북적거렸다.

“다들 PPL 기록을 깨고 싶어서 줄을 섰네요.”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전대미문의 기록 ‘PPL’ 때문이었다. 트위티를 통해 오사카의 아케이드 게이머들 사이에 소문이 돌자, 랭커가 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것이었다.

그 증거로 모여든 사람들 대부분은 특정 게임 기계, ‘PPL’기록이 남은 기계에만 줄을 서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저 시급 좀 더 올려주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에? 바보 녀석!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능글맞은 직원의 말에 센터 운영자는 낮게 소리를 쳤다. 그는 이내 헛웃음을 흘리다가 곧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이게 기쁜 일만은 아니라고.”

“헤에? 그거야말로 무슨 소리십니까?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데요?”

직원이 의아해하는 사이 메탈펀치 기록 갱신에 도전하던 남자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실패해버렸다…! 겨우 5위라고!?”

“뭐어, 2위도 트리플 씨의 기록이니까 말이지.”

“젠장…! 2위도 넘기 힘든 데 PPL은 어떻게 넘을 수 있다는 거야? 이거 정말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망연자실한 그를 운영자가 턱짓으로 가리켰다.

“너는 저걸 보고도 느끼는 게 없냐?”

“에또, 나중에 다시 또 돈 쓰러 오시겠구나?”

“바보냐!”

“아니아니, 맞잖아요? 기록이 안 깨지면 다시 도전할 테니까.”

직원이 억울해하자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이야 그렇겠지. 하지만 이것도 오래 가지 않을 거야. 다른 기록은 몰라도 ‘PPL’은 차원이 다르다고! 도전 의지가 꺾여버릴 거란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그것도 그렇겠네요. 그래도 넘을 수 있을 것 같아야 재도전을 할 테니까.”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군. 하아, 이러면 아케이드 게이머들이 다른 센터로 가버릴 수 있다고.”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모여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레트로 게임은 말이지. 랭킹이 온라인 동기화가 안 되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야. 1위에 오르면 ‘이 센터의 최고는 나다!’라고 주장할 수 있단 말이지.”

“아아, 알죠알죠. 뭐랄까, 구역을 정복해나가는 느낌이랄까.”

“그래. 그런데 이 PPL 같은 괴물이 등장해버리면 그곳은 불가침구역이 되어버리는 거다. 괴물이 사는 폐허 같은 곳이 될 거라고.”

“으아… 듣고 보니까 곤란한데요. 단골 손님들도 있는데 전부 포기하면 전보다 썰렁해져 버릴 거라고요.”

직원도 이에 상황을 인식했다.

PPL 기록과의 격차에 좌절하면 손님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버릴 터였다.

“…최악의 경우에는 모두 리셋 시키는 수밖에.”

“에?”

“PPL 기록만 골라서 기계를 리셋하면 티가 나겠지. 사고를 가장해서 이 층 전체를 리셋시키는 거다.”

“아니아니, 너무 과격하시잖아요? 다른 랭커들 기록은 어떡하고요?”

“쯧, 반감이 심하긴 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놔둘 수도 없잖아? 잠깐 그 정도는 감수하면 빈 랭킹 리스트에 자기 이름을 채우려고 사람들이 올 거라고.”

운영자는 혀를 차며 말했다. 이에 직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케이드 게임계 역사에 남을 기록인데 그걸 리셋하겠다니?! 어차피 PPL의 주인공이 다시 와버리면 의미 없잖아!’

다만 직접 말할 자신은 없었다.

자신에게는 결정권이 없었고, 생계가 달린 일이 아닌가. 이에 그는 속으로 아쉬움을 삼킬 따름이었다.

그리 착잡해하는 와중이었다.

“에!?”

“PPL 정체 나왔다!”

“뭐라고!?”

“트위티다! 트위티에 올라왔어!”

“누구? 대체 누구야!?”

줄 서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퍼진 소란이 삽시간에 번졌다. 직원이 그에 놀라 빠르게 트위티를 여는 사이였다.

“퍼플이다! 퍼플 씨가 PPL이었어!”

“에에에에!?”

한 발 앞서 소식이 육성으로 전해졌다. 직원 역시 소스라치게 놀라자 운영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퍼플이 누군데?”

“에엣?! 퍼플 씨가 누군지 모르신다고요? 아니아니, 나이가 있으시면 그럴 수도.”

직원은 그리 중얼거리다가 이내 그의 어깨를 붙들었다.

“사장님! 아니, 형님! 이거 리셋하면 안됩니다! 저희 센터가 성지가 됐다고요!”

“성지? 무슨 소리야?”

“기록 리셋은 절대 하시면 안 되비다. 오히려 더 알아보기 쉽게 PPL 마크라도 붙여야 한다구요!”

“이 바보 녀석! 진정하고 제대로 설명 좀 해봐!”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그 역시 귀를 기울였다. 직원은 그에 입을 어물거렸다. 대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이거, 이거 보세요.”

그는 트위티를 열어 보여주었다.

퍼플의 업적을 설명하기보다는 그 인기를 보여주는 편이 더 쉬웠다.

*       *       *

일본 트위티.

[일본의 트렌드]

[#Perfect_Play(8,147 트윗)]

[#Perfect_Japan_Tour(6,228 트윗)]

[#Perfect_Spot_In_Osaka(3,571 트윗)]

그곳은 이미 이경복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낮 시간대에 퍼튜브에 올라온 영상 덕분에 이경복이 일본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파다하게 퍼졌다.

[퍼플 씨의 일본 방문이라니! 이제 일본어에 관심 생겼을까나? 아니아니, 한국어 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지만 말이지!]

[퍼플 씨와 직원들의 도톤보리 단체 사진 너무 귀여워! 매번 보던 곳인데 뭔가 달라진 느낌?]

[어째서야! 어째서 도쿄가 아니라 오사카에 먼저 간 거야! 오사카 사람들 너무 부럽잖아 이거!]

[어이어이, 다들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도 도쿄 정도면 오사카, 갈 수 있잖아? 훗카이도에서 가려면 힘들다고www]

[헤에, 퍼플 씨. 오사카의 매력을 알아준 걸까나? 지금부터 일본의 수도는 오사카인 것으로 하는 게 어떨지(웃음)]

다른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오사카 거주자들을 부러워했다. 이경복을 혹시라도 볼 기회가 있지 않나.

그러나 오사카 사람들이라고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아아, 다들 뭔가 착각하고 있다고. 오사카에 살아서 더 비참한 기분이야. 랄까, 나란 놈은 바보인 건가? 왜 도톤보리에 갈 생각을 하지 않은 거야! 퍼플 씨, 볼 수도 있었는데에에에에에!]

[우왓! 나 이날 덴덴타운에 굿즈 사러 갔었다고! 퍼플 씨와 엇갈려 버린 건가? 일생일대의 기회였는데? 누군가 제발 꿈이라고 해줘…!]

[어이어이, 진짜냐고! 퍼플 씨, 아케이드 센터에 와서 게임을 했다!? 레트로 게임 허접하다고 생각했던 나, 완전 바보였잖아! AR사격이나 할 때가 아니었다고!]

오히려 이경복을 만날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모두 안녕! 슌코입니다! 퍼플 씨, 일본에 와줘서 진짜진짜 슌코 감동해버렸어! 슌코는 말이지, 오사카 가본 적 없지만 이번에 가고 싶어졌어. 왜냐면, 퍼플 씨가 다녀간 곳이잖아? 그래서 퍼펙트 스팟 정리해봤어!]

[헤에! 슌코 씨가 정리해준 퍼펙트 스팟 목록 유용하잖아! 성지 순례할 ‘퍼청자’들을 위해 리트윗 해둘게!]

[이번 주말에는 오사카 가볼까나. 퍼플 씨가 먹어본 타코야끼 궁금한걸(웃음)]

몇몇 열성 팬들은 영상 속 이경복이 다녀갔던 장소들을 정리해 ‘퍼펙트 스팟’이라 지칭했다.

그와 함께 오사카 방문을 다짐하는 트윗이 늘어나는 와중이었다.

[PPL의 뜻 밝혀져버렸다! ‘PPL’= ‘PerfectPlay Log’라고! 퍼플 씨, 오프라인에서도 저질러버렸잖아 이거wwww]

트윗 하나가 급부상하며 퍼지기 시작했다. 이경복의 방송을 실시간 클립으로 잘라서 링크한 트윗이었다.

비록 한국어는 몰랐지만 같이보기 컨텐츠를 진행 중이었던 만큼 영상만 봐도 이해가 쉬웠다.

[진짜냐? PPL이 퍼플 씨의 기록이었다고!?]

[아아, 이제야 퍼즐이 맞춰지는군. 역시 인간의 기록이 아니었다고www]

[어이어이, 대체 누구냐? 어느 방송사의 특집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던 놈들 다 어디갔냐고wwww]

[아니아니, 다른 의미로 특집이라고 이거! 퍼플 씨의 기록이 오프라인에 남아버렸다?! 이거 절대로 처음이잖아!]

[잠깐, 잠깐! 이렇게 되면 2등이라도 가치 있다고? 무려 퍼플 씨에게 얼마나 가까웠는지 알 수 있는 기준이잖아!]

기존에 PPL 기록을 세운 사람을 찾고 있던 아케이드 게이머들도 가담하면서 관련 트윗은 폭증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PPL에 대해 모르던 사람들도 그 내용을 알게 되었다.

[아케이드 게이머들은 왜 몰랐던 거야? ‘말이 안 되는 기록’이라면 당연히 퍼플 씨라고wwww]

[이런이런, 이렇게 되면 덴덴타운 아케이드 센터가 퍼펙트 스팟 1순위잖아! 퍼플 씨가 직접 손을 댄 기계라니?!]

[위험하네! 이거 진심으로 위험해! 이러면 반드시 레트로 존 사람으로 가득 차버린다고www 계단까지 줄이 늘어날 게 확실한www]

[아아, 이러면 역시 오사카에 사는 나님의 승리인가. 프리터인 이몸께서는 당장 내일이라도 가서 체험해버릴 수 있다고?]

그리 팬들과 게이머들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와중 공통된 의견이 하나 있었다.

[퍼플 씨의 방송, 오늘 만큼은 라이브로 시청해야 할지도?]

[아아, 퍼튜브에 올라온 게 전부가 아니었다! 또 새로운 정보가 공개될지 모른다고!]

[뭐, 한국어는 아직 몰라도 채팅만 치지 않으면 방해는 아닐테니까! 저기? 괜찮지? 조용히 볼 테니까!]

[큐튜브 멤버십도 좋지만 역시 최고는 한국어를 공부하는 거라니깐!]

적어도 오늘은 그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       *       *

한편, 이경복은 마저 같이보기 컨텐츠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퍼플로그, 이렇게 쓰도록 할게요.>

메탈 펀치를 클리어하고 기록을 마친 참이었다.

<자, 재밌었고요. 다른 게임도 더 둘러보겠습니다.>

이경복은 이어 바로 화면이 넘어가자 잠시 영상을 멈추었다.

“아니, 잠깐. 이거 편집자가 너무 악의적으로 편집했네.”

그의 멘트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악의적이라니 뭐가 문제란 말인가?

“지금 보시면 다른 팀원들은 뒤에서 기다리게 하고 저 혼자 게임 하는 것 같잖아요? 아니, 근데 저 분명히 말했어요. 각자 하고 싶은 게임 하시라고.”

그 설명에 시청자들은 웃었다.

-직원들을 세워두고 혼자 노는 사장이 이따!?

-블랙기업 행동 ㅋㅋㅋㅋ

-역시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맞았던 거였구연?

-주변 모자이크 너무 잘 어울리고?

-용기 있는 내부고발 응원합니다!

-얼른 당근! 당근 찾아봐!

놀림감을 찾았으니 시청자들이 곧바로 달려들었다.

“이게 말이 됨!?”

퍼무새까지 끼어드니 채팅창은 더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경복은  바로 손을 내저었다.

“아니, 퍼무새야 너까지? 진짜 이거 악마의 편집입니다. 제가 다들 안 한다고 해서 그러면 아는 게임 하겠다고 고른 거예요.”

그가 다른 게임을 선택한 기준은 팀원들이 익히 아는 것이었다. 모르는 게임보다는 아는 게임을 보는 게 더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이형도 억울할 때가 있넼ㅋㅋㅋㅋ

-퍼펙트 억울, 이건 아주 보기 드문 거신디요?

-근데 킹직히 나라도 저기서 다른 게임 안 하지

-오락실이 진짜 원시고대 스트리밍 아님?

-ㄹㅇㅋㅋ 오락실에서 게임 구경이 겜방 원조라구욬ㅋㅋㅋㅋ

-갓플의 플레이에서 눈을 뗀다? 퍼펙트 상식에 어긋난다 이마리야

시청자들이 즐거워하자 이경복도 이내 웃으며 넘어갔다.

“그래서 이 게임, 스노우 시스터즈도 퍼그말리온이 즐겨 하셨다고 해서 고른 겁니다. 다시 같이 보죠.”

그가 다시 영상을 재생하려는 순간이었다. 이내 그의 눈이 커졌다.

‘뭐지?’

갑자기 시청자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게 아닌가.

‘채팅은 그대로인데?’

그런데 묘하게도 숫자는 늘었는데 채팅은 그대로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구별하지 못하겠지만 이경복은 가능했다.

-혀엉?

-뭐임? 갑자기 유입 뭐임?

-누가 호스팅 해준 거?

-그러면 알림이 떴겠지 ㅋㅋㅋㅋ

-난민들은 아닌 것 같은데?

-ㄹㅇㅋㅋ 난민들이었으면 바로 인사박았음

-중간 유입인데 상황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HOXY 뷰봇테러?

-헉!

그가 채팅창을 살피자 시청자들도 상황을 눈치챘다. 이경복은 채팅을 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뷰봇 테러? 그게 뭐죠? 테러라고 하시는 걸 보면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그의 질문에 곧바로 답변이 쏟아졌다.

-매크로 봇 말하는 거

-일부러 방송에 집어 넣어서 터트릴라고 하는 거임

-뷰봇으로 시청자 뻥튀기하면 신고 들어옴 ㄷㄷ

-으아니! 누가 우리형 방송에 테러를 햇!

-아 어떤 뱁새들이 퍼손실 유발하냐

-근데 뷰봇이면 막 헛소리 나와야 되는 거 아님?

-그러게? 원래 이상한 말로 도배하는데?

테러행위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한 점도 있었다.

‘나쁜 일이었다면 느낌이 왔을 텐데…’

신기에도 잡히는 게 없었다.

그에 이경복과 시청자 모두 어리둥절해하는 와중이었다.

-일본 시청자들 온 거래요!

-트위티에 퍼플 씨 이야기가 많아요!

-그냥 한국어로만 설정 바꾸고 왔다고 합니다!

한국어가 가능한 소수의 일본 시청자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제보를 해주었다.

“아, 일본 분들이 그냥 한국어 설정으로 바꾸고 들어오셨다고요.”

이경복이 그 채팅을 캐치해 말해주자 다른 시청자들도 상황을 이해했다.

-엌ㅋㅋㅋㅋ 눈팅족들 어서 오고

-착한 눈팅 킹정합니다 ㅋㅋㅋ

-WA! 시청자 2만 명 돌파!

-옼ㅋㅋ 화력 미쳤네 ㅋㅋㅋㅋ

-캬! 이게 월클이지 ㅋㅋㅋㅋㅋ

-갓플이 자기 나라 여행 썰 풀어주는데 이걸 어케 참냐고ㅋㅋㅋ

그리 사람이 몰린 덕에 시청자 숫자는 2만 고지를 넘어섰다.

이경복이 신기록을 달성한 건 오락실 게임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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