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3화 - 브이로그 코멘터리 (4)
일본 시청자들의 유입으로 실시간 시청자 숫자가 2만을 넘어섰다.
그 사실에 기뻐하는 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과 이경복만이 아니었다.
“와, 2만! 라이브로 2만이라니…!”
스크립트를 작성하던 조대한은 벌떡 일어났다. 맨 앞자리 숫자가 1에서 2로 바뀌었을 뿐이지만 그가 느낀 감격은 그리 간단한 수준이 아니었다.
<와, 이건 나도 전혀 예상 못 했는데.>
<그러니까! 그냥 다시보기 컨텐츠인데 2만을 찍어버리시네!>
같이 모니터링하며 작업하던 편집 팀, 최병훈과 매드맨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심지어 지금은 주 컨텐츠였던 게임 방송도 아닌 마당이었다. 그런데 신기록을 달성하다니?
“아니, 아니죠! 이게 원래 사장님의 평균 시청자수인 거죠! 외국 시청자들이 한국어만 배웠으면 2만은 원래 가뿐하게 넘었을 겁니다!”
조대한은 마음을 추스르려 했지만 벅찬 감정이 자꾸 새어나왔다.
<그건 대한 씨 말이 맞긴 하네요. 지금 일본 시청자들이 대다수 들어와서 그렇지. 북미 쪽 시청자들도 눈팅한다고 들어오면?>
<이야, 그러면 2.5만은 기본으로 넘을지도? 뭐, 그쪽은 시차가 좀 있어서 일본만큼 유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게 진짜죠! 저희 사장님 평청자 숫자가 1.5만이라니? 그동안 너무 저평가 되어있던 거예요!”
조대한은 연신 탄사를 흘리다가 이내 아쉬움을 내비쳤다.
“아, 한국어가 좀 배우기만 더 쉬웠어도…”
<한글은 쉽지만 한국어는 좀 어렵긴 하죠.>
<그래도 또 이렇게 라이브로 보다 보면 못 참지.>
최병훈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전해졌다.
<이 녀석도 시청자들 반응을 좋아하지만, 시청자들도 인마가 자기 말에 반응해주면 라이브 못 끊는다니까?>
“아, 그렇죠. 저희 사장님이 장점이 또…”
스트리밍 방송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다. 시청자들은 단순히 방송을 보는 게 아니라 채팅과 후원메시지를 통해 스트리머와 상호작용을 즐긴다.
그러나 방송의 규모가 커질수록, 시청자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스트리머가 감당할 수 있는 내용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경복은 다르다.
“채팅을 놓치시지 않는다는 거니까요.”
그가 자신의 채팅을 모두 읽어준다는 믿음이 있었다. 자신은 그저 수많은 시청자 중 하나가 아니다.
<그쵸. 진짜 엄청나시다니까.>
<인마가 그렇게 체크를 다 하는 걸 시청자들도 아니까 우리 채팅창이 클린한 거야.>
“더 눈에 띄려고 드립도 경쟁적으로 치잖아요. 완전 선순환이죠.”
방송이 잘 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었다.
* * *
이경복은 환하게 웃으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아, 감사합니다. 아리가또? 맞죠? 제가 또 이번에 갔다오면서 간단한 회화는 배웠거든요!”
그의 대답에 채팅창에 하트 이모티콘이 가득해졌다. 한국어를 모르니 이모티콘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모양이었다.
“네, 좋습니다. 감사히 봐주시면 좋겠고요. 저희 퍼튜브, 큐튜브 멤버십 회원이 되시면 오늘 코멘터리 영상도 더빙, 더빙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여기서 멤버십 홍보를?
-자본주의 파동 ㅁㅊㄷㅁㅊㅇ
-더빙 두 번 강조하는 거 보소 ㅋㅋㅋㅋㅋ
-이집 장사 잘하네!
-역시 PPL 달인이라 이마리야
-알고 보니 그 PPL이었냐구웃!
-아닠ㅋㅋㅋ 이건 간접광고가 아니라 직접광고잖슴!
시청자들이 그에 웃음을 터트리자 이경복은 다시 영상을 재생했다.
“마저 볼게요. 아무튼 스노우 시스터즈는 그리 어려운 게임은 아니었어요.”
<아, 이것도 추억 돋네요. 아마 모르는 분들도 계실 텐데 이렇게 눈뭉치를 던져서 몬스터를 눈덩이로 만들고 굴려버리면 됩니다.>
영상 속 이경복도 가볍게 게임을 설명하며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시청자들도 그에 다 안다며 웃다가 곧 경악했다.
-????????
-아니;;; 왜케 빠름?
-이걸 그냥 눈덩이 하나로 끝내버린다고?
-무친ㅋㅋㅋ 저 동선이 바로 파악 되는 거?
-대체 얼마나 많이 한 거얔ㅋㅋㅋ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등장하는 몬스터의 숫자는 많아졌다. 하지만 이경복은 그중에 단 한 놈만 골라서 눈덩이로 만들고 클리어를 이어나갔다.
[(금손) 아니, 이걸 한 번에 깨시네요?]
[(권총) 대박이다 진짜]
[(지구본) 사장님, 이거 많이 하셨었나 봐요?]
다른 팀원들 역시 시청자들과 유사한 반응이었다.
<아뇨. 한 번 밖에 안 해봤는데요?>
[(금손&권총&지구본) 네?]
이어지는 답변에 자막은 물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경복이 이에 웃으며 멘트를 했다.
“처음에 클리어해서 다음에는 안 했어요. 이건 격겜도 아니라서 플레이가 매번 똑같잖아요.”
-ㅔ?
-처음 할 때 끝까지 깨버렸다?
-첫트에 원 코인 클리어한 거?
-그 코인이 퍼플 코인이었다 이마리얔ㅋㅋㅋㅋ
-(게말콘)(게말콘)(게말콘)
-???: 아 게임 할 게 없네
-???: 쉬운 게임은 재미 없어
-게임불감증(아님)
-토끼겅듀식 불감증 뭔데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놀라는 와중 화면이 분할됐다. 최병훈이 촬영한 약간 멀리서 구경하던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오락기) 에에-? 설마 이것도?]
[(오락기) 아니아니, 너무 빠르잖아 이거!]
[(오락기) 정말이냐… 조금도 고민하지 않잖아?]
[(오락기) 이것도 PPL이 찍히겠는데?]
그들은 일본어로 말했지만 자막으로 번역이 제공되었다. 화자구분을 위해 오락실 기계 아이콘이 앞에 달렸다.
[(금손) 와, 저 끝판은 처음 봐요!]
[(권총) 아니,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죠?]
[(로봇) 6분 조금 넘었습니다.]
[(지구본) 잠시만요, 이거 스피드런 기록 있을 것 같은데…!]
순식간에 마지막 스테이지에 도달했다. 끝판왕답게 눈덩이 한 방에 쓰러지지 않아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오, 7분 정도네요. 처음 했을 때에는 9분인가 걸렸었는데. 여기도 PPL 넣어두겠습니다.>
그 클리어 기록은 역시나 이번에도 1위에 안착했다.
[(지구본) 아니, 사장님…! 이거 세계 신기록이라고요!]
<네?>
[(금손) 와! 진짜에요! 스피드런 대회 기록이 10분대에요!]
이어지는 대화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가득해지는 와중 영상에 자료 화면이 나타났다.
조대한이 찾은 스피드런 대회 공식 기록이었다.
“저는 오락실 게임에 스피드런 대회가 있는 줄은 이때 처음 알았어요.”
이경복의 담담한 멘트에 채팅이 빠르게 솟구쳤다.
-혀엉!?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남들은 박제해놓고 난리 부르스에 탱고까지 출 일인데 ㅅㅂㅋㅋㅋ
-ㄹㅇㅋㅋ 리액션이 ‘몰랐네요 ㅎㅎ’
-스피드런 비공식 1위 전문가 수듄ㅋㅋㅋㅋㅋㅋ
-???: 이런 대회 관심도 없었다
-???: 이미 어릴 때 깬 기록이었다
-???: 공식 세계대회 수준이 발끝에도 못 미쳐
-아닠ㅋㅋㅋ 왜곡 미쳤넼ㅋㅋㅋ
-근데 또 맞말임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격한 반응에도 이경복은 겸허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 이게 레트로 게임은 아무래도 하는 사람이 적어서 그런 거죠. 솔직히 지금 잘하시는 분들이 하시면 10분 아래로 기록 나올 걸요?”
그는 더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바로 영상으로 주의를 돌렸다.
“다음은 10가이입니다. 이건 매드맨 님이 좋아하시는 거예요.”
10가이는 10명의 비행 캐릭터들로 플레이하는 횡스크롤 탄막 슈팅게임이었다.
각 캐릭터들은 저마다 다른 총기를 들고 있었다.
[(권총) 이게 고전 게임인데도 총기 디테일이 훌륭하거든요.]
[(카메라) 넌 거기서 그걸 보고 있냐…]
[(금손) 아, 그럼 어떤 캐릭터가 좋나요?]
<좋은 것보다는 어려운 걸로 추천해주세요.>
영상 속 이경복의 말에 순간 침묵이 맴돌았다.
“아니, 저는 이왕 하는 거 재미있게 하려고 했는데 다들 이상하게 보시더라고요.”
-아닠ㅋㅋㅋ 10가이 하면 히든캐 고르는 게 정석 아님?
-ㄹㅇㅋㅋ 커맨드 지금도 기억남
-상상상 하하하 상상하하상하
-트하하하하!
-아니 ㅋㅋㅋ 그 하하하가 아니라고
-총겜인데 히든캐는 활캐임ㅋㅋㅋㅋ
-근데 겁나 세자넠ㅋㅋㅋㅋ
-화살이 아니라 폭발탄이잖슴ㅋㅋㅋ
-슨배임 무시하냐구욧!
영상 속 이경복은 쌍권총을 든 캐릭터를 선택했다. 연사력과 관통력 어느 하나 특출하지 않은 캐릭터였다.
그렇게 플레이가 이어지는 와중.
[(오락기) 우왓…!]
[(오락기) 지금 맞은 거 아니었어?]
[(오락기) 말도 안 돼! 히트박스를 극한으로 이용하고 있어!]
[(오락기) 어이어이, 진짜냐고 이거…]
[(오락기) 저게 다 보인다는 거야?]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졌다.
다만 그것은 기쁨의 함성이 아니라 이경복의 아찔한 플레이에 놀란 탓이었다.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거듭 촘촘해지는 탄막에도 이경복은 담담히 플레이를 이어나갔다.
<음… 약간 제 기억보다는 좀 루즈하네요.>
거기에 멘트까지 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루즈?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립스틱 말 하는 거 맞지?
-찐으로 탄 하나만 스쳐도 사망인데 ㅋㅋㅋㅋㅋㅋ
-난 캐릭터도 못 쫓아가겠는데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이에 놀라자 이경복이 웃으며 설명했다.
“아니, 이게 침착하게만 하면 쉽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발사 버튼 누른 상태로 조이스틱만 조작하면 되니까 약간 졸린 느낌이 있었어요.”
시청자들이 어처구니없어 하는 사이 이경복은 착실하게 마지막 스테이지에 도착했다.
이 역시 스피드런 기록이 있을까 조대한이 찾아본 결과.
[(금손) 10분 21초!]
[(권총) 와… 진짜 미쳤다.]
[(지구본) 사장님! 고, 공식 기록은 18분 13초에요!]
스피드런 대회 기록은 18분 대였다. 시청자들은 이에 경악했다.
-와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도 비공식 1위!
-신기록 제조기 ㅋㅋㅋㅋ
-신기록은 신의 기록이다, 그게 상식이잖아?
-아 ㅋㅋ 갓플 기록이니까 신기록이었던 거네 ㅋㅋㅋㅋ
-아니 이건 스노우 시스터즈랑 완전 다른데 ㅅㅂㅋㅋㅋㅋ
-ㄹㅇㅋㅋ 10가이는 피하면서 딜까지 넣어야 되잖슴!
-퍼펙트 동선 ㅁㅊㄷㅁㅊㅇ
-게다가 히든캐도 아니고 쌍권총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슈팅 게임의 특성상 생존에 치중하면 탄환을 적에게 적중시키는 것보다는 회피에 집중하면서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그런데 그는 생존과 공략을 동시에 이루어냈다.
<18분이요?>
이경복도 그 기록을 듣고 놀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그가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걸 거의 20분이나 한다고요?>
-ㅔ?
-???: 오락실 게임 왜 오래함?(진짜모름)
-아닠ㅋㅋㅋ 진짜 몰라서 킹받넼ㅋㅋㅋㅋㅋㅋ
-???: 이 루즈한 게임을 20분이나 붙잡고 있는다고?
-히든캐로 했으면 이 형 최소 7분 컷 했을 듯 ㅋㅋㅋㅋㅋㅋㅋ
-반응 개웃기네 진짴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즐거워하자 이경복도 따라 웃었다.
“그래도 이건 스노우 시스터즈보다는 많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캐릭터마다 플레이 패턴이 다르니까 10번, 아니 히든캐가 있으니까 11번은 해보겠네요.”
-혀엉!? 킹반인은 그렇게 못 한다구욧!
-퍼이츠www 원코인 클리어가 기준인www
-씁하씁하! 퍼기만 농도 너무 좋구요?
-그 와중에 히든 캐있다고 11번으로 바꾸는 거 킹받넼ㅋㅋㅋㅋ
-캐릭터당 10분 컷으로 잡아도 2시간이면 끝나넼ㅋㅋㅋㅋ
-1위부터 11위까지 PPL로 도배? ㅁㅊㄷㅁㅊㅇ
이경복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다시 영상에 주의를 돌렸다.
“체험만 해본 거라 플레이는 한 번으로 끝냈고요. 그리고 레트로 게임 하면서 너무 오래 팀원들을 세운 것 같아서 짧게 체험 끝내려고 3층으로 내려갔습니다.”
3층은 AR 리듬 게임 전문 공간이었다. 이경복은 그중에 가장 많은 기기 앞에 섰다.
“보통 곡 하나가 1분에서 2분 사이더라고요? 리겜은 몇 곡만 하면 끝나니까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아, 이게 DJ PRO구나.>
DJ PRO는 5개의 건반과 턴테이블까지 총 6개의 장치를 이용해 날아오는 노트에 맞추어 누르는 게임이었다.
-아 ㅋㅋ 리겜 하면 이거지
-캡슐용은 비트 스워드지만 아케이드는 디제 프로지ㅋㅋㅋㅋ
-와 이거 추억돋네 ㅋㅋㅋㅋ
-사실상 진짜 리겜이 P2W게임인데 ㅋㅋㅋ
-ㄹㅇㅋㅋ 돈 써야 잘 하는 게임이자넠ㅋㅋㅋ
-?
-형?
그리 웃던 시청자들은 영상 속 이경복을 보며 어리둥절했다.
“아, 이게 가장 어려운 난이도더라고요.”
그가 고민도 하지 않고 최고 레벨, ‘INSANE’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금손) 어… 이거 별 개수만 봐도 위험해 보이는데.]
[(지구본) 그, 사장님? 이거 미쳤다는 뜻인데요?]
[(로봇) 너 이거 해본 적 있냐?]
<아니, 처음인데?>
팀원들의 물음에 태연하게 답하는 이경복의 모습.
시청자들은 그에 헛웃음을 흘렸다.
-어려움 전문 스머가 또!?
-퍼파고 어처구니 없어버리기ㅋㅋㅋ
-무친 실력이니까 무친 난이도를 고른다, 그게 상식이잖아?
-와! 이거 진짜 기대되네요!
-갓플에게 어려움이란 대체 뭘까?
-꿀.잼.보.장
-광기 그 잡채 ㅎㄷㄷ
-호로록하는 거 보면 잡채가 맞다 이마리야 ㅋㅋㅋㅋ
채팅 반응을 살피던 이경복은 잠시 영상을 멈추었다. 그는 눈을 크게 뜨며 손을 움직였다.
“아니, 이거 또 귀한 분이 오셨네요.”
채팅창에 올라온 계정명 중에 눈에 띄는 게 하나 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채팅에 밀려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그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경복은 그 계정의 채팅을 따로 빼서 별도로 화면에 띄웠다.
[Decibel – 와! 이거 진짜 기대되네요!]
그 계정의 주인은 바로 리듬 게임 장인, 데시벨이었다.
-WA! 몰래 온 손님!
-데눈나?
-장.인.출.현
-귀하신 곳에 귀하신 분이?
-리겜 장인이 보는 앞에서 리겜하기 ㅋㅋㅋㅋ
-장인들이 구경하는 갓플, 그게 장오장이잖아?
-코멘터리 수준 뭔데에에에에에!
리듬 게임계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그녀의 등장.
덕분에 코멘터리의 품격이 한 단계 더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