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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07화 (407/491)

407화 - 몇 개고? (1)

일본 트위티.

[일본의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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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복의 브이로그 같이보기 방송의 여파가 그곳을 휩쓸었다.

[아니, 이건 반칙이라고? 피지컬이 신급 레벨인데 완전 이케멘이잖아 이거!?]

[어이어이, 모르는 거냐? 얼굴도 육체의 일부, ‘피지컬’입니다만? 퍼플 씨가 미남이라는 건 이미 플래그가 섰다고wwww]

[으아, 이거 믿을 수가 없구만! 다시보기 어디에서나 멈춰도 화보의 한 장면이라고! 퍼플 씨의 슈트, 엄청나잖아!]

[헤에-? 2차 굿즈라는 거 이 영상으로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야? 스크린샷만으로 포토 카드 만들어도 될 정도라고?]

그중에서도 특히나 2일 차 영상 중 공개된 이경복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슌코 오늘 방송 보고 울었어. 내 팔로워들 모두 들었지?! 퍼플 씨, 일본어 해줬다고? 슌코 너무 감동해서 지금 수백 번 다시듣기 하고 있어! 슌코 완전 행복 모드야!]

[퍼플 씨의 첫 일본어, ‘아리가또’ 중독될 것 같아! 아니아니, 멤버십 영상에서도 더빙되지만! 합성음성과 진짜는 역시 다르달까?]

[퍼플 씨가 대답해준다는 게 이런 느낌? 어이어이, 한국인들은 이런 걸 독점하고 있던 거냐고!]

[한국어 배우면 퍼플 씨가 채팅 읽어준다는 거잖아?! 좋았어! 한국어 마스터 해버린다! 오늘 방송에서 들은 퍼플 씨의 일본어로 동기 부여 넘쳐버린www]

방송 도중 찾아와준 일본 팬들을 위한 짧은 일본어도 화제였다. 그리 일본 팬들에게는 남다른 방송이었지만 의아함을 남기기도 했다.

[그것보다 말이지. 퍼플 씨, 왜 저런 얼굴 숨기고 있는 거야? 선글라스 벗어버리면 이케멘 완성이라고!?]

[뭔가 눈에 콤플렉스라도 있는 걸까? 의외로 눈은 또 외모의 중요한 부분이니까!]

[어이, 농담이지? 저런 얼굴에 눈이 안 어울린다? 그거야 말로 신의 장난이라고!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당연하잖아!]

[혹시 누군가 얼굴 알아보면 안 되는 게 아닐까? 뭐, 학생 때 이지메를 당했다거나?]

[에? 에에-? 바보냐?!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저런 이케멘이 어떻게 이지메를 당한다는 거야?!]

눈을 가렸어도 누구나가 인정할만한 외모가 아닌가. 그 얼굴을 가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내용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하아, 개탄스럽군요. 퍼플 씨에 대해 궁금해 하면서 퍼튜브를 전부 보지도 않았다는 겁니까? 한국의 웹진 메타게이머 인터뷰에 나와있다구요?]

[내 팔로워들은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며 클립 남겨줄게! 퍼플 씨, 외모가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하려 했다. 마인드도 퍼펙트해버린www]

[너희들 몰랐던 거냐? 퍼플 씨는 역시나 시작부터 퍼펙트했다고? 나참, 이런 스트리머가 왜 일본에는 없는 거야!?]

그에 몇몇 진성 팬들이 해답을 내놓았다. 이전 인터뷰 영상까지 링크되며 최근 팬이 된 사람들도 사정을 이해했다.

[에-? 이런 사람이 실존한다고? 거짓말이지? 사실 AI가 만든 디지털 휴먼이었다거나?]

[바보주제에 바보 같은 소리 좀 하지 말라고www 이미 브이로그 영상이 증거잖아! 너는 저 영상 자체가 전부 CG라고 할 셈이냐www]

[이런 사장님이라면 블랙기업이라도 좋아! 아니, 하게 해주세요! 평생 사축으로 살 테니까아아아!]

[절박한 녀석들 너무 많아서 뿜었다www 뭐어, 확실히 퍼플 씨 밑이라면 평생직장으로 괜찮을 지도? 아니아니, 그전에 같이 일할 능력이 먼저라고!(웃음)]

이경복에 대한 호감이 트위티에 확산될수록 일본 팬들은 즐거우면서도 부러움과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인들 너무 부럽다. 퍼플 씨, 우연히라도 마주칠 가능성이 있다는 거잖아? 0%가 아니라는 거잖아? 그러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다고!]

[에또, 퍼플 씨의 일본 방문은 이게 마지막이 아니겠지? 일본 업체랑 계약한다니까 또 와주지 않을까나?]

[퍼플 씨의 2차 굿즈, 일본에서 만들어준다니 그나마 다행일지도? 이제 일본에 산다고 굿즈 구매에 차별받는 일은 없다는 거니까!]

[아아, 2차 굿즈 언제 나오는 거야! 아르바이트 2배로 늘릴 테니까! 지금 퍼플 씨의 모습도 좋으니까 얼른 만들어줘!]

한국이나 일본이나 퍼펙트 굿즈를 기다리는 건 다르지 않았다.

*       *       *

다음날, 늦은 오전.

팀 퍼펙트 정기회의가 열렸다.

“어, 저기, 그냥 이렇게 시작하면 되는 건가요?”

회의에 첫 참가한 퍼그말리온은 낮게 매드맨에게 속삭였다. 처음이기도 하고 회의라는 말에 그녀는 슈트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격식을 차리고 왔다.

하지만 정작 다른 팀원들은 집에서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자유로운 복장이었다.

“아, 네네. 약간 대학 다닐 때 스터디 같은 느낌이긴 하죠. 물론 그렇다고 내용이 가벼운 건 아니지만.”

“아하…”

그녀가 다음 회의 참석 때는 좀 더 힘을 빼리라 다짐하는 와중 이경복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자, 음료도 다 준비됐으니까 회의를 시작해보죠,”

그 한마디에 팀원들이 일제히 집중했다. 박주호가 먼저 일어나 손가락을 움직였다.

“샵팬덤에서 고쿠키야 계약 건으로 메일이 왔습니다.”

“오!”

“벌써요!?”

첫 안건은 모두가 기다리고 있던 소식이었다. 박주호는 메일을 열고 차분하게 요약해주었다.

“생각대로 계약은 순조롭다고 합니다. 기존 샵팬덤과의 굿즈 위탁 생산 시 정산 비율은 30%지만, 이번에는 퍼무새 독점 계약으로 조건으로 40%로 상향했다는군요.”

“크으…! 이거지!”

“샵팬덤 대표님이 해내셨네요!”

팀원들은 그에 탄사를 흘리자 조대한이 빠르게 덧붙였다.

“에이, 이게 다 저희 사장님이랑 퍼그말리온 님이 기반을 탄탄하게 쌓아주신 거죠!”

“아, 그것도 맞지!”

“애초에 퍼무새가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모두의 시선이 이경복과 퍼그말리온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 역시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아뇨,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었는데요.”

“그래도 예정에는 없던 선물이었잖아요. 퍼그말리온 님이 저희를 생각해서 준비해주시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이경복의 말에 그녀는 올라가는 광대를 참을 수가 없었다. 박주호가 그에 옅은 미소를 짓다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이게 절대적인 조건은 아닙니다. 프리미엄 피규어의 경우에는 별도의 조건이 붙습니다.”

“별도?”

“게임사와 콜라보 할 때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니까. 그 비용은 샵팬덤과 우리가 절반씩 부담하는 조건이지. 이견이 없다면 이 내용으로 고쿠키야와 계약을 진행하겠다고 한다.”

이경복을 비롯해 다른 팀원들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그럼 프리미엄 굿즈는 실질적으로 40% 이하겠네.”

“콜라보 조건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그래도 기존 30%보다는 더 높게 정산이 되겠죠?”

그래도 긍정적인 변화임에는 확실했다. 이에 다들 수긍하는 도중 퍼그말리온이 눈치를 살피다가 슬쩍 입을 열었다.

“저, 그 콜라보 대신에 처음은 오리지널 컨셉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오리지널이요?”

“저희가 오리지널로 할 게 있었나…?”

다들 어리둥절해하자 그녀는 이경복의 눈치를 살폈다. 이경복이 그 시선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손을 움직였다.

“그, 제가 어제 준비한 게 있거든요. 직접 보시는 게 편하실 것 같아요.”

퍼그말리온이 손을 움직여 홀로그램을 띄웠다. 이윽고 메일 옆에 새로운 문서가 나타났다.

[Team Perfect –Black Company-]

제목과 그 아래에는 컨셉 시안이 그려져 있었다. 그 종류는 무려 3가지였다.

“아, 이건 저네요.”

“그 옆에는 퍼파고로군요.”

“휴머노이드 잘 어울리는데?”

“근데 그 옆에 곰은… 뭐죠?”

“반달곰인데요?”

방송에 나온 사장 이경복, 퍼파고 박주호, 그리고 그 옆에는 카메라를 든 반달곰 캐릭터가 있었다.

‘다행이다. 나쁘진 않은 것 같아.’

퍼그말리온은 팀원들의 반응에 안도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녀가 준비해온 설명을 다시 떠올리는 와중이었다.

“아! 이거, 그거죠? 일본에서 팀장님 곰이라고 불렀던 거!”

“나? 곰?”

“네! 그, 아케이드 센터에서 팀장님 곰처럼 귀엽다는 의견이 좀 있더라고요.”

조대한이 먼저 그 컨셉의 기원을 알아차렸다. 퍼그말리온이 이에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네, 맞아요. 트위티에서는 카메라맨이라고 하셨지만 실질적으로는 PD시잖아요? 그리고 저희 한국 토종 느낌을 살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지리산 반달곰을 컨셉으로 잡아봤어요. 가제로 ‘반달곰 PD’라고 붙여봤어요.”

최병훈이 그 설명에 눈을 껌뻑이다가 이내 헤벌죽 입을 벌렸다.

“캬! 너희들 봤냐? 봤지!? 인마, 내가 뭐라고 했냐! 나도 먹히는 얼굴이라니까?! 어! 게다가 지리산, 크으! 이거 뭘 좀 아시네. 내가 또 편집을 지리게 잘하잖아! 컨셉이 딱이네, 완전 찰떡이야!”

그가 과장스럽게 잘난 체를 하자 매드맨과 박주호가 바로 눈을 흘겼다.

“으이그, 오랜만에 칭찬 좀 들었다고 좋단다.”

“세상에는 다양한 취향이 있는 법이지.”

그에 다들 웃다가 퍼그말리온은 제 손을 맞잡으며 매드맨과 조대한을 돌아봤다.

“어, 두 분은 아직 뚜렷하게 떠오르는 캐릭터가 없어서요. 당장은 세 분으로 구상을 해봤어요.”

“네? 저요? 어유, 아뇨아뇨! 저는 괜찮습니다. 원래 이 세분이 근본이기도 하시잖아요.”

“그것도 그렇고 처음에는 이렇게 소수 인원에 집중 조명하는 게 좋죠. 그리고 괜히 억지로 캐릭터 잡으면 팬 분들도 ‘뭐야? 이게?’ 하실 수도 있고요.”

두 사람의 대답에 퍼그말리온은 안도했다. 그렇게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지만 박주호는 냉철했다.

“퍼그말리온 님이 노력해주신 건 감사합니다만, 첫 프리미엄 굿즈는 중요합니다. 그 판매량이 흥행 척도가 될 테니까요.”

그 한마디에 분위기가 일변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맺었다.

“팬 분들이 익히 아시는 캐릭터로 콜라보 하는 게 더 안정적인 선택이라고 여겨집니다.”

“아, 그건 그렇죠…”

“아니, 오리지널도 메리트 있어요. 인마가 원래 좀 튀는 걸 싫어해서 그렇지.”

퍼그말리온이 그에 주눅드는가 싶었는데 최병훈이 반대 의견을 내세웠다.

“물론 박쬬 말이 틀린 게 없긴 한데 오리지널이라고 꼭 부진하리란 법은 없거든요? 아니, 오히려 이걸로 흥행하면 다음 계약이 편해지지. 왜냐? 오리지널로 성공하면 우리가 아쉬울 게 없다는 걸 보여줄 수 있거든.”

“흠, 웬일로 네가 생각이란 걸 하는군.”

“아니, 이 자식이…!”

두 사람이 재차 장난스럽게 티격태격하자 이경복이 웃으며 손을 들어 중재했다.

“양쪽 다 괜찮은 의견이니까 진정해.”

그는 두 이야기를 들으며 신기를 가늠해보았다.

‘어느 쪽이든 좋은 선택이라는 건 확실해.’

두 친구가 한 이야기가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각자 장점이 있다면 더 나은 선택은 무엇일까.

‘그러면 하고 싶은 걸 해야지.’

이경복은 결정을 내렸다. 그는 퍼그말리온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준비해주신 점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처음은 언제나 기념비적인 의미가 있잖아요?”

그는 팀원들을 돌아보았다. 다들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희 프리미엄 굿즈의 첫 시작, 오리지널로 시작하는 게 팬 분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대답에 퍼그말리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경복은 그 눈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퍼그말리온 님, 구체적으로 디자인 부탁드릴게요.”

“…네!”

그 미소를 보니 그녀의 머릿속이 맑아졌다.

“제대로 해볼게요!”

그간 제한되어 있던 그녀의 영감이 완전히 개방되었다.

*       *       *

회의가 끝난 이른 오후.

이경복은 박주호의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그냥 지하철 타고 가면 된다니까.”

“그래도 당장은 조심해야지.”

“알았다, 알았어. 근데 너 이번에도 그냥 갈 거?”

“이모님이 따로 부르신 거라며.”

“하긴 이번에는 좀 경우가 다르긴 하네.”

출장 전 양규리와 만나기로 한 약속 때문이었다. 원래는 귀국 바로 다음 날 볼까 했지만 양규리가 여독을 풀라며 미루었다.

“다 왔다. 그리고 이거.”

“마스크? 왜?”

박주호가 차를 세우고 검은 마스크를 건넸다.

“이번에는 선글라스 말고 마스크만 쓰고 다녀.”

“마스크만?”

“지금은 눈만 드러내는 게 낫지.”

“아, 맞네. 땡큐!”

이경복은 곧 선글라스를 셔츠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유는 몰라도 양규리가 단정하게 입고 오라 요청한 덕분이었다.

차에서 내린 그는 약속장소를 확인했다.

‘오늘은 영업하는 날이지?’

이전 양규리와 함께 프라이빗 쇼핑을 했던 백화점이었다. 혹시 또 뭔가 선물을 해주는가 싶었지만 오늘은 정상 영업일이었다.

그는 바로 양규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야, 경복아.>

“아, 네. 이모님 저 도착했는데요.”

<맞나? 그라믄 바로 들어온나. 그 입구에 안내해주는 아가씨 있제? 내 이름 대면 알려줄끼다.>

“아, 네네. 이따 뵐게요.”

이경복은 통화를 끊고 양규리의 말을 따랐다. 안내 데스크 직원은 정중하게 앞장섰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안내를 받은 곳은 이전에 이용해봤던 VIP 전용 엘리베이터였다.

‘VIP 라운지로 가는 건가.’

한 차례 경험이 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엘리베이터는 더 높은 층으로 향했다.

뭔가 싶은데 이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퍼스트 라운지에 도착했습니다.”

“퍼스트 라운지요?”

“VIP회원 님들 중 최고 등급 회원들만 이용하실 수 있는 라운지입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이경복은 제대로 온 건가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엘리베이터를 나왔다.

규모에 비해 이용하는 손님이 없었다. 오히려 대기하는 직원이 더 많았다.

‘사람이 아예 없는… 아.’

다행히 조금 더 들어가니 양규리가 보였다. 그런데 그녀의 맞은편에는 또 다른 여성이 있었다.

이내 양규리도 이경복을 발견했는지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경복아, 여다!”

이경복은 마주 손을 흔들고는 이내 표정을 굳혔다.

‘뭐하는 사람이지?’

한 걸음 다가갈수록 등 돌린 여성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 성질은 길흉과는 달랐다.

그저 거대한 존재감만이 전해져왔다.

“이모님, 제가 좀 늦었나요?”

“아이다, 아이다. 일단 인사 드리라이.”

양규리가 손을 내젓고 맞은 편 여성을 조심스럽게 가리켰다. 이경복의 시선도 그를 따라 돌아갔다.

외면으로 보면 나이는 40대에서 50대 사이로 보였다. 하지만 느껴지는 기세가 남달랐다.

이경복은 일단 마스크를 벗고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경복이라고 합니다.”

그의 얼굴을 보자 그녀의 눈에서 이채가 지나갔다. 이윽고 강렬했던 기운이 점차 따스하게 변해갔다.

“어떻습니까? 인물 좋지요?”

양규리가 뿌듯한 표정으로 묻자 그녀는 실소를 흘렸다.

“아니, 보살님. 이거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예?”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이런 보물을 이렇게 숨겨두신 거예요?”

이어지는 말에 양규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유, 말씀도 참. 아, 경복아 일단 앉아라. 이분은 그 저번 프라이빗 쇼핑 때 도움 주신 분이시다.”

“도움이요? 아, 그 VIP 혜택을…”

양규리는 VIP회원이 아니지만 그 혜택을 누렸다. 그 표현을 빌리자면 ‘융통성’을 발휘해준 사람이 분명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경복 씨라고 부르면 될까요?”

“아, 네네. 편하게 부르세요.”

“좋습니다. 경복 씨,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명함을 건넸다. 이내 이경복이 그 명함에 적힌 글씨를 확인하기도 전에 그녀의 말이 뒤따랐다.

이경복은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오로라그룹 백화점 부문을 맡고 있는 서영선입니다.”

양규리가 말한 ‘융통성’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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