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화 - 교수님이 개강함 (1)
저녁, 방송시간.
이경복은 화사한 미소와 함께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트하! 오늘도 반가워요!”
그의 인사에 채팅창이 빠르게 솟구치기 시작했다.
-퍼하!
-우리 형 어서 오고 ㅋㅋㅋ
-2차 굿즈 나옴?
-아닠ㅋㅋㅋ 나왔겠냐곸ㅋㅋㅋ
-혹시 몰라서 매일 샵팬덤 들어가보면 개추 ㅋㅋㅋㅋ
-한국인이면 다 그런 거 아니었음?
시청자들의 격한 환대에 이경복은 즐거움을 숨기지 않았다.
“아, 2차 굿즈 관련해서 소식이 있긴 합니다. 업체 선정을 마쳤다고 연락을 받았거든요. 생산은 일본의 고쿠키야에서 맡아주시기로 했습니다.”
-??
-뭐예요!? 왜 진짜 새로운 소식이 있어요!?
-일처리 속도 무엇?
-아아, 이것이 바로 퍼펙트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고쿠키야면 킹정이지 ㅋㅋㅋ
-킹직히 오히려 그쪽이 나가리 될까봐 불안해했을 듯 ㅋㅋㅋ
-그럼 이제 나옴?
-혀엉? 나 대출신청 한다?
-5252, 신용등급과 굿즈를 바꿀 셈이냐구웃!
예상치 못한 소식에 시청자들은 희열을 느꼈다. 이경복은 그 반응에 더 즐거워하며 이야기를 돌렸다.
“제가 약속했잖아요. 새로운 소식 있으면 바로 알려드릴 겁니다. 자, 공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늘은 손님을 모셨습니다.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박수콘)(박수콘)(박수콘)
-WA! 알고 온 손님!
-ㄹㅇㅋㅋ 다 아는 사람이자너
-오랜만에 합방 너무 조은 거시고요?
-이 조합 은근 꿀잼 ㅋㅋㅋ
-아 진짜 대회에서 눈물 날뻔
미리 공지를 올려뒀던 바, 시청자들은 그 정체를 예상하고 있었다.
이에 형광색 자켓을 입고 픽셀 선글라스를 쓴 스트리머.
“트하! 세상을 시끄럽게! 데시벨입니다!”
데시벨이 바로 앞으로 나와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데눈나! 데눈나! 데눈나!
-캬 ㅋㅋㅋ 이거지 ㅋㅋㅋㅋ
-킹간승리의 표본!
-세트로 붙자 MVP 위엄ㅋㅋㅋ
-우리 누나 어서오고 ㅋㅋㅋㅋ
그녀의 등장에 채팅창의 텐션도 함께 올라갔다. 이경복은 옆에서 손뼉을 치며 그녀를 자리로 안내했다.
“아, 이렇게 얘기하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그렇죠?”
“그쵸그쵸. 대회 준비할 때는 진짜 매일 왔었는데.”
“이게 말이 됨?!”
데시벨이 새삼스럽다는 듯 스튜디오를 둘러보는 와중 퍼무새가 날아들었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경계하듯 퍼무새는 이경복의 얼굴에 찰싹 붙어 기웃거렸다.
-엌ㅋㅋㅋㅋㅋ 퍼무새 경계모드
-???: 쭈인! 이 사람은 누구얏!
-???: 허튼짓 하지맛! 부리 날아간닷!
-아닠ㅋㅋ 왜 싸우는 게 전제인데 ㅋㅋㅋㅋㅋ
-퍼무새 커엽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웃음을 터트렸다. 이경복도 실소를 흘리며 퍼무새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 맞네요. 퍼무새는 데시벨 님 처음 보는구나.”
“오, 저도 퍼무새 입양했는데 좀 반응이 다르네요? 걔는 저번에 기자님 왔을 때 먼저 막 다가가던데.”
-데무새 친화력 무엇?
-친화력이라기 보다는 좀 순진한 겈ㅋㅋㅋ
-ㄹㅇㅋㅋ 데눈나도 맨날 시벨롬들한테 속잖슴ㅋㅋㅋㅋ
-주인이랑 데이터 동기화 되면서 좀 닮는 면도 있는 덧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수긍하는 도중 이경복은 자연스럽게 진행을 이어갔다.
“아, 기자님이요? 그러고 보니 요즘 뭐하고 계시는지 간단히 근황을 나눠보도록 하죠. 저부터 먼저 말씀드리자면 요즘…”
“에이! 제가 사부, 아니 퍼플 님 방송은 꾸준히 챙겨보고 있어서 다 알죠.”
데시벨은 손을 내저으며 답했다. 시청자들도 바로 그녀에게 동조했다.
-애당초 오늘 합방이 어제 다시보기 때문이잖슴ㅋㅋㅋ
-한국인이면 다 아는 갓플 근황 ㅋㅋㅋ
-솔직히 입국 심사 때 질문 리스트에 올려도 됨
-???: 최근 갓플 방송 컨텐츠가 뭐죠?
-틀리면 귀국해야 되는 거냐곸ㅋㅋㅋㅋㅋㅋ
이경복은 그에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아, 이게 좀 민망한데.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죄송하게도 다른 분들 방송도 못 챙겨보고 있거든요.”
“아유, 전혀 상관없습니다. 최근 또 굿즈 내신다고 바쁘시잖아요. 오히려 저도 팬으로서 말씀드리면 제 방송 보시다가 굿즈 출시가 늦어지는 게 더 싫거든요.”
-아 ㅋㅋ 데눈나도 퍼청자다 이마리야
-???: 내 방송을 왜 봄?
-???: 그 시간에 굿즈나 내놓으시라구요 ㅋㅋㅋ
-사부 대접 극진한 거 보소 ㅋㅋ
-이게 바로 퍼펙트 제자다 이마리야
이경복은 시청자 반응에 미소지으며 질문을 다시 돌렸다.
“좋습니다. 그러면 데시벨 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죠. 아까 기자님 이야기는 뭔가요?”
“아, 제가 최근 메타게이머랑 함께 특집 기사를 준비했거든요. 그거 관련해서 한 번 방송에 초청 드린 적 있어요.”
“오? 혹시 괜찮으시면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게 특집이라고 막 엄청 대단한 건 아니고. ‘그게 보여요?’라는 제목으로 리듬이랑 격투 그리고 슈팅 세 장르 모두 적응이 쉬운지 도전해보는 거거든요.”
데시벨은 그리 말하다가 살짝 민망한지 웃음을 흘렸다.
“자세한 건 기사가 곧 올라올 예정이니까 메타게이머에서 많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이게 내용을 먼저 말하면 안 되는 거였군요.”
이경복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자 그녀가 빠르게 부정했다.
“네? 아뇨 아뇨! 전혀 문제없어요! 저도 혹시 몰라서 오늘 나오기 전에 기자님이랑 연락했거든요? 문제 될 거 하나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엌ㅋㅋ 나도 무슨 엠바고 같은 거 있는 줄ㅋㅋㅋㅋ
-눈나 조금만 얘기해줘잉!
-그래서 다 잘한 거?
-퍼펙트 제자답게 전부 섭렵해버림?
-시벨롬들은 그저 웃지욬ㅋㅋㅋㅋ
그 대답에 시청자들이 바로 호기심을 보였다. 그녀는 멋쩍은 미소와 함께 숨을 내뱉었다.
“하,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더라고요. 리겜이야 제 전문분야니까 됐고, 격겜도 퍼플 님 가르침 덕분에 무난히 패스했죠. 근데 슈팅 게임이 좀…”
“아… 슈팅 장르에서 약간 트러블이?”
“네. 이게 날아드는 탄환 피하는 것까지는 괜찮거든요? 리겜에서 노트 처리하는 대신 피한다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근데 제가 사격실력이 조금…”
데시벨은 코끝을 찡그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진짜 총알 피하는 건 잘 하는데 ㅋㅋㅋㅋ
-피하는 데 너무 집중해서 반격을 못함 ㅋㅋㅋ
-이러지러 구르다가 타임아웃!
-킹직히 사격만 좀 잘 하면 성공했을 텐데 까비
그 뒷내용은 그녀의 시청자들이 대신 채워주었다. 데시벨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결론적으로는 세 장르 모두 잘하는 건 너무 어렵더라고요.”
-근데 그게 원래 정상임ㅋㅋㅋㅋ
-ㄹㅇㅋㅋ 데눈나가 격겜도 잘 한건 진짜 개빡세게 훈련해서 그런거
-갓플이 아주 잘 가르쳤다 이마리야
-그런데 정작 갓플은 처음부터 다 잘 해버리고?
-아 ㅋㅋ 그것도 원래 정상임
-?
-갓플이 바로 정상이니까
-그 정상이었냐고 ㅋㅋㅋㅋ
올라오는 채팅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리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 저는 아직 슈팅 게임은 안 해봐서 모르죠. 그런데 피하면서 쏘는 게 왜 어려운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그냥 피하실 때 반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시면 되지 않나?”
진짜 모르겠다는 표정에 데시벨은 헛웃음을 흘렸다.
“아, 맞아. 사부, 아니 퍼플 님은 이런 느낌이었죠.”
-데이츠www 기만숨결에 기억이 되돌아온www
-정품추^^
-뭔ㅋㅋㅋ 정품이옄ㅋㅋㅋㅋㅋ
-진짜 퍼기만은 오직 하나뿐!
올라오는 채팅에 그녀는 가볍게 손뼉을 쳤다.
“아무튼 이번에도 또 배우는 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방송에서는 사격을 캐주얼하게 익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거든요?”
“아, 그렇죠. 마침 또 게임이 그러네요.”
이경복이 웃으며 말을 받았지만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가득해졌다.
-뭐예요?! 우리도 알려줘요!
-오락실 겜 한다고 하지 않았음?
-트라이에 아케이드 열풍을 불러온 PPL이 하는 오락실 겜!
-원조 아케이드 맛집 넘모 기대되는 거시고요?
-ㄹㅇㅋㅋ 이걸 어케 참음?
-총 쏘는 겜하나?
-HOXY 콩트라?
-아니 ㅋㅋㅋ 그건 레트로라도 너무 레트로잖슴ㅋㅋㅋㅋ
-아이고 ㅠㅠ 할배요 ㅠㅠ
시청자들의 재촉에도 이경복은 여유롭게 웃음을 흘렸다.
“에이, 제가 무슨 원조예요. 지금 캡슐용 아케이드 게임 하시는 분들이랑은 또 다르죠. 저는 오락실에서 한 거잖아요? 오히려 저는 그분들 덕분에 캡슐용 리마스터 버전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는 이내 손뼉을 치며 주의를 모았다. 본격적으로 컨텐츠를 진행해야 할 시간이었다.
“자, 어떤 게임인지는 직접 보시죠!”
“오! 나온다!”
이경복의 말과 함께 준비된 게임이 시작됐다. 검은 화면에 총성과 함께 구멍이 뚫렸다.
이윽고 위에서 내려오는 게임로고.
[Steel Snail]
오락실 시절의 감성대로 도트픽셀로 된 디자인과 캐릭터들이 내려왔다.
-WA! 강철 달팽이!
-아 ㅋㅋㅋ 스틸 스네일은 킹정이지
-횡스크롤 건슈팅 하면 요거지 ㅋㅋㅋ
-갓직히 오락실 가본 사람 중에 모르는 사람 없음 ㅋㅋㅋ
-역시 우리 형은 겜잘알이라니깐!
그 친숙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흡족해했다. 그리고 다른 이유로도 웃음이 나왔다.
-아니 ㅋㅋㅋ 근데 캐주얼이라몈ㅋㅋ
-ㄹㅇㅋㅋ 데눈나가 캐주얼이라고 해서 생각도 못 했네
-캐주얼(어렵다)
-알고 보니 갓플식 캐주얼이었쥬?
데시벨은 그 채팅들을 보고 눈을 껌뻑였다.
“아니, 이거 어려워요? 아닌데? 저도 리겜 때문에 오락실 다녀봤는데 캐주얼한 게임 아닌가?”
그리 어리둥절해하던 그녀는 곧 코웃음을 쳤다.
“아, 이거 또 저 놀리려고 속이는 거죠? 이번에는 안 속을 거거든요!”
평소 자신의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장난스럽게 속이는 경우가 많았던 터였다. 이 역시 그와 같은 거라 판단했다.
-아닠ㅋㅋ 이거 찐 어렵다고욬ㅋㅋㅋㅋㅋ
-어허, 속고만 사셨나?(맞음)
-여기서 시벨롬들의 업보가?
-오락실에서 하는 거랑 캡슐로 하는 거랑 완전 다르짘ㅋㅋㅋ
-ㄹㅇㅋㅋ 오락실 감성으로 접근하면 후회함
-아 ㅋㅋ 어차피 해보면 알게 된다구웃!
하지만 시청자들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쯤 되니 데시벨도 뭔가 불안해졌다.
이에 그녀는 이경복을 돌아봤다.
“어, 사, 아니 퍼플 님? 캐주얼한 거 맞죠? 가볍게 해보자고 하셨잖아요…?”
불안한 그녀의 눈빛에 이경복은 자상한 미소를 돌려주었다.
“사실 저도 잘 몰라요.”
“…네?”
“저도 캡슐로 해보는 건 처음이라.”
다만 그 미소와 달리 돌아온 말은 그녀의 기대를 벗어났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좋죠. 어려우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잖아요?”
“아니이이이!”
이에 그녀가 당황스러워하자 이경복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 괜찮다면 OK입니다!
-아닠ㅋㅋㅋ 내가 안 괜찮다구욬ㅋㅋ
-데눈나 시작부터 통수 맞아버리깈ㅋㅋㅋ
-시벨아 또 속냐!?
-???: 미어캣은 또 속았습니다…
-퍼집자님 백퍼 그 짤 쓴다 ㅋㅋ
-실제로는 갓플도 몰랐지만 아무튼 속았음! 속은 거임!
-역시 퍼사부야! 제자를 강하게 키운다니깐!
덕분에 게임 시작 전부터 시청자들의 방송 만족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 * *
본격적으로 게임에 진입한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 튜토리얼이 있네요?”
원래는 아케이드 게임이지만 캡슐용으로 바꾸며 조작 방식이 달라졌다. 조이스틱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두 사람이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도트 버전 커엽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이 형은 도트로 표현해도 잘생김이 묻어나오네
-이 형 콧대 쪽에 도트 픽셀 좀 높은 거 같은데 나만 그래?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고 미남은 그래픽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갓플은 둘 다쥬?
-작겠지? 그치?
-아래쪽 도트 개수 세봐야겠다
-미쳤냐곸ㅋㅋㅋㅋㅋㅋ
-이거도 굿즈로 나옴?
-굿즈 무새 아직도 있냐고 ㅋㅋㅋㅋ
두 사람의 몸은 아케이드 시절처럼 픽셀 그래픽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와, 이거 신기하네요. 보시면 각이 있어서 딱딱할 것 같은데 그런 느낌은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하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얇은 패딩을 입은 느낌?”
“아, 맞아요. 그런 느낌! 뭔가 보는 거랑 직접 느끼는 거랑 달라서 약간 위화감이 드는… 아!”
이경복의 설명에 데시벨이 맞장구를 치는 도중이었다. 그녀는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가 놀라 소리를 높였다.
“괜찮으세요?”
“아, 네네. 뭐지? 여기 뭔 벽 같은 게 있는데요?”
-뉴비 행동 너무 좋고욬ㅋㅋㅋㅋ
-슬슬 당황스럽쥬?
-???: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을 느꼈지
-???: 이런 걸 전에 본 적이 있나?
-킹리둥절잼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에 웃음을 흘렸다. 데시벨과 달리 이경복은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
“아, 이게 오픈월드가 아니구나. 활동구역이 제한되어 있네요.”
그녀 쪽은 물론 자신 쪽에도 투명한 벽이 있었다. 이경복은 그 범위를 파악했다.
“대충 너비는 두 사람 반 정도? 전후와 상하로만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둔 거네요.”
“아, 사선이 겹치지 않을 정도로만 확보를 해뒀구나.”
데시벨도 그에 깨달았다.
딱 두 사람이 서로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너비였다. 각 플레이어가 하나씩 자리를 차지하면 될 터였다.
-그래서 리메이크가 아니라 리마스터인 거 ㅋㅋㅋ
-혀엉! 우리 눈에는 오락실 감성으로 보여!
-그래도 1인칭으로 보면 좀 색다르긴 하지 ㅋㅋㅋ
-오? 1인칭도 가능?
-ㅇㅇ 트라이 옵션 보면 있음
시청자들 눈에는 기본적으로 오락실 화면처럼 보였다.
1인칭으로 볼 수도 있긴 했지만 그러면 두 사람의 표정이 안 보였으니 선택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대충 감이 오네요. 데시벨 님, 더 진행할까요?”
“아, 네네.”
두 사람은 동작에 적응을 마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다음 구역에 도달하니 모래주머니로 만들어진 참호가 보였다.
“으아! 뭐야!?”
“오? 권총이네요.”
“아씨, 놀래라…”
그리 가까이 가니 갑자기 손의 픽셀이 증식하더니 권총이 형성됐다.
상반된 반응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리는 사이 이경복은 바로 참호 너머 과녁을 조준했다.
이내 그가 방아쇠를 당기자 경쾌한 총성과 함께 둥그런 픽셀 탄환이 앞으로 쏘아졌다.
“아, 이것도 그 감성 그대로네요.”
현실적인 여타 게임과 다르게 탄속이 비교적 느렸다. 날아가는 탄환이 눈에 보일 정도가 아닌가. 데시벨도 이내 그 뒤를 따라 방아쇠를 당겨보았다.
“일단 탄도학은 적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탄환이 일직선으로 나가네요. 아, 그리고 데시벨 님?”
“네?”
“기본 권총은 무한 탄창이니까 힘드시면 주먹을 쥔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연속으로 사격이 나갑니다. 검지만 굽히면 사격으로 인식하나 봐요.”
“오? 진짜네요? 이게 더 편하네!”
그녀는 이내 미소 지으며 손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를 따라 흩뿌려진 탄환이 과녁을 쓰러뜨렸다.
“에이, 뭐야! 이러면 쉽죠! 역시 시벨롬들이 또 속인 거였네.”
그녀는 괜히 걱정했다는 듯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오히려 더 큰 웃음을 흘렸다.
-업보 스택 쌓이는 거 보소 ㅋㅋㅋㅋ
-즉.시.방.심
-스틸 스네일이 어려운 이유가 사격이라고 생각하는 스머가 이따?!
-시벨아… 지금 많이 웃어둬라…
-그 와중에 갓플은 바로 적응해버리네 ㅋㅋㅋ
두 사람은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데시벨이 모든 과녁을 쓰러뜨리자 그 자리에 연습용 터렛이 솟아났다.
이어 퉁퉁 거리는 발사음과 함께 탄환이 느릿하게 날아왔다.
“아, 맞죠! 숙이거나 점프로 피하는 거!”
이경복은 쾌활하게 말하며 날아오는 탄환을 피했다. 데시벨도 그를 따라 몸을 숙이며 탄환을 피했다.
문제는 아래로 날아오는 탄환을 피해 도약했을 때였다.
“어어어어?! 뭐야아아아아아!”
바닥을 전력으로 밀어낸 그녀는 말 그대로 로켓처럼 솟구쳤다. 예상치 못한 높이에 그녀는 당황해 허우적 거리다가 추락했다.
반면 이경복은 비슷한 높이였지만 가뿐하게 착지했다.
“괜찮아요!?”
“네에… 흐아아, 안 아파서 다행이다…”
데시벨의 대답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아, 이게 이런 느낌이구나? 처음 하시는 분들은 진짜 적응하기 어렵겠네요.”
-엌ㅋㅋㅋ 개웃기네 진짴ㅋㅋㅋ
-쇼츠각 제대로 나와버리기 ㅋㅋㅋㅋ
-아닠ㅋㅋ 형도 처음이잖슴!
-은근슬쩍 자기는 처음 아닌 척ㅋㅋㅋㅋㅋㅋ
-???: 좋아! 자연스러웠어!
-좋은 예와 나쁜 예 너무 확실하고?
-이거 진짜 극악한 게 점프퀸 방식임 ㅋㅋㅋ
-완전 사람 돌아버리게 하는 높이조절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웃는 사이 이경복은 데시벨을 돌아봤다.
“이거는 잠깐 연습을 하고 넘어가셔야 되겠네요. 보니까 무릎 굽히는 거랑 바닥 미는 힘에 따라 조절 되는 것 같아요.”
“어, 일단 해볼게요!”
두 사람은 가볍게 점프를 했다. 이경복은 두어 번 정도하고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데시벨은 전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연신 고개를 기울였다.
그렇게 잠시 후.
“아니이이이이! 살살! 살살 뛰었다고요!”
그녀는 제 자신에게 답답한지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괴로워했지만 채팅창은 분위기가 달랐다.
-점프 튜토 1시간 각?
-아 ㅋㅋ 저걸 못 하네
-ㄹㅇㅋㅋ 그냥 뛰기만 하면 되는데
-저거 어려움? (진짜 모름)
-트수들 놀리는 거 보솤ㅋㅋㅋㅋ-???: 나만 아니면 돼에에에에~!
-어차피 안 할 거라고욬ㅋㅋㅋ
데시벨은 자신을 놀리는 채팅을 흘겨보고는 이내 이경복 쪽으로 눈을 돌렸다.
“퍼플 님…? 혹시 팁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늘 그렇듯 그라면 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경복은 예상외로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 이게…”
그에 시청자들도 놀라려는 순간 이경복이 답을 꺼냈다.
“개인 감각에 달린 거라 딱히 알려드릴 게 없네요. 손을 어떻게 드는지 알려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 ㅋㅋ 그냥 자연스러운거라고욬ㅋㅋㅋ
-여기 점프하는 법 누가 가르쳐줘서 알게 된 사람?
-데시벨! 또 배신당하다!
-혀엉? 데눈나의 체력은 이미 0이라구웃!
-근데 진짜 이건 어떻게 알려주냐곸ㅋㅋ
시청자들의 놀림에 이경복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근데 이거 진짜 해보시면 아시는데 어려워하실 수 있어요. 그, 키즈카페 같은 데 가면 트램펄린 있잖아요? 모든 지역이 그런 느낌인 거죠.”
“아…! 완전 공감되긴 하는데 어렵네요.”
데시벨은 이에 난해해하자 이경복이 그녀를 독려했다.
“괜찮습니다. 데시벨 님이 또 배우시는 게 빠르시잖아요? 연습 더 하시면 될 거에요.”
“그쵸? 노력해보겠슴다!”
데시벨이 의지를 다지는 와중이었다. 이내 그녀는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Tutorial Skip]
이경복이 튜토리얼을 종료했다.
“어… 퍼플 님? 저 연습은?”
그녀가 묻자 이경복이 오히려 의아해했다.
“아, 오랜만이라 잊으셨을 수도 있겠구나.”
“네?”
“메탈펀치 때 설명 드렸잖아요.”
이경복은 해맑게 웃으며 설명했다.
“실전이 가장 좋은 연습이거든요.”
그 한 마디에 채팅창은 축제 분위기였다.
-아 ㅋㅋ 교육방식 넘모 일관적이고?
-모르면 맞아야짘ㅋㅋㅋㅋ
-격겜식 훈련법 뭔뎈ㅋㅋㅋㅋ
-하지만 효과가 있쥬? 본인이 그 증거쥬?
-ㄹㅇㅋㅋ 반박불가자넠ㅋㅋㅋ
-이게 바로 퍼펙트 코칭이다 이마리야
이미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던가. 시청자들은 이에 기대심을 내비쳤다.
이경복이 또 한 번.
-우리 데눈나가 이렇게 또 성장하는 구나
-중간과정이 너무 생략된 거 아니냐곸ㅋㅋㅋㅋ
-???: 많은 일이… 있었다!
-아무튼 잘하게 됨 ㅎㅎ
데시벨의 역량을 키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