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화 - 교수님이 개강함 (3)
이경복의 자신감과는 별개로 제한시간은 착실하게 줄었다.
[312]
남은 시간은 5분 남짓, 시청자들은 그에 빠르게 채팅을 쳤다.
-형! 얼른 시작해잉!
-타임어택 코칭 ㅅㅂㅋㅋㅋㅋ
-타임어택 전문가가 또?
-그냥 잠깐 멈추고 하면 안 됨?
-그러면 재미없자너 ㅎㅎ
-아니 재미가 문제가 아니잖슴ㅋㅋㅋㅋ
-사격 코칭인데 말로만 어케 하냐고욬ㅋㅋㅋ
조급한 채팅창과는 달리 이경복은 느긋했다.
“아니, 5분이면 진짜 많이 준 거죠. 아마 캡슐용으로 컨버전하면서 늘어난 것 같습니다. 오락실에서는 아마 100초가 기본일 걸요?”
-아닠ㅋㅋ 그걸 왜 설명하냐곸ㅋ
-퍼자감이 여기서?
-교수님! 수업부터 진행해주세욧!
-???: 집어치우고 강의나 해주세요
-원래 첫사랑 얘기 아니었냐곸ㅋㅋㅋ
-본격 구경꾼들만 안달 난 타임어택 방송 ㅋㅋㅋ
-아 얼른 퍼펙트 상식 탑재하라고 ㅋㅋㅋㅋ
데시벨도 그에 불안한 듯 눈을 굴렸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이경복의 말을 믿기도 했고.
“아, 보스 공격은 신경 쓰지 마시고.”
그가 돌아보지도 않고 보스가 날리는 부품들을 요격하는 걸 눈앞에서 목격한 덕분이었다.
“일단 먼저 주의하실 게 있어요.”
“넵!”
“게임 특성상 탄도학이 적용 안 되고, 저희 몸 자체도 도트로 되어 있잖아요? 이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거든요.”
“아, 그렇긴 하죠.”
“네. 그래서 지금 알려드리는 건 다른 게임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어요.”
“음, 넵! 이해했습니다!”
데시벨은 뭇내 아쉬웠지만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경복은 그에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나중에 기회 되면 AS 해드릴 테니까 집중해주세요.”
“진짜요!? 감사합니다!”
그녀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경복은 이에 마주 웃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먼저 숨을 쉬지 마세요.”
“…네?”
데시벨이 당황해하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헉!
-말넘심!
-???: 못하느니 죽어라.
-플랜트위키/퍼플/논란
-시벨아, 또 속냐!
놀림거리에 득달같이 달려드는 채팅에 이경복은 헛웃음을 흘리며 설명을 이었다.
“그게 아니라 호흡이 불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사실 캡슐 속에서는 숨 쉬는 게 습관에 가깝거든요.”
“습관… 이요?
데시벨이 아리송한 얼굴로 눈을 굴렸다. 이경복은 방아쇠를 당겨 파편을 요격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엄밀히 말하면 가상현실에서는 호흡 자체가 불필요하죠. 실제로 공기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아, 그건 그렇긴 한데…”
“이상하죠? 게임하실 때에는 그냥 평소대로 호흡을 하셨으니까.”
“아, 네! 맞아요! 헐, 제가 생각하는 거 어떻게 아셨지?”
그녀가 흠칫 놀라자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누구나 그러니까 그렇죠. 이건 제 뇌피셜이지만, 저희가 가상현실에서 호흡을 하는 건 자신의 뇌를 속이기 위해서입니다.”
“뇌를… 속여요?”
-?????
-시벨아, 또 속… 이게 아닌가?
-뭐예요? 왜 진짜 속였어요?!
-???: 찐막만 하고 자자
-아니 ㅋㅋㅋ 그것도 속인 거긴 한데!
-찐막(아님)
-알고 보니 트수들 전부 전문 사기꾼이었네 ㅋㅋㅋ
시청자들도 그에 의아해하자 이경복이 제 머리를 가리켰다.
“바깥, 실제 현실의 저희 몸은 여전히 호흡을 하고 있죠. 그런데 가상현실의 아바타가 호흡을 안 하면 뇌가 혼동이 오겠죠?”
“아… 그렇죠!”
“네, 이게 또 게임의 몰입을 깨는 요인이 되거든요.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제가 한 게임들 모두 호흡을 하면 아바타도 반응을 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고요.”
그는 이내 머리에서 손을 내려 자신의 몸을 가리켰다.
“그런데 스틸 스네일은 몸이 도트로 되어 있거든요. 제가 사격할 때 좀 신경을 써봤는데, 숨을 참아도 어색하기만 하지 불편한 게 없더라고요.”
“그게… 어? 진짜네?!”
데시벨은 되묻다가 이내 숨을 참아보았다. 이경복이 말한 대로 어색할 뿐 갑갑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 숨 안 쉬면 에임 좀 잡히지 않음?
-ㄹㅇㅋㅋ 떨림 줄어들겠네
-생각보다 분석적인 코칭이었던 거시고요?
-이게 바로 퍼펙트 커리큘럼?
-요런 코칭은 또 처음 보넼ㅋㅋㅋ
이경복은 재차 보스 공격을 요격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덧 남은 시간은 3분 남짓, 그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자, 그럼 호흡은 그대로 멈추시면 되고. 반동제어도 하셔야 하니까 팔을 몸에 바짝 붙여주세요.”
“아, 네네!”
그녀는 바로 지시에 따랐다. 이경복은 경쾌한 목소리로 그녀를 독려했다.
“아주 좋아요! 잘하시네요! 이제 처음부터 맞춘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쏘면서 영점을 잡아보세요.”
“알겠슴다!”
데시벨이 바로 중화기를 발사했다. 조준이 엇나가긴 했지만 그 탄착군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보스가 재차 공격해오자 그녀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 탄착군이 재차 퍼지려는 순간.
“커버는 제가 할 테니까 걱정마시고.”
날아들던 파편은 그대로 이경복이 쏜 탄환에 튕겨나갔다. 데시벨은 재차 얼굴을 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 넵! 잘 부탁함다!”
쏟아지는 탄막이 움직이며 엔진쪽으로 다가섰다. 데시벨이 이에 자기도 모르게 환호했다.
“와! 된다! 진짜 되…! 흡!”
그러나 그 기쁨으로 탄착군이 다시 흔들리자 그녀는 스스로 입을 다물었다.
이경복은 그에 웃음을 흘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역시 배우시는 게 정말 빠르시네요.”
-갓플 칭찬 너무 달달한 거시고요?
-나도! 나도 칭찬 받을 거야!
-이건 녹음해서 헬스장에서 틀어줘야 된다 진짜
-동기부여 사운드 ㅁㅊㄷㅁㅊㅇ
-퍼펙트 보이스는 마음대로 쓰면 철컹철컹이야!
시청자들은 그 모습을 즐거이 감상했다.
-데눈나가 잘 배우는 거 맞는데 갓플도 잘 가르침ㅋㅋㅋㅋ
-이렇게 좋게좋게 말해주는 교수님이면 나도 에쁠 받았을 텐데!
-그건 그냥 님이 공부를 안 한…
-어허! 그마내!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더니 알고보니 그 반대였고?
-Perfect Makes Practice!
-아 ㅋㅋ 갓플이 알려주면 당연히 연습하지!
-PMP 이론은 킹정이다 이마리야
-PMP는 또 뭔데 ㅋㅋㅋ
좋아하는 이의 성장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쁜 법이었다.
* * *
데시벨의 사격으로 붉게 과열되어가던 엔진이 결국 폭발했다. 자동차 기생체가 쓰러지며 트럭이 그 뒤를 지나가더니 화면이 전환됐다.
“여기가 군사기지네요.”
“아… 혹시 저 때문에 늦은 건가요?”
군사기지는 이미 초토화된 상황이었다. 데시벨이 그에 불안해하자 시청자들이 웃음을 흘렸다.
-ㅇㅇ 데시벨 탓에 망함
-아니 ㅋㅋㅋ 이건 원래 이런 스테이지라구욬ㅋㅋㅋ
-시벨롬들 또 속이려는 거 보솤ㅋㅋㅋㅋ
-???: 입만 벌리면 아주 그냥…!
-킹치만! 데눈나는 놀리는 맛이 있는 걸?
눈치를 보던 데시벨이 이에 역정을 내려는 순간 트럭이 멈추었다.
주인공들이 내리자 앞쪽에서 혼비백산한 군인들이 뛰어나왔다.
“오우, 노오!”
“으아아아아!”
몇 안 되는 보이스를 재활용한 듯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러나 군인들은 뒤편에서 날아든 탄환에 풀썩 쓰러졌다.
“헐! 어떡해!”
데시벨이 그에 안타까워하는 도중 한 군인이 절뚝거리면서 다가왔다.
“생존자다! 구해줄 수 있나 봐요! 아, 언제 움직여!”
아직 이벤트 도중이었기에 통제권이 없었다. 그녀와 달리 이경복은 그저 실소만 흘렸다.
이미 오락실 시절 때 봤던 장면이기도 하고 신기로도 그 위협을 감지해냈기 때문이었다.
‘미리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데시벨의 몰입을 깰 필요는 없었다. 그 사이 주인공들이 그 군인에게 다가가자.
“으아아아아!”
비명과 함께 군인의 모습이 변이했다. 불거진 혈관이 찢어지며 피 대신 은빛 액체금속이 상반신을 뒤덮었다.
사이보그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으아! 뭐야 이거!?”
-아닠ㅋㅋㅋ 이 눈나는 왜 혼자 속는뎈ㅋㅋㅋㅋ
-데시벨은 또 속았습니다(아무도 안 속였음)
-셀프로 속는 거 개웃기넼ㅋㅋㅋㅋㅋ
-시벨롬들의 마음, 조금은 이해될지도?
데시벨이 그에 놀라자 채팅창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데시벨이 그에 투덜거리려 했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두 캐릭터들이 바로 사이보그를 처리하자 트럭에서 과학자가 내려왔다.
이내 떠오르는 말풍선들.
“금속? 스틸 스네일? 아, 금속을 흡수했다는 걸까요?”
“그런 것 같네요. 스틸 스네일이 몸집을 불려서 인체에까지 침입한 모양입니다.”
-ㅇㅇ 그거 맞음
-사람 혈액에 철분 있어서 그거 따라 움직인 거 ㅋㅋㅋ
-사이보그가 되어버린다 이마리야
-HOXY 퍼파고 님도 그렇게…?
-여기서 퍼파고가 왜 나왘ㅋㅋ
-???: 님 밴 맞으실래요?
그것으로 설명은 끝인지 플레이가 시작됐다. 이경복은 이에 가볍게 주변을 훑어보고는 말했다.
“이번에는 기계뿐만 아니라 쓰러져 있는 군인들도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 그러네요. 사이보그가 돼서 덤빌 수도 있겠구나. 색감차이 주의하면서… 음음…”
데시벨이 그에 알아듣고 가르침을 되새겼다.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니 이경복의 예상대로 기계 기생체는 물론 사이보그들이 적으로 나타났다.
“예전과는 다르다고요!”
하지만 조준이 개선된 데시벨은 능숙하게 적들을 처리해나갔다. 비록 이경복처럼 한 번에 적중시키지는 못했지만 그녀로서는 만족할만한 발전이었다.
-우리 데눈나 에이미가 살아났다?!
-이것이 퍼펙트 코칭의 효과?
-퍼라클! 퍼라클! 퍼라클!
-아 ㅋㅋ 부활은 원래 신이 하는 거라니깐!
-그저 갓…!
시청자들도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만족을 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군사기지의 적들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 이건 너무 치사한 거 아니에요!?”
“아무래도 저 사이를 맞춰야겠는데.”
튜토리얼 때 나왔던 터렛이 배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쏘는 탄환은 그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연달아 쏘아지는 탄환에 두 사람은 바로 엄폐물 뒤로 몸을 숨겼다.
“이익!”
데시벨은 틈을 노려 사격을 가했지만 방벽의 틈, 터렛의 총구를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을 들여 겨우 영점을 맞추는가 싶으면 탄환이 날아와 다시 숨어야 했다.
-조준 리셋 뭔데에에에에!
-이것이 바로 영원회귀?
-에헤이 텃다 텄어!
-요거는 갓플이 처리해야할 듯?
-이 형은 이미 로데리에서 해봤다 이마리야
시청자들은 물론 데시벨도 내심 이경복이 나서야 할 순간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이경복에게는 다른 생각이 있었다.
“여기서는 폭탄을 연습해보죠.”
그는 왼손을 허리 뒤로 옮겼다. 이내 앞으로 나온 손 위에는 공처럼 생긴 점착형 폭탄이 들려 있었다.
기본 권총과 달리 개수 제한이 있는 2번째 무기였다.
“어, 음, 네. 일단 해볼게요.”
데시벨은 잠시 주저했지만 이내 폭탄을 꺼내 던졌다. 하지만 너무 빨리 손에서 놓은 탓에 폭탄은 거의 수직에 가깝게 솟아올랐다.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폭탄도 로켓배송!
-데팡 뭐냐구욬ㅋㅋㅋㅋㅋ
-이거 이러면 앞에서 터지는 거 아님?!
-어서 돔황챠!
시청자들이 그에 아찔해했지만 이경복은 가뿐하게 총구를 위로 올려 폭탄을 터트렸다.
“크흠, 어깨를 거의 써보신 적이 없으신가 보네요.”
“그, 저는 리겜만 했으니까요! 뭘 던질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데시벨은 민망한 듯 울상을 짓자 채팅창에 웃음이 번졌다.
-엌ㅋㅋ 고건 맞지
-이건 갓플이 잘못한 걸로 ㅋㅋ
-하지만 쇼츠는 제대로 뽑았쥬?
-바보! 쇼츠각만 보는 바보!
-이거도 코칭으로 해결 가능?
-코칭하다가 폭탄 다 쓸 거 같은뎈ㅋㅋㅋ
의외로 이번에는 시청자의 예상이 근접했다. 데시벨은 남은 폭탄으로 감을 익혀봤지만 번번이 엉뚱한 곳에 폭탄을 던져버렸다.
“잠깐! 마지막은 남겨두세요!”
이경복의 제지에 데시벨은 눈치를 살피며 주눅들었다.
“으… 죄송해요…”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아무래도 당장은 고치기 힘들 것 같으니 던지는 방법을 바꿔보죠.”
“방법이요?”
이경복이 포기를 한 건 아니었다. 그 사실에 데시벨은 다시 의욕을 되찾았다.
“어깨 위로 던지는 걸 오버핸드 라고 하거든요? 이번에는 언더핸드로 던져보죠. 혹시 아리랑 볼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아리랑은 노래잖아요? 디제 프로에서 모드로 추가해서 해보긴 했는데.”
“어, 그건 일단 잊으시고. 겨울에 귤 드실 때! 가족분들 중에서 귤 먹으라고 아래에서 위로 던져주기도 하잖아요? 그런 식으로요!”
“아! 그건 알죠!”
두 사람의 문답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리랑 볼을 모른다고?
-여긴 또 리겜만 아는 바보인 거시고요?
-생활밀착형 설명 조아땈ㅋㅋㅋ
-귤 던져주는 건 킹정이지 ㅋㅋ
-ㄹㅇㅋㅋ 귤을 오버핸드로 던져주면 싸우자는 거지 ㅋㅋㅋ
-근데 언더핸드면 엄폐물에 못 숨잖슴?
-뭐지? 이참에 처리를 하려는 거신가?
데시벨도 한 박자 늦게 엄폐물에서 나와야 된다는 걸 알아차렸다가 이내 깨달았다.
“아, 이것도 그거네요? 잘하는 거에 집중해라! 제가 또 피하는 건 잘하니까 엄폐물에 붙어 있을 이유가 없죠!”
“네, 맞습니다. 역시 훌륭하시네요! 자, 이제 아래에서 위로! 포물선을 그리면서!”
이경복의 칭찬과 독려에 그녀는 자세를 잡았다. 탄환이 날아들어 잠시 지체됐지만 그녀는 바로 지시를 따랐다.
느릿하게 날아간 폭탄이 방벽에 붙자 그녀는 밝게 웃으며 총을 들었다.
이내 조준을 맞춰가며 사격한 결과.
“됐다아아아아!”
폭발과 함께 터렛이 박살이 났다. 그녀는 기쁨의 환호성과 함께 이경복을 돌아봤다.
“아! 진짜 대박이에요! 사부님! 역시 사부님이 가르쳐주시는 게…”
흥분해서 말하던 그녀는 이내 민망한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아, 죄송해요! 그, 제가 방송에서 개인적으로 퍼플 님을 사부라고 불러서. 아니, 그게 존경의 의미인데요. 이게 입에 붙어가지고, 사실 합방도 다시 할 줄 몰라서…”
그녀가 횡설수설하자 이경복은 해맑게 웃었다.
“아니, 괜찮습니다. 사실 사부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한 걸 한 건 아니긴 한데,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허, 진짜요? 사부님이라고 불러도 되는 거예요!?”
“음… 파문당할 일만 없으면 되겠죠?”
이경복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
“당연히 없을 겁니다! 사부님! 열심히 하겠슴다!”
-옼ㅋㅋㅋㅋㅋ 공식 사부 땅땅!
-데눈나 수강신청 성공!
-아 ㅋㅋ 이제 청강생이 아니라 이마리야
-퍼사부와 데제자 ㅋㅋㅋ
-퍼펙트 사제관계 무엇?
-캬 ㅋㅋㅋ 데눈나 방송에서 그렇게 말하더니 인정받아버렸고?
이에 시청자들도 같이 기쁨을 나누었다.
* * *
터렛의 잔해를 넘어 기지 심부로 들어가니 짧은 컷신이 진행됐다.
“어우, 사부님. 숫자가 너무 많은데요!?”
“실제로 싸울지는 두고 봐야죠.”
배경에서 사이보그로 변한 군인 무리가 몰려오고 있었다. 바글바글 몰려오는 그 모습에 주인공들은 당황해 앞으로 달려갔다.
이윽고 지금까지 붙어 있던 2개의 사선이 양 옆으로 갈라졌다.
-오ㅋㅋ 드디어 나왔네
-스틸 스네일하면 또 분기 시스템이지 ㅋㅋㅋ
-캬 ㅋㅋ 진짜 이거 오락실에서 봤을 때는 혁신이었는데 ㅋㅋㅋ
-아재들 즉각 튀어나오는 거보소 ㅋㅋㅋ
-학생^^ 사이보그 되고 싶어?
-나쁜말 그마내!
시청자들이 그에 추억을 되새겼다. 이경복도 그중 하나였다.
“아, 스틸 스네일이 인기 있었던 이유죠. 지금은 게임에 분기가 당연하지만 오락실 게임 중에는 좀 희귀한 시스템이었거든요.”
“사부님! 저희는 어디로 갈까요…? 그, 사이보그들이 계속 가까워져서 빨리 골라야 될 것 같은데.”
데시벨이 조심스럽게 그를 다시 현실로 불러왔다.
-하나는 차고로 가고 다른 하나는 무기고인디
-일단 무기부터 확보하는 게 안 낫나?
-화방이나 로켓으로 싹쓸어다스 ㄱㄱ
-애니마싱가 못 참지 ㅋㅋㅋ
시청자들은 두 분기 중 무기고를 선호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생각이 달랐다.
“지금 큐다리 님 퀘스트 중이라 무기를 데시벨 님만 쓸 수 있으니까요. 그보다는 차고로 가보죠.”
“어, 저쪽이 더 많아 보이는 것 같은데… 그래도 사부님을 따르겠습니다!”
차고는 사이보그들이 몰려오는 방향이었다. 데시벨은 순간 갈등했지만 이내 이경복을 뒤따랐다.
이윽고 장소는 차고 안으로 바뀌었다.
-무친 ㅋㅋㅋ 텅텅 비었네
-형? 이거 맞아?
-갓플한테는 이게 맞지 ㅋㅋㅋㅋ
-킹부러! 어려운 루트로 갈려고!
-시벨아 또… 에휴 됐다.
-얼마나 속는 거냐고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놀리는 와중 화면이 고정됐다. 어둑한 차고 내부에는 누군가 있었다.
푸른 점프슈트를 입은 채 스패너를 들고 있는 남자, 정비공이었다.
“오우, 노오!”
녹음된 보이스와 함께 그는 역정을 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차고 셔터가 우그러지기 시작했다.
“어… 사부님?”
“음, 역시 여기가 더 낫네요.”
이경복은 즐거운 듯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시청자들도 그에 웃는 사이 정비공의 말풍선이 떠올랐다.
“탱크? 오! 탱크가 있나 봐요! 아, 근데 고쳐야 되는 건가?”
“스패너랑 시계면 고치는 동안 시간을 벌어달라는 것 같습니다.”
-아 ㅋㅋ 버티는 거네 ㅋㅋㅋ
-무친 ㅋㅋㅋ 둘이서 저걸 다 막으라고?
-폭탄 잘 쓰면 되지 않음?
-킹치만 데눈나 거는 다 써버렸는 걸?
-엌ㅋㅋ 여기서 코칭 스노우볼이?
-갓플 걸로 어케 좀 비벼보면 될 듯 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에 데시벨이 슬쩍 눈치를 보았다.
“아으, 좀만 더 잘할 걸…”
이윽고 셔터가 부서지며 사이보그들이 들어섰다.
“그래도 제가 최대한 낭비한 폭탄 몫을 해보겠습니다!”
그녀가 결연한 표정으로 비장하게 말했다. 이에 이경복은 웃으며 폭탄을 던졌다.
빠르게 움직이는 양손과 함께 흩뿌려진 폭탄들은.
“낭비라뇨.”
이경복의 연이은 사격에 허공에서 폭발했다.
허무하게 사라져버린 폭탄, 이에 데시벨은 물론 시청자들도 어리둥절해하자 그가 말을 맺었다.
“애초에 필요가 없으면 낭비도 아니죠?”
이경복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데시벨은 그 의도를 깨달았다.
권총만으로 클리어해서 그녀에게 잘못이 없음을 증명해주려는 것이었다.
“…사부님!”
데시벨이 그에 감격하자 이경복은 웃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이쪽이 더 재미있잖아요?”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부러! 어렵게 깰라고!
-블랙기업 행동 바로 나왔쥬?
-알고 보니 데눈나는 이용당한 것이었고?
-(대충 또 속았다는 내용)
-이 형은 진짜 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에 장난스럽게 채팅을 쳤지만 그들 역시 이경복의 진의를 눈치 챘다.
데시벨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말을 덧붙인 게 분명했다.
-아 ㅋㅋ 원래 폭탄은 아끼똥이라니깐!
-ㄹㅇㅋㅋ 아끼기 시작하면 끝까지 안쓰자너
-죽으면 보충 되는 게임이면 더 빡침 ㅋㅋㅋ
-원래 쓸 수 있을 때 쓰는 게 맞다 이마리야
-???: 즐기시게 냅둬
-킹직히 이 둘이면 기본으로도 깰 덧 ㅋㅋㅋ
이에 시청자들도 동참해 채팅을 쏟아냈다.
“다 덤벼어어어!”
기운을 되찾은 데시벨은 해맑게 방아쇠를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