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화 - 교수님이 개강함 (4)
황색 탄환이 적중하면 푸른 픽셀 도트가 튀어 올랐다. 스파크와 함께 은색의 픽셀 몸체가 우그러지며 쓰러졌다.
그러나 그 너머에는 더 많은 픽셀들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데시벨은 밀려드는 사이보그를 보며 암담해했다.
“으아…! 이건 조준 연습이 필요 없을 정도네요!”
그녀 역시 스트리머이니 오디오를 비우지 않았다. 어딜 노려도 적중할 정도로 사이보그가 많았다.
“으앗! 맞을 뻔…!”
사이보그들 역시 가만있지 않고 반격해왔다. 그녀는 익숙지 않지만 전력으로 점프로 탄환을 피해냈다.
데시벨은 착지하며 헛웃음을 흘렸다.
“사부님은 진짜 말이 안 되시네…”
이경복은 그녀의 곁에 없었다. 데시벨은 공중으로 도약했을 때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경복은 시작부터 사이보그 한복판에 뛰어들었기 때문이었다.
-데피셜 게말콘 나와버렸쥬?
-진짜 이 형은 겁이라는 걸 모르는 것인가 ㅋㅋㅋㅋ
-나 이거 영화에서 봤어!
-퍼퀄리브리엄 ㅎㄷㄷ
-퍼이츠www 도트 그래픽으로도 액션 무비를 찍어버리는www
-개좁은데 어떻게 저럼?
활동영역은 기껏해야 2명 반 정도 서있을만한 공간이었다. 이경복은 양 사선을 차지하는 사이보그 사이, ‘반’에 해당하는 곳을 파고들었다.
“오히려 붙으면 더 쉽습니다!”
이경복은 여유롭게 웃으며 답했다. 그 와중에도 그는 영거리 사격으로 사이보그의 머리를 터트리고, 그 사체의 등을 타 넘으며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자동사격이라 힘들지도 않고요!”
순식간에 쓰러지는 사체들 사이에서 뒤편의 사이보그들이 탄환을 발사했다.
도저히 보일 리가 없는 사각에서 발사한 탄환이었지만 그는 가뿐하게 백덤블링으로 탄환을 피해냈다.
그리 돌면서 공격해온 사이보그를 향해 탄환을 돌려준 건 이제는 당연한 일처럼 보였다.
-엌ㅋㅋㅋ 찢었닼ㅋㅋ
-아닠ㅋㅋㅋ 저걸 도트 하나 차이로 피하네 ㅅㅂ
-종이 한 장도 아니고 픽셀 하나 차이 무엇?
-ㄹㅇㅋㅋ 맞은 줄 알고 식겁함
-큐다리 지금 속이 바짝바짝 타고 있을덧 ㅋㅋㅋㅋ
-??? : 맞았다! 안 맞았어!?
-아모른직탄 ㅋㅋㅋㅋ
-이게 바로 슈뢰딩거의 탄환이다 이마리야
시청자들은 그 상황에 아찔해하면서도 감탄을 터트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선전에도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으아아아아! 언제까지 나오는 거야아아!”
현실성을 살린 다른 게임과 달리 아케이드 게임인 스틸 스네일은 어느 부위에 맞추든 데미지가 고정이었다.
이에 두 사람이 처리하는 속도보다 사이보그의 증원 속도가 더 빨랐다.
“에이, 점수 많이 먹고 좋잖아요!”
이경복은 그 상황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데시벨과 시청자들은 그에 실소를 흘리다가 기겁했다.
뒤에 밀려 있었던 사이보그들이 그를 향해 일제히 사격을 가하지 않나.
“사부님! 이쪽으로!”
데시벨은 다급히 소리쳤다.
이번에는 도저히 피할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엄폐물이 있는 자신 쪽으로 돌아와야 살 수 있을 터였다.
“아마 따라잡힐 겁니다!”
그러나 이경복의 판단은 달랐다. 탄환이 눈에 보이는 만큼 결과가 계산이 됐다.
이경복이 택한 활로는 다른 곳에 있었다.
-??????
-뭐임?
-어케 살았음?
-2단 점프!?
도약할 수 있는 높이까지 빈틈없이 뒤덮어버린 탄막에 다들 외통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경복은 배경, 투명한 벽을 딛고 또 다시 도약해 공격을 피해냈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쏟아지자 이경복은 도리어 의아한 듯 되물었다.
“튜토리얼 때 이미 봤잖아요? 이 벽도 물리적으로 상호작용 되는 거?”
“아…!”
데시벨이 그에 탄성을 내질렀다.
튜토리얼 때 몸을 움직이다가 직접 벽에 부딪힌 당사자였기 때문이었다.
-아 맞네?
-왜 생각을 못했지 ㅅㅂㅋㅋㅋ
-오락실 버전에서는 없었으니까 상상도 못했음ㅋㅋㅋㅋ
-캡슐용은… 2단 점프 가능… 메모…
-교수님특) 학생들이 기초 수업 때 배운 거 다 기억한다고 생각함
시청자들도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얼마간 더 공세를 버텨내니 이벤트 컷신으로 넘어갔다.
주인공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며 사이보그를 저지했지만 점점 더 숫자는 불어났다.
바로 그 순간, 화면 밖에서 중화기 소리와 함께 탄환 무더기가 쏟아졌다.
“아! 수리가 끝났나 봐요!”
데시벨이 안도하며 소리를 높였다. 주인공들이 총소리가 난 쪽으로 뛰어가니 정비공이 탱크에 달린 머신건을 잡고 다급히 손짓했다.
그에 두 캐릭터가 황급히 탱크에 오르는 도중이었다.
“어!? 어떡해!”
사이보그의 탄환이 머신건을 향해 쏟아졌다. 정비공은 그에 반격했지만 결국 적중당해 정비공이 탱크 밑으로 떨어졌다.
-앗… 아아…
-그는 좋은 기술자였습니다 ㅠ
-1인용이면 살았는데 ㅋㅋㅋㅋ
-ㄹㅇㅋㅋ 1인용으로 하면 정비공이 운전이나 기관총 써줌
-탱크가 2인용이라 킹쩔수 없었다 이마리야
주인공들이 탑승을 마치자 탱크가 사이보그들을 밀어내며 차고를 빠져나왔다.
“운전은 제가 맡겠습니다. 데시벨 님이 사격해주세요.”
“제가요!?”
“기회가 있을 때 연습을 해야죠.”
“아, 넵! 열심히 해보겠슴다!”
두 사람은 각기 위치를 잡았다. 이경복은 탱크 안으로 들어서며 실소를 흘렸다.
“아, 이게 제작사에서 또 편의를 봐줬네요.”
탱크 내부는 의외로 단촐했고, 그 조작 방식은 다들 아는 것이었다.
-아닠ㅋㅋㅋ 이걸 조이스틱으롴ㅋㅋ
-오락실 감성 바로 나와버리기
-이게 유저친화적 인터페이스다 이마리야
-하긴 진짜 탱크 움직이는 거면 누가 하겠냐고 ㅋㅋㅋ
시청자들이 보는 시점처럼 3인칭으로 보이는 화면 아래 조이스틱과 둥그런 버튼은 오락실의 풍경과 같았다.
“자, 그럼 가보죠!”
이경복은 미소와 함께 조이스틱을 움직였다.
-WA! 싹쓸어다스 타임!
-사이보그가 대수냐! 우리에게는 탱크가 있다!
-기계쉑들 다 뒤졌따 ㅋㅋㅋㅋㅋ
-퍼파고 : ?
-헉!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7
시청자들의 환호와 함께 탱크가 전진을 시작했다.
* * *
“흐으으읍!”
데시벨은 이경복에게 배운 대로 숨을 멈추었다. 하지만 아직 익숙지 않아 그 전에 습관적으로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다행히 그 사실을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캬 ㅋㅋㅋ 이게 진짜 무호흡 딜링이지 ㅋㅋㅋㅋ
-갈갈갈갈!
-???: 힘은 빛을 만든다!
-데가이 너무 세자너 ㅋㅋㅋ
-???: 세상을 시끄럽게!(진짜임)
-아닠ㅋㅋ 총소리로 시끄럽게 할 줄은 몰랐지 ㅋㅋㅋ
곧바로 데시벨이 머신건으로 나타나는 기생체와 사이보그들을 휩쓸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시원시원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만족을 표했다.
“푸하, 사부님!”
하지만 적들도 마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일반 탄환은 물론 미사일로켓을 쏘는 적들도 있었다.
데시벨은 로켓을 요격하려 했지만 아직은 불규칙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목표를 맞출 정도는 아니었다.
“걱정하지 마시고 쏘세요!”
이경복은 여유롭게 대답하며 조이스틱을 움직이며 버튼을 눌렀다. 그와 함께 탱크가 덜컥거리며 멈추었다가 도약했다.
미사일이 아슬아슬하게 그 아래로 지나갔다.
-무빙 ㅁㅊㄷㅁㅊㅇ
-아니 ㅋㅋㅋ 탱크는 버튼 감각으로 조절해야 되는데 ㅋㅋㅋ
-진짜 ㅋㅋ 이게 점프퀸보다 더 빡센 건데 ㅅㅂ
-아 ㅋㅋ 파일럿이 갓플이잖슴!
-ㄹㅇㅋㅋ 탱크가 아니라 리어카여도 갓플이면 피함
-전장에서 리어카를 왜 타냐곸ㅋㅋ
그렇게 두 사람은 파죽지세로 스테이지를 나아갔다. 하지만 이내 이경복이 조금 속력을 줄였다.
‘슬슬 보스인가?’
전방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위협.
아니나 다를까 데시벨이 밖에서 소리를 높였다.
“사, 사부님! 탱크, 탱크입니다! 아니, 탱크 맞나?!”
그 맞은편에서 나타난 건 탱크였다. 하지만 이경복의 것과는 좀 생김새가 달랐다.
기존 탱크에 머신건 터렛이 더 덧붙여져 있었고, 다연발 미사일까지 장착되어 있었다. 이내 그 뚜껑이 열리며 비대해진 스틸 스네일이 더듬이를 내밀었다.
-달팽이쉑 이것저것 다 끌어모았넼ㅋㅋㅋㅋㅋ
-5252, 얼마나 처먹은 거냐구웃!
-안 되겠소 쏩시다!
-예전의 데눈나가 아니라 이마리야!
-핫하! 데가이 나가신다!
시청자들의 생각대로였다. 데시벨이 사격을 가하자 탄환은 그대로 적중했다.
하지만 문제는 데미지가 적용됐을 때의 번쩍이는 이펙트가 안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아, 진짜 설마! 총알 데미지가 안 들어간다고!? 이건 에바지!”
데시벨이 황당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시청자들은 그 반응에 웃다가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러면 대체 어떻게 클리어를 한단 말인가?
‘방법이 없을 리가 없지.’
이경복은 그 반응에 속으로 웃으며 눈을 돌렸다. 빠르게 지나가는 배경 너머에서 트럭이 달려왔다.
“오우, 노오!”
트럭에 타고 있는 건 바로 과학자였다. 탱크 기생체를 보며 눈을 번쩍 뜬 그는 곧바로 이경복과 데시벨이 탄 탱크 앞으로 무기를 던졌다.
-WA! 보급맨!
-롸켓 런쳐!
-아 ㅋㅋㅋ 로켓으로 참교육하는 거였네
-데눈나 같은 상여자한테는 로켓이 어울리지!
-무호흡 폭딜 가즈아!
시청자들은 그의 등장에 환호하다가 이내 의문을 표했다.
-근데 이거 템 먹으면 누구한테 들어감?
-머신건에 데눈나 탔으니까 그쪽으로 가지 않나?
-HOXY 둘 다 들어갈수도?
-아니 ㅋㅋㅋ 그럼 퀘스트 실패잖슴!
-큐다리가 설마 이걸 노리고?!
탱크를 탄 채로 보급품을 습득하면 누구에게 들어가는가. 다른 상황이라면 고민 없이 챙기겠지만 지금은 퀘스트 중이었다.
“사부님! 제가 내리겠습니다!”
데시벨이 필사적으로 날아드는 미사일을 요격하다가 뛰어내릴 준비를 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그녀를 만류했다.
“괜찮습니다! 그대로 쏘고 계세요!”
그는 그리 말하며 오히려 탱크를 가속했다. 급발진에 놀란 데시벨은 물론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체 뭘 어쩔 셈인가?
“어? 어어어어!?”
데시벨은 이내 놀라 소리를 높였다. 데시벨이 미처 처리하지 못한 로켓을 피해 이경복은 탱크를 위로 띄웠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그대로 떨어지면서 아이템을 먹게 되지 않나?
“아, 이거 실제로 해보고 싶었는데.”
반면 이경복은 쾌활하게 웃으며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그의 몸이 치솟으며 밖으로 사출되었다.
그가 누른 건 긴급탈출용 버튼이었다.
-???????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냐고 진짴ㅋㅋㅋㅋㅋ
-액션무비인데 알고 보니 인도영화였구연?
-발리우드 액션 뭔뎈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더욱 놀란 건 그 다음이었다. 관성으로 탱크가 나아가며 데시벨은 로켓 런처를 습득했다.
그 사이 공중으로 치솟은 이경복은 가볍게 몸을 돌리며 다시 탱크로 떨어져 탑승했다.
“자, 이제 됐죠?”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운전을 이어갔다. 데시벨과 시청자들은 그에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 괜찮으세요!?”
-아닠ㅋㅋㅋ 왜 태연한 건뎈ㅋㅋ
-???: 아무 일도 없었다!
-긴급탈출(긴급아님)
-아 ㅋㅋ 잠깐 바람 좀 쐬고 온 거라고욬ㅋㅋㅋ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긴급상황의 기준이 잘못된 건 아닐까?
-갓플한테는 퀘스트 실패가 긴급한 거다 이마리야 ㅋㅋㅋ
그리 모두가 경탄해하는 와중 그 감정을 더 솔직하게 표현하는 이가 있었다.
[‘Agent Q’님이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조건 – 이건 그냥 예술점수로 드립니다]
[성공 – 500,000원]
[실패 – 500,000원]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WA! 큐다리 센세!
-???: 10점, 10점이오…!
-예술점수는 킹정이지 ㅋㅋㅋ
-???: 이런 건 돈 주고 봐야돼!
-지놈이 또 관통해버렸고 ㅋㅋㅋ
-교수님이 연구기금을 받는다, 그게 상식이잖아?
퀘스트를 통한 후원에 이경복은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 큐다리 님이 또! 50만 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데시벨 님! 이제 쏘셔야죠?”
“네? 아, 네네!”
일련의 상황에 넋이 나가 있던 데시벨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로켓 런처를 들고 기생체를 조준했다.
“흡!”
배운 대로 다시금 숨을 참고 방아쇠를 당긴 순간.
“왁!”
쾅하는 소음과 함께 예상보다 강한 반동에 그녀의 조준이 들렸다. 하지만 이경복은 이마저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는 급브레이크로 탱크를 멈추며 올라간 조준을 수평으로 맞추었다. 덕분에 로켓은 무사히 기생체 탱크에 적중했다.
“어? 맞았어?!”
-??????
-에임 완전 틀어졌는데?
-무친ㅋㅋㅋ 갓플이 똨ㅋㅋㅋㅋ
-운전으로도 에임을 보정해준다, 그게 퍼펙트 보정이잖아?
-데눈나 왁! 하자마자 맞춘 듯ㅋㅋㅋㅋ
-반응속도 뭔데에에에에!
한 박자 늦게 다른 사람들이 놀라는 사이 이경복도 실소를 흘렸다.
“음, 반동이 심한 무기는 또 따로 연습을 해야겠네요. 일단 중거리 사격은 좀 어려울 것 같으니까 단거리부터 해보죠.”
“옛썰! 잘 부탁드리겠슴다!”
그녀의 우렁찬 대답에 채팅창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아직 하산하긴 너무 이른 거시고요?
-갓플이 사부면 평생 하산 못하는 거 아니냐 ㅋㅋㅋㅋ
-그래도 데눈나니까 이정도지 ㅋㅋㅋㅋ
-ㄹㅇㅋㅋ 킹반인이면 이미 리타이어임
-갓플도 퍼펙트 아이라 혹시 또 모름
-갑자기 퍼펙트 아이가 뭔 상관?
-아 ㅋㅋ 퍼펙트 눈높이 교육이 되잖슴 ㅋㅋㅋ
* * *
탱크 기생체는 폭발과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아, 조금 더 연습하고 싶었는데…”
“또 좋은 대상이 나오겠죠.”
2스테이지 보스라는 위치에 걸맞지 않게 ‘연습상대’로 전락해버린 상황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흘렸다.
이윽고 바로 이벤트 컷신이 진행됐다.
어느덧 밝아오는 아침과 조용해진 군사기지, 트럭을 탄 과학자가 주인공들에게 다가와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거 2스테이지까지밖에 없음?
-설마 그러겠냐곸ㅋㅋㅋ
-아니 ㅋㅋㅋ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 엔딩인줄
-너무 평화로운 모습인 거신디요?
이내 걱정말라는 듯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더불어 검은 장갑차들이 속속들이 배경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 특수부대 같아요!”
“아, 이거 특수부대가 맞긴 한데.”
이경복은 웃음기 섞인 말로 화답하는 사이 특수부대원들이 주인공들과 과학자를 포위했다.
-머임? 왜 총구 들이댐?
-아닠ㅋㅋ 그보다 특수부대 이름 뭔데zzzz
-ASS 부대 뭐냨ㅋㅋㅋㅋㅋㅋㅋ
-부대 이름이 엉덩이인 곳이 있다!?
시청자들은 황당해하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특수부대원들 등에 ‘A.S.S’라고 표기가 되어 있지 않나.
-얘들 Anti Steel Snail 부대임ㅋㅋ
-뜻은 맞긴 한데 진짜 ㅋㅋㅋㅋ
-아닠ㅋㅋㅋ 차라리 뭘 좀 더 붙이던갘ㅋㅋㅋ
-줄임말 누가 봐도 백퍼 노렸쥬?
몇몇 시청자들의 설명에 더 웃음이 커진 와중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수부대원들이 세 사람을 결박하는 게 아닌가. 이에 그들은 억울하다는 듯 말풍선으로 느낌표와 물음표를 띄웠다.
“아니, 뭐야? 기껏 해결해줬더니 대접이 뭐 이래요!?”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자기들 공 가로챘다고 체포하는 거 아님? ㅋㅋㅋ
-ASS부대 이름값 보소?
-이래서 ASS들이었구연?
데시벨과 시청자들이 어처구니없어 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세 사람은 그대로 장갑차에 연행되었다.
이윽고 그들이 떠난 뒤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박살난 탱크 기생체 주변에 모였다.
-아 ㅋㅋㅋㅋ 내 이랄 줄 알았다
-아직 게임 안 끝났쥬?
-꼭 이렇게 플래그를 세운다니깐!
-이거 백퍼 탈 난다 ㅋㅋㅋ
-누가 봐도 명백한 떡밥이자너 ㅋㅋㅋ
연구원들은 기생체에서 스틸 스네일을 추출해 플라스틱 용기에 담았다.
이내 화면이 전환되며 취조실에 붙잡힌 주인공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 여기가 3번째 스테이지 같네요.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수갑 저희가 풀어야 되나? 아, 아직 안 움직이네.”
이내 취조실로 연구원 하나가 들어왔다. 그는 특수부대원과 말풍선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혈액 샘플? 피검사 같은 걸 했나봐요.”
“사이보그에 X, 기생체가 있는지 검사한 것 같습니다. 이제 결백하다는 게 입증됐나 보네요.”
-오? 알고 보니 나름 이유가 있었고?
-ASS 취소^^
-아니 ㅋㅋㅋ 쟤들 이름인데 취소를 왜 함ㅋㅋㅋㅋ
-그럼 이제 풀어주나?
이제 상황이 해결되는가 싶었는데 특수부대원들이 연구원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문에 달린 작은 창으로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 뭐야!?”
“경보?”
그런데 갑자기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적색 등이 켜졌다. 이에 뭔가 싶은데 창밖으로 연구원들과 특수부대원들이 달리는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 야! 우리도 꺼내주고 가야지!”
데시벨이 황당하다는 듯 소리를 높였다.
-데눈나 바로 버럭 ㅋㅋㅋㅋㅋ
-데시벨은 또또또 속았습니다…
-대체 몇 번을 속는 거얔ㅋㅋ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안 속을 때를 찾는 게 빠른 거 아니냐?
-오? 누가 온다!
점멸하는 적색 등 아래, 창 앞에 검은 실루엣이 드리워졌다. 주인공들이 그에 크게 눈을 뜬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하면 이 친구네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같이 붙잡힌 과학자였다. 그는 다급히 주인공의 수갑을 풀어주며 말풍선을 띄웠다.
“적색등은 지금 상황이고, 문이 닫혔다?”
“아무래도 경보가 울리면서 시설 전부 격리된 것 같습니다.”
과학자는 이내 권총을 내밀며 다른 말풍선을 띄웠다.
“어, 녹색등! 컴퓨터! 경보를 해제해야 하나 봐요 사부님!”
“네. 격리를 해제하고 탈출해야 한다는 뜻이겠죠.”
과학자는 이어 엄지를 치켜세우며 녹음된 보이스를 뱉었다.
“땡큐!”
-아닠ㅋㅋㅋ 너도 싸우라곸ㅋㅋ
-자연스럽게 떠넘기기 지렸다
-아 ㅋㅋ 풀어줬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구요
-보급품이나 좀 제대로 챙겨오라구웃!
두 주인공이 취조실을 나와 복도로 나오니 자연스럽게 통제권이 돌아왔다.
“그럼 가보죠.”
“넵!”
두 사람이 바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몇몇 스테이지를 아는 시청자들은 이에 기대를 내비쳤다.
-데눈나 이번에는 좀 빡세게 당할 듯
-ㄹㅇㅋㅋ 여기서 시간 좀 많이 걸릴덧
-어허! 스포 검지검지!
-아는 척 ㄴㄴ 해
데시벨도 그 채팅을 읽고 왜 그러나 싶었지만 곧 주의를 돌려야 했다. 맞은 편에서 뭔가 달려오고 있었다.
“저건… 개? 돼지?”
“동물 사이보그네요. 동물 실험 같은 걸 한 모양입니다.”
빠르게 돌진해오는 적들은 이전 군인들처럼 몸이 금속에 잠식당한 동물 사이보그들이었다.
데시벨은 이에 바로 사격을 가했지만.
“뭐야?! 왜 안 맞아!?”
금속으로 뒤덮인 전면부는 그 탄환을 모두 튕겨냈다. 이에 두 사람은 도약해 그 돌진을 피해냈다.
“뒤쪽은 안 변했습니다. 뒤를 노리셔야 겠네요.”
“뒤를요!? 아… 이래서!”
데시벨은 그제야 채팅이 이해가 됐다. 아직 점프 높이를 조절하기 어려워하는 그녀로서는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웠다.
“아오!”
몇 번 도전해봤지만 허사였다. 도약과 착지하는 그 사이 놈들은 다시 방향을 돌려 돌진해왔다.
“으, 사부님! 혹시 점프샷 비법은 없을까요!?”
이에 그녀는 나름의 해결책을 떠올려봤다. 공중에서 뒤를 노릴 수 있다면 처리할 수 있지 않겠나.
“음… 일단 해보시겠어요?”
이경복은 결과를 짐작했지만 기회는 주었다. 본인이 직접 실감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었다.
-이미 갓플 표정만 봐도 안 됐쥬?
-아니 ㅋㅋㅋ 그냥 서서 하는 사격도 이제 겨우 하는뎈ㅋㅋ
-킹직히 이건 데눈나가 욕심부렸다 ㅋㅋㅋ
“아, 잘하면 두고 봐요 진짜! 저 나름 감 잡았거든요!?”
시청자들의 놀림에 데시벨은 더욱 의욕을 냈다. 하지만 의욕만으로 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은 법이었다.
“으… 나대서 죄송합니다. 아, 미리 연습 좀 더 할 걸…”
-???: 감 잡았다(실제로 한 말)
-데눈나가 쭈구리가 되어부려써!
-공중에서 반동제어 개빡세지 ㅋㅋㅋ
-킹치만 갓플은 잘 하는데요?
-갓플‘은’이 아니라 ‘만’이 맞습니다만?
-ㄹㅇㅋㅋ 그거 모르면 뱁새 되는 거라니깐!
예상했던 결과기에 채팅창에는 웃음이 가득해졌다. 의기소침해진 데시벨은 이경복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어, 이번에는 사부님 신세를 더 지겠습니다. 점프는 가면서 연습해 볼게요…”
그녀의 말에 시청자들 역시 동의했다. 하지만 그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공중 사격이 아직 어려우시긴 할 텐데, 그렇다고 공략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네?”
이경복의 대답에 데시벨과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그려졌다.
그에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중요한 건 뒤를 잡는 거잖아요? 다리 힘 조절이 어려우시면 손을 이용하시면 되죠.”
“손? 손이요?”
설명이 나왔지만 여전히 그녀의 머릿속은 오리무중이었다. 손을 써서 뒤를 잡는다니?
“역시 직접 보여드리는 게 빠르겠네요.”
이경복은 그에 몸을 돌리며 돌진해오는 동물 사이보그를 마주했다.
“학교 다닐 때 뜀틀 해보셨죠?”
“뜀틀이요…? 아, 설마…!”
데시벨이 의아해하다가 번뜩 떠오른 모습에 소리를 높였다. 이경복은 그에 미소 지으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어 사이보그와 격돌하려는 순간, 이경복은 그 머리를 손으로 짓누르며 넘어가 착지했다.
그리고 바로 돌아서며 방아쇠를 당겼다. 사이보그가 속도를 줄이려는 사이 그 후면부에 탄환이 적중했다.
“데시벨 님이면 잘 하실 겁니다. 그냥 크기가 좀 큰 리듬 노트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아…! 넵! 해보겠습니다! 아니, 해내겠습니다!”
데시벨이 그에 혹해 자신감을 되찾자 채팅창이 들썩였다.
-여기서 뜀틀이?
-데눈나는 넙죽 이해해버리고?
-아닠ㅋㅋㅋ 이걸 받아들인다고?
-가르치는 쪽이나 배우는 쪽이나 상식을 벗어난다, 그게 퍼펙트 커리큘럼이잖아?
-그 스승에 그 제자쥬?
-그스그제 뭔데 ㅋㅋㅋㅋㅋ
-아아, 그것은 바로 퍼펙트 사제지간이라는 것이다.
가르칠 맛, 배울 맛.
그리고 보는 맛도 있는 방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