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화 - 교수님이 개강함 (5)
학습은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가르치는 쪽과 배우는 쪽 모두 서로 가진 지식의 간극을 좁혀야한다. 더욱이 그 지식을 전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배우는 쪽이 이후에도 ‘기억’해야 비로소 ‘학습’했다고 말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보통 기억은 강렬할수록 머릿속에 선명히 남기 마련이었다.
“자, 어렵지 않죠?”
이경복이 미친 듯이 돌진해오는 사이보그 멧돼지를 뜀틀 삼아 뛰어넘는 장면이 바로 그런 예시였다.
“누르고, 넘고, 쏜다. 이 3단계만 하시면 됩니다.”
그가 보여준 예시와 간단한 설명을 기억하는 건 어린아이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닠ㅋㅋ 뭘 그렇게 쉽다는 듯 설명하는 건데에에!
-???: 진짜로 쉬운데?
-킹반인은 일단 용기 내는 스텝이 먼저 필요합니다만?
-ㄹㅇㅋㅋ 코앞까지 다가올 때까지 안 쫄아야됨
-점프샷은 많이 봤지만 뜀틀샷은 또 처음이넼ㅋㅋㅋ
물론 기억하는 것과 재현하는 건 결이 달랐다. 시청자들이 그에 헛웃음을 흘렸지만 데시벨은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진짜 쉬운 거였구나.”
채팅창에 물음표가 솟구치는 사이 그녀는 이경복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실전에 나섰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성공해버렸다.
-뭐지? 진짜로 쉬운 거신가?
-아닠ㅋㅋ 이거 1인칭으로 봐야됨ㅋㅋㅋㅋ
-ㄹㅇㅋㅋ 지금 오락실 시점으로 보니까 쉬워 보이는 거자너
-흑흑 교수님이 잘하는 애들만 좋아해
-성적 F라고 무시하지 말라구욧!
-아닠ㅋㅋ 우리는 재수강도 못하는 D 아니냐고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한탄에 데시벨은 고개를 기울였다.
“아니, 이건 진짜 쉬운 건데? 이 사이보그들은 덩치도 커서 판정이 널널해요. 리겜에서 노트 처리하는 거보다 엄청 편한데…”
“그렇죠? 역시 잘하실 줄 알았습니다.”
이경복이 그에 동조하자 채팅창에 헛웃음이 번져갔다.
-여기에 무슨 판정이 나오냐곸ㅋ
-데눈나가 갓플한테 퍼기만까지 배워버리고?
-이 누나 대기만성 인재가 아니라 데기만성이었네!
-무친 ㅋㅋ 데기만성 ㅅㅂㅋㅋㅋ
-알고 보니 뱁새가 아니라 리틀 황새였고?
-하여간 천재들이란!
두 사람은 이내 원만하게 사이보그 공략을 이어갔다. 뜀틀샷(?) 익숙해진 데시벨은 처음과 비교할 수 없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끝인가? 다 잡았나?!”
“그런 것 같네요.”
어느덧 적들이 나오지 않자 데시벨은 오히려 아쉬운지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이내 눈을 빛내며 앞장섰다.
“사부님! 다시 제가 선두에 서겠습니다!”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답하려다가 이내 눈을 껌뻑였다. 데시벨이 앞으로 나가면서 계속 점프를 하는 게 아닌가.
“약간 정신 사나우셔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계속 사부님 가르침에 의존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 점프 연습하시면서 가시려고?”
“넵! 이번에 깨달았슴다! 어렵다고 계속 미루면 사부님께 민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못난 제자가 될 수는 없죠!”
그리 대답하면서도 방방 뛰는 데시벨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흐뭇하게 웃었다.
-우리 데눈나가 순하긴 해 ㅋㅋ
-아주 성실함이 몸에 배였다니깐!
-예습보다 중요한 게 복습이다, 그게 퍼펙트 공부 비결이잖아?
-뭐예요! 왜 진짜 비결이에요!?
-역시 점프는 개념이쥬?
이경복도 이에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노력하시니까 또 더 가르쳐주고 싶어지는 겁니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보기 좋은데 그녀는 잘하기까지 하지 않나.
* * *
비슷한 시각, 메타게이머 본사.
퇴근시간이지만 평소와 달리 팀장이 남아 신혜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 역시 상황이 변해버렸어.”
팀장이 한숨과 함께 혀를 찼다.
“쯧, PPL 기사가 벌써 나올 줄이야. 아무래도 그쪽도 퍼플 전담으로 기자가 붙은 모양이야.”
메타게이머보다 다른 게임 웹진에서 먼저 PPL 소식이 올라왔다. 그러나 신혜림은 담담히 상황을 받아들였다.
“뭐, 팀장 님도 예상하신 일이잖아요? 퍼플 님을 저희가 언제까지고 독점할 수는 없잖아요. 이제 그럴 그릇이 아니시니까.”
“에헤이, 아쉬운 건 아쉬운 거지. 그래도 뭐 우리가 선점효과는 확실히 누렸지.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퍼플 관련 소식이면 바로 우리를 떠올릴 테니까.”
팀장은 그리 말하며 웃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 사실 보도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거지. 신 기자 판단대로야.”
“네? 팀장님, 그러면…?”
신혜림의 기대 어린 눈빛에 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캡슐 팀 쪽에서 문의 넣은 답변 왔어. 그쪽 시차 때문에 이제야 도착했다고 하더라고. 캡슐 팀에서도 덕분에 퇴근 좀 늦게 하게 됐으니까, 이거 나중에 확실히 고맙다고 해야 된다?”
“아유, 물론이죠!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보면 어제 안 올린 게 맞았지.”
신혜림은 어제 PPL 관련 기사 작성을 마쳤었다. 하지만 그녀는 기자로서나 팬으로서나 아쉬움을 느꼈다.
단순 비공식 스피드런 1위를 기록했다는 보도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공식 기록 등재 되는 거예요!?”
이에 스피드런 대회을 주최하는 ‘Howfast.com’에 공식으로 문의를 넣었다. 이경복의 기록, PPL이 공식으로 인정되는 지까지 알아보고 관련 내용을 기사로 게재하기 위해서였다.
“아니, 안 된다더라.”
“예?!”
그러나 팀장은 그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이유를 알려주었다.
“어디까지나 대회 기록만 등재하는 게 원칙이래.”
“아니, 그래도…”
“뭐, 그쪽도 나름 사정이 있더라고. 대회라고 하면 긴장도라든지 참가자 컨디션이 달라지잖아? 대회니까 주목도 받게 되고. 뭐 그런 환경적 차이가 있으니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거지.”
“아… 진짜 너무 아쉽다.”
마치 자기 일처럼 시무룩해진 신혜림에게 팀장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기자라고 할 수 없지.”
“…네?”
“대신 다른 쪽으로 접근을 해달라고 요청했어. 이게 PPL이 속도도 속도지만, 일단 ‘점수’기록이잖아.”
신혜림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팀장은 다시 되살아난 그 눈빛에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일본에 ‘아케이드 하이스코어 협회’가 있거든.”
“헐? 설마?! 된 거예요!?”
“점수 기록은 된다더라. 조만간 협회 공식 기록으로 올라간다고 답변 받았어.”
“진짜요!? 정말이죠?!”
“그럼! 게다가 이건 우리만 독점으로 알고 있을걸?”
“와, 대박! 진짜 대박!”
신혜림은 두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기뻐했다.
“공식 박제! 이거 또 특종이잖아요.”
“그렇지. 아, 근데 혹시 오해할까 말하는데. 이거 우리가 문의해서 등재되는 건 아니야.”
“아, 그래요?”
“이미 협회 쪽에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하더라고. 일본 아케이드 게이머들도 우리랑 비슷한 생각을 했나 봐.”
“맞네! 온라인 동기화도 안 되는데. 잘못해서 기록 날아가면 안 되니까요. 완전 역사적인 점수인데!”
상황을 파악한 신혜림은 벌써부터 머릿속에 기사가 작성되고 있었다. 팀장은 그리 눈을 굴리는 그녀를 보며 웃었다.
“그럼 수고 좀 해주고, 그것까지 넣어서 기사 완성하면 바로 올려. 그 정도면 1위 속보 놓친 건 문제도 안 될 거야. 기존에 썼던 거에 추가만 하면 되니까 어렵지 않지?”
“아, 네네! 감사합니다! 조심해서 들어…”
퇴근을 준비하는 팀장에게 인사를 하려던 그녀는 순간 멈칫했다.
“저기, 팀장님. 혹시 그 협회에서요. 캡슐용으로 나온 아케이드 게임 스코어도 인정하나요?”
“응? 아마 그럴 걸? 아케이드 기반 게임이 많지는 않으니까, 관련 있는 건 다 수집할 거야. 근데 그건 왜?”
팀장의 물음에 신혜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캡슐은 아케이드 버전보다 어렵잖아요? 그러면 하이스코어도 더 낮을 거고요.”
“그렇겠지. 아무래도 캡슐 조작이 더 힘드니까.”
“맞아요! 그러니까 퍼플 님이라면…”
그녀는 머릿속으로 쓰던 기사에 또 다른 내용을 추가했다.
“오늘 방송에서도 하이스코어를 기록하실 거예요.”
그것은 또 하나의 공식 신기록 달성이었다.
* * *
공략법을 알게 된 데시벨과 그걸 가르쳐준 이경복을 막을 수 있는 적은 없었다.
두 사람은 수많은 사이보그의 사체를 넘어 갈림길에 도달했다.
“사부님, 이쪽은 날개 아이콘이니까 새들이 나오는 곳인가 봐요.”
“그럴 겁니다. 반대편은 식물원이고요.”
“그럼 어디로 갈까요?”
돌아온 물음에 이경복은 눈을 굴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약간 이상한 점이 있었다.
‘보통 어려운 쪽이 느낌이 좋았는데…’
어려운 걸 즐기는 이경복이기에 신기도 그를 따랐다. 그리고 그의 기억으로는 조류관이 식물원보다 더 어려운 경로였다.
‘왜 이번에는 식물원 쪽이 더 강하지?’
평소와는 다른 직감.
이경복은 그에 잠시 고민했지만 곧 선택을 마쳤다.
“식물원으로 가보죠.”
자신의 직감을 믿기도 했고, 혹 예상과 다르다면 그 이유도 알 수 있을 터였다.
그의 선택에 채팅창이 들썩였다.
-오? 뭐임? 대체 뭐임?
-어려움 전문 스머가 무슨 일로?
-당신 누구야! 우리 형 어디갔어!
-5252, 데눈나랑 합방이라고 봐주는 거냐구웃!
-절.대.해.명.해
조류관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 장난스럽게 그를 몰아갔다.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니, 여러분. 저 퍼무새 아빠예요. 제가 어떻게 새를 잡을 생각을 할 수가 있겠어요? 나중에 퍼무새가 제 방송 보고 충격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엌ㅋㅋ 퍼무새는 킹정이지
-바보! 퍼무새만 생각하는 바보!
-갓플이 퍼무새 아빠라고 하니까 뭔가 간질간질하다잉?
-뭐예요? 내 아빠도 해줘요!
-아닠ㅋㅋㅋ 미쳤냐고 ㅋㅋㅋ
-킹치만 트수는 퍼무새처럼 귀엽지 않은 걸?
-이건 퍼무새 입장도 들어봐야 되는 거 아니냐?
-ㄹㅇㅋㅋ 퍼무새면 다른 조류 다 없애고 갓플 독차지하고 싶을 듯
-???: 쭈인! 쭈인 옆에 있는 새는 나뿐이야!
-???: 오직 퍼무새만. 오직 퍼무새만. 오직 퍼무새만.
-얀무새는 또 뭔뎈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장난스럽게 떠드는 사이 두 사람은 식물원으로 진입했다.
그제야 기다렸다는 듯 또 다른 시청자들이 채팅을 쳤다.
-갓플은 진짜 뭐가 있넼ㅋㅋㅋ
-그냥 찍고 가도 어려운 루트로 가버리고?
-아아, 그게 바로 어려움 전문 스트리머라는 것이다.
-이게 그 운명의 데스티니인가 그거냐?
그 채팅에 다른 시청자들은 물론 이경복과 데시벨도 물음표를 떠올렸다.
“사부님? 설마 모른 척 하신 건…?”
“아니, 아니에요. 여기가 어려운 루트라고요?”
-엌ㅋㅋㅋㅋ 데눈나 자기가 또 속은 줄 아는 거냐고
-데또속 행동ㅋㅋㅋ
-ㄴㄴ 갓플도 진짜 몰랐을 거 ㅋㅋㅋㅋ
-오락실 버전은 조류관이 빡센데 캡슐은 다름 ㅋㅋㅋ
-식물원이 캡슐용에서는 더 어렵다 이마리야
채팅창에 올라온 설명에 두 사람은 여전히 의아해했다. 대체 뭐가 다르기에?
그사이 짧은 컷신이 시작됐다.
“오우, 노오!”
“으아아아아!”
다시금 사용되는 익숙한 보이스와 함께 화면이 돌아갔다. 미처 탈출하지 못한 연구원들이 도망쳐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무성한 덩굴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이에 그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기어서라도 빠져나가려 했지만.
“설마 저거 벌떼에요?”
“아, 이런 느낌이구나.”
그 뒤를 쫓아온 은빛 벌떼가 그들을 덮쳤다.
-WA! 사이보그 킬러비!
-아닠ㅋㅋ 벌도 사이보그가 되어버렸넼ㅋㅋㅋ
-뭔가 나노머신 느낌 난다잉 ㅋㅋㅋ
-???: 나노머신! 썬!
연구원을 처치한 벌떼는 이내 다음 목표를 찾았다. 주인공들을 향해 날아오는 벌떼들의 모습.
“오우, 노오!”
이어 뒤늦게 도착한 듯 헉헉거리며 과학자가 도착했다. 그는 벌떼를 보며 기겁하더니 빠르게 주인공들 앞에 보급품을 던지고 뒤로 다시 도망쳤다.
-WA! 화염방사기
-인마! 너도 같이 싸우라고!
-???: 저는 후방지원입니다만?
-이정도면 과학자가 아니라 무슨 무기상 아니냐 ㅋㅋㅋ
곧바로 플레이가 이어지자 데시벨이 곧장 화염방사기를 잡았다.
“으아아! 오지마아아아아!”
그녀가 방아쇠를 당기자 거센 화염이 전방으로 쏘아졌다. 이에 덤벼들던 벌떼가 순식간에 녹아내리듯 재가 되어버렸다.
“어…?”
너무 간단히 처리가 되자 데시벨은 멀뚱히 눈을 껌뻑였다.
-???????
-아닠ㅋㅋㅋ 어렵다몈ㅋㅋㅋㅋ
-데또속이 또?
-이번에는 갓플까지 낚였음ㅋㅋ
-아까 채팅 친 놈들 어서 자수햇!
-자 부검 드르갑니다잉?!
“이거 범위도 꽤 넓은데요? 그냥 쏘면 다 잡는 건데…?”
데시벨도 그에 긍정하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 리듬게임 장인답게 예민한 청각이 벌떼 소리를 감지해냈다.
“사부님!”
벌떼가 나타나는 방향은 전방만이 아니었다. 앞과 뒤는 물론 비행까지 가능하니 위에서도 놈들이 나타났다.
-아 쪽수로 밀어붙이는 거였네
-그래봤자 어차피 싹쓸어다쓰 아님?
-갓플은 무기 못 쓰잖슴!
-데눈나 전방위 커버 가능?
-이걸 큐다리가 또?
권총밖에 쓸 수 없는 이경복을 데시벨이 지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그에 부담을 느끼려는 순간.
“앞쪽만 막아주세요.”
이경복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과 함께 방아쇠를 당겼다.
“아니…”
데시벨과 시청자들은 절로 입이 벌어졌다. 연이은 총성과 함께 벌떼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지 않나.
-????????
-권총샷으로 벌떼를?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무친ㅋㅋㅋㅋ 저 픽셀 조그만 걸 맞춰버리네 ㅋㅋㅋㅋ
-아아, 이것은 또샷또킬이라는 것이다
-정조준도 아니고 그냥 연사로 ㅅㅂㅋㅋㅋㅋ
벌떼라고 묶어서 불러도 그 각 개체는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이경복의 탄환은 빗나가지 않았다.
마치 톱날에 갈리듯 벌떼가 떨어져 나갔다.
“에이, 괜히 겁주신 거였네. 기억대로 어렵진 않네요.”
이경복은 가뿐히 대답하고는 데시벨을 돌아봤다. 이어 그는 넋을 놓은 데시벨을 일깨웠다.
“그렇게 쉬고 계시면 점수 역전 될 것 같은데요?”
“네? 어? 사부님 점수 왜 이렇게 빨리 올라요!?”
데시벨이 황급히 화염을 흩뿌리며 놀랐다. 실제로 이경복의 점수가 그녀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 않나.
-뭐임? 왜 갓플만 빨리 오름?
-아 ㅋㅋ 1P사기 맵이네
-무슨 크래프트스타냐곸ㅋㅋㅋ
-이거 스틸 스네일은 점수 방식이 좀 달라서 그럼 ㅋㅋ
-ㅇㅇ 타격 횟수에 따라 올라가는 거라
-기본 권총이 젤 약하긴 한데 그래서 스코어는 잘 오르자너 ㅋㅋ
-게다가 갓플은 뒤에서 히든템도 다 챙겨먹었던 거시구요?
시청자들은 빠르게 상승하는 숫자를 보며 이내 장난기를 발동했다.
-캬 ㅋㅋ 이거 알고보니 큐다리가 큰 그림 그린 거였네
-ㄹㅇㅋㅋ 갓플 하이스코어 도와주려고 퀘스트 건 거자너
-킹부러! PPL기록 방송에서 보려고!
-사비까지 들여서 도와주는 갓다리 센세ㅠㅠ
-나는 절대로 그 사람을 큐요원이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이런 큐다리 아저씨, 어디에도 없습니다 ㅠㅠㅠ
그 놀림의 대상은 바로 무기 제한 퀘스트를 제안한 큐다리였다. 그리 놀리는 채팅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렸지만 데시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데시벨 님?”
“아니, 그게. 제가 퍼튜브에서 봤을 때에는 큐다리 님이 무슨 악질처럼 나오셔서요.”
그녀는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이실직고했다.
“시벨롬들이 저 놀리려는 건 줄 알았는데. 저번에 로데리 때 서버 빌려주신 것도 그렇고 정말 도와주시는 분이었구나…! 정말 죄송해요! 오해했었어요!”
그 진심이 담긴 사과(?)에 채팅창은 흥겨움으로 가득해졌다.
-정말ㅋㅋㅋㅋ도와주시는ㅋㅋㅋ분ㅋㅋㅋㅋ
-아 ㅋㅋ 데눈나가 우리 큐다리 아저씨 진심 몰라줄 뻔
-데시벨아 또 속… 어?
-아니 데또속이 이렇게?
-속은 건 데눈나인데 킹 받는 건 누구?
그녀가 의도치 않게 벌린 판.
그러나 시청자들이 이를 놓칠 리가 없었다.
-속보) 미국치과협회 전격 결정! ‘큐다리는 무상 임플란트 제공키로’
-큐다리 형! 치과는 빨리 가야 되는 거 알지?
-너무 착하셔서 무료로 해드리는 겁니다^^
-근데 왜 미국인뎈ㅋㅋㅋㅋㅋ
-이왕이면 의료비 비싼데서 받아야지ㅋㅋㅋㅋ
-뱅기 값은 알아서 하라구웃!
가파르게 채워지는 놀림에 데시벨은 눈을 껌뻑였다.
“어… 사부님, 제가 뭐 말실수 했나요?”
“아뇨. 데시벨 님.”
이경복은 거센 불을 뿜으며 돌아보는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주었다.
“방송 진짜 잘하시네요. 제가 배워야겠습니다.”
간혹 스승도 제자에게 배울 때가 있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