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14화 (414/491)

414화 - 교수님이 개강함 (6)

더 이상 벌떼의 출현에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 벌떼의 등장을 반겼다.

-우효~! 스코어 덩어리 겟또DAZE!

-아 ㅋㅋ 점수 아주 달달한 거시거요

-이게 꿀벌인가 그거냐?

-ㅔ

-킬러비가 허니비로 바뀌는 매직ㅋㅋㅋㅋ

이경복과 데시벨 모두 점수가 빠르게 상승했다. 서로 경쟁하듯 숫자가 세차게 돌아갔지만 이내 한 쪽은 주춤해야 했다.

“어!? 안 돼! 내 화방이이이이이!”

데시벨이 화염방사기의 연료를 전부 사용했다. 그녀는 도트 픽셀로 흩어지는 화염방사기를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데눈나 텐션 보솤ㅋㅋㅋ

-엌ㅋㅋㅋ 꿀잼타임 끝낫쥬?

-그러게 좀 아껴 쓰지 그랬어…

-5252, 쇼츠각을 몇 개나 뽑을 셈이냐구웃!

-이제 아무고토 못하죠?

시청자들의 놀림에 데시벨은 바로 총구를 들었다.

“아니거든요!? 저도 맞출 수 있거든요!”

연이은 총성이 울려 퍼졌다. 의외로 그녀의 탄환은 벌떼에 잘 적중했다.

데시벨이 그에 우쭐해했지만 시청자들은 웃음을 흘렸다.

-저렇게 모여 있는데 당연히 맞지 ㅋㅋㅋ

-누나? 지금은 어딜 쏴도 맞을 것 같아!

-조금 더 있다가 우쭐해하지 그랬어…

-시벨아, 또 속냐!?

-이제 하다하다 자기까지 속여버리기 ㅋㅋㅋㅋ

아쉽게도 이번에는 시청자들의 예상이 맞았다. 처음과 달리 벌의 숫자가 줄어들자 탄환이 공허하게 뒤로 통과해버렸다.

“흡! 흐으으읍!”

데시벨은 당황하면서도 이경복의 가르침을 되새기듯 숨을 참았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아직 그 작은 벌을 노릴 만한 실력이 없었다.

“으아, 안 돼!”

벌들이 그녀 앞까지 다가온 순간 눈앞에 빛이 번쩍였다.

“헙.”

“어려운 게 당연하죠.”

놀란 그녀의 시야에 이경복이 웃으며 나타났다. 그가 상대하던 벌떼를 전부 처리하고 데시벨을 위협하던 벌까지 마무리를 지은 것이었다.

“리겜에서는 노트가 고정된 루트로 오잖아요? 그나마 변주를 주더라도 판정 전에 바뀌는 정도니까요. 데시벨 님이 움직이는 걸 맞추기 어려운 건 당연한 겁니다.”

“사부님…!”

그의 격려에 데시벨의 표정이 펴졌다. 그러나 이경복은 격려로만 말을 끝내지 않았다.

“다음에는 움직이는 대상을 맞출 때 동선을 따라 예측샷을 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당장 익숙해지기는 좀 어렵겠지만 머릿속에 유념해두시는 걸로.”

“아, 넵. 확실히 넣어두겠슴다!”

데시벨이 빠릿빠릿하게 대답하자 시청자들은 실소를 흘렸다.

-교수님? 저 정도로 작은 거면 멈춰 있어도 맞추기 어려운 거 아닌가요?

-퍼이츠www 애초에 크기는 신경도 안 쓰는www

-근데 데눈나도 그냥 이해한다는 거 ㅋㅋㅋㅋ

-애초에 기준이 달라버렸고?

-학생^^ 이거 학사과정 아니야

-헉

-어서 돔황챠! 대학원생이 되어버려엇!

그 사이 데시벨은 빈손을 보며 입맛을 다시다가 안도했다.

“쩝, 그래도 다 잡고 나서 사라져서 다행이네요. 벌떼를 이렇게 많이 잡았는데 또 나오진 않겠죠?”

그 물음에 이경복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다른 의미로 웃었다.

-벌떼가 아니긴 한데 ㅋㅋㅋㅋ

-이 눈나 아직도 캐주얼 플레이를 바라고 있는 듯?

-???: 단 1%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

-스테이지를 나아갈수록 어려워진다, 그게 상식이잖아?

-리겜은 난이도가 미리 정해져 있자너 ㅋㅋㅋㅋ

채팅을 확인한 데시벨이 불안해하며 눈을 굴렸다. 이내 얼마 나아가지 않아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아, 이건 좀 에바지!”

데시벨은 다가오는 적을 보며 소리를 높였다. 그것은 굵직한 덩굴식물이었다.

문제는 그 덩굴식물의 줄기 중 일부가 금속이었고,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니, 식물이 무슨 사이보그가 되냐구요!”

-응~ 식물에도 철분 있어~

-리빙포인트) 철분은 녹황색채소에 많이 들어있다.

-뭐예요? 왜 진짜 좋은 정보에요!?

-근데 웃긴 건 섬유소가 너무 많으면 철분 흡수를 방해함ㅋㅋㅋ

-내가 그럴 줄 알고 채소를 안 먹음ㅋㅋㅋ

-그건 그냥 편식입니다만?

그녀의 말에 때아닌 건강정보가 채팅창에 쏟아졌다. 데시벨은 그쪽에 신경을 끄고 바로 대응에 들어갔다.

“이건 또 뭔…!?”

그러나 그녀의 탄환은 덩굴 사이보그에게 닿지 않았다. 금속줄기가 뭉쳐 둥그런 방패처럼 탄환을 막아냈다.

“점프해요!”

그녀가 당황해하는 사이 뒤에 있던 이경복이 지시했다. 데시벨은 자동 반사적으로 높이 뛰었다.

한 박자 늦게 풀려난 금속 덩굴이 그 아래를 휩쓸었다.

-옼ㅋㅋ 반사신경 보소

-???: 오소이!

-???: 느리구나, 쓰러지는 것조차

-킹직히 이건 둘이 너무 빠른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

-ㄹㅇㅋㅋ 갓플도 갓플인데 데눈나 바로 따라감

다시 착지한 데시벨은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아, 이거 점프샷 해야 되는 거네요? 공격했을 때 쉴드가 풀리니까!”

“맞습니다. 슬슬 게임에 익숙해지시는 것 같네요.”

그녀 스스로 해답을 찾아내자 이경복은 대견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데시벨은 이에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섰다.

“사부님! 오면서 연습했던 성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오면서 시도 때도 없이 점프를 하며 감각을 익혀왔다. 그녀는 타이밍에 맞추어 공격을 회피하고 호기롭게 방아쇠를 당겼다.

연이은 총성과 함께 그녀가 착지했다. 그러나 그녀는 얼굴을 들지 못했다.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

-뭐지? 왜 점프샷이 아니라 누끼샷이 된 것이지?

-5252, 키사마! 회귀자였던 거냐구웃!

-실력이 회귀해버리면 어쩌냐곸ㅋㅋㅋㅋ

-아 ㅋㅋ 그래도 두발 정도는 맞았으니까 더 낫지ㅋㅋㅋ

-누나! 두발이라도 풍성하면 된 거야!

바로 시청자들의 놀림 때문이었다. 그녀는 가볍게 심호흡 하고는 억울하다는 듯 물러났다.

“아니, 공중에서는 이게 달라요! 몸이 지지가 안 되니까 에임이 떨린다고요!”

-에이, 그거 지지야 지지!

-퍼준 선생! 에이미가, 에이미가 다시 병이 났소!

-근데 데눈나 말이 맞긴 해 ㅋㅋ

-공중에서 반동제어 완벽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ㅋㅋㅋ

-???: 되는데요?

-아닠ㅋㅋ 갓플은 예외라구요!

-그러게? 이 형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거?

데시벨도 이에 동감하듯 고개를 돌렸다. 이경복은 그 시선에 담긴 질문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지금 채팅창에 답이 다 나왔네요.”

“네?”

“반동을 피할 수 없으면 그것까지 생각하고 조준하면 되죠.”

“…네?”

간단하게 돌아온 대답에 데시벨은 물론 시청자들도 장난스럽게 질색했다.

-에임이 떨릴 것 까지 예상하고 에임을 한다?

-아 ㅋㅋ 에임에 에임이었던 거임!

-에임하고 반동 고려해서 에임하고 그 반동을 또 고려해서 에임을…

-에슈탈트 붕괴 ㅁㅊㄷㅁㅊㅇ

-그게 되면 코칭을 받겠냐구욧!

-내 에임 듣지 마! 너 잘못 없어!

“크흠, 비록 존경하는 사부님의 가르침이지만 이건 좀…”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물론 이건 정석이고 따로 편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편법이요?”

다시금 모두의 관심이 돌아왔다. 채팅창에도 연신 물음표가 떠오르자 이경복이 설명했다.

“지금 데시벨 님은 공중에서도 배운 걸 잘 숙지하고 계세요. 숨도 잘 참으시고, 팔도 딱 붙여서 반동제어가 잘 되거든요.”

“으흐, 감사합니다.”

칭찬이 먼저 나오자 그녀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문제는 흔들리는 몸을 지지하지 못한다는 것뿐입니다. 달리 말하면 지지만 할 수 있으면 조준이 안정된다는 거죠.”

이어지는 말에 채팅창은 여전히 물음표 범벅이었다. 그걸 대체 누가 모른단 말인가? 그래서 답이 없다는 거 아닌가?

“지지를 할 수 있다…? 아!”

데시벨도 그리 생각하다가 눈을 크게 떴다.

“이미 답을 알려주셨구나! 역시 사부님이십니다!”

불현듯 찾아온 깨달음에 시청자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흡족한 표정으로 웃었다.

“역시 데시벨님이 배우시는 데 일가견이 있으십니다.”

“그럼 한 번 해보겠슴다!”

데시벨은 호기롭게 외치며 다시 덩굴 사이보그의 공격권에 들어섰다.

이전과 같이 날아오는 채찍에 그녀는 곧바로 도약했다. 여기까지는 크게 다를 게 없었지만.

-아!

-헐ㅋㅋㅋㅋㅋ

-아 이런 식으로 ㅋㅋㅋㅋ

-맞네 ㅅㅂ 벽 탈 수 있었지?

-현명추 ㅋㅋㅋ

그녀는 방향을 틀어 배경의 경계, 투명한 벽으로 뛰었다. 물리작용이 적용되니 그녀는 벽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됐…! 흡!”

그녀는 기뻐하다 급히 숨을 참고 조준을 겨누었다. 벽에 몸을 붙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지는 격발과 함께 쏘아진 탄환은 안정적으로 사이보그에 적중했다.

-옼ㅋㅋㅋㅋ 완전히 다른 것이고?

-벽타기샷 아주 좋았다 이마리야-장하다 데눈나!

-???: 좋아! 이만 하산하지 않아도 좋다!

-아닠ㅋㅋㅋ 하산시켜주는 줄 ㅋㅋㅋㅋ

-아직 더 배워야된다구욬ㅋㅋㅋ

“좋았습니다. 아주 잘 하셨어요!”

시청자들은 물론 이경복도 손뼉을 치며 그녀를 칭찬했다. 데시벨이 이에 기분 좋게 웃자 그가 말했다.

“그런데 사실 더 쉬운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더 쉽다고요?”

그가 또 다른 방법을 언급하니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이경복은 그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한 번 다시 해보시겠어요?”

“어, 넵! 알겠슴다!”

데시벨이 재차 벽을 딛고 공격을 피한 순간이었다. 지켜보던 이경복이 바로 사이보그를 사격했다.

연이은 적중에 사이보그가 쓰러지자 그가 말했다.

“이렇게 둘이 게임을 할 때는 한 사람이 어그로를 끌어주면 간단합니다.”

-엌ㅋㅋㅋㅋㅋ맞넼ㅋㅋㅋㅋ

-킹부러! 어렵게 하게 만들라고!

-아니 ㅋㅋ 왜 데눈나 혼자 싸워야 된다고 생각한 거지?

-아아, 그것은 블랙기업식 사고방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ㄹㅇㅋㅋ 다른 사람을 미끼로 쓸 생각을 했어야지 ㅋㅋㅋㅋ

-대충 사고방식이 다릅니다 짤

-알고 보니 개인 과제가 아니라 조별과제였던 거시고요?

시청자들이 그에 즐거워하자 데시벨이 헛웃음을 흘렸다.

“사부님, 저 뭔가 손해 본 기분인데요?”

“에이, 손해는 아니죠. 혼자서 공략하는 법을 알아내셨잖아요?”

“그건 그렇긴 한데요! 으음, 그래도 뭔가 억울하네…”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다들 더 즐거워했다.

*       *       *

식물원 구역을 돌파한 두 사람은 연구소 심부에 도착했다. 이어지는 이벤트 컷신, 그 배경에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이거 1인칭으로 보니까 느낌이 다르네요.”

“헙… 이거 그 달팽이들이잖아요? 엄청 많네?”

사태의 원흉인 스틸 스테일이 두꺼운 유리관 속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유리관의 개수는 하나가 아니라 통로 양쪽을 채울 정도로 가득했다.

“혹시 갑자기 살아나서 덤벼드는 건…?”

-와장창!

-ㄹㅇㅋㅋ 공포영화 클리셰잖슴

-너무 고전적인 연출이자너 ㅋㅋㅋㅋ

-이 정도면 안티가 아니라 콜렉터 아니냐고 ㅋㅋㅋ

데시벨과 시청자들이 그에 긴장했지만 이경복은 속으로 생각을 달리했다.

‘스토리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죽어있는 것 같은데.’

이 게임을 오락실에서 즐겼던 건 어릴 적이라 상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았다. 다만 감지되는 위협이 없어 안심할 수 있었다.

‘그걸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데시벨과 시청자들의 몰입을 구태여 깰 이유는 없었다. 이경복은 옅은 미소와 함께 상황을 관망했다.

그 사이 주인공들은 조심스럽게 통로를 통과했다. 이윽고 앞쪽에서 만화에서나 볼법한 증기 구름이 뿜어져 나왔다.

“어? 뭐야? 사부님, 누가 있나 봐요!”

“그러게요? 화가 단단히 난 모양입니다.”

-탈출 못 한 사람이 더 있나?

-딱 봐도 빡친 느낌 ㅋㅋㅋ

-자꾸 뚫리니까 스틸 스네일이 답답해하는 거 아님?

-???: 빅데이터를 통해 최선의 방어수단을… 뭐예욧!

-???: 휴먼, 어케 살았음?

다들 뭔가 싶은데 화면이 돌아갔다. 복잡한 장치들이 가득한 방이었다.

그곳에서 ASS 부대원들과 그 대장이 휠체어를 탄 남자에게 무어라 역정을 내고 있었다.

“이 연구소 통제실인 것 같아요!”

“물음표랑 적색경보가 나오네요? 이 사람들도 폐쇄를 왜 했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 그럼 저 휠체어 탄 연구원이 한 건가? 상황 보니까 그런 것 같죠?”

“네. 그냥 연구원은 아닌 것 같고 여기 연구소장이 아닐까 싶어요.”

두 사람이 말풍선 안에 담긴 아이콘으로 스토리를 추측했다. 그러나 대장의 추궁에도 연구소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헐!”

그에 결국 참지 못한 것일까.

대장은 연구소장의 휠체어를 걷어차 넘어뜨렸다. 이어 권총까지 빼 겨누자 데시벨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뭐야? 미친 거 아냐!? 아픈 사람을 왜 때려!”

주인공들 역시 그 소란을 들은 것일까. 그들은 바로 통제실 문을 열고 진입했다.

이에 놀란 부대원들과 대장의 총구가 그들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내 그들이 사람인 걸 인식했는지 모두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수갑이 나오네요. 어떻게 풀려났는지 몰라서 당황한 것 같습니다.”

“아, 진짜 다시 생각해도 어이 가 없네요. 취조 중이었으면 수갑은 풀어주고 탈출해야… 어?”

데시벨이 새삼 어처구니없어하는 와중이었다. 모두의 주의가 주인공에게 돌아간 사이 연구소장이 힘겹게 휠체어에 기어올라 무언가를 조작했다.

이윽고 천장에서 웬 금속관들이 내려와 연구소장의 몸에 박혔다.

“어어? 뭐야? 왜 이래!?”

“아하.”

데시벨은 급변한 상황에 놀랐지만 이경복은 짧게 탄사를 흘렸다.

“연구소장이 흑막이네요. 이 대장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불쾌한 느낌은 그 대장은 물론 연구소장에게도 느껴져 의아하던 참이었다.

금속관을 따라 스틸 스네일이 연구소장의 몸으로 삽입되었다. 놀란 대장이 부대원들에게 다급히 사격을 명령했다.

그 역시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고 무수한 탄환이 쏟아졌지만.

“하하하하하!”

연구 소장은 악당스러운 거만한 웃음소리와 함께 일어섰다. 그리고는 넝마가 되어버린 제 옷을 찢어버렸다.

-얘는 왜 제정신?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WA! 사이보그 각성!

-사하하하하!

-아닠ㅋㅋ 진짜 나노머신 썬이잖슴!

-코이츠www ‘나노무신’이 되어버린www

금속으로 뒤덮인 신체, 그러나 연구소장은 다른 사이보그들과 달리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내 그는 휠체어를 흡수해 갑옷처럼 걸치더니 금속관을 사출했다.

“오우, 노오!”

경악한 부대원들은 저항하려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 금속관에 찔린 부대원들과 대장들 역시 사이보그로 변했다.

“아씨, 진짜 나쁜 놈이었네! 괜히 걱정해줬잖아!”

데시벨이 일련의 상황에 억울함을 표하자 시청자들이 즐거워했다.

-대체 이 눈나는 하루에 몇 번을 속는 거 ㅋㅋㅋ

-데또속 이즈 사이언스!

-???: 애는 착혀…

-???: 우리 눈나 바보 아이다!

-리겜만 해서 스토리 내성이 없다 이마리야 ㅋㅋㅋ

이경복 역시 웃음을 흘리며 상황을 정리했다.

“보니까 대강 스토리가 나오네요. 자기 몸 고치려고 스틸 스네일을 이용한 것 같습니다.”

“으으, 그래도 저런 걸 어떻게 자기 몸에 집어넣지.”

데시벨이 질색하는 사이 연구소장은 다시 웃음을 터트리고는 주인공들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이내 무언가 조작하자 벽이 열리며 비밀 승강기가 나타났다.

그가 승강기를 타고 사라지자 사이보그가 된 부대원들과 대장이 일어섰다.

“으아아아아!”

부대원들은 그 명령에 저항하려는 듯 비밀 승강기 쪽으로 향했지만 갑자기 머리에서 스파크를 튀기며 사망했다.

그 뒤를 따르려던 대장이 주춤하더니 주인공들을 돌아봤다. 그리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무기를 겨누었다.

-얘들도 의식있는가 했는데 바로 컷당하네;;

-명령 불복종이면 끔살인 듯?

-대장쉑 부하들 보고 태세전환해버리쥬?

-으윽! 이런 게 대장?

-이미 앞에서 인성 다 드러났자너 ㅋㅋㅋ

-얘가 보스였네ㅋㅋㅋ

이벤트가 끝나자 바로 플레이가 이어졌다. 데시벨이 즉각 사격을 개시했지만 놈은 혼자 싸우지 않았다.

머리 위에 와이파이 신호 같은 픽셀 도트가 떠오르더니 배경 뒤편에서 멧돼지 사이보그가 나타나 그 앞을 막았다.

“아니, 치사하게!”

“돌진 패턴이네요.”

멧돼지가 전면부로 탄환을 튕겨냄과 동시에 대장은 그 위에 올라타 달려들며 사격을 가했다.

-이러면 뜀틀샷도 안 되는 것인디요!?

-공략 막히니까 바로 치사하다 박아버리기 ㅋㅋㅋ

-다행히 데눈나가 점프를 익혀뒀다 이마리야

물론 그런 단순한 공격에 당할 두 사람이 아니었다. 가볍게 도약한 둘은 공격을 회피했다.

안정적으로 착지한 데시벨은 자신 있게 그 후방을 노리며 말했다.

“이제 이런 패턴은 별 거 아니거든요!?”

착실하게 배운 대로 사격을 가하는 그녀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웃었다.

-김칫국 바로 원샷때려버리기 ㅋㅋㅋ

-넘모 섣부른 판단인 거시고?

-억울해하는 게 보인다 보여!

-킹직히 이번 거는 데눈나가 잘못했다 ㅋㅋㅋ

-보스 패턴이 하나라고 누가 그랬지?

대장은 멧돼지에 뛰어내리며 다시금 신호를 보냈다. 그와 함께 위쪽에서 독수리 사이보그가 나타나 그를 붙잡았다.

“아니이이이이이!”

덕분에 탄환이 허공을 가르자 그녀는 눈을 부릅떴다.

“사부님, 이거 저만 억울해요!? 갑자기 저 독수리는 뭔데요!? 너무한 거 아니에요?”

“식물원말고 조류관 쪽으로 가면 나오는 놈일 겁니다.”

이경복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는 사이 총탄이 날아들었다. 대장이 공중에서 사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놈이 흩뿌리는 탄환에 두 사람은 즉각 옆으로 도약했다. 그냥 뛴다면 힘들겠지만 투명한 벽을 딛고 2단 점프를 한 덕에 체공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흡!”

공격을 끝낸 대장이 착지하자 데시벨은 그 순간을 노리고 반격했다. 이번에는 다른 동물을 부를 시간도 없을 터였다.

“아, 진짜!”

그러나 이어지는 결과에 그녀는 다시 목청을 높였다. 이번에는 대장이 땅속에서 솟아난 금속 덩굴을 휘감아 방패로 삼는 게 아닌가.

거기에 다시 신호를 발생하자 벌떼 사이보그까지 나타났다.

“이건 에바지! 이번 스테이지에 나오는 적들 패턴을 전부 쓴다고요?”

“게다가 그 패턴도 개량된 버전이네요.”

이경복이 웃으며 대답하자 데시벨은 턱이 떨어졌다.

“이러면 갑자기 게임이 너무 어렵… 잠깐. 사부님, 지금 좋아하시는 거죠?”

“아니라고는 할 수 없죠?”

해맑게 웃는 그 얼굴에 데시벨은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장인도 기가 차는 장오장 클라스 ㅋㅋㅋ

-얘가 원래 오락실 버전 때도 빡센 놈이었음ㅋㅋㅋ

-???: 사격을 캐주얼하게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한 말)

-데눈나, 이제 정신이 들어?

-퍼교수 랩실에서 하는 석박사 과정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ㅠ

-블랙기업에 랩실 운영까지? 히익! 이 괴물!

-에이 ㅋㅋ 아무리 그래도 대학원이 블랙기업 보다는 낫… 어?

-ㄹㅇㅋㅋ 무슨 대학원생이 랩실에서 노예처럼 일을… 어어?

-어허! 그마내!

-평행이론 뭐냐고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그녀의 반응에 웃으며 동조했다. 이경복은 그에 손을 내저었다.

“아니, 오락실에서 할 때도 별로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이제 보니까 캡슐용이라서 더 쉬운 면도 있고요.”

“쉽다고요? 사부님, 쟤는 패턴이 3개나 되는데요?”

데시벨은 물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우후죽순 솟아났다.

“그렇죠. 패턴이 3개라는 건…”

어리둥절한 그녀의 얼굴을 향해 이경복은 도트로 된 손가락 3개를 펼쳤다.

“공략법도 3가지라는 거니까요.”

플레이는 다양할수록 재미있지 않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