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화 - 교수님이 개강함 (7)
3가지 패턴에 모두 대처할 수 있다. 이경복의 말에 데시벨과 시청자들이 그 설명을 재촉하려 할 때였다.
“오? 이건…”
이경복이 그보다 앞서 눈을 돌렸다. 연구소장이 사용했던 금속관을 통해 상자 하나가 떨어져 부서졌다.
“F? 이거 화염방사기잖아요!?”
직접 사용해봤던 데시벨이 그 정체를 알아봤다. 상자 속에 들어있던 건 무기 아이템이었다.
이윽고 배경 속 통제실 모니터에 과학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5252, 믿고 있었다구웃!
-저거 저거 또 따봉하네 ㅋㅋㅋ
-??? : 싸우는 건 알아서 하쇼!
-야씨 ㅋㅋ 너도 들어와서 좀 싸워!
-근데 여기서 원래 무기 나왔었나?
-오락실에서는 없었던 것 같은데?
시청자들은 그에 웃다가 의아해했다. 본래 아케이드 버전에서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
다행히 사정을 아는 시청자들이 해답을 내놓았다.
-캡슐로 리마스터하면서 어렵다고 넣어준 거 ㅋㅋㅋㅋ
-그냥 하면 밸런스가 안 맞는다 이마리야
-개발사 피셜 어려운 구간이라니깐!
-화방 쓰면 좀 쉽게 깰 수 있지 ㅋㅋㅋ
이경복도 그에 상황을 파악하고 데시벨에게 신호를 주었다. 재차 공격해오는 대장을 가뿐히 피하며 그가 말했다.
“이러면 정석 공략은 화염방사기로 처리하는 거네요. 회피만 잘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 사부님. 사부님이 말씀하신 방법은요? 3가지나 된다면서요!?”
데시벨이 궁금해하자 이경복은 슬쩍 눈을 굴렸다. 그는 날아드는 탄환을 유유히 피하며 대답했다.
“아, 그건 좀 더 번거롭고 어려운 방법이긴 한데… 알고 싶으시면 알려드릴게요.”
선택지가 주어지자 데시벨은 잠시 갈등했다. 그녀 역시 탄환을 회피해내며 생각을 정리했다.
“저는 게임을 잘하고 싶긴 한데요.”
손쉽게 클리어하려면 정석을 따르는 게 좋았다. 하지만 단순히 게임을 클리어하는 게 그녀의 목적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방송을 더 재미있게 하고 싶거든요! 확실히 더 재미있는 쪽은 어려운 게 아닌가 싶어요! 리겜도 어려운 곡이 재미있잖아요?”
“아, 역시! 뭘 좀 아시네요.”
이경복이 흡족해하며 동조하자 채팅창에도 웃음이 가득해졌다.
-킹부러! 어렵게 하려… 어? 갓플이 아니야?
-갓플이 데눈나한테 어려움을 풀었다!
-아니ㅋㅋㅋ 그거까지 배우면 어떡해욬ㅋㅋㅋㅋ
-엌ㅋㅋㅋ 리틀 황새 수듄 ㅋㅋㅋㅋ
-이제 보니 어려음 전문 스트리머 양성과정이었고?
-???: 이런, 이런 현실이 있단 말인가!
-???: 이런 짓을 하다가는 모두 미쳐버린다!
-맑은 눈의 광인이 또!?
시청자 반응에 이경복은 웃으며 첨언한다.
“근데 제가 데시벨 님께 물어 본 건 게스트시니까 그런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이유요?”
합방은 게스트 위주로 하는 게 이경복의 방침이었다. 데시벨은 거기까지는 이해했지만 다른 이유로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리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데시벨을.
“이번 공략에는 데시벨 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이경복이 가리켰다.
* * *
데시벨이 필요한 공략법이니 먼저 보여줄 수가 없었다.
“이해하셨죠?”
“네, 하긴 했는데…”
이경복의 설명에 그녀는 눈을 껌뻑였다. 시청자들도 같이 듣고 있었기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게 된다고?
-킹반인은 못해도 이 둘은 가능할 듯 ㅋㅋㅋ
-근데 어차피 이 방법으로 가야 됨 ㅋㅋㅋ
-엌ㅋㅋ 화방 사라졌네
그가 설명하는 동안 방치되던 화염방사기는 사라졌다. 남은 방법이 달리 없었으니 데시벨도 각오를 다졌다.
“사부님 말씀은 틀린 적이 없으니까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해보죠.”
이경복의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그 사이 대장은 독수리에서 내려오는 중이었다.
두 사람이 달리 공격을 하지 않자 놈은 재차 돌진사격을 위해 신호를 전송했다. 이번에 나타난 건 늑대였다.
“지금입니다!”
대장이 그에 올라타는 사이 이경복이 신호를 주었다. 그와 함께 두 사람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이에 돌진을 하려던 보스가 덜컥거렸다.
-옼ㅋㅋㅋㅋㅋ 에러났쥬?
-어디로 갈 거냐 이마리야
-과연 AI는 누굴 만만하게 볼 거신가!?
-AI피셜 나오나욬ㅋㅋㅋ
돌진은 한 방향으로만 가능하니 결정을 내려야 했다. 대장은 이내 데시벨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 예상은 했는데 뭔가 기분이 좀 그르네!”
-데눈나 당첨!
-???: 더 오래 살려면 이쪽으로 가야 돼!
-???: 빅데이터를 토대로 생존을 택했습니다 휴먼.
-AI도 알아보는 갓플의 위엄 ㅋㅋㅋ
-이거 스코어 적은 쪽으로 간 거 같은데 ㅋㅋㅋ
시청자들이 그 결정에 웃는 사이 이경복은 즉각 공세로 전환했다. 돌진하는 대장의 뒤쪽에 탄환이 쏘아졌다.
탄환이 적중했지만 그것만으로 대장이 멈추지는 않았다. 데시벨은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도약했다.
“저도 그냥 어그로는 아니거든요!?”
단순히 공격을 피하려면 대장을 넘어서면 될 터였다. 그러나 그녀는 플레이 구간의 끝, 통제실 벽을 딛고 도약했다.
이어 그녀는 한 박자 늦게 도착한 대장을 향해 아래로 사격을 퍼부었다.
-올ㅋ
-갓플 말대로 제대로 먹혀버렸고?
-???: 계획대로
-데눈나 뿌듯잼 ㅋㅋㅋㅋ
피해를 입은 대장은 즉시 독수리를 불러 상승했다. 데시벨은 즉각 벽을 박차며 위로 솟구치는 놈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잘하셨어요!”
“바로 갈게요!”
이경복이 맞은편에서 달려오자 그녀도 그쪽으로 합류했다. 그 뒤편에서 대장의 공중사격이 퍼부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투명한 벽을 딛고 2단 점프를 했다.
“아오!”
이어 공중에 있는 대장을 노렸지만 놈은 독수리를 타고 유유히 탄환을 피해냈다.
이 패턴에서 놈에게 피해를 입히려면 독수리를 먼저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독수리는 2단 점프의 높이보다 더 높은 곳을 날아다녔다.
-아 역시 각이 안 나오네
-사실상 이건 회피만 하라는 패턴인데 ㅋㅋㅋ
-ㄹㅇㅋㅋ 돌진 사격이 딜 타이밍임
-진짜 되나?
그러나 시청자들은 기대를 놓지 않았다. 이경복에게 이 또한 해법이 있기 때문이었다.
“뛰세요!”
데시벨의 아래, 한 박자 늦게 2단 점프로 도약한 이경복이 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발밑에 전해지는 감각에 재차 무릎을 굽혔다. 이경복이 그녀의 받침대 역할을 해주었다.
-WA! 3단 점프!
-와앀ㅋㅋㅋ 이게 진짜 되넼ㅋㅋ
-진짜 캡슐이라 가능한 공략법ㅋㅋㅋㅋ
-ㄹㅇㅋㅋ 오락실 버전이었으면 걍 통과했지
3번째 도약으로 높이가 맞춰졌다. 데시벨은 총구를 겨누며 호흡을 멈추었다.
‘침착하게.’
이경복에게 배운 가르침을 떠올리며 그녀는 방아쇠를 당겼다. 수평으로 쏘아진 탄환은 정확히 독수리 사이보그에게 적중했다.
독수리가 파손되자 그에 매달린 대장은 자연스럽게 추락할 수 밖에 없었다.
데시벨이 곧장 그를 노렸지만.
“으, 이건 안 되네!”
공중에서 움직이는 대상을 맞추는 건 아직 그녀에게는 무리였다.
그러나 걱정은 없었다.
“아주 좋았어요!”
그마저도 이경복의 계산에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떨어지는 놈을 맞추는 건 그의 몫이었다.
-캬 ㅋㅋㅋ 합 척척 맞는 거 보소
-아니 ㅋㅋㅋ 첫트에 왜 이렇게 잘 맞냐고
-아아, 그것이 황새 콤보라는 것이다
-대장쉑 아무고토 못하쥬?
-프리딜 아주 달달하고 ㅋㅋㅋ
깔끔하게 이어진 두 사람의 연계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터트렸다.
하지만 대장은 아직 살아있었다.
체력이 소모됐기 때문일까. 놈은 추락과 함께 일어서며 바로 방어태세에 돌입했다.
그와 함께 다시 나타난 벌떼들이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햐, 진짜 사부님 예상을 안 빗나가네요.”
데시벨은 그에 오히려 눈을 빛냈다. 이경복은 그에 대답 대신 방아쇠를 당겼다.
연달아 쏘아진 탄환의 뒤를 데시벨이 바로 쫓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빈틈을 막아주세요.’
자신이 쏜 탄환 사이, 그곳을 데시벨의 탄환으로 채우라는 게 이경복의 요청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어처구니없어 할 말이었지만 데시벨에게는 달랐다.
‘데시벨 님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리듬게임의 장인다운 놀라운 동체시력, 그리고 찰나의 순간에도 대응하는 엄청난 반응신경.
이경복은 그녀를 믿었다.
‘내게 맞춰주신 공략법이야…!’
그리고 데시벨은 그 신뢰에 보답했다.
-와씨 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되네?
-무친ㅋㅋ 퍽 소리 난 거 보소
-ㄹㅇㅋㅋ 듣자마자 소름돋음
빈칸을 채운 그녀의 탄환으로 탄막이 형성됐다. 탄막은 정확히 벌 하나하나를 적중해 제거했다.
그 광경도 놀라웠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거나 드셔어어어어!”
벌떼를 통과한 데시벨은 보스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녀는 대장의 앞을 가로막은 방패 안쪽으로 권총을 비집어 넣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경복에게 가장 먼저 배운 영거리 사격이었다. 아케이드 버전이라면 불가능하지만 캡슐용이기에 가능한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데가이! 돌아왔구나!
-상여자 포스 ㅁㅊㄷㅁㅊㅇ
-(헤비메탈 사운드)
-데눈나! 데눈나! 데눈나!
-폭딜 가즈아아아아!
시시각각 번쩍이는 대장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이경복은 그를 지켜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총구를 내렸다.
“으아아아아!”
이윽고 대장의 머리에서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쓰러졌다. 데시벨은 그럼에도 몇 초간 더 탄환을 퍼붓다가 이내 상황을 깨달았다.
“잡았나? 잡았네! 와아아아! 사부님! 잡았어요!”
“네, 잘하셨어요!”
그녀가 환호하며 돌아보자 이경복이 엄지를 치켜세워주었다.
-야앀ㅋㅋㅋ 이걸 진짜로 해버리네
-누가 이걸 이렇게 깨냐구욬ㅋㅋㅋ
-혀엉? 누나? 저는 그냥 화염방사기 쓸게요!
-아 ㅋㅋ 개발사가 다 편의 봐준거라고
시청자들이 그 결과에 경탄했고.
-데눈나 진짜 빨리 배우네
-ㄹㅇㅋㅋ 처음 할 때랑 완전 딴 사람 됨 ㅋㅋㅋ
-학습속도 ㅁㅊㄷㅁㅊㅇ
-아아, 그것이 퍼펙트 사부와 퍼펙트 제자의 퍼펙트 시너지라는 것이다
-퍼플데시 조합 너무 쩔었고?
-퍼플대시? 제로백을 의미하는 말인가?
-제로백 교수님의 위엄ㅋㅋㅋ
-오홍홍 퍼플데시 조와용
-데눈나 찐으로 좋아하는 게 느껴지네 ㅋㅋㅋ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두 사람을 보며 만족감을 표했다.
* * *
스테이지 3의 엔딩 컷신이 시작됐다. 대장이 쓰러지자 주인공들은 격리해제를 위해 컴퓨터를 조작해본다.
“어, 물음표가 많이 뜨네요? 이거 다룰 줄 모르는 것 같은데요?”
“아… 설마 이렇게까지 했는데 못 나가는 거 아니죠? 와, 진짜 그럼 스토리 잘못 짠 거다.”
다행히 상황은 데시벨의 걱정과 다르게 흘러갔다. 주인공들이 곤란해 하는 와중 금속관을 통해 과학자가 들어왔다.
-아닠ㅋㅋ 들어올 수도 있었넼ㅋ
-후방에서 너무 꿀 빠는 거 아니냐구웃!
-뭔가, 뭔가 고마운데 얄미움!
-저 따봉하면서 웃는 게 뭔가 뭔가임!
과학자가 주인공들을 대신해 장치를 조작하더니 적색등이 꺼졌다. 이에 다들 안심하려는 와중 그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떠올랐다.
“이게 뭐지? 설계도? 무슨 장치 같은데요?”
“아, 아까 연구소장이랑 스틸 스네일 얘기를 하네요. 신호 아이콘도 있는 걸 보니까 아마 조작하는 장치같아요.”
“아, 이거 때문에 제 정신을 유지하는 건가보네요.”
화면이 바뀌며 스크린을 비추었다. 푸른 설계도가 나타났다가 넘어가며 지도와 웬 그래프들이 나타났다.
“어… 미국 지도 같은데 여기가 어디지?”
“저도 미국은 잘 모르는데, 텍사스가 게임 배경이라는 채팅이 있었던 게 기억이 나네요.”
-ㅇㅇ 텍사스 맞음
-저기 점 찍은 곳은 휴스턴임
-그 소장쉑 휴스턴 우주기지로 간 거
-오? 텍사스가 총기 때문에 배경이 된 게 아님?
몇몇 시청자들이 해석을 도와주는 사이 과학자가 말 그대로 펄쩍 뛰었다.
그는 다급한 표정으로 말풍선과 아이콘을 여럿 띄웠다.
“아, 맞네요! 우주선! 근데 우주선은 왜…?”
“운석이랑 스틸 스네일, 그리고 신호? 아, 이거네요! 우주기지에서 신호 보내서 스틸 스네일을 더 끌어들이려고!”
“아니, 그럼 완전 난리 나는 거잖아요!?”
두 사람이 스토리를 유추해내자 채팅창도 들썩였다.
-난리 수준이 아니지 ㅋㅋㅋㅋ
-WA! 사이보그 펑크!
-온 세상이 사이보그다!
-소장쉑 클래식하게 세계 정복이 꿈이었던 거시고요?
-요즘엔 오히려 이런 빌런 찾기가 어려움 ㅋㅋㅋㅋ
-아 ㅋㅋ 이게 고전겜 감성이지
-???: 라떼는 지구정복이 최고였다니깐!
-편안하게 작살내줘잉!
그리 웃는 시청자들과 달리 작중 캐릭터들은 다급해졌다. 과학자는 신속히 조작해 연구소장이 사라졌던 비밀 승강기를 열었다.
이윽고 화면이 전환되며 지상의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세 사람은 ‘A.S.S’ 마크가 붙어있는 장갑차를 발견했다.
-무브무브!
-???: 머뭇거릴 틈이 없다!
-아닠ㅋㅋㅋㅋ 이건 또 뭐얔ㅋㅋ
-아 ㅋㅋ 고전 겜은 또 이런 감성이지!
주인공들이 장갑차에 올라타는 사이 과학자는 차량 옆면에 마크를 눈여겨보다가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이어 그는 ‘A.S.S’ 마크 위에 ‘BAD’ 스티커를 붙이고는 특유의 엄지를 치켜세우는 동작을 했다.
-나쁜 엉덩이는 킹정이야!
-???: ASS와는 다르다! ASS와는!
-B급 갬성 ㅁㅊㄷㅁㅊㅇ
-역시 줄임말 노린 거였자넠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웃는 사이 장갑차가 출발하며 화면이 전환됐다.
“오! 고속도로네요? 차 위에서 싸우는 건가?”
“휴스턴으로 가는 길인가 보네요.”
장갑차는 뻥 뚫린 도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배경이 밀려나며 앞쪽의 상황이 드러났다.
“어우… 설마 이게 다?”
“연구소장이 저지른 일이겠죠.”
전복된 차량과 검은 연기, 그리고 여기저기 쓰러진 사람들의 모습. 배경인 도로 위는 완전히 초토화되어 있었다.
“오우, 노오!”
앞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함께 화면이 옆으로 이동했다. 도로를 달려오는 사람들 뒤쪽에 이번 스테이지의 적들이 나타났다.
그것들은 오토바이 기생체, 그러나 특이하게도 외발자전거처럼 바퀴 하나로 선 채로 달리며 긴 손잡이를 무기 삼아 채찍처럼 휘두르고 있었다.
-무친 ㅋㅋ 달리 헤이비슨인갘ㅋㅋㅋ
-손잡이 겁나 기네 진짜 ㅋㅋㅋ
-이번에는 달리면서 싸우는 건갑네 ㅋㅋㅋ
-과학자 눈 커진 거 보소 ㅋㅋ
운전석에 있던 과학자는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장갑차 위쪽이 열리며 레이저 터렛이 올라왔다.
그 터렛에는 이경복과 데시벨이 타고 있었다.
“아, 권총이 아니라 이걸로 싸우는 건가 봐요!”
“퀘스트는… 아이템만 양도하는 거니까 괜찮겠네요.”
“오, 그럼 이번에는 쉽게 클리어하겠는데요?”
큐다리의 퀘스트는 데시벨에게 모든 무기 아이템을 양도하라는 것이었으니 터렛은 사용해도 무방했다.
데시벨이 이에 기뻐하자 시청자들이 웃음을 흘렸다.
-어허! 이 눈나 아직도 쉬운 걸 바라네!
-킹직히 솔플이면 약간 쉬어가는 구간이 맞긴 한데 ㅋㅋㅋ
-하필이면 또 2인 플레이 중이라 ㅋㅋㅋ
-눈나? 여기서는 눈치 잘 봐야돼!
-ㄹㅇㅋㅋ 완전 우정파괴구간이잖슴ㅋㅋㅋ
-이거 갓직히 오락실에서 돈 더 쓰라고 만든 구간임
시청자들의 말에 데시벨은 어리둥절했지만 곧 주의를 돌렸다. 컷신이 끝나고 바로 플레이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방아쇠를 당기자 붉은 레이저가 쏘아지며 기생체를 달구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채팅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아, 이게 에너지를 공유하는구나.”
“아니, 진짜 이거 시스템을 뭐 이렇게 만들어요!?”
터렛은 따로 조작하지만 그 탄환 격인 에너지를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었다.
에너지 사용량을 잘못 계산하면 방전 상태가 돼서 충전되는 동안 둘 다 무방비 상태가 될 터였다.
-이거 한 두 번은 괜찮은데 계속 그러면 욕나옴 ㅋㅋㅋ
-ㄹㅇㅋㅋ 바로 정치질 들어가자너
-???: 아니, 거기서 왜 쏘냐고!
-???: 네가 더 많이 썼잖아!
-바로 유치해져 버리기 ㅋㅋㅋ
-킹직히 이건 데눈나가 손 놓는게 맞지 않음?
-야씨 ㅋㅋ 그러면 합방을 왜 하냐고
-효율만 따지는 퍼파고식 사고회로 ㅎㄷㄷ
-헉
시청자들은 두 사람이 서로 눈치를 살피는 장면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경복은 그 기대를 배신했다.
“이건 데시벨 님 쓰세요. 저는 권총이면 충분해서.”
그가 바로 터렛에서 나와 장갑차 위에 섰기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은 그에 놀라면서도 당연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어, 그럼 저도 권총으로 할래요.”
데시벨까지 그 뒤를 따르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즉시 리틀 황새 행동ㅋㅋㅋㅋㅋ
-진짜 광기 ㅎㄷㄷ
데시벨이 그 채팅에 실소를 흘리며 답했다.
“혼자 편하게 게임하는 것도 좀 그렇기도 하고, 레이저는 조준 연습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잖아요.”
“데시벨 님도 슬슬 다른 장르 게임을 즐기시는 법을 알아 가시는 것 같네요.”
이경복이 그에 맞장구를 치자 채팅창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이게 그 퍼며든다는 건가 그거냐?
-아닠ㅋㅋ 다른 의미로 퍼며들었잖슴ㅋㅋㅋㅋ
-맑은 눈의 광인이 두 명!
-WA! 광기 2배 이벤트!
-???: 역시 황새야! 우리는 못 하는 걸 태연하게 해버려! 그 점에 동경하게 돼!
이경복을 따라 종합 게임 스트리머로 전향을 밝힌 그녀였다. 그런데 그 뒤를 따라가다 보니.
-뭐예요? 종겜스 한다면서요! 왜 어겜스가 된 거예요!?
-어겜스?
-어렵게 게임하는 스트리머냐곸ㅋㅋㅋ
-퍼펙트 코칭에도 부작용이 이따?!
-???: 이히히 어려운거 재미따
-대학원생이 조교수가 된다, 그게 상식이잖아?
-이거 다른 사람이면 아예 엄두도 못 낼텐데 ㅋㅋㅋㅋ
-ㄹㅇㅋㅋ 데눈나도 장인이라 가능한 거 ㅋㅋㅋㅋ
-뱁새는 걸을 수 없는 황새의 길!
-왕도가 아니라 황도였던 거시고요?
평범한 코스와는 좀 방향이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