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화 - 교수님이 개강함 (10)
데시벨은 오늘 방송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경복의 코칭을 머릿속에 각인하고 그 지시를 따라 체화하면서 모두가 놀랄 정도로 사격 솜씨가 개선됐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고 깨달았다.
‘와… 나는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었네.’
재능이 없지는 않구나.
시청자들의 칭찬과 이경복의 격려, 그리고 스스로 느끼는 변화에 그녀는 나름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제트팩을 매고 있으니까 더 어려운데…’
비록 구석에 숨어있었지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이에 어떻게든 조준을 하며 사격을 가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어깨와 상체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조작 방식이 아닌가. 적을 조준하겠다고 팔을 움직이면 몸도 같이 움직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조준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진짜 사부님은 말이 안되는 분이라니까.’
그러나 그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아니, 그가 정조준을 하고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아닠ㅋㅋ 공중무빙이 왜케 자연스러운 건데 ㅋㅋㅋ
-혀엉? 솔직히 집에 제트팩 하나 있지?
-ㄹㅇㅋㅋ 평소에 타고 다니는 거 아니면 말이 안 됨
-1가구 1제트팩, 그게 퍼펙트 상식이잖아?
-대체 어느 세계선의 상식이냐곸ㅋㅋㅋㅋ
그는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공격을 피하면서도.
-저렇게 히트박스 다 피하면서 총알은 다 맞춤
-그냥 쏘는 것도 아니고 예측샷까지 하넼ㅋㅋㅋㅋ
-저렇게 돌면서 쏘면 안 어지럽나?
-어질어질하다 그쵸?(우리가)
-보고 쏘는 건 맞지?
모든 탄환을 적중시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의 감탄에 데시벨은 헛웃음을 흘리며 멘트를 쳤다.
“와… 이건 오히려 제가 총을 쏘면 안 되겠어요. 사부님 정신만 사납게 할 듯.”
그녀의 말에 시청자들이 반응하려는 순간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괜찮아요. 그냥 쏘셔도 됩니다. 그리고 어지러우신 분들은 1인칭 보시는 건가요? 3인칭으로 보시면 좋겠네요!”
이경복의 즉답에 그녀는 물론 시청자들의 눈이 커졌다.
-?
-그 와중에 데눈나 말까지 다듣는다고?
-아 ㅋㅋㅋ 데카코어면 연산능력 아직 많이 남았지
-회피기동, 사격, 오디오 체크, 챗창 확인 작업 4개면 6개 남음ㅎㅎ
-여유여유였던 거시고?
“어, 가만있기는 뭐 해서요! 그럼 사부님, 실례하겠슴다!”
이에 안심한 데시벨은 재차 사격을 가했다. 비록 조준은 정확치 않더라도 눈먼 탄환이 맞을 때가 있으니 스코어가 찔끔찔끔 올라갔다.
그리 적을 눈으로 쫓던 데시벨은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어… 혹시 사부님이 제가 있는 쪽으로 안 피하시는 것 같은데 저만 그런가요?”
혹시나 이경복이 또 신경쓸까 시청자들만 들을 정도로 작은 속삭임이었다.
이경복과 적이 한쪽 구석에서만 공방을 나누고 있지 않나?
-듣고 보니 그런 듯?
-제자 배려 무엇?
-이 시대의 참교수니뮤ㅠㅠ
-그냥 그 자리에서 피할 수 있어서 그런 거 아님?
-갓플이면 킹부러 어렵게 하려고 하는 걸 수도 있닼ㅋㅋ
-이건 둘 다인 거 같은뎈ㅋㅋ
“헙, 그쵸?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아… 저 때문에 지금 저쪽으로만 몰리시는 거잖아.”
채팅 반응을 본 데시벨이 미안함에 자책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작은 목소리도 이경복은 들을 수 있다는 걸 몰랐다.
“그런 이유가 아주 없는 건 아닌데 제가 아무 생각 없이 도망친 건 아닙니다.”
“헛…! 드, 들리셨어요!?”
데시벨이 화들짝 놀라자 그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제가 귀가 좋기도 한데, 안 들렸어도 채팅 반응 보면 알지 않겠어요?”
“아.”
-엌ㅋㅋ 갓플의 퍼펙트 청각은 못 피하지
-ㅏ
-데이츠www 스스로가 한심한www
-현타 온 표정 개웃기넼ㅋㅋㅋ
-근데 저렇게 공중전하고 있으면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ㅋㅋㅋ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를 향해 쏟아지는 불길의 범위에서 벗어나기에는 늦어 보였다.
“궁지에 몰려도 이렇게!”
이경복은 태연하게 허공을 디뎠다. 그 모습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오르는 사이 데시벨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 여기도 투명한 벽이!”
공중전이라고 해도 여전히 오픈월드는 아니었다. 이경복은 플레이 영역의 끝까지 이동해 벽을 밟고 반탄력을 이용해 공세에서 빠져나왔다.
-무친ㅋㅋㅋ 공중점픜ㅋㅋㅋ
-갓플 슨수 아주 가가매요!
-아닠ㅋㅋ 몸 가누기도 힘든데 거기섴ㅋㅋㅋ
-회피기동샷!
-옼ㅋㅋ 터진다!
그사이 누적된 피해 때문인지 기생체의 몸이 붉게 과열됐다. 이경복이 피하면서 쏜 탄환이 적중하니 곧 균열이 벌어지며 화염이 솟구쳤다.
“와… 미쳤다 진짜.”
“에이, 데시벨 님도 조금만 익숙해지시면 할 수 있어요.”
감탄하는 데시벨에게 이경복이 다가와 말했다.
“사부님이 말하는 ‘조금’이랑 ‘캐주얼’, 그리고 ‘간단히’는 절대 안 믿을 겁니다.”
이에 그녀가 단호히 답하자 모두가 웃었다. 그사이 멀어지던 로켓이 가까워지며 그 표면에 착지했다.
“와, 진짜 다행이다. 계속 공중전을 하는 게 아니었구나.”
-오 ㅋㅋ 시점도 다시 돌아왔네
-종스크롤에서 횡스크롤 변경!
-데눈나 안심하는 거 보소 ㅋㅋ
-하마터면 계속 쭈구리 될 뻔했자너 ㅋㅋ
두 사람의 발은 자석처럼 로켓에 붙었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 안심할 수는 없었다.
[00:05:00]
시야에 나타난 붉은 숫자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게임의 전체 제한시간과는 별개였고, 그 옆에는 또 다른 추진체가 떨어지는 모습이 아이콘으로 붙어 있었다.
”아오, 이거 진짜 쉴 틈이 없게 만들어놨네요!”
“5분이면 널널하죠.”
“그래도 서둘러야죠! 사부님이야 그렇… 뭐야? 몸이 왜 이렇게 무겁지?”
데시벨이 이에 황급히 이동하려 발을 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경복도 그와 같은 느낌을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오, 몸에 전체적으로 부하가 걸려 있나 봅니다. 로켓에 타고 있다는 느낌을 살려줬네요.”
“아니, 좋아하시지 마시고! 이런 건 구현 안 해도 되잖아요!”
-괜히 끝판이 아니었던 거시고?
-여기서 타임어택까지 해야 된다 이마리야
-둘이 반응 다른 거 깨알같넼ㅋ
-???: 히히 재미땅
-???: 재밌어하지 말라고!
-아니 ㅋㅋㅋ 그 짤은 그런 의미가 아니긴 한데 ㅋㅋ
-상황이 너무 절묘하쥬?
시청자들이 그에 웃음을 터트리자 데시벨도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는지 실소를 흘렸다.
“아으,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끝까지 깹니다! 이 정도 핸디캡은 세트로 붙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보세요. 제가 캐주얼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아니, 사부님… 하, 아닙니다.”
데시벨은 그에 답답해하며 대답하려다가 장난기 어린 이경복의 미소를 보고 손을 내저었다.
이내 두 사람이 나아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역시 그냥 앞으로 가기만 하면 되는 건 아니네요.”
“네?”
“바닥 주의하세요.”
이경복의 경고에 시청자들과 데시벨 모두 바닥에 눈을 돌렸다. 뭐가 있나 싶은데 그녀가 먼저 변화를 감지했다.
“어? 뭔가 바닥이 우글우글한데…”
그걸 눈치채자마자 로켓 표면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그 안에서 기계부품으로 결합 된 기생체들이 튀어나왔다.
미리 대비하고 있던 바 두 사람은 즉각 대응사격을 가했다.
“뭐야, 그냥 죽네.”
데시벨은 이내 코웃음을 쳤다. 몇 발 적중도 안 했는데 부품이 무너지며 쓰러지지 않나.
“에이, 그래도 끝판인데요.”
이경복이 그리 말하며 데시벨을 겨누었다. 갑자기 들이민 총구에 그녀가 흠칫한 순간.
격발과 함께 탄환이 그녀의 옆을 지나갔다. 둔탁한 소음에 돌아보니 데시벨의 뒤에 기계 부품이 흩어져 있었다.
“뭐…?”
-????
-아까 죽은 거 아니었나?
-순간 이동하는 놈임?
-갓플은 우째 안 겨!?
-퍼펙트 아이가 못 잡아내는 게 없다 이마리야
이경복은 그에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설명해주었다.
“한 번에 죽는 게 아니라 다시 로켓 속으로 숨는 것 같습니다. 바닥만 잘 살피면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은 마시고.”
“어우, 저는 사부님이 긴장 풀었다고 혼내시는 줄.”
데시벨이 그에 안도하자 이경복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쉬우세요? 그러면 혼내드릴까요?”
“아뇨! 아님다! 정신 바짝 차리곘슴다!”
-누가 총 들고 정신차리라고 협박함?(했음)
-제가 찾던 집중력 향상법 여기 있었네요^^
-아 ㅋㅋ MC네모 왜 씀? 권총 하나면 되는데ㅋㅋㅋ
-그건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 아아니냐 ㅋㅋㅋ
-혼난다는 게 혼이 나가버린다는 것이고?
-정보) 실제로 혼나다의 혼은 정신을 뜻한다
-이왜진?
-근데 이러면 좀 천천히 진행해야겠네
-ㄹㅇㅋㅋ 괜히 타임어택 건 게 아니었음
시청자들 반응에 이경복은 데시벨을 돌아봤다.
“저희는 그냥 빠르게 돌파하죠.”
“네?”
“한꺼번에 나오게 해서 처리하면 되잖아요?”
그 대답에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떠올랐지만 데시벨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그게 더 쉽겠네요. 바닥에서밖에 안 나올 테니까요.”
합의를 본 두 사람은 곧장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문자 그대로 우후죽순 기생체들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흡…!”
“3발이면 충분하고, 다시 나타난 놈은 2발로 끝나요. 그러니까 최소 3발만 쏴도 되겠습니다.”
데시벨은 숨을 멈추고 사격을 개시했다. 반면 이경복은 여유롭게 팁까지 전하며 놈들을 처리해나갔다.
모습을 드러내는 족족 흩어지는 부품들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표했다.
-권총 무쌍 뭐냐곸ㅋㅋㅋㅋㅋ
-데눈나가 하나 잡는 동안 갓플은 네다섯 잡네 ㅋㅋㅋ
-갓플의 진심사격 너무 정갈한 거시고?
-3발이면 충분하다고 진짜 3발만 쏘는 사람이 이따!?
-그 와중에 리트하는 놈들은 정확히 2발 컷 함ㅋㅋㅋ
-와씨 그럼 바닥타고 움직이는 걸 개별적으로 추적하고 있다고?
-무한권총인데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욧!
-무한리필집이라고 음식 남겨도 되는 건 아니잖슴?
-???: 설득력이… 있어!
그러나 누구보다 감탄하는 건 바로 옆에서 직접 지켜본 데시벨이었다.
‘아니, 다 똑같이 생겼는데? 보이는 놈만 잡기도 바쁜데…!’
그녀는 직접 놈들을 상대했으니 이경복이 보여주는 플레이가 얼마나 어려운지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나마 자신도 1인분 몫은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잠깐… 근데 왜 타겟이 한 번도 안 겹치지?’
주의깊이 적들의 위치를 쫓다보니 의문이 들었다.
데시벨은 이경복의 사격 실력은 못 따라가도 눈만큼은 좋았다. 그렇다면 이경복이 먼저 쏘고 그 뒤에 자신이 쏘는 상황이 있을 법하지 않나.
‘설마? 아니, 진짜로?’
더욱이 묘하게도 자신이 조준하기 쉬운 쪽의 적들만 남아 있기까지 했다. 이에 머릿속에 번뜩인 생각에 그녀는 참고 있던 숨을 뱉었다.
“사부님, 혹시 지금 제 사선까지 다 파악하고 계신가요?!”
직접 물어보는 게 가장 빨리 답을 얻는 방법이리라. 그녀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시청자들은 뭔가 싶었지만.
“오, 아셨네요? 역시 데시벨 님이 센스가 좋으시다니까.”
“와, 와! 설마했는데…!”
-?????
-적들만 쫓고 있는 게 아니라 데눈나 조준까지 체크하고 있었다고?
-아닠ㅋㅋ 얼마나 여유 있는 거냐구욬ㅋㅋ
-야앀ㅋㅋ 이러니까 캐주얼이라고 하지 ㅋㅋㅋㅋ
-???: 정말 쉬운 게임인데…
-갓플은 진짜로 억울했던 거시고?
충격 받은 그녀와 감탄하는 시청자들에게 이경복은 웃으며 답했다.
“그쪽은 데시벨 님이 충분히 처리하실 거라 믿어서 그런 겁니다. 지금도 보세요. 바로 나오니까 숨 참고 조준 잘 하시잖아요.”
“뭔가 편의를 봐주시는 것 같은데 또 절 믿어주시기도 하고… 크흠, 아무튼 그 믿음에 부합하겠슴다!”
데시벨은 복잡한 생각을 떨쳐버리듯 고개를 흔들고는 의욕을 불태웠다.
-믿어주는 게 맞긴 하지 ㅋㅋㅋ
-이미 다 갓플이 짜둔 판이었다 이마리야
-퍼사부가 짜준 판이면 들어가야지 ㅋㅋㅋㅋ
-퍼이츠www 고도의 설계로 효율성을 추구해버리는www
-이 플레이를 퍼파고가 좋아합니다
-???: 휴먼추^^
시청자들로서는 그 모습이 즐거울 따름이었다.
* * *
2단 추진체까지 떨어지자 이벤트 컷신이 진행됐다. 두 사람은 바로 감탄을 표했다.
“오오! 뭐야뭐야! 이거 왜 이렇게 고퀄이에요!?”
“와… 이거 진짜 멋지네요.”
배경에 지구의 곡면과 우주가 픽셀 그래픽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오히려 점으로 표현해야하기 때문인지 그 디테일을 잘 짚어냈다.
-캬 ㅋㅋ 역시 도트 명가답고?
-도트만의 감성이 있다니깐!
-진짜 도트는 뭔가 대체불가인 느낌이 있음ㅋㅋㅋ
-이제는 모바일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ㅠㅠㅠ
시청자들도 그에 동감하는 와중 화면이 내려가며 주인공들을 비춰주었다.
그들은 재차 한 걸음씩 로켓을 오르고 있었다. 도중 그 앞에 녹색 홀로그램이 솟아났다.
“어! 연구소장!”
“이제 슬슬 클라이막스인가봅니다.”
사이보그가 된 연구소장이었다. 역시나 녹음된 대사는 없던 바, 홀로그램 위로 말풍선과 아이콘들이 나타났다.
-인간 + 스틸 스네일? 사이보그화를 말하는 듯?
-원숭이가 사람 되는 건 왜 나옴?
-아 ㅋㅋㅋ 사이보그화가 진화라는 거네
-빨간 동그라미ㅋㅋㅋ 이게 정답이라는 거?
-클래식한 매드사이언티스트였구연?
열변을 토하는 표정과 그 아이콘으로 다들 이야기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이윽고 그에 반박하듯 주인공들도 말풍선을 띄웠다.
“오, 이거 조작기!”
“모든 사람이 사이보그가 되어버리면 연구소장이 다 조종할 수 있겠네요.”
“뭐야, 어이없네. 진화는 다 핑계고 역시 세계정복이 목표인 거잖아요?”
“원래 옛날 악당들이 그렇죠.”
이미 앞서 사이보그가 된 대장을 조종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이해가 쉬웠다.
그에 연구소장은 재차 악당다운 웃음소리를 내고는 표정을 바꾸었다.
“어? 어어! 뭐야! 이거 왜 이래!?”
“오, 이렇게 갑자기 플레이로 넘어가네요.”
홀로그램이 사라지자 그 너머의 모습이 보였다. 로켓이 앞쪽부터 분해되기 시작하며 잔해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경복은 신기로 전해져오는 정보를 바탕으로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부술 수 있는 잔해랑 피해야 하는 잔해가 있네요!”
“아, 균열! 균열이 있는 게 부수는 거네요!”
떨어지는 잔해의 종류는 2가지였다. 균열이 생긴 잔해는 총탄에 부서졌지만 다른 건 피하는 게 답이었다.
데시벨은 그에 자신만만했다.
“이거는 오히려 쉽죠! 완전 리겜 패턴이네!”
-옼ㅋㅋㅋ 데눈나 전문분야 나와버리고?
-이거는 사실상 쉬어가는 구간이쥬?
-소장쉑ㅋㅋ 이런걸 공격이라고
-???: 리겜 장인이랑 PPL 주인이 올 줄은 몰랐지!
-킹직히 이건 연구소장이 억울할만 하다 ㅋㅋㅋ
-끝판 기믹이 조깅 수듄ㅋㅋㅋ
두 사람은 기대대로 여유롭게 쏟아지는 잔해를 돌파했다. 그리고 마침내 연구소장의 실물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그와 함께 곧바로 이벤트 컷신으로 넘어갔다.
“어! 뭐야? 이러려고 분해한 거였어!?”
“아, 이 장면은 기억납니다. 직접 보니까 또 웅장한 느낌이 있네요.”
분해된 로켓 부품들이 연구소장에게 이끌려왔다. 한데 뭉쳐진 그것은 결합하며 거대한 양팔과 상체를 만들어냈다.
그리 자신을 거대화시킨 연구소장은 배경 쪽으로 스며들어갔다. 주인공들이 딛고 있는 넓은 잔해를 마주하며 연구소장이 광소를 터트렸다.
“팔만 들어오네? 일단 먼저 이 양팔부터 처리해야 하나 보네요?”
“그럴 겁니다. 이게 또 오락실 게임 좀 해보셨으면 친숙한 구도죠.”
연구소장의 양팔만이 플레이영역으로 들어서며 선명한 색감을 갖추었다.
-아케이드 게임 갬성 아주 잘 살린 거시고?
-진짜 ㅋㅋ 웬만한 거대 보스는 다 이런 구도임
-양팔이 1페이즈고 처리하면 2페이즈 시작하자너 ㅋㅋㅋ
-이런 구도 없으면 좀 섭섭하긴 해 ㅋㅋㅋ
시청자들도 그에 적극 동조하는 와중 연구소장의 공격이 시작됐다.
바닥을 휩쓸 듯 날아오는 팔에 두 사람은 반격과 함께 곧바로 도약해 피해냈다.
“사부님! 주먹!”
“알고 있습니다!”
피할 줄 예상했다는 듯 놈은 다른 손으로 주먹을 쥐고 바닥을 내리쳤다.
그마저도 두 사람이 피했지만, 바닥이 흔들리며 데시벨이 휘청거렸다.
“아니, 또 이런 걸 구현해놨어!”
자칫 넘어질 뻔한 그녀가 성을 냈다. 그 와중에 이경복은 가뿐하게 중심을 잡고 있었다.
“또 옵니다!”
2번째 휩쓸기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 그런데 이번에는 약간 상황이 달랐다.
-날아오는 거 뭐임?
-오 ㅋㅋㅋ 무기 보급이네
-아니;; 이거 좋아할 일이 아니잖슴!
-아 맞네 갓플은 저거 피해야 되는데?
-여기서 큐다리 퀘스트가?
-큐다리가 굴린 스노우볼이 먹혔다?!
-2단점프 하면 되지 않나?
-ㄴㄴ 여긴 떨어지면 낙사임
개발자는 공격을 피하면서 동시에 아이템을 먹게 해주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평범한 플레이어라면 좋아할 상황이었지만 이경복에게는 아니었다. 오히려 아이템이 보급되면서 동선이 제한되지 않았나.
‘이거 벽까지는 안 닿겠는데.’
기존 플레이 구간과 달리 우주가 배경이었다. 더욱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넓은 잔해로 한정되어 있어 기존보다 좁았다.
투명한 벽까지는 뛰어도 닿지 않을 거리였다.
그렇다면 퀘스트를 포기해야하는 수밖에 없을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겠네.’
이경복은 고민하다가 이내 미소지었다. 다가오는 긍정적인 기운에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사부님!”
중심을 되찾은 데시벨이 이경복의 앞으로 뛰며 그를 불렀다.
“이번에는 제 차례입니다!”
그녀는 곧장 도약했다. 날아오는 아이템의 궤도 앞을 가로막고 그녀가 소리를 높였다.
“저를 밟고 가십쇼!”
“실례 좀 할게요!”
이경복은 아슬아슬하게 그녀를 향해 도약해 받침 삼아 2단 점프를 시전했다.
“헤비머신건!”
경쾌한 사운드와 함께 착지한 두 사람. 그들은 곧장 지나간 팔을 향해 집중 포화를 쏟아냈다.
-WA! 스승의 은혜!
-데눈나의 보은 뭔데 ㅋㅋㅋ
-이게 뭐라고 비장하게 말하냐곸ㅋㅋㅋㅋㅋㅋ
-큐다리쉑 이건 몰랐쥬?
-엌ㅋㅋ 황새 콤보에 당해버렸고?
-모르면 맞아야지 ㅋㅋㅋ
-큐다리도 퍼교수님한테 배우고 있었네 ㅋㅋ
-수업료 낭낭하게 냈자너 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흡족해하는 와중 팔 하나가 폭발했다. 그에 더욱 흥겨워했지만 상황은 또 달라졌다.
“으아, 뭐야!”
“점점 더 재밌어진다는 거죠!”
부서진 팔에서 떨어진 스틸 스네일들이 두 사람이 딛고 있는 잔해에 떨어지며 적으로 변했다.
-재활용 ㅁㅊㄷㅁㅊㅇ
-잡몹까지 잡으면서 상대하라는 거?
-햐 ㅋㅋ 독하다 독해!
-킹부러! 어떻게든 컨티뉴 하게 할라고!
-오락실 사장님 : 방긋^^
시청자들은 그 상황에 혀를 내둘렀지만 데시벨은 눈을 부라렸다.
“사부님! 이 잡것들은 제가 맡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옛썰!”
그가 기관총을 흩뿌리며 다가오는 적들을 쓸어버렸다. 그 사이 이경복은 남은 한 팔을 향해 사격을 개시했다.
시청자들은 척척 손발이 맞는 두 사람을 보며 흡족해했다.
-잡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직히 갓플이면 다 잡을 수 있긴 한데 ㅋㅋㅋ
-데눈나가 귀찮은 일 맡아버리기 ㅋㅋㅋ
-아 ㅋㅋ 수업에 조교가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깐!
-대학원생이 된다고 다 조교가 될 수는 없쥬?
-ㄹㅇㅋㅋ 데눈나 정도 되어야 조교 자리 할 수 있다 이마리야
능력이 없다면 맡기지도 않았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