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19화 (419/491)

419화 - 하이스트 스코어 (1)

데시벨은 바빴다.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채팅창도 확인 못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여기다!’

바닥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기생체를 발견한 그녀는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사부님한테서 떨어져!’

데시벨은 곧바로 이경복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의 보스 공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변을 정리하는 게 1순위 목표였기 때문이었다.

-캬 ㅋㅋ 데눈나 보조 보소

-무호흡 노마이크 빡집중 ㅎㄷㄷ

-이게 리틀 황새지 ㅋㅋㅋㅋ

-???: 장하다, 데스가이! 사이보그를 네손으로 멸망시켜버리렴!

그녀의 활약에 시청자들은 흡족해했다. 이경복 역시 그녀를 믿듯 오직 남은 한 팔만을 공략하고 있었다.

이윽고 나머지 팔마저 폭발해버리자 컷신이 이어졌다.

“어! 뭐야?”

“2페이즈 돌입 컷신이 있나봅니다.”

데시벨이 그에 놀라자 이경복이 설명해주었다. 연구소장은 몸체만 남았음에도 여전히 웃음을 터트렸다.

-양팔 다 날아갔는데 왜 저럼?

-멸망각이라 실성한 듯 ㅋㅋㅋㅋ

-뭐임? 저거 왜 돌아옴?

-도르마묵?

-아닠ㅋㅋ 스틸 스네일 완전 치트키잖슴!

왜 그러나 싶었던 시청자들은 이내 그 웃음의 이유를 깨달았다. 파괴된 부품들이 재차 결합되더니 다시 양팔로 붙었다.

“업그레이드까지 됐네요.”

“와, 이건 진짜 에바지!”

그냥 수복된 것도 아니었다.

그 양팔에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는 테슬라코일과 레이저 터렛, 그리고 불길을 내뿜는 추진체까지 붙어 있었다.

-끝판왕 2페 업글은 국룰이지 ㅋㅋㅋ

-소장쉑 거만떠는 거 보소?

-또 뭐라고 씨부리는 겨?

-해골이랑 X? 안 죽는다는 얘기인 듯?

-???: 나는 불멸이다!

-불멸자특)주인공한테 죽음

-ㄹㅇㅋㅋ 멸망각 셀프로 세워버리기

-설마 진짜로 안 죽겠냐구웃!

채팅 반응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당연히 공략 가능하죠. 자세히 보시면 지금 머리가 플레이 영역으로 들어왔잖아요?”

“어? 진짜네요!?”

데시벨이 놀라 소리를 높였다.

새로운 무기가 부착된 양 팔에 신경을 쓰고 있던 터라 눈치를 채는 게 늦었다.

“머리에 그 조작기가 붙어 있거든요? 저걸 부수면 될 겁니다.”

-옼ㅋㅋㅋ 바로 눈치채버리기

-여윽시 퍼펙트 아이다 이마리야 ㅋㅋ

-2페에서 저 양팔 부서도 계속 고쳐짐 ㅋㅋㅋ

-이건 오락실에서 할 때도 좀 빡쳤는데 ㅋㅋㅋㅋ

-진짜 ㅋㅋㅋ 폭탄 거기에 썼다가 고쳐지는 거보면 바로 욕 나옴

그 설명에 이미 알고 있던 시청자들이 동조했다. 처음 본 시청자들은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 ㅅㅂ 끝판이라고 진짜 악랄하게 해놨네 ㅋㅋ

-무친 ㅋㅋㅋ 히트박스 겁나 작네

-끝판이라 포기하기도 너무 아깝자너 ㅋㅋ

-페이투윈 게임(진짜임)

-아 ㅋㅋ 모르면 돈 내야지!

-하지만 그 상대가 갓플이쥬?

-이건 끝났지 ㅋㅋㅋㅋ

그러나 그중 걱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경복이라면 저 작은 과녁도 정확히 맞출 수 있을 거라 확신한 덕이었다.

그리고 이내 컷신에서 플레이로 넘어가자 이경복은 그 판단이 옳았음을 보여주었다.

-기본 권총 언제 유도탄 됨?

-ㄹㅇㅋㅋ 갓플 총알에는 자석이 달렸나

-리드샷을 왜 여기서 하는 거냐구욬ㅋㅋㅋ

-사실상 소장쉑이 보고 가서 맞아주는 거 아님?

-아직 내면에 착한 소장이 남아있는 듯?

-끝판왕 내적갈등설 뭔데 ㅋㅋㅋ

단 한 발도 그 목표를 빗나가지 않았다. 그에 시청자들이 감탄하는 도중 다른 쪽에 주의가 돌아갔다.

-갓플이 너무 잘하니까 오히려 데눈나가 더 바빠보임

-엌ㅋㅋㅋ 일단 살아야 된다고!

-와앀ㅋㅋ 데눈나랑 비교하니까 이 형이 진짜 대단하긴 하네

-ㄹㅇㅋㅋ 갓플은 그냥 슬쩍 피하는데 데눈나는 날아댕겨야 됨ㅋㅋㅋ

보스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두 사람을 향해 전격과 레이저, 그리고 불길이 쏟아졌지만 그 대응은 전혀 달랐다.

데시벨은 필사적으로 피하는 반면 이경복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살아남으면서도 공격을 이어가지 않나.

-오! 코일 터졌다!

-그냥 도망만 치는 게 아니거등요?

-퍼교수님 연구 방해 안 되게 잡누는 처리해줘야지 ㅋㅋㅋ

-든든하다 데조교!

-살아남기위한 대학원생의 발버둥ㅠㅠ

그렇다고 데시벨도 자신의 생존만 도모하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회피에 집중하면서도 테슬라 코일을 파괴하고, 레이저가 조준할 때 이경복과 거리를 두며 그 활동영역을 확보해주었다.

불길은 달리 도리가 없어 피하는 데 그쳤지만 어쨌든 그녀 나름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데시벨 님, 수고하셨어요!”

두 사람이 각기 활약한 덕분에 조종기가 파괴됐다. 이에 이경복이 유쾌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흐아! 깼어요?! 깼네!”

데시벨이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소리를 높였다. 그와 함께 컷신으로 넘어가며 연구소장의 머리 위에 스파크가 치솟았다.

“오우, 노오오오!”

녹음한 목소리가 늘어지듯 길어지며 연구소장이 절규했다. 이윽고 사이보그화 된 머리가 폭발하며 박살이 났다.

-오케이 캇!

-엌ㅋㅋ 이게 진짜 숏컷이지

-2페이즈 호로록 해버리기 ㅋㅋ

-둘 다 호흡이 척척 맞아버렸던 거시구요?

-엉?

-뭐임?!

시청자들도 그에 흡족해하다가 눈을 부릅떴다. 머리에 이어 연구소장의 몸체에도 균열이 일어나더니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 폭발에 두 주인공이 휘말린 게 아닌가.

“으어어어어! 뭐야아아아아아아!”

컷신이라도 캐릭터와 싱크가 되어있던 바, 데시벨은 어지러움을 느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복은 그에 웃다가 이내 화면이 바뀌자 말했다.

“아, 이제 추락하네요. 제트팩은 망가졌나?”

“아니이이이이! 스토리가 왜 이렇게 억까예요!”

다시 지구로 추락하는 두 사람은 제트팩을 가동하려 했지만 불길이 픽픽 나오더니 이내 회색 연기만 새어나왔다.

“아, 에바야! 진짜 에바야! 이렇게 했는데 배드 엔딩이라고!?”

“아니, 그렇게 만들지는 않죠.”

데시벨이 그에 억울해하자 이경복은 더욱 크게 웃었다. 엔딩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는 아래에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기운을 감지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의 웃음은 모두에게 전염됐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는 진짜 도움 필요할 때만 나오넼ㅋㅋ

-역시 제트팩 또 있을 줄 알았다!

-과학자쉑 ㅋㅋㅋ 어떻게든 직접 안 싸우려고ㅋㅋㅋ

-낙하산 가져왔으니 봐줌

-야씨 ㅋㅋ스탭롤도 같이 올라오네

-연출 보소 ㅋㅋㅋㅋ

아래쪽에서 문자를 끌고 올라오듯 과학자가 제트팩을 타고 등장했다.

그는 떨어지는 두 사람에게 낙하산 배낭을 건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제작진 이름을 배경으로 두 주인공은 낙하산을 펼친 채 무사히 아래로 향했다.

“땡큐!”

“와아아아아!”

“오케이, 땡큐!”

이윽고 착지하니 다른 캐릭터들이 주인공들을 향해 환호와 감사를 표했다.

“아니, 이것들 1스테이지에서 도망친 애들 아니에요?”

“다른 NPC들 전부 나왔네요.”

-더추빤한 애들 다 모였네 ㅋㅋ

-아닠ㅋㅋ ASS 부대원 놈들은 왜 있는데 ㅋㅋㅋ

-여기 NPC들은 다 철면피냐고 ㅋㅋㅋ

-단체로 따봉하는 거 너무 킹받는 거시고요?

-나사 직원은 그나마 킹정할만함 ㅋㅋㅋ

시청자들도 즐거워하니 주인공들도 웃음을 터트리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윽고 화면이 하늘로 다시 올라가며 우주를 비추었다. 그리고 그 검은 우주를 배경으로 회색의 문자가 나타났다.

[High Score (2P)]

[1st – 10,221,040 (___)]

[2nd – 7,712,830 (EXP)]

[3rd – 7,186,950 (AAA)]

그 정체를 확인한 데시벨과 시청자들은 바로 탄사를 흘렸다.

“와, 와!? 와아아아! 이거 세계 기록이죠!? 그쵸 사부님!?”

-아 맞넼ㅋㅋㅋㅋㅋㅋㅋㅋ

-무친 ㅋㅋ캡슐용은 연동 되네

-그럼 이거 세계기록임?

-엌ㅋㅋ 2P인거 보면 2인 플레이 기록인듯

-공식 세계 1위 ㅁㅊㄷㅁㅊㅇ

-캬 ㅋㅋㅋ 이게 진짜 PPL이지!

-2등이랑 점수차이 보소ㅋㅋㅋㅋ

-자릿수부터 차이나는 거 뭔데에에에!

-히든템 다 싹빠라다스하고 권총만 썼자너 ㅋㅋㅋㅋ

-엌ㅋㅋㅋ 큐다리 스노우볼이 여기서 굴렀네 ㅋㅋㅋㅋㅋㅋ

아케이드 센터와 달리 캡슐용은 온라인 연동이 상시로 활성화되어 있었다.

“다른 분들은 서로 점수경쟁을 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이름은 그대로 PPL로 하겠습니다.”

이경복은 이에 웃음 지으며 이름을 입력했다.

[1st – 10,221,040 (PPL)]

그리 기록을 마치자 데시벨이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와, 와! 진짜 이걸 제가 실시간으로 본다고요? 미쳤다 진짜, 역시 사부님은 다르시네. 와…”

-와를 몇 번이나 하는 거옄ㅋㅋ

-와 소리가 안 나오게 생겼냐구욬ㅋㅋㅋ

-ㄹㅇㅋㅋ 나도 육성으로 나옴

-???: 제게는 WA!를 멈출 수 없는 병이 있어요

-갓플 방송에서는 일상입니다만?

-이걸 라이브로 본 내가 레전드임ㅋㅋㅋㅋ

-오? 또 뭐 있는데?

스코어 기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12th – 6,341,510 (___)]

스크롤을 내리듯 목록이 내려가자 또 다른 빈칸이 있었다.

“아, 이건 데시벨 님 기록이네요. 축하드립니다!”

“네…? 저요? 제가요?”

-???: 제가요? 왜요?

-데세호 뭐냐고욬ㅋㅋㅋ

-데기만성 ㅁㅊㄷㅁㅊㅇ

-캬 ㅋㅋㅋ 이게 리틀황새지

-첫트에 12위 ㅋㅋㅋㅋㅋㅋㅋ

-분명 첨할 때는 누끼샷을 하던 그 눈나가?

-성장속도 뭔데에에에에에!

-데눈나가 포텐이 쩔긴 해 ㅋㅋ

-일단 첫트에 원코인으로 깬 거 자체부터 다르자너 ㅋㅋㅋ

정작 당사자인 그녀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늦었기에 시청자들이 더 먼저 즐거워했다.

한 박자 늦게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와, 와…! 12위? 세계 12위?! 어어, 이름 뭐로 하지…!”

“데시벨의 앞글자를 따시면 되지 않을까요?”

“아, 네! 데시벨! 그렇죠! 그게 제 이름이죠! D, C, B…!”

그녀의 반응에 시청자들은 더욱 즐거워했다.

-무슨 탐정이시냐구욬ㅋㅋㅋ

-???: 제 이름은 데시벨, 스트리머죠!

-5252, 저 녀석 이름을 알고 있잖아!

-자기 이름을 쓸 줄 알다니… 정말 대단하군!

-아아, 모르는가? 데시벨, 그것이 이름이라는 것이다

-시벨롬들 작정하고 놀리는 거 보솤ㅋㅋ

-아닠ㅋㅋㅋ 3글자 입력하는데  왜 이렇게 떠냐곸ㅋㅋ

-당황잼ㅋㅋㅋㅋㅋ

이름을 기입하는 알파벳이 이리저리 떨렸지만 그녀는 제 이니셜 석자를 새기는 데 성공했다.

이에 그녀가 안도하는 사이 스코어 창이 사라지며 화면이 더욱 위로 올라갔다.

그 덕분에 데시벨은 그녀를 놀리는 채팅을 보지 못했다.

“어… 뭐지?”

“쿠키영상 같은 건가 보네요?”

화면에는 우주에 부유하는 잔해들 중 하나가 잡혔다. 그것은 서서히 궤도를 돌며 다가오는 위성에 접근했다.

이윽고 그 잔해 위로 작은 더듬이가 솟아났다.

“아, 하나 살아있었네요!?”

“하긴 죽은 건 연구소장이지 스틸 스네일은 아닐 테니까요.”

스틸 스테일이 위성에 접촉한 순간 그 위에 커다란 와이파이 신호 아이콘이 떴다가 사라졌다.

다행히 그것은 차마 위성에 기생할 여력은 없었는지 잔해는 그대로 부딪쳐 우주로 튕겨나갔다.

이윽고 카메라는 우주 멀리 별빛이 반짝이는 걸 보여주며 서서히 암전됐다.

“아… 결국은 호출 신호를 보낸 모양이네요.”

“혹시 이거 차기작 떡밥이에요?”

데시벨의 물음에 시청자들이 바로 답을 주었다.

-ㅔ

-오락실 기준으로 스틸 스네일 2에서 다시 침공해옴

-이제부터가 진짜다 이마리야

-본격적으로 침공해오는 거시고요?

-킹치만 2는 캡슐용으로 리마스터를 아직 안 해줌

-갓직히 들이는 품에 비해서 가성비가 안 나오긴 하지…

-도트 그래픽 너무 비싸다아앗!

그 사이 화면은 다시 타이틀로 돌아왔다. 이경복은 게임을 종료하고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아, 이렇게 엔딩까지 봤…”

그가 데시벨에게 소감을 물어보려는 찰나 경쾌한 알림음이 울렸다.

[퀘스트 성공!]

[‘Agent Q’님이 ‘2,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 메시지에 모두가 함박 웃음을 지었다.

“와! 후원 감사드립니다!”

“아, 큐다리님! 바로바로 또 챙겨주시네요! 역시 올곧은 분이십니다!”

-77ㅓ억!

-엌ㅋㅋㅋㅋ 킹전자산 붕굌ㅋㅋ

-뱁새인줄 알고 베팅했더니 리틀황새였고?

-다들 무슨 소리야? 큐다리는 기부천사라구!

-바보! 기부만 아는 바보!

-통큰기부 ㅁㅊㄷㅁㅊㅇ

-ㄹㅇㅋㅋ 기부하려고 오픈런함

-기부 오픈런은 또 뭔뎈ㅋㅋㅋ

-큐다리햄 기부 씨다 씨!

-이정도면 5대 성인으로 추가해줘야 되는 거 아님?

시청자들이 기회를 포착하고 득달같이 놀렸다. 그렇게 다 같이 웃고 난 후에야 이경복은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이렇게 스틸 스네일을 클리어 했습니다. 실제로 어릴 때 즐겨봤던 게임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는데요.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정말 재미있게 했습니다.”

그는 그리 먼저 소감을 표하고 데시벨에게 눈을 돌렸다.

“데시벨 님도 어떠셨는지 간단히 소감 한 번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 넵!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고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사부님의 세계 1위 박제! 그 순간에 제가 옆에 있다는 게 정말 큰 영광이었어요.”

그녀의 소감에 채팅창은 ‘ㄹㅇㅋㅋ’가 가득해졌다. 데시벨은 이에 즐겁게 미소 짓다가 이내 눈을 가늘게 떴다.

“저도 사부님 가르침 덕분에 12위까지 기록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사격보다 더 확실히 배운 게 있습니다.”

“오, 그게 뭐죠?”

“오늘 정말로 가장 절실하게 느낀 건데요.”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의 주의가 모두 그녀에게로 집중됐다. 그녀는 이에 짧게 한숨을 내쉬며 답을 꺼냈다.

“하, 사부님의 기준은 역시 다르다라는 사실이죠! 진짜! 다음에는 절대로! 절대로 안 속을 겁니다.”

“아니, 저도 정말 몰랐다니까요.”

이경복이 그에 장난스럽게 웃으며 손을 내젓자 시청자들도 즐거워했다.

-어려운지 몰?루

-???: 간단히 플레이해보죠(세계1위)

-???: 캐주얼한 게임이에요(세계1위)

-양쪽 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구연?

-속이는 사람은 없는데 속은 사람만 있는ㅋㅋㅋㅋㅋ

-이건 데눈나라서 속은 거라니깐!

-아아, 그것이 과학이니까(끄덕)

이경복은 이내 손뼉을 치며 주의를 돌렸다.

“좋습니다. 오늘은 데시벨님과 함께 스틸 스네일을 클리어해봤습니다. 너무 재밌어서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아, 진짜… 집중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요.”

방송의 끝을 암시하는 멘트에 채팅창이 요동쳤다.

-교수님 수업 더해줘잉!

-뭐예요!? 왜 벌써 수업 끝이에요!?

-아싸는 공강시간에 갈 곳이 없다구욧!

-절.대.강.의.해

-시간 연장을 더 요구하는 강의가 있다!?

-진짜 공부가 이렇게 재미 있었으며뉴ㅠㅠㅠ

-그런데 오늘 알차긴 했음ㅋㅋㅋ

-알고 보니 세계1위 박제 방송이었잖슴 ㅋㅋㅋ

-다음 강의가 그립읍니다ㅠㅠ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표했지만 그를 붙잡을 수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자, 그럼 다음 방송에서 만나요!”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을 시끄럽게! 데시벨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밝은 인사와 함께 방송이 끝났다.

*       *       *

방송이 끝났지만 데시벨은 바로 돌아갈 수 없었다.

“지금 저희 매니저한테 전달했으니까 금방 입금 될 겁니다.”

이경복이 큐다리의 퀘스트 보상금을 정산해주겠다고 한 덕이었다. 데시벨은 그에 다시금 손을 내저었다.

“아니, 정말로 괜찮아요. 어차피 사부님 아니면 받을 수도 없는 퀘스트잖아요? 같이 합방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긴 한데, 그래도 이런 건 확실히 해야죠.”

이경복은 그에 미소와 함께 답했다.

“절 사부님이라고 부른다고 진짜 상하관계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방송 파트너로서, 같이 노력해서 얻은 건데 정당하게 나눠야죠.”

“으… 그럼 염치불구 감사히 받겠습니다.”

더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데시벨은 넙죽 고개를 숙였다. 이에 이경복도 같이 고개 숙였다.

“감사한 거야 저도 마찬가지죠. 아, 그리고 다음에 기회 되면 방송에 초대 한 번 해주세요.”

“네?”

“말했잖아요? 사격 AS 해드린다고.”

데시벨의 눈이 더욱 크게 뜨였다. 그냥 재미있으라고 한 말이 아니었나?

그 반응에 이경복은 속내를 읽어냈다.

“어, 혹시 제가 그렇게 아무 말이나 쉽게 하는 사람으로 보이신 건?”

“네? 아뇨! 아뇨아뇨! 절대 아니죠! 그럴 리가요!”

“당연히 장난이죠. 아, 그런데 진짜로 오늘 가르쳐드린 건 손 볼 게 좀 있거든요.”

이경복이 그에 웃다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리고 오늘은 제 채널에서 방송을 했잖아요? 덕분에 방송도 재미있게 했고요. 그런데 정작 데시벨 님이 얻어가는 게 많지가 않아서요.”

“아니, 저는 엄청 많은 것 같은데.”

“으음… 글쎄요. 막상 다른 게임에서 사격해보시면 아마 실감날 겁니다. 캡슐 게임 중에 이런 도트 게임이 많지는 않잖아요? 사실 적용할 기회가 많이 없을 거예요.”

호의에는 호의로.

그것이 이경복의 기본 방침이었던 바, 데시벨에게 돌려준 게 부족하게 느껴지니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니까 다음 기회에는 데시벨 님 채널에서 진행하는 거로 하죠. 그러면 아마 구독자도 더 쉽게 늘어나실 겁니다.”

“아, 넵!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데시벨은 홀린 듯 빠르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경복은 그에 미소 짓다가 검지를 들었다.

“아, 하나 더.”

“네?”

“대신 그 합방 컨텐츠는 데시벨 님이 준비해주셔야 됩니다.”

“아, 그거야 당연…”

데시벨은 대답하다가 이내 말끝을 흐렸다.

‘내가? 그 많은 시청자들을 만족할만한 컨텐츠를?’

이경복과 함께한다면 시청자 수는 가볍게 만 단위가 넘어갈 터였다. 아직 막연한 상황임에도 벌써부터 부담감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그래도 이건 종겜스로 전향하실 거면 필수적인 과정이기도 합니다.”

“필수…”

“그렇죠. 리겜 전문 방송만 하실 때에는 하지 않았던 고민이잖아요? 그런데 종겜스는 다르니까요.”

“아, 그쵸…”

데시벨은 바로 수긍했다.

리듬 게임만 할 때는 고민해봐야 어떤 곡을 할지가 전부였다. 하지만 종합 게임 스트리머로 전향을 결심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사실 ‘세트로붙자’도 종목이 정해져 있었고, 최근 컨텐츠도 메타게이머 특집 기사 덕분에 정해진 거나 다름없긴 했거든요.”

메탈펀치 대회 때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그녀의 방송 컨텐츠는 타의로 진행된 게 대부분이었다.

“이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저도 혼자서는 어려워서 제 팀원들이랑 항상 회의를 거칩니다.”

“아, 사부님도…”

“네. 하지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실 필요도 없어요.”

이경복은 그녀를 보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 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거…”

“네. 아, 지금 입금했다네요. 확인해보시겠어요?”

“아, 넵!”

정산까지 끝낸 그녀는 이경복과 인사를 나누고 자신의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이게 말이 됨!?”

그녀의 퍼무새, 데무새가 주인을 반겼다. 데시벨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내가 좋아하는 거라…’

그녀는 이경복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해보았다. 방송을 하면서 즐거웠던 때는 언제였던가?

‘예전에는 곡을 완벽하게 끝냈을 때였지. 그리고 리겜 대회 수상도 하고…’

리겜러 시절에는 상황이 단순했다. 하지만 그녀는 거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갔다.

‘사부님이랑 대회를 나간 거도 그 때문이었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다행히 격투 게임은 리듬 게임과 비슷한 일면이 있었다.

‘나 스스로도 실력이 좋아지는 걸 느꼈으니까.’

두 장르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플레이어가 성장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대회에서 느낀 감정은 완전히 달랐다.

‘진짜 대단했지.’

리듬게임 대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관중, 그리고 그녀를 응원하고 기대하는 팀원들. 그 안에서 이루어낸 성취감과 만족감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혼자가 아니어서야.’

데시벨은 그 차이점의 이유를 새삼 깨달았다. 그 전까지 데시벨은 혼자서 게임을 해왔고, 홀로 대회에 참가했다.

‘같이 놀 때가 더 즐거웠어.’

자신의 방송생활을 돌이켜본 그녀는 솔직하게 자신의 바람과 마주했다.

혼자 보다는 같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다. 그리고 그녀가 아는 이들 중에 가장 좋은 사람들은 확실했다.

‘나도 퍼지데이 크루에 들어갈 수는 없을까?’

이경복과 지놈 그리고 이클립스.

그녀는 그 옆에 함께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그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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