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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21화 (421/491)

421화 - 로케이션 헌팅 (1)

늦은 오전, 팀 퍼펙트 회의.

한데 모인 팀원들은 각자 업무 보고를 시작했다.

“캬, 이번에 트렌드 제대로 탔다.”

처음 시작한 건 최병훈이었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지금 아케이드 키워드가 핫한데, 너는 어떻게 또 어제 바로 세계 1위를 박제해버리냐.”

“아, 라이브로 보면서 진짜 놀랐죠.”

매드맨도 그에 공감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경복은 그에 실소를 흘렸다.

“아니 그냥 뭐 하다 보니까요.”

“인마, 그게 중요한 거야. 그래서 더 임팩트가 컸다고! 덕분에 어제 방송도 방송이지만 브이로그 영상에서 아케이드 플레이만 따로 편집했어.”

“일종의 아케이드 총집편이죠. 밤사이에 빨리 업로드 했습니다.”

두 사람의 말에 이경복의 눈이 크게 뜨였다.

“총집편? 그거 그냥 재탕 아냐? 시청자분들이 별로 안 좋아하시지 않나?”

브이로그 영상이라면 오래된 것도 아니었다. 고작해야 엊그제 퍼튜브에 올라온 영상이 아니던가?

이경복으로서는 그걸 따로 모아서 올린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볼지 의문이었다.

“아, 전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거 완전 반응 대박났어요!”

그 대답은 조대한의 입에서 나왔다. 그 역시 미소 가득한 얼굴이었다.

“사장님은 너무 간단히 해버리셔서 모르지만, 이 ‘세계 1위’라는 키워드가 임팩트가 얼마나 강한데요. 웬만한 대형 커뮤에 ‘PPL’ 관련 게시글들이 다 올라왔습니다.”

“아니. 얘는 그렇게 말하면 몰라. 야야, 이거 봐라.”

최병훈은 웃으며 손을 내젓고는 홀로그램을 띄웠다.

[PPL의 뜻은 세계 1위다, 그게 상식이잖아? (아케이드 센터 몰아보기)]

그가 말했던 아케이드 플레이 총집편 영상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붙은 꼬리표가 있었다.

[게임 인기 급상승 동영상 #3]

최병훈은 눈썹을 들어 올리며 그 꼬리표를 가리켰다.

“크으! 봤냐? 업로드한 지 반나절도 안 됐는데 3위지? 내가 장담하는데 이거 저녁쯤 되면 1위 찍는다.”

그의 호언장담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경복은 미소를 머금고는 최병훈과 매드맨을 바라보았다.

“이미 있던 거라도 재편집했으면 고생 좀 했겠네. 고맙다.”

“오, 그럼 보너스로 생과일주스 추가 주문 가능?”

“아으, 진짜. 꼭 훈훈하게 끝내려고 하면 초를 친다니까.”

매드맨이 최병훈을 흘겨보며 재차 웃음이 흘렀다. 이내 눈치를 슬쩍 보던 퍼그말리온이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저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런데 다들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고요?”

“혹시 추가 컨셉?”

오리지널 피규어 디자인을 진행하기로 한 게 바로 어제가 아니었나.

퍼그말리온은 그에 미소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뇨아뇨. 순서대로 일을 해야죠. 어제 보여드린 컨셉 모델링을 끝냈습니다.”

“…네?”

“아, 혹시 사장님 걸 먼저?”

그녀는 돌아온 물음에 재차 고개를 내저어야 했다.

“어, 아뇨. 셋 다 끝냈는데요. 아, 보여 드리는 게 더 낫겠구나.”

퍼펙트 보스, 퍼파고, 곰PD.

눈을 껌뻑이던 모두는 완성된 모델이 홀로그램으로 투사되자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뭐야?”

“이런 퀄리티를 하루 만에? 그것도 모델링을 3개나요?”

“아! 통과되실 줄 알고 미리 작업하셨구나?”

퍼그말리온은 그에 실소를 흘리며 또 한 번 부정해야 했다.

“먼저 한 건 아닌데, 회의 끝나자마자 쭉 작업하긴 했어요. 아, 그렇다고 제가 무리한 건 아니고 생각보다 빨리 끝나기는 했죠.”

이경복을 포함해 다른 팀원들 모두 하나 같이 탄성을 흘렸다. 하지만 그녀가 준비한 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 그리고 제가 또 어제 방송 보면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는데요.”

“예? 여기에 아이디어까지?”

“아니, 엄청 대단한 건 아니고요. 이것도 직접 보시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요.”

그녀는 밤사이 정리했던 문서를 띄웠다. 도트를 미니 블록으로 표현한 블록 조립형 피규어였다.

“아, 이거! 미니 블록 조립하는 게 한때 유행이었죠.”

“오… 이거 꽤 괜찮은데요?”

“조립은 팬 분들이 직접 하는 거니까 비용도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를 확인한 팀원들이 바로 칭찬을 쏟아냈다. 이경복도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모델링도 바쁘셨을 텐데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까지 내주시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대단한 게 아닌데…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예상보다 큰 반응에 퍼그말리온은 민망해하면서도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건 그냥 짬 날 때 생각한 건데요.”

이에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했다. 뭐가 또 있다는 말에 다른 팀원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우와, 이건 또 뭐야?”

“팝업스토어 컨셉이군요.”

“아니, 퍼그말리온 님 진짜 대단하시네.”

“이야… 금손은 진짜 클라스가 다르네요.”

모두의 시선은 그녀가 새로 올린 홀로그램에 꽂혔다.

[Purple Office(가제)]

“이번 오리지널 피규어가 퍼펙트 보스잖아요? 거기에 블랙기업 밈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싶어서요.”

퍼그말리온은 조곤조곤 컨셉을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당연하겠지만 퍼스널 컬러인 보라색으로 공간을 꾸미고, 판매하시는 분들도 오피스 룩으로 맞춰봤습니다. 굿즈 판매대는 사무 책상으로 하고 회사처럼 파티션으로 종류를 구분하면 좋을 거 같아요.”

“아, 이거 진짜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퍼펙트 굿즈가 또 사무용품으로 어울리는 게 많잖아요? 굿즈를 진열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겠는데요?”

조대한이 그에 적극 동의하자 최병훈도 눈을 빛냈다.

“오, 좋은데? 이거 회사 방문하는 느낌 살리면 좋겠네. 안 그래도 방송에서 시청자분들 주주라고 불렀었잖아? 찾아오시는 분들한테 그거! 그, 옛날 증권! 그 스타일로 증서 발급해주는 거 어때?”

“네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아이디어로군. 팬으로써 인정 받은 느낌도 살릴 수 있고, 기념품으로도 가치가 있겠어. 게다가 인증샷 올리기도 좋을 테고.”

“아나, 하여간 이 자식은 이거 칭찬을 솔직하게 할 줄을 몰라요.”

박주호가 적극 동조하자 최병훈이 툴툴거렸다. 두 친구의 말에 이경복은 활짝 웃었다.

“저도 정말 좋은 컨셉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렇게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는 게 잘 어울린다는 증거기도 하고, 제가 바라던 모습과도 어울리네요.”

바라던 모습이라니?

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이경복은 팀원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팬 분들께 단순히 굿즈 상점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굿즈를 한 데 모아서 팔고자 했다면 구태여 팝업스토어를 개점할 이유가 없었다.

“그보다는 체험적인 측면, 뭔가 별개의 공간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백화점 가운데 있는 오피스 컨셉이면 팬 분들이 충분히 그런 기분을 느끼실 것 같아요.”

이경복은 퍼그말리온을 돌아보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사실 안 하셔도 되는 건데. 이렇게까지 노력해주시고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드시다니,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를 정도네요.”

“아니, 그냥 하고 싶어서 한 거라. 저야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이경복의 극찬과 감사에 데시벨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참을 수 없었다.

어젯밤에 쌓인 피로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사라지고 그녀의 마음은 만족과 희열로 가득해졌다.

“그런데 여기에 조금 더 제 욕심을 내보자면…”

이경복이 슬쩍 운을 띄우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팝업스토어는 또 포토존이 있는 걸로 알거든요? 이왕 오피스로 잡아둔 거, 포토존을 제 방송 스튜디오로 녹여보면 어떨까요?”

“햐, 그거 괜찮네.”

“맞죠. 회사에 찾아오는 컨셉이면 방송 공간도 있어야죠!”

“퍼무새 피규어도 같이 꾸미면 좋겠네요!”

퍼그말리온은 곧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그것도 같이 한 번 구상해보겠습니다!”

“네, 좋습니다. 아, 그러시다면 혹시 오늘 회의 끝나고 시간 괜찮으세요?”

“시간이요? 저는 상관없긴 한데…”

모델링도 끝냈으니 그녀로서는 시간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시간은 왜 묻는단 말인가?

그 물음이 담긴 표정에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 회의 끝나고 주호랑 샵팬덤 대표님이랑 직접 백화점 매장에 가보기로 했거든요.”

“음, 직접 공간을 보시면 더 구상이 쉬우실 겁니다.”

“아, 넵!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박주호도 동조하자 그녀가 바로 답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아차 싶은 표정과 함께 속으로 후회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단정하게 입고 올 걸.’

회의가 편하게 진행된다는 걸 보고 오늘은 간편한 차림새로 왔다. 어쩌면 자신이 끼는 게 실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바로 출발하시나요? 괜찮으시면 저 옷을 좀 갈아입고… 아니, 시간이 안 되시면 두 분이서만 가는 것도…”

그녀의 걱정 어린 말에 이경복은 의아해했다.

“옷이요? 그냥 가시면 될 것 같은데?”

“복장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저희도 이 차림으로 갈 겁니다.”

박주호는 그럴 필요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두 사람 역시 편한 차림이었다.

*       *       *

회의가 끝난 후.

“아이고, 다행히 제가 늦지 않게 도착했네요!”

“아니, 권 대표님. 기다리셨어요?”

샵팬덤의 대표가 이경복 일행을 픽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놀란 이경복을 보며 손을 내저었다.

“에이, 기다리긴요. 제가 목이 말라서 커피 한잔할 겸 먼저 온 겁니다. 아, 근데 이거 마이크랑 카메라가 또?”

그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이전 브이로그 때처럼 핀 마이크와 바디캠, 그리고 액션캠이 이경복의 손에 들려 있었다.

“아, 업로드 할지는 아직 결정은 안 했는데, 일단 메이킹 필름은 찍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이번에도 불편하시면 언제든 말씀 해주세요.”

“아유, 불편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 브이로그가 반응이 얼마나 좋았는데요. 전부 팬들을 위한 건데 제가 오히려 감사하죠.”

대표는 너털웃음을 터트리고는 이내 일행을 차에 태웠다.

“감사합니다. 이거 제가 운전을 해도 됐을 텐데요.”

“에이, 아닙니다. 그러면 오히려 제 처지가 곤란하죠. 클라이언트 분들에게 운전을 맡긴다?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에요.”

박주호의 말에 너스레를 떨며 운전대를 잡았다. 이내 차량이 나아가기 시작하자 그는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일단 메일로도 전달을 드렸습니다만 간단하게 상황을 좀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가 그리 기분이 좋고, 한달음에 이경복 일행을 픽업하러 온 이유.

“오로라 백화점이랑 조율은 말 그대로 일사천리! 게다가 놀랍게도 장소 제공해준 지점이 무려 4곳이나 됩니다!”

“네? 4곳이나 돼요?”

퍼그말리온이 그에 화들짝 놀랐다. 그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대표는 웃음을 흘렸다.

“그렇죠! 게다가 거기가 또 어디냐. 무려 신촌이랑 강남, 그리고 대구랑 부산점이에요!”

“아니, 그럼 팝업스토어가 4개점이나? 대단하시다 진짜…”

“아, 대단하죠. 엄청 대단합니다!”

대표는 그리 웃다가 이내 흠칫하더니 곧 손을 빠르게 내저었다.

“아, 제가 대단하다는 게 아닙니다. 이거 제안은 오로라 그룹 쪽에서 먼저 했어요.”

“그쪽에서 먼저 말입니까?”

박주호가 의아해하자 대표는 조수석에 앉은 이경복을 힐끔 돌아봤다.

“어? 매니저님도 모르셨어요? 저는 퍼플 님이 다 얘기를 하신 건 줄 알았는데?”

그에 시선이 돌아오자 이경복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제가 따로 구체적으로 얘기를 한 건 아니에요. 그냥 팬 분들이 서울에만 계시는 게 아니니까 지방에도 열면 좋겠다고 좀 말씀을 드렸었죠. 서울에만 열면 지방에 사는 분들이 오기 힘들잖아요?”

“아, 그쵸그쵸.”

“그래서 대구랑 부산까지 해준 거로군.”

대표는 이에 탄사를 흘렸다.

“햐, 역시 퍼플 님은 달라도 확실히 다르시네요. 아! 그리고 다른 과정도 엄청 스무스했습니다. 이게 원래 팝업스토어는 규모에 따라서 매출의 9%에서 30%까지 백화점에 수수료로 내거든요?”

“아니, 그렇게 많이 떼가요?”

“예, 아무래도 백화점이다보니. 아니, 그런데 또 놀라운 게 이번에는 그쪽에서 수수료 상한치를 15%로 해준다고 먼저 말을 하더라고요?”

“15%? 절반이나 말입니까?”

“네! 그래서 진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가 한 건 그냥 서류 업무만 대신 처리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대표는 인정할 건 인정했다.

괜히 없는 공로를 부풀려봐야 득이 될 게 없었다.

이경복이 그에 너스레를 떨었다.

“오로라 쪽에서 사정을 많이 봐주셨네요. 뭐, 그쪽에서도 매출이 크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에이, 그럴 리가 없죠. 그 사람들이 어디 손해 볼 사람들인가요? 다 계산기 두드려보고 한 걸 겁니다. 제 생각에는 퍼플 님께 좀 더 투자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대표는 그리 말하다가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진지하게 말했다.

“말씀드렸듯 실질적으로 저희 쪽 기여가 덜한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저희가 덕을 본 만큼 확실히 다른 부문에서 보상하겠습니다.”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그래도 팝업스토어 시작하면 대표님이나 직원 분들이 또 고생하실 텐데요.”

4개 지점이면 샵팬덤에서도 관리에 꽤 신경을 써야 할 터였다. 이경복은 그리 말하면서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보상을 해주신다면 저한테보다는 현장에 더 투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찾아와주신 팬 분들이 불편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크으, 역시 퍼플 님이시네요! 물론입니다!”

대표는 감탄을 숨기지 않으며 의욕을 내비쳤다.

“이번 팝업스토어, 저희로서도 무척 큰 기회니까요. 제가 직접 진두지휘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쇼!”

“계속 잘 해주셨으니까요. 믿고 있습니다.”

이경복은 대답과 함께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리 가득한 대학생들의 모습.

“여기가 오로라 백화점 신촌점입니다.”

일행은 첫 목적지에 도착했다.

*       *       *

오로라 백화점 신촌점.

그곳을 책임지고 있는 지점장은 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겠습니까? VIP도 아니에요. VVIP급으로 대우를 해야 해요.”

“명심하겠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는 이는 기획관리본부장이었다. 본부장의 확답에도 지점장은 불안을 숨기지 못했다.

“정신 바짝 차리세요. 이거 서 사장님 라인에서 직접 나온 지시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예, 물론입니다.”

“후, 이거 마음 같아서는 내가 직접 나서고 싶은데 눈에 띄고 싶어 하시지 않는다니까 맡기는 겁니다. 아, 너무 눈에 띄지 말 것. 이 점도 확실히 신경 쓰세요.”

“확실히 지키겠습니다.”

본부장이 거듭 대답하고 나서야 지점장은 자리를 떠났다. 그제야 본부장은 한숨을 돌렸다.

‘아니, 이번 팝업스토어가 대체 뭐라고.’

그간 신촌점에서는 많은 팝업스토어가 진행됐다. 이번에도 다를 게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지점장이 저렇게 주의를 줄 정도라니?

‘위장약이라도 미리 먹어야 하나…’

그가 그리 부담을 느끼는 와중 주차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기다리던 손님들의 도착이었다.

‘자연스럽게. 너무 눈에 띄지 않게.’

본부장은 즉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원래대로라면 주차장에 마중을 나갔겠지만 그 역시 눈에 띄는 행동이었기에 상대측에서 거부했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잠시.

“아하하, 안녕하십니까. 연락드린 샵팬덤의 권성민이라고 합니다.”

“아, 권 대표님! 어서 오십시오!”

“이쪽이 그 저희 클라이언트 분이십니다.”

먼저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일행을 소개했다. 정중하게 인사를 나눈 본부장에게 마스크를 쓴 이경복이 물었다.

“이번 준비과정을 촬영해두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아, 물론입니다. 아시겠지만 초상권만 지켜주시면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본부장의 안내에 따라 일행은 팝업스토어 예정지로 이동했다. 그곳을 확인한 박주호와 퍼그말리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기에요?”

“유동인구가 엄청나군.”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통로의 앞, 백화점 입구 쪽이었다.

그 반응에 본부장은 자신 있는 미소를 지었다.

“이쪽으로 지하철과 바로 연결이 됩니다. 보시다시피 유동인구는 확실히 보장이 됩니다. 메인 매장은 이 영역을 쓰시면 되고, 통로를 따라 진열도 가능합니다.”

“이야, 이거는 눈에 안 띌 수가 없는 장소네요.”

대표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좋은 자리를 내줄 줄은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그것도 처음 하는 건데?’

그는 새삼스럽게 이경복을 돌아봤다. 대체 서영선 사장과 어떤 관계이기에 이런 특혜를 받은 걸까.

이내 대표의 동공이 떨렸다.

‘…뭐가 마음에 안 드시나?’

정작 이경복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아니, 마스크 위로 드러난 미간을 약간 찡그리고 있었다.

‘이상한데?’

실제로 이경복은 그러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모두의 말대로 입지가 좋았다.

‘왜 불길한 거지?’

그러나 제안된 공간을 확인하자마자 느껴진 감각은 그 반대였다. 문제는 그 이유가 짐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그는 눈을 돌렸다.

“혹시 여기 말고 또 쓸 수 있는 장소가 있나요?”

다른 곳과 비교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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