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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22화 (422/491)

422화 - 로케이션 헌팅 (2)

다른 곳을 보여 달라는 물음에 주변 사람들 모두가 눈을 껌뻑였다.

‘…그거에 걸리는 게 있는 건가.’

‘뭔지 모르겠지만 퍼플 님이 고르시는 거니까.’

박주호와 퍼그말리온은 놀라긴 했어도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경복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기 때문이었다.

그에 당황스러운 건 샵팬덤 대표와 본부장 쪽이었다.

‘여기서 내가 나서는 건 실례지. 다른 곳을 봐둬서 나쁠 게 없고.’

그러나 대표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막을 생각이 없었다. 더욱이 그 클라이언트가 이경복이 아닌가.

결국 가장 상황이 복잡해진 건 본부장 쪽이었다.

‘아니, 당연히 보자마자 결정할 거라 생각했는데…’

팝업스토어를 열고 싶어 하는 건 이경복만이 아니었다. 여기는 누구나 탐낼만한, 가히 팝업스토어계의 명당이라 할 곳이었다.

‘예상보다 더 신중하신 편인가 보네.’

가장 좋은 장소를 준비하라는 지시에 비워둔 공간이었다. 달리 말하면 다른 공간들은 배정이 끝난 상황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남은 공간이 하나 있긴 한데…’

본부장은 살짝 미간을 찡그렸지만 이내 표정을 관리했다.

‘어차피 거길 보시면 오히려 여기가 더 좋다고 확신하시겠지.’

생각을 정리한 그는 업무용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는 일행을 한 층 아래, 지하 2층으로 안내했다.

“여기가?”

“어, 으음…”

“푸드코트라…”

장소를 확인하자마자 미묘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본부장이 소개한 곳은 식당이 밀집한 푸드코트 옆에 위치한 대행사장이었다.

“아하하, 장소를 꽤 넓게 쓸 수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확실히 여긴 식사를 위해 오는 손님들이 아니면 안 올 곳이네요.”

“게다가 신촌이라 백화점 밖에 음식점도 많기도 하고…”

본부장의 설명에 다들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이경복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

“아, 여기 꽤 좋네요.”

“네, 그럼 다시 올라… 예?”

본부장은 눈이 부릅떠졌다.

당연히 위층으로 돌아갈 거라 예상했건만 이경복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나.

‘여기가 확실히 더 좋아.’

그러나 이경복은 확신을 가졌다. 다른 이들의 평가와 달리 이곳에는 상쾌한 활기가 맴돌았다.

“여기는 수수료가 몇%죠?”

“아니, 바로 결정하시게요?”

대표도 이에 놀라 되묻는 사이 본부장은 입을 어물쩍거렸다.

“네? 아, 그…”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그 역시 본부장에 위치까지 오른바 바로 정신을 되찾았다.

“두 곳 모두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비교하기 쉽도록 바로 자료를 준비해서 돌아오겠습니다.”

“아,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네! 양해 감사합니다!”

시간을 번 본부장은 즉시 자리를 떠났다.

‘이건 내 선에서 결정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괜히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덤터기를 쓸 판이었다. 이럴 때는 상사인 지점장의 확인을 받아 부담을 나누는 편이 옳았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대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퍼플 님. 위층에 지하철이랑 연결된 곳도 괜찮지 싶었는데요. 그래도 사람이 좀 많이 오는 곳이…”

박주호와 퍼그말리온도 말은 안 했지만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죠. 대표 님 말씀대로입니다.”

“네? 아니, 그럼 여긴 왜…”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이에 다른 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기가 신촌이라서요.”

이경복은 두 장소의 차이점을 비교해보고 기운이 다른 이유를 추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했기에 그가 설명을 붙였다.

“주호야, 우리 구독자 주 연령대가 어떻게 되지?”

“당연히 20대랑 30대… 아, 그런 의미인가.”

기습적인 물음에도 박주호의 답이 즉각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내 그는 안경을 고쳐 쓰며 눈을 크게 떴다.

박주호 역시 이경복이 무슨 의미로 물었는지 깨달은 덕이었다.

“신촌의 유동인구 연령대가 우리 구독자랑 겹치기 때문이었군.”

“그렇지.”

이경복은 미소짓다가 이내 멋쩍은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 제 입으로 말하긴 좀 민망하지만 신촌에 있는 사람들 중에 절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신촌점에서는 제 브랜드 노출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아! 그렇겠네요!”

퍼그말리온도 바로 수긍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리고 백화점 입구 쪽은 구조나 규모 면에서 저희가 구상한 컨셉과는 좀 거리가 멀어서요.”

“컨셉이요?”

“예. 아마 위층에서 진행하면 통로를 따라 굿즈를 구경하다가 팝업스토어로 들어오게 되는 구조잖아요? 그러면 별개의 공간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살리기 힘들거든요.”

“아… 확실히 여기처럼 약간 격리된 쪽이 그런 경험을 더 살릴 수 있겠어요. 외부랑 단절되면 팬 분들이 더 몰입하실 테니까요.”

퍼그말리온이 새삼 주변을 둘러보며 동의했다. 박주호도 그에 납득했지만 대표는 어리둥절했다.

“저, 죄송하지만 체험은 어떤 체험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아! 맞네, 대표님께 설명을 안 드렸구나. 죄송해요, 오늘 회의에서 결정된 거라.”

이경복은 아차 싶은 얼굴로 ‘퍼플 오피스’ 컨셉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이내 그 설명을 듣고 나서야 대표는 손뼉을 쳤다.

“햐! 그거 아주 좋네요! 설명 들으니까 딱 이해가 되네.”

그는 한 시름 덜은 표정으로 웃었다. 걱정이 자리하고 있던 자리에는 확신이 대신 했다.

“물론 다른 지점도 그렇겠지만, 신촌점은 무조건! 완판될 겁니다!”

퍼펙트 굿즈는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       *       *

한편, 본부장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하2층 대행사장? 거길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요?>

통화 너머, 지점장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예, 아무래도 이쪽으로 마음을 굳히신 것 같습니다.”

<아니, 대체 왜…>

“그게… 송구하지만 저로서도 이해가 잘…”

<하아, 이거 참…>

지점장의 침음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내 호흡을 가다듬은 그가 입을 열었다.

<지금 안내 마치면 제가 서 사장님께 보고를 하기로 되어 있어요.>

“사장님께 직접… 말씀이십니까?”

<그렇죠. 근데 지금 그 결정에 반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렇다고 지하 대행사장을 내주면 사장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른단 말입니다.>

“그, 오해를 하실 수도 있으시겠군요.”

서영선의 지시는 ‘최상’의 장소를 제공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경복이 그곳을 택하지 않았다.

그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답하기에는 두 사람의 입장이 그리 간단치 않았다.

<둘 다 수수료가 15%였나요?>

“예, 맞습니다. 규모가 기준이니까요.”

<그럼… 대행사장은 10%로 안내를 드리는 걸로 합시다.>

“10%요?”

본부장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일 뻔했다가 다급히 입을 막았다.

<그렇게라도 해야 우리 쪽에서 배려를 했다는 게 사장님께 어필이 될 거 아닙니까. 같은 수수료 받고 그 대행사장 내어주면 사장님이 어떻게 생각하시겠어요?>

“아, 그건 확실히…”

<그분 팝업스토어 처음이라면서요? 매출 5% 차이라고 해봐야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 10%로 안내드리세요.>

“예, 알겠습니다.”

<후우, 마무리까지 잘 부탁합니다.>

통화를 끝낸 본부장은 준비했던 서류를 수정했다. 수수료만 수정하면 되니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내 그는 다시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아이고, 제가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한 게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이내 그가 홀로그램 서류를 보여주자 다들 눈이 크게 뜨였다.

“아니, 여기가 10%라고요?”

“와, 이렇게 넓으면 당연히 15%는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에 다들 놀라자 이경복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너무 마음에 드네요. 권 대표님, 장소는 여기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관련 서류는 저희 쪽에서 정리해서 다시 전달 드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혹 둘러보시는 데 불편함은 없으셨나 모르겠네요.”

대표의 말에 본부장이 공손히 손을 모으며 답했다. 이경복과 일행은 그에 손을 내저었다.

“아니, 불편할 게 뭐 있나요.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오히려 감사하죠.”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신지…?”

“아, 괜찮습니다. 이제 다음으로 강남점에 가봐야 해서요.”

“아하, 그러시군요. 그럼 제가 주차장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본부장의 배웅을 받은 일행은 바로 다음 목적지로 출발했다.

*       *       *

오로라 백화점 강남점.

강남점이라고는 해도 그 위치는 강남역이 아니라 고속터미널 역 바로 앞이었다. 하지만 이경복은 그 사실이 오히려 좋았다.

‘배려를 많이 해주시긴 했네.’

지방 팬들을 위해 대구점과 부산점에도 장소를 제공해주기로 했지만 그보다 서울이 가까운 이들도 있을 터였다. 그 사람들에게는 고속터미널역이 오기에 더 편할 게 분명했다.

“안녕하십니까! 연락드린 샵팬덤의 권성민입니다.”

강남점의 응대는 신촌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남점 본부장은 깍듯하게 인사하며 그들은 바로 안내해주었다.

“오? 여기도 푸드코트 옆이네요?”

“신촌점과 규모도 비슷하다.”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 옆 행사장. 신촌점과 비슷했지만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아, 이쪽은 호텔로 통하는구나.”

“저쪽으로 가면 또 영화관이 나온다니 유동인구는 어느 정도 확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남점 옆에는 호텔이 인접해있었고, 백화점과 호텔이 지하통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또한 영화관이 지하에 위치해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고 유동인구의 연령대도 신촌과 달리 다양했다.

“입지로 따지면 신촌점보다 훨씬 좋네요.”

“하하, 말씀 감사합니다.”

불길한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경복의 만족스러운 반응에 본부장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 수수료는 얼마죠?”

“아, 규모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한선인 15%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강남점에서는 답변이 바로 나왔다. 일행 모두 그에 납득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이경복은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냈다.

‘바로 진행해도 될 것 같긴 한데…’

결정을 바로 할까 고민해보니 신기가 반응했다. 그대로 해도 되겠지만 이상하게도 하지 않는 쪽이 더 느낌이 좋았다.

‘여기도 다른 장소가 더 좋은 건가?’

확인해서 나쁠 건 없었다.

이경복의 물음에 본부장은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 저희 강남점에는 팝업스토어 공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물론 안내는 드릴 수 있지만 그쪽은 팝업스토어긴 해도 단독이 아니라 플리마켓 정도의 규모라서요.”

“아, 플리마켓이면 너무 작은데.”

이경복은 물론 모두가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본부장은 그에 안심한 듯 말을 덧붙였다.

“예. 저도 그 정도 규모를 원하시는 건 아니라고 전달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혹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바로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아니, 괜찮습니다. 괜히 본부장님 시간을 더 빼앗을 수는 없죠.”

이경복이 그에 정중히 거절하고는 속으로 의아해했다. 그렇다면 이 느낌은 대체 뭘까? 왜 결정을 미루는 쪽이 더 좋단 말인가.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서류를 준비…”

본부장이 그것을 결정이라 판단하고 말을 이어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우웅하는 진동과 함께 이경복에게 걸려온 전화.

“아,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이건 받아야 하는 전화라서요.”

보통 전화라면 거절하겠지만 이경복은 양해를 구했다. 그 상대의 이름을 본 순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이 전화 때문에 미뤄야 했던 걸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그 이유를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자칫 실례가 될 수도 있는 행동이 아닌가.

그러나 이경복이 입을 열자 모두 납득했다.

“안녕하세요. 서 사장님.”

통화상대가 다름 아닌 서영선이기 때문이었다. 그 이름에 본부장은 물론 대표도 몸을 긴장시켰다.

<아, 경복 씨. 통화 괜찮아요?>

“네, 물론입니다.”

이경복의 흔쾌한 대답에 그녀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였다.

<신촌점에 들렀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어때요? 좀 괜찮았나요?>

“아, 네네. 정말 장소가 좋더라고요. 다시 한 번 더 감사드리겠습니다.”

이경복은 그리 말하며 새삼 주변을 훑었다.

“지금은 강남점에 왔는데 여기도 정말 여건이 좋네요.”

<만족스럽다니 저도 기쁘네요. 아, 혹시 점심은 드셨나요?>

“점심이요?”

<네. 시간 괜찮으면 식사 같이하면 어떨까 하는데.>

서영선의 말에 이경복은 일행을 돌아봤다. 특별히 목소리를 줄인 것도 아니었기에 일행들 모두 맥락을 파악했다.

“우리는 신경 쓰지 마.”

“네, 맞아요…!”

“다른 분들은 제가 챙기겠습니다.”

시선을 받은 세 사람이 속삭이듯 답했다. 그래도 이경복은 일행이 신경 쓰였지만.

<물론 경복 씨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같이요.>

그 잠깐의 공백만으로도 서영선은 이유를 짚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 다 같이요.”

“우리도 같이 간다고?”

“저, 저희도요?”

“서 사장님이랑 식사를…!?”

세 사람은 어안이 벙벙해져 서로를 돌아봤다. 그에 이경복이 실소를 흘리며 감사를 표하려는 와중이었다.

<아, 근데 단순히 식사나 하자는 건 아니에요. 경복 씨랑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좀 있어서 자리는 좀 따로 마련하는 걸로.>

“이야기요?”

<네. 음, 약간 상황이 좀 달라져서 말이에요.>

“상황이라면…”

이경복은 그녀의 제안에 놀랐지만 이내 담담히 답했다. 여전히 느껴지는 직감은 긍정적이었다.

“알겠습니다. 자세한 건 직접 만나서 듣도록 하죠.”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꼭 나빠졌음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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