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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24화 (424/491)

424화 – 팝업스토어 얼리엑세스 (1)

모두가 팝업스토어의 대박을 기대하는 와중 이경복이 물었다.

“아, 대표님. 혹시 현장 확인하는데 꼭 같이 가셔야 하나요?”

“예? 그건 갑자기 왜…?”

대표는 물론 다른 이들도 의아한 듯 눈을 돌렸다. 이경복이 이에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그게… 홍보 영상 제작이 좋은 제안이긴 한데 예정에는 없던 일이잖아요? 아무래도 최대한 빨리 진행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요.”

“음… 하긴 팝업스토어 개점 이전에 촬영을 마무리해야 할 테니.”

박주호의 동조에 이경복이 말을 덧붙였다.

“그렇지. 그래서 원래는 나중에 가려고 했는데, 대구랑 부산까지 오늘 내로 확인을 마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쪽 연락은 서 사장님께서 해두겠다고 하셨습니다.”

그의 말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오늘 전부 말입니까?!”

“잠깐, 그럼 오늘 방송은?”

“대구랑 부산까지 가시면 시간이…”

당장 강남에서 대구, 그리고 대구에서 다시 부산까지 가려면 이동에 드는 시간만 해도 적지 않았다.

이경복은 그에 아쉬운 표정으로 답했다.

“시간상 휴방해야죠. 그나마 제가 일반 캡슐을 쓰면 내려가서 방송하면 되는데…”

“음, 넌 전용 캡슐을 쓰니까 어쩔 수가 없지.”

박주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평범한 스트리머라면 공용 캡슐이라도 빌려서 방송을 하겠지만 이경복은 예외였다. 그를 위해 특수제작된 캡슐이 아니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시청자들도 굿즈 관련 업무라고 공지하면 이해할 거다. 그리고 영상 제작 관련해서 회의도 해야 하니 휴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두 사람의 말에 대표는 빠르게 눈을 굴렸다. 그는 이내 주먹을 불끈 쥐며 답했다.

“이렇게 노력해주시는데 제가 빠져서야 되겠습니까! 바로 교통편 알아보겠습니다. 평일이니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아,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답하고는 퍼그말리온을 돌아봤다.

“오늘 같이 와주셔서 감사했어요. 이만 돌아가시고 저녁이나 밤에 온라인 회의에서 뵙죠.”

그녀까지 따라올 필요는 없었다. 물론 따라오면 좋겠지만 급작스럽게 내려가려면 피곤하지 않겠나.

이에 그녀를 돌려보내려 했지만.

“저, 그…”

퍼그말리온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심한 듯 말했다.

“허락해주시면 제가 대신 내려가서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네?”

“대신이라니요?”

다들 그에 놀라자 그녀가 짧게 호흡을 가다듬고 말했다.

“컨셉과 디자인은 제가 구상한 거니까요. 퍼플 님이 절 데려오신 것도 그 이유 때문이잖아요?”

“그건 그렇죠.”

“그리고 퍼플 님께서 바라는 점도 오늘 옆에서 보고 들어서 이해했습니다. 거기에 대표님과 실무에 대해 이야기 할 사람은 저이기도 하고요.”

그 말에 이경복이 돌아보자 슬쩍 눈치를 보다가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만…”

“그렇죠! 그리고 피규어 모델링도 끝나서 시간 여유도 있고요! 그러니까 방송은 안 쉬셔도 되지 않을까 해서…”

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청자의 입장이었다. 이경복의 방송이 취소되면 시청자들이 느낄 그 상실감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퍼플 님도 방송을 하고 싶어하시니까…!’

만약 본인이 휴방을 원했다면 모를까, 이경복도 방송을 하고 싶어 하지 않나.

이에 퍼그말리온은 기꺼이 출장을 자처했다.

“이거, 퍼그말리온 님도 어엿한 블랙기업 직원이시네요.”

“네?”

“사장인 제가 쉬는 걸 못 보시잖아요?”

퍼그말리온이 그에 당황한 듯 눈동자가 떨리자 이경복이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덧붙였다.

“농담이에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저, 그럼…?”

이경복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애초에 그녀를 혼자 보내겠다는 마음이 없었으니 느껴지지 않았던 직감이었다.

‘확실히 이쪽이 더 좋은 느낌이네.’

하지만 퍼그말리온의 자청으로 새로운 선택지가 열리자 바로 신기가 동했다.

“저는 퍼그말리온 님을 믿습니다. 대구와 부산 쪽 결정 권한을전부 맡길게요.”

“아…! 감사합니다! 확실히 체크할게요!”

그 대답에 그녀의 표정이 환해졌다. 결론이 나자 대표가 웃음을 터트렸다.

“햐, 이런 모습을 저희 직원들도 보고 배웠으면 좋을 텐데. 아, 이번 출장비용은 저희 샵팬덤에서 전부 부담하겠습니다.”

“네? 아니, 안 그러셔도…”

“아뇨, 아뇨! 그럴 수는 없죠. 퍼플 님께서 수수료를 10%나 감면하는 계약을 해주셨는데요! 이 정도는 약과죠! 그 외에 다른 쪽으로도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대표의 확언에 다들 웃음을 흘렸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이경복은 웃었다.

자신을 위해 노력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       *       *

늦은 오후, 이경복의 가상현실 스튜디오.

“홍보 영상을 제작해 달라…”

퍼그말리온을 제외한 다른 팀원 모두가 온라인 회의를 위해 모였다.

“아무런 간섭도 없이 자유롭게 만들어도 된다?”

“계약서는 확인했다. 그 말대로야.”

편집팀장이자 영상 전문가인 최병훈은 그 조건을 되짚어보았다. 박주호가 그에 재차 확인해주었다.

“대신 일본 관광객을 타겟으로 한 만큼 경복이가 일본어, 합성음성이 아니라 직접 육성으로 홍보를 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된다는 게 유일한 조건이다.”

“음, 확실히 그게 효과가 좋긴 하죠. 사장님이 ‘아리가또’ 한 마디 했는데 일본 팬들이 진짜 좋아하더라고요.”

조대한은 그 조건이 이해된다는 듯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치 자기 일처럼 뿌듯함을 느끼는 그와 달리 옆에 있던 매드맨은 짧게 숨을 들이켰다.

“어으… 이거 자유롭다는 게 좋긴 한데, 가이드라인이 아예 없으면 더 어려운데요. 아무리 자유를 보장해준다고 해도 오로라 백화점 이미지가 또 있잖아요.”

“그렇죠. 자유롭게 만들어도 좋다는 게 뭐든 통과시켜 주겠다는 의미는 아니니까요.”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감수할 겁니다. 우리와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는 것부터 그쪽도 변화를 원한다는 뜻이니까요. 오로라 그룹의 이미지와 완전히 다르거나 훼손할 염려가 있지만 않으면 되지 않을까 싶군요.”

박주호의 정리에 다들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에 최병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넌 뭘 그렇게 쫄아 있냐?”

“뭐?”

“야, 우리가 만드는 영상은 인마가 주인공이야. 오로라 백화점이니 그 이미지니 그런 건 다 수단이라고. 우리가 그걸 이용할 생각을 해야지!”

최병훈이 당당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이 녀석의 자신감과 별개로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오로라 백화점의 고급스러운 이미지, 그리고 우리가 이번에 발매할 프리미엄 피규어. 생각보다 어울리는 측면이 있으니까요.”

“아,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저희 컨셉이 또 ‘퍼플 오피스’잖아요? 뭔가 칙칙한 사무실과는 달리 보라색으로 포인트를 주면 또 품격이 살아나거든요.”

조대한도 그에 덧붙이자 매드맨도 눈을 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러면 일단 어느 정도 매장이 모습을 갖춰야지 그림이 좀 그려지겠네요. 오늘은 전체적으로 영상 내용 정도만 구성하는 걸로?”

“네. 그래서 퍼그말리온 님도 바로 출장을 가주신 거고요.”

이경복이 현장 확인을 서두른 이유였다. 장소 확인을 끝내야 개점과정이 진행되지 않겠나.

이에 다들 동의하는 와중 최병훈은 재차 고개를 기울였다.

“매장… 매장을 갖춰야 된다…”

“뭘 그렇게 중얼거려?”

“아니, 잠깐. 우리가 꼭 기다릴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최병훈은 눈을 번뜩이더니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 봐. 지금 시청자들은 팝업스토어에 대해 전혀 모르잖아?”

“그건 그렇죠. 사장님이 고쿠키야 계약 건 까지만 이야기를 하셨으니까요.”

“바로 그거지! 지금 상황 이용하면 시청자들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줄 수 있단 말이야! 인마가 원하는 게 뭐였어?”

최병훈은 질문을 던졌지만 답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시청자들이 우리 회사에 찾아온 느낌, 완전히 다른 공간에 들어서는 경험이란 말이야! 그러면 일단 그 ‘다른 공간’을 먼저 보여줘야지!”

“아니, 지금까지 뭘 들었어? 그러니까 매장이 어느 정도 완성돼야 한다는 거잖아?”

매드맨이 어처구니없어했지만 최병훈은 검지를 흔들었다.

“어허, 무슨 소리!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방식으로 해야지!”

“잘하는 방식이요?”

“종겜스면 종겜스답게 게임으로 보여주자 이거야. 응? 게임 장르 중에는 ‘경영 시뮬’이라는 게 있어요!”

최병훈이 의기양양하게 말하자 조대한이 눈을 크게 떴다.

“와! 이거 진짜 좋네요! 저희 굿즈 모델링 소스를 모드로 게임에 씌우면 팝업스토어 느낌 낼 수 있겠어요!”

“오… 이거 느낌 온다. 시청자들은 게임에만 팝업스토어가 있는 줄 알았는데, 게임 끝나고 딱 공개를 하는 거지! 진짜 퍼플 오피스가 온다! 이런 느낌으로!”

“바로 그거지! 이거는 그냥 서프라이즈도 아니고 슈퍼 서프라이즈가 될걸!?”

세 사람이 흥분하는 와중 박주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청자들에게는 게임 속 공간이 현실로 구현된 느낌이겠군. 그렇다면 팝업스토어를 방문했을 때 경복이가 바라는 대로 되겠고.”

“오… 좋네. 이거 진짜 좋은데?”

이경복은 그에 감탄과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냥 공지하는 것보다 확실히 시청자들도 몰입할 수 있겠어. 다들 정말 좋아하겠는데?”

그 아이디어에 대해서 아주 강렬하고 긍정적인 직감이 느껴졌다.

“그치? 캬, 내 창의력이 이 정도라니깐!”

“으이그, 너는 꼭 마지막에 자뻑하는 게 문제야. 좀 겸손할 수는 없냐?”

“하지만 아이디어는 좋았죠?”

매드맨의 핀잔에도 최병훈은 꿋꿋했다. 그 모습에 다들 웃음을 흘리고는 이경복이 말했다.

“자, 그럼 원래는 좀 더 아케이드 트렌드를 따라가 보려 했는데 컨텐츠를 바꾸겠습니다.”

“모드는 내가 준비해두지.”

회의의 결론이 나왔다.

“이번 컨텐츠는 팝업스토어 얼리엑세스 같은 거네요.”

시청자들도 모르게 팝업스토어가 공개될 예정이었다.

*       *       *

그날 저녁, 방송시간.

“트하! 어렵게 게임하는 스트리머, 퍼플입니다!”

이경복의 장난스러운 인사에 시청자들이 환대했다.

-퍼하! 퍼하!

-(퍼하콘)

-오자마자 공식 어겜스 선언 뭔뎈ㅋㅋㅋㅋ

-아아, 이것이 황새의 패기인가!

-아 ㅋㅋ 세계 1위면 킹정이지

-혀엉! 아케이드 협회 기록 봤어!?

-덴덴타운 공식 성지 됐던데 ㅋㅋㅋ

-보는 내가 다 자랑스럽다구웃!

솟구치는 채팅에 이경복은 가볍게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아, 하이스코어 협회 소식은 들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일본의 아케이드 게이머분들과 메타게이머에서 문의를 해주셨다고 알고 있는데,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드리겠습니다.”

-킹직히 이건 협회 쪽에서 감사할 일 아님?

-ㄹㅇㅋㅋ 침체된 아케이드 시장에 불씨를 살려냄

-불씨가 아니라 대화재 수준인뎁쇼?

-장안의 화제가 아니라 화재였던거시고요?

-???: 불이야! 신토불이야!

-신토불잌ㅋㅋㅋ 미쳤냐곸ㅋㅋ

-그 신이 갓플을 말하는 거면 킹정이지 ㅋㅋㅋ

시청자들이 그 겸손한 인사에 만족해했다. 이경복은 이내 손뼉을 쳐 주의를 돌렸다.

“자, 오늘도 굿즈와 관련해 좋은 소식이 있는데요. 이번에 처음으로 만들 프리미엄 피규어 디자인이 완성됐습니다!”

-??????

-ㅔ?

-아니 벌써?

-킹니 갓써가 또?

-뭐예요!? 어제 고쿠키야 얘기했잖아요?!

-어디 게임이랑 콜라보 미리 진행하고 있던 거?

-일처리 속도 뭔데에에에에!

놀라는 시청자들의 모습에 이경복은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그와 함께 3개의 피규어 모델이 앞에 나타났다.

“다른 게임사랑 콜라보를 한 건 아니고, 처음이니만큼 오리지널 피규어를 내보고 싶었습니다.”

[Perfect Boss]

[Perpha-Go]

[GomPD]

이경복과 박주호, 그리고 최병훈을 캐릭터로 만든 피규어와 그 아래에 붙여진 이름.

그걸 본 시청자들은 즉각 채팅을 쏟아냈다.

-하나도 아니고 3개라고?

-3개인데 퀄리티 ㅁㅊㄷㅁㅊㅇ

-이 형은 피규어도 비율이 개쩌넼ㅋㅋㅋ

-와씨… 게말콘 피규어랑은 확실히 다르네

-자연스럽게 퍼파고 오피셜이냐곸ㅋㅋㅋ

-퍼파고 크롬바디 보소 ㅋㅋㅋㅋ

-곰피디는 뭐지? 편집자님?

-곰 치고는 좀 홀쭉한 거 같은데?

-아아, 그것이 블랙기업의 편집자니까

-일에 치여 사는 거였냐곸ㅋㅋㅋ

경탄과 극찬에 이경복은 환한 미소로 박수를 쳤다.

“저희 팀원들 전부 놀랐습니다. 퍼그말리온 님이 하루 만에 모델링을 끝내셨거든요. 노고에 깊은 감사를 다시 전합니다.”

-네? 하루요?

-뭐지? 내가 아는 하루의 개념이 다른 것인가?

-아 ㅋㅋ 딱 보니까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만든 거네

-5252, 벌써 갈리기 시작한 거냐구웃!

-블랙기업이 또…!

-아닠ㅋㅋㅋ 모델링도 퍼펙트해버리네

-갓플이랑 같이 일하려면 이정도 역량은 기본입니다만?

-아니 ㅋㅋㅋ 이 형 주변에는 뭘 못하는 사람이 없어ㅋㅋㅋㅋ

-추놈 : 오? 진짜?

-여기서 추트키를?

-야씨 ㅋㅋ 트최입은 킹정해줘라 ㅋㅋㅋㅋ

퍼그말리온의 능력에 팀원들이 놀란 것보다 시청자들은 더 놀랐다.

이경복은 웃으며 피규어 모델을 치우고 멘트를 쳤다.

“자, 이렇게 좋은 모델링을 주셨는데 발매까지 도저히 못 기다리겠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할 게임은 바로!”

스튜디오 배경이 뒤바뀌며 게임이 실행됐다. 화창한 하늘 아래 텅텅 비어있는 공터.

그 위에 알파벳들이 쏟아지며 게임의 제목을 알려주었다.

[Franchise Tales]

이경복은 그 로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점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프랜차이즈 테일입니다!”

이에 시청자들은 적극 환영했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서 오는 재미도 있었지만.

-옼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갓플이 이걸?

-아 설마 모델링 파일로 모드씌운 거?

-WA! 퍼펙트구쭈샵!

-꿀.잼.예.약

-뭐예요! 나도 갈래요! 들여보내줘요!

-5252, 블랙마켓에도 손을 뻗으려는 거냐구웃!

-캬ㅋㅋ 이게 진짜 종겜스지 ㅋㅋㅋ

-진짜 사장의 모습이 나와버리고?

그만큼 다채로운 이경복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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