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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26화 (426/491)

426화 – 팝업스토어 얼리엑세스 (3)

게말콘과 퍼무새.

시청자들의 투표가 종료된 후 이경복에게 선택권이 돌아왔다.

‘역시 둘 다 불길하지는 않아.’

당연하게도 어느 쪽에서도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이에 이경복은 여느 때처럼 즐거운 방송을 기원하며 선택을 마쳤다.

“저는 게말콘 피규어로 가겠습니다.”

그의 선택과 함께 투표 결과 창이 나타났다.

[1. 게말콘 피규어 – 68%]

[2. 퍼무새 피규어 – 32%]

그가 선택한 건 더 인기도가 높은 쪽이었다. 결과가 공개되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왔다.

-캬 ㅋㅋㅋ 이거지!

-이걸 또 맞춰버리고?

-퍼펙트 럭키 가이 수듄 ㅋㅋㅋ

-아 ㅋㅋ 50대 50은 그냥 맞춘다고

-근본추 ㅋㅋㅋㅋㅋ

-퍼무새는 이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 쭈인! 나 상처받았다!

-???: 이게 말이 됨!?

시청자들은 제 투표 결과에 따라 장난스럽게 채팅을 쏟아냈다. 이경복이 이에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 당연히 찍은 건 아닙니다. 사업을 운에 맡겨서야 되겠어요?”

그 말에 시청자들의 주의가 돌아갔다. 물음표가 가득해진 채팅창에 그는 이유를 설명했다.

“게말콘이랑 퍼무새 모두 큰 사랑을 받고 있죠. 하지만 그 역사는 게말콘 쪽이 더 깊으니까 선택해주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경복은 슬쩍 눈을 굴리며 옛 기억을 되새겼다.

“제 방송을 좀 일찍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게말콘 피규어가 또 제가 처음 만든 굿즈거든요? 로데리 OTP 때 시범적으로 만들면서 레이저 각인까지 해드렸으니까요. 그만큼 제게도 의미가 깊은 굿즈입니다.”

-헐? 레이저 각인?

-원래 게말콘 피규어에는 없지 않슴?

-WA! 찐 한정판!

-개부럽다…

-5252, 뉴비들은 몰랐던 거냐구웃!

-크으! 이 형은 초심을 잃지 않았다 이마리야

-아니 ㅋㅋㅋ 방송경력 4개월인데 초심 잃으면 되겠냐고 ㅋㅋ

-아 ㅋㅋ 올드비 부심 부리고 싶다구요 ㅋㅋㅋ

최근 팬이 된 시청자들과 기존에 방송을 봐왔던 시청자들이 각기 반응했다.

“아, 그리고 이건 퍼무새를 위한 결정이기도 합니다.”

재차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경복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너스레를 떨었다.

“아니, 일단 장사가 좀 잘 돼야 퍼무새한테 뭐라도 해주지 않겠어요? 이건 퍼무새 아빠로서도 옳은 선택이거든요.”

-아 ㅋㅋㅋ 고건 맞지

-???: 쭈인…! 난 그것도 모르고…!

-???: 착한 퍼무새는 기다릴 수 이써!

-퍼무새를 위한 빅픽쳐를 몰라보고 ㅠㅠ

-아아, 이것은 가장의 무게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정리한 이경복은 바로 해금된 게말콘 피규어의 주문을 넣었다.

“아, 배송기간이 하루 걸리네요? 이러면 재고 파악을 잘해야겠네요.”

-장사하는데 재고 관리는 기본이지 ㅋㅋㅋ

-ㅇㅇ 다 팔릴 것 같으면 미리 주문 넣어야 됨

-퍼펙트 굿즈면 매일 완판 아님?

-ㄹㅇㅋㅋ 매일 자동 주문 해달라구욧!

-아 ㅋㅋ 이 게임 아직 퍼펙트 상식이 탑재가 안 됐네 ㅋㅋㅋ

게임 시간으로 하루가 지나야 배송이 왔다. 이경복은 확인을 마치자 결제 창이 떠올랐다.

<아, 결정을 끝내셨군요! 이 가격 그대로 받아도 좋지만 프레드 씨 조카니까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한 번 저를 설득해보시겠어요?>

결제 확인 전 로렐리아기 나타나더니 그 아래 선택지가 나타났다.

[가격 흥정]

[1. 마케팅 Lv1 (100%)]

[2. 재정관리 Lv1 (100%)]

[3. 리더십 Lv1 (100%)]

[4. 고객 서비스 Lv1 (100%)]

[5. 제품지식 Lv1 (100%)]

[* 스킬 레벨에 따라 성공 확률이 상승하며, 성공하면 스킬 레벨이 상승합니다]

이게 뭔가 싶은데 로렐라이가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경영에도 기술이 필요한 법이죠. 그 기술을 잘 활용해서 이득을 키우는 게 경영자의 일이기도 하고요. 물론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시의적절한 시도라면 괜찮을 거예요.>

이경복은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튜토리얼이라 성공률이 100%인 것 같네요. 초반에 어떤 스킬을 주력으로 삼을지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오? 그럼 뭐부터 올려야 되나?

-그 와중에 로눈나 계속 라임 맞추네 ㅋㅋ

-일단은 자금이 중요하니까 재정관리 아님?

-ㄴㄴ 마케팅으로 손님부터 모아야지!

-퍼펙트 사장에게는 퍼펙트 리더십이지!

-제품지식이 좀 있어야 앞으로도 잘 깎을 듯?

-고객서비스는 흥정이랑 별 상관 없지 않나?

시청자들이 채팅창에서 논의를 시작했지만 금방 끝낼 수밖에 없었다. 이경복이 바로 선택을 해버린 덕이었다.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고객 분들이 최우선 아니겠어요?”

-바로 고객 서비스 찍어버리기 ㅋㅋㅋㅋ

-시청자만 아는 바보 어디 안 갔고?

-아 ㅋㅋ 여기서 갓플 인성 다 드러났쥬? (너무 좋음)

-서비스는 됐고 얼른 굿즈나 내달라고!

시청자들이 그에 흡족해하자 이경복은 주문까지 모두 끝냈다.

<좋아요, 주문 완료! 프로 프로바이더 로렐라이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렐라이가 밝은 인사와 함께 사라졌다. 그와 함께 가게 창밖으로 뉘엿뉘엿 노을이 저무는 게 보였다.

<이것 참 첫날부터 정신없이 지나갔구나. 뭐, 사업이라는 게 원래 그런 법이지.>

이윽고 프레드가 다시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그는 웃음을 흘리다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아야 된단다. 컨디션이 나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

그 말과 함께 이경복의 시야 한 쪽에 초록색 하트와 게이지가 나타났다.

“아, 컨디션이 지금 73%네요?”

이경복이 약간 줄어들어 있는 게이지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사이 프레드는 마저 설명을 이어갔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너 자신의 유지에 쓰는 비용을 좀 더 높이거나 침대 같은 가구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아… 여기 옆에 있네요. 장사가 잘되든 안 되든 일단 비용이 지출되는구나.”

<당장은 힘들겠지만 사업이 안정되면 직원도 쓰게 될 거다. 직원에게 일을 맡기면 컨디션이 쉽게 줄어들지는 않을게야.>

이경복은 그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 마디로 게임에서도 워라밸을 좀 챙겨줘야 된다는 거네요. 직원은 나중에 고용하고 일단은 유지비용을 좀 신경 써야겠습니다.”

-ㅇㅇ 컨디션 떨어지면 나쁜 이벤트 발생함

-ㅅㅂ 현실에서도 못 챙기는 워라밸을ㅋㅋㅋㅋ

-아 ㅋㅋ 블랙기업에 워라밸이 어디있냐구욧!

-블랙기업특) 사장은 워라밸 개좋음

-엌ㅋㅋ 현실고증이었네

-바로 블랙기업 모드 들어가버리기 ㅋ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리고는 가게 안쪽 방으로 향했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로 넘어가죠!”

*       *       *

칠흑 같던 하늘이 짙푸르게, 창밖의 풍경이 빠르게 뒤바뀌었다. 이윽고 화창한 햇살이 내비치자 통제권이 돌아왔다.

“오, 그래도 배송은 일찍 해주네요.”

이경복은 가게 문을 열고 앞에 쌓여있는 박스들을 염력으로 붙잡았다.

-WA! 새벽 배송!

-로눈나 일 잘하네 ㅋㅋㅋ

-아 ㅋㅋ 이게 한국 갬성이지

-즉.시.언.박.싱

-어서 열어줘잉!

시청자들의 재촉에 이경복은 바로 상자를 개봉했다. 한가득 쌓여있는 게말콘 피규어가 보였다.

“오, 진짜 신기하다. 모드가 잘 적용됐네요.”

그는 염력으로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곧바로 진열을 시작했다. 처음 청소할 때와 마찬가지로 빠르고 정확하게 피규어들이 선반에 안착했다.

-초능력자가 운영하는 굿즈샵이 이따!?

-아닠ㅋㅋ 이러면 굿즈보다 초능력보러 손님 오는 거 아니냐곸ㅋㅋㅋ

-캬 ㅋㅋ 선반 차니까 본격적인 느낌 확 살아버리고?

-아 진짜 모드 잘 만들었네 ㅋㅋㅋㅋ

-혀엉? 이거 모드 방송 끝나고 공유해주는 거지!?

시청자들의 반응에 이경복은 눈을 굴렸다.

“아, 그건 한 번 퍼파고한테 물어보겠습니다. 모드에 모델링 파일을 쓴 거라고 들었는데 이게 공유가 될지 모르겠네요.”

그리 진열까지 끝내자 이경복의 앞에 개점 메뉴가 나타났다. 덕분에 시청자들의 주의는 바로 돌아갔다.

-아 맞네 ㅋㅋㅋ 가게 이름을 안 정했네

-당연히 퍼펙트 구쭈 아님?

-퍼청자의 지갑무덤 어떰?

-뽀식이네 양념통닭이 국룰 아님?

-아니 ㅋㅋㅋ기프트샵이라고!

-명품답게 퍼라다로 가자

-아트워크박스 말고 퍼플박스 ㄱㄱ해

가게 이름이 아직 공란이었다. 시청자들이 아이디어를 쏟아내자 이경복은 웃음을 흘렸다.

“가게 이름은 이걸로 하죠.”

이미 팝업스토어의 컨셉과 이름도 결정되어 있던 바, 그가 ‘퍼플 오피스’를 입력했다.

그 내막을 모르는 시청자들은 탄사를 흘렸다.

-오? 굿즈랑 잘 어울리는 거시고요?

-퍼펙트 굿즈가 사무실에 두기 좋긴 하지 ㅋㅋㅋ

-퍼플 붙이니까 친숙하면서도 뭔가 고급지네ㅋㅋㅋ

-즉.시.개.점

결정을 누르자 가게 밖으로 화면이 돌아가며 간판이 걸렸다. 이윽고 마침내 개점 버튼이 활성화됐다.

하지만 이경복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그 옆이었다.

“어? 여기도 스트리머 모드가 있네요?”

이경복은 그에 적힌 안내문을 읽고 웃음을 흘렸다. 같이 읽은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WA! 시참 갓겜!

-무친ㅋㅋㅋ 우리가 손님들 멘트 정하는 거?

-아니ㅋㅋㅋ이런 꿀잼 모드가?

-선 넘으면 바로 밴이니까 조심하라구웃!

-필터링 있어서 괜찮을 덧 ㅋㅋ

-퍼청자들 드립 대잔치!

-얼른 활성화 해줘잉!

가게를 방문하는 일반 NPC들의 멘트를 시청자들이 직접 입력하면 그 중 무작위로 채택되는 모드였다.

당연하게도 욕설과 선정성 필터가 적용되어 있었다.

‘지금도 괜찮긴 하지만…’

이경복은 신기로 그 선택을 가늠해보고 한 가지 조건을 덧붙이기로 했다.

“일단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겠습니다. 대신 글자 수는 15자로 제한할게요.”

-오ㅋㅋㅋ 글자수 제한 ㅋㅋㅋ

-퍼부러! 킹렵게 할라고!

-아 ㅋㅋ 퍼청자들도 어렵게 해보라구욧!

-꿀잼이면 퍼튜브 박제 각ㅋㅋㅋ

-대드립의 시대가 열렸다!

심기일전(?)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이경복은 웃으며 개점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시청자분들도 시간이 좀 필요할 테니 일단 게임 하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텅 비어있던 창밖에 NPC들이 지나다니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그에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대망의 첫 손님은 과연…!?

-모름지기 장사는 마수걸이가 중요하다 이마리야

-오? 들어오나?

-아니 ㅋㅋㅋ 왜 슬쩍 보고 지나가는 건데!

-안에 갓플이 있는데 들어와 보고 싶지도 않나?

-아 ㅋㅋ 진짜 갓플이 굿즈샵 열면 이미 오픈런인데 ㅋㅋㅋ

-퍼펙트 상식 모드 언제는 언제 나옴?

들어올 듯 말 듯 하는 NPC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애를 태웠다. 하지만 이경복은 여유로웠다.

‘아, 이제 온다.’

창밖에 지나다니는 NPC들에게서도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그는 첫 손님을 예상하고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

“어서 오세요!”

문이 열리고 들어온 손님에게 이경복이 인사를 건넸다. 이에 손님은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를 받고는 선반으로 향했다.

-인사성 밝은 거 보소 ㅋㅋㅋ

-신장개업특) 기합 빡들어가있음

-사장 갓플 목소리 ㅁㅊㄷㅁㅊㅇ

-뭐예요! 나도 갈래요!

-어서 오라면서 우리는 못 가는 건 왜때문?

판매 품목이 하나였으니 손님의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가 게말콘 피규어를 하나 들고 다가와 입을 열었다.

[“상품이 친절하고 사장님이 완벽해요.” by 퍼플조아]

NPC의 음성과 함께 그 옆에 말풍선이 떠올랐다. 이경복은 그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웃음을 흘렸다.

“아, 감사합니다. 15자 꽉꽉 채워주셨네요.”

-아닠ㅋㅋ 순간 뭔가 했넼ㅋㅋ

-뒤에만 듣고 뭔 드립인가 싶었음ㅋㅋㅋ

-너무 맞말이었던 거시고?

-헐ㅋㅋㅋ 드립 친 사람도 같이 표시되네

-과거시험이 아니라 공개처형이 될 수도 있는 거시고요?

-나약한 퍼청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시청자들도 따라 웃는 사이 이경복은 플레이를 이어갔다.

“아, 맞네. 기프트 샵이니까 포장을 해줘야 하네요.”

계산대에 놓인 피규어 아래 포장지가 깔려 있었다. 그 포장지 곳곳에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아하, 순서대로 상품을 포장하면 되는 거네요. 5단계로 되어 있고…”

이경복이 바로 방식을 파악했다. 포장지 옆에 홀로그램으로 완성된 포장이 예시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그에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그가 손을 움직였다.

“아, 이제야 좀 포장답네요.”

-???????

-형? 이거 맞아?

-아닠ㅋㅋㅋ 바로 최고급 포장 뭔뎈ㅋㅋㅋㅋㅋ

-5단계에서 25단계까지 뛰는 거 무엇?

-서비스에 무친 사장이 이따?!

-뭔ㅋㅋㅋㅋ상품보다 포장이 더 화려하넼ㅋㅋㅋ

포장의 난이도가 최고로 설정됐다. 이경복은 채팅창을 보며 의아해했다.

“이왕 하는 거 좋게 해주는 게 낫잖아요?”

그 대답에 시청자들은 재차 탄사를 터트렸다.

-25단계 순서 파악 바로 끝난 거시고?

-퍼펙트 야미 수듄ㅋㅋㅋㅋㅋ

-아 맞넼ㅋㅋ 야미 인술도 25개짘ㅋㅋㅋ

-알고 보니 경력직이었자넠ㅋㅋ

-아닠ㅋㅋㅋ 그래도 최소한 보고 하라고욬ㅋㅋㅋ

-노룩포장 뭔데에에에에에!

순식간에 끝난 포장, 마치 예술작품처럼 화려한 포장에 피규어가 담겼다.

“와우, 이렇게 훌륭한 포장은 처음이에요! 오히려 뜯기가 망설여지겠는데요?”

상품을 받은 NPC의 극찬과 함께 옆에 별들이 나타났다.

[퍼플 오피스 - ★★★★★]

[가게의 평판이 상승했습니다!]

[고객 서비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이어 연달아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에 이경복과 시청자들 모두 웃음을 흘렸다.

“이 정도면 마수걸이는 괜찮았네요.”

-평점 별 5개는 국룰이지 ㅋㅋ

-아 ㅋㅋ 초능력쇼까지 보여주는데 안 주고 배기겠냐고욬ㅋㅋㅋ

-사실상 피규어보다 포장이 본체 아니냐고욬ㅋㅋㅋㅋ

-ㄹㅇㅋㅋ 이러면 포장만 해줘도 돈 낼 듯

-기프트가 사실은 재능을 뜻하는 거였고?

이경복답게 퍼펙트한 시작이었다.

*       *       *

장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여러 손님들이 시간 간격을 두고 찾아왔다.

“마땅한 선물을 못 찾고 있었는데 이런 가게가 있다니 다행입니다.”

이번에는 평범한 멘트를 치는 손님이었다. 판매를 마친 이경복은 가볍게 입을 열었다.

“게임 자체도 좋긴 한데 방송용으로도 잘 어울리네요.”

-ㄹㅇㅋㅋ 손님들 만족하는 거 보니까 힐링되네

-게다가 소통 시간 확보도 잘 됨

-저챗 느낌 너무 조쿠요?

-그냥 저챗은 가끔 말 끊길 때 있는데 이건 할 일이 있어서 좋다 이마리야

-캬 ㅋㅋ 힐링갓겜이네 ㅋㅋㅋ

아직은 바쁘지 않은 터라 손님이 찾아오길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경복은 그 시간에 오디오를 비우지 않고 시청자들과 가벼운 잡담을 나누었다.

하지만 게임을 해본 시청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거 아직 초반이라 그럼 ㅋㅋ

-해본 사람은 힐링이라고 절대 말 못 하지 ㅋㅋㅋ

-ㄹㅇㅋㅋ 그렇게 만만한 게임이 아니다 이마리야

-그래도 갓플이면 퍼펙트 해버릴지도?

그들의 반응에 이경복은 의아해하다가 곧 눈을 돌렸다.

‘이 느낌은…’

새로이 가게로 다가오는 손님.

하지만 이전과 달리 긍정적인 기운이 아니라 약간의 불길함이 풍겨왔다.

“어서 오세요.”

이경복의 인사에도 그는 듣는 둥 마는 둥 건들거리며 선반으로 다가갔다.

시청자들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와중 손님이 계산대로 와 입을 열었다.

“거, 내가 여기 사장이랑 친구인데. 이거 싸게 좀 해줘.”

그 한 마디에 모두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진.상.출.현

-아 ㅋㅋ 자영업에 진상은 무조건이지

-올 것이 와버렸고?

-무친 ㅋㅋ 사장 앞에서 사장친구 ㅇㅈㄹ

-아니 ㅅㅂ 이런 사람이 있다고?

-있어… 어떻게 알았는지는 묻지 마라…

다들 어처구니없어하는 와중 이경복은 눈을 굴렸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싶은데 게임이 잠시 멈추며 프레드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오, 이런 아주 곤란한 상황이구나. 사업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경우가 일어나곤 하지.>

프레드는 그리 말하며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손님을 설득하는 것이지만 정 어렵다면 경찰을 불러야 한단다. 계산대 아래에 긴급 호출 버튼이 있으니 잊지 마려무나.>

그러나 곧 프레드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경찰이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단다. 그리고 만약 다른 손님들이 있다면 가게 평판도 떨어지겠지. 그러니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 설명에 이경복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NPC를 설득하라고요?”

-로눈나처럼 진상들 AI가 좋은 걸로 설정되어 있음ㅋㅋㅋ

-이게 또 메인 컨텐츠의 하나라 이마리야 ㅋㅋㅋ

-ㄹㅇㅋㅋ 방송용으로 딱이자너

-과연 우리 형의 선택은!?

-아 ㅋㅋ 낭만의 시대였으면 피지컬로 해결하는데

-동네 장사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ㅠㅠㅠ

이경복의 물음에 시청자들이 바로 답을 알려주었다. 그에 이경복은 고민했다.

과연 이 진상을 설득시킬 방법이 있을까.

‘이렇게도 되려나?’

그가 한 가지 방법을 떠올린 사이 게임이 다시 진행됐다.

“아니, 젊은 친구가 귀가 먹었나? 나 여기 사장 친구라니까?”

진상 손님이 재차 요구하자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의 대답에 채팅창이 들썩였다. 설마 그냥 손해를 볼 셈인걸까?

“사장 친구 멤버십 가입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뭐라고?”

“여기 본인 성함과 전화번호, 그리고 사장님의 성함과 전화번호와 기르시는 펫 이름을 적어주세요.”

이경복은 포장지를 내밀며 말했다. 진상이 그에 어물거리자 이경복이 웃으며 첨언했다.

“사장님이 친구 분들을 위해 준비한 멤버십입니다. 가입만 하시면 바로 할인이 적용됩니다.”

“아니, 그…”

진상이 눈을 뒤룩뒤룩 굴리다가 주눅 든 표정으로 말했다.

“어, 그, 나중에 하지 뭐. 일단 계산해줘.”

“네, 포장 도와드리겠습니다.”

이경복은 바로 포장을 끝내고 판매를 완료했다.

“오, 게임 잘 만들었네요.”

진상 손님이 나간 후, 그의 단평에 채팅창이 요동쳤다.

-와씨 ㅋㅋㅋ 이 형 창의력 무엇?

-사장 친구 멤버십 ㅅㅂ ㅋㅋㅋ

-진짜 할인 서비스를 만들어버리기 ㅋㅋㅋㅋ

-아 ㅋㅋ 해줄 테니까 가입하시라구욬ㅋㅋㅋㅋ

-안 해준다는 것도 아니니까 할 말이 없자너 ㅋㅋㅋㅋ

-AI당황잼ㅋㅋㅋㅋ

-이런 시나리오는 상상도 못 했쥬?

-퍼펙트 사장을 막으려면 퍼펙트 진상이 필요하다, 그게 상식이잖아?

이 정도의 진상 짓으로는 이경복을 방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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