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30화 (430/491)

430화 – 자급자족 (2)

늦은 밤.

뻑뻑해진 푸른 눈을 잠시 감은 조대한은 짧게 숨을 뱉었다.

“흐아…! 끝났다.”

이경복의 방송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번역 스크립트를 작성했지만 평소보다 작업 시간이 더 소요됐다.

‘이번 게임은 대사 분량이 확실히 많네.’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의 말은 물론, 스트리머 모드 활성화로 시청자들이 설정한 멘트도 번역해야 했다.

또한 짬짬이 생긴 이경복과 시청자들의 소통 시간 역시 스크립트 분량을 늘리는 데 한몫했다.

이에 조대한은 평소보다 많은 업무량을 소화했지만 오히려 즐거웠다.

[>오!? 벌써! 역시 클라스가 다르네 ㅋㅋㅋ]

[>대한 씨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요 ㅠ]

같은 시각 깨어있는 편집팀의 답변이었다.

[>저야 뭐 늘 하는 일이죠 ㅎㅎ]

[>편집 파이팅이십니닷!]

혼자 고생하는 것도 아니었고, 팀원들 모두가 그의 노력을 인정해주었다. 늘어난 업무량과 비례해 보람도 차올랐다.

그러나 아직 그의 일이 끝난 건 아니었다. 조대한은 바로 일본 트위티에 접속했다.

‘오늘은 좀 더 주의 깊게 봐야지.’

해외 반응을 살피는 건 그의 업무이자 취미이기도 했지만, 오늘은 보다 업무에 가까웠다.

‘일본 팬 분들한테 어필할 포인트라…’

팝업스토어 개점 전에 홍보 영상을 촬영해야 한다. 서영선은 제작에 간섭하지 않는 대신 이경복이 직접 일본어를 하는 내용을 요구했다.

그 내용을 작성하는 업무 역시 조대한의 몫이었다.

‘이번 컨셉이랑 잘 어울리면서도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느낌을 줘야겠지.’

이전과 달리 단순한 번역이 아니었다. 이에 그는 진지하게 트윗들을 인기순으로 살폈다.

물론 그렇다고 웃음이 나오지 않는 건 아니었다.

[헤에? 퍼플 씨, 심미안 대단하잖아? 몸만 잘 쓰는 거 아니었냐고! 절대 있을 수 없잖아, 이런 레벨의 인간!]

[에또, 퍼플 씨가 기프트 샵이라고 해서 뭔가 돈치호테같은 걸 생각했습니다만. 아니아니, 너무 고급스럽잖아 이거!]

[나 말이야, 현직 인테리어 디자이너인데 뭐랄까, 좀 불공평하지 않아? 퍼플 씨, 그냥 쓱쓱했는데 디자인이 완성되었다고? 나라면 이거 1주일은 기본인www]

[퍼플 오피스의 디자인 엄청난 충격이었다! 심플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랄까? 품격이란 건 역시 복잡하지 않구만www]

[어이어이, 다들 눈치채지 못한 거냐. 색감 엄청나지만 이 디자인에서 중요한 건 따로 있잖아? 퍼플 씨가 직접 그렸다는 게 의미 있는 거라고!]

방송에서 공개된 퍼플 오피스의 디자인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조대한은 그에 흡족해하며 스크롤을 내렸다.

[누군가 퍼플 씨가 쓴 보라색 알려줄 수 있어? 게임은 없지만 내 스튜디오 배경을 똑같이 바꿔보고 싶어! 아는 사람 있으면 부탁해!]

[퍼플 씨의 디자인을 스튜디오에 반영해보았다. 에또, 결과는 실패였습니다www 퍼플 오피스와 스튜디오의 규격 전혀 다르잖아! 느낌 틀리다고 이거!]

[이런이런, 우민들은 비율의 개념조차 모르는 겁니까? 무작정 따라한다고 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팬들 중에는 퍼플 오피스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따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완벽하게 성공한 이는 없는 모양이었다.

[아아, 깨달아버렸다! 깨달아버렸다고! 인테리어 디자인 따라 해도 말이지, 퍼펙트 굿즈가 없으면 소용이 없잖아 이거!? 고쿠키야 얼른 판매하라고www]

[아니아니, 그렇게 따지면 말이지. 퍼플 씨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잖아? 분위기 읽으라고www 지금은 인테리어로 만족하는 걸로 하자고!]

[슌코도 퍼플 오피스 가보고 싶어! 저기저기, 게임 잘 아는 팔로워들은 알고 있지 않아? 멀티플레이 모드 같은 건 없는 거야? 퍼플 씨가 포장해준 선물 받으면…! 슌코 행복해 죽을지도 몰라!]

[하아? 손님 멘트를 직접 정할 수 있었다고!? 대체 뭐한 거냐 나! 또 한국어 못해서 기회를 놓쳐버렸잖아? 한국어 공부 좀 더 노력해보자고!]

이경복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오는 트윗들에 조대한은 제 일처럼 미소가 나왔다.

‘아, 지금 좋아할 때가 아니지.’

하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인기 트윗들은 보기는 좋았지만 홍보 멘트 작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퍼펙트 굿즈로 찾아봐야겠다.’

이에 조대한은 키워드를 검색했다. 인기 트윗과 중복되는 내용도 많았지만 굿즈 관련 이야기가 더 많이 노출이 됐다.

[퍼플 오피스 같이 퍼펙트 굿즈가 가득한 굿즈샵 만들어주지 않을까나.]

[에또, 퍼플 오피스 너무 좋은데 고쿠키야에 굿즈 들어오면 이런 느낌은 아니겠지?]

[고쿠키야는 녹색이 아이콘입니다만. 퍼펙트 굿즈 섹션은 퍼플 오피스 디자인으로 바꿔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지도?]

[아니아니, 그러면 곤란하다고요! 녹색 공간에 갑자기 보라색이라니 너무 이질적이잖아www 무슨 이세계 전생도 아니고www]

[뭐어, 일본에는 고쿠키야에서 판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 생각합니다만? 한국에서는 매장에서 보고 살 기회도 없으니까 말이죠?]

한국 팬들처럼 퍼플 오피스가 실제로 있다면 좋겠다는 글들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 팬들은 굿즈 샵이 익숙한 만큼 실질적인 방안도 보였다.

조대한은 그중 한 키워드에 눈길을 주었다.

‘이세계…?’

현실과 다른 세계.

일본 서브컬처에서는 이제 흔하디흔한 배경이었고, 대중적으로도 정착된 개념이었다.

‘이거, 사장님이 바라시는 컨셉이랑 의외로 맞지 않나?’

외부와 격리된 공간, 새로운 체험. 조대한의 머릿속에 이경복의 말이 맴돌았다.

‘일단 써보자.’

그는 바로 문서를 작성하며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영감을 잡아냈다.

*       *       *

다음날, 이른 오전.

퍼그말리온은 회의 시간에 앞서 일찍 도착했다.

“아, 어서 오세요!”

매드맨이 그녀를 반기다가 곧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괜찮으세요? 많이 피곤해 보이시는데?”

“아하하, 잠을 좀 깊게 못 자서요…”

“아유… 출장이 힘들긴 하셨나 봐요.”

“커피 좀 마시면 괜찮아질 거예요. 주문 좀 하고 올게요.”

“네네!”

퍼그말리온은 웃어넘기고는 이내 짧게 숨을 뱉었다.

‘출장 때문은 아닌데…’

그녀가 잠을 설친 이유는 피로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피로했다면 더 깊이 잤을 터였다.

진짜 이유는 바로 이경복의 방송 때문이었다.

‘컨셉 디자인을 다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야.’

그녀는 기차를 타고 돌아오며 처음부터 방송을 다시 봤다. 이경복이 그녀가 고안한 컨셉대로 인테리어 디자인을 마쳤다.

그 완벽한 구현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칭찬에 그녀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다음이 그녀의 마음에 걸렸다.

‘다들 퍼플 님이 직접 디자인을 하셨다고 생각하겠지…’

시청자들은 그의 센스에 감탄을 표했다. 그리고 이경복은 그 디자인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퍼그말리온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이게 당연한 거야.’

이경복이 밝힐 이유는 없었다. 팀 퍼펙트에 입사한 이상 그녀의 디자인은 모두 회사에 귀속된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겠지…’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았다.

창작자로서 느끼는 당연한 욕구였고, 그녀가 진로를 결정한 것도 주변의 인정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의 인정은 그녀에게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도 퍼플 님이랑 다른 팀원분들이 인정해주시니까.’

퍼그말리온은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운이 처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얼마 후, 이경복이 도착하며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됐다.

퍼그말리온은 다시금 마음을 다잡으며 출장 보고에 관한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어제 방송 보셔서 아시겠지만, 시청자분들이 팝업스토어 컨셉 디자인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하신 것 같아요. 실제로도 진행하면 되겠습니다.”

“아, 그치. 완전 대박이라니까?”

“일본 쪽도 그 얘기가 엄청 많이 나왔더라고요.”

다른 팀원들의 긍정에 퍼그말리온의 입가가 떨렸다.

기쁜데 또 기쁘지가 않았다.

이경복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전부 퍼그말리온 님 덕분입니다. 서프라이즈 공개 때 퍼그말리온 님 디자인이라고 밝히면 확실히 주목받을 것 같아요.”

“…네? 제 디자인이요?”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경복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퍼그말리온 님이 굿즈만이 아니라 팝업스토어까지 디자인했다고 하면 팬분들도 더 좋아하시겠죠. 팝업스토어 공간 자체도 더 가치 있게 느껴지지 않겠어요?”

“아…”

퍼그말리온은 고개를 숙였다.

다른 팀원들은 그에 또 쑥쓰러워하신다며 웃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맞아. 퍼플 님이 그럴 리가 없는데…!’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이경복은 자신을 이렇게 신경써주는데 대체 무슨 생각을 했단 말인가.

‘처음부터 날 인정해주신 분이잖아.’

처음 피규어를 선물했을 때부터 느끼지 않았나.

이경복은 다른 이들의 노력과 성과를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할 줄 알고 그에 합당한 대접을 해주는 사람이었다.

부끄러움은 이내 잦아들었다. 그 빈자리에는 보다 커진 의욕이 자리를 잡았다.

“디자인 수정이 없다면 바로 시공에 들어가게 될 것 같아요. 권 대표님께서 4개 지점 모두 길어야 5일 내로 끝날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차례가 돌아오자 그녀는 밝은 얼굴로 보고를 시작했다.

“오? 생각보다 빠르네요?”

“네. 아무래도 오피스 컨셉이다 보니까 비품 자체는 구하기 쉽다고 하셨어요.”

“그러면 오픈은 아마 다음 주가 되겠군요. 시기가 좋습니다.”

박주호가 그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본 쪽 이모티콘 출시 시기도 그쯤입니다. 한국에 팝업스토어가 열린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일본 쪽에도 확실히 파급력이 강할 겁니다.”

“오! 좋네! 그때 우리가 홍보영상 공개까지 하면 완전 이슈겠는데?”

“이야, 서영선 사장님도 만족하실 수밖에 없겠는데요?”

NEVER 재팬에서 준비 중인 이모티콘 출시와 시기가 맞물렸다.

이에 다들 흡족해하는 와중 퍼그말리온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아, 저 이번 출장에서 장소랑 별개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게 있는데요.”

“아이디어요?”

“여기서 또 뭐가 나온다고요?”

그에 시선이 집중되자 그녀가 기분 좋게 웃음을 흘리며 홀로그램 이미지를 띄웠다.

“어? 이건 저번에 보여준 컨셉 시안이잖아요?”

“똑같은 거 아닌가…”

“아, 유니폼이 좀 다르네요?”

뭔가 싶어 눈을 굴리던 팀원들과 다르게 이경복은 차이점을 바로 발견했다.

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작게 탄사를 흘렸다.

“어? 그러네?”

“아, 이거 완전 귀엽다!”

“게랑 말과 물음표, 게말콘 자수로군요?”

“오… 이거는 팔아도 되겠는데요?”

퍼그말리온은 그 반응에 기쁜 마음으로 설명했다.

“백화점 둘러보다 보니까 의류나 스포츠 매장 직원 분들은 자사 제품을 입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그냥 보라색으로만 포인트 주는 것보다 좀 더 티를 내보면 어떨까 싶어서요.”

“아, 맞아. 매장 직원들은 그렇지.”

“퍼펙트 후드티는 오피스 컨셉이랑은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네네, 그래서 기차 기다리면서 구상해봤는데 권 대표님도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녀는 이내 눈을 굴리며 샵팬덤 대표의 반응을 되새겼다.

“저희 굿즈 중에서 의류 판매량이 확실히 좋다고 하셨거든요. 셔츠는 또 생산이 금방 되니까 이걸 2차 굿즈 의류 품목으로 진행할 수도 있으시다고.”

“아, 그렇지. 퍼펙트 후드티가 또 시기가 잘 맞았거든요.”

“세트로붙자 유니폼으로 또 많이 사주셨지.”

이에 다른 팀원들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후드티가 캐주얼한 만큼 좀 더 문구에서 굿즈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 디자인은 포인트만 살려서 범용성이 좋아 보입니다.”

“이 셔츠는 어느 자리에도 어울릴 것 같은데요?”

“아니, 저는 이거 나오면 진짜 당장 삽니다.”

팀원들의 호평에 이경복도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퍼그말리온 님은 대단하십니다. 일하시고 오는 길에도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라니. 정말 감탄밖에 안 나오네요.”

“아니, 저도 퍼플 님이 수용을 잘해주시니까 더 생각이 잘 나는 거라서요.”

“아, 확실히 그런 거 있죠.”

다들 동감하듯 웃으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이경복은 그에 가볍게 손뼉을 치며 정리했다.

“좋습니다. 게말콘 자수 셔츠, 이건 대표님이랑 직접 이야기해서 결정하도록 하죠.”

마침 회의 끝나고 샵팬덤 사옥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       *       *

이른 오후, 샵팬덤 사옥.

대표는 스케쥴 표를 앞에 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시공은 문제가 없을 거라 봐도 무방할 테고…’

오로라 백화점 측에서 소개한 업체와 진행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더욱이 서영선 사장의 지시로 진행하는 것이니 백화점 쪽에서 더 엄중히 감독할 터였다.

‘이제 중요한 건 판매 직원인데…’

당면한 과제는 팝업스토어의 실질적인 업무를 맡을 직원을 선별하는 일이었다.

샵팬덤 역시 팝업스토어 개점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전부 우리 쪽 직원으로 채우는 건 불가능이야.’

평범한 경우라면 MD팀 직원들이 수고를 해줄 터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려 4개 지점에다가 지역도 서울과 대구, 부산으로 흩어져 있었다.

게다가 운영기간이 하루 이틀도 아니니 MD팀 직원이 나가면 업무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다른 클라이언트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서는 안 되지.’

특별한 상황이라고 해서 기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혹 문제가 생기면 샵팬덤만이 아니라 이경복의 평판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었다.

‘결국 단기 알바를 구해야 된다는 건데…’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해야 하는데 이 또한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미숙한 직원을 고용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모처럼의 기회가 위기로 변할 수 있었다.

‘퍼플 님이라면 오로라 백화점 측에서 도와주겠지만, 샵팬덤은 아니지.’

이번 팝업스토어의 중심이 이경복이라고 해도 샵팬덤이 눈에 안 띄는 건 아니었다.

자칫 문제가 생기면 기껏 연결된 오로라 백화점과의 연줄이 바로 끊어질 터였다.

‘채용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이에 고민이 깊어지는 와중이었다.

“대표님! 퍼플 님 도착하셨습니다!”

“아, 고마워요.”

MD팀 팀장의 보고에 그는 바로 표정을 바꾸며 엘리베이터 앞으로 달려갔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이경복과 박주호가 들어왔다. 반갑게 그들을 맞이한 그는 바로 준비한 회의실로 그들을 안내했다.

“권 대표님, 출장 고생하셨습니다.”

“아유,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앞으로도 자주 할 일이고요. 시공 과정을 또 제가 직접 두 눈으로 지켜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경복의 감사에 그는 너털웃음을 흘리며 손을 내저었다. 이내 그가 상황을 알려주었다.

이경복은 박주호를 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퍼그말리온의 보고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다행입니다. 그럼 차주에 오픈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군요.”

“네네, 맞습니다.”

“자수 셔츠 건도 일정에 맞춰서 진행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 물론입니다! 역시 알아보실 줄 알았습니다. 이게 또 퍼펙트 후드티와 함께 히트할 예감이 들거든요!”

대표가 즐거워하자 이경복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하나 더 요청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아유, 말만 하십시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습니다!”

그가 흔쾌히 귀를 기울이자 이경복이 제안했다.

“이번 팝업스토어 직원을 혹시 제 팬 분들로 채용하는 건 어떨까요?”

“…네? 팬 분들이 판매를요?”

뜻밖의 이야기에 대표의 눈이 커졌다. 이경복이 그에 웃으며 이유를 설명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는데, 저는 팬 분들이 색다른 체험을 해주시길 원합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꼭 손님으로 방문할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개인적인 바람과는 별개로 실질적인 이점도 있을 거라 판단됩니다.”

대표의 시선이 돌아갔다. 박주호가 옆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첨언했다.

“팬 분들은 소속감과 애정이 남다르니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적습니다. 또한 퍼펙트 굿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니 일반 직원들보다 교육시간이 줄어들 겁니다.”

“확실히…”

그 설명에 대표의 눈이 빛났다.

“제가 듣고 정말 좋은 방안이다 싶은 게, 바이럴 효과도 있을 겁니다!”

“바이럴이요?”

“예! 홍보 영상과 메이킹 필름과 더불어 직원으로 채용된 팬들이 자발적으로 퍼플 오피스의 모습을 알려줄 테니까요! 그 현장감이 더 많은 팬들을 모을 겁니다!”

대표는 절로 웃음이 났다.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던 직원 채용문제가 이경복의 방문으로 가뿐하게 날아가 버렸다.

“퍼플 님과 저희 샵팬덤, 그리고 팬 분들에게도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장소.

퍼플 오피스는 그런 곳이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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