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2화 – 계란으로 바위치기 (1)
직원 고용은 물론 2층의 인테리어 배치까지 끝났다. 이경복은 2층에서 직원에게 업무를 설명했다.
“먼저 상품 포장을 하고 계산하시고, 손님이 없으면 선반 정리 부탁할게요. 선반에 재고가 없으면 바로 창고에서 꺼내서 채우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좋아요. 그리고 포장은 3단계 정도면 되겠네요. 더 좋은 포장을 원하시면 1층으로 안내해주시고요.”
“확인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잘 해봅시다.”
이경복은 직원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1층으로 내려왔다.
-이 젠틀함 무엇?
-이게 어떻게 블랙기업?
-서윗 보스 무냐구웃!
-지 사원은 왜 말 잘 듣는데에에!
-근데 진짜 추놈이었어도 앞에서는 잘 듣는 척 할 듯
-ㄹㅇㅋㅋ 뒤에서 뺑끼치지
-근데 원래 이렇게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되는 거?
-진짜 ㅋㅋ 저 정도는 그냥 다 알지 않나?
영업 개시와 더불어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이경복은 계산과 포장을 하면서도 시청자와 소통했다.
“아, 제가 직장 다닐 때 좀 느낀 게 있어서요.”
그 한마디에 시청자들이 반색했다.
-WA! 썰풀이 타임!
-갓플의 옛날 얘기는 못 참지 ㅋㅋㅋ
-25단계 포장을 하면서 소통하는 스머가 이따!?
-소통하는 잔잔한 방송(아님)
-킹반인한테는 개빡세지만 갓플한테는 저챗이나 다름 없다고 ㅋㅋㅋ
‘그냥 얘기하는 건데, 다들 귀엽다니까.’
이경복은 그 반응에 속으로 웃으며 기억을 더듬었다.
“제가 직장을 좀 여러 곳을 다녔어요. 물론 제가 모든 회사를 아는 건 아니라 일반화할 수 없기는 한데, 보통 새로 회사에 들어가면 하는 일이 다 비슷하더라고요.”
이직 경험이 여럿 있었지만 신입이 해야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마 아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신입이 바로 업무에 투입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보통 전임자 작업물들을 보면서 어떤 업무인지 파악하게 하더라고요.”
-그건 진짜 무적권이지 ㅋㅋㅋ
-바로 일 투입하면 찐 좋소지 ㅋㅋㅋ
-ㄹㅇㅋㅋ 맨날 채용공고 내는 회사는 다 이유가 있음
-회사 다니기 전에는 절차마다 매뉴얼이 있는 줄 알았음 ㅋㅋㅋ
-엥? 매뉴얼이 없음?
-매뉴얼은 뭔ㅋㅋㅋㅋ 대부분 주먹구구식이여 ㅋㅋㅋ
-업무는 관습법을 따릅니다^^
-관습법 ㅇㅈㄹ ㅋㅋㅋㅋ
공감하는 채팅들이 빠르게 올라왔다. 이경복은 그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다른 곳도 그런 곳이 많죠? 그런데 신입이 아무리 노력해도 작업물만 보고 업무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저도 그랬고, 그래서 회사에서는 선임을 붙여줍니다.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야 되니까요. 그래도 저는 최대한 혼자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는 곧 눈을 굴리더니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
‘특히 그 사람은 너무 불길해서 최대한 안 물어보려고 했었지.’
바로 전 직장의 선임이자 그가 연락처에 ‘인간언저리’라고 저장했던 인물이 떠올랐다.
이경복은 그 선임과 엮이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 역시 이경복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근데 아무리 봐도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일단 상황을 봤어요. 그 선임이 웹서핑을 하고 있더라고요? 아, 지금 물어보면 되겠다 싶었죠.”
당시에도 직감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더 미룰 수가 없었다. 이경복이 도움을 청하자 선임은 와락 얼굴을 구겼다.
“그 선임이 굉장히 싫은 티가 나더라고요. 물론 이해는 했습니다. 조금 쉴 수 있는 시간인데 방해하면 짜증나잖아요? 그런데 저한테 하는 말이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
-갓플이 어이없을 정도라고?
-아니 ㅋㅋㅋㅋ 이 형이 그럴 정도면 대체 무슨 말을 한 겨
-뭔지 몰라도 일단 그 사람이 잘못했음!
-ㄹㅇㅋㅋ 이건 백퍼지 ㅋㅋ
시청자들의 재촉에 이경복은 당시 상황을 순화해서 표현했다.
“선임이 절 보고 그랬습니다. 시간도 자산인데 지금 내 업무 시간을 뺏는 거 아니냐. 그럼 그 보상을 해줘야 되는 거다. 그러면서 제가 사회성이 없다고, 이렇게 부탁할 때는 커피라도 사오라고 눈치를 주더라고요.”
실제로는 약간의 욕설과 막말이 섞였지만 시청자들이 거기까지는 알 필요가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반응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뭐임? 미친 놈인가?
-와씨 듣자마자 빡치네ㅋㅋㅋㅋ
-후임 도와주는 것도 업무 아님? 업무 시간에 업무하는 건데 그게 왜 손해?
-???: 사고방식이 다릅니다
-무친ㅋㅋㅋ 사회성 ㅇㅈㄹ
-아 ㅋㅋ 나쁜말 마렵네?
-후임이 고마워서 사주면 몰라 그걸 달라고 하네 ㅋㅋㅋ
-완전 찌질한 것이고요?
-그거 백퍼 갓플한테 열등감 느껴서 그런 거일듯ㅋㅋㅋ
“크흠, 더 자세한 건 아무래도 특정될 수 있으니 말은 못 드리고요. 아, 근데 하나 웃긴 게 또 있습니다.”
자기 일처럼 흥분한 시청자들의 모습에 이경복은 웃음이 나왔다.
“그 이후로는 그 선임한테 묻기가 싫어지더라고요. 그냥 제가 혼자 노력하고 차라리 물어볼 거면 그 관련 부서 직원에게 찾아가서 물어봤습니다. 그렇게 적응을 했는데, 그 선임이 잘 가르쳤다고 칭찬을 받더라고요?”
-ㅔ?
-야앀ㅋㅋㅋ 그 선임쉑만 문제가 아니었넼ㅋㅋㅋ
-윗선들이 싹 다 문제였고?
-이정도면 선임이 그쪽 라인이었던 거 아님?
-이런 회사특) 무조건 문제 터짐ㅋㅋㅋㅋ
-진짜 얼탱이 터지네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더 황당해하자 이경복은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근데 이제 다 옛날이야기죠. 신입 업무 얘기가 나와서 한 번 해봤습니다. 지금 저희 팀원들이야 원체 잘하고 저보다 잘 아니까 가르칠 게 없기도 한데, 이 지 사원은 또 다르니까요.”
채팅창은 그에 동조하며 웃음을 흘렸다.
-실전경험에서 나온 서윗함이었고?
-이제는 그 선임쉑 시간보다 갓플 시간 가치가 높지ㅋㅋㅋ
-오히려 선임쉑이 인성 그따위라 다행이었고?
-여기서 쉴드를 친다고?
-아닠ㅋㅋ 쉴드가 아니라 그래서 갓플이 빨리 회사 나온 거잖슴!
-아 맞넼ㅋㅋㅋ 친절했으면 회사 더 다닐 뻔 ㅋㅋㅋ
-오히려 갓플 데뷔에 기여 했쥬?
지금은 다 잘된 일이었다.
* * *
개업 4주차가 마무리됐다.
이윽고 날이 바뀌며 이벤트 컷신으로 넘어갔다.
“아, 여기가 뱁새컴퍼니 지점인가 봅니다.”
주인공과 프레드가 함께 차량에서 내렸다. 그들 앞에는 화려한 색상으로 이목을 끄는 행사 직원들이 있었다.
“한 번 들어와서 보고 가세요!”
“개업기념으로 전 품목 50% 세일 중입니다!”
그들이 목청껏 소리를 높여 부르는 것처럼 건물 외벽에는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초장부터 반값 세일이라고?
-나름 대기업이라더니 돈으로 찍어 누르네 ㅋㅋㅋ
-진짜 상도덕도 없구만!
-블랙기업 행동이잖슴 ㅋㅋㅋㅋ
-뱁새쉑 빡세게 나오는 거 보소 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프레드 역시 별반 다른 심정이 아닌 모양이었다.
“설마 첫날부터 이 정도로 프로모션을 진행할 줄이야…”
“어이구, 이게 누구신가? 퍼플 아니야?”
그런 두 사람의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아는 체를 하는 말에 모두가 눈을 돌렸다.
그들 뒤에는 배가 불룩 나온 중년 남성이 거만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매튜?”
“아는 사이냐?”
주인공이 그를 알아보자 프레드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그 표정으로 보아 친밀한 관계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허, 회사에서 해고 됐다고 이제 상사 이름을 막 부르는구만. 그래 뭐, 이제 남남이니까 내가 이해해야지.”
매튜라는 남자가 혀를 차며 대답하자 다들 둘 사이의 관계를 알아차렸다.
“그런데 먼저 나한테 사과부터 해야 되지 않나?”
“사과라고요?”
“뭘 모르겠다는 표정이야? 퍼플, 네가 맡긴 일도 제대로 못 처리하니까 내가 책임을 뒤집어썼잖아?”
“책임이라니? 무슨…! 저는 해고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 그런데 난? 너 때문에 본사에서 좌천당해서 이런 구석탱이에서 지점장이나 하게 됐다고!”
두 사람의 대화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헛숨을 삼켰다.
“와, 야근하다가 병원에 실려 가기까지 했는데?”
시청자들은 물론 프레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는 한 발 앞서 나와 얼굴을 찡그렸다.
“그게 지금 퍼플에게 할 소리요!? 당신들이 내 조카에게 한 짓은 생각도 안 하고!? 이 아이는 하마터면 죽을 뻔 했소!”
“허, 그게 왜 우리 회사 잘못이라는 겁니까?”
“뭐…?”
매튜는 그에 적반하장으로 대응했다.
“아니, 자기 관리는 알아서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본인 업무 능력이 떨어지니까 그렇게 일에 치여 사는 거 아니에요?”
“이 사람이 그걸 말이라고…!”
“그쪽이 뭘 모르시나 본데 원래 그 정도 업무는 기본입니다. 나도 이 자리 오기까지 그랬고, 다른 직원들도 다 지금 그렇게 일하고 있어요!”
프레드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모습에 채팅창도 빠르게 올라왔다.
-아옼ㅋㅋㅋ 진짜 명존쎄마렵네
-AI인데 왜케 찰짐?
-개꼰대 빌런 구현 너무 잘했고?
-라떼팔이 바로 나와버리고ㅋㅋ
-현지화 ㅁㅊㄷㅁㅊㅇ
-팍씨! 초능력 맛 좀 볼래?
-형? 기프트샵 말고 살인청부로 업종 바꾸자!
-암살각 제대로 섰쥬?
-준비됐지 퍼? / 물론이지 플!
-???: 울어라 지옥참마도!
그러나 아쉽게도 매튜는 채팅창을 볼 수 없었다.
“뭐, 듣자 하니 퍼플 오피스인가? 동네 구멍가게 하나 운영하고 있다면서? 내가 옛정 생각해서 말하는데 그거 지금이라도 접고 떠나는 게 좋을걸?”
그는 주인공을 내리깔아보며 조소를 흘렸다.
“괜히 버티다가 빈털터리 되지 말라고 말해주는 거야. 회사에서 쫓겨났는데 여기서도 쫓겨나고 싶지는 않잖아?”
“야 이…!”
“삼촌, 진정하세요.”
프레드가 역정을 내려는 순간 주인공이 그를 붙잡았다. 왜 말리냐는 듯 돌아본 프레드는 곧 입을 다물었다.
주인공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걸 본 프레드는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났다.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필요한 것만 말씀 드리죠.”
“허?”
“먼저 쫓겨난 건 제가 아니라 그쪽입니다. 본인 스스로 좌천됐다면서요?”
“그건 너 때문에…!”
매튜가 그에 발끈했지만 주인공은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본사에서는 저를 비롯해 부하직원들 덕분에 버텼겠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뭐? 누구 덕분이라고?”
“제가 사장으로서는 선배니까 충고 하나 드릴게요.”
그는 담담한 목소리와 함께 매튜를 가리켰다.
“본사랑 다르게 점포 운영은 온전히 스스로 책임을 지셔야 할 겁니다. 그러니 더 이상 남 탓은 못 한다는 걸 기억하세요.”
“남 탓? 내가?!”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 선배말씀 잘 들으라니깐?
-매튜쉑 할 말 없쥬? 킹받쥬?
-쫓겨나는 건 네놈이었구연?
-리버스 꼰대 조아따
-ㄹㅇㅋㅋ 저러다 얼굴 터지겠다 ㅋㅋㅋ
얼굴이 벌게진 매튜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주인공은 더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프레드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이윽고 장소가 뒤바뀌며 말끔한 사무실이 나타났다. 정장 차림의 비즈니스맨이 두 사람의 앞에 있었다.
“빈센트, 이쪽이 내 조카 퍼플일세. 조카야, 이분이 마케팅 전문가이신 빈센트 씨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 ㅋㅋ 삼촌이 찾은 마케팅 대행사인가봄
-빈센트 씨 사업 잘하게 생깄네!
-관상 합격!
-아닠ㅋㅋ 관상이 왜 나왘ㅋㅋ
-네들은 사업하지 마라…
인사를 나눈 이후 빈센트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
“뱁새컴퍼니가 걱정이실 겁니다. 당분간은 그쪽에서도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일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예. 이 기간, ‘경쟁주간’에는 특히 점유율을 신경 써주셔야 합니다.”
빈센트의 말과 함께 시야 상단에 가로로 된 막대가 나타났다. 막대의 양 끝에는 ‘퍼플 오피스’와 ‘뱁새컴퍼니’ 라벨이 붙어 있었다.
“경쟁주간이 끝날 때까지 절반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해야 안전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고객들을 전부 빼앗기고 떠나실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빈센트는 그리 말하며 뱁새컴퍼니 쪽 끝을 가리켰다.
“저쪽에서 선수를 쳤으니 저희도 빠르게 따라잡아야 합니다.”
그 말과 함께 통제권이 돌아왔다.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 여기 보니까 뱁새컴퍼니쪽은 가속 표시가 있네요.”
-그러네 ㅋㅋ >>> 붙어있네
-반값 할인은 좀 세긴 햌ㅋㅋ
-그럼 우리도 맞대응 ㄱㄱ?
-기선 제압하려면 60%는 가야 되는 거 아님?
-아닠ㅋㅋ 너무 출혈이잖슴
-갓플은 팁으로 채우면 되자너 ㅋㅋㅋ
-고것도 맞긴 해 ㅋㅋㅋ
채팅창에 각기 의견이 쏟아지는 와중 빈센트는 홀로그램을 띄웠다.
“제가 제공해드릴 수 있는 프로모션들입니다. 확인해보시고 신중히 결정해주세요.”
새롭게 열린 마케팅 메뉴였다. 이경복은 그를 훑어보며 고민했다.
“할인은 일단 되네요. 다른 마케팅 수단도 있긴 한데, 레벨제한이 또 있네요.”
-마케팅 레벨이 여기서 적용되는 거였고?
-일단은 지금 할 수 있는 거 해야 되는 거 아님?
-그냥 바로 70%로 박죠?
-70%면 무조건이지 ㅋㅋㅋ
-근데 그러면 매튜쉑도 따라 오는 거 아님?
-치킨레이스 ㅎㄷㄷ
-이 형이라도 돈찍누 감당 되려나…
-아 ㅋㅋ 아무튼 갓플은 된다구욧!
이경복은 가능한 메뉴를 모두 살피고는 미소를 지었다. 레벨이 낮아 선택지가 많이 없었지만 유독 눈에 띄는 게 있었다.
그는 곧 결정을 내렸다.
“아뇨, 할인 없이 정가로 승부할 겁니다.”
“예?”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빈센트와 프레드는 물론이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솟아올랐다.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가격은 유지하지만 좀 다른 방식으로 가보려고요.”
이경복은 웃으며 메뉴를 선택했다.
* * *
퍼플 오피스 앞.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 쓴 남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가갔다.
“지점장님, 생각보다 손님이 줄지 않았습니다.”
그는 매튜의 지시로 퍼플오피스의 정탐을 맡은 직원이었다. 인이어를 통해 매튜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얼른 상황 파악해! 이걸 내가 하나하나 다 말 해줘야 하나!?>
바로 귀를 때리는 고성에 그는 얼굴을 구겼지만 곧 명령을 따랐다.
[기간 한정 특별가 판매!]
이내 입구 옆에 세워진 안내판을 확인한 그가 바로 보고했다.
“특별가라고는 하는데 구체적인 할인율은 표시되어있지 않습니다.”
<하, 그 구멍가게가 할인을 해봐야 얼마나 하겠나? 손님들한테도 알려주기 민망할 정도라서 그렇겠지.>
“한 번 가격을 보고 오겠습니다.”
직원은 또 매튜가 윽박지를라 빠르게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선반에 비치된 상품과 그 가격을 확인하고 헛숨을 들이켰다.
“이게 대체 뭔…”
<뭐야? 왜 그래? 할인을 얼마나 했는데?>
“아니, 그게… 할인이 아닙니다.”
직원은 황당함을 숨길 수 없었다. 특별가라고 했기에 당연히 할인행사라 생각했건만.
“가, 가격을 2배나 올렸습니다.”
<…올렸다고?>
오히려 상품의 가격이 전보다 더 비쌌다. 직원은 물론 매튜도 순간 멈칫했다.
사람이어도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건만 AI는 오죽하겠는가.
<반값도 아니고 2배라니? 그런데 왜 손님들이 거기서 물건을 산다는 거야!?>
“그, 그게…”
직원은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그 답을 찾아냈다. 바로 계산대에서 들려오는 이경복의 목소리였다.
“감사합니다. 50% 포인트 적립 되셨습니다.”
그는 해맑은 미소와 함께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포인트 적립, 그것이 이경복이 선택한 마케팅 방식이었다. 상품의 가격은 2배지만 그 절반은 포인트로 돌려주어 실질적으로 상품의 가격은 정가였다.
하지만 이 방식이 효과가 있었다.
-손님 헤벌죽한 거 보소 ㅋㅋㅋ
-진짜 이 형은 씽크빅이라니깤ㅋㅋㅋ
-게임파악 ㅁㅊㄷㅁㅊㅇ
-기프트 샵이라서 가능한 마케팅인 거시고요?
-ㄹㅇㅋㅋ 선물 가격은 싸다고 좋은 게 아니라니깐!
시청자들은 만족하는 손님들을 보며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이경복이 그 반응을 보며 웃음지었다.
“게임이라서 이렇게 했지만, 실제로는 선물 받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감사해야 할 일이죠. 그런데 다들 한 번쯤은 선물 받은 물건 가격을 확인해본 적 있잖아요?”
-아 ㅋㅋ RGRG
-한 번은 무슨 ㅋㅋㅋㅋ
-난 진짜 많이 해씀 ㅎㅎ ㅋㅋ ㅈㅅ;;
-바로 NEVER 최저가 검색 때려버리기!
-안 찾는 게 베스트인데 궁금한 건 못 참지 ㅋㅋㅋ
-ㄹㅇㅋㅋ 예상보다 가격 저렴하면 기분이 좀 그런데 비싸면 기분이 좋아지자너 ㅋㅋ
-약간 판도라가 상자를 여는 느낌이랄까?
-원시고대 가챠 중독자 등판 뭔데 ㅋㅋ
-아닠ㅋㅋ 선물가격 확인하는 것도 가챠냐고 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동감에 이경복도 웃음을 흘렸다.
“사실 할인 행사가 사람 모으기에는 좋긴 한데 이게 단기적인 효과거든요. 그만큼 물량이 많이 풀리니까 손님들도 재방문을 안 하겠다 싶었습니다.”
-진짜 첨에는 이 형이 왜 안 하나 싶었음 ㅋㅋㅋ
-하지만 다 생각이 있었던 거시고요?
-거기서 선물의 특성 딱 파악해서 포인트 제도를 뙇!
-명목가격만 높여서 선물의 가치를 높인다? 이걸 어케 생각함?
-진짜 이거 듣고 바로 육성으로 기함을 토함ㅋㅋㅋ
-빈센트도 깜놀해버렸자너 ㅋㅋ
이경복과 빈센트와의 대화를 떠올린 시청자들은 새삼 감탄을 표했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선물하는 사람은 생색내기 쌉가능인 거시고요?
-받는 사람은 비싼 선물이라고 만족도 올라감 ㅋㅋㅋ
-그런데 갓플은 정가에 판 거라 손해 보는 거 아무것도 없쥬?
-게다가 포인트로 돌려준 거라 손님은 재방문 못 참음 ㅋㅋ
-아닠ㅋㅋㅋ 참으면 손해자너
-킹직히 이건 갓플이 가장 이득이지
-이게 바로 퍼펙트 보스? 내가 알던 보스는 대체?
-장사가 잘 될 수밖에 없다니깐!
모두를 즐겁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