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5화 – 계란으로 바위치기 (4)
퍼플 오피스의 판매 경로가 인터넷까지 확장되었다. 그 담당을 맡은 직원, 곰PD는 제 업무를 착실하게 수행했다.
“사장님, 제품 사진을 좀 바꾸는 게 어떻습니까? 로렐라이 씨가 준 사진은 저희 가게와 어울리지가 않습니다.”
고급 직원답게 곰PD는 개선점도 제시했다.
“손님들이 직접 보고 사는 게 아니니까요. 허락해주시면 제가 다시 찍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맡길게요.”
이경복은 흔쾌히 그 제안을 수락했다. 시청자들은 이를 보며 웃음 지었다.
-곰피디 유능한 거 보소 ㅋㅋ
-뭐예요? 곰인데 왜케 똑똑해요!?
-이 정도면 찐 편집자님이 들어오신 거 아님?
-썸네일을 고르는 편집자.jpg
-진짜 ㅋㅋ 영상 썸네일 처럼 인터넷 쇼핑은 사진이 생명이지 ㅋㅋ
“실제로 퍼튜브 관리는 전적으로 맡기는 편입니다. 다들 보셔서 알지만 곰PD 실력은 아시잖아요?”
이경복이 가볍게 멘트를 던지자 시청자들도 적극 호응했다.
-풀영상도 재밌는데 편집본이 또 꿀잼이지 ㅋㅋㅋㅋ
-ㄹㅇㅋㅋ 퍼튜브 썸네일도 기가막히게 뽑자너
-제목 선정도 진짜 ㅋㅋㅋㅋ
-인터넷 특화 인재 수듄ㅋㅋㅋ
-영상보면 편집자보다 피디라고 부를만 하긴 해 ㅋㅋㅋ
그리 시청자들과 잡담을 나누는 사이 곰PD가 돌아왔다.
“사장님, 퍼펙트 후드티는 그냥 사진보다는 모델을 쓰는 게 어떻습니까? 괜찮으시면 제가 빈센트 씨께 연락드려보시지요.”
“아, 모델이라.”
그 제안에 이경복은 빈센트를 호출해 관련 메뉴를 살폈다. 이내 그는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음, 생각보다는 선택지가 적네요. 아마추어랑 프로모델 구분밖에 없다니 좀 아쉽습니다. 그냥 직원들이 입고 찍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아닠ㅋㅋ 형도 모델 썼으면섴ㅋㅋㅋ
-블랙기업 본성이 또?
-블랙기업사장특) 직원 부려먹는 걸 비용 절약이라 생각함
-현실 반영해서 모델 쓰라구욧!
시청자들이 그에 장난스럽게 채팅을 쏟아냈다. 이를 보던 이경복은 눈을 껌뻑이다가 작게 탄식했다.
“아, 맞네. 모르시겠구나. 샵팬덤에 올라온 사진들은 모델분들을 쓴 게 아니에요.”
-ㅔ?
-뭔솔?
-누가 봐도 완전 프로 사진인 거신디요?
-그게 모델이 아니면 누구라는 겈ㅋㅋ
-아니 설마사카?
-이 형 이렇게 말하는 거 보면 HOXY?
시청자들은 그에 황당해하다 이내 곧 맥락을 파악했다. 이에 이경복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사진사 분은 프로가 맞으시죠. 근데 그 옷 입은 사람은 저랑 퍼파고, 그리고 대한 씨입니다.”
-무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말이 되나 싶은데 이 형이 모델이라 생각하니까 ㅋㅋㅋㅋㅋ
-그 사진이 갓플 핏이면 킹정이짘ㅋㅋㅋ
-아니 근데 퍼파고 님도!?
-대한 씨는 번역만 잘 하는 거 아니었음?
-진짜 이 형은 인재풀이 무슨ㅋㅋㅋ
-전부 포즈도 잘 잡아서 백퍼 프로일 줄 ㅋㅋㅋ
-갓플은 그렇다치고 퍼파고랑 대한 씨는 왜 잘 함?
-5252, 또 퍼펙트 코칭을 해버린 거냐구웃!
새로이 깨달은 사실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왔다. 이경복은 그에 손을 내저으며 사실을 바로잡았다.
“아뇨아뇨, 저랑 퍼파고가 오히려 도움을 받았습니다. 대한 씨가 전직 모델이셨거든요. 그래서 사진사 분도 대한 씨가 연결해주셨고, 덕분에 좋은 사진이 나왔습니다.”
-무친 ㅋㅋㅋ 전직 모델?
-진짜 뭐 주변에 다 퍼펙트 해버리네 ㅋㅋㅋㅋ
-번역 모델? NEVER의 퍄퍄고를 말하는 것인가?
-알고 보니 퍼퍼고였구연?
-아닠ㅋㅋㅋ 그 번역모델이냐곸ㅋㅋㅋ
-이 형은 퍼파고에 퍼퍼고까지 다 가졌네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에 감탄하다가 이내 아우성쳤다.
-근데 메이킹필름 ㅇㄷ?
=ㄹㅇㅋㅋ 촬영했으면 비하인드 영상 풀어줘야지!
-즉.시.공.개.해
-그게 A컷이면 B컷도 있는 거 아님?
-장사는 됐고 촬영 썰이나 얘기해줘잉!
-주주총회 안건 올려잇!
“아니, A컷이 다 공개됐는데 B컷을요? 그건 좀 많이 어색할 텐데.”
쏟아지는 요청에 이경복은 실소가 나왔다. 하지만 이어지는 성화에 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겠습니다. 이건 샵팬덤 쪽에 한 번 문의해볼게요.”
-캬 ㅋㅋㅋ 이게 맞지!
-아 ㅋㅋ 이렇게라도 주주배당 해줘야지!
-그럼 지금 게말콘 자수 셔츠도 형이 실제 착샷 찍음?
-아닠ㅋㅋ 당연히 찍어야지ㅋㅋ
-메이킹 필름도 공개하는 거 맞지?
-진짜 이번에 안 하면 셔츠 하나만 살 거임!
-애초에 불매운동은 없는 거냐곸ㅋㅋㅋ
연이은 요청에 이경복은 흔쾌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물론이죠. 이번에도 촬영 계획이 있습니다. 메이킹 필름도 당연히 공개 할 거고요.”
-WA! 2차 배당!
-배당주기 ㅁㅊㄷㅁㅊㅇ
-갓플 구쭈! 미국 주식보다 좋다!
-아 ㅋㅋ 분기 배당으로 어딜 비비냐고
-이 형은 방송 밖도 꿀잼이자넠ㅋㅋ
그 대답에 채팅창에 환호가 가득해졌다.
‘사실 따로 촬영할 예정은 없지만⋯’
이경복은 그리 좋아하는 시청자들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퍼튜브에 공개될 영상은 그들이 예상한 것과 다르다.
‘홍보영상 촬영할 때 입을 거니까 거짓말은 아니지.’
그보다 훨씬 더 볼거리가 많을 터였다.
* * *
퍼플 오피스의 점유율은 과반수를 넘어 75%에 도달했다. 막대의 4분의 3이 차오름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뱁새컴퍼니의 점유율과 부딪쳤다.
-뱁새쉑들 이제 진짜 피 흘릴 때가 되었구연?
-다 집어삼키는 퍼플홀이 열렸다 이마리야
-WA! 한국인 귀화 찬스!
-한국인이면 선물은 퍼플 오피스에서 삽시다!
-이거는 뭐 싹빠라다스 각이지 ㅋㅋㅋ
달리 말하면 이제 남은 잠재고객 없이 고객은 서로에게서 빼앗아야 하는 시기라는 뜻이었다.
시청자들은 그 점유율 격차에 승리를 직감했다. 그리고 실제로 뱁새컴퍼니의 지분은 빠르게 잠식당하기 시작했다.
“아, 이벤트가 있나 봅니다.”
이경복이 여느 때처럼 개점을 누르자 화면이 컷신으로 넘어갔다.
이른 아침, 약간은 서늘한 공기 속에서 주인공과 직원들이 영업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부터 여기까지는 2층 창고, 이쪽은 배송이니까 품목 확인해서 송장 붙여주시고요.”
“예, 알겠습니다.”
가게 앞에 놓인 상자를 분류하던 그들 앞으로 누군가 힘없이 걸어왔다.
그에 주인공과 직원들이 눈을 돌렸고 그 시선을 따라 카메라가 돌아갔다.
가게를 찾아온 건 매튜였다. 당연하게도 모두 그를 적대시했다.
“⋯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우리가 아침 인사를 나눌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주인공의 냉랭한 말에 매튜는 지 사원을 힐끗 노려보았지만 그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눈을 부릅떴다.
-지 사원 위풍당당잼ㅋㅋㅋ
-실제 추놈 보다 낫구연?
-딱 보니까 매수 실패쥬?
-아 ㅋㅋ 퍼플 오피스 대우 어케 이기쉴?
-비전도 돈도 없는 사장 밑에서 누가 일하냐고 ㅋㅋㅋ
-매튜야 알아서 나락 가자 ㅋㅋ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흡족함을 내비쳤다. 그 사이 주인공이 재차 말했다.
“볼 일 없으면 그만 가주시죠?”
매튜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 순간 주름진 미간은 이내 억지로 펴지더니 입꼬리가 떨리며 올라갔다.
“에헤이, 이거 너무 까칠하구만. 그냥 이야기나 좀 하려고 온 건데.”
“당신이랑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아이고, 그래도 같이 동네에서 장사하는 처지 아닌가. 내가 처음에는 의욕이 좀 과했어. 그건 사과하지.”
그가 비굴하게 웃으며 쭈뼛쭈뼛 고개를 숙였다. 그에 게임 속 캐릭터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어처구니없어 했다.
-??????
-이제 와서 뭐 하자는?
-우린 그걸 의욕이 아니라 무례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이게 어떻게 사과? ㅋㅋㅋㅋ
-아직 목에 깁스가 덜 풀린 것 같은데ㅋㅋㅋㅋ
-이게 찐 ㅎㅎ ㅋㅋ ㅈㅅ 아니냐?
그 사이 매튜가 본론을 꺼냈다.
“자네가 이겼어. 그러니 경쟁은 이쯤에서 마무리 짓자고.”
“⋯뭐라고요?”
“아니, 할 만큼 하지 않았나. 응? 여기서 더 나아가봐야 이득 보는 건 손님들밖에 더 있겠어? 그러니까 이제 서로 터치 안 하고 각자 자기 손님들만 챙기는 게 좋다는 거지.”
-고작 한다는 말잌ㅋ
-???: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이거는 대놓고 담합인 거시고?
-아닠ㅋㅋ 담합도 아니고 걍 봐달라는 거지
-ㄹㅇㅋㅋ 퍼플 오피스는 출혈 경쟁 안 했는데?
-그냥 사업 확장했는데 뱁새가 죽은 거 아님?
-지금 손해 본 건 매튜쉑밖에 없지 않나?(진짜 모름)
-시종일관 얼탱이 터져버리기 ㅋㅋㅋ
-매하다 추튜야 ㅋㅋㅋㅋㅋ
당연하게도 주인공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본인 입으로 그러시지 않았습니까?”
“응⋯?”
“업무 능력이 부족하니까 제가 일에 치여 살았다고요. 그러니 지금 상황도 당신이 무능하니까 벌어진 게 아닐까요?”
“그⋯”
매튜의 얼굴 근육이 재차 경련했다. 억지로 만들었던 미소가 깨졌다.
하지만 그는 혀로 입술을 훑고는 허리를 숙였다.
“그건, 내가 정말 미안하네. 그러니 이만 끝내줘. 이러다가는 진짜 나도 끝이야⋯!”
“끝?”
“그렇다네! 해고당하는 건 물론 본사에서 배상 책임을 물을 거야! 자네도 뱁새컴퍼니가 어떤 곳인지 알지 않나⋯! 내가 그렇게 한 것도 다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었어!”
매튜의 구구절절한 변명에 이경복도 짧게 멘트를 쳤다.
“어우⋯ 진짜 못 났다.”
-퍼피셜 못난잌ㅋㅋㅋㅋㅋ
-진짜 순화해서 한 표현ㅋㅋㅋㅋ
-자기는 해고당하는 게 무섭다?
-진짜 ㅋㅋ 지는 아무렇지 않게 쥔공 해고해놓고 ㅋㅋㅋㅋ
-아 ㅋㅋ 게임이라고 너무 과장했네
-ㄹㅇㅋㅋ 책임자급인데 내로남불인 사람이 있겠⋯ 어?
-부하직원한테 책임 넘기는 상사가 어디 있⋯ 응?
-어허! 그마내!
모두가 질색하는 와중 주인공은 천천히 다가와 매튜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왜 그러나 싶은데 그가 고개를 든 매튜를 보며 말했다.
“제가 해고당해봐서 아는데, 그거 별거 아닙니다.”
“뭐⋯?”
“그리고 미리 조언해드렸잖아요? 이번에는 본인이 전부 책임을 져야된다고. 자기 일은 자기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게 성인이에요.”
주인공은 한심하다는 듯 그를 내려다보며 말을 맺었다.
“매튜, 애처럼 굴지 마세요.”
그 한마디에 매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거칠게 주인공의 손을 뿌리치고는 제 본모습을 드러냈다.
“뭐? 애? 내가 애라고!? 이런 건방진⋯! 휴전을 거절한 건 그쪽이야! 반드시,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다!”
-엌ㅋㅋㅋ 글치 ㅋㅋㅋ 자기 앞가림을 해야 성인이지
-매튜 어린이, 애 취급 받았다고 화나쪄요?
-바로 더추빤ㅋㅋㅋㅋ
-휴전은 뭔ㅋㅋㅋ 이미 패전인뎈ㅋㅋㅋㅋ
-3류 빌런 전용대사 떴다!
-셀프 플래그 뭔데 ㅋㅋㅋ
역정을 내며 돌아서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조소를 감추지 않았다.
* * *
매튜의 경고가 무색하게 퍼플 오피스의 점유율은 90%를 돌파했다.
-100% 바로 코앞인 거시고?
-뱁새컴퍼니 철수각 떴냐?
-용달차 대호황!
-아 ㅋㅋ 매튜쉑 재고도 많아서 많이 불러야 된다고
-아마 내일 영업하면 끝장 볼듯?
“그럴 것 같네요. 그럼 바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즐거워하는 채팅창에 이경복은 웃으며 영업을 끝냈다. 그리고 바로 내일로 넘어가기 위해 취침을 선택했다.
그런데 전환된 화면은 이전과는 달랐다.
“뭐지? 아침이 아니네요?”
날이 넘어가면 창밖의 배경이 밝아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직도 어둑한 밤이지 않나.
-뭐임? 왜 아침이 안 옴?
-설마 여기서 버그?
-퍼펙트 숏컷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 ㅋㅋㅋ
-???: 벌써 점유율 100%라고? 인정할 수 없어!
-점유율 달성 막으려고 아침이 안 오게 하는 거냐고 ㅋㅋㅋㅋ
-아닠ㅋㅋ 그건 에바짘ㅋㅋㅋ
시청자들도 의아해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버그는 아닌 것 같은데⋯’
몇몇 게임을 해본 이들이 제보를 해주지 않을까, 이경복이 채팅을 주시하는 와중이었다.
‘뭐지?’
불길한 기운이 감지됨과 동시에 그는 문을 열었다. 한 박자 늦게 와장창하며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
-뭐임? 방금 뭐임?
-창문 깨진 소리 같은데?
-설마 도둑?
-뭐예요!? 진짜 강도 이벤트가 있는 거예요!?
-하필이면 갓플 가게를ㅋㅋㅋㅋ
시청자들도 그 소리를 들었기에 누군가 침입했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경복의 판단은 달랐다.
“아니, 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냄새, 뭔가 매캐한 냄새가 납니다.”
비단 신기만이 아니라 플레이어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 후각 덕분이었다.
그는 바로 계산대로 뛰어 비상호출 버튼을 누르고 비치된 소화기를 찾았다.
“화재에요!”
이윽고 시청자들도 그 사실을 깨달았다. 계단 위 2층이 무척이나 밝지 않나. 분명 전등을 모두 껐는데 이렇게 밝을 수가 없었다.
-뭐예요? 왜 진짜 화재에요!?
-신토불이야 ㅇㄷ?
-진짜 장안에 화재가 되어버린 거냐구웃!
-아니;; 갑자기 불이 왜 나냐구욧!
이경복이 소화기를 들고 계단을 오르니 다행히 불씨는 크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했다.
-와씨 ㅋㅋㅋ 대응 늦었으면 2층 홀라당 다 탈 뻔
-하지만 주인이 갓플이었고?
-다행히 바닥만 좀 탔네 ㅎㄷㄷ
-이거는 인테리어로 교체하면 될듯?
불길이 잦아들자 시청자들은 그에 안심했다. 그런데 그 중심에는 깨진 유리병이 보였다.
“화염병?”
사고가 아니라 방화라는 증거였다. 이경복의 눈은 바로 깨진 창으로 돌아갔다.
이어 창가에 다가가니 멀리 달려가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상당히 거리가 멀어져 윤곽만 어슴푸레 보일 따름이었다.
-그냥 화재가 아니라 방화 이벤트도 있다고?
-자영업 난이도 ㅁㅊㄷㅁㅊㅇ
-방화범쉑 벌써 도망쳤네 ㅅㅂ
-직접 들어왔으면 바로 검거했을텐데ㅋㅋㅋㅋ
-아오 누군지 보이지도 않네
“아뇨, 매튜입니다. 아쉽게도 이미 사라져서 쫓아갈 수는 없겠네요.”
시청자들은 몰라도 이경복은 그 윤곽만으로 정체를 파악했다.
-매튜쉑이 방화범?
-무친ㅋㅋㅋ 아예 경쟁밀리니까 가게 태워먹으려고 한 거네 ㅋㅋ
-후회하지 말라는 게 이런 의미였고?
-아닠ㅋㅋ 나락 가자니까 셀프로 더 내려가네
-???: 밑바닥에도 바닥이 있다는 것을!
-옼ㅋㅋㅋ 경찰왔다
-철컹철컹 각이고요?
시청자들이 그에 놀라는 와중 호출을 받은 경찰들이 도착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들은 이전 좀도둑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화염병과 깨진 유리창으로 방화는 확실합니다. 그런데⋯ 가게에 별다른 보안 장비를 구비하시지 않으셨군요. 최선을 다하겠지만 수사에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으음, 외부는 물론 내부 CCTV도 없네요. 단순히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향후 보안을 위해서도 구입을 고려해보세요.”
매튜의 범행이라는 증거가 없었다. 이에 시청자들이 탄식했다.
-인자강 스노우볼이 이렇게 구른다고?
-갓플이 뛰어나서 보안장비를 안 산 게 오히려 독이 됐네 ㅅㅂ
-아니 ㅋㅋ 설마 방화까지 저지를 줄 알았냐고
-킹직히 영업 중에는 갓플이 퍼펙트 시큐리티 그 자체였다 이마리야
-콩밥까지는 못 먹이고 폐점으로 끝내야 할 듯
-일단 영업은 되니까 뭐 ㅋㅋㅋ
아쉬워하는 채팅에 이경복은 얼굴을 굳혔다.
‘이상하네. 이런 문제가 생길 거라면 미리 느낌이 왔을 텐데⋯’
방화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었다면 취침을 선택하기 전에 불길함이 느껴지지 않았겠나. 하지만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이경복이 그 연유를 고민하는 사이 게임 상황은 다음날로 넘어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컷신이 있었다.
“방화요?!”
“아니,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출근한 직원들이 이야기를 듣고 놀란 듯 걱정했다. 주인공은 그에 힘없이 웃음을 흘렸다.
“저는 괜찮습니다. 범인은 못 잡았지만, 다행히 영업은 가능하고요.”
“예, 일단 아무도 안 다쳐서 다행입니다.”
곰PD는 그에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지 사원의 반응이 약간 달랐다.
그는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가 깊이 심호흡하고는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그 범인, 어쩌면 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네?”
주인공은 물론 이경복과 시청자들도 의아해했다.
“오? 뭐죠?”
-뭐지? 유전자 레벨의 추리력이 나오는 것인가?
-아닠ㅋㅋ 추리가 아니라 증거가 필요한 거잖슴
-지 사원! 뭔가 알고 있는 거냐구웃!
-혹시 매튜가 지 사원한테 방화 의뢰했었던 걸지도?
-아닠ㅋㅋ 이직 시켜준다고 해도 그걸 누가 해 ㅋㅋㅋ
지 사원은 슬쩍 눈을 내리깔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이전에 매튜가 이직을 조건으로 제게 부탁한 게 있습니다.”
“매튜가요?”
“네, 물론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고민은 했었습니다. 그래서 매튜에게 ‘준비물’을 받아둔 게 있습니다.”
그는 그리 말하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다른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이내 지 사원은 사다리를 가져와 2층 구석 천장에서 무언가를 꺼내왔다.
“이건⋯?”
“카메라입니다. 매튜는, 제가 손님들과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고 그 영상을 찍어 전달해주길 원했습니다.”
“아하, 그 영상으로 퍼플 오피스의 평판을 떨어뜨릴 생각이었군요.”
옆에서 듣고 있던 곰PD가 그 의도를 유추해냈다.
-무친ㅋㅋㅋ 리뷰도 조작하더니
-선날승의 표본 답고?
-근데 이게 왜 아직도 남았음?
-쥐놈답게 수틀리면 넘어가려고?
-5252, 결국 이름값을 해버리는 거였냐고!
거절했다면서 왜 카메라가 남아있을까. 주인공도 비슷한 의문이 들었는지 지 사원을 돌아봤다.
“매튜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걸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카메라가 남아있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게⋯ 저는 사장님처럼 능숙하지 않으니까요. 가게에 CCTV도 없으니 절도나 문제가 발생하면 증거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냥 놔뒀습니다.”
-앗⋯!
-하긴 ㅋㅋㅋ 갓플만큼 대응 완벽히 할 수가 없지
-???: 사장님 CCTV는요?
-???: 지 사원이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
-블랙기업특) 직원이 사비로 비품 구매함
-아 ㅋㅋ 필요하면 알아서 준비하라고ㅋㅋㅋ
-이건 블랙기업이 잘못했네!
시청자들이 그에 장난스럽게 웃는 사이 지 사원은 카메라의 영상을 확인했다.
“어제 밤이라면 분명 이 파일이⋯”
“아, 여기네요!”
카메라는 가게 안을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 구도상 바깥 창도 보였다.
“그런데 너무 어두워서 누가 있는지는⋯”
시간대가 밤이라서 그런지 시야가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지 사원이 자신 없어 한 순간이었다.
창 너머에서 훅하고 불길이 치솟더니 일순간 방화범의 얼굴이 드러났다.
“나왔네요!”
일시 정지된 화면에는 화염병에 불을 붙이는 매튜의 모습이 정확히 기록되어 있었다.
너무나도 명확한 증거였다.
-여기서 추놈이?
-추놈이 활약한다, 그게 진짜 배신이잖아?
-5252, 퍼펙트 배신 무냐구웃!
-매튜쉑ㅋㅋㅋㅋ 지 사원 매수하려다가 오히려 걸려버렸쥬?
-매승매박 ㅁㅊㄷㅁㅊㅇ
-매튜쉑 ㅋㅋ 해고될까봐 걱정하더니 이제 괜찮아졌네
시청자들이 그에 흥겨워했다. 이경복도 웃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러게요. 감옥 가면 굶지는 않을 테니까요.”
뱁새컴퍼니에서 해고된 매튜의 새 직장은 감옥으로 결정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