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6화 – 계란으로 바위치기 (5)
화창한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왔다. 그러나 그 밝은 햇빛과 달리 매튜의 안색은 어두웠다.
“아직도 화재 뉴스가 하나도 없다고…?”
그는 홀로그램 뉴스를 뒤져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는 그 기사를 찾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화염병 하나로는 부족했나? 젠장, 서너 개는 던졌어야…!”
그는 제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이내 그는 거칠게 홀로그램을 치우고는 제 사무실을 서성였다.
“빌어먹을! 다음 기회는 없을 텐데! 그 자식도 바보는 아니니까 방범 CCTV를 설치할 거고…!”
퍼플 오피스를 없앨 기회는 한 번뿐이었다. 매튜는 그 기회를 소모해버렸다.
“다른, 다른 방법을 찾아야…”
홀린 듯이 중얼거리는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조소를 숨기지 않았다.
-다른ㅋㅋㅋ방법ㅋㅋㅋㅋ
-다음 기회 (안 옴)
-ㄹㅇㅋㅋ 이미 물 건너 가버렸쥬?
-얘! 감방에서 살아남는 법이나 찾아보렴!
-핫하! 추놈의 배신 맛 좀 봐라!
반면 게임을 해본 소수의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표했다.
-와 ㅋㅋ 이게 이렇게 되는구나
-대사 보니까 CCTV 설치 안 하는 게 조건인 듯?
-게다가 직원이 배신 안 하게 충성도도 높아야 됨 ㅋㅋㅋㅋ
-무친ㅋㅋㅋ 난이도 개빡세다 진짜 ㅋㅋㅋ
-아? 완전 빡센 루트임?
-둘 중 하나 하기도 힘든 걸 둘 다 해버리는 스머가 이따!?
-엌ㅋㅋ 알고 보니 어겜스 행동이었쥬?
이를 본 다른 시청자들도 재차 웃음을 터트렸다. 그 사이 카메라가 전환됐다.
“요즘에는 진짜 손님이 없네요.”
“우리야 편해서 좋긴 한데…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뱁새컴퍼니 지점 직원들이 나누는 대화였다. 점유율 하락의 여파인지 매장은 손님 하나 없이 한산했다.
하지만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WA! 인기매장!
-알바특) 한가하다고 말하면 손님들 몰려옴
-아닠ㅋㅋㅋ 이 사람들도 손님인 거냐고 ㅋㅋ
-가게를 찾아왔으면 손님이다, 그게 상식이잖아?
-복장도 통일한 단체손님입니다만?
다만 그 손님들의 복장이 남달랐다. 권총을 들고 들어선 경찰들이 직원들을 진정시켰다.
“놀라지 마세요. 용의자를 체포하러 왔습니다.”
“조용히 건물 밖으로 나가주십시오.”
뒤이어 경찰차들이 더 도착했다. 그들은 신속하게 건물을 포위했고, 내부로 진입한 경찰들은 조용히 사무실로 향했다.
-올 것이 왔군!
-꿀잼 일발 장전!
-매튜쉑 아무것도 모르쥬?
-???: FBI! OPEN UP!
-???: 꼼짝말고 손들어!
-가불기 뭔데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기대를 내비쳤다. 이윽고 경찰들은 그 바람대로 문을 박차며 사무실을 급습했다.
“뭐, 뭐야!?”
“손 들어!”
“저항하지 마십쇼!”
갑자기 들어온 경찰들이 윽박지르자 매튜는 사색이 됐다. 여러 개의 총구가 자신을 겨누는 걸 본 그는 석상이라도 된 것처럼 굳어버렸다.
“왜, 왜 이러십니까!?”
매튜는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를 쥐어짜냈지만 경찰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매튜, 당신을 퍼플 오피스 방화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무기를 소지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
“예? 바, 방화요?”
일순간 매튜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그는 제 범행을 부인했다.
“오, 오해입니다! 방화라뇨! 무기도 없어요! 일단 진정하시고…!”
그러나 그 행동은 오히려 경찰의 신경을 자극했다.
“잡아!”
“끄악…!”
매튜는 바로 제압당해 바닥에 넘어졌다. 경찰들은 신속히 그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캬 ㅋㅋ 이거지 ㅋㅋㅋ
-즉.시.체.포
-외국겜 답게 공권력이 살아있구연?
-팍씨! 민중의 지팡이 맛 좀 볼래?
-매튜쉑 혓바닥 너무 길었고?
-엌ㅋㅋ 개꼬시닼ㅋㅋㅋㅋ
통쾌해하던 시청자들은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체포당한 매튜가 경찰차 쪽으로 인계되는 와중 모두의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여기 점장님이 범죄자였다고?”
“뱁새컴퍼니는 범죄자를 점장으로 임명했단 말이야?”
“세상에… 여긴 다시 못 오겠네.”
직원들은 물론 근처를 지나던 사람들도 경찰차가 많아서인지 구경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화면이 암전되며 곧 지역 뉴스가 나왔다.
[뱁새컴퍼니 지점장, 경쟁 가게에 방화]
[뱁새컴퍼니 본사, 방화범죄와 연관 부인]
[뱁새컴퍼니 관계자, ‘개인의 일탈’로 일축]
큼지막한 헤드라인이 순차적으로 지나갔다. 시청자들은 그에 웃음을 터트렸다.
-무친ㅋㅋㅋ 킹인의 갓탈 등판ㅋㅋ
-아닠ㅋ 이거 현지화 맛집이었넼ㅋㅋ
-매튜쉑 바로 손절당해버렸고?
-꼬리자르기 ㅁㅊㄷㅁㅊㅇ
-블랙기업 행동 바로 나오넼ㅋㅋ
-뱁하다 추새컴퍼니야!
-하지만 이미 뱁새쉑들 이미지도 같이 나락행이쥬?
-어디처럼 A업체 이런 식으로 안 나와서 좋네ㅋㅋㅋ
이윽고 화면이 점점 줌아웃되었다. 카페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과 함께 그 주변에는 상인회장인 에단을 비롯해 다른 상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허, 방화까지 하려 했다니 완전 미친놈이구먼!”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었다니 정말 소름끼치네요.”
“퍼플 씨가 바로 대처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앞으로 뱁새컴퍼니가 이 동네에 들어올 일은 없을 겁니다. 상인회의 이름을 걸고 막을 테니까요.”
한 마디씩 하던 상인들은 마지막 에단의 말에 다들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 지점도 철수했나보네 ㅋㅋ
-갓플 카르텔 바로 행동하는 거 보소ㅋㅋㅋㅋ
-퍼와바리 확보 완벽하구연?
-이것이 점유율 100%의 힘이다 이마리야
시청자들이 웃는 것처럼 주인공 역시 미소와 함께 감사를 표했다. 이윽고 컷신이 끝나고 게임은 다시 플레이로 돌아왔다.
“어? 시간이 3달 차로 되어있네요?”
흐뭇하게 컷신을 감상하던 이경복은 바로 변화를 눈치챘다.
“아무래도 매튜가 쫓겨나면서 시간이 빨리감기 된 모양입니다. 이러면 개업한 지 1분기가 지난 셈이네요.”
-스토리 이벤트 끝나서 시기 보정한 듯?
-그럼 개발자는 원래 한 3달 정도는 봤다는 거?
-???: 점유율 쌈하면 이정도는 걸리겠지?
-???: 쟌넨! 퍼펙트 숏컷데스!
-ㄴㄷㅆ 침투 뭔데 ㅋㅋㅋㅋ
-킹치만 뜻은 전달됐죠?
-다행히 스킵 된 시간동안 수익은 정산됐네 ㅋㅋ
시청자들도 상황을 파악했는지 빠르게 반응이 올라왔다. 이윽고 그 너머로 프레드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조카야, 아주 좋은 소식이로구나! 점유율 경쟁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어!>
그는 쾌활한 웃음과 함께 손뼉을 쳤다. 그러자 시야 상단에 위치해 있던 100% 점유율 그래프가 사라졌다.
<뱁새컴퍼니가 철수까지 했으니 앞으로 걱정은 없겠어. 아니, 삼촌은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참에 그 자리에 퍼플 오피스 2호점을 내보는 건 어떻겠니?>
프레드가 목소리를 높이자 그 옆에 텅 비어버린 건물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물론 급할 건 없단다. 하지만 언제든 결심을 한다면 삼촌에게 연락하려무나! 다시 한 번 더 축하한다!>
그렇게 프레드가 통화를 끝내자 이경복은 눈을 빛냈다.
“오, 경영 모드라는 게 생겼네요?”
새롭게 추가된 메뉴였다.
가볍게 터치하자 시야가 뒤바뀌며 주변 구역이 조감도로 나타났다.
[하나의 상점을 관리하는 ‘운영’모드와 달리 ‘경영’모드에서는 플레이어의 프랜차이즈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지점을 늘리고, 브랜드 가치를 올려 수익을 늘려보세요!]
안내 메시지에 이경복은 짧게 탄사를 흘렸다.
“아, 그렇죠. 가게 하나만으로는 프랜차이즈라고 안 하니까요. 운영모드는 ‘시뮬레이터’, 경영은 ‘시뮬레이션’에 더 가까운 느낌이네요.”
-보통 동네 유명가게들이 프랜차이즈 되는 게 이런 방식이지ㅋㅋ
-이게 바로 자영업자들의 꿈이다 이마리야
-ㄹㅇㅋㅋ 보면 가맹점 문의 다 써져있음
-퍼플 오피스 2호점 빨리 열어줘잉!
-즉.시.오.픈
-퍼확행 가즈아!
-퍼플의 확장주의적 행보를 말하는 거신가?
시청자들의 오픈 요구에 이경복은 멋쩍게 웃음을 흘렸다.
“자, 저도 2호점을 열고 싶지만 오늘 방송은 이만 끝낼 때가 됐네요.”
그의 선언에 채팅창은 아쉬움이 가득해졌다.
-킹니 갓써가 또?!
-으아니! 내일 휴방일이잖슴!
-휴방이니까 좀만 더 해줘잉!
-퍼손실 못 참아!
-내가, 내가 죽는다구요!
-휴방일에 대비한 꿀잼권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투정에도 불구하고 이경복은 바로 게임을 종료했다.
장소가 스튜디오로 바뀌자 채팅창에 눈물 이모티콘이 가득해졌다.
“여러분, 퍼플오피스 2호점을 보고 싶으신 거죠?”
도중 이경복이 꺼낸 말에 채팅창의 눈물은 물음표로 바뀌었다. 방송이 끝나가는 마당에 그건 왜 묻는단 말인가.
“게임이 있으신 분들은 직접 분점을 개업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는 그리 말하며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팬페이지와 퍼지데이 팬카페의 화면이 나타났다.
“저번에 많은 분들이 굿즈 모드를 요청해주셨는데 이건 아쉽게도 제공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퍼플 오피스 테마를 퍼파고가 준비해줬습니다!”
-갓플 공식 테마가 나와버렸다!?
-엌ㅋㅋㅋ 당장 구입간닼ㅋㅋ
-공식은 못 참지ㅋㅋㅋㅋ
-???: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청자들이 원하는 테마를 제작했습니다.
-넘모 퍼파고 답구요?
-특급 직원 행동 무냐구웃!
-블랙기업답게 주주에게 지점장을 시키는 것이고?
-아 ㅋㅋ 굿즈 사면서 굿즈도 파시라구요 ㅋㅋㅋ
-퍼이츠www 블랙마켓이 아니라 퍼플마켓을 만들어버리는www
언제 시무룩해졌냐는 듯 시청자들은 기운을 되찾았다. 그리 기뻐하는 채팅창에 이경복은 속으로 웃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할 예정인데.’
이 중에 실제로 직원이 될 사람들이 있을 터였다.
“좋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방송에서 다시 뵐게요! 트바!”
그렇게 이경복은 시청자들의 인사를 받으며 방송을 끝냈다.
* * *
방송이 끝난 후, 지놈의 방송.
그는 이경복의 채널에서 유입된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퍼플 오피스 테마? 사장님이 그런 것도 준비했다고?”
-따끈따끈한 신상이다 이마리야
-프테 함 해보쉴?
-킹직히 지 사원이 분점 내야 되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
-즉.시.실.행
-얼른 퍼플 오피스 2호점 개업하라니깐!
시청자들의 요청에 지놈은 먼저 감탄을 터트렸다.
“아니, 2호점이면 벌써 경영 모드 들어갔다는 거잖아? 오늘 2일 차인데?”
그는 눈을 껌뻑이다가 이내 웃으며 손뼉을 쳤다.
“햐, 역시 우리 사장님 진짜 빠르시네. 어떻게 2일 차에 경영까지 해금해버리지? 아니, 근데 나는 이미 그 게임을 했어요. 방송 본 게놈들은 알걸?”
지놈은 곧 플레이 요청을 거절했다. 종합 게임 스트리머답게 그는 출시 당일에 프랜차이즈 테일을 플레이 했었다.
그 말에 시청자들이 그 플레이를 돌이켜보았다.
-아니 ㅋㅋ 근데 형은 경영이라고 하긴 좀ㅋㅋㅋ
-ㄹㅇㅋㅋ 손님들이랑 싸우는 사장이 어디 있냐구웃!
-사실상 드잡이 시뮬레이터였다 이마리야
-그때부터 추놈의 싹이 보인 거라니깐!
-엌ㅋㅋㅋ 그러넼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놀림에 지놈은 과장스럽게 발끈했다.
“아니, 야. 솔직히 양심 있으면 너희들이 그때 쓴 멘트를 봐라. 진짜 개 얄밉게 긁었다니까? 이거 큐튜브에 증거 다 남아있거든? 지금 한 번 다시 까봐?”
-응~ 아니야~ 형도 문제야~
-아 ㅋㅋ 덕분에 방송각 많이 뽑았잖슴!
-킹직히 퍼펙트 굿즈 팔았으면 얘기가 달랐다.
-ㄹㅇㅋㅋ 그때는 이 형 굿즈도 안 낼 때라 순정으로 했자너
-순수하게 추놈이라서 놀린 겁니다만?
-아 ㅋㅋ 꼬우면 굿즈 내보시던가요
당연히 그에 위축될 시청자들이 아니었다. 지놈은 혀를 차고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꾸었다.
“야씨, 내가 너희들한테 또 속겠냐? 아, 근데 굿즈하니 말인데 오늘 방송에서 2차 굿즈 또 공개 됐다며? 게말콘 자수 셔츠? 아주 기깔나게 뽑혔다던데?”
-ㅇㅇ 개잘나왔음
-나오면 무적권 산다 ㅋㅋㅋㅋ
-아닠ㅋㅋ 굿즈인데 왜 디자인이 이렇게 좋냐고 ㅋㅋㅋ
-금손이 한 건 역시 다르다니깐!
-ㄹㅇㅋㅋ 이 형이 한 거랑 차원이 다름
쏟아지는 극찬에 지놈은 은근슬쩍 시청자들의 반응을 떠보았다.
“방송에서는 유니폼으로 나왔다며? 그거 내가 입으면 좀 어울릴것 같지 않냐?”
-님 입었잖슴?
-ㄹㅇㅋㅋ 지 사원 입고 일했는데유?
-아 ㅋㅋ 추놈은 못 입고 지 사원만 입을 수 있다고
-NPC를 부러워하는 스트리머가 이따!?
-킹직히 지 사원은 오늘 한 몫했다 이마리야 ㅋㅋ
-NPC 압승 각이쥬?
-이 형이 입으면 코스프레 되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
-본인이 본인 코스 뭔데 ㅋㅋㅋ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지놈은 그에 시청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흐름을 틀었다.
“아, 내가 사장님께 들은 얘기가 좀 있는데 반응 보니까 못 하겠네. NPC가 해주겠지 뭐.”
-????
-아 ㅋㅋ 인질이 좀 쎄다?
-하남자 행동 멈춰!
-NPC 그거 데이터 쪼가리 아니냐?
-ㄹㅇㅋㅋ 우리 형한테 어케 비빔?
-게놈식 태세전환 ON!
-형 뭐 돼? 되네!
-갓플이랑 직접 소통 넘모 부럽고?
-얼른 썰 풀엇!
시청자들이 그에 호기심을 내비치자 지놈은 못 이긴 척 이야기를 꺼냈다.
“쓰읍, 쪼꼼 아쉽긴 한데 말해줄게. 2차 굿즈 언제 파는지 대충 나왔어.”
팝업스토어는 비밀이지만 2차 굿즈의 출시 시기를 알려주는 건 문제가 없었다.
“지금 고쿠키야 공장에서 프리미엄 피규어 뽑는다고 아주 박차를 가하고 있을 거야. 아마 조만간 국내 들어올 거고, 본격적인 판매는 다음 주? 그쯤 시작할 거야.”
-WA! 차주 출시!
-무친 ㅋㅋㅋ 바로 다음주?
-생각보다 넘모 빠른 것이고?
-아 ㅋㅋ 오늘부터 단식 간다!
-나도 다이어트하고 지갑도 다이어트할 절호의 기회!
-더블 다이어트 뭔뎈ㅋㅋㅋㅋ
-콩팥… 떼야겠지?
-미쳤냐곸ㅋㅋㅋㅋ
그리 즐거워하던 시청자들은 이내 부러움을 표했다.
-고쿠키야는 그럼 한국보다 먼저 나오나?
-맞네 거기는 더 빨리 나올 듯?
-와씨 개부럽다
-아 우리도 오프라인 매장 있으면 좋을 텐데
-ㄹㅇㅋㅋ 샵팬덤보다 매장 오픈런이 경쟁률 더 낮을 듯
-이제 일본 팬들이 구쭈를 더 쉽게 구하겠네
-아 ㅋㅋ 퍼펙트 투어갈 때 고쿠키야 꼭 들러야겠다 ㅋㅋㅋㅋ
그 반응에 지놈은 잠시 눈을 굴렸다. 그리고는 슬쩍 돌려 말했다.
“아니, 뭐 그렇게 부러워할 건 없지. 우리 사장님한테는 한국 팬들이 언제나 1순위잖아. 대회 할 때도 느껴봤겠지만 일본 팬들은 할 수 없는 게 더 많잖냐.”
-고건 맞지 ㅋㅋㅋ
-퍼플 보유국만의 강점은 무시할 수 없다 이마리야
-크윽! 우리나라도 피규어를 잘 만들었다면…!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이에 시청자들은 수긍했지만 여전히 부러움이 남아 있었다.
지놈은 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속으로 웃을 따름이었다.
‘팝업스토어에 채용공고 올라오면 아주 뒤집어지겠네.’
이경복이 준비한 서프라이즈가 공개되면 한국과 일본의 입장은 완전히 뒤바뀔 게 분명했다.
지놈은 그에 웃으며 눈을 굴렸다. 시청자들에게 말 안 했지만 이경복에게 들은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었다.
‘홍보 영상 찍고 공개한다던데, 무슨 컨셉으로 찍으려나?’
시청자들 보다는 많이 알지만 그 역시 궁금한 게 있었다.
* * *
늦은 밤, 캡슐 스튜디오.
최병훈과 매드맨, 그리고 조대한이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일단 이렇게 스토리보드를 짜놨는데…”
그들 앞에는 이번 홍보 영상 촬영의 개략적인 흐름을 나타낸 스토리 보드가 있었다. 조대한이 써온 대본을 토대로 최병훈이 장면을 구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다.
“대한 씨가 노력 많이 한 거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봐봐. 스토리 보드만 봐도 보이잖아. 너무 담은 게 많다니까?”
최병훈은 스토리 보드를 짚으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로라 쪽에서 요구한 게 뭐야? SNS에 올릴 ‘쇼츠’야, ‘쇼츠’. 그 이름대로 짧고 입팩트 있는 장면만 보여줘야 된다고. 근데 이거 전부 쇼츠에 담을 수가 없어요.”
“그건 그렇긴 한데요…”
“그치? 대한 씨도 느끼고 있잖아. 이거 대본 수정할 수밖에 없어요.”
오로라 백화점은 영상 제작에 터치를 하지는 않았지만 형식은 명확하게 짚어주었다.
스토리보드에 나온 대로 영상을 만들면 너무 길어서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장님이 보여주고 싶은 건 전부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라면 조대한은 영상전문가인 최병훈의 말을 전적으로 수용했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쇼츠 길이에 맞게 대본을 수정해버리면 이도저도 아니게 됩니다. 쇼츠라고는 해도 조금 길게 갈 수는 없을까요?”
이경복이 자신을 믿고 맡긴 일이었다. 영상편집은 최병훈이 전문가지만 일본 담당은 자신이었다.
주어진 책임이 있는데 여기서 적당히 타협할 수는 없었다.
“그거야 나도 알지, 왜 모르겠어? 대한 씨가 짜온 대본, 퍼튜브에 올리는 거였으면 이런 얘기 하지도 않아. 그만큼 잘 썼다는 거 인정하고, 나도 그래서 스토리보드로 바로 짜본 거야.”
최병훈은 다시금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대한 씨, 이거 홍보영상이잖아. 다른 거 터치 안 해도 오로라에서 요구한 조건이라 바꿀 수가 없어요. 나도 진심으로 아쉽지만 이건 수정해야 돼.”
그의 단호한 말에 조대한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표정에서 새어나오는 불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에 최병훈의 눈빛도 날카로워졌다. 더 이상 타협은 없다는 듯 그는 팔짱을 낀 채 조대한을 바라보았다.
‘하… 이거 진짜 미치겠네.’
팽팽한 분위기에 난감한 건 중간에 낀 매드맨이었다.
‘둘 다 잘하려고 하는 건데…’
그녀는 편집팀원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자칫 감정싸움으로 가게 되면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질지도 몰랐다.
‘그냥 일단 내일 회의에서 정하자고 할까?’
이경복이 깨어있었다면 판단을 내려줬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잠에 들었을 시각이었다.
‘근데 또 이런 모습 보여주면 실망하실 테니까…’
매드맨은 질끈 눈을 감았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고 가상현실에서는 느껴질 리 없는 두통이 오는 것 같았다.
‘아으, 스트레스 받으니까 총 쏘고 싶네.’
자신이 좋아하는 사격처럼 명쾌하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현실도피(?)를 택했던 그녀는 곧 눈을 부릅떴다.
‘사격? 그래, 사격!’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이에 대치하던 두 사람이 흠칫 놀라며 눈을 돌렸다.
“뭐, 뭐야?”
“매드맨 님?”
매드맨은 대답 대신 스토리 보드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이거 어때요?”
“…4분할?”
“영상을 4개로 나눈다?”
매드맨은 스토리보드를 4개 씬으로 분리했다. 이에 의아해하던 두 사람의 눈이 점점 커졌다.
“아! 지점 4개! 올려야 할 SNS도 4개!”
“각 SNS에 똑같은 영상을 올리는 게 아니군요!?”
“그렇지! 여기서 여기까지 팬들이 모든 SNS를 하나씩 스스로 확인하는 거야! 마치 총알처럼!”
세 사람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최병훈이 손뼉을 치며 탄사를 흘렸다.
“아, 좋다. 이거 진짜 좋네! 오로라도 엄청 좋아하겠는데?”
“그렇죠! 원래 홍보하려고 올리는 건데, 이 방식이면 4개 지점 전부 보게 되니까요!”
스토리 보드를 수정할 필요 없이 원안을 유지할 수 있다. 거기에 오로라 측도 4개 지점 모두에 균등한 SNS 유입을 확보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이견 없는 걸로 하고. 두 사람, 다 눈에 힘 좀 풀죠?”
“아…”
“크흠…”
매드맨의 말에 최병훈과 조대한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대한 씨, 미안해요. 내가 원안을 살리는 방향으로 생각을 좀 해봤어야 되는 건데…”
“아뇨, 아뇨! 전혀 아닙니다. 사실은 조건에 맞는 대본을 짜야 하는 건데 제가 욕심을 부린 거죠. 정말 죄송합니다.”
최병훈이 먼저 사과를 하자 조대한이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다.
“스토리 보드는 완성했으니까 이제 촬영만 하면 되겠네요.”
“아, 물론이지. 대한 씨도 같이 와야 되는 거 알지? 감독은 나지만 이번 영상의 작가는 대한 씨니까.”
두 사람이 원래대로 돌아오자 매드맨도 환하게 웃었다.
‘이게 팀 퍼펙트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완벽을 만든다.
그것이 팀워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