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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37화 (437/491)

437화 – 자체제작 광고 (1)

휴방일의 이른 오후.

방송을 쉬는 날이지만 팀 퍼펙트의 일이 없는 날은 아니었다.

이경복의 캡슐 스튜디오에서 홍보 영상 촬영 준비를 위해 모두가 모여 있었다.

“자, 일단 한 번 쭉 봐봐.”

그들 앞에서 최병훈이 말했다. 지난밤 완성한 스토리보드가 그 옆에 있었다.

영상 팀과 조대한은 먼저 확인했지만 다른 세 사람은 처음 봤기에 모두 집중했다.

“오… 처음 보는 건데 쉽게 정리가 되네?”

“아, 정말요! 그림이 딱 그려지네요!”

“원래 쉽게 설명하는 게 어려운 건데, 다들 고생하신 게 느껴집니다.”

세 사람의 칭찬에 다들 함박웃음을 지었다. 최병훈은 이어 짧게 목을 가다듬고 정리를 해주었다.

“딱 보면 알겠지만, 기본 골자는 게임 영상을 활용해서 게임 속 가게가 현실의 팝업스토어랑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야. 그래서 촬영도 게임이랑 현실 모두 진행해야 되는 거고.”

“네, 맞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한국어 버전과 일본어 버전을 또 따로 촬영을 해야 해요.”

조대한의 첨언에 매드맨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본어는 합성음이 아니라 육성이어야 되니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오로라 쪽에서 원한 조건입니다.”

“네, 그리고 일본어 버전은 제가 이세계 컨셉으로 잡아서 연출이 약간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이경복은 재차 스토리 보드를 확인하고 요약했다.

“그러니까 총 4개 종류의 영상을 촬영해야 한다는 거네요. 으음, 이거 바쁘겠네.”

“스케쥴대로 하면 괜찮을 거다. 오전에 최병훈이랑 정리한 게 있거든.”

“아, 그래?”

박주호는 그에 손을 움직여 스케쥴 표를 띄웠다.

“일단 오늘 회의 끝나고 영상팀과 대한 씨는 너랑 인게임 영상을 촬영한다. 그 사이에 나랑 퍼그말리온 님이 강남점에 방문, 촬영현장 체크와 이번 자수 셔츠 촬영을 준비할 거다.”

본래 게말콘 자수 셔츠는 따로 촬영계획이 없었지만 샵팬덤의 요청으로 추가했다.

그 시기를 가늠하던 중 홍보 영상 촬영과 맞물려 찍기로 결정이 됐다.

“아무래도 제가 디자인한 거니까요. 제가 같이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퍼그말리온이 멋쩍게 웃으며 첨언했다. 그에 다들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박주호가 말을 이었다.

“그다음 백화점 영업이 끝난 뒤에 오로라 측이 촬영 허가를 해줬다. 손님이 없으니까 편하게 촬영할 수 있겠지. 아마 그때쯤이면 팝업스토어 장소도 준비가 끝날 거다.”

“아니, 결국 종일 바쁜 건 맞잖아?”

이경복이 웃으며 말하자 박주호는 그에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두서없이 바쁜 것보다는 질서 있게 바쁜 게 낫지.”

“그거야 그렇긴 하네. 분업도 잘 됐고, 깔끔하다야.”

이에 다들 웃는 와중 최병훈이 장난스럽게 생색을 냈다.

“야, 그래도 이번에는 우리 영상 팀이랑 대한 씨 비중이 큰 거 좀 알아줘야 된다? 이거 촬영 끝난 다음에도 우리 편집해야 되거든?”

“에이, 그거야 당연히 알지. 야식 같은 거 필요하면 원하는 대로 주문하세요. 전부 다 비용처리 하겠습니다. 이거 되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병훈은 한도를 두는 게 맞지 않나 싶은데.”

“아오, 진짜 거덜 내는 거 한 번 보여줘?”

세 친구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흘렸다. 이경복은 이내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팀원들을 둘러봤다.

“아, 그래도 원래 휴일인데 방송일 보다 더 바쁘게 됐네요. 장난기 빼고 진짜 필요한 거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그에 다들 한 마음처럼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아뇨, 전혀 안 힘듭니다.”

“저는 진짜 이번 팝업스토어는 기대 중이라서요.”

“저도요! 진짜 하나도 안 피곤해요!”

“야, 이거 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야.”

“그건 맞는 말이다. 기대가 안 될 수가 없으니까.”

이경복은 팀원들의 답변에 일말의 거짓도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따스하고 편안한 기운이 팀원들에게서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아, 잠깐. 그런데 이거 소품도 다 준비된 거야? 고쿠키야에서 한 번에 들어온다며?”

이내 그는 아차 싶은 표정으로 박주호에게 물었다. 게임 촬영이야 모드가 있다지만 현실 촬영에 소품이 없어서야 되겠나.

“아직 물건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박주호가 그에 대답하고는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샵팬덤이 미리 받아둔 견본이 있지. 권 대표님이 챙겨 오실 거다.”

“아, 그러면 다행이네.”

이경복은 그에 안심하고는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자, 좋습니다! 다들 노력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오늘 하루 조금만 더 노력해보죠! 더 지체해봤자 쉴 시간만 줄어들겠네요!”

“오케이, 가보자고!”

모두가 의욕에 찬 표정으로 일어났다.

*       *       *

이경복은 게임 내 촬영을 위해 게임을 실행했다.

-채팅창 체크

-보이냐?

-안보이면 말해

-아니ㅋㅋㅋ 안 보이는데 어떻게 말해 ㅋㅋㅋ

-확실히 멀티플레이가 없으니까 좀 불편하긴 하네요

영상 팀과 조대한이 게임 내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이에 그들은 모니터링하며 채팅창으로 소통하기로 했다.

“잘 보이니까 걱정마라.”

이경복이 그에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답하자 답이 돌아왔다.

-ㅇㅋ

-기존 플레이 영상 쓸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사장님이랑 시청자분들이 소통하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요

-그거 따로 편집하는 거보다 새로 찍는 게 훨씬 빠름 ㅋㅋㅋ

-준비되면 샌드박스 모드 ㄱㄱ

이번 촬영에서는 최병훈이 감독이었다. 이경복은 그의 지시를 따라 샌드박스 모드를 실행했다.

“어우, 뭐가 되게 많네.”

그와 함께 여러 가지 그래프와 메뉴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거기 보면 상품 제한 항목 있거든? 그거 체크 해제해

-그러면 해금하실 필요 없이 물품 주문이 가능해요!

-아, 그리고 자금도 일단 무한으로 해두시고요

-배송기간도 0으로 맞춰놔 바로 굿즈 배치해야 되니까

“아, 그러네. 보니까 이거 때문에라도 기존 영상은 못 쓰겠구나.”

기존 플레이 영상에서는 제품지식 레벨에 따라 상품이 해금되는 방식이었다. 방송에서 플레이 한 정도로는 모든 굿즈를 영상에 담을 수 없었다.

이경복은 착실히 지시에 따라 설정을 마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어, 주호가 테마를 만들어뒀다고 했는데 어디 있더라…”

상점 내부 인테리어도 미리 설정을 해둘 수 있었다. 박주호가 미리 테마를 만들어 둔 것도 그 때문이었고, 덕분에 시청자들에게 공유할 수 있었다.

-그거 검색에 Purple office만 치셔도 나와요!

-유니폼도 미리 바꿔두시면 편하겠는데요?

-굿즈는 네가 인게임에서 배치하는 게 더 편할 듯 ㅋㅋ

이경복은 모든 설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게임에 접속했다. 그는 곧바로 굿즈 주문과 더불어 배치를 끝내고 영업 준비를 마무리했다.

“어우, 시작보다 준비가 더 힘든 것 같네.”

-고생해쓰 ㅋㅋㅋ 이건 메이킹 필름에 꼭 넣어줌ㅋㅋㅋㅋ

-오히려 촬영이 더 쉬울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사장님이 또 거기 쇼다운 광고 촬영은 잘 하셨으니까요 ㅋㅋ

팀원들의 위로에 이경복은 웃으며 계산대 앞에 섰다.

“그럼 이제 시작하면 되나?”

-ㅇㅇ 방송 아니니까 그냥 게임한다 생각하고

-저희는 무시하시면 됩니다!

-편하게 플레이 해주시면 됩니다!

이경복이 개점을 선택하고 팀원들이 기대를 내비쳤다. 이윽고 그는 평소 하던 대로 플레이를 이어갔다.

“어서 오세요!”

친절한 응대와 서비스는 물론 포장까지 완벽한 플레이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팀원들은 헛웃음이 나왔다.

-아닠ㅋㅋ 이게 자연스러운게 맞긴한뎈ㅋㅋㅋ

-잘 하셔서 오히려 문제인데 ㅋㅋㅋ

-저는 팀장님의 디렉팅을 믿겠습니다

“아, 이게 아니야?”

이경복은 그 반응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뭔가 실수를 한 게 있던 걸까.

-아 뭐라고 해야 되나

-그러니까 지금 보여준 건 스트리머로서의 모습인 거지

-근데 네가 원하는 게 이건 아니지 않냐?

-시청자들이 영상에서 본 거랑 최대한 비슷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거잖아.

최병훈이 대표로 채팅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경복은 여전히 의아해했다.

“난 진짜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대한 건데…?”

그 모습에 채팅창에 웃음이 퍼졌다.

-아옼ㅋㅋ 내가 잘못했네! 잘못했어!

-그러니까 ㅋㅋㅋ 좀 더 세부적으로 디렉팅을 했어야지!

-사장님 기준을 생각 못한 게 문제였네요ㅋㅋㅋㅋ

-얌마! 팝업스토어서 일하는 직원이 너처럼 빨리 포장하겠냐!

-그보다는 25단계 포장 자체가 불가능하죠 ㅋㅋㅋ

그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돌아온 피드백에 이경복도 상황을 파악했다.

“아, 맞네. 직원 분들이 따라 해야 되는구나.”

그는 멋쩍게 웃고는 다시 설정을 바꾸었다.

‘포장은 일단 제일 쉽게 하고, 빠르게 하기보다는 정성을 보여주는 식으로…’

이경복은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태도를 바꾸었다. 그는 새로운 손님을 보며 상상했다.

‘팬 분들이 걱정하지 않게 꼼꼼하게, 그리고 직접 보실 수 있도록 천천히 하자.’

팝업스토어를 찾아와준 팬들을 떠올리며 그는 간단한 포장임에도 천천히 진행했다.

-옼ㅋㅋ그렇지! 바로 그거야!

-와… 이렇게 보니까 사장님이라는 느낌이 확 사네요!

-느리고 간단한데 오히려 애정이 담기는 느낌?

팀원들은 확연히 달라진 그 장면에 감탄을 표했다.

“이 정도면 된다는 거지?”

-ㅇㅋㅇㅋ 그 느낌으로 계속!

-일단 메인 굿즈가 3개니까 그 굿즈들 포장 씬을 딸게요!

-그 다음에 대사 있는 씬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렇게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촬영이 이어졌다.

*       *       *

한편, 오로라 백화점 강남점.

“아이고, 오셨습니까!”

“아, 권대표 님. 일찍 나오셨네요.”

“안녕하세요…!”

박주호와 퍼그말리온을 샵팬덤 대표가 반겨주었다. 두 사람의 인사에 그는 너털웃음을 흘렸다.

“아유, 물론이죠! 팀 퍼펙트에서 이렇게 노력해주시는데 제가 어떻게 게으름을 피우겠습니까. 굿즈도 다 준비해뒀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시작할 수 있겠군요.”

“아, 근데 아직 사진사분이… 오, 마침 오시네요!”

대표는 손뼉을 치며 또 다른 사람을 맞이했다. 박주호도 그에게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저번 후드티 촬영 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저도 대한이 덕분에 오랜만에 좋은 사진 찍었죠.”

사진사는 이전 퍼펙트 후드티 촬영 때 도와주었던 조대한의 지인이었다.

“또 불러주신 거 보니까 제 솜씨가 썩 나쁘지는 않았나보네요?”

“아유, 물론이죠! 덕분에 후드티도 아주 잘나갑니다.”

“에이, 농담입니다. 솔직히 모델들이 너무 좋아서 그건 평가가 안 좋을 수가 없었어요.”

사진사는 그리 웃고는 슬쩍 주변을 훑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튜디오에서 안 찍으시고 백화점에서 찍는다고요?”

“네, 그렇게 됐습니다.”

“으음… 손님이 이렇게 많은데 잘 찍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사진사의 말에 대표는 자신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에이, 아무데서나 사진을 찍지는 않죠. 준비는 다 해뒀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이동하실까요?”

그가 앞장서서 사람들을 이끌었다. 사진사는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백화점 직원이 엘리베이터를 안내해주나?’

생소한 경험에 놀라기도 잠시 엘리베이터는 금방 멈추었다.

“퍼스트 라운지입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직원의 정중한 인사에 그는 눈을 껌뻑였다. 바로 내리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는 쭈뼛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니, 여기 그 VIP 전용 라운지 아닌가?’

사람 하나 없지만 넓고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와… 여기가 퍼스트 라운지구나.”

“그냥 VIP도 못 들어오는 곳이라더니 확실히 다르긴 하군요.”

“햐, 저도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는 건 처음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처음 와본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진사는 이에 대표에게 물었다.

“아니… 설마 여길 통째로 빌리신 거예요?”

“아, 백화점에서 좀 편의를 봐줬습니다. 이 정도면 스튜디오보다는 훨씬 배경이 좋지 않나요? 저희 신상 셔츠랑 잘 어울리겠죠?”

“아유, 여기서 사진이 안 나오면 문 닫아야죠. 와, 대표님 진짜 대단하신 분이었네요. 제가 정말 몰라봤습니다.”

사진사의 말에 대표는 웃다가 이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이어 그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니 제가 한 게 아닙니다. 다 퍼플 님 덕이에요.”

“예?”

“저도 퍼플 님 덕분에 와본 겁니다. 어우, 저는 일반 VIP 라운지에도 가본 적이 없는데요.”

“아니, 퍼플 님이 어떻게…”

사진사의 황망한 눈동자가 이리저리 돌아갔다. 그에 다른 사람들은 공감한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저희도 정말 놀랐습니다.”

“다들 반응이 비슷하시네요.”

“자자, 얼른 촬영 준비하시죠. 셔츠는 미리 준비해뒀습니다.”

대표의 정리와 함께 박주호가 먼저 환복했다. 시간 절약을 위해 그를 먼저 촬영하기로 했었다.

박주호는 후드티 때와 마찬가지로 블랙 컬러를 선택했다.

“와… 매니저님 옷이 진짜 잘 어울리시네요.”

퍼그말리온은 그의 모습을 보고 짧게 탄사를 흘렸다.

‘퍼플 님만큼은 아니지만 핏이 좋긴 하시구나.’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어지는 감탄은 다른 의미로 나왔다.

“아, 포즈 좋습니다! 저번에 알려드린 거 다 기억하시네!”

박주호가 자연스럽게 촬영을 이어갔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퍼펙트 후드티 때 상상 이상으로 결과물이 잘 나온 이유가 있었네요.”

“저도 진짜 프로 모델이신 줄 알았습니다.”

대표가 옆에서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그는 이내 눈을 빛내며 집중하는 퍼그말리온을 보다가 슬쩍 물었다.

“혹시… 모델로 서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네? 저요? 모델이요?”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표는 그에 진지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충분히 어울리실 것 같은데요?”

“아니, 제가 어떻게…”

그녀가 당황하는 사이 대표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사실 1차 굿즈 판매하면서 저희 쪽에도 데이터가 쌓였거든요. 생각보다 굿즈를 사신 분들 중에 여성 회원 비중이 있습니다.”

“아, 그렇겠죠…”

퍼그말리온 본인부터 이경복의 여성 팬이 아닌가. 그에 수긍하자 대표가 덧붙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일본 시장도 노리고 있잖아요? 그쪽은 더 여성 팬 분들 비중이 높을 것 같거든요.”

“아… 맞아요. 저희 대한 씨가 보내준 거 보면 여성분들이 꽤 있던데.”

퍼그말리온은 프리미엄 피규어 기획 때 전달받았던 조대한의 자료를 떠올렸다.

대표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죠, 바로 그겁니다. 그런데 이게 퍼펙트 후드티 때랑은 또 다른 게, 후드티는 오버핏이라서 굳이 여성 모델이 아니어도 됐거든요.”

“오, 맞아요. 저도 사이즈는 별 생각 안 하고 샀어요.”

그녀 역시 굿즈를 구매한 바 바로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죠? 그런데 이번에는 셔츠잖아요. 이전처럼 세 분이 모델로 서는 것보다는 여성모델이 있으면 더 구매 결정이 쉽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건 확실히 맞는 말씀이신데…”

“게다가 퍼플 님이랑 같이 촬영도 하실 수 있는데 어떠세요?”

“으음…”

퍼그말리온은 심각하게 고민하려는 찰나였다. 우웅하는 진동과 함께 걸려온 통화, 상대를 확인한 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아, 퍼플 님.”

<퍼그말리온 님, 통화 괜찮나요?>

“네네! 괜찮아요.”

<아, 주호가 전화를 안 받아서요. 단톡방도 답이 없으시고. 벌써 촬영 중인가 봐요?>

“어머, 죄송해요. 놓쳤나 봐요… 지금 매니저님 먼저 촬영 중이세요.”

<아니, 죄송하실 일은 아니고요. 아무튼 저희 쪽도 인게임 촬영이 끝나서 연락 드렸어요. 이제 강남점으로 출발할 겁니다.>

이경복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에 그녀도 안도했다. 그사이 대표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혹시 괜찮으시면 이 제안 퍼플 님께 직접 여쭤봐도 될까요?”

“아, 네네. 퍼플 님, 권 대표 님 통화 바꿔드릴게요.”

대표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이경복에게 설명했다.

퍼그말리온은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그의 답을 기다렸다.

‘퍼플 님이 하라고 하시면 할 수는 있어.’

박주호처럼 팀을 위해서 노력할 준비는 되어 있었다.

“네, 스피커폰으로 바꿨습니다.”

<퍼그말리온 님?>

“아, 네.”

결정을 내린 것일까.

두 사람이 모두 집중한 와중 답이 돌아왔다.

<그건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제가 퍼그말리온 님께 맡긴 일은 모델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경복의 답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다.

<하지만 하고 싶으시다면 하셔도 됩니다. 자유롭게 결정해주세요.>

“자유롭게…”

<네, 전혀 부담 갖지 마세요. 이미 충분히 자신의 몫을 해주시고 계시니까요.>

퍼그말리온은 그에 자신의 마음을 돌아봤다.

‘더 인정받고 싶어…’

그녀에게 가장 큰 기쁨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작품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굿즈는 이경복의 것이지만 디자인은 그녀가 했다. 그리고 이경복은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퍼그말리온은 결정을 내렸다.

“저, 해볼게요.”

팀을 위해서도,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도.

그녀는 퍼펙트 굿즈가 더 널리 퍼지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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