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38화 (438/491)

438화 – 자체제작 광고 (2)

오로라 백화점 강남점.

게임 촬영을 마친 이경복 일행은 도착과 함께 퍼스트 라운지로 향했다.

“퍼그말리온 님, 잘하고 계시려나 모르겠네.”

매드맨이 슬쩍 우려를 표했다. 이에 최병훈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으음, 약간 내성적인 성격이시긴 하니까. 그래서 모델 하신다고 했을 때 진짜 의외였지.”

“아마 괜찮을걸.”

이경복이 그에 웃으며 답했다.

“나나 주호나 후드티 모델 할 때는 진짜 막막했는데 대한 씨 코칭 받으니까 괜찮았거든. 주호가 또 대한 씨한테 잘 배웠으니까 많이 도와줬을 거야.”

“아, 사장님도 그렇고 매니저 님도 진짜 잘하셨죠. 그리고 다들 오해하시는데 모델이라고 다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거든요. 조용조용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조대한이 동조하며 첨언했다. 하지만 그 역시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처음이시니까 좀 시간이 걸리시긴 하겠죠. 지치시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그리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 엘리베이터가 멈추었다. 라운지 안으로 들어선 그들은 바로 분위기를 살폈다.

“아…”

“역시 좀 어려웠나 봐.”

진지한 표정으로 박주호와 샵팬덤 대표, 그리고 사진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면 퍼그말리온은 구석에 축 처진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마음 상하지 않게 격려해주죠.”

“그래야겠네.”

“일단 내가 잘 달래볼게.”

다른 세 사람이 그에 멘탈 케어(?)를 고려하는 와중 이경복이 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저희 왔습니다!”

그가 활기차게 목소리를 높이자 일제히 시선이 돌아왔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오랜만이네요! 어, 대한이도 왔네!”

“고생했다.”

다들 환대하는 와중 퍼그말리온이 황급히 일어났다.

“어서 오세… 자, 잠깐만요!”

인사를 하던 그녀는 눈을 부릅뜨며 손을 내저었다. 혹시나 사진을 볼까 만류하는 게 분명했다.

그에 일순간 모두가 고민했다. 저렇게 나올 정도로 사진이 엉망인 걸까?

‘그런 것 치고는 다른 사람들 얼굴이 되게 밝은데?’

하지만 그녀가 다가오기도 전에 사진사가 쾌활하게 말했다.

“햐, 이번에도 아주 놀라웠습니다. 이건 직접 보셔야 해.”

이내 공개된 사진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뭐야 이거?”

“퍼그말리온 님 맞아? 맞네!?”

“엄청 잘 찍었네요?”

“그러게요? 진짜 자연스러우신데?”

사진 속 퍼그말리온의 포즈는 처음 모델로 선 사람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경복과 영상 팀은 절로 탄사를 흘렸고 전직 모델인 조대한은 오히려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장난 아니고 혹시 모델일 하셨어요?”

“으아, 아니에요. 저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한 거구요…! 사진사님이 잘 찍어주신 거예요!”

퍼그말리온이 당황하며 빠르게 손을 내저었다. 귀까지 빨개진 그녀의 모습에 다들 상황을 이해했다.

‘칭찬은 좋아하시면서 직접 듣는 건 또 쑥쓰러워 하신다니까.’

못 찍은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잘 찍어서 문제였다. 촬영이 힘든 게 아니라 감당 못할 정도로 칭찬에 지쳐버린 것이다.

이경복은 그에 웃음지었다.

“잘 해내실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잘하실 줄은 몰랐네요. 무슨 비법이라도 있나요?”

“예, 아니, 그게 비법이라니… 그렇게 대단한 건…”

퍼그말리온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이경복의 질문이었기에 그녀는 답을 꺼냈다.

“저는 그냥, 제 자신을 피규어라 생각하고… 자세를 잡아봤어요. 여기 배경이랑 이 복장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생각하면서 따라한 것뿐이라…”

“아니, 그게 정말 대단한 거라니까요. 신기하게도 이분이 모델로 서면 사진 구도가 딱딱 맞더라고. 저는 그냥 세밀하게 조정만 하면 끝이었어요. 오히려 내가 조종당한 느낌이었다니까?”

이어 사진사의 첨언에 다들 고개를 주억거렸다.

“와, 맞네. 퍼그말리온 님이 피규어 장인이시니까 포즈는 기가 막히겠구나!”

“그러네요! 하기야 조형도 순간포착이니까 사진이랑 통하는 면이 있죠!”

“이야… 신기하다. 그럼 본인을 3인칭 시점으로 상상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재차 쏟아지는 극찬에 퍼그말리온의 얼굴은 터질 것만 같았다. 이에 그녀는 매드맨을 붙잡으며 말했다.

“매드맨 님, 매드맨 님도… 같이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

“네? 저요?”

“네… 저만 찍으니까 너무 민망해요. 저 좀 살려주세요…”

민망함에 얼굴도 못 드는 그녀의 말에 먼저 반응한 건 대표였다.

“오!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두 분이 키 차이가 좀 있으셔서 다른 사이즈 착샷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그래도 모델은 키가 커… 헙.”

매드맨은 더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자신과 비슷한 키인 조대한도 모델이지 않았나.

다행히 그는 사진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옷이라면 색상이랑 사이즈 별로 가져왔으니 문제없습니다!”

“어… 야, 야! 그럼 너도 같이 해!”

이에 고민하던 매드맨은 덥석 최병훈을 붙잡았다.

“엉? 뭐야? 난 왜 끌어들여?”

“내가 찍으면 너 놀릴 거잖아!”

“크흠,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최병훈이 장난스럽게 반응하자 이경복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오, 생각해보니 이번에는 저희 다 같이 찍는 것도 괜찮겠네요.”

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왔다.

“게말콘 자수 셔츠를 유니폼으로 소개했잖아요? 다 같이 입으면 그 느낌이 더 살 것 같은데.”

“오… 그런 의미면 괜찮지! 소속감이 생기거든. 퍼펙트 후드티 때 그 덕을 좀 봤잖아? 그러면 안 입을 이유가 없지.”

“그럼, 그럼 다 같이 찍는 거죠!?”

퍼그말리온이 그에 안도했다.

다 함께라면 민망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촬영이 이어졌다. 팀원들 모두 제각기 촬영을 마친 이후, 이경복이 사진사에게 무어라 속삭였다.

“에헤이, 제가 그거 하나 못 해 드리겠습니까?”

사진사의 말에 다들 뭔가 싶어 하자 이경복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이왕 이렇게 유니폼 차려입었는데 단체 사진 하나 찍으면 어떨까 해서요.”

“음, 좋은 생각이다.”

“아, 그거 좋네!”

“기념사진 하나 찍죠!”

“사장님, 센터로 오십쇼!”

“어, 저는 여기 설게요!”

연이은 촬영에 힘들 법도 하건만 거절하는 이는 없었다.

이경복이 중앙에 자리를 잡고 그 주변에 팀원들이 제각기 위치를 잡았다.

“아, 좋습니다! 여기 보시고!”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촬영이 끝났다. 사진사는 저장된 사진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야… 오늘 가장 잘 나온 사진이네.”

그는 흡족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이 정도면 한 번으로 충분하겠군요.”

“크으, 역시 형님이십니다.”

“햐, 인테리어 때문인가? 진짜 고급스럽게 나왔네.”

“으휴, 이럴 때는 모델이 좋다고 해줘야지.”

“이거 단톡방에 올려주시는 거죠?”

사진은 물론 그에 기뻐하는 팀원들을 보며 이경복은 속으로 흡족해했다.

‘회사 단체 사진이라기보다는 가족사진처럼 나왔네.’

이내 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아니,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네.’

이들은 자신에게 가족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       *       *

한편, 오로라 백화점 본사.

서영선은 차분한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우리 손주가 친구들 데리고 오랜만에 쇼핑 좀 하려고 했는데 시기가 참 공교롭게 됐습니다.>

강남점 퍼스트 라운지 이용 불가에 대해 VIP회원들에게 안내를 했다. 그에 대한 컴플레인이 들어온 것이었다.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직통으로 연결된 만큼 중요한 재벌가 인물이었다. 서영선은 정중히 사과하며 대안을 꺼냈다.

“괜찮으시면 가까운 압구정 지점으로 안내를 드리겠습니다. 물론 저희 쪽에서 리무진 택시를 제공하고, 손주분과 친구분들 모두 개별로 에스코트 직원을 붙여드리겠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해주면 애 버릇이 나빠져요. 그냥 리무진 하나만 보내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조속히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통화를 마무리한 그녀는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비서를 돌아봤다.

“질문해도 좋아요.”

그녀의 허락에 비서가 공손히 허리를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이런 상황을 감수할 정도로 가치가 있으신가요?”

“음, 아주 적절한 질문이에요. 역시 내 마음을 잘 알아.”

서영선은 그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비서에게 질문을 하게 해 스스로 답을 생각했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결정이 옳은지 재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퍼스트 라운지를 빌려준 건, 팝업스토어를 하는 이유의 연장선이죠.”

홍보영상과 달리 이번 사진 촬영은 오로라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다. 그럼에도 서영선은 편의를 봐주었다.

“이번 콜라보에서 우리가 얻는 건 금전적인 수익이 아니에요. 수수료를 낮춘 것도 그 때문이고.”

퍼스트 라운지에 VIP 손님들을 받았다면 당장 금전적인 측면에서는 더 많은 수익을 올렸을 터였다. 그들이 쓰는 돈은 자릿수부터 달랐으니까.

“백화점은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닙니다. 우리가 파는 물건은 다른 곳에서도 살 수 있어요. 오히려 그쪽이 더 비용이 저렴하죠.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 백화점에 옵니다.”

그녀는 실소를 흘리며 조금 전의 통화를 떠올렸다.

“백화점이 실제로 파는 건 이미지, 개념이죠. 손님들은 자신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느끼고 싶어 해요. 그 재벌 3세들이 정말 불편해서 컴플레인을 했을까요? 원한다면 아무 가게나 하루 대관할 수 있을 텐데?”

물음이 돌아왔지만 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영선이 그 질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원한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아니에요. 그 사람들은 오로라 백화점, 오로라 그룹에게 대접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그 만족도는 우리 그룹의 이미지에 따라 커지겠죠. 그럼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보죠.”

서영선은 살짝 턱을 괴며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과연 퍼플은 우리 오로라 백화점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느냐? 저는 그렇다고 판단했어요.”

이어 그녀가 손을 움직이자 그간 조사한 이경복에 대한 정리 파일들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젊은 친구들에게 퍼플은 ‘완벽’과 ‘대체불가’를 상징해요. 하지만 그가 유일한 건 아니에요. 다양한 각 분야마다 ‘완벽’하게 느껴지고 ‘대체불가’인 사람은 존재하니까.”

서영선은 파일을 확대했다.

그녀가 가장 이경복에게 끌린 이유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퍼플에게는 또 다른 이미지가 있어요.”

웃음으로 가득한 방송 채팅창과 큐튜브 댓글들, 그리고 무수한 트윗까지.

“바로 즐거움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서영선은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짓다가 홀로그램을 치웠다.

“그동안은 고급화에 집중했죠. 그 방법은 성공적이었지만 오로라 백화점의 이미지는 너무 딱딱하게 굳어버렸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다시금 자신의 결정에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저는 이 즐거움을 오로라 백화점에 끌어올 겁니다.”

팝업스토어, 퍼플 오피스를 입점해 이경복의 이미지와 동기화를 노린다.

그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서영선이 한층 편안해진 마음으로 냉정을 되찾은 사이, 비서가 입을 열었다.

“강남점 보고입니다. 퍼플의 사진 촬영이 끝났습니다.”

“오, 생각보다 빠르네요?”

서영선은 슬쩍 시간을 확인하고는 웃었다.

“어차피 더 찾아올 사람도 없을 텐데, 저녁까지 대접하도록 해요. 이후 촬영도 문제없도록 신경 써주고.”

“예,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       *       *

이경복과 팀원들은 냅킨으로 입을 훔쳤다.

“야… 이거 진짜 맛있네.”

“VIP들은 이런 걸 먹나 보네요.”

“사장님이랑 같이 다니면 뭔가 매번 좋은 걸 먹게 되네요.”

“흠, 원래는 행사장 옆에 있는 푸드코트 먹으려고 했는데.”

“그러니까요. 진짜 잘 먹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대접에 다들 감탄을 표했다. 이경복은 그에 웃음을 흘렸다.

“다들 잘 먹었다니 다행이네요. 권 대표님이랑 사진사 님도 같이 드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 자리에는 사진사와 대표가 없었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었다.

“두 분도 어쩔 수 없었을 거다. 오늘 촬영 무사히 마무리되면 내일 방송 끝날 즈음에 공개될 텐데.”

“하기야 오로라야 SNS에 영상만 올리면 되지만, 샵팬덤은 미리 준비할 게 많을 테니까.”

박주호와 최병훈의 말에 다들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늘도 저희 오로라 백화점을 찾아 주신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이 되셨는지요. 아쉽게도 어느덧 폐점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때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이에 다들 눈빛이 달라졌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아직 안 나간 손님들도 있을 거다. 오로라 쪽에서 확인 끝나면 직원이 안내해준다고 했다.”

그렇게 얼마 후, 모든 손님의 퇴장이 끝났는지 직원이 나타났다.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이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베이터는 금방 지하에 위치한 대행사장에 도착했다.

“오…”

“잘 숨겨뒀네.”

손님들에게 공개가 되지 않도록 행사장은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저 안에 퍼플 오피스가 있을 터였다. 다들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너무 잘 숨겨서 어떨지 상상이 안 가네.”

“야, 완공은 된 거지?”

“촬영은 될 정도니까 부른 게 아닐까요?”

바로 나온 물음에 먼저 현장을 확인한 박주호가 웃었다.

“듣기로는 강남점을 우선으로 착공했다더라. 아마 촬영 일정을 맞춰주려고 한 것 같다. 밤낮없이 일했다던데?”

“크으… 역시 돈으로 안 되는 게 없구먼. 근데 그래서 어느 정도나 된 거냐고.”

최병훈이 재차 캐묻자 같이 확인한 퍼그말리온이 생글생글 웃었다.

“그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게 좋아요. 괜히 감상을 해칠 수도 있어서.”

“아니, 그렇게 잘 나왔나?”

“아… 너무 궁금하다 진짜.”

“퍼그말리온 님이 이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팀원들의 반응에 이경복은 웃으며 선두에 섰다.

“직접 확인해봅시다.”

그는 가려진 장막을 들추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를 비롯해 그 뒤를 따라온 사람들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그저 감탄만이 나왔다.

1